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분위기가 깨지고 많은 사람이 자리를 떠났고 일부만 남아있었다. 성강희는 전동하와 함께 소은정이 서 있던 자리에 섰다. 고개를 숙여 바닥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는 이율을 경멸의 눈길로 쳐다보았다. 이율이 전에 치근거리는 것과는 다르게 이제는 혐오스러울 지경이었다. 자칫하다가는 여자도 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율은 바닥에서 계속해서 엉엉거리면서 울고 있었다. 얼굴의 화장마저 눈물에 지워져 버렸다. 이제야 자신이 무슨 멍청하고 큰 실수를 했는지 알았나 보다. 소은정의 집안은 임진호의 집안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했다. 임진호조차 소은정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데 무슨 용기로 소은정을 다치게 한 거지? 눈앞이 깜깜해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성강희는 차가운 표정으로 이율에게 다가가서 말했다.“미친 거야?”이율은 울음을 뚝 멈추고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성강희의 앞에 달려갔다.“강희야, 나 좀 도와줘, 제발! 은정 씨한테 한 번만 봐달라고 부탁해 줘!”성강희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봐달라고? 지금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잘못했어, 순간 정신이 나갔나봐... 강희야, 정말 잘못했어!”이율이 울면서 말했다. 잘못한 것을 안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 울부짖는 것이다. 성강희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도 널 구해줄 수 없어.”죽일 듯이 차가운 침묵이 흐르고 이율은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는 표정으로 말했다. “강희야, 은정이랑 친하잖아. 제발 부탁 좀 할게. 아까는 내가 정신이 어떻게 됐나봐, 고의는 아니었다고 제발 전해줘. 이번만 넘어가 주면 다시는 찾아갈 일도 없고 네 발목도 잡지 않을게.”성강희는 차가운 웃음을 짧게 내뱉더니 말했다. “무슨 자격으로 지금 협상하는 거야? 너정도 없어지게 하는 건 일도 아니야. 단지 내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을 뿐이지.”말을 마친 성강희는 붙잡는 이율을 보는 체도 하지 않고 뒤돌아갔다. 이율은 그 자리에 앉아 더 소리치면서 울부짖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
소찬식은 전동하가 내려가 그 여자에게 손을 쓰려고 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캐묻지는 않았다. 전동하가 무슨 일을 하든지 소찬식이 다 해결해 줄 것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자기 딸의 행복을 깨버리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손님들의 배웅을 끝낸 소은해는 올라가지 않고 소은호와 함께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미친 여자를 지켜보았다. 그 여자를 본 호텔 직원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호텔 앞에서 이상한 사람이 들어오는 것은 아닌지 지켜보고 있었는데 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호텔에서 그는 찰스라고 불렸다. 찰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황급히 옆에서 설명했다.“소대표님, 저의 불찰입니다. 파티 준비에 일손이 부족해 급하게 알바를 구했는데 이런 미친 여자가 들어와 은정아가씨를 해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소은호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옆에 있던 소은해가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미안하다면 다예요? 파티 처음 준비해요? 여기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인가요? 알바도 신원조사 똑바로 했어야죠!”이런 파티 준비 직원은 적어도 삼 년 이상 경력의 검증된 직원들로 파티 준비를 해야 했다. 전문 트레이닝을 받고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준비해야하는 게 맞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삼 일 전에 모집해 온 여자라니? 찰스는 이마의 땀을 닦더니 연신 허리를 굽히며 사과했다.“인사과에서 이런 저급한 실수를 할 줄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SC그룹 분들이 오신다고 만반의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더는 이런 실수가 없을 것입니다. 은정 씨의 병원비는 저희가 전부 책임지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소은해가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풉, 우리가 병원비 받자고 이래요? 누가 보면 우리 집안이 망하기라도 한 줄 알겠어요.”찰스의 얼굴이 더욱더 하얗게 질리고 어찌할 줄을 몰라 발을 동동 굴렸다. 만약 소은정한테 정말 무슨일이라도 생긴다면 호텔 측에서 누가 이 책임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찰스는 증오의
