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하가 말했다. “시상식이 그저 시상하는 곳인 줄로만 아세요? 이건 투자를 끌어들이는 좋은 기회라고요. 주최 측에서는 모두 저 사람 같은 사람들로 바꾸고 싶어 할걸요.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좀 그러니까 연기파들도 생겨난거 죠.” 소은정은 힐끔 쳐다보고는 말했다. “아는 것이 많으시네요?” “덕분에요.” 전동하는 소은정에게 접근하기 위해 정말로 연예계를 많이 알아보고 다녔다, 그러나 리스크가 주식시장보다도 더 큰지라 일단 한 연예인의 소문이 퍼지기라도 한다면 배후의 자본마저도 함께 곤란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정도 있고 욕구도 있는데 어떻게 물건처럼 항상 안정적임을 유지하고 있겠는가? 게다가 연예계는 너무나도 더러웠다. 그가 조금이라도 투자하고 싶은 의향을 보이면 그의 곁에 여자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고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구역질이 나왔다. 하지만 전동하는 이러한 일들을 소은정과 말하지 않았다. 혹여 그녀의 귀를 더럽힐가봐였다. 시상자가 남우주연상의 이름을 발표하려 하자 음악도 박진감 넘치는 소리로 바뀌었다. 박자가 빨라질수록 심장도 따라서 빨리 뛰는 것 같았다. “남우주연상에는...... 장윤입니다!”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서로 마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회자의 이끌림에 사람들이 그제야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연예계 내부에서 이름있는 몇몇 배우들은 꿈쩍도 않고 앉아있었다.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 “장윤”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 본 사람도 적지 않았다. 영화의 황제? 웃기기 그지없었다. 그가 바로 아까 짧은 영상에서 어색한 연기와 더듬거리는 대사를 보여준 의문의 배우였다. 연기파 대선배님과 손호영이라는 가장 인기 있는 두 경쟁자를 물리치고 영화의 황제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다니!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던 소은정의 얼굴은 금세 일그러졌다. 억지로 느끼한 케이크를 먹은 것 마냥 구역질이 났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있으려 했지만 도저히 가만히 앉
두 사람은 선후로 자리를 떠났다. 뒷모습마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자리를 떠난 그녀는 바로 도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셨죠? 그 장윤이란 사람은 누가 꽂아 넣은 건데요? 저런 사람이 영화의 황제? 그냥 아무 엑스트라를 찾아도 쟤보다는 잘하겠어요!” 도준호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네가 화를 낼 줄 알았어.” “준호 씨는 화 안 나요?” 소은정은 되물었다. 도준호는 대답했다.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먼저 봐. 네티즌들이 너보다 더 화가 났어. 장윤 걔는 지금 쌓아온 인복도 다 차버렸어. 손호영과 그 대선배님이 함께 쟤한테 졌으니, 오히려 쪽팔리지 않겠어?” 전화를 끊은 소은정은 바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전동하는 한편에서 그녀의 팔을 감싼 채 그녀를 차 안으로 끌어당겼다. 집중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소은정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핸드폰에만 몰두했다. 실시간 검색어 일위에는 “거짓 황제 장윤, 이글은 그만의 정원인 것일까!” 아래에는 소은정을 실망시킬만한 댓글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 놀라운 게, 제일 연기를 못 하는 사람이 남우주연상을 받은 거야. 정말 다른 배우가 안타까워......” “원래는 그 대배우님을 응원해야 할지 아니면 손호영을 응원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는데 다 필요 없어졌어. 그냥 다 와서 장윤이나 욕해......” “5명의 연기파들이 연기를 못하는 단 한 명의 러닝메이트나 하다니, 올 한 해 중 가장 웃겼다!” “이 트로피를 받으면 찔리지 않나? 그 영화 평점이 고작 2.8 밖에 되지 않는데 영화의 황제라니?” “거짓 황제, 다른 다섯 명중에 아무나 골라도 쟤보다 낫겠어. 심사위원들 돈 받은 거 아님?” “그런데 돈으로 따지면 손호영이 이글 엔터 소속인데. 소은정 산하에 있는 손호영도 상을 못 받았는데 장윤이 받은 거면 얘 뒤에 이글 엔터보다도 더 센 세력이 있단 말 아니야?” ...... 소은정은 다 읽고 나서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순식간에
