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호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소은정을 힐끔 바라봤다. 그의 눈 속에는 분노가 가득 담겨있었다."방금 임 대표님이랑 만나고 오는 길이야, 너 대신 화상회의에 참석하고. 난 또 뭐 중요한 일인가 했는데 고작 그런 일이었어?"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헛기침을 하며 불편함을 드러냈다.소은호의 바쁜 하루를 생각해 볼 때, 소은정은 확실히 그의 스케줄을 물을 자격이 없었다."오빠, 유라한테 일이 좀 있어서 술 좀 같이 마셔주느라 늦잠 잤어, 오빠 나 이해해 줄 거라고…"소은정의 말을 들은 소은호가 그녀를 째려보다 다시 전동하를 바라보며 소은정에게 말했다."집에 기사님은 두고 전 대표님한테 이런 부탁을 해서야 되겠어, 이렇게 철이 없어서야. 전 대표님은 너처럼 한가한 분이 아니잖아."소은정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전동하가 웃으며 서글서글하게 말했다."아닙니다, 아무리 바빠도 은정 씨랑 같이 있어줘야죠. 오히려 소 대표님께서 자꾸 이렇게 가르쳐 주셔서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그 말을 들은 소은호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표정도 조금 밝아졌다."전 대표님께 능력을 하나라도 따라배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소은정, 연애만 하지 말고 공부를 해."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지금 바로 올라갈게, 바로 올라가서 일할 게."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동하를 한 눈 보곤 알아서 하라는 눈빛을 보내곤 도망갔다.전동하는 그런 소은정을 보며 웃었다.소은호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전동하를 보더니 웃음기를 거두었다."전 대표님, 제 방으로 가서 얘기 좀 나눌까요?"하지만 전동하는 감히 그럴 용기가 없었다."아니요, 일이 있어서 그만 가보겠습니다. 이따 은정 씨가 퇴근하면 데리러 올게요."전동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그곳을 떠나갔다.소은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전동하를 바라보다 말없이 사무실로 올라갔다.사무실 앞에 도착한 그에게 비서가 눈짓을 했고 소은호는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자신의 의자에 앉아 빙
SC그룹.오후가 되어서야 소은정은 골치 아픈 일을 하나 해결했다. 그때, 우연준이 난감한 얼굴을 한 채 들어왔다."소 대표님.""말해요."소은정이 우연준을 보며 말했다."소 대표님을 찾아온 분이 계신데 대표님이랑 너무 많이 닮았어요, 그리고 이름도 안나라고 합니다."얼굴만 닮은 것이 아니라 이름까지 똑같다니, 우연준은 하마터면 잘못 알아볼 뻔했다.그랬기에 얼른 사무실로 들어와 소은정을 찾았던 것이었다.소은정은 안나가 여기까지 찾아올 줄 몰랐다. 그녀는 조금 놀랍기도 했다."완전히 닮은 건 아닌데 어디가 닮았다고 말하기도 애매합니다."우연준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누군지 알지만 친하지 않아서요, 바쁘다고 전해주세요."소은정의 말을 들은 우연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을 나섰다.하지만 머지않아 그가 다시 돌아왔다."대표님, 그 여자가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하면서 대표님께서 자기를 만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거라고 했습니다.""내가 뭐 다른 협박만 받으면서 자라온 줄 아는 겁니까?"우연준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그녀의 뜻을 알아차린 우연준은 얼른 다시 사무실을 나섰다.안나는 자신의 등장이 소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했다. 어젯밤의 성대한 만남은 예상보다도 훨씬 좋은 효과를 일으켰다.그래서 그녀는 오늘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모든 이들은 그녀의 등장에 의문을 품었다. 그녀는 자신의 신분에 대해 자신이 있었기에 다른 사람이 조사를 한다고 해도 두렵지 않았고 다른 이의 호기심도 두렵지 않았다.하지만 예상외로 소은정은 안나를 만나 주지 않았다.안나는 제일 궁금해야 할 사람은 소은정이라고 생각했다."안나 씨, 저희 소 대표님께서 바쁘신 관계로 다음에는 미리 예약을 하고 찾아오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서로의 시간만 낭비하게 되니까요."우연준이 차가운 얼굴로 예의를 차려 말했다.안나의 얼굴에 자리 잡고 있던 오만함이 드디어 조금 깨졌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감정이 자리 잡았다.소은정은 정말 안나에게
