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놈이 무물술을 쓴다고? 대체 정체가 뭐야?” 화승이 눈살을 찌푸리며 경계의 기운을 뿜어냈다. ‘무물술’은 기문팔술 중 하나로 극히 드물게 나타나는 술법이다. 결코 평범한 무사들이 수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물술에 능숙한 사람이라 해도 고작 한두 자루의 무기만을 다룰 수 있었다. 하지만 유진우는 수십 자루의 칼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었다. 이 자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일이었다. 이로써 상대가 절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네놈 따위가 내 이름을 물을 자격은 없어.” 유진우는 차갑게 쏘아붙였다. “흑용군의 군장이었던 네놈이 여기서 호랑이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니! 정말 흑용군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구나!” “닥쳐라! 네놈이 뭐라고 감히 내게 이래라저래라 해? 네가 무물술에 능숙하다 한들 뭐 어쩌란 말이냐? 내 칼 밑에 쓰러진 기인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오늘 네놈도 예외 없이 죽게 될 거고. 죽어라!” 화승은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지며 칼을 뽑아 들었다. 그는 앞으로 두 걸음 빠르게 달리더니 곧바로 몸을 솟구쳐 유진우의 머리를 향해 강력한 일격을 내렸다. 소씨 가문의 자원으로 훈련을 받은 그는 이제 반보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 그의 검술이 제대로 펼쳐지고 무도 마스터일지라도 맞설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미련한 놈.” 유진우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더니 손가락으로 허공을 한 번 가리켰다. “쌩!” 하얀 빛줄기가 순간적으로 날아가 화승의 몸을 관통했다. “악!” 화승은 비명을 질렀다. 그는 마치 총에 맞은 새처럼 공중에서 머리부터 떨어져 내리며 휘청거렸다. 그의 가슴과 배 사이에 주먹만 한 크기의 혈구멍이 뚫려 있었고 피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앗!” 사람들이 다시 한번 떠들썩해졌다. 화승은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강자로 전투력도 뛰어나며 한때 흑용군의 군장이었고 소씨 가문의 골든 무사
성북 영웅방 본부. 이른바 영웅방은 사실 서경의 일부 방탕한 젊은이들이 모여 만든 하나의 동맹에 불과하다. 이들은 평소 서로 이익을 주고받으며 문제가 생기면 서로 돕기도 하고 영향력이 제법 있어 함부로 건드리기 어려운 존재들이다. 이들의 말 한마디에 모두가 움직이는 분위기다. 그 시각 영웅방 모임 홀 안. 여러 명의 방탕한 젊은이들이 여자를 안고 술을 마시며 춤을 추고 있다. 각 테이블 위에는 묘사할 수 없는 흰 가루가 놓여 있었다. 흥이 오르면 누군가는 몸을 숙여 테이블 위의 흰 가루를 급하게 한 번 들이킨다. 그 순간 몸이 떨리며 눈동자가 확장되고 얼굴엔 도취한 표정이 떠오르며 입가에 멍한 미소를 띤다. 마치 환상의 세계에 빠져든 듯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남녀 할 것 없이 흰 가루를 흡입하거나 추잡한 짓을 벌이고 있었다. 이곳은 모임 홀이 아니라 도적들의 아지트나 다를 게 없었다. “준... 준석 도련님! 큰일 났어요!” 이때 흰옷을 입은 방탕한 젊은이가 급히 뛰어 들어와 긴박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몇 번이나 말했니? 회장이라 부르라고!” 소파에는 온몸에 군살이 잔뜩 붙은 남자가 게으르게 누워 여인의 서비스를 즐기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안준석. 영웅방의 회장이자 방탕한 젊은이들의 우두머리였다. “회장! 큰일 났어요! 정말 큰 일이에요!” 흰옷의 방탕한 젊은이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누군가 영웅방에 쳐들어왔어요. 현무 도련님까지 묶으시고 지금 우리 쪽으로 오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뭐라고?” 안준석은 눈살을 찌푸리며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누가 감히 영웅방을 쳐들어 와? 죽고 싶어서 날뛴 거냐?” “저도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아주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요. 우리 영웅방의 호위들이 전혀 막을 수 없었어요.” 흰옷의 방탕한 젊은이는 목구멍을 꿀꺽 삼켰다. 아까 만약 빨리 도망치지 않았다면 호위들처럼 다리가 끊어지고 손이
