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요?”소은정이 고개를 들자 전동하가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요. 은정 씨 폰으로 은호 씨한테 문자까지 보냈어요. 하루 쉴 거라고.”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소은정이 휴대폰을 확인했다.아침 6시에 보냈네...“오빠, 나 오늘 회사 안 갈 거야. 휴가 쓸래!”느낌표까지 누가 봐도 내가 보낸 문자 같잖아.“알겠어.”오빠가 눈치 못 챌만해.내가 아닌 것 같았다면 바로 전화 왔을 텐데 말이지. 동하 씨... 되게 무서운 사람이네?소은정의 시선에 전동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휴대폰을 내려놓은 그녀가 숨 막힐 듯한 질문을 던졌다.“그런데... 내 휴대폰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았어요?”딱히 숨긴 적은 없었지만 그녀가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마다 전동하는 알아서 고개를 돌리곤 했었는데...한편, 전동하는 소은정의 탐스러운 입술을 바라보고 있었다.어젯밤의 뜨거웠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며 전동하의 가슴이 다시 뜨거워졌지만 치밀어오르는 욕구를 애써 억눌렀다.어젯밤 그가 이성을 잃지 않았더라면 오늘 이렇게까지 늦잠을 자진 않았을 테니까.전동하는 죄책감이 실린 얼굴로 소은정의 얼굴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은정 씨가 말해 준 거잖아요?”그의 촉촉한 입술에 정신이 아찔해지려던 것도 잠시, 소은정이 고개를 홱 돌렸다.내가? 내가 언제?아... 그러고 보니... 아침쯤인가? 비밀번호를 묻는 목소리가 들리긴 했었는데... 꿈이 아니라 동하 씨가 물어본 거였나?싱긋 웃던 전동하는 계속하여 아침을 먹여주었다.마지막 한입까지 떠먹여준 전동하가 디저트로 달콤한 키스를 안겨주었다.“이제 자러 가요.”말을 마친 전동하가 그녀를 번쩍 끌어안더니 안방으로 향하고 어젯밤의 기억이 떠오르며 소은정은 가슴이 콩닥대기 시작했다.설마 또...?전동하의 목을 꼭 끌어안은 소은정이 들릴락 말락한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나... 너무 피곤해요.”아직 잠이 덜 깼는지 살짝 잠긴 목소리가 더 애교스럽게 느껴졌다.“풉, 그래요.”고개를 끄덕인 전동하가 그녀를 조심
전동하는 약속대로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허리를 감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그녀를 왠지 불편하게 만들었다.“으음...”하지만 그녀가 몸을 조심스럽게 움직인 순간, 전동하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간질였다.“아직도 불편해요?”“아... 조금요.”소은정의 말에 그녀를 끌어안은 전동하의 팔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갔다.“미안해요. 내가 좀 더 자제했어야 했는데... 어떡하죠? 병원에라도 가볼래요?”하, 미친. 이런 일 때문에 병원을 어떻게 가... 동네방네 소문낼 일 있냐고!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소은정이 코웃음을 쳤다.“아니에요. 한숨 자면 괜찮아질 거예요.”솔직히 전동하가 오버를 하는 것도 있었지만 소은정은 굳이 해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괜히 괜찮다고 말했다가 더 달려들면... 안 돼! 그건 절대 안 돼!이에 전동하는 아이를 달래 듯 그녀의 배를 토닥여주었다.“자요. 난 가만히 있을게요.”윽... 이런 자세로 도저히 잠이 안 온다고.돌아누운 채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던 소은정이 물었다.“안 피곤해요? 오빠한테 문자 보낸 게 아침 6시던데. 혹시 6시에 깬 거예요?”전동하의 숨결이 그녀의 얼굴에 닿고 매력적인 중저음의 목소리가 소은정의 가슴을 살랑이게 만들었다.“안 잤어요. 아니... 못 잤어요. 괜히 잤다가 깨어나면 당신이 내 곁에 없을까 봐. 이 모든 게 꿈일까 봐.”눈을 감았다 뜨면 소은정이 사라지기라도 할까 봐... 전동하는 동 트는 새벽의 하늘을 바라보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었다.전동하의 대답에 움찔하던 소은정이 드디어 그를 향해 돌아누웠다.하지만 허리를 끌어안은 그녀는 전동하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솔직히... 겨우 며칠 못 본 건데 보고 싶었어요.”졸림이 가득 묻은 소은정의 목소리에 전동하가 싱긋 웃었다.“알아요.”비록 통화할 때도 문자할 때도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적 없었지만 소은정의 마음을 느끼기엔 충분했다.은정 씨가 변하고 있어... 예전과 달리 나한테 많이 의지하는 느낌이랄까?
