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정이 전동하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허나 전동하가 바로 그녀의 팔을 내쳤다. 소은정이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전동하를 올려다보았다. 처음으로 그가 그녀를 거절한 것이다. 전동하가 헛기침하더니 다른 사람들을 의식한 채 웃었다.“소대표님, 먼저 가시죠.”전동하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소은정도 이내 가족들을 의식하고 옆을 보니 소찬식이 어두운 표정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소은정은 멋쩍게 돌아서서 전동하의 팔짱을 끼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식사하시죠.”그녀의 말에 소찬식은 흥하더니 돌아서서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집사 아저씨는 옆에서 허허 웃으면서 그 상황을 지켜보았다. 오랜만에 집에 생기가 도는 듯했다. 소은해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만…식사 자리는 시끌벅적했다. 소은해에게 영상통화를 걸었고 시차 때문에 소은해쪽은 밤이었다. 리허설을 막 마친 그는 힘이 빠져 보였다. 가족들의 식사 자리를 보니 집을 그리워하는 듯 보였다. 서로 안부를 몇 마디 주고받다가 소은호가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 난 듯 핸드폰을 낚아채 말했다.“은해야, 거기서 요즘 몸조심해.”소은해는 어리둥절한지 머리를 긁적이면서 물었다.“왜?”소은호가 간단히 이유를 말했고 소은해의 낯빛이 변했다.“그래서 나 지금 엄청 위험한 상황이라는 거지? 경호원 몇 명 붙여주거나 아니면 방탄 별장 하나 지어줄래? 별장에 리허설 실 하나 지어주고…”소찬식은 들어주지 못하겠는지 젓가락을 내렸다.“끊어. 이미 해줄 얘기는 다 해줬어.”소은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전화를 끊으려 했다.“아빠! 나 아들이야…”소은해가 저편에서 소리쳤으나 소은호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소은정은 그 모습이 웃겼는지 웃음을 터트렸다. 전동하가 말했다. “은찬씨한테도 조심하라고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식사 자리에 잠깐의 침묵이 오갔다. 소은호가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비밀 연구원이 특수부대 안에 있어서 전씨 가문이 미국 부대를
아무리 소찬식이라 하더라도 모든 사람의 입을 막기는 어렵고 더욱이 흔적까지 지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소찬식의 사람들이 앞에 나서서 흔적을 지우는 일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소은정의 머릿속도 수만 가지 의혹으로 어지러웠다. 누가 이런 일을 한 거지?소은호는 어두운 표정으로 식탁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밥을 먹고 나서 소은정은 소찬식이 집에 남아있으라는 것을 무시한 채 전동하와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소은정에게는 자신의 구역에서 무서운 것이 없었다. 전동하가 운전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소은정을 힐끗 쳐다보고는 혼자 환하게 웃었다. “무슨 생각 해요?”“아니에요. 그저 누가 이렇게 심심해서 제 흔적을 지우고 다니나 해서요.”전동하가 멈칫하더니 말했다.“굳이 생각해야지 알아요? 박수혁이 지우고 다니는 거잖아요.”소은정이 놀란 듯 그를 쳐다보았다. 전동하의 옆모습은 늘 그렇듯 멋있고 아름다웠다. “당신이 미국으로 간 이후 흔적을 지울 수 있는 사람은 박수혁밖에 없어요. 그가 아니라면 이런 일에 누가 손을 대려 하겠어요?”소은정은 눈썹을 만지작거렸다. 전동하의 입에서 그녀가 예상했던 인물이 나왔기 때문이다.정말 박수혁 빼곤 아무도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없었다.전동하가 짧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또 그놈한테 뺏겼어.”전동하의 질투 섞인 말투를 들은 소은정이 짧게 쯧쯧 거렸다.“그냥 예상일 뿐이에요. 누가 그러길 바란대요?”소은정의 말을 들은 전동하는 갑자기 신난 듯 보였다.“박수혁이 그렇게 처리한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만약 이 말이 박수혁의 귀에 들어간다면 아마 화가 나 죽었을 걸요.”“동하씨 점점 유치해지는 거 알아요?”소은정이 전동하를 보면서 웃었다. 이렇게 유추하기보다는 그냥 전화해서 물어보는 것이 낫지 않나?잠깐의 침묵을 전동하가 깼다.“아니면 전화해서 감사하다고 말할까요?”소은정이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굳이?”
