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836화 그의 조건

전동하가 하는 말마다 빈틈이 없어 어떤 트집도 찾아낼 수 없을 정도였다.

정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

“아마 투자자로 지낸 게 습관이 된 것 같네요. 이제 신분이 바뀌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분명히 말할 수밖에 없네요. 저희와 협력이 성사되면 이 프로젝트는 정 국장 인원 외에는 참여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 손잡게 되실 SC그룹이든 태한그룹이든 상관없이 저한테 이래라저래라할 권리가 없고요. 불가피한 경우에는 제 말을 들어야 하겠죠.”

전동하는 말을 끝내고는 조용히 정혁의 표정을 바라봤다.

웃음이 사라지고 분위기는 점점 가라앉았다.

정말이지 여우 한 마리가 따로 없다.

자기가 이득을 보면서도, 남이 조건을 제시하는 것까지 막다니?

정혁은 전동하의 뜻을 고스란히 알아차렸다.

SC그룹이 물론 가장 좋은 선택이며 또 그들 간에 아무런 적대적관계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태한그룹은 달랐다.

박수혁더러 그의 말을 들으라니?

이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싸우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다.

방금 연회에서 벌써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둘 사이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을 뿐이었다.

전동하는 보기에 부드럽고 따뜻했지만, 그의 속셈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정혁은 이때야 비로소 일전에 자신이 그를 얕봤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처음부터 그에게 이 일에 대해 말했더라면.

아마 그는 완전히 SC그룹의 편에 섰을 것이고 박수혁에게 똑바로 말했을 것이며 지금처럼 박수혁을 궁지로 내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이번에 태한그룹이 경쟁에서 지면 난처해질 것이 분명하다.

지금의 상황에서 보면 박수혁의 우세가 태반의 희망을 차지하고 있다.

SC그룹의 희망보다 더 크다!

일단 전동하의 조건을 박수혁이 알게 된다면 박수혁은 그와 협력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정혁은 순식간에 속이 뒤집히는 듯했다.

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관리 사회에서 살아왔는데, 어찌 전동하의 뜻을 알아채지 못했을까?

정말 고수다.

얼마간 공기에 적막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