손발이 부러지고 얼굴엔 유리 조각이 박혀 피가 줄줄 흐르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준석 도련님! 긴말할 시간 없어요! 당장 이 자식부터 잡으세요!” 소현무가 외쳤다. “이 자식아! 당장 현무 도련님을 놓아주지 않으면 내가 한 방에 너를 날려 버릴 거야!” 안준석은 험악한 표정으로 위협했다. “유희주는 어디 있지?” 유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물었다. “뭐? 유희주? 그런 사람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다. 명령한다! 지금 당장 놓아주지 않으면 너를 쏴 죽일 것이다!” 안준석은 총을 뒤로 당기며 장전했고 ‘딸깍’하는 소리가 두 번 들렸다. “준석 도련님! 그거 화력이 너무 강하니 실수로 저한테 맞추시면 안 됩니다!” 소현무는 두려움에 눈꺼풀이 떨렸다. 이건 산탄총이었다. 속칭 엽총으로 흔히 평등의 상징으로 불리는 무기였다. 한 방만 쏴도 수백 개의 강철 구슬이 흩뿌려지며 엄청난 위력과 공격 범위를 자랑했다. 그는 유진우와 이렇게 가까이 서 있으니 김준석이 방아쇠를 당기면 열에 아홉은 오발로 다칠 게 분명했다. “현무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 사격 실력은 정확해요. 절대 당신을 다치게 안 할 거예요.” 안준석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사격 실력?” 소현무는 입꼬리가 살짝 경련을 일으키며 할 말을 잃었다. ‘총도 제대로 못 들면서 무슨 얼어 죽을 사격 실력이야?’‘겨우 맞출 수 있을지 없을지 순전히 운에 달린 거겠지.’ ‘하긴 이 거리에서 산탄총으로 못 맞춘다면 그냥 눈을 뽑아야지.’ “마지막으로 묻는다. 유희주는 어디에 있냐?” 유진우는 소현무의 목을 한 손으로 움켜잡으며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지하실에... 지하실에 있어요.” 소현무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손을 아래로 가리켰다. “지하실 문을 열고 사람을 풀 거라!” 유진우가 냉정하게 말했다. “젠장! 네가 열라고 하면 그냥 열어야 하냐? 네가 뭔데!” 안준석은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시끄러워!”
현재 유진우는 마치 침범할 수 없는 신처럼 보였다. 몇몇 방탕한 젊은이들이 아무리 총을 쏘고 공격을 해도 한 점의 상처도 입지 않았다. 양쪽은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그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큰 간극이 있었다. “뭐야?”바닥에 가득 쌓인 탄피를 보고 다시 한번 아무 일도 없는 듯 서 있는 유진우를 본 모든 방탕한 젊은이들은 충격에 빠졌다. 총을 들고 움직이지 않은 채 멍하니 서 있는 그들의 얼굴에는 경악의 표정이 가득했다. 그들은 이런 장면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들의 화력으로는 코끼리 한 마리도 쉽게 제압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이 남자는 아무렇지 않은 걸까? “어떻게 된 거야? 그 빛의 보호막은 도대체 뭐야?”“세상에! 총알이 통하지 않는다니. 이 사람 대체 인간이야 귀신이야?”모두가 당황하고 놀라고 두려워했다. 몇몇은 몸까지 떨려서 들고 있던 총조차 떨어뜨렸다. 그들은 많은 고수를 봐왔다. 일부는 강한 훈련을 통해 칼과 총을 막을 수 있었지만 반드시 중요한 부위를 보호하면서 방어해야 했다. 하지만 유진우처럼 한 발작도 움직이지 않고 반투명한 빛의 보호막 하나로 모든 공격을 막는 상황은 전혀 본 적이 없었다. 이 사람은 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젠장! 죽어라!”그때 안준석은 밀실에서 반 탱크 로켓 발사기를 꺼내 유진우를 향해 발사 버튼을 눌렀다.“휘이이!”로켓은 즉시 발사되어 긴 불길을 내뿜으며 유진우를 향해 날아갔다. 유진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갑자기 손을 뻗어 로켓의 탄두를 붙잡았고 힘껏 쥐었다. “펑!” 강력한 폭발 소리와 함께 로켓은 그대로 터져버렸다. 연기와 먼지가 사라진 뒤 유진우는 온몸에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게 서 있었다. “이게 뭐야?”안준석은 두 눈을 부릅뜨고 멍하니 서 있었으며 마치 귀신을 본 듯한 표정으로 굳어 있었다. 그가 들고 있던 로켓 발사기도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그 순간 안준석의 마음속은 공포로 가득 찼고 몸은 떨리고 있었다.