그런데 지금 박봉원이 안나의 손에 있다니? 어떻게 된 것일까?이는 명백한 협박? 아니면 납치? 아니면…이한석은 더 이상 끌 수 없었다. 안나의 말이 진짜든 가짜든 그는 이 일을 박수혁에게 알려야 했다.머지않아, 이한석이 회의실의 문을 두드렸다.회의실의 분위기는 엄동설한처럼 차가웠다.사람들은 이한석을 보자마자 동아줄이라도 본 것처럼 한시름 놓았다.하지만 박수혁은 이한석의 말을 듣자마자 더욱 차가워진 안색으로 문 어귀를 쏘아봤다.그리고 갑자기 일어나 회의실을 나섰다.결국 회의실에 남겨진 사람들은 어리둥절하게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때, 이한석이 웃으며 다시 말했다."여러분, 박 대표님께 일이 생겨서 회의를 잠깐 중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이 다 해결되면 다시 알려드릴게요."말을 마친 이한석은 다시 다급하게 박수혁의 뒤를 따라갔다.안나는 차가운 분위기를 내뿜으며 문 앞에 서있었다.그녀는 여전히 소은정의 스타일대로 화장을 한 상태였다.하지만 소은정은 도도한 분위기에 유려한 얼굴을 지닌 덕분에 다른 이에게 무섭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지만 안나는 감히 바라볼 수 없는 그런 무서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박수혁은 그곳에 선 안나의 뒷모습을 보자마자 익숙한 얼굴이 떠올랐지만 곧이어 무언가가 생각난 사람처럼 표정이 다시 차가워졌다."저분입니다, 자기를 안나라고 했습니다."이한석이 박수혁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박수혁은 옷깃을 정리하더니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사무실로 향하며 한마디 뱉었다."들어오라고 해."그 말을 들은 이한석은 지체할 수 없었기에 얼른 안나에게 다가가 말했다."안나 씨, 박 대표님께서 들어오라고 하십니다."안나는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이한석을 무시하곤 직접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박수혁은 사무실에 앉아 차가운 분위기를 내뿜으며 안나를 뚫어져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나도 웃으며 그를 바라봤지만 그녀의 눈빛 속에는 뜨거운 그 무언가가 담겨있었다."박 대표님, 나 기억하지?
박수혁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주먹을 잡은 그의 손등 위로 핏줄이 잔뜩 섰다."나 말했어, 그 여자한테서 떨어지라고. 나중에 후회하지 마."그의 목소리는 마치 지옥의 목소리와도 같았다.하지만 안나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소은정을 따라 웃었다. 그 자연스럽지 못한 웃음은 오히려 더 섬뜩했다.박수혁은 안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한기를 내뿜었다."당신 아버지 내 손에 있어, 지금 수혁 씨가 제일 걱정하는 사람은 그 사람 아니야?"안나가 웃으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수혁이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지만 반대편에서는 없는 번호라는 말만 반복했다.박봉원은 해외의 모든 회사에 머물렀었다. 하지만 한국에 오지 않는 이유는 어색하게 박수혁을 마주하기도 싫었고 만날 때마다 원망만 늘어놓는 이민혜도 만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는 나름 괜찮은 생활을 이어왔다. 주변에는 늘 여자까지 있었기에 박대한도 그에 대해 묻지 않았다.큰 사고만 치지 않고 마음대로 살라는 뜻이기도 했다.그리고 박봉원이 떠나야만 박수혁의 자리가 더 안정적이었다.태한그룹은 한 사람의 말만 따라야 했기 때문이었다.박대한은 평범한 아들 대신 박수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박수혁을 본 안나가 웃으며 휴대폰 속에서 동영상 하나를 찾아 그의 앞에 내려놓고 재생했다.동영상속의 박봉원은 머리에 총구가 겨누어진 채 두려운 얼굴로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저, 저를 죽이지 마세요!"몇 십초의 동영상은 그렇게 끝이 났다.박수혁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감정이 없었지만 누구나 그의 머리 위에 올라타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건 아니었다.안나는 휴대폰을 거두고 담담하게 웃었다."나 당신한테 거짓말한 거 아니야, 그럴 리도 없고. 당신도 알잖아, 내 능력에 당신 아버지 같은 인간 잡아들이는 거 식은 죽 먹기라는 거."안나의 말이 맞았다, 박봉원은 박수혁처럼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도, 경각심도 없었다. 그동안 다른 이에게 납치를 당하지 않았던 건 모두 태한그룹 덕분이기도 했고 경호