전동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한 손으로 턱을 괴고는 실눈을 떴다. “왜 또 갑자기 신났어요?” 여자들은 정말 이상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화가 나 뭐라도 부숴버릴 지경이지 않았던가! 소은정은 배시시 웃으며 그를 보았다. “뭐가 슬플 게 있겠어요, 다행히 내가 꼼수를 쓰지 않아서 그렇지. 아니면 지금 욕먹고 있는 사람은 손호영이었을 거라고요.” 손호영의 이름을 듣자 전동하는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맞잡았다. 말투는 침착해 보이려 애쓰고 있었다. “다 끝났어요. 더는 생각 말아요. 오늘 손호영의 이름을 너무 자주 언급하는 거 아니에요?” 소은정은 눈을 깜박거렸다. 알 수 없는 조금은 다른 감정을 들어버린 것만 같았다. 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많았나요?” 전동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요!” 그녀의 관심은 오늘 대부분 손호영한테로 가 있었다. 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해 보았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쨌든 오늘 그녀는 손호영을 위해 온 것이었으니까. 그녀는 웃어보였다. 자신의 흥분되는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하늘이 저를 돕는 것 같아요! 손호영은 지금 안 뜰 수가 없다니까요!” 전동하는 할 말을 잃었다. “......” 그래서, 이번에도 그라는 말이지? ...... 도준호는 기분 좋게 뒤풀이까지 참가한 후 자리를 떴다. 이글 엔터는 연예계와 굉장히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었기에 체면이 서질 않았다. 유준열은 안색이 너무나 창백해 보였고 제정신도 아닌 것 같았다. 손호영이 오히려 사람들과 수다를 떨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 도준호는 술장에 기대여 자신 산하의 가장 유명한 두 연예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의 그는 모든 돈을 유준열한테 쏟아 부었고 유준열은 그정도의 성과만 냈었다. 그러나 오늘 보니, 손호영이 유준열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았다. 유준열은 컵을 들고 와서 억지
유준열의 안색은 나쁘다 못해 파래지기까지 했다. 무언가가 할 말이 있는 듯했다. 그러나 도준호가 유준열을 바라보면서 경고의 뜻이 담긴 차가운 말투로 유준열과 말했다. “너희들은 내 회사 사람들이야. 난 언제나 경쟁을 싫어하진 않지. 그러나 너희들이 회사의 이익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결과는 너희들이 감당해.” 유준열의 안색은 너무나도 보기 좋지 못했다. 손호영은 순순히 대답했다. “네, 제가 해야 할 일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준열도 대답했다. “저도요.” 도준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호영을 바라보았다. “내일 아침에 촬영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일찍 들어가 쉬게.” 손호영은 웃어 보이고는 예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러고는 유준열을 향해 머리를 끄덕이고는 매너 있게 자리를 떠났다. 손호영이 떠나자 도준호의 눈빛은 가라앉았다. 그는 유준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넌 아직도 불복하지, 유준열, 맞지?” 유준열은 머리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청춘이 흘러넘치던 두 눈동자에는 차가움과 아니꼬움이 묻어나 있었다. 오랫동안 숨겨 왔던 것이 이제는 더는 숨길 필요가 없다는 듯이. “ 도 대표님, 소은정 씨가 손호영만 너무 편애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도준호는 차갑게 웃었다. “걔 전에는 너도 편애하지 않았나? 왜, 지금은 또 질투나?” 마음을 들켜버린 유준열의 낯빛은 너무나도 어두웠다. “이건 불공평하죠. 손호영이 지금 얼마나 기세가 등등한지 보라고요.” 도준호는 차가운 눈빛으로 유준열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넌 뛰어다니며 이글 상 심사위원들과 손호영을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다녔니? 좋기는 손호영이 남우주연상을 받아야 한다고? 너 적지 않은 돈을 썼던데? 난 몰랐지, 네가 이렇게나 헌신적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관계를 사들인다고?” 유준열의 얼굴은 갑자기 굳었다. 그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저...... 전 한 회사니까,
