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요, 이만한 월급이면 적지 않아요. 잘한다면 보너스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사도현이 농담으로 말했다.“유진우, 내 남자친구의 기사가 될 수 있다는 건 네 행운이야. 이번 기회를 놓치면 후회해도 모자라!”단소홍이 거만하게 말했다.“맞아! 사도현은 시크릿 그룹의 매니저야, 미래가 밝다고. 도현이를 따르면 호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데 왜 안 하겠다는 거지?”장홍매가 이어 말했다.“시크릿 그룹이 그렇게 대단한가요?”유진우는 그들의 말을 듣고도 동요하지 않았다.“시크릿 그룹을 모르다니? 그건 수천억 대기업이야! 그중 한 가닥의 깃털을 뽑아도일생을 놀고먹을 만큼 충분하지!” 장홍매는 자기 멋대로 말했다.“촌놈은 역시 촌놈이네, 아무것도 모르다니.”“미안하지만 들어본 적이 없어요.”유진우는 다시 머리를 저었다. 그는 서울 상업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시크릿 그룹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 강남에서 유명한 손 회장님은 알고 있겠죠?”사도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손 회장님?”유진우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말했다. “당연히 알죠.”“알면 됐어요. 그럼 사실대로 말할게요. 시크릿 그룹은 손 회장님의 사업이고, 나는 손 회장님의 사람이에요!”사도현은 자만스러운 표정을 보였다.“그러니까 당신이 손기태의 사람이라고요? 그럼 잘됐네요.”유진우는 웃으며 말했다.“잘됐다고요? 당신이 손 회장님을 알아요?”사도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당연히 알죠. 이전에 그분이 저한테 병을 보러 왔었어요.”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병을 보러 갔었다고요?”사도현은 비웃으며 말했다.“이봐요, 정말 허풍떨기 좋아하는군요. 손 회장님이 어떤 분이신데 당신 같은 돌팔이 의사한테 병을 진료받겠어요?”“맞아! 서울에 유명한 의사가 그렇게 많은데, 손 회장님이 왜 너를 찾아갔겠어? 네가 뭔데?”단소홍이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유진우! 네가 능력이 없다고 치자, 그런데 여기서 있는 척 허세를 부리다니, 진심으로 역겨워!”장경화가 이마를 찡그렸다
“나를 기억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요? 날 어떻게 할 수 있는데요?” 사도현은 익살스럽게 웃으며 큰 재앙이 닥쳐올 줄은 꿈에도 모르는 듯했다.“나는 손기태야, 네가 내 그룹에서 일하고 있는데 네가 보기에는 내가 널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손기태는 냉랭하게 말했다.“계속 연기 해봐요, 내가 당신의 이런 헛소리를 믿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도현은 비웃었다.“사도현, 내가 공식적으로 통지한다. 넌 이미 시크릿 그룹에서 해고야, 내일부터 회사에 나오지 마.”손기태는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았다.“하하하... 나를 해고한다고요? 정말 대단하네요!”사도현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솔직히 말할게요. 나는 시크릿 그룹에서 든든한 빽이 있어요. 설사 손 회장님 본인도 나를 해고할 자격이 없는데 당신 같은 이런 거짓말쟁이는 더더욱 말할 필요가 없지요.”“그래? 그럼 내가 물어보지, 그 든든한 빽이 누구지?”손기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런 사람도 매니저가 될 수가 있다니, 시크릿 그룹을 다시 바로잡아야겠다.’“내 빽이 누군지 당신은 알 필요 없어요. 어쨌든 한 마디로, 나는 당신이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예요.”사도현은 거만하게 말했다.“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는구나!”손 회장님은 차가운 소리로 말했다. “나는 너와 말하기 싫다. 어서 전화를 유 선생님에게 넘겨.”“왜요? 이젠 연기할 게 없나요? 정말 재미없네요.” 사도현이 전화를 유진우에게 던지고 놀리면서 말했다. “이봐요, 당신이 부른 배우, 너무 가짜 같네요. 아무런 위엄도 없다니, 이따가 돌아가서 연습 좀 더 시키세요.”“배우요?”유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전 당신을 속이지 않았어요. 이분은 진짜로 손기태이십니다.”“허허... 그분이 손기태라면, 난 손기태 아버지겠네요!” 사도현이 생각을 거치지도 않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유진우는 이 말에 재밌어서 웃었다.이 사람은 정말 좀 무모해 보였다. 자신이 반복해서 경고했건만 사도현은 그의 말을