소은정은 말이 입 끝까지 나왔지만, 박수혁이 원하는 것은 감사한다는 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순간 생각났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말은 소은정이 할 수가 없었다. “고마워, 박대표.”박수혁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의 혈액마저 흐름을 멈춘 듯했다.“뭐가 고마운데?”그는 자기도 모르게 핸드폰을 꽉 쥐었다.“전기섭 일 말이야. 당신이 내 흔적을 지운 것 아니야?”박수혁 쪽에서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어떻게 알았어?”소은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 전동하를 보았다. 박수혁은 웃더니 비아냥거리듯 말했다.“그 일이라면 됐어. 작은 일인데 뭐, 전기섭을 더 때리지 않은 것도 마지막 자비를 베푼 거야.”소은정은 애써 침착하게 얘기했다.“어찌 되었든 고마워, 돌아오면… 동하씨랑 내가 밥 한 끼 살게.”박수혁은 어두운 표정으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는 애써 자신의 분노를 감추면서 말했다.“너랑 전동하가?”나한테 전동하의 얘기를 꺼내다니 감사 인사를 전하려고 전화한 것이 맞나?일부러 죽이려고 전화한 것이 아니라?그날 밤 전동하의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지만 않았더라도 이렇게 어렵게 이 일을 처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정말 전동하를 위해 도와줬다고 생각해? 그의 능력이 부족하지만 않았더라도 내가 직접 나설 일은 없었어. 적당히 본인이 처리할 수 있는 일에만 손대라고 해. 실력이 없으면 가만히 있던가,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하지 말고.”박수혁은 다시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그의 안색이 좋지 못했다. 소은정이 아니었다면 전인그룹이 전동하를 해치려는 것을 도와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소은정이 말을 이어 나가려고 할 때 전동하가 전화를 낚아채 박수혁에게 말했다.“박대표님, 저를 위해 처리해준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은정씨와 저는 박대표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거예요. 하지만 실력을 따지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네요. 전인 그룹이 생각지 못하는 곳에서 수를 쓰는 것에 대해 판별하지 못했을 뿐이죠.
전기섭의 일로 큰 비바람이 몰아칠 줄 알았으나 국내에서는 조용했다. 하지만 소찬식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최성문 경호원은 소은정의 옆에서 경계를 놓치지 않은 채 어딜 가던 따라붙었다. 며칠 후.실리 쪽에서 잡지의 표지를 다 찍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여러 가지 다른 컨셉으로 찍은 사진은 완벽하기 그지없었다. 이제 남은 일은 이 여러 가지 사진 중 메인으로 쓸 한 장만 뽑는 것이었다. 이 일은 사진을 찍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실리는 몇 장의 사진을 소은정에게 보낸 후 선택해달라고 했다. 소은정 덕에 세미를 불러올 수 있었고 손호영의 앞길도 이 표지에 달려있기 때문이었다. 몇 장의 사진을 본 소은정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레드와 블루톤의 보색대비에 맞게 세미와 손호영은 서로 등을 대고 서 있었는데 두 가지 문화의 만남과 어우러짐 같았다. 역시 세계에서 제일가는 촬영작가들의 사진이라 그런지 명불허전 이였다. 자세히 보니 세미와 손호영은 보정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세미 눈 아래에 있는 작은 점이 선명하게 보였고 손호영 미간 사이로 강한 의지가 나타났다. 다른 씬에서 찍은 다른 사진은 방금 레드 블루보다 더 이목을 집중시켰다.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역시 전 세계에서 출판량이 제일 많은 VJ잡지답다. 소은정이 생각하기에는 여기서 아무 사진이나 골라도 다른 연예인들의 에이 컷보다는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쪽에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니 실리 보고 결정을 내리라고 전달했다. 실리는 직원들과의 의논 끝에 레드톤과 블루톤 보색대비 바탕의 사진을 선택했고 전체 잡지 테마 컬러로 정했다. 삼 일 뒤. 해외에서 잡지가 먼저 출간되었고 국내에서는 인터넷에서만 떠돌고 있었다. 먼저 패션계에서 이 잡지 표지에 대해 주목하였고 다음으로는 인터넷에서 작지 않은 파동이 일었다. “미친, 손호영은 언제 이 잡지를 찍은 거야? 너무 섹시하다…”“바이올렛이 없어도 VJ는 건재하네. 역시 같은 레벨이 아니야. 바이올렛은 대체
