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준호의 말투에서는 독함이 묻어 나왔고 유준열로 하여금 벌벌 떨게 했다. 유준열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원래는 회사의 다른 한 신인의 자원이었지만 그는 너무나도 갖고 싶었다. 그러나 매니저는 꿈도 꾸지 말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도준호가 밀기로 한 사람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소은정이 그 제작팀으로 가게 되었다. 그는 무심결에 도준호의 자신에 대한 냉담함과 소홀함을 내비치게 되었다. 소은정은 바로 도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록 어느 자원을 달라고 명확하게 요구한 건 아니었지만 광고는 결국에는 그가 찍게 되었다. 그는 아무도 모를 줄 알았다. 그러나 도준호가 이렇게 똑똑히 알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는 비틀거리며 연회장을 떠났다. 어떻게 돌아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그는 깨달았다. 회사에 남아있는 한 순순히 자기가 해야 할 일만 해야겠다고. 계약을 파기하기라도 한다면 그 많은 위약금도 물론 도준호도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었다. ...... 이 일은 거의 한주일간 인터넷을 달궜다. 장윤과 그의 배후의 사람들도 일의 여파가 이렇게 클 줄은 상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저 남우주연상을 사들여 나중의 연기 인생에 도움이 되라고 한 것이었는데. 결과는...... 장윤의 자원들이 벌써 그가 연예계를 퇴출하나 안 하나를 지켜보고 있다니? 그에게로 전해졌던 대본들도 다 거두어들였다. 그가 승낙이라도 하면 자신들한테까지 불똥이 튈 까봐였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수혜자는 손호영이 되어버렸다. 손호영의 인성과 매력은 장안의 화제로 되었다. 한 주가 지나지 않아 의 작가 Sily가 소은정한테 전화를 걸었다. “소은정 씨, 손호영 지금 인기 굉장하던데요. 또 극성팬들도 아니고. 이 화제성 정도면 저희 표지 함께 찍어요. 세미 쪽에서 아직 연락 안 갔죠?” 원래는 그녀를 보채려던 참에 소은정은 피식 웃었다. “극성팬”이라는 단어까지 배웠다고? “
소은정은 그녀의 충성스러운 팬이다! 멀리 해외에 있는 소은해가 재채기를 참지 못하고 코를 비볐다. 누군가가 그의 생각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세미는 소은정 덕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 둘은 반나절이나 이야기하다가 그제야 전화를 끊었다. 소은정은 촬영 시간을 도준호에게 알려주었다. 도준호더러 사람을 찾아 손호영과 동행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때 가서 소은정도 다녀 올 계획이었다. 그녀도 오랫동안 자신의 우상을 보지 못하지 않았던가! 촬영 일자가 다가오자 소은정은 전동하와 자신이 해외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따라올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고까지 말했다.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있었다. 금방 식사를 마치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소은정은 전동하의 말을 듣고 잠깐 멈칫했다. “요즘 바쁜 거 아니었어요?” 소은정은 요즘 해외업무를 이전하여 여기에 새로운 판을 개척하고 이전 모델을 이어나가기 위해 바빴다. 매일 월가에 가기는 어려웠다. 원격 조정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은정도 알고 있었다. 이는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전동하는 눈썹을 쓸더니 웃어 보였다. “아무리 바빠도 전 따라 갈래요. 은정 씨와 떨어지긴 싫거든요.” 소은정은 쿠션을 안고 그를 바라보았다. “전에는 몰랐는데 꽤 집착이 심하시네요?” 전동하는 멈칫했다. 자신도 모르게 왜 이렇게 집착이 심해졌지? 하루라도 그녀를 보지 않으면 마음이 공허했다. 그는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혹시 싫으면 앞으로는 최대한 집착하지 않으려고 노력할게요. 그래도 전 가고 싶어요.” 소은정은 입안에 있던 물을 하마터면 뿜을 뻔했다. 그녀는 크게 기침을 했다. 전동하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게 되는 것만 같았다. 이게 내가 알던 전동하가 맞단 말인가?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고 침착한 척했다. “알겠어요, 가고 싶으면 가요.” 그녀는 자신이 패기 넘치는 사장님이 된 것 같은 기분