“뭐지? 저 사람들이 왜 이쪽으로 오는 거지? 저 흉악한 모습을 보니, 설마 우리를 귀찮게 하려는 건 아니겠지?”장경화는 목을 움츠리며 왠지 긴장해났다.“저 사람들은 저한테 볼일이 있어서 온 거예요.” 유진우가 불쑥 한마디 내뱉었다.“당신한테? 당신 또 다른 사람의 미움을 샀어?”이청아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최근에 유진우에게 귀찮은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미움을 산 건 아니고, 난 그저 한 방 때려서 사람 됨됨이의 도리를 가르쳐 준 것뿐이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여긴 강능이 아니야, 사방에 숨은 인재가 많다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절대 밉보여서는 안 돼!”이청아가 나직이 말했다.그녀는 현재 조경그룹의 회장이지만 아직 인수인계를 하지 못했다. 자금이 없고 인맥도 없고 속사정도 없다. 이 단계는 자연히 친구를 사귀는 것을 위주로 한다. 평소에 조용히 행동하고 번거로움을 피하는 것이 살길이다.“청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으니, 오늘은 아무도 감히 여기서 소란을 피우지 못할 겁니다.”사도현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마치 구세주 같은 모습을 보였다.미인 앞에서 위풍을 떨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누가 미인을 구하는 영웅을 좋아하지 않겠는가?“언니, 도현 씨는 배경이 깊고 인맥이 아주 넓어서 이런 건달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단소홍은 사도현의 팔짱을 낀 채 거만한 얼굴을 했다.“그래요? 도현 씨, 그럼 이따가 좀 부탁할게요.”이청아는 마지못해 웃었다.“별말씀을요.”사도현은 손을 내저으며 더욱 환하게 웃었다.그까짓 건달 몇 명을 상대하는 것쯤은 손쉽다.“너 이 자식! 나 너 이틀 동안 계속 찾아다녔어. 이제 드디어 찾았네!”도석현은 섬뜩하게 웃으며 다가와 유진우를 매섭게 쳐다보았다.“나를 왜 찾아왔어. 설마 이미 자기 잘못을 뉘우쳤냐?”“잘못은 무슨 잘못!”도석현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마구 소리쳤다.“네가 그저께 내 뺨을 세 대 때려서 내 체면을 구겼으니, 오늘 꼭 네 손을 잘라야겠어!”“이봐요
퍽!도석현이 사도현의 뺨을 쳤다.엄청난 힘에 사도현은 비틀거리면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얼굴에 다섯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사도현이 맞는 것을 보고 단소홍 일행은 어리둥절했다.그녀들은 몇몇 건달들이 이렇게 대담할 줄 몰랐다. 감히 시크릿 그룹의 매니저도 때릴 줄이야.“너... 감히 나를 때리다니?”사도현은 얼굴을 가린 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누군지 알아? 난 시크릿 그룹의 고층인물이다!”“시크릿 그룹이면 뭐 어때?”도석현은 두말 않고 또 사도현의 얼굴을 호되게 때렸다.“만약 손기태가 온다면 체면을 좀 살려주겠다만, 매니저 하나 따위야, 네가 뭔데?”“개자식! 넌 죽었어! 감히 나를 때려? 내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화가 난 사도현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람을 부르려 했다.“시발새끼가!”도석현은 사도현을 발로 걷어차 넘어뜨리며 욕했다.“죽음이 코앞인데 감히 이렇게 날뛰어? 때려! 세게 때려!”그 명령과 함께 몇몇 건달들이 곧장 앞으로 나와 사도현을 향해 주먹질하기 시작했다.“그만해요, 그만해! 또 때리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단소홍이 호통을 쳤다.‘감히 사도현의 체면을 구기다니, 이 건달들은 조만간 재수가 없을 것이다.’“신고? 어디 한번 신고해 봐. 내가 너의 손을 잘라버리겠다!”도석현이 매섭게 눈을 부릅뜨자, 단소홍은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너... 너희들, 사람을 깔보지 마!”장홍매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예비 사위가 사람들 앞에서 얻어맞는 것을 보고 그녀는 당연히 애가 탔다.“유진우! 다 너 때문이야! 너만 아니었어도 사도현이 어떻게 맞았겠어?”장경화는 유진우에게 화를 풀었다.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것은 그녀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내가 때린 것도 아닌데, 나랑 무슨 상관이에요?”유진우는 어이가 없었다.본질적으로는 사도현 자신이 무리하게 앞으로 나대다가 도리어 얼굴을 맞은 것이다.“흥! 사도현이 너를 도와주고 있는데 넌 여기서 비아냥거리
으악!한바탕 비명과 함께 건달들은 차례로 땅바닥에 고꾸라지고 나동그라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많은 사람이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했다.모든 사람의 다리에 다 젓가락이 하나씩 꽂혀 있었고 뽑으려고 해도 뽑혀지지 않았다.이 광경을 보고 도석현은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이 건달들은 모두 그가 신중하게 고른 사람들이다. 모두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고 실력이 좋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십여 명이 한 명을 상대해 싸우는 것은 걱정 없다.그러나 그는 유진우 한 사람이 건달들을 모두 쓰러뜨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젓가락 몇 개일뿐인데 이렇게 파급력이 강하단 말인가?“이 녀석이 이렇게 대단하다고?”아무렇지 않은 유진우을 보고 장홍매는 깜짝 놀랐다. 그녀의 인상속에서 유진우는 그저 아무 말 없이 조용한 사람이었다.그런데 어떻게 이런 솜씨가 있을 수 있는 거지?“시발, 원래 싸움을 할 줄 알았던 거야? 그럼 왜 진작 손을 쓰지 않았어!”사도현은 이를 악물었지만 온몸이 쑤셨다.만약 상대방이 일찍 자신을 구했다면, 그가 굳이 왜 헛되이 한 대 얻어맞겠는가?