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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나요?

작가: 손라떼
사교 자리를 한 바퀴 돈 뒤, 하연은 약간 피로함을 느껴서 틈을 타 조용히 옥상으로 올라가 바람을 쐬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그곳에서 주슬기를 마주쳤다.

주슬기는 오늘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다.

난간에 기대어 있던 주슬기는 하연을 본 순간 자세를 약간 바로잡았다.

“주 대표님, 여기 혼자 계셨군요.”

하연은 주슬기를 유심히 살피며 먼저 입을 열었다.

술 때문인지, 아니면 자존심 때문인지, 주슬기는 솔직한 말투로 한마디 내뱉었다.

“제가 이렇게까지 해서 최 사장님을 피하고 있는 게 눈에 보이지 않나요? 최 사장님이 정말 그걸 모르시는 건 아니시죠?”

슬기는 살짝 입술을 깨물며, 속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최 사장님과 부상혁 대표님이 너무 잘 어울려서요. 솔직히 보는 게 좀 거북하더군요.”

‘이렇게 대놓고 말하다니...’

하연은 잠시 놀란 듯했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렇게 신경 쓰시면 앞으로는 더 피곤할 텐데요.”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하며 묘한 긴장감이 공기 중에 떠돌았다.

슬기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최하연 씨, 마치 지금 자신이 승자라고 저한테 자랑이라도 하는 건가요? 그럴 필요 없어요. 애초에 우리는 제대로 경쟁조차 해본 적 없으니까요.”

‘부상혁의 마음은 처음부터 최하연에게 기울어 있었어. 경쟁이라고 하기에도 웃긴 거지, 내 완패일 뿐이니까.’

“최하연 씨, 당신 정말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나요?”

이번엔 주슬기가 하연의 이름을 직접 불렀다.

두 사람은 정면으로 마주 섰고, 주슬기는 자기 마음 깊은 곳에 있던 질문을 꺼냈다.

“최하연 씨도 잘 알잖아요. 최하연 씨와 그 사람이 함께하면 온갖 소문이 뒤따를 거라는 걸...

그런 말들을 어떻게 막을 건데요?”

...

차 안.

하연의 표정은 한껏 무거워 보였고,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주슬기와의 대화에 머물러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이 해?”

상혁이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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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가 끝났습니다.” 원신민은 망설임 없이 지도를 꺼내 상혁의 앞에 펼쳐 놓았다. “이 배는 F국 항구에서 출발해 서해안을 따라 항해한 후, 이 항로를 통해 태평양을 건너 L국의 T시 항구에 도착...” 원신민의 손가락이 지도 위를 천천히 움직이며 항로를 또렷하게 그려냈다. “대표님, 우리가 이 사람을 빼돌릴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은 오늘 밤입니다. 배가 F국 영해를 벗어나면 일이 훨씬 까다로워질 겁니다.” 상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긴 손가락 끝으로 지도 위 특정 지점을 톡 건드렸다. ‘역시 냉철해.’ 원신민은 눈치를 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굵직한 뱃고동 소리가 항구를 울렸다. 거대한 배는 서서히 항구를 떠나 물결을 헤치며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이 배는 15층짜리 대형 크루즈로, 가장 아래층은 화물칸으로 쓰이고, 그 위로는 승객의 숙소, 식당, 그리고 각종 오락 시설이 층층이 자리 잡고 있었다. 허징인과 아들 민찬은 가장 아래층의 음침하고 습한 방에 배치되었다. 방에는 좁은 창문 하나만 달려 있어 바깥의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것이 전부였다. “엄마, 무서워요!” 민찬은 허징인의 품에 파고들며 온몸을 덜덜 떨었다. 허징인은 아들을 꼭 끌어안으며 본능적으로 달랬다. “괜찮아, 민찬아. 엄마가 있잖아.”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 낯선 남자들이 순식간에 방으로 들이닥치며 좁은 공간을 가득 메웠다. 허징인은 경악하며 외쳤다. “당신들 누구야? 뭐 하려는 거야?” 이 사람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이었다. 그는 거대한 체구와 빽빽이 자란 턱수염을 가졌고, 강렬한 눈빛으로 허징인을 꿰뚫듯 쳐다보았다. 이어서 다소 서툴지만 알아듣기 쉬운 F국말로 입을 열었다. “당신이 바로 남준이 말한 여자인가?” 그는 허징인의 얼굴을 훑어보더니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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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여자일 뿐인데, 너무 똑똑하면 손해만 볼 뿐이에요.” 남준이 허징인에게 다가가며, 몸을 숙여 그녀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여기까지 왔으니, 내가 원하는 걸 이제 줘야 하지 않겠어요?” 허징인은 차갑게 비웃으며 얼굴을 굳혔다. “뭐가 그렇게 겁나십니까, 상무님? 제가 약속을 어길까 봐요? 아니면... 그 물건들이 엉뚱한 사람 손에 들어갈까 봐요?” “그건 사모님이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때의 이야기죠.” 남준의 목소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허징인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었고, 속으로는 분이 차올랐지만, 상황을 감안해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어. 지금은 일단 물러서는 게 최선이야.’ “걱정하지 마세요, 상무님. 이미 약속한 이상, 전 제 말을 반드시 지킬 겁니다.” 허징인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며 남준과 눈을 맞췄다. “상무님도 본인의 약속을 지키길 바랍니다.” 남준은 가볍게 손을 펼치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허징인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작전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제가 반은 먼저 드리고, 나머지는 우리가 안전한 곳에 도착하면 드릴게요.” “안 돼요!” 남준이 단호히 그 제안을 거절했다. “지금 사모님한테는 조건을 제시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 안 그래요?” 허징인은 눈을 감고 결연한 태도로 말했다. “그럼 차라리 지금 절 죽이세요. 하지만 제가 죽으면 그 물건들이 공개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알아두세요.” “엄마!” 곁에 있던 민찬이 울먹이며 그녀의 다리에 매달렸다. “엄마, 무서워요!” 허징인은 민찬을 꼭 안으며 남준을 노려보았다. ‘이 상황에서 물러서면 끝장이야. 적어도 내 아이는 지켜야 해.’ “상무님, 선택은 당신 몫입니다.” 남준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침묵했다. 남자의 눈빛은 한층 더 날카로워졌고, 어금니를 악물더니 잠시 후 말했다. “죽음도 불사하다니, 사모님의 배짱은 보통이 아니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4화 참 행복해

