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한바탕 터지는 소리.유리 테이블은 순식간에 깨졌고 소현무의 머리는 그대로 유진우에 의해 테이블 아래로 내려앉았다.그는 순식간에 피범벅이 되어 비명을 질렀다.네?갑작스러운 변고에 모두가 어리둥절해하며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무슨 상황이지?이 녀석이 감히 소현무에게 손을 댔다니?설마 목숨을 던지겠다는 말인 건가?소현무는 부잣집 자제이고, 가문이 방대하고, 인맥이 넓었다.평범한 사람은 그에게 손찌검이 아닌 조금이라도 존경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집안이 망가지게 되는 것이 정상이었다.눈앞의 이 녀석은 정말 담이 컸다!“다시 한번 묻겠다, 유희주는 어디에 있는 거지?”유진우는 소현무의 머리를 한사코 누르며 온몸에 살벌한 기운이 감돌았다.소현무의 얼굴은 유리 부스러기로 가득 차 있었고 너무 아파 이를 갈고 있었다. 원래 평범했던 얼굴은 더욱 추해 보였다.“젠장! 감히 나를 건드려?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소현무는 목청을 돋우어 욕했다.“개자식! 경고하는데, 빨리 손을 떼, 그렇지 않으면 너희 가족 다 죽여버릴 거야.”“우리 가족을 죽인다고?”유진우는 흥 하고 손바닥을 들어 소현무의 뺨을 후려갈겼다.탁!낭랑한 소리.소현무는 온몸이 떨릴 정도로 맞아서 얼굴에 묻었던 유리 조각이 그대로 살 속으로 빠져들었고 선혈이 더욱 많이 흘렀다.소현무는 심한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젠장, 너희들 다 죽었어? 빨리 이놈을 죽여라!”소현무는 경호원 몇 명을 향해 소리쳤다.“감히 소현무를 때려? 정말 죽고 싶어?”경호원 몇 명이 꿈에서 깨어난 듯 잇달아 총을 뽑아 유진우를 향해 겨누었다.유진우는 소현무의 머리카락을 잡고 직접 들어 올려 자신의 앞을 막아 방패로 사용했다.“그만, 쏘지 마! 날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새까맣게 뚫린 총구를 보고 소현무는 놀라서 온몸에 흠칫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경호원 몇 명이 서로를 쳐다보더니, 즉시 총사용을 포기하고 막대기를 꺼내 곧장 유진우를 향해 달려갔다.몇 사람은 아주 훈련이 잘되어있었고
퍽퍽!유진우는 손을 번쩍 들고 소현무를 향해 따귀를 날렸다. 따귀 한 번에 이 귀족 자제는 수 미터나 멀리 날려 벽에 심하게 부딪혔고 생사가 불분명했다.나머지 귀족 자제들은 안색이 많이 변했고 화를 내지도 말하지도 못했다.유진우의 실력은 그들이 보기에도 절대적으로 강한 무도 고수였다.사내대장부는 눈앞의 손해를 보지 않는다.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잠시 화를 참아야 했다.물론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미 몰래 사람을 부르기 시작했다.그들의 지원군이 도착하면 유진우는 죽은 목숨이었다.“개자식! 감히 내 손을 부러뜨려? 너 죽었어! 너의 가족 모두 죽었어!’소현무는 얼굴이 일그러지며 으르렁거렸다.“손만 부러뜨리는 게 아니라 다리도 부러뜨릴 거야.”유진우는 사양하지 않고 발을 번쩍 들어 소현무의 무릎을 세게 밟았다.캭!또 낭랑한 소리가 났다.소현무의 무릎은 바로 반대 방향으로 구부러져 불가사의한 각도로 뒤틀렸다.아-!소현무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드러누워 뒹굴었다.“유희주는 어디 있지? 사람을 내놔.”유진우는 소현무의 머리카락을 잡고 상반신을 들어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생각할 시간을 3초 줄 테니, 만약 네가 사람을 내놓지 않는다면 난 현장에서 너를 죽일 거야.”“너, 감히!”소현무는 이를 악물며 안색이 엄하게 소리쳤다.“뭐라고?”유진우는 냉소를 흘리며 과도를 집어 들고 소현무의 가랑이에 대고 갑자기 조사했다.“하지 마, 하지 마! 내가 다 말할게!”소현무는 놀라서 실색하고 말았다. 그는 마침내 겁을 집어먹고 연신 용서를 빌었다.“형, 그냥 여자 아닙니까? 이렇게 야단법석을 떨 필요가 있습니까? 마음에 드시면 제가 양보하면 됩니다.”“어디 있지?”유진우는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아했고 과도는 소현무의 목숨에 좌우지하고 있었다.“저는 모르겠어요.”소현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짓가랑이 주위가 더욱 싸늘해지는 것을 보고 그는 즉시 말을 바꾸었다.“비록 유희주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제 동생은 분명히 알고 있을