‘저 녀석, 일부러 내가 망신당하는 것을 보려고 한 게 틀림없어!’“유진우가 점점 더 싸움을 잘하는 것 같네.”장경화도 은근히 놀랐다.유진우의 솜씨가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1초 만에 싸움을 해결하는 장면은 충분히 놀라웠다.“이 몇몇을 데리고 와서 나한테 복수하려고? 아무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유진우는 도석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네 팔을 자르고 내 앞에 영원히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내가 널 한번 봐줄게.”“봐준다고?”놀라움도 잠시, 도석현은 갑자기 괴이하게 웃음을 터뜨렸다.“녀석, 인정할게, 잘하긴 하네. 이리 많은 사람들도 너를 당해낼 수가 없다니. 하지만 네가 이겼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왜? 설마 아직도 뭐가 남았단 말인가?”“물론이지!”도석현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복수하러 왔다면 당연히 만반의 준비가 돼 있지.
“저 녀석, 도대체 정체가 뭐지? 어떻게 관씨 부자를 데려올 수 있지?”성큼성큼 걸어오는 관철, 관동을 보며 사도현은 자신도 모르게 머리가 무뎌졌다.이 두 분은 모두 명성이 자자한 최고의 고수이다. 둘 다 일대 백에 맞설 수 있다.평소 쉽게 나오지 않는 두 분을 모시기란 쉽지 않다.“오빠, 관씨 부자가 누구야? 대단한 사람이야?”단소홍이 옆에서 물었다.“어찌 그뿐이겠어? 저 두 사람은 엄청난 존재야. 특히 관철이라는 사람은 보통이 아니야. 사람을 죽이는 게 식은 죽 먹기지. 그들의 손에 죽은 사람이 백 명은 아니어도 팔십은 될걸!”사도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 있었다.시크릿 그룹의 주요인물로서 무림 세계의 일에 대해 그도 당연히 좀 알고 있다.“어? 이렇게 무섭다고!”단소홍은 목을 움츠리고 곧바로 사도현 뒤로 숨었다.장경화 일행도 비록 아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 멀리 떨어져 서 있었다. 자칫 자기에게 불똥이 튈까 봐 걱정했다.무림인들의 세계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관씨 부자의 기개로 보아 선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이런 사람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이놈아, 관씨 부자를 건드렸으니 오늘 너는 죽겠다!”깜짝 놀란 사도현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유진우 때문에 공연히 얻어맞아 마음이 매우 언짢았다. 게다가 자신의 주목도 빼앗겼으니 더욱 원망스러웠다.하지만 지금 상대방이 재수가 없는 것을 보고 하마터면 손뼉을 칠 뻔했다.“인마! 아무리 네 주먹질이 대단해도 관씨 부자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야.”도석현이 우스꽝스럽게 웃었다.“저들이 그렇게 대단해?”유진우가 한마디 되물었다.“뭐야? 관씨 부자도 모르냐?”도석현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이내 말을 뱉었다.“그래, 그럼 오늘 내가 너에게 정중히 소개해 줄게, 네가 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까지 말이야! 이 젊은 사람은 관동이야, 언더랭킹 13위 고수이지. 그리고 아버지 관철은 더욱 대단한 인물이야, 지금 서열 2위다! 2위라는 게 무슨 개념인지 알아? 선천
그저 상대적으로 봤을 때 그의 주먹은 관동보다 훨씬 작았다.“죽고 싶냐?”관동은 신음을 내며 다시 팔에 힘을 주자 내력이 뿜어져 나왔다.쾅!폭발음과 함께 두 사람의 주먹이 강하게 부딪혔다. 유진우는 꿈쩍도 하지 않고 서 있었지만, 발 아래 땅은 심하게 갈라졌다.반면 관동은 부딪히는 순간, 짧게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서 튕겨져 나가 벽에 세게 부딪혀 움푹 들어간 자국을 냈다. 다만 관동의 맞서 싸운 팔과 주먹은 이미 피로 물들었고, 뼈가 부서져 더는 움직일 수 없었다. 관동은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끝내 피를 뿜었다. 온 몸이 진흙처럼 벽을 따라 천천히 주저앉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이 장면을 보고 도석현은 당황스러웠다.관동은 관철만큼은 못 하지만 어쨌든 언더랭킹 13위의 고수이다. 그런 존재가 유진우의 주먹에 날아갔다.‘이 녀석, 진짜 그렇게 대단한가?’ 중상을 입고 쓰러진 관동을 보며 관철은 저도 모르게 이마를 찌푸렸다. 쉽게 해치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강한 상대를 만났다.그의 아들을 한 방으로 물리치는 실력이라니, 그렇다면 유진우의 실력은 그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진지하게 대해야겠군.’ “젊은이, 실력이 꽤 괜찮군. 그대의 스승은 누구신지?”관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히 무림에서 훌륭한 명문 출신이겠지. 혹시나 건드릴 수 없는 존재를 건드리면 곤란해지니까 미리 잘 확인해 봐야겠다.’ “파벌같은 거 없어요.”유진우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파벌이 없다고?” 관철이 눈을 번쩍였다. 사실이라면 조금 무서웠다.“젊은이, 당신은 재능이 있는 것 같군. 난 당신을 죽이고 싶지 않아. 오늘, 도석현에게 사과한다면 당신을 용서해 주지. 어때?”관철이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래된 무림고수인 그에겐 자연히 자신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있었다.하지만 상대의 정체를 알 수 없다면 건드리지 않는 편이 낫다.“관 사부님, 무슨 말씀이세요?