지하실에 들어선 순간 유진우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지하실 안에는 수십 개의 철창이 놓여 있었다. 그 철창 안에는 한 명 또는 두 명의 소녀가 갇혀 있었다. 이 소녀들은 옷을 입지 않은 채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대부분은 온몸에 상처가 가득해 여러 차례 구타를 당했음을 알 수 있었고 보기만 해도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그중 두 구의 시체가 철창 안에 웅크린 채로 굳어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그 시체는 악취를 풍겼고 몇 마리의 쥐들이 몰래 먹고 있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유진우는 분노로 가슴이 타는 듯했다. “이 사람들 다 네가 잡아 온 거야?” 유진우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분노의 눈빛을 번뜩이며 소현무를 쏘아보았다. “아... 아니요. 저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소현무는 겁에 질려 손을 저으며 급하게 대답했다. “이 소녀들은 안준석이 키운 노예들이에요. 안준석은 특별한 취향이 있어서 어린 소녀들을 괴롭히는 걸 즐겼어요. 거의 매달 한두 명씩은 잡아 와서 지하실에 가뒀어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많은 소녀가 쌓였죠.” “사람을 노예 취급하다니 너희 같은 짐승은 정말 죽어 마땅해!” 유진우는 이를 악물며 온몸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정말로 저는 아무 죄 없어요! 전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소현무는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유희주는 어디 있어?” 유진우는 긴말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 “저... 저기요.” 소현무는 벌벌 떨며 손으로 한 구석을 가리켰다. 유진우는 자연스럽게 눈길을 돌렸다. 그가 바라본 구석의 철창 안에는 한 소녀가 움츠린 채 몸을 떨고 있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에 온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소녀의 목에는 개 목걸이가 채워져 있었고 눈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하반신은 피로 흥건하고 명백히 강제로 폭행당한 흔적이 보였다. “이런 짐승 같은 놈들!” 유희주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유진우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바로 소현무의 목을 움켜잡고 벽에 붙여 세웠다. 두
유진우는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지하실을 나섰다. 모임 홀의 방탕한 자식들이 모두 땅에 쓰러져 울부짖고 있었다. 유일하게 이청성만이 문 앞에 조용히 서 있었다. “이 녀석들이 반성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조금 전까지 나를 기습하려 했어요. 그래서 그냥 가볍게 대가를 치르게 해줬어요.” 이청성은 담담하게 말했다. “너무 약하게 처벌했네요.” 유진우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탕한 자식들이 모두 한 쪽 다리가 잘린 채로 쓰러져 있었다.그들이 지은 죄에 비하면 이 정도의 처벌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떻게 됐어요? 유희주는 찾았어요?” 이청성이 물었다. “찾았어요. 역시 지하실에 있었어요. 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수십 명의 무고한 소녀들이 더 있어요.” 유진우의 표정은 어두웠다. “네? 어떻게 된 일이에요?” 이청성은 놀라며 물었다. “지하실에 가면 알게 될 거예요.” 유진우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지하실로 향했다. 그 사이 유진우는 핸드폰을 꺼내 한 번호를 눌렀다. 잠시 후 손도운과 몇 명의 여성 첩자가 급하게 들어왔다. 몇 명의 여성 첩자는 각자 두 개의 여행 가방을 들고 있었다. 지난 호룡각의 암살 사건을 통해 손도운의 능력과 충성도는 유진우의 인정을 받았다. 이번에 서경으로 돌아오면서 손도운을 곁에 두기로 했다. “전하, 요청하신 물건은 준비되었습니다. 확인해 주세요.” 손도운은 먼저 인사를 하고 여성 첩자들에게 가방을 열어보라고 손짓했다. 가방 속에는 다양한 여성 의류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지하실에 많은 소녀들이 갇혀 있어요. 이 옷들을 그들에게 입히고 안전한 장소를 마련해줘요.” 유진우가 지시했다. “알겠습니다.” 손도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때 이청성이 지하실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의 표정은 심각해 보였고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얼굴에 서렸다. “이 양심도 없는 짐승들! 사람을 노예로 취급하다니. 죽
