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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첫만남

Author: 손라떼
“제가 여기 남든 말든 최 대표님과 상관없지 않나요?”

서준이 제 태도를 표명하자 더 말해 봤자 소용없다는 걸 눈치챈 하민은 마지막으로 충고했다.

“한 대표님, 버스를 놓쳤으면 다음 걸 기다리세요. 선 자리에서 지나간 버스를 아무리 기다려봤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닌가요? 한 대표님도 잘 아실 텐데.”

이윽고 하성을 데리고 병원을 나섰다.

“형, 저 자식 저기 있게 그냥 두는 거야?”

하성은 도무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안 간다고 버티고 있는 사람을 우리가 무슨 수로 내쫓아?”

“그래도 하연이 저 자식 얼굴 꼴도 보기 싫어할 거 아니야!”

“너도나도 하연이 믿어야 돼. 본인이 알아서 잘 판단하겠지. 하연이도 남은 인생 누구한테 걸어야 할지 알 거야.”

그 말에 하성의 마음은 이내 차분해졌다.

“그러길 바라야지.”

한편, 하연은 아주 긴 꿈을 꿨다.

시간은 5년 전 서준을 처음 만났을 때로 돌아갔는데, 그때 하연은 컬럼비아 대학 디자인 학과를 다니며 대학원생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하연을 낯선 도시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최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걱정했다.

“하연아, 내가 너희 학교 맞은편에 집 하나 구입하고 경호원과 가정부도 고용했어. 밖에서 지내는 동안 절대 손해 보지 마.”

하민이 전화로 신신당부하자 하연은 걱정 말라는 듯 대답했다.

“걱정 붙들어 매요. 그리고 이왕 공부하러 왔으니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면 돼요. 저 이미 다 커서 나를 돌볼 능력은 되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네가 우리 곁을 떠난 적 한 번도 없어 걱정돼서 그러지.”

하연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 벌써 스무 살이에요. 어린애 아니라고요. 언젠가는 커요...”

하연의 끊임없는 설득 끝에 하민은 그제야 받아들였다.

전화를 끊은 하연은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웬 사람 한 명이 하연에게 달려와 부딪쳤다.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중심이 무너져 버린 하연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고 곧이어 엉덩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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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300화 상대방의 걱정

    그 남자와 다시 만난 건 약 한 달 정도 후였다.하연이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에서 나오자 한 무리 사람들이 키득키득거리며 다가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늘어놓았다.“아시아인들은 다 너처럼 등신 같고 개 같아?”“예전부터 병을 몰고 다니더니 더러운 종자!”“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아시아인은 우리 발밑이야.”“...”사람들의 말에 하연은 속에서 열불이나 눈살을 찌푸렸다.‘이 왹국놈들 대체 뭐야? 이유도 없이 남을 욕하다니.’이윽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앞으로 다가가 반박하려 할 때, 옆에서 남자의 비명과 욕설이 들렸다.“젠장! 감히 나를 때려?”심지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대 더 얻어터졌다.“때렸다, 어쩔래? 감히 우리를 욕해? 오늘 제대로 얻어터져 봐!”남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또다시 외국 학생의 얼굴을 후려쳤고 곧이어 꽥꽥거리는 비명이 들렸다.앞으로 다가가 보니 아시아인 남학생이 방금 하연을 비아냥거렸던 외국 학생들을 제대로 혼쭐 내주고 있었다. 물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몇 대 만에 외국 학생들을 모두 때려눕힌 남자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제 팔을 주물럭댔다.이윽고 눈을 내리깔며 귀찮은 듯 말했다.“같잖은 겉들이 어디서 잘난 척이야? 앞으로 나 만나면 돌아서 다녀. 안 그러면 볼 때마다 때릴 거니까.”말을 마친 남자가 뒤돌아서자 하연은 그제야 상대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했다. 곧이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남자를 가리켰다.“어? 그쪽!”하연을 알아본 남자는 성큼성큼 걸어와 하연의 팔을 덥석 잡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갔다.“아까 너무 멋지던데요? 나쁜 자식들! 감히 우리를 그렇게 욕해? 우리나라 경제가 지금은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데 아직도 무시하다니. 아까 그 자식들 쥐어팬 거 너무 속 시원했어요. 저도 당장 가서 때려주고 싶었다니까요.”“...”하연이 끊임없이 쫑알대는 사이, 남자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침묵을 유지했다.그러다 조용한 곳에 도착하자 그제야 하연을 놓아주었다.“아까 계속 있었어요?”남자의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301화 용감하게 나서다

