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벌어진 싸움에서 정확히 보았지만 자칫 잘못하면 그들은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맙소사, 방금 그렇게 사납던 이무기가 순식간에 죽어버렸어요.”“이무기의 실력도 굉장했지만 안타깝게도 마침 자신의 천적을 만난 거예요.”“너무 끔찍하네요. 그 굉장한 이무기마저 순식간에 죽임을 당했는데 우리는 더 위험하지 않을까요?”싸움이 끝난 후 곳곳에 어질러진 시체들을 보며 사람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고 더 큰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이곳은 너무 잔혹하고 위험했고 그들도 언제 기이한 짐승들의 사냥감이 될지도 몰랐으며 게다가 영문도 모른 채 죽을 수도 있었다.이 순간 그들은 이전에 바람이 제정신이 아니었던 이유를 드디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이렇게 위험하고 무서운 곳에서는 정상인도 견딜 수 없었을 것이고 더 중요한 것은 아직 초저녁일 뿐인데 늦은 밤이 되면 어떤 괴물이 더 나타날지 아무도 몰랐다.“보아하니 이곳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위험한 것 같아요.”서지석은 굳어진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재물은 위험에서 구한다는 말이 있듯이 위험하지 않으면 우리가 그 진귀한 보물들을 찾을 수 있겠어요?”조이준은 다소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자신의 실력으로 방금 검은 독수리를 상대해도 승산이 있었기 때문에 전혀 걱정할 것이 없었다.“그래요. 우리는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보물만 찾으면 돼요.”서지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만약 금도문 제자가 단독으로 움직였다면 이런 굉장한 괴물을 만나면 큰 상처를 입을 것이었지만 다행히 그들은 사람도 많고 세력도 컸으며 무도 마스터 조이준이 함께였다.“여러분, 이곳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얼른 짐을 싸서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합니다.”이청성은 경고의 말을 했다.방금 울려 퍼진 큰 기척 소리는 또 어떤 괴물을 불러올지도 몰랐고 이곳엔 피비린내도 심해서 오래 머물수록 위험하니 안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지를 옮겨야 했다.“아직도 멍하니 서서 뭐 해? 이청성 씨 말을 못 들었어? 얼른 움직여.”
“선... 선배.”눈앞에서 상황을 지켜본 남자는 노란색 옷을 입은 남자가 나무 덩굴에 찔려 죽은 것을 보고 놀라 멍하니 서 있으며 한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조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죽다니.뚝! 뚝! 뚝! 노란색 옷을 입은 남자의 시신은 나무 덩굴에 의해 높이 걸려 있었고 그의 피는 끊임없이 솟구쳐 나와 결국 나무 덩굴에 의해 전부 빠르게 흡수되었다.말라붙었던 나무 덩굴은 피를 흡수한 후 더욱 통통해졌고 윤기가 났으며 표면은 옅은 핏빛으로 물든 것이 한눈에 보였다.나무 덩굴이 피를 흡수하는 동안 노란색 옷을 입은 남자의 시체는 빠른 속도로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했다.불과 몇 분도 안 되는 시간에 노란색 옷을 입은 남자는 완전히 마른 시신이 되어버렸다.“여기요. 여기 괴물이 나타났어요!”함께 있던 남자는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소리를 지르며 땅에 떨어진 칼도 주울 겨를도 없이 그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휙!남자가 막 몸을 돌려 도망치려 하자 또 하나의 덩굴이 바닥에서 튀어나와 번개 같은 속도로 남자의 머리를 꿰뚫었다.나무 덩굴은 투창인 양 남자의 뒤통수를 찔러 입으로 뚫고 나와 그대로 땅에 받았고 남자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눈을 부릅뜬 채 사망했다.죽기 전까지도 이렇게 위험한 줄 알았다면 그는 이곳에 보물을 찾으러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했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었었다.“적들이 습격하고 있어요.”두 명의 금도문 제자가 살해되는 것을 목격한 주변 사람들은 모두 무기를 꺼내며 적을 대치할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피를 흡수한 나무 덩굴은 여전히 만족하지 못한 듯 즉시 이를 드러내고 발톱을 휘두르며 다른 무사를 공격했다.대략 십여 개쯤 되는 나무 덩굴은 모두 아기 팔뚝만큼 굵어 보였고 문어의 촉수처럼 매우 민첩했다.“감히 우리 선배들을 죽여? 내가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한 웅장한 체구의 남자가 제자들이 살해당하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분노하며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즉시 칼을 뽑아 들고 달려들었다.“죽어라.