“우두머리 안준석과 소현무는 데려가고 나머지는 모두 처리해라.” 유진우가 냉혹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손도운은 한 마디 대답하며 주저함 없이 도검을 들고 이 짐슴 같은 놈들을 하나하나 처리하기 시작했다. 순간 모임 홀은 아수라장이 됐다. 비명과 살려달라는 소리 그리고 협박하는 소리. 온갖 얼굴들이 뒤엉켰다. “살려주세요! 저는 돈이 많아요!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한 번만 살려주시면 얼마든지 드릴게요!” “네 이놈! 내 아버지는 부총병이다! 수천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고 내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리면 내 아버지가 반드시 네 놈을 찢어 죽일 것이다!” “형님, 제발 살려주세요!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오늘 살려 주신다면 반드시 당신에게 큰 부귀를 가져다드릴게요!” 죽음 앞에서 모든 방탕한 자들은 그들의 체면을 잃고 본색을 드러냈다. 지금 그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한때 우쭐대던 모습은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유진우는 그들의 애원에 전혀 흔들리지 않고 그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손도운과 몇 명의 비밀 요원들은 자비를 베풀지 않고 칼날을 계속해서 휘두르며 더러운 목숨을 하나씩 끊어냈다. 이 악당들은 이미 서경의 기생충과 같았다. 평소 권력과 재력을 믿고 수많은 사람을 억압하며 사람의 생명을 깡그리 짓밟았다. 이런 악당들은 반드시 뿌리째 뽑아야 한다! 한참의 도살 끝에 모든 악당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유진우는 위에 걸린 ‘모임 홀’이라는 간판을 바라보며 그저 씁쓸하게만 느껴졌다. “불을 놓으세요. 태워버려요.” 유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던지고 자리를 떠났다. 곧 불길이 모임 홀 내부에서 치솟았고 그 불은 순식간에 영웅방 본부까지 덮쳤다. 몇 명의 간신히 살아남은 자들도 결국 불길 속에서 죽음을 맞았다. 불은 점점 더 커지며 결국 이 지저분한 곳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유진우 일행은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고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
유진우는 유성 남매의 재회를 방해하지 않고 문을 조용히 닫아 두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내주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일을 겪은 후 그 무서운 기억이 사라지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유장혁 씨, 오늘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옆에 있는 남자의 옆모습을 보던 이청성은 갑자기 물었다. “이런 짐승 같은 놈들은 보이는 대로 처리할 거예요.” 유진우가 싸늘한 목소리로 답했다. “서경은 연경보다 더 큰 땅이에요. 이번 일이 단지 예외일 리는 없어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을 겁니다. 지금 당신의 능력으로는 한두 명, 백 명이라도 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천 명이나 만 명은 어림없어요.” 이청성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유진우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당신이 정치에 관심 없다는 걸 알아요. 오히려 무림인들의 세계에서의 자유로운 의리와 복수에 더 끌린다고 하겠죠. 하지만 이런 일은 꼭 높은 자리에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어요. 인간쓰레기나 악당들은 개인의 무력으로만 다 죽일 수는 없는 법이죠.” 이청성은 유진우에게 조언했다. “당신 말은 이해는 하지만 난 지금 그런 생각은 없어요.” 유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생각은 없어도 준비는 해야 해요. 지금 서경의 상황은 매우 혼란스러워요. 당신은 이 짐을 짊어져야 해요.” 이청성은 엄숙하게 말했다. 서경왕은 병으로 몸이 쇠약해져 시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각 세력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내부에서 이미 여러 파벌로 갈라졌고 서로 견제하며 혼란스러웠다. 서경왕이 사망하여 군주가 없어지는 순간 서경뿐만 아니라 용국 전체가 혼란에 빠질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유장혁이 빨리 자리에 올라 여러 하급 세력을 제압하길 바랐다. “지금 그런 얘기는 별 의미가 없어요. 당장 우리에게 중요한 건 호룡각의 잔당들을 처리하는 거예요.” 유진우가 말했다. “그 말
“주인님, 셋째 도련님이십니다!” 집사가 문 밖에서 대답했다.“준석이라고?” 안송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 녀석이 또 무슨 사고를 친 거냐?” 세 아들 중에서 안준석이 가장 다루기 힘들었다.“사고가 아니라 셋째 도련님이 폭행을 당하셨습니다!”집사가 급히 설명했다.“뭐라고? 맞았다고?”이 말을 듣자마자 안송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다그쳤다. “어떻게 된 거야? 누가 감히 내 아들을 때렸어?!”아들이 사고를 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맞았다는 건 참을 수 없었다.“누군지는 아직 모릅니다. 방금 차 한 대가 셋째 도련님을 대문 앞에 버리고 갔는데, 저희가 발견했을 때는 이미 도련님이 중상을 입으신 상태였고 범인은 도망간 뒤였습니다.”집사가 답했다.“가자! 준석이를 봐야겠어!”안송진은 아들이 걱정되어 겉옷도 걸치지 않은 채 급하게 방을 뛰쳐나갔다.집사를 따라 저택 내 의료실에 도착했을 때 그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병상에 누워있는 안준석은 거의 죽어가는 상태였다. 얼굴은 창백하고 온몸이 피투성이였으며 전신의 뼈가 반 이상 부서졌고 사지는 모두 꼬여 있어 처참한 모습이었다.“준석아! 준석아!”이 광경을 본 안송진의 눈에서 순간 눈물이 흘러내렸다. 처음에는 단순한 싸움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심하게 다쳐있을 줄은 몰랐다.“주인님, 방금 의사가 진찰해 보니 도련님이 중상을 입으셨지만 당장 생명의 위험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도련님을 때린 사람이 어느 정도 치료도 해준 것 같습니다.” 집사가 말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준석이가 어떻게 이렇게 됐지? 도대체 누가 이런 건가?”안송진은 붉어진 눈으로 분노에 차 외쳤다.“이미 사람들을 보내서 조사하고 있습니다. 곧 결과가 나올 겁니다.” 집사가 말했다.“감히 내 아들을 다치게 해? 그 누구라도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당장 인원을 소집해. 언제든 체포할 수 있게 준비하라고!” 안송진이 엄한 목소리로 명령했다.“네!”집사는 즉시 대답하고 서둘러 준비를 시작했다.