“화승! 날 살려줘!”지원군이 오자 소현무는 즉시 목청을 돋우어 한마디 외쳤다.“어?”화승은 눈을 똑바로 뜨고 보더니 깜짝 놀라며 물었다.“도련님? 왜 이렇게 다쳤어요?”“젠장! 다 이놈의 짓이야!”소현무는 손가락을 뻗어 유진우를 향해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 개자식은 담이 아주 단단히 부어서 감히 내 손발을 부러뜨렸다. 오늘 너는 어떻게 해서든 나를 도와 복수해야 한다!”“도련님은 안심하십시오. 누구든지 당신을 다치게 하면 오늘 이 문을 나설 수 없습니다!”화승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개자식! 우리 소가의 원병이 이미 도착했으니 설령 네가 대단한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오늘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소현무는 험상궂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물론 죽고 싶지 않다면 기회를 줄 수 있다. 네가 무릎을 꿇고 나에게 절을 하고 용서를 빌면 살려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유진우의 행동은 그를 죽음으로 내몰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유진우를 죽이기 전에 소현수는 그를 모욕해야 한을 풀 수 있었다.“내가 원하는 사람은?”유진우는 소현무를 상대하지 않고 화승을 바라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사람?”"이놈아,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남의 일에 신경 쓸 마음이 있는 게냐?”“사람을 내놓지 못하면 소현무만 죽는 것이 아니라 소가 포함하여 너희 모두를 죽어야 한다.”그의 눈빛은 싸늘했다.“흥! 입심이 대단하네! 소가를 멸망시킬 수 있는 그럴 능력이 있어?”화승은 코웃음을 쳤다.“실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너희들이 당해보면 알 수 있지 않겠느냐.”유진우가 답했다.“건방진 아이! 내가 보기에 관을 보기 전까지 네가 정신을 차리지 않을 것 같구나. 여봐라! 죽여라!”화승은 손을 들어 앞으로 휘둘러 바로 격살령을 내렸다.죽여라!그 후 소가의 호위병 수십 명이 잇달아 칼을 빼 들고 유진우를 향해 돌진했다.그리고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다.유진우는 검을 뻗어 번쩍 들어 올렸다.모든 호위병이 들고 있던 칼은 마치 보이지 않는 힘으로
“네 놈이 무물술을 쓴다고? 대체 정체가 뭐야?” 화승이 눈살을 찌푸리며 경계의 기운을 뿜어냈다. ‘무물술’은 기문팔술 중 하나로 극히 드물게 나타나는 술법이다. 결코 평범한 무사들이 수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물술에 능숙한 사람이라 해도 고작 한두 자루의 무기만을 다룰 수 있었다. 하지만 유진우는 수십 자루의 칼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었다. 이 자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일이었다. 이로써 상대가 절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네놈 따위가 내 이름을 물을 자격은 없어.” 유진우는 차갑게 쏘아붙였다. “흑용군의 군장이었던 네놈이 여기서 호랑이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니! 정말 흑용군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구나!” “닥쳐라! 네놈이 뭐라고 감히 내게 이래라저래라 해? 네가 무물술에 능숙하다 한들 뭐 어쩌란 말이냐? 내 칼 밑에 쓰러진 기인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오늘 네놈도 예외 없이 죽게 될 거고. 죽어라!” 화승은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지며 칼을 뽑아 들었다. 그는 앞으로 두 걸음 빠르게 달리더니 곧바로 몸을 솟구쳐 유진우의 머리를 향해 강력한 일격을 내렸다. 소씨 가문의 자원으로 훈련을 받은 그는 이제 반보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 그의 검술이 제대로 펼쳐지고 무도 마스터일지라도 맞설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미련한 놈.” 유진우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더니 손가락으로 허공을 한 번 가리켰다. “쌩!” 하얀 빛줄기가 순간적으로 날아가 화승의 몸을 관통했다. “악!” 화승은 비명을 질렀다. 그는 마치 총에 맞은 새처럼 공중에서 머리부터 떨어져 내리며 휘청거렸다. 그의 가슴과 배 사이에 주먹만 한 크기의 혈구멍이 뚫려 있었고 피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앗!” 사람들이 다시 한번 떠들썩해졌다. 화승은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강자로 전투력도 뛰어나며 한때 흑용군의 군장이었고 소씨 가문의 골든 무사