안나는 말을 하며 점점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마치 목적에 도달하지 않고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다.박수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입에서 소은정이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부터 그의 표정은 더욱 굳었다.소은정은 그의 금기였다, 그 누구도 그 이름을 꺼낼 수 없었다.소은정처럼 단장을 한 안나는 보기에도 괴이했다. 마치 끈을 잃은 꼭두각시 같아 망가뜨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안나는 박수혁을 보며 점점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수혁 씨, 나는 당신을 위해서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모습이 될 수 있어, 그런 거 상관없어.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어, 당신이 내 것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안나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박수혁은 여전히 차가웠다."그래? 내가 보기엔 착각 같은데.""당연히 착각이 아니지, 5년 전, 그 폭발사고에서 당신이 나랑 소은정을 살렸잖아. 당신이 살린 건 그냥 일반인이 아니야."안나의 말을 들은 박수혁의 안색이 보기 싫어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 계속 당신을 찾고 있었거든, 그래서 그 복싱 경기를 준비한 뒤에 당신이 지게 하고 부대에서 벗어나 완전히 내 걸로 만들려고 했어. 그런데 소은정이 내 모든 계획을 망치고 당신을 데리고 간 거야."안나의 말투 속에 원망과 분노가 담겨있었다."당신을 찾아가려고 했는데 아버지께서 우리는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어서 끝까지 할 수 없다고 말씀하더라고, 그래서 반항할 능력이 없어서 당신이 떠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거야. 그런데 소은정 좋은 일만 해줬지, 당신이랑 결혼까지 했으니. 당신은 원래 내 것이어야 했어!"안나의 말은 조금 무서웠다."너는 나를 해치려고 했던 사람이고 소은정은 나를 살린 사람이야, 그러니까 나는 절대 너랑 같이 있지 않을 거야."5년 전의 폭발사고가 이렇게 많은 일을 끌어낼 수 있었다니.박수혁은 그저 그날, 자신과 전우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구했었다는 것만 기억
박수혁은 차가운 얼굴로 안나를 쏘아봤다.박수혁은 상사를 찾아갔었지만 상사도 어쩔 수가 없었다. 시체 하나 찾자고 더 많은 이들을 희생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때, 그를 도와줄 수 있다고 다가온 무기상 하나가 바로 안진이었다.박수혁은 그녀를 믿지 않았지만 그녀는 해냈다.그녀는 완전한 시체를 박수혁의 앞에 데리고 왔다.박수혁이 그녀에게 무슨 조건이 있냐고 물었을 때, 안진은 아무것도 필요 없고 안진이라는 이름만 기억해 달라고 했었다.하지만 박수혁은 떠나기 전, 거액의 수표를 보수로 그녀에게 줬었다.그는 누구에게 빚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그 뒤, 시체를 데리고 돌아온 박수혁은 부대를 떠나 세력을 거머쥘 수 있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따라붙었다. 머지않아 그의 세력은 점점 더 강대해졌다.그리고 안진의 신분과, 무기상, 그들이 처해있는 세상까지 전부 다 알게 되었다.오늘의 박수혁은 그들을 내려다보며 심지어 그들을 휘두를 수 있는 지경에까지 올라섰다.그는 자신이 보호하고 싶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하여 지금까지 달려왔다."나는 너한테 빚진 거 없어, 내가 준 수표로 당지에서 용병 20명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을 거야."박수혁이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알아, 하지만 내가 가지고 싶은 건 돈이 아니라 당신이 날 기억하는 거였어."그녀는 돈 따위는 상관이 없었다, 그가 원하는 건 박수혁뿐이었다."처음에는 이렇게 급하지 않았거든, 소은정이랑 결혼을 했지만 좋아한 건 아니었잖아. 두 사람이 행복하지 않다는 거 알고 마음을 놓았지, 그리고 소은정이 떠나기만을 기다렸어. 그런데 소은정이 떠나니까 수혁 씨가 그 여자를 신경 쓰기 시작했잖아. 그래서 이 방법으로 당신 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 당신만 허락하면 우리 함께 할 수 있어, 당신도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거고. 심지어 더 많은 사람들을 추월할 수 있을 거야. 당신을 위해서 SC그룹을 위협하는 것들 전부 없애줄 수도 있어."안나가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많은 것을 공부했기에 지금 태