“이런 빌어먹을 것들! 감히 우리 선배를 습격하다니, 오늘 너희들을 모조리 불태워 버릴 테야.”부러진 나무 덩굴이 아직도 죽지 않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본 남자는 화가 치밀어 올라 즉시 옆에 있는 횃불을 들고 모조리 불태우려 했다.“육 사제, 뒤에 뭔가 있어, 조심해!”이때 멀리서 보고 있던 서지석이 무엇인가 본 듯 즉시 고함을 질렀다.“네?”웅장한 체구의 남자가 경각심을 가지고 급히 돌아서자 은빛 나무 덩굴이 마치 장총처럼 갑자기 찔러왔다.이전의 나무 덩굴은 모두 회색이었고 평범해 보였지만 눈앞의 덩굴은 은빛 색을 띠며 더 굵고 단단하고 빨랐다.“제기랄, 어디서 감히! 죽으려고 작정했네.”남자는 손목을 구부리며 칼을 휘둘러 은빛 나무 덩굴을 두 동강 내려고 했다.쟁!칼과 나무 덩굴이 부딪치는 순간 불꽃이 튀는 동시에 강철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은빛 나무 덩굴의 반격에 남자는 비틀거리며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이건 왜 이렇게 단단해?”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 들고 있는 칼을 보더니 뜻밖에도 방금 부딪친 곳에 깨진 흠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다시 말해 은빛 나무 덩굴은 그의 칼보다도 더 단단했고 이건 분명 나무 덩굴이 아니라 한 자루의 신병 무기였다.슥!은빛 나무 덩굴은 남자에게 반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그대로 다시 찔러왔고 그 속도는 마치 번개와도 같았다.남자는 더는 감히 뽐내지 못하고 즉시 칼을 빼 들어 방어했고 그렇게 사람과 나무 덩굴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이 남자의 칼법은 비록 남달랐고 공격도 빈번했지만 은빛 나무 덩굴을 자를 수 없었고힘껏 내리친다 해도 겨우 흔들 수 있는 정도였다.아무리 부딪쳐도 은빛 나무 덩굴은 아무런 손상도 입지 않았고 오히려 남자의 칼에는 이미 부딪친 흠들이 가득 차 있어 너덜너덜해졌다.쟁!또 한 번의 세찬 부딪침에 남자의 손에 들려 있던 칼은 결국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러져 나갔다.“육 사제, 그만하고 빨리 철수해야 해!”상황이 심상치 않자 서지석은 소리를 질러 남
은빛 나무 덩굴은 남자가 대처하기 매우 어려웠고 눈 깜짝할 사이에 똑같이 강하고 단단한 덩굴 십여 개가 나타날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십여 개의 은빛 나무 덩굴의 공격에 남자는 얼떨결에 피범벅이 되어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어떻게 이럴 수가...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앞을 내다보며 그대로 사망했다.그는 자신이 상대한 은빛 나무 덩굴이 괴물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 그것도 작은 괴물에 해당할 뿐이었다.이건 도대체 무슨 괴물이길래 이렇게 강력할 수 있단 말인가.십여 개의 은빛 나무 덩굴이 마치 문어의 촉수인 듯 남자를 돌돌 감아 허공에 들어 올린 후 힘껏 힘을 주었다.슥삭!남자의 시체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많은 피가 쏟아져 토막 난 시체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조금 전에 피를 흡수하던 덩굴과 다르게 은빛 나무 덩굴의 행동은 더 공포적이었다.“안돼!”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너무 놀란 서지석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고 분노와 원한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그는 바로 눈앞에서 자신의 육 사제가 살아있는 채로 산산조각이 나는 것을 보고 이성을 완전히 잃은 듯 아랑곳하지 않고 칼을 들고 그대로 돌진했다.“다 죽어버려!”서지석은 분노하여 소리 지르며 장도를 끊임없이 휘두르고 있었다.매서운 흰빛의 칼날이 마치 광풍 소나기처럼 은빛 덩굴들을 향해 휘몰아쳐 지나갔다.쟁쟁쟁!서지석의 거침없는 공격에 십여 개의 은빛 덩굴은 칼날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하나둘씩 잘려 나갔다.서지석의 내공이든 칼법이든 무기든 방금 산산조각이 난 남자보다 훨씬 우수했다.매번 휘두르는 칼에는 강한 진기가 깃들어 있었고 그렇게 단단했던 은빛 나무 덩굴들은 서지석의 칼법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대선배님, 우리도 도울게요.”상황을 목격한 나머지 금도문 제자들은 두말없이 바로 달려들어 서지석을 도와 함께 은빛 나무 덩굴과 싸우기 시작했다.그들은 모두 금도문의 엘리트이고 평소 함께 훈련하고 호흡이 잘 맞아
“이건... 이건 또 뭐야?”하늘 높이 치솟은 금빛 덩굴을 보며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회색 덩굴과 은빛 덩굴로도 이미 충분히 충격적이었지만 그것들은 굵고 긴 금빛 덩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회색 덩굴이 사병이고 은빛 덩굴이 장군이라면 금빛 덩굴은 모든 것을 통솔하는 왕과도 같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겁이 날 정도였다.“이 금빛 덩굴은 모든 은빛 덩굴을 합친 것보다 더 대단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그럼 어떡해요? 우리 이제 어떡해야 해요?”“그럼 우리 오늘 여기서 다 죽는 건가요?”지금 이 순간 금도문의 제자든, 김수영의 대원이든, 이청성의 호위대까지 모두가 마치 강적을 만난 듯 불안에 떨고 있었다.