성북 영웅방 본부. 이른바 영웅방은 사실 서경의 일부 방탕한 젊은이들이 모여 만든 하나의 동맹에 불과하다. 이들은 평소 서로 이익을 주고받으며 문제가 생기면 서로 돕기도 하고 영향력이 제법 있어 함부로 건드리기 어려운 존재들이다. 이들의 말 한마디에 모두가 움직이는 분위기다. 그 시각 영웅방 모임 홀 안. 여러 명의 방탕한 젊은이들이 여자를 안고 술을 마시며 춤을 추고 있다. 각 테이블 위에는 묘사할 수 없는 흰 가루가 놓여 있었다. 흥이 오르면 누군가는 몸을 숙여 테이블 위의 흰 가루를 급하게 한 번 들이킨다. 그 순간 몸이 떨리며 눈동자가 확장되고 얼굴엔 도취한 표정이 떠오르며 입가에 멍한 미소를 띤다. 마치 환상의 세계에 빠져든 듯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남녀 할 것 없이 흰 가루를 흡입하거나 추잡한 짓을 벌이고 있었다. 이곳은 모임 홀이 아니라 도적들의 아지트나 다를 게 없었다. “준... 준석 도련님! 큰일 났어요!” 이때 흰옷을 입은 방탕한 젊은이가 급히 뛰어 들어와 긴박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몇 번이나 말했니? 회장이라 부르라고!” 소파에는 온몸에 군살이 잔뜩 붙은 남자가 게으르게 누워 여인의 서비스를 즐기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안준석. 영웅방의 회장이자 방탕한 젊은이들의 우두머리였다. “회장! 큰일 났어요! 정말 큰 일이에요!” 흰옷의 방탕한 젊은이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누군가 영웅방에 쳐들어왔어요. 현무 도련님까지 묶으시고 지금 우리 쪽으로 오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뭐라고?” 안준석은 눈살을 찌푸리며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누가 감히 영웅방을 쳐들어 와? 죽고 싶어서 날뛴 거냐?” “저도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아주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요. 우리 영웅방의 호위들이 전혀 막을 수 없었어요.” 흰옷의 방탕한 젊은이는 목구멍을 꿀꺽 삼켰다. 아까 만약 빨리 도망치지 않았다면 호위들처럼 다리가 끊어지고 손이
손발이 부러지고 얼굴엔 유리 조각이 박혀 피가 줄줄 흐르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준석 도련님! 긴말할 시간 없어요! 당장 이 자식부터 잡으세요!” 소현무가 외쳤다. “이 자식아! 당장 현무 도련님을 놓아주지 않으면 내가 한 방에 너를 날려 버릴 거야!” 안준석은 험악한 표정으로 위협했다. “유희주는 어디 있지?” 유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물었다. “뭐? 유희주? 그런 사람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다. 명령한다! 지금 당장 놓아주지 않으면 너를 쏴 죽일 것이다!” 안준석은 총을 뒤로 당기며 장전했고 ‘딸깍’하는 소리가 두 번 들렸다. “준석 도련님! 그거 화력이 너무 강하니 실수로 저한테 맞추시면 안 됩니다!” 소현무는 두려움에 눈꺼풀이 떨렸다. 이건 산탄총이었다. 속칭 엽총으로 흔히 평등의 상징으로 불리는 무기였다. 한 방만 쏴도 수백 개의 강철 구슬이 흩뿌려지며 엄청난 위력과 공격 범위를 자랑했다. 그는 유진우와 이렇게 가까이 서 있으니 김준석이 방아쇠를 당기면 열에 아홉은 오발로 다칠 게 분명했다. “현무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 사격 실력은 정확해요. 절대 당신을 다치게 안 할 거예요.” 안준석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사격 실력?” 소현무는 입꼬리가 살짝 경련을 일으키며 할 말을 잃었다. ‘총도 제대로 못 들면서 무슨 얼어 죽을 사격 실력이야?’‘겨우 맞출 수 있을지 없을지 순전히 운에 달린 거겠지.’ ‘하긴 이 거리에서 산탄총으로 못 맞춘다면 그냥 눈을 뽑아야지.’ “마지막으로 묻는다. 유희주는 어디에 있냐?” 유진우는 소현무의 목을 한 손으로 움켜잡으며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지하실에... 지하실에 있어요.” 소현무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손을 아래로 가리켰다. “지하실 문을 열고 사람을 풀 거라!” 유진우가 냉정하게 말했다. “젠장! 네가 열라고 하면 그냥 열어야 하냐? 네가 뭔데!” 안준석은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시끄러워!”