“모르겠어요. 그 남자는 본 적이 없어요.” 소현무는 창백한 얼굴로 힘겹게 대답했다. “근데 분명히 유씨 가문과 관련이 있어요. 이번에 나를 이렇게 만든 이유가 유희주라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서였어요.” “유씨 가문? 유희주?” 소창명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바로 뒤를 돌아 명령을 내렸다. “한 시간 내로 유희주와 그 가족을 전부 잡아 오도록 해라. 반드시 그놈의 정체를 밝혀내야 한다!” “예!” 소씨 가문의 부하들이 힘차게 대답하며 사방으로 흩어져갔다. 소씨 가문은 왕성 서경에서 세력이 막강했다. 가문이 번창했을 뿐만 아니라 소창명은 만 명 이상의 병력을 지휘하는 서경의 총병으로서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셈이었다. 이번에 소현무가 이렇게 심각한 피해를 보았으니 소창명이 쉽게 넘어갈 리 없었다. 범인은 물론이고 이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은 모두 죽음의 운명이었다. “현무야! 걱정하지 말아라. 누가 너를 이렇게 만들었든 난 그들에게 반드시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소창명은 단호하게 약속했다. 바로 그때 전화가 울렸다. 전화 화면을 확인한 소창명은 표정이 순간 심각해졌다. 그는 의료진에게 손짓으로 소현무를 병실로 옮기라고 지시한 후 급히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자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 가주님, 도련님께서 저택으로 오라 하십니다.” “도련님께서요?” 소창명은 눈가가 미세하게 떨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석 장군님, 이 늦은 밤중에 도련님께서 저를 부르신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도련님의 뜻을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서둘러 주십시오. 도련님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십시오.”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는 바로 끊어졌다. 질문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소창명은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이마를 찌푸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최근 도련님은 외출도 극도로 드물게 하며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는데 왜 갑자기 나를 부르셨을까?’‘혹시 내가 실수라도
...깊은 밤 소씨 가문 저택 앞. 검은색 비즈니스 차 한 대가 갑자기 멈춰 섰다. 이어 차 문이 열리더니 커다란 마포 자루 하나가 길바닥에 던져졌다. 마포 자루는 피가 가득 묻어 있었고 안에는 분명 사람이 들어 있는 듯했다. “이봐! 너희들 뭐 하는 짓이야!” 문을 지키고 있던 소씨 가문의 경비원 몇 명이 이상함을 감지하고 소리쳐 제지했다. 그러나 검은색 차량은 엔진을 거칠게 울리며 그대로 사라졌다. 경비원들은 조심스레 자루에 다가가 발끝으로 살짝 다쳐봤다. 자루가 움직이더니 안에서 피투성이 얼굴 하나가 삐져나왔다. 다름 아닌 급소를 절단당하고 이미 반쯤 죽어 있는 소현무였다. “살... 살려줘... 제발.” 소현무는 미약한 목소리로 흐느꼈다. 그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경비원들은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경악했다. “도련님이다! 빨리! 도련님을 병원으로 모셔야 해!”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중상을 입은 소현무를 급히 병원으로 데려갔다. 곧이어 소씨 가문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새벽 왕성 지역 병원. 몇 시간의 수술 끝에 소현무는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수술실에서 밖으로 실려 나왔다. 이때 수술실 밖에는 이미 사람들이 빼곡히 서 있었다. 소씨 가문의 족장 소창명은 집안의 고위 인사들을 이끌고 수술실 밖에서 서성이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됐어요? 내 아들은 괜찮은 겁니까?” 소현무가 수술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소창명이 달려와 물었다. “소 가주님, 저희가 최선을 다해 응급조치를 한 결과 다행히 아드님의 생명은 건졌습니다. 하지만...” 의사는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뭐요?” 간신히 안도했던 소창명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아드님의 생식 기관이 심각하게 손상되었습니다. 앞으로 정상적인 부부 생활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요? 그럼 고자란 말이잖아요!”