    하연이 웬 남자와 돌아온 걸 본 룸메이트들은 사냥감을 찾은 늑대처럼 득달같이 달려왔다.“방금 그 남자 누구야? 남자 친구? 너무 잘 생겼다!”“그러게. 근육질 몸매인 것 같던데, 너무 남성미 넘치더라.”“남친은 언제 사귀었어? 왜 나는 몰랐지?”“...”룸메이트들이 재잘재잘 질문하자 하연은 다급히 설명했다.“내 남자 친구 아니니까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뭐? 남자 친구가 아니라고? 그럼 이름이 뭔데? 나한테 소개해 줄 수 있어?”끊임없는 질문 세례에 하연은 그제야 상대와 두 번이나 만났는데 아직 이름도 모른다는 걸 알아챘다.“그건, 다음에 물어보면 알려줄게.”그 말에 룸메이트들은 너도나도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 반해 하연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다음에 만나면 이름, 학원 등등 개인 정보를 제대로 물어봐야지.’그리고 하연이 기대했던 만남은 다음날 바로 이뤄졌다.“하연아, 저 사람 어제 너 데려다줬던 그 남학생 아니야? 왜 교무처로 불려 갔지?”룸메이트의 말에 하연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남자를 뒤따라 교무처로 향했다.이윽고 문에 바싹 기대 안을 확인했더니 안에는 어제 맞은 외국 남학생들이 불쌍한 표정으로 선생님께 일러바치고 있었다.“쌤, 저 아시안 놈이 어제 이유도 없이 우리를 때렸어요.”“학교에서 폭행을 저지르는 건 교칙에 어긋나는 거 아니에요? 저 자식 꼭 벌해주세요.”“아예 퇴학시켜 버리면 더 좋고요.”“...”외국 학생들의 비난에 남자는 귀찮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유창한 언어로 툭 내뱉었다.“어제 그것도 많이 봐준 거야. 다음번에 또 만나면 그땐 이빨 다 털어줄게.”“그만!”선생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남자의 말을 잘랐다.“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면 학교도 더 이상 너를 받아줄 수 없어. 이렇게 뉘우치지 않으면 당장 교장 선생님께 말해 학교에서 제명하는 수가 있어.”“마음대로 하세요.”개의치 않는 듯한 남자의 태도에 선생님은 결국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때, 보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302화 재회

    하연은 싱긋 웃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그쪽 정의의 사도잖아요. 어제 그 자식들이 먼저 그렇게 심한 말을 했으니 저였어도 그놈들 곤죽을 만들었을 거예요.”“여자애가 함부로 폭력을 휘두르면 안 되죠. 이런 일은 남자한테 시켜요.”이윽고 남자는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말투로 물었다.“그러고 보니 이름이 뭐예요?”“최하연. 여름 하 제비 연이에요.”“음, 기억해 둘게요.”“그러는 그쪽은요? 이름이 뭔데요? 계속 그쪽이라고 부를 수는 없잖아요.”남자는 싱긋 웃으며 의아함 가득한 눈으로 하연을 빤히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내 이름 알고 싶으면 모레 오후 세 시 반 서문에서 봐요. 그때 알려줄게요.”“뭐야!”하연은 불만 투로 중얼거렸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고 손을 흔들었다.“모레 세 시 반, 잊지 마요.”하연은 떨떠름해서 입을 꾹 다물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날이 자꾸만 기다려졌다.그래서인지 시간은 무척 늦게 흘러갔다. 2년 같은 이틀이 지나 세 번째 날이 되자 하연은 아침 일찍 치장하고 예쁜 옷을 골라 입고는 오후 1시부터 서문에서 남자를 기다렸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 남자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하루, 이틀, 사흘...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기대가 점점 실망으로 변했고, 또 어느덧 2년간의 대학원 과정까지 마쳤지만 기다리는 남자는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심지어 앞으로 평생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지 못 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던 2년 뒤, 하연이 졸업하고 F국으로 돌아갈 때 비행기 안에서 또 그 남자를 만났다.양복을 쫙 빼 입고 광택 나는 구두를 신은 남자의 모습은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조각 같은 얼굴에는 더 이상 가볍고 장난기 넘치는 분위기가 아닌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라 저도 모르게 잘못을 뉘우칠 뻔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 사람이잖아?’“이봐요, 잠깐만요.”하연은 남자에게 다가가 막아서더니 분노와 서러움이 섞인 말투로 투덜댔다.“2년 전에 왜 약속 안 지켰어요?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요?”하연은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303화 꿈 같은 5년

