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아와 천진수 역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동시에 일어섰다.2층으로 올라가기 전 집사에게 분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10분 뒤에도 아무 말 없으면 내보내세요. 내일 바로 기자회견 열어서 딸을 되찾았다는 말 전부 오해였다고 발표할 테니까.”워낙 어렸을 때 헤어진 터라 쌓은 정도 별로 없는 천진아, 천진수 남매에게 윤시라는 아버지의 재산을 빼앗는 굴러들어온 돌이나 마찬가지였다.게다가 따로 알아보니 그 동안 해온 짓들이 그야말로 가관이었다.이대로 남겨두면 언젠가 그룹에 큰 해가 될 거야. 차라리 그전에 우리가 먼저 내치는 게 맞아.혼자 남겨진 윤시라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이렇게 버려졌다고? 내가?...SC그룹.소은정이 커피타임을 즐기던 그때 우연준이 태블릿을 들고 다가왔다.“윤시라 씨가 사과 영상을 업로드했습니다. 한 시간만에 조회수가 10만을 넘었고요. 그리고 어부지리 격으로 손호영 씨의 이미지까지 좋아져 저희 신제품도 반응 좋을 것 같은데요?”일석삼조... 역시 대표님이셔!소은정 역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도준호 대표한테도 이 사실 전해요. 손호영 씨 곧 새 드라마 들어간다던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요?”“네.”우연준이 고개를 끄덕이고 소은정이 태블릿을 클릭했다.평소와 달리 청순한 차림의 윤시라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카메라 앞에 서 있었다.“저와 소은정 대표가 처음 만난 건 한 달 전 레스토랑에서였습니다...”울먹이는 목소리로 윤시라는 그 동안 저질렀던 역겨운 짓을 전부 실토했다.아마 조금이라도 숨긴다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지금 주동권은 완벽하게 나한테 있으니까.영상을 전부 확인한 소은정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영상에 달린 댓글수도 폭발적이었다.“윤시라 저 여자 정말 미친 거 아니야? 저 정도면 망상증인데?”“하... 간도 크지... 저런 짓을 어떻게 저지른대?”“호영 오빠, 때려요. 때려!”“신포그룹에서 쫓겨나고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나 같으
회사일이 바쁘지 않을 때면 직접 현장에서 소품 배치며, 조명이며 사소한 사항까지 도움을 주었던 소은정 역시 덩달아 흐뭇해졌다.비록 아직 약혼식일 뿐이지만 초대한 하객들은 결코 적지 않았다.물론 최대한 조용하게 하고 싶다는 소은호, 한시연의 의견을 따라 언론에는 발표하지 않았고 초대장에 이름이 적힌 사람들만 참석하는 화려하면서도 조용한 약혼식이 만들어졌다.한유라와 심강열도 얼굴을 비추었지만 약혼 선물만 전하고 바로 자리를 떠버렸다.아마... 이것까지 지켜보기엔 아직 무리겠지.그 마음을 알기에 소은정도 굳이 강요하지 않았다.한숨을 내쉰 소은정이 대기실로 향했다.단아한 흰 드레스를 입은 한시연 위로 쏟아지는 조명 덕에 워낙 흰 피부가 투명하게 느껴졌고 얼굴에 걸린 맑은 샘물 같은 미소에 눈을 뗄 수조차 없었다.잠시 후, 식이 시작되고 하객들은 약혼 장소의 신비로운 인테리어와 아름다운 두 연인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소찬식은 워낙 새로운 걸 좋아하는데다 하객들의 칭찬도 끊이지 않으니 저도 모르게 입이 귀에 걸렸다.식이 끝나고 AI 로봇들이 서빙이며 안내를 맡아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그 중에는 소은정에게 직접 로봇 구매 루트에 대해 묻는 이들도 있었다.잠시 후.익숙한 차량이 정원 앞에 멈춰섰다.소은정이 미소와 함께 다가가고 AI 로봇이 차문을 열어주었다.“오늘의 VIP 손님을 모십니다.”마이크는 차에서 내리기 전부터 로봇에게 시선을 빼앗겼고 그 뒤에 앉아있던 전동하가 아이를 번쩍 들었다.“얼른 내려! 창피하게!”고개를 돌린 마이크가 입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홱 돌렸다.“흥, 친아빠 맞아?”“많이 바빴나 봐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소은정의 말에 전동하가 싱긋 웃었다.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전동하의 눈동자는 맑게 빛나고 있었다.“미안. 갑자기 일이 생겨서요.”마이크가 달려가 바로 소은정의 손을 잡았다.“예쁜 누나, 평소에도 예쁘지만 오늘은 유난히 이쁘네요.”오늘의 소은정은 그레이톤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치