유진우는 유성 남매의 재회를 방해하지 않고 문을 조용히 닫아 두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내주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일을 겪은 후 그 무서운 기억이 사라지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유장혁 씨, 오늘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옆에 있는 남자의 옆모습을 보던 이청성은 갑자기 물었다. “이런 짐승 같은 놈들은 보이는 대로 처리할 거예요.” 유진우가 싸늘한 목소리로 답했다. “서경은 연경보다 더 큰 땅이에요. 이번 일이 단지 예외일 리는 없어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을 겁니다. 지금 당신의 능력으로는 한두 명, 백 명이라도 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천 명이나 만 명은 어림없어요.” 이청성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유진우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당신이 정치에 관심 없다는 걸 알아요. 오히려 무림인들의 세계에서의 자유로운 의리와 복수에 더 끌린다고 하겠죠. 하지만 이런 일은 꼭 높은 자리에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어요. 인간쓰레기나 악당들은 개인의 무력으로만 다 죽일 수는 없는 법이죠.” 이청성은 유진우에게 조언했다. “당신 말은 이해는 하지만 난 지금 그런 생각은 없어요.” 유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생각은 없어도 준비는 해야 해요. 지금 서경의 상황은 매우 혼란스러워요. 당신은 이 짐을 짊어져야 해요.” 이청성은 엄숙하게 말했다. 서경왕은 병으로 몸이 쇠약해져 시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각 세력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내부에서 이미 여러 파벌로 갈라졌고 서로 견제하며 혼란스러웠다. 서경왕이 사망하여 군주가 없어지는 순간 서경뿐만 아니라 용국 전체가 혼란에 빠질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유장혁이 빨리 자리에 올라 여러 하급 세력을 제압하길 바랐다. “지금 그런 얘기는 별 의미가 없어요. 당장 우리에게 중요한 건 호룡각의 잔당들을 처리하는 거예요.” 유진우가 말했다. “그 말
“우두머리 안준석과 소현무는 데려가고 나머지는 모두 처리해라.” 유진우가 냉혹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손도운은 한 마디 대답하며 주저함 없이 도검을 들고 이 짐슴 같은 놈들을 하나하나 처리하기 시작했다. 순간 모임 홀은 아수라장이 됐다. 비명과 살려달라는 소리 그리고 협박하는 소리. 온갖 얼굴들이 뒤엉켰다. “살려주세요! 저는 돈이 많아요!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한 번만 살려주시면 얼마든지 드릴게요!” “네 이놈! 내 아버지는 부총병이다! 수천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고 내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리면 내 아버지가 반드시 네 놈을 찢어 죽일 것이다!” “형님, 제발 살려주세요!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오늘 살려 주신다면 반드시 당신에게 큰 부귀를 가져다드릴게요!” 죽음 앞에서 모든 방탕한 자들은 그들의 체면을 잃고 본색을 드러냈다. 지금 그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한때 우쭐대던 모습은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유진우는 그들의 애원에 전혀 흔들리지 않고 그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손도운과 몇 명의 비밀 요원들은 자비를 베풀지 않고 칼날을 계속해서 휘두르며 더러운 목숨을 하나씩 끊어냈다. 이 악당들은 이미 서경의 기생충과 같았다. 평소 권력과 재력을 믿고 수많은 사람을 억압하며 사람의 생명을 깡그리 짓밟았다. 이런 악당들은 반드시 뿌리째 뽑아야 한다! 한참의 도살 끝에 모든 악당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유진우는 위에 걸린 ‘모임 홀’이라는 간판을 바라보며 그저 씁쓸하게만 느껴졌다. “불을 놓으세요. 태워버려요.” 유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던지고 자리를 떠났다. 곧 불길이 모임 홀 내부에서 치솟았고 그 불은 순식간에 영웅방 본부까지 덮쳤다. 몇 명의 간신히 살아남은 자들도 결국 불길 속에서 죽음을 맞았다. 불은 점점 더 커지며 결국 이 지저분한 곳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유진우 일행은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고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