현재 유진우는 마치 침범할 수 없는 신처럼 보였다. 몇몇 방탕한 젊은이들이 아무리 총을 쏘고 공격을 해도 한 점의 상처도 입지 않았다. 양쪽은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그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큰 간극이 있었다. “뭐야?”바닥에 가득 쌓인 탄피를 보고 다시 한번 아무 일도 없는 듯 서 있는 유진우를 본 모든 방탕한 젊은이들은 충격에 빠졌다. 총을 들고 움직이지 않은 채 멍하니 서 있는 그들의 얼굴에는 경악의 표정이 가득했다. 그들은 이런 장면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들의 화력으로는 코끼리 한 마리도 쉽게 제압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이 남자는 아무렇지 않은 걸까? “어떻게 된 거야? 그 빛의 보호막은 도대체 뭐야?”“세상에! 총알이 통하지 않는다니. 이 사람 대체 인간이야 귀신이야?”모두가 당황하고 놀라고 두려워했다. 몇몇은 몸까지 떨려서 들고 있던 총조차 떨어뜨렸다. 그들은 많은 고수를 봐왔다. 일부는 강한 훈련을 통해 칼과 총을 막을 수 있었지만 반드시 중요한 부위를 보호하면서 방어해야 했다. 하지만 유진우처럼 한 발작도 움직이지 않고 반투명한 빛의 보호막 하나로 모든 공격을 막는 상황은 전혀 본 적이 없었다. 이 사람은 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젠장! 죽어라!”그때 안준석은 밀실에서 반 탱크 로켓 발사기를 꺼내 유진우를 향해 발사 버튼을 눌렀다.“휘이이!”로켓은 즉시 발사되어 긴 불길을 내뿜으며 유진우를 향해 날아갔다. 유진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갑자기 손을 뻗어 로켓의 탄두를 붙잡았고 힘껏 쥐었다. “펑!” 강력한 폭발 소리와 함께 로켓은 그대로 터져버렸다. 연기와 먼지가 사라진 뒤 유진우는 온몸에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게 서 있었다. “이게 뭐야?”안준석은 두 눈을 부릅뜨고 멍하니 서 있었으며 마치 귀신을 본 듯한 표정으로 굳어 있었다. 그가 들고 있던 로켓 발사기도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그 순간 안준석의 마음속은 공포로 가득 찼고 몸은 떨리고 있었다.
지하실에 들어선 순간 유진우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지하실 안에는 수십 개의 철창이 놓여 있었다. 그 철창 안에는 한 명 또는 두 명의 소녀가 갇혀 있었다. 이 소녀들은 옷을 입지 않은 채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대부분은 온몸에 상처가 가득해 여러 차례 구타를 당했음을 알 수 있었고 보기만 해도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그중 두 구의 시체가 철창 안에 웅크린 채로 굳어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그 시체는 악취를 풍겼고 몇 마리의 쥐들이 몰래 먹고 있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유진우는 분노로 가슴이 타는 듯했다. “이 사람들 다 네가 잡아 온 거야?” 유진우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분노의 눈빛을 번뜩이며 소현무를 쏘아보았다. “아... 아니요. 저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소현무는 겁에 질려 손을 저으며 급하게 대답했다. “이 소녀들은 안준석이 키운 노예들이에요. 안준석은 특별한 취향이 있어서 어린 소녀들을 괴롭히는 걸 즐겼어요. 거의 매달 한두 명씩은 잡아 와서 지하실에 가뒀어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많은 소녀가 쌓였죠.” “사람을 노예 취급하다니 너희 같은 짐승은 정말 죽어 마땅해!” 유진우는 이를 악물며 온몸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정말로 저는 아무 죄 없어요! 전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소현무는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유희주는 어디 있어?” 유진우는 긴말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 “저... 저기요.” 소현무는 벌벌 떨며 손으로 한 구석을 가리켰다. 유진우는 자연스럽게 눈길을 돌렸다. 그가 바라본 구석의 철창 안에는 한 소녀가 움츠린 채 몸을 떨고 있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에 온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소녀의 목에는 개 목걸이가 채워져 있었고 눈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하반신은 피로 흥건하고 명백히 강제로 폭행당한 흔적이 보였다. “이런 짐승 같은 놈들!” 유희주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유진우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바로 소현무의 목을 움켜잡고 벽에 붙여 세웠다. 두
“아니에요?”유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호산은 여태껏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서태양이 말했다.인재를 선발해 위상을 높이려고 진무사가 나섰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용호산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은가?“그럼 무슨 의도인데요?”유장미가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궁금하거든?”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서태양은 어깨를 으쓱했다.“보혁 씨는 내막에 훤하니까 화두를 꺼낸 거겠죠?”유이슬이 시선을 돌렸다.“내막까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소식이 몇 가지 있긴 해요.”염보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용호산 뒷산의 금지구역에 최근 신비로운 보물이 나타났는데 향후 100년 동안 무림인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무슨 보물이 그렇게 대단해요?”유장미가 깜짝 놀랐다.유이슬과 서태양도 예상치 못한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무림인들의 흥망성쇠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용원의 기와 관련된 보물일 거예요.”염보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순간, 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용원의 기? 그게 뭔데요?”유장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용맥의 정수이기도 하죠.”유이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호룡각이 와해하면서 지하 용맥이 다섯 개의 용원의 기로 변해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어. 소문에 의하면 용원의 기를 얻는 자는 천하무적이 되어 승승장구한다고 해.”호룡각이 무너지고 용맥이 파괴된 일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진짜요?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어요?”유장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서에서 관련된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용원의 기를 얻은 자들은 세상을 주름잡는 수장이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었어.”유이슬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염보혁이 대