    다른 사람을 통해 알게 된 남자의 이름은 한서준이었다.그리고 그 순간부터 그 세 글자는 마치 마법이라도 있는 듯 하연의 마음속에 새겨졌다.그 뒤의 일은 마치 소설 속에나 나올법한 것처럼 우연의 연속이었다.유연한 기회에 하연은 서준의 할머니 강영숙을 구했고, 그 덕에 강영숙은 하연을 제 손자의 부인으로 추천했다.3년 간의 결혼 생활이 마침 영화 필름처럼 머릿속에 언뜻언뜻 지나면서 지금껏 벌어졌던 모든 일이 그때 하연의 잘못된 선택으로부터 야기됐다는 걸 깨우쳐 줬다.하지만 3년이란 시간 동안 하연은 여전히 서준이 왜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지 알지 못했다.병상에 누워 있던 하연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코끝을 자극하는 소독수 냄새가 하연을 다시 현실로 잡아끌었다.“하연아, 정신이 들어?”잔뜩 흥분한 상혁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하연은 싱긋 웃었다.“상혁 오빠, 저 무슨 상황이에요?”“너 사흘 동안 혼수 상태에 빠져 있었어. 우리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그래도 이렇게 깨어났으니 망정이지.”하연은 그날 자기가 쓰러지기 전 누군가 제 코와 입을 막았다는 걸 떠올렸다.“누군가 저한테 미약을 썼어요.”그걸 말하고 나니 하연은 덜컥 겁이 났다.때마침 안으로 들어온 하민이 끼어들었다.“걱정하지 마. 너 그렇게 만든 사람 이미 잡았으니까. 하지만 이번 일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하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의아한 듯 물었다.“대체 누구예요? 혹시 HY 그룹 쪽 사람이에요?”하민은 고개를 저었다.“HY 그룹은 이럴 배짱이 없어.”‘그럼 대체 누구지?’그 사이, 하민과 상혁이 눈빛을 교환했다.이 일로 하연을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던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말했다.“누구든 넌 상관하지 말고 우리한테 맡겨. 넌 지금 휴식이 필요해, 몸 잘 추스르고 회복하는 데만 전념해. 나머지는 걱정하지 마.”“하지만...”하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혁이 하연의 손을 잡았다.“건강이 제일 중요해. 다른 건 나중에 생각하자.”“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304화 철저한 거절

    퇴원 당일 상혁은 커다란 꽃다발을 하연에게 선물했다.“앞으로 매일 건강해.”하연은 꽃을 받아 들고 싱긋 웃었다.“고마워요, 상혁 오빠.”그때 웃는 얼굴로 다가온 하성은 두 사람을 번갈아 훑어보다니 끼어들었다.“하연아, 우리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기나 해? 너 그날 얼마나 위험했는지 모르지? 상혁이 백 교수님 모셔온 덕에 네가 겨우 산 거야. 제대로 감사 표시해.”현승을 언급하자 하성은 그제야 하연의 수술을 마친 뒤부터 현승이 보이지 않다는 걸 알아챘다.“백 교수님은 어디 있어? 왜 안 보여?”“휴가 갔어. 늘 이렇게 신출귀몰하니 신경 쓸 거 없어.”“그래도 저 살려준 생명의 은인인데 나중에 꼭 감사 인사라도 해야겠어요.”“응, 나중에 약속 잡을게.”하연의 진지한 말투에 상혁이 대답했다.곧이어 병실에서 나와 병원을 빠져나가려던 세 사람은 모퉁이를 돌 때 동시에 굳어버렸다.멀지 않은 거리에 서준이 서서히 일어나면서 하연을 바라봤다. 못 본 사이 서준은 많이 초췌해졌지만 두 눈은 여전히 빛이 났다.하성은 서준을 보자마자 욕설을 퍼부으려 했지만 상혁이 이내 막아섰다.“하연아, 우리 먼저 밖에서 기다릴게.”하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두 사람이 떠난 뒤 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괜찮아?”“아주 좋아. 걱정해 줘서 고마워.”하연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많이 걱정했어.”“왜 아직도 안 돌아가?”“너 보지 못하니 안심이 안 돼서.”“아, 이제 봤으니 그만 돌아가.”“최하연!”서준은 하연을 불러 세우더니 미련이 남은 말투로 말했다.“예전에 내가 누구를 이렇게 중요하게 여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그런데 네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네가 진작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걸 알았어.”“하, 지금 장난해? 애초에 내가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겼을 때는 어디 있다가 이제 와서 이래? 그때도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잖아. 그때는 어디 있었는데? 아, 애인과 함께 산부인과에 있었지?”게다가 마침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305화 이미 내려놓은 하연