이율은 서럽게 흐느꼈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뒤의 경호원이 그녀의 팔을 힘껏 잡았다.그녀는 고통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끝내 입을 열었다.“소은정 씨가 저와 강희 씨의 관계를 임진호한테 알렸어요. 임진호가 저를 찾아왔고 저는 임진호이랑 실랑이를 벌이는 게 너무 끔찍해서 은정 씨한테 복수하려고 마음먹었어요!”아래층으로 달려온 한유라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은정이한테 덤빌 용기는 있고 임진호를 상대하기는 무서워? 너 바보야?”겁에 질린 이율이 흐느끼며 대꾸했다.“그냥 한순간 충동이었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거야!”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전동하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정말 그게 다야?”이율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시선을 거둔 전동하는 이 매니저에게 손짓하고는 그의 귓가에 대고 뭐라고 속삭였다.이 매니저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착잡한 눈빛으로 이율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는 의견을 제기할 여유가 없었다.이 매니저 자신도 난감한 상황인데 당연히 소씨 가문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다급히 뒤쪽으로 달려갔다.그가 뭘 하려는지 모르는 이율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애원했다.“이제 저 좀 풀어주세요. 제가… 은정 씨한테 가서 사과할게요!”소은해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꿈 깨! 평생 은정이랑 만날 일은 없을 테니까. 너 같은 인간이 무슨 자격으로 내 동생을 만나?”그리고 3분 뒤.이 매니저는 밖에서 커다란 박스를 들고 왔다. 박스 안에는 빈 병이 잔뜩 들어 있어서 움직일 때마다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뒤에는 또 누군가가 박스 하나를 더 들고 들어왔는데 무게가 좀 있어 보였다.이율의 얼굴이 더 하얗게 질리고 눈빛은 공포로 가득 찼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이 사람들 중에서 가장 화가 난 사람은 가장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겉보기엔 매너 좋고 자상하고 성격도 좋아 보였다.하지만 이율은 겉으로 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전동하는 오싹한 눈빛으로 이율을 노려보
그렇게 1분이 또 지났다.인내심을 상실한 남자는 고개를 들고 그녀는 쳐다보기도 싫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선택하기 싫다면 내가 대신 선택해 주지.”이율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아… 아니에요! 제가… 제가 선택할게요!”그녀는 절망한 목소리로 절규하듯 소리쳤다.“술… 술 마실게요!”이 박스에 든 술을 다 마시면 살아 있을지도 의문이었다.하지만 다른 박스에 든 빈 병으로 머리를 친다면 완전히 죽은 목숨이었다.두렵고 혼란스러웠지만 이율은 조금은 쉬운 길을 택했다.더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그녀는 다가가서 양주 뚜껑을 따고 입에 털어 넣었다.알코올의 자극적인 향기 때문에 구역질이 올라왔다.하지만 냉랭한 시선을 마주하자 토해낼 용기가 없었다.그녀는 그렇게 한 모금, 또 한 모금 술을 삼켰다.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가엾게 느껴졌다.양주 두 병이 비워졌다. 의식이 흐릿해지고 배가 불러서 더 마시기 힘들었다.행동도 눈에 띄게 느려졌다.그녀는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것 같아서 울음을 터뜨렸다.전동하는 옆에 있는 이 매니저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사람 불러서 좀 도와줘. 오늘 밤 안에 다 마실 수 있도록.”그 말을 들은 이 매니저의 얼굴도 창백하게 질렸지만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다 이 여자가 자처한 거야.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려서 우리까지 고생시키네!’그들은 이제 이율에게 그 어떤 연민도 느끼지 않았다.겁에 질린 이율이 입술을 움찔거리며 뭐라 말하려 했지만 옆에 있던 사람이 그녀의 어깨를 단단히 잡고 양주를 그녀의 입에 털어 넣었다. 그녀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소용없었다.소은호와 소은해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뒤돌아섰다.그들은 전동하의 결정에 대해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그리고 이때, 밖에서 차량이 들어왔다.소리를 들은 소은호는 전동하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은정이 안고 내려와.”전동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섰다.나머지 사람들도 전동하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거의 의