갑자기 한 번에 나타난 덩굴의 양이 너무 많아 그들은 근본적으로 대처할 수 없었다.“여러분 당황하지 마세요. 우리한테는 아직 조 선배님이 계시잖아요. 선배님이시라면 분명히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그들 중 한 제자가 높은 소리로 말했다.말이 끝나자 모두의 시선은 일제히 조이준을 향했고 저마다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그래요. 우리한테는 조 선배님이 계시는데 이깟 덩굴이 무슨 대수입니까?”“맞아요. 조 선배님은 사막의 교룡이고 강한 무도 마스터예요. 이 덩굴들이 아무리 강해도 선배님이시라면 쉽게 자를 수 있을 거예요.”“잘 됐어요. 우리 이제 살길이 생겼네요.”그들은 팀에 실력이 뛰어난 무도 마스터가 있다는 것을 잊을 뻔했고 조이준의 존재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이 덩굴들이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든 무도 마스터 앞에서는 볼품이 없었다.“조 선배님, 상황이 위급하니 지금은 선배님이 나서야 할 것 같아요.”서지석이 앞으로 걸어 나와 조이준을 보며 정중하게 말했다.그의 실력으로는 십여 개의 은색 덩굴을 상대하는 것으로 이미 한계에 달했고 지금은 조이준 정도 급의 실력이어야만 대처할 수 있었다.“이 수천수만 개의 덩굴을 나 혼자서
조이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분명히 알아둬야 할 건 우린 그냥 동행하여 각자 필요한 것을 얻으려고 온 것뿐이지 동맹이라고 할 수는 없어. 게다가 동맹이라고 해도 동고동락해야 한다고 누가 규정했어?”“아, 그건...”서지석은 갑자기 말문이 막혀버렸다.과연 무림인들 세계의 소문처럼 조이준은 매우 변덕스러운 사람이었다.“조 선배님, 무슨 조건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절대 거절할 리 없어요.”옆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이청성이 재빠르게 말했다.조이준은 좋은 것을 탐내려는 속셈이 분명했다.“성격이 시원시원하네요.”이청성이 그의 속셈을 알아차리자 조이준은 저도 모르게 싱긋 웃으며 말했다.“제가 위험을 무릅쓰고 여러분들을 도와 도망치게끔 해줄 테니 그 대가로 당신은 곤룡띠를 저에게 줘야 해요.”“뭐라고요? 곤룡띠요?”조이준의 말에 서지석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곤룡띠는 무도 마스터도 가둘 수 있는 신병 무기로 아주 진귀한 보물인데 조이준이 이 시점에서 곤룡띠를 요구하는 것은 분명히 위급한 시기를 노려보고 하는 행동이었다.버젓한 무도 마스터가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다니 정말 실망스러웠다.“왜요? 싫어요?”조이준은 다시 차분하게 말했다.“이청성 씨, 곤룡띠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은 그냥 물건일 뿐이고 그것으로 당신들 목숨이랑 맞교환하겠다는 데 문제가 있나요?”“당신...”유진우가 말하려고 하자 이청성은 손을 올려 그의 말을 잘라버리고 조이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좋아요. 당신이 우리를 도와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면 곤룡띠는 제가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바칠게요.”“허허허, 이청성 씨, 참 똑똑한 사람이네요. 전 이렇게 똑똑한 사람과 거래하는 걸 제일 좋아해요. 그럼 우리 약속하자고요.”조이준은 거래가 성사된 것에 기쁜 나머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곤룡띠같은 보물은 조이준에게 있어서 아주 큰 쓸모가 있었고 만약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나중에 강적을 만나도 비장의 카드로 쓸 수 있었다.“조 선
조이준이 강한 실력으로 두 자루의 휘어진 칼을 휘두르더니 무수한 칼날이 터져 나와 금빛 덩굴을 향해 날아들었다.모든 칼날마다 산을 깎아내리고 돌을 쪼개는 위력으로 지나가는 곳마다 바람이 휘몰아치고 휘황찬란했다.슥! 슥! 슥!조이준이 공격할 때 대량의 은빛 덩굴들은 장총으로 변해 매우 빠른 속도로 발사되어 모든 칼날을 정확하게 명중시켰다.펑! 펑! 펑!폭발음과 함께 하늘 가득 메워진 칼날들이 산산조각이 났고 모든 은빛 덩굴들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흥! 너희들이 얼마나 단단한지 한번 보자고.”조이준은 갑자기 속도를 내며 앞으로 돌격하여 두 칼을 교차시키고 휘두르며 소리쳤다.“파멸참!”쾅! 쾅!폭발음과 함께 두 줄기의 반달 모양의 칼날이 순식간에 튕겨 나가더니 앞뒤로 금빛 덩굴을 향해 내리꽂혔다.이 두 칼날은 매우 날카로웠고 바람만 불면 팽창하는 위력이 있었다.칼을 뽑았을 때는 겨우 석 자였지만 금빛 덩굴에 가까워졌을 때는 바람을 맞아 열 배로 팽창했다.언뜻 보면 마치 산을 깎는 두 칼날처럼 막을 수 없는 기세였다.슥! 슥! 슥!위기를 감지한 듯 모든 은빛 덩굴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그중 절반은 그물처럼 엮여 금빛 덩굴 앞을 가로막아 방어했고 나머지 은빛 덩굴은 장총으로 변하여 천둥 같은 기세로 미친 듯이 반달 모양의 칼날을 맞닥뜨리고 있었다.펑! 펑! 펑!또 한 번의 폭발음과 함께 두 갈래의 반달 모양의 칼날 앞에서 주동적으로 나선 은빛 덩굴은 잇달아 흔들거리며 더는 방어가 불가능했다.쿵! 쾅!여세를 몰아치던 반달 모양의 칼날은 그물처럼 얽혀진 은빛 덩굴 위에 단단하게 꽂혔다.칼도 창도 들어갈 수 없고 물과 불도 침범할 수 없는 그물이 조이준의 칼날에 의해 큰 틈을 열었고 그중 수십 개의 은빛 덩굴은 그대로 부러졌으며 단 한방에 수십 개의 덩굴을 잘라냈다.이것이 바로 무도 마스터의 파괴력이다..“엄청 날카로운 칼날이네요.”“역시 사막의 교룡이네요. 정말 대단해요.”“조 선배님이 나선 걸 보니 오늘 우리는 살 수 있을