그의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든 소은정의 눈이 동그래졌다.“정말요?”적어도 3년은 걸릴 줄 알았는데... 의외네.자율주행, 미래 트렌드라고 하긴 하지만 소비자들에겐 아직 낯선 기술이기도 하다. 수십 년간 직접 운전대를 잡아온 AI에게 직접 운전을 맡긴다는 게 심적으로 내키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게다가 유럽 시장은 워낙 까다로워 시간이 더 걸릴 줄 알았는데...유럽 시장 허가를 얻었다면 우리 기술이 전 세계로 수출될 수 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야.다급하게 일어선 소은정이 맨발로 뛰어다니며 옷가지를 챙기기 시작했다.바로 회사로 가서 파일부터 확인해야겠어.한편, 방으로 들어온 전동하는 그녀의 흰 발이 찬 바닥을 그대로 밟고 있는 걸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슬리퍼 신어야죠.”전동하가 허리를 숙여 직접 슬리퍼를 신겨주는 동시에 수화기 저편에서 역시 파일을 확인하고 있던 임춘식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조금 당황한 것도 잠시 임춘식은 무의식적으로 질문을 뱉어냈다.“혹시 집이에요? 남자 목소리인 것 같은데.”하지만 자신의 한 말을 인지한 순간 임춘식은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설령 정말 남자와 함께 있다고 해도 무슨 자격으로 묻는단 말인가.하지만 임춘식의 질문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남자가 한 명 있었다.바로 옆에서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박수혁이었다.한편, 무례한 질문에 소은정도 한동안 침묵을 유지했다.미친 거 아니야? 우리가 사생활을 보고할 정도로 친한 건 아니지 않나? 임춘식... 선은 잘 지키는 줄 알았는데.성질 같아선 바로 욕설을 내뱉고 전화를 끊고 싶었지만 방금 전 좋은 소식을 전해 줬으니 일단 한 번만 넘어가주기로 했다.“네. 남자친구랑 같이 있죠. 동하 씨도 같이 갈까요?”자율주행 프로젝트의 메인 투자자가 전동하였으니 가볼 자격도 충분했다.한방 먹은 임춘식이 박수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솔직히 이 전화도 박수혁의 “협박”을 못 이기고 한 거였는데 소은정이 지금 남자친구와 함께 있다는 것과 남자친구와 함께 가
하지만 전동하가 가리키는 곳에는 그녀도 모르는 세탁기가 떡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세탁기 여기 있잖아요. 내가 사다둔 건데?”최대한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지만 사실 전동하는 애써 웃음을 참고 있는 중이었다.여기다 둔 지가 언젠데 모르고 있었던 거야? 예민한 것 같으면서도 무디단 말이지...한편, 소은정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세탁기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뭐야? 언제 가전제품이 하나 늘어난 건데.그 모습을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보던 전동하가 걷었던 소매를 내렸다.“공주님, 그만 보세요. 더 보면 날 어두워져요. 그리고 어두워지면... 은정 씨 못 나갈지도 몰라요.”전동하의 의미심장한 눈빛에 소은정이 얼굴을 붉히며 그를 흘겨보았다.“뭐래. 나 갈 거예요.”생글생글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던 전동하가 물었다.“내가 데려다줄까요?”차키를 챙기는 전동하를 향해 소은정이 물었다.“약속 있다면서요? 내가 알아서 갈 수 있어요.”“약속보다 은정 씨가 훨씬 더 중요하죠.”그거야 당연히 은정 씨랑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으니까 그런 거죠...소은정도 말은 안 데려다 줘도 괜찮다고 하면서 마음 한 구석은 달콤했다. 거성그룹으로 가는 길, 소은정은 임춘식과 했던 대화를 다시 얘기해 주었다.“이미 알고 있었어요.”유럽 허가를 받아내기 위해 특별히 출장까지 갔던 전동하였다. 이 일 때문에 인맥을 총동원했던지라 이렇게 허가가 빨리 난 것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잠시 후. 거성그룹 앞.예상 밖에도 임춘식은 건물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임춘식도 거성그룹 대표인데 다른 그룹의 대표를 맞이하기 위해 건물 앞까지 마중을 나온다는 건 분명 평소와는 다른 행보였다.차 안에 있던 전동하가 임춘식을 바라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평소에도 저런 스타일이에요?”“그냥 오늘 뭐 잘못 먹은 거 아닐까요?”소은정이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녀의 벨트를 풀어주고 핸드백까지 건넨 전동하가 말했다.“어차피 내 쪽은 되게 금방 끝날 거예요. 먼저 집에