유진우는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지하실을 나섰다. 모임 홀의 방탕한 자식들이 모두 땅에 쓰러져 울부짖고 있었다. 유일하게 이청성만이 문 앞에 조용히 서 있었다. “이 녀석들이 반성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조금 전까지 나를 기습하려 했어요. 그래서 그냥 가볍게 대가를 치르게 해줬어요.” 이청성은 담담하게 말했다. “너무 약하게 처벌했네요.” 유진우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탕한 자식들이 모두 한 쪽 다리가 잘린 채로 쓰러져 있었다.그들이 지은 죄에 비하면 이 정도의 처벌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떻게 됐어요? 유희주는 찾았어요?” 이청성이 물었다. “찾았어요. 역시 지하실에 있었어요. 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수십 명의 무고한 소녀들이 더 있어요.” 유진우의 표정은 어두웠다. “네? 어떻게 된 일이에요?” 이청성은 놀라며 물었다. “지하실에 가면 알게 될 거예요.” 유진우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지하실로 향했다. 그 사이 유진우는 핸드폰을 꺼내 한 번호를 눌렀다. 잠시 후 손도운과 몇 명의 여성 첩자가 급하게 들어왔다. 몇 명의 여성 첩자는 각자 두 개의 여행 가방을 들고 있었다. 지난 호룡각의 암살 사건을 통해 손도운의 능력과 충성도는 유진우의 인정을 받았다. 이번에 서경으로 돌아오면서 손도운을 곁에 두기로 했다. “전하, 요청하신 물건은 준비되었습니다. 확인해 주세요.” 손도운은 먼저 인사를 하고 여성 첩자들에게 가방을 열어보라고 손짓했다. 가방 속에는 다양한 여성 의류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지하실에 많은 소녀들이 갇혀 있어요. 이 옷들을 그들에게 입히고 안전한 장소를 마련해줘요.” 유진우가 지시했다. “알겠습니다.” 손도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때 이청성이 지하실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의 표정은 심각해 보였고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얼굴에 서렸다. “이 양심도 없는 짐승들! 사람을 노예로 취급하다니. 죽
지하실에 들어선 순간 유진우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지하실 안에는 수십 개의 철창이 놓여 있었다. 그 철창 안에는 한 명 또는 두 명의 소녀가 갇혀 있었다. 이 소녀들은 옷을 입지 않은 채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대부분은 온몸에 상처가 가득해 여러 차례 구타를 당했음을 알 수 있었고 보기만 해도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그중 두 구의 시체가 철창 안에 웅크린 채로 굳어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그 시체는 악취를 풍겼고 몇 마리의 쥐들이 몰래 먹고 있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유진우는 분노로 가슴이 타는 듯했다. “이 사람들 다 네가 잡아 온 거야?” 유진우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분노의 눈빛을 번뜩이며 소현무를 쏘아보았다. “아... 아니요. 저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소현무는 겁에 질려 손을 저으며 급하게 대답했다. “이 소녀들은 안준석이 키운 노예들이에요. 안준석은 특별한 취향이 있어서 어린 소녀들을 괴롭히는 걸 즐겼어요. 거의 매달 한두 명씩은 잡아 와서 지하실에 가뒀어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많은 소녀가 쌓였죠.” “사람을 노예 취급하다니 너희 같은 짐승은 정말 죽어 마땅해!” 유진우는 이를 악물며 온몸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정말로 저는 아무 죄 없어요! 전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소현무는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유희주는 어디 있어?” 유진우는 긴말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 “저... 저기요.” 소현무는 벌벌 떨며 손으로 한 구석을 가리켰다. 유진우는 자연스럽게 눈길을 돌렸다. 그가 바라본 구석의 철창 안에는 한 소녀가 움츠린 채 몸을 떨고 있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에 온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소녀의 목에는 개 목걸이가 채워져 있었고 눈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하반신은 피로 흥건하고 명백히 강제로 폭행당한 흔적이 보였다. “이런 짐승 같은 놈들!” 유희주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유진우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바로 소현무의 목을 움켜잡고 벽에 붙여 세웠다. 두
