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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9화 사라진 믿음

꽤 오랜 정적이 방 안을 감쌌다.

심강열은 마른침을 삼켰고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런 뜻으로 말한 거 아니야. 난 그냥 해명하고 싶었어. 낮에 들은 건……”

한유라가 가볍게 웃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들은 게 진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다 내 오해고 은진 씨 존재도 몰랐다고 변명하고 싶은 거냐고. 아니다. 오늘만 은진 씨 만났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건가……”

한유라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는 심강열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그녀가 하는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고 그는 자기 입으로 말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심강열은 다시 힘없는 목소리로 해명을 시도했다.

“믿을 진 모르겠지만……”

한유라가 아무런 표정도 없는 차가운 얼굴로 심강열의 말을 끊었다.

“무슨 말을 하든 다 안 믿어.”

두 사람의 사이는 뒤틀리고 말았다.

한유라는 그를 믿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유은진이 모임에 나타난 것도 그녀의 신경을 건드리기 위해서가 아닌가?

심강열이 유은진을 회사에 들인 것도 다시 옛날처럼 지내고 싶어서가 아닌가?

그녀는 조금 무디긴 했지만, 바보가 아니었다.

심강열은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도 한유라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서는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듯했다.

한유라에게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기에 꽤 당당했던 그는 일이 더 커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는 가볍게 웃고는 답답함을 숨기며 말했다.

“그래서? 내 해명은 듣지도 않고, 나한테 사형 선고 내리는 거랑 뭐가 달라?”

그를 노려보는 한유라의 눈동자에는 허탈함과 가소로움이 가득 배어있었다.

“낮에 내 귀로 똑똑히 들어서 어디서부터 진짜고 어디서부터 가짠지 모르겠어.”

심강열이 한층 어두워진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은진이 내보낼 테니까 신경 쓰지 마.”

한유라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차갑고도 낯선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까지 억지로 보낼 필요 없어. 은진 씨가 안 간대도 난 상관없어.”

심강열은 귀를 의심하며 그 자리에 멍하니 있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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