소은정은 온몸이 나른해졌고 단 하나의 힘도 없이 그에게 지배당하고 있었다. 전동하는 아예 사람이 바뀐 듯했다. 부드러운 겉 모습 안에 오랫동안 굶주린 사자가 있는 듯했다. 소은정이 바로, 그 먹잇감이었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그녀는 소파에 눕혀졌다. 크고 부드러운 소파가 등에 눌리워 파여들어가자 그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울망울망한 두 눈을 뜨자 전동하가 그녀의 위에 올라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한 손은 그녀의 머리 주위에서 맴돌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허리 부근에 있었다. 닿는 곳마다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웠고 그녀는 온몸이 저릿저릿했다. 그녀는 자신의 호흡을 가다듬고 침착해지려 애썼다. 그러나 그의 깊은 시선과 얽힐 때마다 속수무책이 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의 검은 두 눈동자에는 감출수 없는 욕망과 짙은 억제로 가득했다. 그의 몸은 뜨거웠고 다른 곳도 반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소은정은 그의 몸의 변화를 무시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이 일을 너무 거부하지 말라고도 스스로 세뇌했다. 그녀는 보수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전동하가 이성을 잃을 때마다 그는 자신을 자제하고 있었고 그녀는 이를 의아하게 여겼었다. 한유라의 말로는 남자는 침대위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도 잊은 채 짐승처럼 변한다고 했다. 그러나 전동하는 그렇지 않았다. 부드럽고 자제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감정이 우선이었다. 그녀가 직접 입으로 “원해요.”라는 세 글자를 말하기 전까지 털 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가 정신이 팔린 사이 전동하는 머리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물었다. “집중 안 해요?” 그의 목소리는 낮고 허스키했으며 유혹적이었다. 소은정은 조금은 아파 작은 비명을 질렀고 전동하는 그녀의 매혹적인 붉은 입술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의 한 쪽 손은 그녀의 가는 허리에서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진귀한 예술작품을 쓰다듬는 듯했다. 그의 행동은 부드러웠으나 참지 못하고 느끼려고 했다. 소은정은 그의 행
전동하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그녀의 하얀 피부에 올라온 홍조와 입술의 옅은 광택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의 눈빛은 한층 더 가라앉았다. 그의 몸은 곧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그녀의 어깨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는 머리를 숙여 그녀와 입을 맞췄다. 세게, 복수라도 하려는 듯이. 그녀를 한 입에라도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소은정이 숨이 가빠 오기 시작해서야 그는 입술을 뗐다. “왜 이렇게 매력적이에요?” 한 마디 내뱉은 그는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소은정은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어디 가요?” 입만 맞추다가 끝나버린다고? 전동하는 멈칫하였으나 고개를 돌리진 않았다. “샤워 좀 하려고요. 은정 씨 욕실 좀 써야겠는데, 괜찮죠?” 소은정은 대답했다. “괜찮아요......” 그는 큰 발폭으로 걸어갔다. 집안 구석구석은 그에겐 너무나도 익숙했다. 소은정은 의아하여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입만 맞춘다고요? 이렇게 끝난다고?” 그들은 항상 끝을 보지 못했다. 소은정은 그런 일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녀도 별 경험도 감흥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동하가 매번마다 끝을 보지 않는 모습은 마치도 그녀가 아무런 매력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왜 그는 나한테 빠져들지 않는 거지? 그가 이렇게나 절제하는 건 내가 매력이 없어서일까? 소은정은 허탈하게 앉아 자신의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였다. 이 말을 들은 전동하는 갑자기 몸을 돌렸다. “계속하고 싶어요?” 그의 말에 소은정이 멈칫 굳어버렸다. 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마치도 그녀의 대답을 기대하는 듯했다. 소은정은 입술을 축였다. 그러나 그녀는 “네!”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그렇게나 갈망하는 것처럼 보였을까?”아니요, 별로요.” 그리고 전동하의 눈빛은 금방이라도 소은정을 집어삼킬듯 했다. 소은정은 바로 거절했다. 전동하는 실망한 듯이