    하연이 나오자 두 사람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타.”상혁의 말에 하연이 올라 타자 차는 곧바로 출발했다.차창 밖을 내다보며 사색에 잠기자 왠지 모르게 점점 슬퍼졌다.왜 안 그렇겠는가?청춘을 바쳐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을 잊는 일인데.인생에 또 얼마나 많은 5년이 있을까?하지만 하연은 이미 모든 걸 내려놓았다. 한때 뜨겁게 사랑해 온몸을 기꺼이 내던졌던 사랑이 이대로 끝난 게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잠깐 생각에 잠겨 있던 하연은 시선을 거두더니 물었다.“저한테 약 쓴 사람은 누구예요?”그 말에 하성이 헛기침을 했다.“그건 왜 갑자기 물어?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넌 끼어들지 마.”“만나보고 싶어요.”하성과 상혁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상혁이 끝내 입을 열었다.“네 큰오빠가 그 사람들 잡아들였으니 만나고 싶으면 하민한테 물어봐.”하연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하려고 하자 하성이 막았다.“하연아, 왜 그렇게 황소고집이야? 됐어, 바로 그쪽으로 가자.”기사는 하성의 명을 듣고 바로 핸들을 꺾어 목적지로 향했다.D시는 지형이 복잡하고 구릉과 산봉우리가 많아 교통이 국내만큼 편리하지 않다. 때문에 도시를 벗어난 뒤부터는 계속 오솔길을 따라 갔다.그렇게 약 반 시간쯤 달린 뒤 차는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그곳은 한적한 마을이었는데 입구에 두 줄로 갈라선 경호원들은 하연을 보자마자 공손하게 인사했다.“아가씨, 어서 오세요.”하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사람은?”“안에 있습니다.”“안내해.”경호원의 안내로 하연 일행은 웬 복도를 가로질러 안으로 들어갔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비명소리와 채찍 소리가 섞여 들렸다.“아가씨, 사람은 안에 있습니다.”문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에 하연은 무의식적으로 코를 막았다. 이윽고 눈에 들어온 건 몇 명의 아시아인이었다.피부가 찢기고 살이 터져 겨우 숨을 붙이고 있던 사람들의 눈은 하연을 보자마자 공포감으로 뒤덮였다.하연은 입가에 냉소를 지으며 채찍질을 멈추라고 명령하고는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306화 가치 없으면 폐기물과 다를 게 없지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우리 입에서 그 어떤 정보도 알려고 하지 마. 천한 목숨 가져가려거든 마음대로 하든가!]하연은 종이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냉소를 지었다.“그래도 입은 무겁네? 너희들이 그런다고 내가 못 찾을 것 같아?”하연의 말에 놈들은 조금도 동여하지 않았다.그때 하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B시 곽대철.”간단한 다섯 글자에 놈들의 눈동자가 불안한 듯 흔들렸다. 그 반응을 본 하연의 눈은 이내 어두워졌다.“내 추측이 맞나 봐?”“아니야! 우리는 곽대철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야. 당신이 거슬려서 없애버리려 한 것뿐이라고!”말을 못 하는 줄 알았던 놈 하나가 다급히 변명했지만 하연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이제 와서 그런 말이 소용 있을 것 같아?”하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서더니 싸늘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가치 없으면 폐기물과 다를 게 없지. 처리해.”“네, 아가씨.”하연은 말을 마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그제야 놈들은 조급했는지 연신 애원했다.“아가씨, 살려주세요.”“저희가 잘못했습니다.”“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하지만 하연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저 자식들 정말 비겁한 놈들이야. 기회를 줄 때는 그대로 날리더니 무섭긴 무서웠나 봐.”하성이 참지 못하고 투덜거리자 하연이 발걸음을 멈추며 눈살을 찌푸렸다.“제가 곽대철이랑 아무런 접점도 없고 미움을 산 적도 없는데, 왜 제 목숨을 노렸을까요?”그 말에 하성이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이번 일이 복잡해서 형이 조사하고 있어. 며칠 후면 독 결과가 나올 거야.”“네, 제가 B시에 도착하면 처리해야겠어요.”말을 마친 세 사람은 함께 그곳을 떠나 호텔로 돌아왔다.IM 그룹 대표 강시원은 미리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하연을 가장 좋은 방으로 안내했다.광산에서 벌어진 사고 때문에 강시원은 이미 두려움을 겪은 상태다.게다가 하연의 신분이 얼마나 귀한지 체감했으니 특별히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307화 용서를 구하는 자세

    하지만 안나 역시 말을 마치자마자 사무실 안 티브이에서 생방송을 확인했다.그리고 그걸 본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이... 이럴 리가?”안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최하연이 정말 최씨 가문 공주님이었다고?’‘그렇다면 내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린 거잖아!’안나는 당장이라도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그때 안나의 반응을 살피던 주자철이 화난 말투로 말했다.“너희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봐! DS 그룹과의 협력이 무산된 것 때문에 회사가 몇천억을 손해 봤는지 알아?”안나는 충격에 몸을 비틀거렸다.하지만 현재 안나의 머릿속에는 회사 손실보다 하연에게 저지른 무례가 떠올랐다. 만약 하연이 그걸 빌미로 책임을 묻는다면 안나는 아마 벌레처럼 순식간에 짓밟힐 거다.“주, 주 대표님. 이건 다 지아가 혼자 저지른 짓이에요. 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요. 이제 지아도 해고 처리됐으니 화 푸세요.”확실히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있는 상황도 아닌지라 주자철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됐어. 나가 봐.”안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재빨리 사무실을 빠져나갔다.이윽고 문을 닫기 바쁘게 어디론가 전화했다.“당장 최고급 선물 세트 준비해 줘. 무조건 최고급이어야만 해. 준비해서 나한테 가져와.”전화를 끊은 안나는 회사 일도 제쳐두고 혼자 회사를 빠져나왔다.한편, 계약식이 끝난 뒤 IM 그룹은 최고급 호텔에서 파티를 준비했다.하연과 상혁은 이 호텔에서 가장 귀한 귀빈이기에 모두가 극진히 대접했다.심지어 호텔을 드나드는 D시의 크고 작은 회사 사장들마저 연신 다가와 두 사람에게 술을 권했다.“최 사장님, 어쩜 여성분이 이렇게 남성보다 더 훌륭하게 사업을 해내셨나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DS 그룹의 프로젝트를 D시에서 진행하는 건 우리 D시의 영광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최 사장님의 능력은 모두가 알고 있으니 앞으로 저희 그룹도 손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네요.”“...”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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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8화 제 딸의 어머니