유진우는 옆에 있는 염보혁을 흘깃 쳐다보았고, 속으로 상대방이 아무리 예뻐도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쿨럭!”염보혁은 사레가 들린 나머지 연신 기침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슬 씨, 지금 절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네요.”“당연히 칭찬하는 거죠. 그런 얼굴을 보고도 어떤 남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요?”유이슬이 정색하며 말했다.“네?”염보혁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사실일지언정 어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지?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정 믿기 어려우면 태양한테 물어봐요.”유이슬이 문득 말했다.한편, 서태양은 염보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시선을 돌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싶었다.“제가요?”서태양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장난하지 마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뭔가 냄새가 나는데요?”유장미가 눈썹을 까딱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보혁 씨한테 진짜 반한 건 아니죠?”“이... 계집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서태양이 펄쩍 뛰면서 얼굴이 벌게진 채 고래고래 외쳤다.“남자끼리 엮일 리가 없잖아.”“침착해요. 단지 농담했을 뿐이에요.”유장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게다가 남남 커플이 진짜 사랑이죠. 어차피 안 될 건 없잖아요. 만약 사귈 생각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요. 하하하!”“입만 열면 헛소리 하네.”서태양은 짐짓 화가 난 듯 혼내려는 액션을 취했다.유장미는 잽싸게 유이슬의 등 뒤로 숨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당사자인 염보혁은 말문을 잃었다.더욱이 유장미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를 흘끔거리는 서태양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몰래 훔쳐보는 탓에 괜히 기분이 세했다.“진우 씨, 이슬 씨, 다들 용호산은 처음이죠? 제가 구경 좀 시켜드릴까요? 주변에 뭐 있는지 소개해줄게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염
술이 몇 잔 오가자 서서히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슬 씨, 방금 검종의 제자라고 하시던데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용호산에 오른 건가요?”염보혁이 넌지시 물었다.“그런 셈이죠.”유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말주변이 딱히 없었다.“사실 저희는 스승님의 명을 받고 찾아왔어요.”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유장미가 웃으며 말을 보탰다.“노천사가 용호산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거든요. 검종 뿐만 아니라 천하회, 주술교를 포함한 파벌에서 최정예 제자들을 파견해 출전할 예정이에요.”“그럼 검종에서는 세 분이 참석하는 건가요?”염보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요.”유장미가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따로 있어요.”그녀와 서태양은 선천 후기에 속했고, 유이슬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어찌 됐든 천교에 비하면 열세에 처하는지라 검종을 대표해서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로 있다니? 설마 홍군림이에요?”염보혁의 눈썹이 까닥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유장미가 생긋 웃었다.“워낙 제멋대로에 신출귀몰하는 사람이라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지 아무도 몰라요. 만약 홍 선배가 진짜 출전한다면 우승은 우리 검종이 차지할 거예요.”홍군림은 천교 랭킹의 1위에 올랐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경천 랭킹에 진입한 검종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성격이 까칠하고 독불장군이라 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장미야, 그건 네 생각이고.”이때 유이슬이 입을 열었다.“홍 선배가 실력이 뛰어나고 검종의 천재로서 일반 무사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자가 한 명 더 있잖아.”“누구요?”유장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장혁.”유이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홍 선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요?”유장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막상막하야. 천교
“네?”염보혁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특히 잘 보이기 급급했던 서태양은 굳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손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럴 수가?방금 목숨 걸고 구하려던 사람이 남자였다니?“남자...? 농담이죠?”붉은 옷 소녀가 염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경국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인가?푸른 옷 여인은 입만 벙긋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흡혈파 망나니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집적거렸다니?취향 한번 독특했다.“아니요. 진짜 남자예요.”염보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밖에 나가면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붉은 옷 소녀가 말을 아꼈다.“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염보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탈한 듯 말했다.“아쉽네요.”붉은 옷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인이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선배? 왜 그래요? 괜찮아요?”그녀는 아직도 넋을 잃은 서태양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응? 아, 괜찮아.