예쁜 누나와 떨어지는 게 아쉽긴 했지만 어차피 곧 다시 만날 거란 생각에 잠깐 망설이던 마이크는 결국 예쁜 누나의 손을 놓고 안으로 뛰어들어갔다.하여간 애는 애라니까.전동하가 피식 웃었다.소은정이 마이크를 먼저 안으로 들여보낸 건 강서진이 왔다는 건 그 사람도 왔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역시나 고개를 돌리니 강서진 옆에 서 있는 박수혁의 얼굴이 보였다.꽤 오래만에 만나는 것이었지만 박수혁은 여전한 모습이었다.굳이 달라진 점을 찾자면... 워낙 차갑던 분위기가 더 냉랭해진 것 정도랄까?소은정 옆에 서 있는 전동하가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손의 온기가 심장까지 전해지고 방금까지 차갑게 식었던 마음이 다시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고개를 돌린 소은정은 전동하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은 뒤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강서진에게 말을 걸었다.“서진 씨, 바쁜 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요? 요즘 거의 반연예인처럼 사시잖아요?”강서진은 전 와이프인 추하나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해 그녀가 고정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반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있었는데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나름 인기 몰이 중이었다.“역시... 은정 씨는 여전히 독설가시네. 나 뼈 맞았어요.”강서진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뭐, 재밌잖아요?”소은정의 여유로운 미소에 강서진의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박수혁 혼자 왔다가 괜히 깽판이라도 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오긴 했지만 소은정의 얼굴을 보는 순간 역시 후회가 밀려왔다.하지만 소은정에게 여전히 그의 나체사진이 있으니 반박도 할 수 없고 더 미칠 노릇이었다.저 흑역사를 어떻게 지워야 하지...강서진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박수혁은 차가운 시선으로 전동하, 소은정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그의 매서운 눈초리가 꼭 잡은 두 사람의 손에 살짝 멈추고 곧 별일 아니라는 듯 시선을 돌렸지만 누군가 심장을 쥐어뜯 듯 가슴이 욱신거렸다.“전동하 대표님, 거성 프로젝트도 이제 막바지네요. 해외 특허 신청, 전시회 참여에 관한
사실 손을 홱 놓아버린 게 마음에 걸렸지만 농담을 하는 걸 보니 화가 난 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소은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나 그런 여자 아니에요.”그리고 주위에 다른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한 소은정이 다시 슬그머니 전동하의 손을 잡았다. “동하 씨가 나랑 가장 잘 어울리는 파트너인데 내가 어디로 가요.”그녀답지 않은 닭살 멘트에 소은정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불빛이 어두워서 다행이야...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전동하의 입가에 미소가 실렸다.낯섬에서 익숙함으로 익숙함에서 친절함으로...그에 대한 소은정의 태도가 점점 바뀌고 있다는 걸 전동하도 느끼고 있었다.어느새 그의 세계로 더 깊이 발을 들이는 소은정을 바라보며 전동하는 왠지 마음껏 기뻐할 수 없었다.한편, 전동하와 팔짱을 끼고 들어오는 소은정의 모습을 발견한 소찬식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다른 사람이 보기엔 형식적인 파티 파트너일지 모르겠지만 소찬식은 그게 아님을 알고 있으니 표정 관리가 더 힘들었다.두 사람의 사이를 딱히 반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허락도 하지 않았다.어차피 젊은이들의 연애란 불확실성이 많은 것.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헤어지겠거니 했는데 한 달이 지났는데도 헤어지긴커녕 더 다정해진 모습에 왠지 불안해졌다.이때 소찬식의 친구가 다가와 자연스레 그의 옆에 앉았다.누가 오는 줄도 모르고 소은정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한 친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자식 키워봤지 소용없어. 은정이랑 전 대표 선남선녀에 잘 어울리는데... 이러다 다음 청첩장은 은정이 몫이겠어?”친구의 주책맞는 말에 소찬식의 마음은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은호 말고 은찬이, 은해도 있어. 은정이 차례가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무슨 소리야!”“하여간 은근히 보수적이라니까.”요즘 순서대로 결혼하는 집안이 몇이나 된다고.한편 소찬식의 마음도 착잡하긴 마찬가지였다.집안이면 집안, 외모면 외모, 성격이면 성격... 사람만 놓고 보면 눈 씻고 찾아도 찾기 힘든 최고의 사윗감이지만...