“객경 어르신을 뵙습니다.”모두의 주목 속에서 관철은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고 양손에 주먹을 안은 채 존경의 표정을 지었다.황보 가문의 권술사란 까놓고 말하면 그저 고급호위이다.그러나 객경은 전혀 달랐다. 그것은 늙은 맹주 다음으로 큰 존재였다!누구든 만나면 유진우를 선생이라고 존칭을 써야 한다.황보 집안의 객경령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겨우 두서너 명이다. 그리고 그걸 가진 사람은 다 위세 높은 사람들이다!유진우가 객경령을 받은 것으로 그의 실력과 가치를 증명하기에 충분했다.“어...”갑자기 무릎을 꿇는 관철을 보고 모두들 아연실색했다.하나같이 입을 떡 벌리고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저 사람은 유명한 관 사부님이자 언더 랭킹 2위의 고수이다. 평소 어딜가든 존경받고 만인이 우러러보는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런 거대한 사람이 유진우에게 무릎을 꿇다니!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지?사도현과 도석현은 어리둥절했고 단소홍 일행도 서로 쳐다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유진우가 아무렇게나 던진 옥패에 한 사람이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그녀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사실 유진우 자신도 관철이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보아하니 이 황보 집안의 객경령은 확실히 보통이 아닌 것 같았다.“관, 관 사부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도석현은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기 시작했다. 그가 관철을 청한 것은 자신을 위해서지, 남에게 무릎을 꿇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어르신, 아까는 소인이 안목이 짧았습니다. 방금 무례하게 굴었다면 너그러이 양해해주십시오.”관철은 도석현을 전혀 상대하지 않고 여전히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나기 시작했다.황보 가문의 객경령은 세력뿐만 아니라 숭고한 신분을 대표한다. 상대의 말 한마디로 사람을 증발시킬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됐어요. 당신도 다른 사람을 대신해 일을 하는 거니까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으니, 오해로 마무리할게요.”적어도 방금 관철은 그에
유태범의 말 한마디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쳐다봤다. 지난날 표기대장군이었던 유태범은 인품 논란은 많았지만, 그의 능력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유태범은 여러 차례 치열한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오늘 이 자리까지 오른 것이었다.그러니 유태범처럼 패기 있고 안목이 있는 사람조차 유진우가 왕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한다면, 그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했다.조금 전에 그들은 유진우를 지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거로 생각해 유천우를 지지했지만 지금 보니 그건 아니었다.먼저 전쟁의 신 조무진이 힘을 보탰고 이어서 표기대장군 유태범이 지지했으니, 이 두 사람의 선택은 많은 사람들의 결정을 바꾸기에 충분했다.“셋째야, 왜 장혁을 선택하겠다는 건지 자세히 말해봐.”유만수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제가 장혁을 선택한 이유는 조무진과 비슷합니다. 저는 한 사람의 재능과 능력을 더 중시합니다.”유태범은 진지하게 말했다.“이번에 호룡각을 어떻게 소탕했는지 모두 잘 알 거로 생각합니다. 전부 장혁이 작전을 짜고 계략을 펼쳤기에 교활하기 여지없던 채원진을 죽일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호룡각의 숨겨진 보물까지 전부 찾아냈죠. 이건 그야말로 아주 큰 공이 아닙니까? 종합해 보면 장혁의 용기와 지략은 왕위를 계승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입니다. 천우는 대장군이 되기에는 손색이 없지만 왕의 자리에 오르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유태범의 말이 끝나자, 유만수가 입을 열기도 전에 주한휘는 흥분하며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허튼소리! 이번 호룡각을 소탕한 것은 유진우 한 사람만의 공이 아니잖아요. 유천우도 큰 공을 세웠습니다. 유천우의 도움이 없었다면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되었을 리가 있겠습니까? 재능과 능력으로 따지면 유천우는 유진우보다 못 한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더 젊고 더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요.”“선평 제후, 뭘 그렇게 흥분하고 그러십니까? 저는 그냥 가족의 일원으로서 제 생각을 말했을 뿐이고 모든 권한은 저의 형님한테
