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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9화 비겁해

협박과 명령을 가장한 박수혁의 부탁 덕분에 박상훈은 마지 못해 이번 수술 주치의를 맡기로 동의한 상태였기에 박수혁은 확신에 잠긴 표정이었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은정이는 내 거야. 그러니까 눈치껏 빠져...’

역시나 그의 말에 소은정의 얼굴에 난처함이 실렸다.

지금 당장 전동하의 손을 잡고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병상에 누워있는 소찬식의 핼쓱한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려 도저히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고민으로 살짝 떨리는 소은정의 손을 더 꼭 잡은 전동하가 물었다.

“위기에 빠진 사람 협박하는 거 비겁하다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

두 사람 사이에 감도는 묘한 긴장감에 사람들은 다시 숨을 죽였다.

전동하의 말에 박수혁이 코웃음을 쳤다.

“협박? 협박도 가진 카드가 있어야 하는 겁니다. 지금 그 감정 얼마나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승자인 거 알죠?”

거의 체념한 상태에서 주어진 마지막 기회, 있는 힘을 다해 잡아야 했다.

‘비겁하다고 욕해도 좋아. 날 더 경멸하게 된다고 해도 상관없어. 그냥... 내 곁에만 있어줘.’

하지만 전동하도 밀리지 않고 입꼬리를 씩 올렸다.

소은정의 손을 잡은 채 전동하가 앞으로 한걸음 내디뎠다.

“그럼 두고 보시죠. 누가 끝까지 웃을 수 있을지 저도 궁금하니까요.”

한편, 두 사람의 기싸움을 지켜보는 소은정은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지금 이 자리에서 박수혁의 손을 뿌리치면 소찬식의 목숨이 위험해지겠지만 그렇다고 매정하게 전동하를 버릴 수도 없었다. 상처받은 그녀의 영혼을 아무런 대가없이 품었던 사람이 바로 전동하, 최소한 인간으로서 이런 배신감을 안겨줄 순 없었다.

그리고 꼭 잡은 전동하의 손을 통해 왠지 모를 자신감이 느껴졌다.

‘설마... 다른 방법이 있는 건가?’

막연한 기대감을 안은 채 소은정은 결국 전동하와 함께 공항을 떴다.

정처없이 주차장으로 향하는 소은정의 머릿속에 수많은 광경이 펼쳐졌다.

손만 뻗으면 행복하고 아름다운 미래가 잡힐 것만 같은데 뒤편에서 웅크리고 있는 심연이 자꾸만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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