한 방으로 먹히지 않자 금빛 덩굴은 다시 공격을 가했다.금빛 덩굴이 앞부분을 높이 치켜드는 것이 마치 활시위를 가득 채운 활처럼 짧은 시간 동안 힘을 모은 후 다시 구덩이 중앙에 있는 조이준을 향해 내리쳤다.이 한 방은 전보다 속도가 더 빠르고 힘도 더 가해졌다.힘을 다 쓰기도 전에 벌써 천둥소리와 함께 공기마저 두 동강 났다.착!또 한 번의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고 금빛 덩굴의 속도와 힘은 은빛 덩굴보다 훨씬 뛰어나 한 번 공격하면 천지가 진동했다.머리 위에서 내리치는 금빛 덩굴을 보며 조이준은 더는 공격하지 못하고 두 발로 힘껏 땅을 내리밟더니 한쪽으로 튕겨 나가며 몸을 피했다.이와 동시에 금빛 덩굴의 강력한 한 방이 조이준이 서 있던 자리를 정확히 강타했다.쿵! 쾅!금빛 덩굴은 한 번씩 공격할 때마다 산천을 뒤흔들었고 한 줄기 강한 충격파가 광풍이 낙엽을 쓸어내리듯 사방으로 휘몰아쳤다.그리고 방금 구덩이는 아까보다 더 깊어지며 하나의 깊은 골짜기가 터무니없이 형성되었다.탕! 탕! 탕!조이준은 엄청난 충격력에 몸을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뒷걸음질 치다 방금 자신이 착지했던 곳을 보더니 다행히 빠르게 몸을 피했지만 정면으로 맞았더라면 비참하게 죽었을 것으로 생각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금빛 덩굴의 파괴력은 너무 공포적이어서 절대 맞서 싸울 수 없었다.우르르 쾅쾅!한 방은 허탕을 쳤지만 금빛 덩굴은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바로 옆으로 쓸어내리더니 날카로운 채찍으로 변하여 땅을 미끌어 지나며 조이준을 향해 다시 매섭게 내리쳤다.나무 덩굴이 지나간 자리는 바로 깎여져 내리 파여버렸고 자갈들은 흙을 말아서 총알처럼 조의 줌을 향해 날아갔다.“뭐야!”조이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두 발을 땅에 힘껏 디디며 다시 뛰어올라 금빛 덩굴의 공격을 피했다.그때 사방의 창 같은 은빛 덩굴들이 갑자기 움직이더니 허공에 떠 있는 조이준을 향해 미친 듯이 찔러댔다.조이준은 다시 두 칼을 휘둘러 칼망을 세우고 기습해 오는 은빛 덩굴들을 빠르게 해결했다.그러나
“아니에요?”유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호산은 여태껏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서태양이 말했다.인재를 선발해 위상을 높이려고 진무사가 나섰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용호산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은가?“그럼 무슨 의도인데요?”유장미가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궁금하거든?”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서태양은 어깨를 으쓱했다.“보혁 씨는 내막에 훤하니까 화두를 꺼낸 거겠죠?”유이슬이 시선을 돌렸다.“내막까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소식이 몇 가지 있긴 해요.”염보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용호산 뒷산의 금지구역에 최근 신비로운 보물이 나타났는데 향후 100년 동안 무림인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무슨 보물이 그렇게 대단해요?”유장미가 깜짝 놀랐다.유이슬과 서태양도 예상치 못한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무림인들의 흥망성쇠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용원의 기와 관련된 보물일 거예요.”염보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순간, 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용원의 기? 그게 뭔데요?”유장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용맥의 정수이기도 하죠.”유이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호룡각이 와해하면서 지하 용맥이 다섯 개의 용원의 기로 변해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어. 소문에 의하면 용원의 기를 얻는 자는 천하무적이 되어 승승장구한다고 해.”호룡각이 무너지고 용맥이 파괴된 일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진짜요?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어요?”유장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서에서 관련된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용원의 기를 얻은 자들은 세상을 주름잡는 수장이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었어.”유이슬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염보혁이 대