“괜찮아. 오늘은 가족 연회야. 여기 있는 사람은 모두 식구와 마찬가지이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걱정 말고 해봐.”유만수가 웃으며 말했다.“위왕 님께서 물어보셨으니 그럼, 사양하지 않고 말씀 올리겠습니다.”조무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두 손을 맞잡아 가슴에 올려 예의를 갖추고 말했다.“제 의견은 지극히 제 개인 생각일 뿐이니, 혹시 의견이 달라도 저를 원망하거나 탓하지 말아주십시오.”“전쟁의 신께서 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당신은 나라의 기둥과 마찬가지인 사람이니 보는 눈이 분명 다를 거로 생각합니다.”“전쟁의 신께서는 누구를 지지하는 겁니까? 어서 말해보세요.”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용국의 전쟁의 신이자 왕족 조씨 가문의 후계자인 조문진의 영향력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만큼 모든 사람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여 있었다.“자, 그럼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조무진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정중하게 말했다.“종합적인 능력과 현명함을 바탕으로 한다면 저는 유진우가 서경의 왕으로서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유진우에게는 많은 단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서경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어 서경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고, 둘째는 토대가 없어 대중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위왕 님께서 저 자리에 오르실 때도 똑같은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그 당시 많은 세력이 위왕 님께 좋지 않은 눈총을 보냈었지만, 결과는 어떻습니까? 위왕 님은 뛰어난 개인 능력으로 서경의 영토를 넓히며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하여 지금의 지위와 영광을 얻었지요. 유진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개인 능력으로 보면 위왕 님보다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서경뿐만 아니라 용국 전체에서도 유진우 같은 사람은 더 없을 겁니다. 저는 유진우에게 조금만 시간을 준다면 그는 반드시 훌륭한 서경 왕이 되어 여러분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제 생각입니다. 여러분께서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마음껏 말씀하셔도 됩니다. 저는 여기까
은성종의 발언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똑똑한 사람이라면 유천우의 지지자가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유천우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는 걸 잘 알 텐데, 서경의 인재로서 어린 제갈량이라고 불리는 은성종이 왜 반대로 유진우를 지지하는지 모두 의아해했다.“회음 제후,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주한휘가 반박했다.“유진우의 무도 재능은 서경 전체를 놓고 보면 확실히 따라올 사람이 없지만, 왕의 자리는 싸움을 잘한다고 맡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유천우는 학문과 무예를 골고루 겸비한 데다 지지자까지 많으며 무엇보다 전쟁에서 몇 년 동안 연마하여 모든 면에서 매우 훌륭합니다. 만약 유천우가 왕이 된다면 서경은 분명 더욱 빛날 것입니다!”유천우는 황제의 조카이자 주한휘의 미래 사위이고 양측은 이미 혼약까지 맺은 사이였다.그러니 주한휘는 유천우가 왕의 자리에 오르기만 하면 자기 딸은 왕비가 되는 것이고 본인도 자연히 신분이 상승할 테니 무조건 유천우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저도 선평 제후의 견해에 동의합니다.”흑용군 주장 한 명이 말했다.“유진우가 우수하다는 건 물론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는 서경을 떠난 지 여러 해가 되었고 서경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유천우는 다르지요. 어릴 때부터 서경에서 자랐으니, 인맥도 넓고 군사 내막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유천우가 왕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맞습니다. 유진우는 10년 동안 서경을 떠나 있었으니 그를 따르지 않을 자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유천우가 왕이 되는 것을 지지합니다.”이때 일부 군사의 고급 장교들이 모두 유천우를 지지하기 시작했다.유진우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서경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었기에 그들한테 유진우는 서먹서먹했지만, 유천우는 달랐다.유천우가 예전에는 믿음직하지 못했던 건 맞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뛰어난 성과를 보였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유천우의 성격상 왕이