    이 질문에 송혜선은 눈을 반짝이며 부동건을 바라봤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젠 나를 당당히 소개해 줄 때가 됐겠지.’ 오늘 이 자리에서, 그녀는 부동건의 정식 아내로서 인정받기를 바라고 있었다. “회장님, 말씀 좀 해보세요?” 조금은 성급한 목소리로 말을 꺼내자, 주변의 시선도 하나둘 송혜선과 부동건을 향했다. 모두 속으로는 뻔히 알고 있었다. 부동건이 과연 예전 애인을 진짜로 정실로 앉혔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했다. 부동건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숨기거나 피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담백하게 말했다. “오 회장님, 이 사람은 제 딸의 어머니입니다.” 순간, 송혜선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딸의... 어머니?’ 손에 들고 있던 와인 잔이 살짝 흔들렸다. 금세 넘칠 듯한 와인, 애써 잡고 있는 감정. ‘지금... 이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억울함이 툭 하고 솟구쳤다. 심지어 손에 힘이 들어가며 하얗게 질린 손등이 떨렸다. 오병지는 단번에 눈치챘고, 싱긋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고, 대신 가볍게 말을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부 회장님, 여전히 복이 많으시네요.” 부동건은 공손하게 웃으며 송혜선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 손길엔 무언의 위로가 담겨 있었다. “아닙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저와 이 사람의 결혼식엔 꼭 오셔서 축배 들어주세요.” 그 말에 송혜선의 눈이 번쩍 뜨였다. ‘결혼식...?’ 순간, 가슴이 쿵 하고 울렸다. 이어서 고개를 들며 수줍게 웃었다. “회장님...” 부동건은 말없이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더 이상의 말은 없었지만, 그 행동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 시선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송혜선을 무시하거나 조롱하던 눈빛이, 지금은 선망과 부러움으로 가득했다. 결국, ‘부동건의 아내’라는 타이틀은 그 자체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송혜선은 온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7화 이분은?

    부지윤의 ‘한 달 잔치’는 그야말로 성대한 수준의 파티였다. 초대받은 인사들만 봐도, 그 위세가 느껴졌다. F국 재계의 실력자들, 정재계의 핵심 인물, 이름만 대면 아는 명문가 자제들이 대거 초청됐고, 심지어 부씨 가문 어른들에게도 한 사람도 빠짐없이 직접 청첩장을 보냈다. 이 정도면, 사실상 이 아이를 공식적으로 가문에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나 다름없었다. 부동건이 이 아이에게 얼마나 애정을 집착하듯 쏟고 있는지, 이날 행사 하나로 증명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동건은 스스로의 체면과 명예를 걸고, 딸을 세상에 내보이고 있었다. ...잔치 당일, 연회장은 유난히 붐볐다. 샹들리에의 조명이 화사하게 반짝였고, 고급스러움이 풍겨 나는 악단의 선율이 분위기를 감싸고 있었다. 송혜선은 산후조리를 마친 직후였지만, 여전히 그만의 풍채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예전보다 조금 살이 오른 듯했지만, 그 덕에 오히려 분위기가 더 너그러워 보였다. 그녀가 행사장에 들어서자, 평소 자주 어울리던 재벌가 부인들이 앞다투어 다가왔다. “혜선씨는 진짜 복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 고생 끝에 드디어 볕뜰날이 왔네요.” “부 회장님이 이렇게까지 챙기시는 거 보니까, 이제 정말 한 자리 하시겠어요.” “정말 이러다 조만간 ‘겹경사’ 나는 거 아니예요? 우리라도 미리 축하해줘야 하는 거야?” 송혜선은 그 소리에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얄미울 정도로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역시 사람은 자리가 높아야 대접 받는 거야.’ “지윤이는 회장님의 첫 딸이잖아요. 그러니까 귀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회장님이 우리 모녀를 절대 가볍게 보지 않으신다는 건, 여기 있는 분들도 느끼셨을 테고요.” 그 말에 다들 박수까지 치며 웃었다. “이제 우리도 호칭 바꿔야지, 사모님!” 누군가 먼저 그렇게 불렀고, 뒤이어 몇몇이 장난처럼 따라 불렀다. 송혜선은 그 말에 딱히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턱을 살짝 들며, 그 호칭이 제법 익숙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6화 초대장