전동하는 “알겠어요.”라고 대답하며 타협하는 듯했다. 그는 자신의 옷이 여기에 준비되어 있지 않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입을 열었다. 소은정에게 암시하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집에 자신의 옷을 준비해둬도 된다고. 이런 일은, 자주 발생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소은정은 다음부터는 그더러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씻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는 너무 불편하지 않은가! 전동하는 이 하얀 실크 잠옷을 바라보았다. 잠옷 위에는 정교한 하얀색 꽃무늬가 그려져있었다. 정말로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 같았다. 이 브랜드는 별로 유명하지도 않았지만 소박했고 또 비싸 보였다. 그가 입자 굉장히 작은 편이었다. 겨우 자신을 가릴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럴 수밖에 없었다. 나가보니 소은정은 이미 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기대어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예능을 따라 웃는 모습이 정말로 매력적이었다. 그는 조금 실망했다. 자신은 그렇게나 오랜 시간을 들여서 진정됐는데 소은정은 이렇게 빨리 회복됐다고? 소은정은 그가 걸어오는 모습을 바라보더니 눈썹을 찡긋거렸다. 그가 옷을 입은 모습을 감상이라도 하는 듯했다. “잘 어울려요. 허리가 조금 붙긴 하는데 조금은 컸으면 좋겠네요.” 그녀는 이 결점이 조금은 아쉬운 듯했다. 전동하는 눈을 찌푸리더니 꽃무늬 치마 끝을 끌어내렸다. “이게 잘 어울린다고요?” 이 색깔만 아니었다면 성별도 구분되지 않았을 것이며 그렇다면 전동하는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소은정은 실눈을 뜨고 아래위로 훑었다. “어울려요, 남자 것도 한번 만들어달라 해야겠어요. 나중에 선물로 줄게요!” 전동하의 기분은 순식간에 누그러들었다. 남자 것? 그럼 커플 잠옷인 건가! 소은정이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어! 그는 기침을 한번 하더니 말했다. “나 올라가서 옷 좀 갈아입을게요. 조금 있다 내려와 함께 티브이나 봐요.” 소은정은 멈칫했다. “저 우연준 더러 가져오라 한 파일이 있어서요. 돌아가서
소은정이 의아한 표정으로 우연준을 바라보았다.“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어요?”바로 5분 전에 문자를 보낸 것 같은데 말이야...“아, 뭐 살 게 있어서 근처에 있었습니다. 문자 보고 바로 온 거고요...”소은정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최대한 태연한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들어와요.”그리고 고개를 돌린 그녀가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다.“크흠, 동하 씨, 더러워진 옷 챙겨서 나가요.”고개를 끄덕인 전동하가 말없이 자리를 뜨고 그제야 우연준도, 소은정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한편, 소은정의 입술에 남은 흔적을 발견한 우연준이 어색하게 시선을 돌렸다.앞으로 전 대표님께 더 공손하게 굴어야겠는 걸...“프로젝트에 급한 문제가 생겨서 지금 바로 처리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고개를 끄덕인 소은정은 우연준과 함께 서재로 들어갔다.30분 뒤.“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서재에서 나온 우연준이 소은정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잠시 후, 대충 씻고 침대 위에 누운 소은정은 한참을 뒤척였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전동하의 얼굴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렸다.전동하... 정말... 죽여버릴까?다음 날, 소은정은 거의 점심 때가 되어서야 부스스 눈을 떴다.바로 휴대폰부터 든 소은정은 급한 업무가 없다는 걸 확인하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여유롭게 침대에서 일어난 소은정은 마스크팩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녀가 이렇게까지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건 화보 촬영 현장에 가봐야 한다는 이유로 급한 업무를 전부 소은호에게 맡겼기 때문이었다.물론 화보 현장에 가야 한다는 건 어디까지나 핑계일 뿐, 오랜만에 휴가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소은호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 동안 열심히 일해 온 게 있으니 그저 조심히 다녀오라고 했을 뿐이었다.출발 당일, 소은정과 전동하가 공항에 도착한 순간, 전동하의 휴대폰이 울렸다.전화를 받은 전동하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그 모습에 소은정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왜요? 무슨 일 생겼어요