박수혁의 말을 들은 안나의 표정이 굳었다. 한참을 침묵을 지키던 그녀가 다시 물었다."그러니까 거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거야?"박수혁이 담배를 끄더니 차가운 얼굴로 대답했다."응, 못 받아들여."박수혁의 말을 들은 안나가 일어서서 그를 바라보다 말없이 떠났다.사무실의 문이 다시 열렸다 닫혔다.박수혁은 떠나는 안나를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은연중에 일이 심각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곧이어 이한석이 어두운 얼굴로 문을 열고 들어와 말했다."대표님, 회장님께서 이미 3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주위의 사람들도 어디로 간 건지 모르고요."예전이었다면 박수혁은 그저 자신의 아버지가 놀러나갔다고 생각해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제가 아는 무기상한테 좀 물어볼까요?"그들은 무기에 손을 대지 않았지만 업계의 많은 이들을 알고 있었다.태한그룹의 명성은 다들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도 선호하는 파트너였다.이한석의 말을 들은 박수혁의 어두운 눈빛이 어느 한곳에 멈췄다."그럴 필요 없어, 사람은 저들 손에 있는 게 확실해."그런 자신이 없었다면 안나도 박수혁을 찾아와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 뒤의 배경이 사람을 속일 만큼 뻔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박수혁은 생각했다.다만…"그럼 이제 어떡하죠? 사람을 보내서 상대방이랑 얘기를 나눠보라고 할까요? 아니면 저 여자를 잡아올까요?"이한석이 박수혁을 바라보며 물었다."안진은 해외 무기상 도혁의 딸이야, 사람을 보내서 몰래 박봉원에 대해서 알아봐."박수혁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이한석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대표님, 안진이 회장님을 잡아간 사실을 도혁이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그 말을 들은 박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도혁을 만난 적이 있거든, 국내에서 자기를 대신해 무기상 사업을 해달라고 했는데 내가 명확하게 거절해서 그 뒤로는 만나지 못했지. 안진도 단순한 인물은 아니야. 그래서 이들의 목적이 도
퇴근하려던 소은정이 건물을 나선 순간, 검은색 차 앞에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하루 종일 일에 치이느라 어두워졌던 그녀의 눈동자가 반짝 빛나며 빠르게 달려간다.“나 데리러 온 거예요? 사무실로 올라오지. 얼마나 기다린 거예요?”소은정을 바라보는 전동하의 눈에도 웃음기로 가득했다. 전동하가 손을 뻗었고 그의 큰 손과 소은정의 작은 손을 서로 맞받았다.그리고 손목에 살짝 힘을 준 전동하가 소은정을 자신의 품에 안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침묵의 포옹을 이어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전동하에게서 풍겨오는 차분한 향기 때문인지 마음은 편안하기만 했다.전동하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온몸의 무게를 전부 그에게 쏟은 소은정이 감탄했다.“무슨 남자 허리가 이렇게 얇아요?”그녀의 말에 움찔하던 전동하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았다. 검은 눈동자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일렁거렸다.곧이어 소은정이 감탄을 이어갔다.“그런데 여자 허리랑은 달라요. 여자처럼 말랑한 느낌이 아니라 단단한 느낌이랄까? 만지기만 해도 힘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소은정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남자가 입꼬리를 씨익 올리더니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칭찬하는 거 맞아요? 아님 지금 신호 보내는 거예요?”순간 그의 말에 담긴 뜻을 알아들은 소은정이 얼굴을 붉혔다.뭐야. 길가에서 별말을 다해.소은정은 바로 손에 힘을 풀려했지만 압도적인 힘 때문에 결국 다시 전동하의 품에 안기고 만다.그리고 전동하의 매력적인 웃음소리가 소은정의 귓가를 간지럽혔다.한편, 역시나 퇴근하려던 직원들은 이 광경을 발견하고 입을 떡 벌리고 만다.세상에, 뭐야? 드라마 촬영 중이야?“헐, 저 사람 우리 대표님 아니야?”“은정 대표님이랑 전동하 대표님이잖아. 두 사람 진짜 사귀는구나. 그냥 의심만 하고 있었는데 진짜 사귀고 있을 줄이야...”“헐, 난 우리 대표님만은 평생 솔로로 계실 줄 알았는데.”“왜? 전동하 대표님 좋은 분이잖아. 박수혁 대표보다 더 따뜻하고 자상하고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