    진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마침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부남준은 법을 무시하고, 사람을 죽였어요. 부씨 가문이 이 일에 개입한다면... 여론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감싸려 들면 들수록, 결국은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겠죠.” ‘이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가문의 존망이 걸린 문제야.’ 맞은편 소파에 앉은 상혁은 다리를 꼬고, 한쪽 손으로 턱을 괸 채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의 눈빛엔 어떤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세속의 먼지 따윈 전혀 묻지 않은 사람처럼. 진윤의 말이 끝났지만, 상혁의 표정엔 미동 하나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부씨 가문은 항상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여왔습니다. 그건 변하지 않습니다, 여사님.” 그는 손짓으로 테이블 위를 가리켰다. 거기엔 작은 검은색 USB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 안에... 고나희 씨가 남긴 게 있습니다. 여사님께 드리라고 하더군요.” 순간, 진윤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한 표정으로, USB를 바라봤다. “지금... 뭐라고 하셨죠?” 그녀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나희가... 뭔가를 남겼다고...?’ 사고는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딸의 마지막을 함께할 시간조차 없이, 그녀는 세상을 떠났고, 어떤 유언도, 한마디 말도 남기지 못한 줄 알았다. “나희... 그 애가... 무슨 말을 남겼다는 거예요...” 진윤은 입을 틀어막았다. 눈물은 이미 참을 수 없다는 듯 쏟아지려 하고 있었다. 상혁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다. “사람이 떠난 건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남겨진 마음은, 누군가가 반드시 전해야죠.” 그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거운 공기를 뒤로한 채, 조용히 방을 나섰다. 잠시 후.룸 안에서 낮고, 억눌렀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나희야...” 진윤은 USB를 손에 쥐고,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으로 울고 있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5화 끝까지 지켜야 할 싸움

    진윤은 송혜선이 내민 공백 수표를 내려다보며 손끝까지 떨렸다. 종이 한 장.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그녀의 심장을 조용히 갉아먹었다. ‘돈이란 게... 사람을 어디까지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 건지.’ 그녀는 허탈하게 웃었다. “돈, 참 좋은 거죠. 수많은 집이 그거 하나 때문에 무너지고, 사람 목숨도 스스럼없이 거래되고.” 그녀의 눈빛이 서서히 날카로워졌다. “고경수도 그랬어요. 결국 돈 때문에 스스로 감방에 들어갔고, 지금 당신은 그 돈으로 내 아이의 죽음을 사겠다는 거죠.” 진윤의 시선이 천천히 송혜선을 꿰뚫었다. “송 여사님의 눈엔... 돈이면 뭐든 다 해결돼요?” 송혜선은 대답하지 않았다. 진윤은 고개를 들었다. 쭉 뻗은 어깨, 흐트러지지 않은 눈빛으로 조용히 말했다. “근데, 저에게 그딴 건... 아무 의미 없어요.” 테이블 위의 수표는 그녀 눈엔 그저 휴짓조각에 불과한 쓰레기였다. ‘내 아이 이름 위에 적힌 숫자가 많을수록, 그 애는 더 억울해지는 거야.’ 그런 진윤의 단호함에, 송혜선도 이내 표정을 굳혔다. “정말 고집 세시네요, 여사님.”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조용히 진윤 쪽으로 다가섰다. 10센티미터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송혜선은 하찮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며 진윤에게 시선을 내리꽂았다. “그 자존심,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볼까요?” 그 말투엔 이젠 더 이상 숨길 필요 없는 위협이 담겨 있었다. “당신에게는 지금, 아무것도 없어요. 남편은 감옥, 딸은... 하늘에 있어. 그런데도 이렇게 버티겠다고? 부씨 가문이 마음만 먹으면, 당신 같은 사람 하나쯤 사라지게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에요.” 진윤은 순간 움찔했지만, 눈동자는 미동도 없이 그대로 송혜선을 바라봤다. 송혜선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참, 고경수 씨 말인데요. 그 사람, 아직 당신한테 마음 있더라. 감방에서 계속 당신 얘기만 했대요.”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4화 현실 좀 보시죠

    “그저...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을 뿐이에요. 여사님. 같은 여자로서, 제 처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해해주시리라 믿어요.” 진윤은 피식, 코웃음을 쳤다. 커피잔을 천천히 들어올리더니,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천천히 한 모금 머금었다. “이해? 아니요. 전 그런 거 몰라요.” 단칼처럼 냉정하게 잘라버린 말이었다. 그 한 마디에 송혜선의 입술이 경직되며 굳어버렸다. ‘이런, 내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아...’ 하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송혜선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진윤의 손등을 잡았다. “여사님... 따님 일에 대해서는, 정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윤이 빠르게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이내 터져나온 감정. “사과? 한 아이가 죽었는데, 고작 한 마디 사과로 끝내겠다고요?” “아니면... 송 여사님의 눈엔 제 딸 목숨이 그깟 아무렇게나 다뤄도 되는 값싼 거였어요?” 그 목소리는 카페 전체를 울릴 만큼 컸고, 송혜선은 순간 움찔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진윤의 눈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여사님. 흥분하지 마세요... 결국... 이 모든 건 우리 부씨 집안이... 정말 죄송합니다.” 진윤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웃음 속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결국 끌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웃으면서 울었다. 그 모습은 너무 아프고, 너무 무너져 있었다. 진윤은 눈물을 닦으려 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송혜선은 주섬주섬 가방에서 티슈를 꺼내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하지만 진윤은 그것조차 거부했다. “됐어요. 그런 거, 필요 없으니까.” “송 여사님, 솔직히 말해봐요 오늘 여기서 만나자고 한 것도 당신 아들 부남준이 꼬투리 잡혀서, 지금 당장 날 만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니까 이렇게 만나자고 한 거잖아요.”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 애 죽고, 그동안 단 한 번이라도 날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3화 합의서