하지만 소은정은 추위 때문에 그들의 시선에 불쾌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모닥불이라도 쬐었으면 좋겠다...이때 우연준의 휴대폰 액정과 함께 그의 표정이 환해졌다.“대표님, 택시 잡혔습니다. 어서 가시죠.”그제야 소은정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승차 구역에 도착한 소은정은 바로 앞에 검은색 링컨이 멈춰있는 걸 발견했다.열린 문 사이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가 보이고 소은정은 온몸이 사르르 녹는 것 같은 느낌에 고민도 하지 않고 차에 탑승했다.하지만 뒤에 서 있던 우연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콜택시를 불렀는데 왜 저런 외제차가...한편 허리를 숙이고 차 안에 머리를 들이민 소은정의 시야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남자의 얼굴이 들어왔다.박수혁이었다.순간 소은정의 몸이 살짝 떨리고 우연준도 부랴부랴 한 마디 덧붙였다.“대표님, 저희가 부른 차가 아닌 것 같은데요...”하지만 상황 파악이 되었을 때는 이미 늦은 뒤.말없이 고개를 돌린 소은정이 우연준을 힐끗 바라보았다.한편, 차 안에 있던 또 다른 인물, 박수혁의 클라이언트는 다짜고짜 차에 탄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분은...”박수혁은 여느 때처럼 차가운 표정이었다.박수혁의 얼굴을 확인한 소은정이 차에서 내리려던 순간, 박수혁이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그녀를 좌석에 앉혔다.“문 닫아.”그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어느샌가 모습을 드러낸 이한석이 잠깐 망설이다 결국 박수혁의 분부대로 문을 닫았다.차에 앉은 소은정은 거칠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죄송합니다. 차에 잘못 탔네요. 문 열어...”유창한 영어로 옆에 앉은 클라이언트와 대화를 나누던 박수혁은 그제야 고개를 들더니 소은정에게 물었다.“어디로 가는데. 내가 데려다줄게.”“됐어.”낯선 타향 땅에서 길을 잃는 것보다 박수혁과 엮이는 게 더 끔찍하게 싫었던 소은정이 단호하게 거절했다.따뜻하게 히터를 켰음에도 차안의 분위기는 기이하게도 차가웠다.그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열지 않
이한석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왠지 모를 애원까지 담겨있었다.소은정과의 연락이 끊긴 동안 박수혁의 기분은 그야말로 악마상태였다. 다른 것으로 정신을 마비시키기라도 하려는 듯 미친 듯이 일에만 매달리는 박수혁 때문에 수행비서인 이한석도 덩달아 끝나지 않는 야근의 굴레에 갇히고 말았다.하지만 운명의 장난인 걸까? 미국 출장에서 마침 소은정 대표를 마주치다니. 소은정의 얼굴을 본 순간 분위기가 달라진 박수혁의 모습에 이한석은 기회다 싶었다.이한석을 힐끗 바라본 소은정이 입술을 깨물었다.내가 싫다고 하면 이 비서님만 된통 혼나겠지. 휴... 이 비서님이 무슨 죄야.“워싱턴 빌딩으로 가주세요.”그래. 내 운전기사 노릇을 하고 싶다 이거지? 실컷 하게 해주지.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한석이 운전 기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차안의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기만 했다.조수석에 앉은 이한석은 10분 뒤 예정이었던 미팅을 한 시간 뒤로 미루었다.워싱턴 빌딩은 미팅 장소와 완전히 반대 방향, 왕복하려면 적어도 한 시간은 걸릴 것이다.하지만 대표님 입장에선 그 어떤 미팅보다도 소은정 대표님이 더 중요할 테니까...백미러로 박수혁을 힐끗 바라보던 이한석이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비록 박수혁이 대놓고 묻진 않았지만 이한석은 몰래 소은정의 근황을 살피고 있었다.시상식에서 손호영과 함께 레드카펫을 걸었던 기사와 전동하와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긴 기사...뭐 어느 것 하나도 박수혁에게 보여줄만한 건 아니라 몰래 숨겨두고 있었지만...한편 혼자 남겨진 우연준은 워싱턴 빌딩에서 만나자는 소은정의 문자를 받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부주의 때문에 소은정이 가장 극혐하는 박수혁의 차에 타고 말았다.행여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불길한 예감에 몸을 부르르 떨던 우연준은 이한석에게 문자를 보냈다.“저희 대표님 잘 부탁드려요. 쉽진 않겠지만 박수혁 대표님이 경솔하게 움직이시지 않게 말려주시고요...”“지금 워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