도준호의 말투에서는 독함이 묻어 나왔고 유준열로 하여금 벌벌 떨게 했다. 유준열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원래는 회사의 다른 한 신인의 자원이었지만 그는 너무나도 갖고 싶었다. 그러나 매니저는 꿈도 꾸지 말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도준호가 밀기로 한 사람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소은정이 그 제작팀으로 가게 되었다. 그는 무심결에 도준호의 자신에 대한 냉담함과 소홀함을 내비치게 되었다. 소은정은 바로 도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록 어느 자원을 달라고 명확하게 요구한 건 아니었지만 광고는 결국에는 그가 찍게 되었다. 그는 아무도 모를 줄 알았다. 그러나 도준호가 이렇게 똑똑히 알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는 비틀거리며 연회장을 떠났다. 어떻게 돌아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그는 깨달았다. 회사에 남아있는 한 순순히 자기가 해야 할 일만 해야겠다고. 계약을 파기하기라도 한다면 그 많은 위약금도 물론 도준호도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었다. ...... 이 일은 거의 한주일간 인터넷을 달궜다. 장윤과 그의 배후의 사람들도 일의 여파가 이렇게 클 줄은 상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저 남우주연상을 사들여 나중의 연기 인생에 도움이 되라고 한 것이었는데. 결과는...... 장윤의 자원들이 벌써 그가 연예계를 퇴출하나 안 하나를 지켜보고 있다니? 그에게로 전해졌던 대본들도 다 거두어들였다. 그가 승낙이라도 하면 자신들한테까지 불똥이 튈 까봐였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수혜자는 손호영이 되어버렸다. 손호영의 인성과 매력은 장안의 화제로 되었다. 한 주가 지나지 않아 의 작가 Sily가 소은정한테 전화를 걸었다. “소은정 씨, 손호영 지금 인기 굉장하던데요. 또 극성팬들도 아니고. 이 화제성 정도면 저희 표지 함께 찍어요. 세미 쪽에서 아직 연락 안 갔죠?” 원래는 그녀를 보채려던 참에 소은정은 피식 웃었다. “극성팬”이라는 단어까지 배웠다고? “
소은정은 그녀의 충성스러운 팬이다! 멀리 해외에 있는 소은해가 재채기를 참지 못하고 코를 비볐다. 누군가가 그의 생각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세미는 소은정 덕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 둘은 반나절이나 이야기하다가 그제야 전화를 끊었다. 소은정은 촬영 시간을 도준호에게 알려주었다. 도준호더러 사람을 찾아 손호영과 동행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때 가서 소은정도 다녀 올 계획이었다. 그녀도 오랫동안 자신의 우상을 보지 못하지 않았던가! 촬영 일자가 다가오자 소은정은 전동하와 자신이 해외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따라올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고까지 말했다.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있었다. 금방 식사를 마치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소은정은 전동하의 말을 듣고 잠깐 멈칫했다. “요즘 바쁜 거 아니었어요?” 소은정은 요즘 해외업무를 이전하여 여기에 새로운 판을 개척하고 이전 모델을 이어나가기 위해 바빴다. 매일 월가에 가기는 어려웠다. 원격 조정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은정도 알고 있었다. 이는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전동하는 눈썹을 쓸더니 웃어 보였다. “아무리 바빠도 전 따라 갈래요. 은정 씨와 떨어지긴 싫거든요.” 소은정은 쿠션을 안고 그를 바라보았다. “전에는 몰랐는데 꽤 집착이 심하시네요?” 전동하는 멈칫했다. 자신도 모르게 왜 이렇게 집착이 심해졌지? 하루라도 그녀를 보지 않으면 마음이 공허했다. 그는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혹시 싫으면 앞으로는 최대한 집착하지 않으려고 노력할게요. 그래도 전 가고 싶어요.” 소은정은 입안에 있던 물을 하마터면 뿜을 뻔했다. 그녀는 크게 기침을 했다. 전동하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게 되는 것만 같았다. 이게 내가 알던 전동하가 맞단 말인가?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고 침착한 척했다. “알겠어요, 가고 싶으면 가요.” 그녀는 자신이 패기 넘치는 사장님이 된 것 같은 기분