    “닥쳐!!” 송혜선이 낮게 내뱉었다. “그 비밀, 평생 당신 뱃속에 묻어둬.”“아니면... 다시는 당신 딸 얼굴 못 볼 줄 알아.” 조봉규는 그제야 자신이 입을 잘못 놀렸다는 걸 깨달았다. 급히 손바닥으로 자기 입을 철썩 때리며 말했다. “화내지 마, 혜선아. 나도 그냥... 기분 좋아서, 그만...” “앞으로 이 집에서 그 얘긴 두 번 다시 꺼내지 않을게. 약속해.” 조봉규의 간절한 다짐에도, 송혜선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그를 한번 쏘아봤다. 곧이어, 목소리를 낮추며 화제를 돌렸다. “부동건, 딸한테 명분은 준다더니, 정작 혼인신고 얘긴 입도 안 뗐어. ‘이러다 또 마음 변하는 거 아니야?’” 그녀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안 돼. 남준이 일은 어떻게 해서라도 반드시 준비해야 해.’ 그 말엔 조봉규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알아봤는데, 유가족 쪽에서 합의서만 받아낼 수 있으면, 그 사건도 다시 볼 여지가 있대.” 혜선의 눈이 번쩍 뜨였다. “진짜야?” “응. 듣자 하니까 고경수 와이프, 진윤... 아직 F국에 있다더라. 기회만 되면 한번 만나봐. 그쪽에서 합의서를 써주기만 하면, 다시 기회는 생길 거야.” “근데 지금 당신 산후조리 중이잖아. 몸이 먼저야.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하지만 혜선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남준이가 내 인생의 마지막 희망이야. 기회가 있다면... 어떤 수라도 써야 해.’ 며칠 후, 송혜선은 드디어 고경수의 아내 진윤과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의외로, 진윤은 단 한 마디 망설임 없이 만남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평일 오전, 한산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진 실내엔 손님이 드문드문 앉아 있었고, 송혜선은 긴 트렌치코트에 머리까지 스카프로 단단히 감싸고 있었다. 밖에서는 누구도 그녀를 쉽게 알아볼 수 없게끔. 카페 입구에 들어선 그녀는 안쪽을 빠르게 훑었다. 한눈에 알아봤다. 구석 창가에 앉은, 수척한 얼굴의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2화 부지윤

    조봉규의 말은 하나하나 송혜선의 마음을 쳤다. “정 안 되면, 우리도 그냥 확 뒤엎어. 어차피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잖아. 신발 신은 놈들이야 겁낼 게 많겠지만, 우린 맨발이야.”‘맞아... 지금이라도 안 붙잡으면, 우린 끝장이야.’송혜선의 눈빛이 점점 확고해졌다. 그렇게 마음을 굳힌 채로, 그녀는 곧장 부동건을 찾아갔다.하지만 부동건은 송혜선의 말에 귀를 기울일 틈조차 없었다. 부남준의 사건이 악화로 치닫고 있었다. 갓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결정적 증거들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었고, 경찰 쪽 수사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건... 덮을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법 앞에선 아무리 부동건이라도 무력하군.’무거운 책임감과 죄책감이 부동건의 어깨를 짓눌렀다. ‘자식 교육을 제대로 못한 죄, 그건 부모의 몫이야...’그저 무기력하게,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 송혜선의 말은 부동건의 귀에 닿지도 않았다.그는 오히려 조용히 갓 인큐베이터에서 나온 막내딸을 품에 안았다. 부드러운 솜털이 보일 정도로 작고 여린 얼굴. 손가락 하나만 잡혀도 녹아버릴 듯한 느낌이었다.‘이 아이는... 내 마지막 기적일지도 몰라.’부동건은 딸을 안고 있을 때만큼은 세상의 복잡한 모든 것이 잠시 잊히는 듯했다. 그리고 눈가가 부드러워졌다.“딸아, 네 엄마랑 진짜 많이 닮았네. 크면 예쁘겠다... 아주.”그는 미소를 머금으며 속삭였다.“지윤이라고 이름 지었어. 복 많은 아이라고 하더라. 부씨 가문 첫 딸, 제대로 키울 거야. 우리 지윤이는, 아빠의 제일 소중한 딸이 될 거야.”‘그래... 남준이는 못 지켜도, 이 아이만큼은...’부동건의 얼굴은 어느새 기쁨으로 가득했다.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송혜선의 속은 서늘했다.‘정작 내가 말하려던 건, 이게 아닌데...’그녀는 조용히 손을 뻗어 아이를 부동건의 품에서 안아올렸다.“조심해요, 아직 작아서... 그렇게 막 들면 안 돼요.”부동건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송혜선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1화 이익 앞에서는 감정 따윈 없어