아직 쌀쌀한 날씨에 임춘식은 몸을 살짝 떨었다.뭐야? 왜 아직도 안 내리는 거지?궁금함에 임춘식이 차 안을 살짝 들여다 보았다.비굴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전동하와 진지한 표정의 소은정.마치 대표님에게 아부를 하는 신입 직원 같기도 했다.오, 재밌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네?방금 전까지 조금 으슬으슬했던 몸이 사르르 녹아내렸다.내가 아는 소은정 대표라면 지금쯤 주제를 알라며 따귀 정도는 날려줘야 할 텐데...제발 때려라... 그럼 이렇게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을 것 같으니까...하지만 다음 순간.잔뜩 화 난 표정으로 전동하의 얼굴을 꽉 쥔 소은정은 그의 볼에 거친 뽀뽀를 해주었다.그 순간, 뽀뽀를 받은 전동하도 이 모습을 몰래 훔쳐보고 있는 임춘식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허? 이게 뽀뽀야?이건 그냥 물어뜯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전동하와 달리 임춘식은 눈이 썩는 듯한 기분이었다.하, 소은정한테 저런 면도 있었나? 너무... 적극적이잖아.한편, 전동하가 잔뜩 억을한 표정으로 볼을 닦아내려던 그때, 소은정이 그의 팔을 잡았다.“닦지 말아요. 내가 집에 갈 때까지 이 모습 그대로여야 해요. 안 그럼... 알아서 해요.”하, 이별의 키스를 원한다고 했지? 그렇다면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만들어주지.풉, 지금 화내는 거야?전동하가 웃음을 터트렸다.그런데 은정 씨 어떡하죠? 이러는 은정 씨 모습도 너무 귀여워요. 그래서... 앞으로도 이별의 키스는 꼭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네. 절대 안 지울게요.”전동하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볼에 남은 선명한 자국을 다시 확인한 뒤에야 소은정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한편, 밖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임춘식은 그저 의아할 따름이었다.뭐지... 열애 중인 건가? 아니면 곧 헤어질 위기인 건가? 헷갈리네.생각을 마친 임춘식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혹시... 봤으려나?차에서 내린 소은정이 성큼성큼 건물로 들어가고 임춘식이 부랴부랴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그의 질문에 소은정은 씩 입꼬리를 올렸다.“생각보다 동하 씨한테 관심이 많으시네요? 이럴 거면 그냥 아까 직접 물으시지 그러셨어요?”소은정의 반박에 임춘식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그거야 그땐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훔쳐보는 데 정신이 팔렸으니까요...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두 사람은 어느새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하지만 소은정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문 앞에 서 있기만 했다.난 평생 문 같은 건 직접 열어본 적 없어 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임춘식이 결국 먼저 문을 열어주었다.참... 가끔씩 잔인할 정도로 무섭지만... 이럴 땐 진짜 공주님 같단 말이지. 하지만 사무실로 들어간 소은정은 이미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누군가를 발견하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오랜만이네...이제 4년도 채 지나지 않은 일인데 박수혁과 결혼했던 게 마치 전생에서 일어난처럼 느껴졌다.한편, 그녀를 발견한 박수혁 역시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녀를 아예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는 그의 모습에 소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그와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를 선택했다.묘한 분위기를 느낀 임춘식은 그제야 방금 전 그의 제안에 왜 박수혁이 응하지 않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두 사람이 서로 뽀뽀하고 안기는 모습을 두 눈 뜨고 보고 싶진 않았겠지.신경 쓰여서 죽겠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있는 저 표정 좀 봐...박수혁, 당신도 진짜 피곤하게 산다.잠시 후, 화상 통화가 연결되었다.유럽풍 건물이 스크린에 나타나고 잔뜩 흥분한 표정의 직원이 입을 열었다.“임 대표님. 지금 저희는 마지막 작업만 앞두고 있습니다. 이곳은 이 근처에서 차량 유동량이 가장 많은 구역입니다. 