유진우는 옆에 있는 염보혁을 흘깃 쳐다보았고, 속으로 상대방이 아무리 예뻐도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쿨럭!”염보혁은 사레가 들린 나머지 연신 기침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슬 씨, 지금 절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네요.”“당연히 칭찬하는 거죠. 그런 얼굴을 보고도 어떤 남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요?”유이슬이 정색하며 말했다.“네?”염보혁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사실일지언정 어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지?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정 믿기 어려우면 태양한테 물어봐요.”유이슬이 문득 말했다.한편, 서태양은 염보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시선을 돌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싶었다.“제가요?”서태양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장난하지 마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뭔가 냄새가 나는데요?”유장미가 눈썹을 까딱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보혁 씨한테 진짜 반한 건 아니죠?”“이... 계집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서태양이 펄쩍 뛰면서 얼굴이 벌게진 채 고래고래 외쳤다.“남자끼리 엮일 리가 없잖아.”“침착해요. 단지 농담했을 뿐이에요.”유장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게다가 남남 커플이 진짜 사랑이죠. 어차피 안 될 건 없잖아요. 만약 사귈 생각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요. 하하하!”“입만 열면 헛소리 하네.”서태양은 짐짓 화가 난 듯 혼내려는 액션을 취했다.유장미는 잽싸게 유이슬의 등 뒤로 숨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당사자인 염보혁은 말문을 잃었다.더욱이 유장미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를 흘끔거리는 서태양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몰래 훔쳐보는 탓에 괜히 기분이 세했다.“진우 씨, 이슬 씨, 다들 용호산은 처음이죠? 제가 구경 좀 시켜드릴까요? 주변에 뭐 있는지 소개해줄게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염
술이 몇 잔 오가자 서서히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슬 씨, 방금 검종의 제자라고 하시던데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용호산에 오른 건가요?”염보혁이 넌지시 물었다.“그런 셈이죠.”유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말주변이 딱히 없었다.“사실 저희는 스승님의 명을 받고 찾아왔어요.”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유장미가 웃으며 말을 보탰다.“노천사가 용호산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거든요. 검종 뿐만 아니라 천하회, 주술교를 포함한 파벌에서 최정예 제자들을 파견해 출전할 예정이에요.”“그럼 검종에서는 세 분이 참석하는 건가요?”염보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요.”유장미가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따로 있어요.”그녀와 서태양은 선천 후기에 속했고, 유이슬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어찌 됐든 천교에 비하면 열세에 처하는지라 검종을 대표해서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로 있다니? 설마 홍군림이에요?”염보혁의 눈썹이 까닥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유장미가 생긋 웃었다.“워낙 제멋대로에 신출귀몰하는 사람이라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지 아무도 몰라요. 만약 홍 선배가 진짜 출전한다면 우승은 우리 검종이 차지할 거예요.”홍군림은 천교 랭킹의 1위에 올랐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경천 랭킹에 진입한 검종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성격이 까칠하고 독불장군이라 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장미야, 그건 네 생각이고.”이때 유이슬이 입을 열었다.“홍 선배가 실력이 뛰어나고 검종의 천재로서 일반 무사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자가 한 명 더 있잖아.”“누구요?”유장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장혁.”유이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홍 선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요?”유장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막상막하야. 천교