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서태양은 꿈에서 깨어난 듯 금세 정신을 차렸다.다만 눈빛만큼은 남자한테서 떠나지 않았다.이렇게 요염한 얼굴이 사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야말로 재능 낭비이지 않은가?“저는 염보혁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염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슬이에요.”푸른 옷 여인이 대답했다.“저는 유장미라고 해요.”붉은 옷 소녀가 활짝 웃었다.비록 남자이지만 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서태양입니다.”서태양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염보혁은 손을 내밀더니 소개를 이어갔다.“이쪽은 유진우 씨, 그리고 두 분은 호위무사인...”“춘화와 추월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수염 난 사내의 몸에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연신 검에 찔린 탓에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비록 수염 난 사내가 힘은 더 셌지만 기교에서는 한참 못 미쳤다.여자의 화려한 검술은 감탄을 자아냈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악!”수염 난 사내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사지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온몸은 피가 흥건했고 상처로 가득했다. 비록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형님!”패배한 우두머리를 보자 흡혈파 제자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항상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했던 수장이 이런 몰골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저년을 없애버려!”흡혈파 제자들이 고래고래 외치며 검을 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여자를 덮쳤다.“무용지물이야.”푸른 옷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안 되어 흡혈파 제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선혈이 낭자했다.“역시 대단하세요!”눈앞의 광경에 붉은 옷 소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망나니 따위가 감히 검종에게 대들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서태양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뭐... 뭐라고? 너희들이 검종 제자였어?”흡혈파 제자들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검종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3대 문파 중 하나로 천하회와 주술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비록 제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인재들밖에 없다.특히 검종의 홍군림은 어린 나이에 천교 랭킹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세계 10위의 강자가 되었다.경천 랭킹 10위권에 검종 제자가 무려 2명이나 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3대 파벌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여기서 검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이제야
“윽!”서태양은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온 채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짓누른 흡혈검을 떼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힘이 점점 더 가해졌고 무릎이 닿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작 이런 실력으로 감히 우리 흡혈파한테 덤비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수염 난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형님! 멋져요.”“역시 대단하세요.”부하들이 질세라 감탄했다.북쪽에서 흡혈파라고 하면 꽤 이름 있는 큰 파벌인지라 애송이 같은 놈이 도발할 만한 게 아니었다.“감히 내 앞에서 영웅 행세해? 넌 오늘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교훈 삼아 사지를 부러뜨려줄게!”수염 난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흡혈검을 들어 올려 서태양의 손목을 향해 휘둘렀다.챙!검이 닿기 직전 청색 보검이 불쑥 나타나 허공에서 공격을 막아냈다.“응?”수염 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푸른 옷 여인이 보검을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선배?”서태양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제야 한숨 돌렸다.조금만 늦었더라도 오른손을 잃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선배가 제때 도움을 줘서 천만다행이었다.“괜히 참견하지 마.”수염 난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우리 후배한테 손을 대는 순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너희들 같은 망나니는 벌을 받아 마땅하지.”이때, 붉은 옷 소녀가 검을 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언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넌 태양이랑 지켜보고 있어. 이런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푸른 옷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수염 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그런 왜소한 몸으로 오빠의 검을 어찌 막으려고? 차라리 무기는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뤄보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곧이어 음흉한 시선으로 여자를 훑으며 멋대로 평가하