한참 동안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비록 유만수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몇 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거로 생각했고 무엇보다 이제 겨우 내우외환을 해결했는데, 유만수가 자리를 넘겨준다고 하니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여보, 너무 성급한 거 아닌가요?”옆에 있던 이의진이 권유했다.“그러니까요. 위왕 님, 아직 몸도 정정하시고 지금은 백세시대인데 어찌 이렇게 일찍 자리를 넘겨줄 생각을 하십니까?”장범규는 정직하고 솔직하게 물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묻고 싶었지만, 감히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만약 누군가 나서서 유만수를 설득한다면 새로운 위왕 님의 미움을 살 수도 있으니,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조용하게 상황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여러분, 제 몸은 제가 잘 압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마침 여러분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후사를 미리 안배하는 것도 제 소원을 이루는 셈입니다.”유만수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여보...”이의진이 뭔가를 말하려는데 유만수가 손을 들어 제재하며 말했다.“그만. 난 이미 결정했으니 더 이상 설득할 필요 없어.”유만수는 다시 모든 사람을 향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여러분, 저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선정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 사람의 손에 미래 서경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이 일은 저 혼자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에는 누가 미래의 서경을 맡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그건...”유만수의 말에 사람들은 더욱 당황했다. 형세를 보아하니 유만수는 내부 투표를 통해 지지자가 많은 사람한테 서경을 맡길 생각인 것 같았다.그러니 문제는 유진우를 선택할 것인가 유천우를 선택한 것인가였다.재능과 능력 면에서 보면 당연히 유진우가 한 수 위이지만 집안 내력과 배후 세력으로 판단하면 유천우가 한 수 위였다.유천우는 최근 몇 년 동안 전쟁에서 매우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미래가 기대된다는
보물 지도를 나눈 뒤 유진우는 사람을 안배해 호룡각의 기지를 다시 한번 정리했다. 이곳은 위치가 은밀하여 수비는 쉬우나 공격하기는 아주 어려웠고 또한 두 나라의 국경 지대에 놓여있었다.그러니 이곳을 군사 요새로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만약 앞으로 서방 제국과 충돌이 생긴다면 이곳이 중요 군사 지점이 될 것이고 여기서 출병한다면 반드시 예상치 못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겠지만 미리 준비해 둔다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해당 건을 해결한 뒤 유진우는 사람들을 데리고 서경왕부로 돌아갔다.이번에 유진우가 서경의 복병을 해결하고 대승을 거두었기에 유만수는 서경의 왕으로서 특별히 부내에서 연회를 열어 많은 손님을 초대했다.이번 사건에 공로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초청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한동안 왕부 안팎은 매우 시끌벅적했다.유만수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한테 매우 기쁜 소식이었고 호룡각을 멸한 건 더욱 기쁜 일이니 축하할 이유가 충분했다.밤이 되자 왕부 안은 이미 많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 서경에 있는 모든 사람이 거의 다 모인 것 같았다.각 고급 장교, 각 고위 간부, 그리고 각 방면의 거물들이 모두 왕부에 모여 술을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여러분, 후배인 제가 먼저 몇 마디 하겠습니다.”연회에서 유천우는 먼저 일어나 손에 잔을 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이번에 왕부가 위기를 맞았었지만, 여러분은 떠나지 않고 앞다투어 왕부의 근심과 어려움을 해결해 주어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자, 제가 먼저 여러분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말을 마친 유천우는 고개를 번쩍 들고 잔에 든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도련님이 너무 겸손하네. 우리는 서경의 신하로서 당연히 왕부와 함께해야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 별거 아니야.”평양 제후 장범규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맞는 말이야. 오랜 시간을 위왕 님과 함께 보냈고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늘 같이했으니, 왕부가 곤경에 처했다면 당연히 전폭적으로 도와야지. 나라를 위해서