    집에 돌아온 하연은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침실 안. 은은한 조명이 켜진 방에서, 하연은 소파에 몸을 웅크린 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대표님...” 가정부가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조심스레 부르며 방으로 들어왔다. 상혁은 문틈 사이로 방 안의 하연을 흘깃 바라보며 손으로 가정부를 막았다. “내가 할게요.” 가정부가 물러난 뒤, 상혁은 바로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벽에 기대어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때, 상혁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렸는데, 원신민에게서 온 메시지였다.그 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상혁은 짧은 문장을 확인한 뒤, 입가에 가볍게 조소를 띄우며 휴대폰 화면을 껐다. 마치 모든 걸 손아귀에 쥐고 있는 사람의 태도였다. 그는 이내 천천히 방의 문을 열었다. “하연아.” 남자의 차분한 목소리에 하연은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상혁을 바라보며 조금 의아한 듯 물었다. “언제 들어왔어요?” 상혁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우유를 하연의 손에 쥐어주었다. “따뜻할 때 마셔.” 남자의 부드러운 말에 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곧 우유를 들고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잠시 후, 컵이 바닥을 드러냈다. “잠깐 회사에 좀 다녀올게. 집에서 푹 쉬고 있어.” 상혁은 하연이가 들고 있던 유리잔을 받아들며 말했다. “이 밤중에요? 무슨 일 있는 거예요?” 하연은 살짝 의아해했다.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아마 늦을 거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남자는 고개를 숙여 하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지금 이 순간이 난 참 행복해.” 상혁의 눈에는 하연이가 자신의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이 행복이 오래가길, 조금이라도 더 오래가길...’ 하연은 상혁의 목에 팔을 두르고 그의 품에 안기며 살짝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도요. 정말 행복해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3화 왜 갑자기 포기했을까?