“네?”염보혁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특히 잘 보이기 급급했던 서태양은 굳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손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럴 수가?방금 목숨 걸고 구하려던 사람이 남자였다니?“남자...? 농담이죠?”붉은 옷 소녀가 염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경국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인가?푸른 옷 여인은 입만 벙긋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흡혈파 망나니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집적거렸다니?취향 한번 독특했다.“아니요. 진짜 남자예요.”염보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밖에 나가면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붉은 옷 소녀가 말을 아꼈다.“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염보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탈한 듯 말했다.“아쉽네요.”붉은 옷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인이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선배? 왜 그래요? 괜찮아요?”그녀는 아직도 넋을 잃은 서태양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응? 아, 괜찮아.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서태양은 꿈에서 깨어난 듯 금세 정신을 차렸다.다만 눈빛만큼은 남자한테서 떠나지 않았다.이렇게 요염한 얼굴이 사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야말로 재능 낭비이지 않은가?“저는 염보혁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염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슬이에요.”푸른 옷 여인이 대답했다.“저는 유장미라고 해요.”붉은 옷 소녀가 활짝 웃었다.비록 남자이지만 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서태양입니다.”서태양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염보혁은 손을 내밀더니 소개를 이어갔다.“이쪽은 유진우 씨, 그리고 두 분은 호위무사인...”“춘화와 추월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수염 난 사내의 몸에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연신 검에 찔린 탓에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비록 수염 난 사내가 힘은 더 셌지만 기교에서는 한참 못 미쳤다.여자의 화려한 검술은 감탄을 자아냈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악!”수염 난 사내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사지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온몸은 피가 흥건했고 상처로 가득했다. 비록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형님!”패배한 우두머리를 보자 흡혈파 제자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항상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했던 수장이 이런 몰골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저년을 없애버려!”흡혈파 제자들이 고래고래 외치며 검을 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여자를 덮쳤다.“무용지물이야.”푸른 옷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안 되어 흡혈파 제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선혈이 낭자했다.“역시 대단하세요!”눈앞의 광경에 붉은 옷 소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망나니 따위가 감히 검종에게 대들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서태양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뭐... 뭐라고? 너희들이 검종 제자였어?”흡혈파 제자들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검종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3대 문파 중 하나로 천하회와 주술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비록 제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인재들밖에 없다.특히 검종의 홍군림은 어린 나이에 천교 랭킹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세계 10위의 강자가 되었다.경천 랭킹 10위권에 검종 제자가 무려 2명이나 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3대 파벌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여기서 검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이제야