“맞아요. 길이라는 건 한번 잘못 들어서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죠. 사철수의 모든 행동은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가 없어요. 누구처럼 죄를 공으로 대처할 기회조차 없죠.”유천우는 유태범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만약 유태범이 셋째 삼촌이 아니고 아버지의 인자함이 없었다면, 그뿐만 아니라 형제의 상잔을 원하지 않았고 손실이 크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역모는 열 번 죽어도 모자란 죄였다.“흠 흠.”유천우의 눈빛에 유태범은 괜히 마음에 찔려 화제를 돌렸다.“장혁아, 세 개의 보물 창고를 모두 합치면 가치가 엄청날 텐데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당연히 전부 서경으로 가져가야죠. 설마 그 잡놈들한테 남겨두기라도 하겠다는 거예요?”유천우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세 개의 보물 창고를 우리가 전부 독차지할 수는 없어.”유진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우리만의 힘으로 호룡각을 멸망시킨 건 아니잖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야. 그러니 보물 창고도 공평하게 함께 나눠야지.”“공평하게 나눈다고? 장혁아, 장난이지?”유태범은 어리둥절해서 격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방금 사철수의 말을 들었잖아. 호룡각의 보물 창고는 수십 년 동안 축적해 온 것들이고 그 수가 엄청날 텐데, 그걸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나눈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이번에 호룡각을 소탕하는 데 유태범은 뛰어난 공을 세웠으니, 나중에 또 다른 표창을 받을 수도 있었다.다시 말해, 서경왕부가 더 많은 보물을 얻어야만 유태범의 이익도 더 많아지기 때문에 그는 당연히 보물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보물도 좋지만, 도의도 지켜야죠. 사람들이 멀리서 우리를 도와주러 왔는데, 우리가 보물을 독차지한다면 그건 배은망덕한 사람이죠.”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그렇지만 굳이 똑같이 나눌 필요는 없잖아. 적당하게 성의를 보여주면 되는 거지.”유태범이 말했다.“저는 이미 마음먹었어요. 제 결정이 불만스럽다면 유만수에게 일러바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사철수 씨, 아직도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예요? 사진이라도 찍어줘요? 빨리 보물 지도를 찾아내세요.”불만으로 꼴 독 찼던 유태범은 못마땅한 얼굴로 사철수에게 화풀이했다.“알겠어요. 서두를게요.”유태범의 말에 사철수는 즉시 합금으로 되어 있는 대문 앞으로 다가가 채원진의 부러진 손을 들어 중간 부분에 있는 감응 위치를 살짝 눌렀다.띵 하는 소리와 함께 두터운 대문이 천천히 안쪽으로 열리자, 금속으로 만든 금고가 드러났다.금고는 약 33제곱미터 정도의 크기였고 한가운데에는 골드바가 사람의 키보다 더 높게 쌓여 있었다.골드바 외에도 그 주변에는 다양하면서도 진기한 보물들이 빽빽하게 배치되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비싸고 귀중한 물건들이었다.“이곳은 채원진의 개인 금고예요. 채원진은 마음에 드는 모든 물건을 전부 이곳에 수집했어요.”사철수가 설명했다.“보물들이 어마어마하네요.”유천우는 사방을 둘러보며 감탄했다.“이것들을 전부 가지고 나가면 성을 하나 사고도 남겠네요.”“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호룡각의 다른 세 보물 창고에 비하면 눈앞에 있는 것들은 새 발의 피죠.”사철수가 설명했다.“정말이에요?”유천우는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당신 말대로라면 호룡각의 보물을 전부 모으면 산더미가 되겠는데요?”“제가 직접 본건 아니지만 수십 년 동안 쌓아왔으니, 산더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예요.”사철수는 진지하게 말했다.“좋아요. 아주 좋아요! 빨리 모든 보물을 긁어모으고 싶네요.”유천우는 정신이 번쩍 들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보물 지도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예요?”유태범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있어요.”사철수는 맨 안쪽 선반으로 가서 위에 놓여있는 정교한 박달나무 상자를 꺼내 조심스럽게 유진우에게 건넸다.유진우가 열어보니 안에는 양피지 3장이 들어있었다. 모든 양피지에는 상세한 지도가 그려져 있었고 지도 중앙에는 보물 창고의 위치가 금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보물 지도가 진짜라면, 지도에 그려져 있는