소은호는 담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난 전혀 놀랍지 않던데? 전씨 가문 같은 지옥에서 역전승을 이뤄낸 사람이야. 처음부터 보통내기가 아니었다고. 만약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나약하고 무능한 인간이었으면 아무리 은정이를 잘 챙긴다고 해도 나랑 아버지가 결혼까지 동의하지는 않았을 거야.”그 말을 들은 소은해의 표정이 약간 변했다.그는 약간 짜증난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나 빼고 다 알고 있었다는 거네? 그 자식 여태 연기했던 거였어?”소은해는 담담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연기했다고 볼 수는 없지. 그냥 사람을 편하게 대해줘야 막내가 좋아하니까.”소은해는 약간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있었던 일로 전동하에 대한 인상이 확 바뀌어 버렸다.‘나만 이게 충격 받았다니!’그 뒤로 그는 입을 꾹 다물고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애썼다.이걸 어떤 느낌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사실 전동하가 좀 달라 보이긴 했다.어쩌면 이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소은정이 사람들의 괴롭힘을 당할 일은 없어졌으니.병원에 도착한 전동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은정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깨었다가 다시 잠드는 상태가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그날 밤, 아무도 눈을 붙이지 못했다.김하늘은 새봄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갔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갓난아기는 한참 울다가 지쳐 잠들었다.소은정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벌써 이틀이 지난 뒤의 오후였다.자극적인 소독약 냄새에 그녀는 눈을 떴다.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보인 것이 바람에 흩날리는 하얀색 커튼이었다.밝은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서늘한 바람에 나뭇가지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고개를 돌려 보니 전동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잠들어 있었다.그녀는 잠을 자는 동안 긴 꿈을 꾸었다. 단편적인 기억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유럽 거리를 걷다가 총격사건에 휘말린 일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이 떠올랐다.그녀는 중간에 길을 여러 번 잘못 들었지만 그래도 결과는 아름다웠고 만족스러웠다.처음에 마이크를 구해서 맺어진 인연이
병실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그들은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그녀는 시선을 살짝 떨구고 고개를 끄덕였다.의사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외부적인 충격으로 기억을 회복한 케이스로군요. 가벼운 뇌진탕이 있긴 하지만 며칠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전동하를 제외한 병실의 모두가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소은정이 혼수상태에 빠진 이틀은 의료진에게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전동하를 바라보았다.남자의 눈동자는 고요해서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안쓰러운 걸까, 아니면 아쉬워하는 걸까?사실 소은정에게는 다소 잔인한 기억들도 있었다. 그는 그녀가 기억을 잃은 채로 살아갈지라도 그때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가 기억을 회복했다고 했을 때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기억을 되찾은 지금도 예전처럼 아무 고민도 없이 웃을 수 있을까?의사들이 나가고 소은정은 그에게 다가오라고 손짓했다.“좀 괜찮아요?”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 기억났어요.”전동하는 어두워진 눈빛으로 말했다.“사실 영원히 기억을 되찾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소은정은 그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럼 당신과의 추억도 영원히 기억하지 못하잖아요.”전동하는 흠칫하며 손을 내밀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소은정의 눈시울이 빨개졌지만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걸렸다.“봐봐요. 난 어떤 상황에서든 당신을 사랑하게 됐잖아요. 사실 속으로 자랑스럽죠?”전동하가 움찔하더니 더 힘주어 그녀를 끌어안았다.그녀가 지금처럼 명확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그가 줄곧 기대하고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그 한마디 말은 봄바람처럼 초조한 그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은정 씨, 영원히 내 옆에 있어요. 알았죠?”그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며 뜨거운 입술로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소중한 것을 다루듯이 조심스러운 행동에 소은정은 울컥했다.그녀