하지만 소찬식이 묻기 전에 전기섭이 먼저 입을 열었다.“회장님, 제가 오늘 실례를 무릅쓰고 초대받지 않은 자리에 온 건 박 대표님의 부탁을 받아 회장님께 저희 집안의 비밀에 대해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전기섭의 말에 소찬식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박수혁을 바라보았다.어색한 헛기침과 함께 박수혁이 입을 열었다.“회장님, 요즘 은정이가 전동하 대표와 각별한 사이로 지내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네. 제 사적인 욕심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냐고 물으신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은정이가 상처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큽니다. 그래서 차마... 직접 은정이한테 알려줄 수는 없을 것 같아서요.”소찬식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전기섭을 바라보았다.“무슨 말인지는 잘 알겠지만... 집안의 사적인 비밀을 제가 알아도 괜찮을까요?”저번에 우리 집에서 한 말 말고 또 비밀이 있단 말이야? 딱히 듣고 싶지 않은데...게다가 소은정의 말에 따르면 전기섭은 겉보기엔 점잖고 침착한 사람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교활하다고 하니 엮이지 않고 싶은 마음이 컸다.전기섭이 진심어린 표정으로 대답했다.“제가 거짓말을 하는 거면 어떡하나 걱정하시는 거 압니다. 전에 제가 한 제안도 결국 거절하셨더군요. 그 결정 저도 존중합니다. 이제 얽혀있는 이해관계가 없으니 더 편한 입장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겁니다. 조심해서 나쁠 게 없으니까요.”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소찬식이 미소를 지었다.“좋습니다. 그럼 한 번 들어보죠.”박수혁을 힐끗 바라보던 전동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어갔다.“사실 전동하의 어머니는 미국 교포였습니다. 외모는 빼어났지만 가난했죠. 그런 여자가 해외에서 돈을 빨리 벌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업소에서 일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제 형님을 만나 정부가 되었죠. 그 결과로 동하가 태어났지만 형님은 애초에 이혼할 생각이 없었고 그 모습에 화가 난 건지 동하와 함께 죽어버리겠다고 형님을 협박했죠. 그래서 동하를 저희 집안에 들인 겁니다.”여기까지 말을 이어가던 전
하지만 소찬식은 형식적인 인사도 할 생각이 없는 듯 말없이 자리에 앉아있을 뿐이었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표정이 잔뜩 굳은 소찬식을 힐끗 바라보던 박수혁이 말했다.“회장님, 저도 어디까지나 은정이를 위해 전기섭을 여기까지 부른 겁니다. 전동하는 자신의 세력을 이용해 과거를 깨끗하게 세탁했죠. 어쩌면 전기섭은 전동하의 진짜 모습을 말할 수 있는 마지막 사람일지도 모릅니다...”한참을 침묵하던 소찬식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그래. 우리 은정이... 걱정해 주는 마음은 고맙네. 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지 않나? 신랑 아버지가 오래 자리를 비우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손님 맞이도 해야 하니 이만 가보겠네. 자네도 어서 나가보게.”소찬식의 비정상적인 차분함에 박수혁의 표정이 살짝 굳었지만 별다른 불평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박수혁이 휴게실을 나간 뒤에도 소찬식은 한참 동안 휴게실에 멍하니 앉아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딸과 사귀고 있는 남자의 끔찍한 과거에 대해 안 이상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지만 적어도 사람들 앞에서는 티를 낼 수 없으니 마음을 누르고 또 억눌렀다.물론 전기섭의 말을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아예 믿지 않기엔 너무나 찝찝했다.도대체 진실은 무엇일까? 전동하는 왜 과거를 숨긴 것일까?밀려드는 의문이 가시처럼 그의 마음을 콕콕 찔렀다.은정이야 지금 콩깍지가 씌워진 상태니 말해도 별반 소용없을 테고... 나라도 신경 써야겠어.어느새 초대한 하객들이 거의 다 모였다.그 동안 소은정과 전동하는 항상 붙어있었지만 두 사람의 사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그저 비즈니스적으로 엮인 게 많다 보니 친한 모습을 보여주는 거겠거니 생각할 뿐이었다.하객들과 돌아가며 술을 마시다 보니 소은정은 왠지 기가 쪽 빠지는 기분이었다.와인잔을 내려놓은 소은정이 휴게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워낙 높은 굽의 하이힐을 신고 걸음을 옮기는 소은정의 모습이 왠지 위태로워 보였다.그런데 그때, 잘 걷던 소은정이 갑자