“윽!”서태양은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온 채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짓누른 흡혈검을 떼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힘이 점점 더 가해졌고 무릎이 닿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작 이런 실력으로 감히 우리 흡혈파한테 덤비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수염 난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형님! 멋져요.”“역시 대단하세요.”부하들이 질세라 감탄했다.북쪽에서 흡혈파라고 하면 꽤 이름 있는 큰 파벌인지라 애송이 같은 놈이 도발할 만한 게 아니었다.“감히 내 앞에서 영웅 행세해? 넌 오늘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교훈 삼아 사지를 부러뜨려줄게!”수염 난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흡혈검을 들어 올려 서태양의 손목을 향해 휘둘렀다.챙!검이 닿기 직전 청색 보검이 불쑥 나타나 허공에서 공격을 막아냈다.“응?”수염 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푸른 옷 여인이 보검을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선배?”서태양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제야 한숨 돌렸다.조금만 늦었더라도 오른손을 잃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선배가 제때 도움을 줘서 천만다행이었다.“괜히 참견하지 마.”수염 난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우리 후배한테 손을 대는 순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너희들 같은 망나니는 벌을 받아 마땅하지.”이때, 붉은 옷 소녀가 검을 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언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넌 태양이랑 지켜보고 있어. 이런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푸른 옷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수염 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그런 왜소한 몸으로 오빠의 검을 어찌 막으려고? 차라리 무기는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뤄보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곧이어 음흉한 시선으로 여자를 훑으며 멋대로 평가하
서태양이 움직이자 수염 난 사내의 뒤에서 덩치가 산만 한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두 사람은 무기로 길쭉한 검을 들고 있었다.몸체는 강한 피비린내와 함께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는 칼날이 오랫동안 선혈에 노출된 결과였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흡혈검이라고 불렀다.다만 아쉽게도 그들이 지닌 검은 아직 미성숙 단계였고 기세가 한창 부족했다.챙! 챙!서태양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혼자서 두 명의 사내와 대결을 벌였다.그들은 기세등등하게 맞서 싸웠지만 힘만 강했을 뿐 행동이 굼뜬 편이었다.공격할 때마다 동작이 다소 어설펐다.반면, 서태양은 누가 봐도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스피드,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느 하나 뒤처진 데 없었다.세 사람이 공격을 주고받는 순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서태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내를 쓰러뜨렸다.그리고 응징할 겸 각자의 다리에 검을 관통했다.“흥!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쭐거려? 제 주제도 모르고.”서태양은 장검을 비스듬히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좋아! 잘했어!”승리를 거머쥔 서태양을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비록 나서서 싸울 용기는 없었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그래도 실력은 꽤 있나 보네? 어쩐지 참견하더라니.”수염 난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음침한 목소리로 협박했다.“하지만 오늘 임자를 만났지. 흡혈파를 마주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어.”“흡혈파는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구먼.”서태양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하! 괜찮아. 네 피를 전부 흡수하고 나면 우리가 왜 흡혈파라고 불리는지 알 거야.”수염 난 사내가 이죽거리더니 두말없이 공격을 개시했다.그가 발을 내딛자마자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고, 손에 든 흡혈검은 핏빛을 뿜어내며 곧장 서태양을 덮쳤다.앞서 상대했던 부하들과 달리 수염 난 사내의 흡혈검은 살기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얼굴은 쉽게 화를 부르는 법이다.염보혁은 남자였지만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요염한 얼굴을 지녔다.