    부동건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밝은색으로 혈기가 도는가 싶더니 이내 새파랗게 질리더니, 순식간에 붉어졌다.‘이게 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조진숙은 그런 부동건의 반응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차갑고 단호한 말투로 말을 던지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섰다.“당신 입으로 한 말, 잊지 마.”철컥-곧이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조진숙은 완전히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남겨진 부동건은 깊은숨을 내쉬었다.‘딱 한 발, 그 한 걸음이 이렇게까지 망가뜨릴 줄은 몰랐네...’하지만 그는 여전히 조진숙의 마지막 말이 담고 있던 진짜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평소처럼, 그저 ‘조심하라는 경고’ 정도로 여긴 것이다.그 후 부동건은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형사 전문 변호사를 찾았고, 부남준의 사건을 맡겼다. 그것뿐, 그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소식을 들은 송혜선은 더 이상 산후조리고 뭐고 할 틈이 없었다. 벌떡 몸을 일으키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외쳤다.“남준이는 부동건 당신 아들이란 말이야. 그런데도 이 상황에서 이 사람이 저렇게 손 놓고 있는다고?”그녀에게 있어 부동건은 F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재벌이었다. 사람 하나 죽었든, 법을 어겼든, 그 모든 걸 덮는 것쯤은 그에게 있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그 정도 힘도 못 쓰는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내가 그 옆에 왜 있었겠어?’그런데도 부동건은 변호사 하나 붙인 걸로 끝이라니. 송혜선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안 돼. 내가 직접 가서 말해야겠어.”그녀가 일어나려는 순간, 조봉규가 급히 다가와 그녀를 막아섰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어조로 송혜선을 다독였다.“혜선아, 지금은 당신 몸이 먼저야. 다른 건 잠시 내려놔.”하지만 송혜선은 남자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남준이 내 아들이야. 내가 안 나서면 누가 나서? 그 애랑 나, 이 지경이 되도록 얼마나 참고 견뎠는지 몰라? 이제 와서 그냥 두라고?”송혜선은 황급히 신발을 신고, 나갈 채비를 했다. 그 옆에서 어쩔 수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100화 우리도 예쁜 딸 하나 있었으면

    “지금 그 말, 무슨 뜻이야?”불길한 예감이 부동건의 마음 한켠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는 조진숙을 매섭게 응시하며, 진실을 쫓아가려 했다.“빚은 갚아야 하고, 사람을 죽였으면 그에 대한 대가는 받아야지. 이번엔, 저승사자라도 그 애를 못 구해.”조진숙은 단도직입적으로 진실을 꺼내놓았다.“당신이 그 귀하디귀한 막내아들이, 고경수 딸을 죽였어. 그 교통사고, 전부 부남준이 계획한 일이야.”“지금은 모든 증거가 경찰 손에 들어갔고, 고경수 집안도 전부 알아버렸어. 딸을 먼저 보낸 부모가, 가만히 있겠어? 반드시 그 애한테서 정의의 심판을 받아내겠지.”부동건의 몸이 비틀거렸다. 얼굴엔 믿을 수 없다는 충격이 가득했다.“그럴 리가 없어... 말도 안 돼!”남준에 대한 부동건의 인식은 그저 ‘야망이 좀 있는 아들’일 뿐이었다. 부동건이 동남아시아 사업권을 남준에게 통째로 넘겨준 것도, 송혜선과 남준의 관계를 정식으로 인정해주려 했던 것도, 다 막내아들을 위해서였다. ‘내가 뭘 놓친 거지? 어떻게 그런 짓을...?’“그뿐만이 아냐. 약혼식 당일에 하연이를 납치했다는 사실도 몰랐지? 상혁이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으면, 최씨 가문의 사람들 앞에서 얼마나 망신당했을지 그건 알고 있어?”조진숙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부동건의 표정이 무너졌다. ‘이건... 너무 심각해.’ 그 어떤 상황도 예측하지 못했던 부동건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미친 자식...!”부동건은 책상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 흔들리는 가슴과 거칠어진 숨결은 그가 얼마나 분노했는지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하지만 조진숙은 그런 전남편을 보면서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형사사건이야. 증거도 확실하고, 죄도 여러 개. 법대로라면, 당신이 제일 잘 알잖아? 당신의 막내아들 부남준이가 어떤 판결을 받게 될지...”부동건은 몇 걸음 뒷걸음치더니,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얼굴엔 절망과 피로가 교차하고 있었다.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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