서태양이 움직이자 수염 난 사내의 뒤에서 덩치가 산만 한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두 사람은 무기로 길쭉한 검을 들고 있었다.몸체는 강한 피비린내와 함께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는 칼날이 오랫동안 선혈에 노출된 결과였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흡혈검이라고 불렀다.다만 아쉽게도 그들이 지닌 검은 아직 미성숙 단계였고 기세가 한창 부족했다.챙! 챙!서태양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혼자서 두 명의 사내와 대결을 벌였다.그들은 기세등등하게 맞서 싸웠지만 힘만 강했을 뿐 행동이 굼뜬 편이었다.공격할 때마다 동작이 다소 어설펐다.반면, 서태양은 누가 봐도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스피드,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느 하나 뒤처진 데 없었다.세 사람이 공격을 주고받는 순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서태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내를 쓰러뜨렸다.그리고 응징할 겸 각자의 다리에 검을 관통했다.“흥!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쭐거려? 제 주제도 모르고.”서태양은 장검을 비스듬히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좋아! 잘했어!”승리를 거머쥔 서태양을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비록 나서서 싸울 용기는 없었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그래도 실력은 꽤 있나 보네? 어쩐지 참견하더라니.”수염 난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음침한 목소리로 협박했다.“하지만 오늘 임자를 만났지. 흡혈파를 마주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어.”“흡혈파는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구먼.”서태양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하! 괜찮아. 네 피를 전부 흡수하고 나면 우리가 왜 흡혈파라고 불리는지 알 거야.”수염 난 사내가 이죽거리더니 두말없이 공격을 개시했다.그가 발을 내딛자마자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고, 손에 든 흡혈검은 핏빛을 뿜어내며 곧장 서태양을 덮쳤다.앞서 상대했던 부하들과 달리 수염 난 사내의 흡혈검은 살기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얼굴은 쉽게 화를 부르는 법이다.염보혁은 남자였지만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요염한 얼굴을 지녔다.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지금처럼 깡패 무리와 마주할 때면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다.유진우는 모른 척하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어이, 이쁜이. 저런 나약한 놈이랑 술 마셔서 뭐 하겠어? 차라리 우리랑 한잔하지, 아주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내가 염보혁의 턱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 손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염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어여쁜 외모 탓에 남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 이쁜이가 화를 내네?”수염 난 사내는 턱을 문지르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서 화난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감탄스럽군.”그의 말에 뒤따르던 무리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이 사내는 제법 능숙하게 수작을 부렸다.염보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셋을 센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봐주지.”염보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본다고? 하하하!”수염 난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제법 앙칼진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위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우리를 손 봐줘, 어때?”“맞아, 맞아! 방도 넉넉하니 차례대로 너랑 놀아줄 수 있다고!”그의 동료들도 시시덕거리며 말을 보탰다.“셋.”염보혁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쁜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올라가자. 내가 아주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말이야.”수염 난 사내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댔다.“둘.”염보혁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안아 올라가는 수밖에.”그가 손을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혁 씨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제 생각엔 장일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용호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염보혁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이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진우 씨께서 과찬해 주시는군요. 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듣는 걸 좋아해서 호기심에 이런저런 소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사실 별다른 능력은 없어요.”염보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진우 씨께서 무림대회에 참가하신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진우 씨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보혁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저 세상 구경이나 해볼 겸 참가하는 것뿐입니다. 우승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애초에 제 실력으로 어떻게 그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염보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외모도 준수하고 기품 또한 비범하시죠. 멀리서 봐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비록 진우 씨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우 씨는 절대 범상한 인물이 아닙니다!”“보혁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평범한 출신에 보잘것없는 실력을 갖췄을 뿐입니다. 아마 실망할 겁니다.”“하하, 괜찮습니다. 커다란 황금 잉어가 어찌 작은 연못에서만 머물겠습니까? 바람과 구름을 만나면 반드시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입니다. 지금 진우 씨의 명성이 미미할지라도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거라고!”염보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은 절대적인 믿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유진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뭐지? 분명 오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