해외 화보 촬영 덕분에 손호영의 몸값은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소은정은 전동하와 점심 약속을 잡았다.요즘 전동하는 꽤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지 낮에는 거의 실종 상태고 저녁 늦게에야 집으로 돌아오는 듯했다.다행인지 바쁜 걸로 치면 소은정도 만만치 않았고 그 덕분에 단둘이 데이트를 즐기는 것도 꽤 오랜만이었다.하지만 소은정이 오늘 특별히 전동하를 부른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며칠 전부터 전동하와 연락이 안 된다며 잔뜩 불만을 표하던 실리아의 말 때문이었다.흠, 나더러 대신 불만을 전해 달라는 건가?뭐, 딱히 큰 부탁도 아니고 이걸 핑계로 데이트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소은정도 흥쾌히 응했다.약속 시간 10분 전, 소은정은 약속 장소인 레스토랑으로 향했다.하지만 레스토랑 문을 연 순간, 이미 테이블에 앉아있는 전동하를 발견한 소은정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아이고, 전 대표님, 왜 이렇게 일찍 도착했어요?”소은정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전동하가 푸흡 웃음을 터트렸다.“다른 사람도 아니고 은정 씨와의 약속인데 늦으면 안 되죠.”“우리 12시에 만나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지금 11시 50분인데요?”시간을 다시 확인한 소은정이 대답했다.“30분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었어요.”풉, 어지간히 보고 싶었나 보네.한편 전동하는 익숙하게 그녀의 코트와 핸드백을 받아 옷걸이에 걸어두고 그녀를 위해 의자까지 빼주었다.“앉아요. 음식은 은정 씨가 좋아할 만한 걸로 이미 주문했어요. 뭐 더 먹고 싶은 거 있어요?”메뉴를 힐끗 바라보던 소은정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어차피 우리 둘이 먹을 건데요 뭐. 아 참, 요즘 실리아 전화는 왜 안 받아요?”소은정의 질문에 전동하가 어깨를 으쓱했다.“아, 안 받아도 괜찮아요. 은정 씨도 귀찮으면 그냥 차단해 버려요.”무덤덤한 전동하의 말투에 소은정의 눈이 동그래졌다.하, 이래도 되는 거야?“실리아 덕분에 손호영 씨 화보 촬영이 진행되긴 했지만 이제 은정 씨도 VJ 이사
살짝 열린 문 틈 사이로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문에 가려져 여자의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왠지 보통 사람이 아닐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소은정이었다.“전 대표님, 여기서 만나네요. 너무 오랜만이에요.”이에 전동하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박수아 씨.”박씨?비록 대한민국에서 박씨 성을 가진 사람은 수도 없이 많겠지만 왠지 모르게 박수혁이 생각나며 소은정도 유심히 룸 밖을 내다보기 시작했다.게다가 박수아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다음 순간, 미소를 지은 박수아가 룸 안으로 들어왔다.그제야 전동하 맞은 편에 앉은 여자의 존재를 확인한 박수아의 표정이 살짝 굳었지만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합석할까요? 일적으로 드릴 얘기도 있고요.”딱 봐도 그녀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에 소은정은 여자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오히려, 소은정은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전동하를 훑어보기 시작했다.그래. 처음 만났을 때부터 동하 씨가 여자랑 따로 있는 걸 본 적이 없네? 항상 마이크 그리고... 단둘이 만나는 이성은 나뿐인가?전동하가 워낙 지고지순한 스타일이라 그런지 소은정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키 크고 잘생기고 성격 좋고 능력 좋고 돈까지 많은 남자.여자들이 이런 남자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겠지.최근 사교계에서는 거의 박수혁과 투 톱으로 거론이 되는것 같기도 한데...오히려 10m 정도만 다가가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차가운 박수혁과 달리 웬만한 사람에게는 젠틀하고 친절한 전동하에게 더 매력을 느끼는 여자들이 많은 듯했다.그러고 보면 윤시라도 처음 만났을 때 동하 씨한테 들러붙었었지?하지만 윤시라의 타깃은 나였고 이 여자는 달라... 사랑의 라이벌의 등장인 건가?변태 같지만 왠지 가슴이 콩닥이는 소은정이었다.어떻게 대응하는지 두고 볼 거야. 합석하겠다고 말해 봐... 바로 나갈 거야.하지만 전동하는 친절하지만 어색한 미소로 화답했다.“아, 그건 좀 불편할 것 같은데요.”냉정한