드레스 자락까지 챙겨주는 모습하며, 소은정을 바라보는 눈빛하며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이었으니까 궁금증이 밀려들 수밖에 없었다.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소은정이 난처한 표정을 짓던 그때 한시연이 여자를 흘겨보았다.“미혜야, 그렇게 프라이빗한 질문을 하면 어떡해.”미혜라는 이름의 여자가 귀엽게 메롱을 하더니 소은정을 향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아, 미안해요. 내가 실례했네요.”비록 당황스럽긴 했지만 나쁜 뜻으로 물은 건 아니니 소은정도 미소를 지었다.순간 전동하와의 연애사실을 인정하고 싶은 충동도 일었지만 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마음을 다잡았다.아니야. 아직은 너무 일러...“괜찮아요. 호기심 없는 사람 있나요. 하지만 오늘은 일단 비밀로 하겠어요. 오늘은 누가 뭐라 해도 언니가 주인공이니까.”미소와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한시연이 물었다.“아까 마이크? 그 아이 전 대표님 아들이죠? 은해 도련님한테서 얘기 많이 듣긴 했는데 저도 직접 보고 싶네요...”“아주 귀여운 아이에요.”하지만 다음 순간 어두운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훑어보는 전동하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고 소은정의 미소가 어색하게 굳었다.뭐야? 아직도 마이크 못 찾은 거야?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소은정이 한시연에게 뭔가 말하려던 그때 전동하가 성큼성큼 다가왔다.그 와중에도 대화를 방해해 미안하다는 듯 한시연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전동하가 소은정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마이크가 사라졌어요.”“뭐라고요?”“여기저기 다 뒤져봤는데 안 보여요. 하객들한테도 물었는데... 다들 어린 남자아이는 못 봤다네요...”소은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한시연 역시 불안한 예감이 밀려들었지만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두 사람을 위로했다.“아직 어리니까 어느 구석자리에서 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일단 진정해요. 식장에 CCTV도 다 깔려있고 AI 로봇한테도 카메라가 탑재되어 있어요. 이 식장에 들어왔다면 분명 찍혔을 거예요.”말을 마친 한시연이 소은정의 손
영상을 확인한 한시연의 표정도 어두워졌다.항상 친절하던 전동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초조함과 분노를 감출 수 없는 듯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창백해진 얼굴로 영상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던 소은정이 말했다.“저쪽이 좀 어둡네요. 3m 정도 밖에 안 되어 보이는데. 그 사이에 사라졌다고요?”“저곳은 하객들이 식장으로 들어오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작은 통로예요. 아무리 늦게 걸어도 10초 이상 머물 수 없는 곳인데 마이크는 어떻게...”도대체 어떻게 사라진 걸까?한시연이 말꼬리를 흐렸다.초조하게 입술을 물어뜯던 소은정이 전동하를 돌아보았다.“경찰에 신고하죠. 경찰이 출동하기 전까지는 우리끼리 식장 구석구석 둘러보고요.”말을 마친 소은정이 미안함이 담긴 눈빛으로 한시연을 바라보았다.“새언니...”한시연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말아요. 우리는 가족이잖아요. 아이를 찾는 게 가강 중요하죠.”고개를 끄덕인 소은정은 바로 통제실을 나섰지만 전동하는 차가운 시선으로 마이크가 사라진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하지만 모니터를 아무리 바라보아도 사라진 아이가 나타날 리가 없는 법. 조심스럽게 다가가려던 한시연은 한숨을 내쉬고 소은정의 뒤를 따랐다.마이크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은호 역시 흔쾌히 약혼식을 앞당겨 끝내는 것에 동의했다.갑자기 파티가 끝났다니 하객들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지만 어차피 즐길 만큼 즐기기도 했고 소은호의 예의 바른 사과와 고급스러운 선물까지 안겨주니 불쾌한 기색을 나타내는 사람은 없었다. AI 로봇들은 친절하게 차문까지 열어주며 마이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 확인했다.하객들이 모두 떠나고 아름다운 3D 영상까지 꺼지고 나니 별장은 조용하다 못해 왠지 스산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소은정 일행은 다시 한 번 별장 구석구석을 뒤져보았지만 마이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상황을 접한 소찬식 역시 아이가 안타까웠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다 했던가?괜히 전동하와 사귀어 이런 일에 엮인 소은정이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