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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4화 포기하는 게 좋을 텐데

‘이렇게... 이렇게 은정이를 놓아줄 수밖에 없는 걸까?’

박수혁이 고개를 푹 떨구었다.

왜? 왜 잠깐의 희망만 주고 이렇게 다시 잔인하게 그 기회를 앗아가 버리는 걸까?

운명의 장난질 같은 이 상황에 박수혁은 신을 원망하는 수밖에 없었다.

약 8시간 뒤.

굳게 닫혀있던 수술실이 드디어 열리고 이석구 교수가 가족들 앞에 섰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쳤습니다. 이제 예후만 지켜보면 될 것 같아요.”

그의 말에 소은정 일행은 물론이고 박수혁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 빠진 풍선인형처럼 스르륵 벽을 따라 주저앉은 박수혁은 소은정과 가족들이 나누는 기쁨의 기운을 그대로 받아냈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던 박수혁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흔적없이 자리를 떴다.

‘내가...무슨 자격으로 다시 은정이를 마주하겠어. 전동하 그 자식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네.’

병원을 나서니 어느새 어두워진 밤하늘에 걸린 달이 그를 맞이했다.

유난히 밝은 달빛이 그의 비겁하고 옹졸한 마음을 비추는 듯해 박수혁은 비틀거렸다.

병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한석이 부랴부랴 달려가 그를 부축했다.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역시 여덟시간 동안 차에서 박수혁을 기다리던 이한석은 박수혁이 안쓰러우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못 잊으실 거면 애초에 좀 잘해 주시지...’

한편, 이한석의 부축을 받은 박수혁은 괜찮다는 말 한 마디 할 기운 조차 없는 듯 고개만 젓고는 차에 몸을 실었다.

눈을 질끈 감은 박수혁의 눈치를 살피던 이한석이 물었다.

“회사로 들어가시겠습니까?”

“거기로 가.”

“거기”

그 어떠한 곳도 될 수 없는 애매모호한 단어였지만 이한석은 바로 그곳이 어딘지 알아챌 수 있었다.

박수혁과 소은정의 신혼집. 그곳으로 가고 싶으신 거겠지...

동남아에서 돌아오고 소은정이 죽은 줄만 알았던 그 며칠 동안에도 박수혁은 그곳에서 눈을 뜨면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해 잠드는 폐인의 삶을 이어갔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며칠 뒤 다시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박수혁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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