“보물 지도는 어디 있나요?”유진우가 추궁했다.“채원진의 지하 밀실에 있어요. 내가 직접 세자 전하를 모시지요.”사철수가 말했다.“지하 밀실?”유천우는 실눈을 뜨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혹시 속으로 다른 꿍꿍이를 꾸미는 건 아니죠? 나중에 나를 악랄하다고 탓하기 싫으면 그런 생각은 빨리 접는 게 좋을 거예요.”밀실 같은 건물에는 함정과 암기가 많이 설치되어 있는데 유천우는 사철수가 다른 속셈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저는 이미 독 안에 든 쥐가 아닙니까.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사철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앞서서 안내하세요.”유진우가 두 근위병에게 눈치를 주자 근위병 두 명이 와서 사철수를 일으켜 세웠다.“잠깐만요. 밀실에 있는 보물 상자를 열려면 채원진의 손이 필요해요.”사철수가 갑자기 말했다.“그건 쉽죠.”유천우는 즉시 칼을 빼 들어 채원진의 오른손을 잘라 사철수에게 건네며 말했다.“자. 선물이에요.”사철수는 징그러웠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채원진의 손을 받아 들고 앞장섰다.유진우와 몇몇 사람은 사철수를 따라 기지로 들어갔고 마침내 지휘실 입구까지 도착했다.사철수는 문을 열고 벽 쪽으로 다가간 다음 벽에 걸려 있는 그림 하나를 떼어냈다.그림 뒤에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혀 알아차리기 어려운 하나의 버튼이 있었다.사철수가 손을 내밀어 버튼을 누르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벽 전체가 갑자기 양쪽으로 열리더니 안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드러났다.사철수가 유진우를 포함한 몇 명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올라탄 뒤 스위치를 누르자 문이 닫히더니 천천히 지하로 내려갔다.반 시간 남짓 지나자 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유진우와 몇 명 사람들의 눈에는 넓고 호화로운 지하 밀실이 들어왔다.말이 밀실이지 사실 호화 저택에 가까웠다. 안에는 없는 것 없이 다양한 생활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었고, 많은 물과 식량도 수집되어 있었는데 수십 년 동안 혼자 생활하기에는 충분한 수량이었다.“핵 방지
“유진우?”무릎을 꿇은 채 냉정한 표정을 한 유진우를 바라보는 사철수의 얼굴은 매우 복잡해 보였다. 놀라움과 기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미안함과 죄책감이 더욱 컸다.흑용군이 매복되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사철수는 이미 호룡각의 대세가 기울었음을 알아차렸다.아니나 다를까 호룡각의 기지는 파괴되었고 채원진은 목숨을 잃었으며 사철수는 유진우한테 체포되었다. 하지만 사철수는 어쩌면 이게 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비록 사철수가 호룡각의 사람이긴 했지만, 서경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서경은 이미 사철수한테는 고향 같은 곳이었고 주변에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아주 많았다.사철수가 저질렀던 많은 일들은 어쩔 수 없이 억지로 했던 거라 마음이 늘 불편했었다.오늘,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도 모두 사철수의 업보였고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였다.“아저씨,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 채원진이 패했으니, 당신도 패한 것과 마찬가지예요. 이제 와서 더 할말이 남았나요?”유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기면 영웅이고 지면 도적이 되는 법이지요. 세자 전하께서 죽이시든 벌을 주든 저는 다 괜찮습니다. 다만 무고한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사철수는 간절한 마음으로 간청했다.“당신이 지금 나한테 그런 조건을 내세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유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세자 전하, 죄인인 저는 죽어도 마땅합니다. 하지만 제 아내와 딸은 죄가 없지 않습니까? 그들은 용서해 주십시오.”사철수는 허리를 굽혀 땅바닥에 머리를 세게 박으며 유진우에게 절을 올렸다.“당신 말대로 그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죠. 하지만 못난 남편과 아비 때문에 그들도 죄인이 된 겁니다. 설마 당신은 어리석게도 그렇게 큰 죄를 지어 놓고 가족은 아무 일 없이 무사할 거로 생각한 겁니까?”유진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세자 전하, 공을 세우는 거로 저의 죄를 보상하면 안 될까요? 세자 전하께서 소가 되라면 소가 될 것이고 말이 되라면 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