    지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상혁의 얼굴에 잠시 스치는 한 줄기 차가운 빛... 하지만 그것은 곧 부드러운 미소로 가려졌다. “지석 도련님 말씀대로, 형제간에는 서로 도와야 하는 법이죠.” “다만, 부씨 가문의 일을 굳이 외부인이 나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만.” 상혁의 말에는 분명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었고, 그의 기운에 압도된 지석은 잠시 얼굴이 굳었다.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은 지석이 변명을 하려는 찰나, 슬기가 먼저 나섰다. “하연 씨, 여기 메뉴 중에서 어떤 게 제일 맛이 괜찮아요? 추천 좀 해주세요.” 슬기의 말에 하연은 조용히 상혁의 손등 위에 손을 올렸다. 둘의 시선이 교차하자, 상혁의 눈가에 웃음이 스쳤다. ‘지금 나를 걱정하는 거야? 하지만 너무 날 과소평가하는 거 아닌가?’ 별일도 아닌 걸로 걱정하는 하연을 안심시키려는 듯, 상혁은 눈빛으로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하연이 그제야 안심이 되어 바로 슬기에게 메뉴를 추천했다.“오리지널 맛도 괜찮고, 여러가지가 섞인 맛도 좋을 것 같아요. 둘 다 드셔보세요.” “그럼 두 가지 맛으로 각각 한 그릇씩 주세요!” 슬기는 메뉴를 탁 닫으며 밝게 말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지석은 더 이상 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담배 한 대 피우고 올게요.” 그가 나가는 것을 슬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석이 자리를 떠나 자, 슬기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해요. 두 분의 오붓한 자리를 불편하게 해서요. 집안에서 주선한 선 자리를 억지로 나온 거라...” 여자의 말투에서 묘한 무력감이 느껴졌다. 슬기는 문득 눈을 들어 상혁을 바라보았지만, 상혁은 그녀를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온전히 하연에게만 시선을 두고 있었다. 슬기는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그 눈빛을 외면했다. “그나저나, 하연 씨.” 슬기가 화제를 돌렸다. “최근 하연 씨가 뒤로 물러나고 회사를 최하성 씨에게 맡겼다고 들었어요.”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2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하연 씨, 우리 같이 합석해도 괜찮을까요?” 슬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연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 괜찮죠.” 슬기는 예상 밖의 대답에 약간 놀란 듯했다.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하연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하연 씨, 이제 저 같은 ‘라이벌’에게 경계심이 풀린 건가요? 그래도 혹시 모르죠. 제가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재도전할지?” 슬기가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그 속엔 은근한 탐색이 깃들어 있었다.그러나 하연은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되받아쳤다. “주 대표님, 그런 생각할 여유가 있으시면 옆에 있는 분 눈치부터 보셔야 하지 않을까요?”슬기는 어깨를 으쓱하며 별거 아니라는 듯 답했다. “뭐, 집에서 주선한 맞선일 뿐이라 별로 신경 안 써요. 첫 만남이기도 하고요.”그 순간 뒤에 있던 지한이 앞으로 나서며 상혁을 향해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부 대표님, 평소에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부 대표님’이라는 말은, 그가 이미 상혁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한은 외부에서 떠도는 소문을 떠올렸다. 최씨 가문과 부씨 가문이 곧 혼사를 통해 막대한 사업적 결합을 이룰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여자가 바로 최씨 가문의 딸이라는 사실에 지한은 적잖이 긴장했다.“최하연 씨, 안녕하세요.” 지한이 하연에게도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면서도 속으로는 긴장의 끊을 놓지 않았다. ‘주슬기가 최씨 가문과 부씨 가문 사람들과 이렇게 가까운 사이일 줄은 몰랐는데?’ 처음 지한은 그저 형식적인 맞선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이 상황을 보니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고 느꼈다.그때 상혁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SW그룹의 도련님을, 여기서 다 만나고 보기 드문 일이군요.” 단 한마디로 심지한의 배경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지한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 “부 대표님께서 저를 알고 계셨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1화 생각보다 괜찮은데?

    최근 몇 년 동안 H시는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며 번화한 고층 빌딩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고, 도시 풍경은 완전히 새롭게 바뀌어 이제는 명실상부한 대도시로 자리 잡았다.상혁은 차를 몰고 하연과 함께 요즘 SNS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유명 먹거리 거리로 향했다. 차를 주차장에 세운 후, 두 사람은 나란히 걸어 먹거리 거리로 들어섰다. 거리 양옆으로는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했고, 상인들은 열심히 손님들을 끌어모으며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곳곳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가 두 사람의 발걸음을 이끌었다.한참을 걷던 중, ‘10년 전통 국밥집'이라는 간판이 걸린 깔끔하고 정갈한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내부 인테리어는 오래된 가게답지 않게 세련되었고, 메뉴는 벽에 붙어 있어 가격이 한눈에 들어왔다.상혁이 가게를 한참 바라보는 사이, 하연은 이미 들어가 자리에 앉으며 기다릴 새도 없이 외쳤다. “사장님, 여기 대표 국밥 하나요!” 사장님은 빠르게 주문을 적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못 드시는 재료 있으세요?”“짜지 않게 해주시고, 후추는 빼주세요. 나머지는 다 괜찮아요.” 하연이 주문을 마치자 사장님은 상혁을 향해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사장님은 뭘로 드릴까요?”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사장님의 깍듯한 존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도 같은 걸로 주세요.” 가게의 음식 나오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잠시 후, 두 사람 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 두 그릇이 놓였다. 하연은 반짝이는 눈으로 국밥을 바라보며 기쁜 표정으로 숟가락을 들고 신나게 먹기 시작했다.“천천히 먹어.” 상혁은 그녀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한마디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자신 앞에 놓인 국밥을 내려다보았다. 어릴 때부터 상혁은 까다로운 식습관을 가진 어머니인 조진숙의 영향으로 엄격하게 관리된 음식을 먹으며 자라, 이런 길거리 음식은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0화 항상 곁에 있을 거니까요