소은정은 온몸이 나른해졌고 단 하나의 힘도 없이 그에게 지배당하고 있었다. 전동하는 아예 사람이 바뀐 듯했다. 부드러운 겉 모습 안에 오랫동안 굶주린 사자가 있는 듯했다. 소은정이 바로, 그 먹잇감이었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그녀는 소파에 눕혀졌다. 크고 부드러운 소파가 등에 눌리워 파여들어가자 그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울망울망한 두 눈을 뜨자 전동하가 그녀의 위에 올라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한 손은 그녀의 머리 주위에서 맴돌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허리 부근에 있었다. 닿는 곳마다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웠고 그녀는 온몸이 저릿저릿했다. 그녀는 자신의 호흡을 가다듬고 침착해지려 애썼다. 그러나 그의 깊은 시선과 얽힐 때마다 속수무책이 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의 검은 두 눈동자에는 감출수 없는 욕망과 짙은 억제로 가득했다. 그의 몸은 뜨거웠고 다른 곳도 반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소은정은 그의 몸의 변화를 무시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이 일을 너무 거부하지 말라고도 스스로 세뇌했다. 그녀는 보수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전동하가 이성을 잃을 때마다 그는 자신을 자제하고 있었고 그녀는 이를 의아하게 여겼었다. 한유라의 말로는 남자는 침대위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도 잊은 채 짐승처럼 변한다고 했다. 그러나 전동하는 그렇지 않았다. 부드럽고 자제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감정이 우선이었다. 그녀가 직접 입으로 “원해요.”라는 세 글자를 말하기 전까지 털 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가 정신이 팔린 사이 전동하는 머리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물었다. “집중 안 해요?” 그의 목소리는 낮고 허스키했으며 유혹적이었다. 소은정은 조금은 아파 작은 비명을 질렀고 전동하는 그녀의 매혹적인 붉은 입술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의 한 쪽 손은 그녀의 가는 허리에서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진귀한 예술작품을 쓰다듬는 듯했다. 그의 행동은 부드러웠으나 참지 못하고 느끼려고 했다. 소은정은 그의 행
전동하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그녀의 하얀 피부에 올라온 홍조와 입술의 옅은 광택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의 눈빛은 한층 더 가라앉았다. 그의 몸은 곧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그녀의 어깨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는 머리를 숙여 그녀와 입을 맞췄다. 세게, 복수라도 하려는 듯이. 그녀를 한 입에라도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소은정이 숨이 가빠 오기 시작해서야 그는 입술을 뗐다. “왜 이렇게 매력적이에요?” 한 마디 내뱉은 그는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소은정은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어디 가요?” 입만 맞추다가 끝나버린다고? 전동하는 멈칫하였으나 고개를 돌리진 않았다. “샤워 좀 하려고요. 은정 씨 욕실 좀 써야겠는데, 괜찮죠?” 소은정은 대답했다. “괜찮아요......” 그는 큰 발폭으로 걸어갔다. 집안 구석구석은 그에겐 너무나도 익숙했다. 소은정은 의아하여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입만 맞춘다고요? 이렇게 끝난다고?” 그들은 항상 끝을 보지 못했다. 소은정은 그런 일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녀도 별 경험도 감흥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동하가 매번마다 끝을 보지 않는 모습은 마치도 그녀가 아무런 매력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왜 그는 나한테 빠져들지 않는 거지? 그가 이렇게나 절제하는 건 내가 매력이 없어서일까? 소은정은 허탈하게 앉아 자신의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였다. 이 말을 들은 전동하는 갑자기 몸을 돌렸다. “계속하고 싶어요?” 그의 말에 소은정이 멈칫 굳어버렸다. 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마치도 그녀의 대답을 기대하는 듯했다. 소은정은 입술을 축였다. 그러나 그녀는 “네!”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그렇게나 갈망하는 것처럼 보였을까?”아니요, 별로요.” 그리고 전동하의 눈빛은 금방이라도 소은정을 집어삼킬듯 했다. 소은정은 바로 거절했다. 전동하는 실망한 듯이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