소은해는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집에 전화해서 가지고 오라고 할게. 기쁜 소식도 알릴겸.”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잠시 후 되돌아온 그는 전동하를 바라보며 말했다.“매제도 나가서 뭐라도 좀 먹어. 근처에 싱가폴 레스토랑 생겼던데 맛있다더라!”전동하는 고개를 흔들었다.“저는 배 안 고파요.”소은해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 이틀을 굶었는데 배가 안 고프다니?그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소은정이 전동하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그 옆에 죽집이 있는데 거기 죽 맛있어요.”전동하는 한결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그녀에게 물었다.“먹고 싶어요?”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사러 갔다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요.”전동하는 그녀에게 이불을 여며준 뒤, 안심하고 밖으로 나갔다.소은해는 건들거리며 동생의 곁에 다가와서 앉았다.그는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다.소은해는 표정을 잘 숨기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전동하가 배 안 고프다고 했을 때부터 말하고 싶었는데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좋을지 몰라 망설였다.소은정이 눈을 감으며 물었다.“오빠, 나한테 할 얘기 있어?”소은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마주 비볐다.“막내야, 내가 이간질하는 건 아닌데 말하지 않고 못 참겠어. 네 남편, 그러니까 내 매제는 보이는 것처럼 자상한 사람이 아니야! 너한테 술병 던진 여자가 어떻게 됐는지 알아? 아마 그 여자는 지금쯤 죽는 게 낫다 싶을 거야.”소은정은 눈을 깜빡이며 살짝 인상을 썼다. 알바생 옷을 입고 있던 여자가 떠올랐다.그리고 이율의 얼굴도 떠올랐다.사실 소은정은 그녀의 이름도 몰랐다.소은정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런 여자를 상대로 다쳤다니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그 여자 지금 어디 있어?”소은정은 몸이 다 나으면 한바탕 복수해야겠다고 다짐했다.소은해가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병원에 있어. 바로 이 병원이야.”소은정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소은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번 사건을 계
소은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동생의 반응을 살폈다.이럴 리 없는데!“넌 놀랍지도 않아? 평소의 전동하가 했을 법한 일이 아니잖아!”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안 놀라운데? 원래 이래야 하는 거잖아!”소은해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나만 이게 놀라운 거야?’소은정은 오빠를 흘기며 말했다.“오빠는 연예계 생활하면서 배운 게 아무것도 없어. 사람이 왜 그렇게 눈치가 없어?”“내가 내 남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덜컥 결혼한 줄 알아? 나한테 전동하 씨는 누가 뭐래도 착하고 진실한 사람이야. 그가 다른 사람에 어떻게 했는지 이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사실 결혼하기 전, 소찬식과 소은호는 소은정과 오랜 이야기를 나누었다.전동하가 어떤 사람인지 그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그가 어떤 사람이든 소은정이 사랑할만한 사람인 건 확실했다.소은해가 입술을 깨물며 백기를 들었다.사실 전동하의 행보가 조금 놀라웠을 뿐이다.소은정은 이틀 사이에 벌어진 일과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물었다.소은해는 상세하게 대답했다. 회사 상황을 들은 소은정은 인상을 쓰며 잔소리를 퍼부으려다가 그만두었다.소은해가 회사를 말아먹지 않고 이 정도로 유지하고 있는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었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소은호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리고 전동하가 안으로 들려왔다.그녀는 다시 전화를 내려놓고 미소를 지었다.전동하는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많이 배고플까 봐 빨리 해달라고 했어요. 따듯할 때 먹어봐요.”그가 조심스럽게 도시락통을 열자 해물죽의 향긋한 향기가 병실에 풍겼다. 소은정은 배고픈 나머지 군침을 꿀꺽 삼켰다.하지만 금방 의식을 회복한 뒤라 몇 숟가락 먹고는 수저를 내려놓았다.다음 날, 그들은 퇴원하기로 했다.소찬식은 새봄이와 함께 그녀를 데리러 병원에 왔다.소은정은 자신의 아이를 자세히 살폈다. 가슴이 뭉클했다.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잊을 수 있었을까?그들은 소은정의 본가로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