어쩐지 목소리가 익숙하더라니. 박 회장 칠순 잔치에서 딱 한 번 봤었나? 그것도 살짝 얼굴만 비추고 갔었지?박수아는 해외 유학파로 아이비리거라는 신분에 꽤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었고 말끝마다 자신의 독립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사람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학비와 생활비는 전부 박씨 일가의 돈이었지만 말이다.대충 시간을 계산해 본 소은정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올해쯤에 졸업이든가?여자친구라고??한편, 박수아도 소은정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차가운 분위기에 자기주장 확실한 이목구비, 질투 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미모였다.그런데... 아까부터 왜 이렇게 익숙하지?그리고 다음 순간, 뭔가 떠올린 박수아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더니 눈이 커다래져서는 물었다.“혹시 새언니?”그래 이름이 소은정이었나? 예리가 오빠랑 같이 찍힌 사진을 보내준 적이 있었지. 사진 속 소은정은 박수혁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사진을 보낸 박예리는 소은정을 항상 촌닭이라며 무시했고 결혼으로 신분 상승한 천박한 계집이라며 모욕까지 서슴치 않았다.그리고 딱 한 번 큰할아버지 칠순 잔치에서 만났을 때도 소은정은 가족들 앞에서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는 그런 여자였다.할아버지도, 고모도... 다들 싫어했었지. 아예 존재감이 없는 여자였는데 왜 이렇게 많이 바뀐 거지?비록 그녀가 등장하고부터 소은정은 단 한 마디도 내뱉지 않았지만 미간 사이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과 당당한 시선에 오히려 왠지 그녀가 고개를 숙여야 할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새언니라는 호칭에 전동하의 입가에 걸려있던 형식적인 미소마저 자취를 감추었다.그제야 가만히 있던 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박수아 씨. 아무리 해외에 있었다지만 그쪽에서도 기사는 볼 수 있지 않나요? 나랑 박수혁 대표 이혼 기사가 한동안 포털 사이트 화면을 가득 채웠던 걸로 아는데... 새언니라는 호칭 좀 불편하네요.”소은정의 깔끔한 선긋기에 전동하의 표정을 힐끗 살핀 박수아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전동하의 말에 박수아, 소은정 모두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특히 박수아는 모욕감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박수혁과는 비할 바가 못 되었지만 박대한의 손녀로서 어딜 가나 대접 받으며 살아온 인생이었다.저딴 이혼녀 때문에 지금 나한테 망신을 주는 거야?전동하에게 품었던 조금의 호감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입술을 꽉 깨문 박수아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하,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두 분 즐거운 식사 되세요.”말을 마친 박수아는 바로 레스토랑을 나가버렸다.입맛 다 버렸네...하이힐 굽으로 바닥을 쾅 내리친 박수아는 뭔가 생각난 듯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어? 기섭 선배 번호 아니에요? 저 기섭 선배 학교 후배 박수아예요...”잠깐 동안의 침묵이 흐르고 많이 지친 듯한 전인국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왔다.“아... 기섭이가 지금 전화를 받기 힘든 상황이라. 무슨 일이죠?”그의 질문에 박수아가 다시 매서운 눈빛으로 다시 레스토랑을 올려다 보았다.전동하, 소은정... 날 그딴 식으로 모욕했다 이거지? 내가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줄 알아?뭔가 다짐한 듯 깊은 한숨을 내쉰 박수아가 입을 열었다.“아, 전 회장님이시군요. 저도 선배 상황... 대충 들어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말인데... 누가 선배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제가 알아낸 것 같은데요...”한편, 홱 돌아서서 룸을 나가는 박수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은정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뭐,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박예리보다는 많이 낫네. 그래 봤자 표정을 숨기는 건 아직 많이 서툰 것 같지만... 그런데 혹시... 에이, 설마.고개를 살짝 저은 소은정은 다시 전동하를 바라보았다.식어버린 차를 쏟아버리고 따뜻한 차를 따라주던 전동하도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요?”“두 사람... 뭐 진행 중인 프로젝트 있는 거 아니에요? 나 때문에 사이가 틀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그녀의 질문에 전동하가 미간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