    “정말요?” 다영은 남준의 말을 듣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이 살짝 붉어졌다. 그녀는 자신이 남준을 믿고 기다린 게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그녀가 모든 걸 걸어도 될 만큼 가치 있는 사람이었다.“남준 씨, 난 그냥...” “그냥 뭐요?” 다영은 고개를 저으며,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전에 떠돌던 소문들 때문에 잠깐 마음이 흔들렸던 것뿐이에요.”“그런 쓸데없는 소문에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남준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그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잠시 스쳤다. 하지만 기쁨에 젖어 있는 다영은 남준의 말 속에 담긴 미묘한 뉘앙스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녀는 남자의 팔을 꼭 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언제나 남준 씨의 편이에요. 당신이 필요하면 언제든 나를 부르면 돼요. 항상 곁에 있을 거니까요.”‘당신이 원하는 모든 걸 내가 도와서 얻게 해줄 거야. 그게 DL그룹이라 해도...’ 그녀는 이 말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굳은 결심을 다졌다....새해를 맞이하는 밤.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축제가 열렸고, 도시는 환희와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다. 모두가 기쁨 속에서 새해를 맞이하던 그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하연은 따스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방 안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창밖으로부터 들어온 아침 햇살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일어났어?” 상혁이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연은 기지개를 켜며 나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몇 시예요?” 상혁이 곧바로 답했다. “아직 일러. 11시밖에 안 됐어.” “11시?” 하연은 예상외로 늦은 시간에 살짝 놀랐다. 그 순간 상혁이 침대 옆으로 다가와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눈을 맞췄다. 그의 눈에는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괜찮아. 조금 더 자도 돼.”그러나 상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연의 배에서 신호가 왔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49화 최하연 씨 때문이에요?

    “남준 씨, 지금 당신 날 피한 거예요?” 다영은 손에 쥔 라이터를 꽉 쥐었다가 조용히 주머니에 넣으며 한 발짝 물러섰다. 최근 들어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졌고, 남준의 마음을 도무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지금 이 상황 역시 그녀에게 상처를 남기고 있었다. 한때 누구보다 가까웠던 두 사람이, 이제는 마치 남이 된 것 같은 이 분위기가 그녀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남준은 정면만을 응시한 채 아무런 설명도 없이 미묘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타요.” 다영의 눈에 순간적으로 희미한 빛이 스쳤다. 망설임 없이 그녀는 차 뒤쪽을 돌아 조수석 문 앞에 섰고, 문을 열어 차에 탔다.차에 올라탄 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놓인 정교한 포장 상자로 향했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영은 상자를 들고서 물었다. “남준 씨, 이거... 내 선물이에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의 손은 이미 멈추지 않고 상자를 열고 있었다.남준은 살짝 찌푸린 듯한 표정을 지었으나, 굳이 제지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상자를 열어보는 것을 무심하게 지켜볼 뿐이었다.다영이 상자를 열자, 안에는 섬세하게 디자인된 고급스러운 목걸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중앙에 놓인 독특한 디자인의 목걸이는 푸른빛의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조명에 반사되어 빛나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정말 예쁘네요...” 다영은 감탄하며 목걸이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환한 미소로 남준을 바라보았다. “이거 나한테 걸어줄 수 있어요?”남준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목걸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한없이 깊어졌고, 잠시 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목걸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남아공에서 천연으로 채굴된 최고급 보석입니다. 순도와 투명도가 모두 최상급이고, 무엇보다도 희소성이 높아 전 세계에 단 하나뿐입니다. 특별한 사람에게 선물하기에 가장 적합한 아이템이죠.’ 그때 들렸던 매장의 직원 설명이 귀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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