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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결혼에도 순서가 있는 법

사실 손을 홱 놓아버린 게 마음에 걸렸지만 농담을 하는 걸 보니 화가 난 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소은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 그런 여자 아니에요.”

그리고 주위에 다른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한 소은정이 다시 슬그머니 전동하의 손을 잡았다.

“동하 씨가 나랑 가장 잘 어울리는 파트너인데 내가 어디로 가요.”

그녀답지 않은 닭살 멘트에 소은정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불빛이 어두워서 다행이야...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전동하의 입가에 미소가 실렸다.

낯섬에서 익숙함으로 익숙함에서 친절함으로...

그에 대한 소은정의 태도가 점점 바뀌고 있다는 걸 전동하도 느끼고 있었다.

어느새 그의 세계로 더 깊이 발을 들이는 소은정을 바라보며 전동하는 왠지 마음껏 기뻐할 수 없었다.

한편, 전동하와 팔짱을 끼고 들어오는 소은정의 모습을 발견한 소찬식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형식적인 파티 파트너일지 모르겠지만 소찬식은 그게 아님을 알고 있으니 표정 관리가 더 힘들었다.

두 사람의 사이를 딱히 반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허락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젊은이들의 연애란 불확실성이 많은 것.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헤어지겠거니 했는데 한 달이 지났는데도 헤어지긴커녕 더 다정해진 모습에 왠지 불안해졌다.

이때 소찬식의 친구가 다가와 자연스레 그의 옆에 앉았다.

누가 오는 줄도 모르고 소은정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한 친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자식 키워봤지 소용없어. 은정이랑 전 대표 선남선녀에 잘 어울리는데... 이러다 다음 청첩장은 은정이 몫이겠어?”

친구의 주책맞는 말에 소찬식의 마음은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은호 말고 은찬이, 은해도 있어. 은정이 차례가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무슨 소리야!”

“하여간 은근히 보수적이라니까.”

요즘 순서대로 결혼하는 집안이 몇이나 된다고.

한편 소찬식의 마음도 착잡하긴 마찬가지였다.

집안이면 집안, 외모면 외모, 성격이면 성격... 사람만 놓고 보면 눈 씻고 찾아도 찾기 힘든 최고의 사윗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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