저희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모든 시민들에게 저희의 자율 주행 기술이 얼마나 완벽한 지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AI의 반응속도는 인간의 150배 가량으로 그 어떤 긴급 상황에서도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이때 직원이 카메라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한편, 차량은 여전히 여유로운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차량 막힘, 앞차량의 속도가 너무 느린 등 여러 “사고”가 있었으나 AI는 이런 상황을 모두 분석하여 다른 차선으로 옮기는 등 사람 못지 않은 센스를 보여주었다.이때, no people은 천천히 사거리 신호등 앞에 멈춰섰다.지나치게 보수적인 운전 스타일 때문일까?그 뒤를 따르던 차량의 운전자의 마음이 급해졌는지 갑자기 액셀을 밟기 시작했다.뒤차량의 속도를 분석한 no people가 속도를 약 20% 올린 그 순간, 인도에 갑자기 5, 6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나타났다.자율 주행 시스템의 반응속도는 1초, 하지만 장애물과의 거리가 3m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다.그런데 지금 여자아이와 차량이 떨어진 거리는 겨우 0.5m 가량, 인간이 운전대를 잡았다면 사고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방금 전까지 여유롭던 운전자 역시 창백해진 얼굴로 직접 브레이크를 밟으려 했지만 그의 반응속도가 AI를 따라갈 리가 없었다.방금 전까지 화기애애하던 차량 안 분위기가 차갑게 식어버리고...안 돼. 이건 무조건 부딪힐 거야.절망감에 모두가 눈을 질끈 감은 순간, 차량이 천천히 멈춰섰다.관성에 의해 차 안에 앉은 사람들의 몸이 살짝 앞으로 쏠렸지만 부상은커녕 큰 충격마저 느껴지지 않았다.심지어 조수석에 앉은 직원의 손에 들린 커피도 그대로일 정도로 부드러운 정차였다.네 사람이 여전히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던 그때, 여자아이의 엄마가 아이의 손목을 홱 잡아당긴 뒤 그들을 향해 미안하다는 듯한 미소를 전했다.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사고가 원만히 회복되고 차량은 다시 천천히 움직이며 신호등을 통과했다.그리고 결국 신호등에 걸리고 만 뒤차량 운전자가 거칠게 핸들을 내리쳤다.“뭐야! 왜 이렇게 꾸물거리는 건데!”도로가 다시 평화를 되찾고 소은정 임춘식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단 2, 3초 사이에 소은정의 손은 식은땀으로 흥건해진 상태였다.만약 사고가 일어났다면 프로젝트 진행
잠시 후, 차량이 목적지에 도착했다.레이싱 모드에 맞게 AI 시스템은 섀시 높이를 조절했다.레이싱장에 들어서니 차량의 고급스러움이 더 부각되었다. 모든 걸 뒤삼킬 것 같은 블랙홀 같은 컬러가 압도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운전석에 앉은 직원과 모든 데이터를 기록해야 하는 테스트 담당직원을 제외하고 다른 두 사람이 차량에서 내렸다.레이싱장, 레이싱카들은 자신이 이 구역의 최강자라는 걸 과시라도 하 듯 으르렁거리는 엔진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유독 no people만은 침착한 모습이었다. 화려하게 코팅된 레이싱차들 사이에서 no people은 거의 0에 가까운 존재감이었지만 그 모습이 결코 약해 보이진 않았다.오히려 자신의 실력으로 모든 걸 증명하겠다는 듯 이상하리만치 자신만만한 느낌이었다.역시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던 운전석 직원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오늘 레이싱의 역사가 새로 쓰여지게 될 것입니다.”마치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듯 자신만만한 미소였다.한편, 사무실.박수혁을 향해 고개를 돌린 임춘식이 미소를 지었다.“레이싱에 있어선 박 대표님도 전문가가 아니십니까? 박 대표님이 소유하고 있는 그 차량과 비교하면 어떻죠?”박수혁이 소유하고 있는 레이싱카는 그와 함께 대회에서 3회 연속 우승이라는 성과를 따냈지만 지금은 이미 은퇴하고 차고에서 먼지만 들이마시고 있는 상황이었다.성능만 본다면 박 대표 차 정도는 돼야 no people과 비교가 될 것 같은데...임춘식의 말에 눈썹을 치켜세운 박수혁이 날카로운 눈동자로 no people을 훑어보기 시작했다.“비교 불가죠.”비교 불가?깔끔한 평가였지만 임춘식은 그의 차량이 더 좋다는 건지 아니면 no people이 더 낫다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박수혁의 차가운 표정에 더 캐묻지 못하고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오늘의 경기는 레이싱 트랙이 아닌 야외에서 진행되었고 주최측은 마니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명 “악마의 길”이라고 불리는 산을 선택했다.좁은 도로폭, 조금의 실수로 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