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지금처럼 깡패 무리와 마주할 때면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다.유진우는 모른 척하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어이, 이쁜이. 저런 나약한 놈이랑 술 마셔서 뭐 하겠어? 차라리 우리랑 한잔하지, 아주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내가 염보혁의 턱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 손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염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어여쁜 외모 탓에 남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 이쁜이가 화를 내네?”수염 난 사내는 턱을 문지르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서 화난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감탄스럽군.”그의 말에 뒤따르던 무리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이 사내는 제법 능숙하게 수작을 부렸다.염보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셋을 센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봐주지.”염보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본다고? 하하하!”수염 난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제법 앙칼진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위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우리를 손 봐줘, 어때?”“맞아, 맞아! 방도 넉넉하니 차례대로 너랑 놀아줄 수 있다고!”그의 동료들도 시시덕거리며 말을 보탰다.“셋.”염보혁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쁜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올라가자. 내가 아주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말이야.”수염 난 사내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댔다.“둘.”염보혁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안아 올라가는 수밖에.”그가 손을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혁 씨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제 생각엔 장일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용호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염보혁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이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진우 씨께서 과찬해 주시는군요. 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듣는 걸 좋아해서 호기심에 이런저런 소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사실 별다른 능력은 없어요.”염보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진우 씨께서 무림대회에 참가하신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진우 씨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보혁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저 세상 구경이나 해볼 겸 참가하는 것뿐입니다. 우승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애초에 제 실력으로 어떻게 그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염보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외모도 준수하고 기품 또한 비범하시죠. 멀리서 봐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비록 진우 씨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우 씨는 절대 범상한 인물이 아닙니다!”“보혁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평범한 출신에 보잘것없는 실력을 갖췄을 뿐입니다. 아마 실망할 겁니다.”“하하, 괜찮습니다. 커다란 황금 잉어가 어찌 작은 연못에서만 머물겠습니까? 바람과 구름을 만나면 반드시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입니다. 지금 진우 씨의 명성이 미미할지라도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거라고!”염보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은 절대적인 믿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유진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뭐지? 분명 오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