현재 유진우는 마치 침범할 수 없는 신처럼 보였다. 몇몇 방탕한 젊은이들이 아무리 총을 쏘고 공격을 해도 한 점의 상처도 입지 않았다. 양쪽은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그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큰 간극이 있었다. “뭐야?”바닥에 가득 쌓인 탄피를 보고 다시 한번 아무 일도 없는 듯 서 있는 유진우를 본 모든 방탕한 젊은이들은 충격에 빠졌다. 총을 들고 움직이지 않은 채 멍하니 서 있는 그들의 얼굴에는 경악의 표정이 가득했다. 그들은 이런 장면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들의 화력으로는 코끼리 한 마리도 쉽게 제압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이 남자는 아무렇지 않은 걸까? “어떻게 된 거야? 그 빛의 보호막은 도대체 뭐야?”“세상에! 총알이 통하지 않는다니. 이 사람 대체 인간이야 귀신이야?”모두가 당황하고 놀라고 두려워했다. 몇몇은 몸까지 떨려서 들고 있던 총조차 떨어뜨렸다. 그들은 많은 고수를 봐왔다. 일부는 강한 훈련을 통해 칼과 총을 막을 수 있었지만 반드시 중요한 부위를 보호하면서 방어해야 했다. 하지만 유진우처럼 한 발작도 움직이지 않고 반투명한 빛의 보호막 하나로 모든 공격을 막는 상황은 전혀 본 적이 없었다. 이 사람은 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젠장! 죽어라!”그때 안준석은 밀실에서 반 탱크 로켓 발사기를 꺼내 유진우를 향해 발사 버튼을 눌렀다.“휘이이!”로켓은 즉시 발사되어 긴 불길을 내뿜으며 유진우를 향해 날아갔다. 유진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갑자기 손을 뻗어 로켓의 탄두를 붙잡았고 힘껏 쥐었다. “펑!” 강력한 폭발 소리와 함께 로켓은 그대로 터져버렸다. 연기와 먼지가 사라진 뒤 유진우는 온몸에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게 서 있었다. “이게 뭐야?”안준석은 두 눈을 부릅뜨고 멍하니 서 있었으며 마치 귀신을 본 듯한 표정으로 굳어 있었다. 그가 들고 있던 로켓 발사기도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그 순간 안준석의 마음속은 공포로 가득 찼고 몸은 떨리고 있었다.
손발이 부러지고 얼굴엔 유리 조각이 박혀 피가 줄줄 흐르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준석 도련님! 긴말할 시간 없어요! 당장 이 자식부터 잡으세요!” 소현무가 외쳤다. “이 자식아! 당장 현무 도련님을 놓아주지 않으면 내가 한 방에 너를 날려 버릴 거야!” 안준석은 험악한 표정으로 위협했다. “유희주는 어디 있지?” 유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물었다. “뭐? 유희주? 그런 사람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다. 명령한다! 지금 당장 놓아주지 않으면 너를 쏴 죽일 것이다!” 안준석은 총을 뒤로 당기며 장전했고 ‘딸깍’하는 소리가 두 번 들렸다. “준석 도련님! 그거 화력이 너무 강하니 실수로 저한테 맞추시면 안 됩니다!” 소현무는 두려움에 눈꺼풀이 떨렸다. 이건 산탄총이었다. 속칭 엽총으로 흔히 평등의 상징으로 불리는 무기였다. 한 방만 쏴도 수백 개의 강철 구슬이 흩뿌려지며 엄청난 위력과 공격 범위를 자랑했다. 그는 유진우와 이렇게 가까이 서 있으니 김준석이 방아쇠를 당기면 열에 아홉은 오발로 다칠 게 분명했다. “현무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 사격 실력은 정확해요. 절대 당신을 다치게 안 할 거예요.” 안준석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사격 실력?” 소현무는 입꼬리가 살짝 경련을 일으키며 할 말을 잃었다. ‘총도 제대로 못 들면서 무슨 얼어 죽을 사격 실력이야?’‘겨우 맞출 수 있을지 없을지 순전히 운에 달린 거겠지.’ ‘하긴 이 거리에서 산탄총으로 못 맞춘다면 그냥 눈을 뽑아야지.’ “마지막으로 묻는다. 유희주는 어디에 있냐?” 유진우는 소현무의 목을 한 손으로 움켜잡으며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지하실에... 지하실에 있어요.” 소현무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손을 아래로 가리켰다. “지하실 문을 열고 사람을 풀 거라!” 유진우가 냉정하게 말했다. “젠장! 네가 열라고 하면 그냥 열어야 하냐? 네가 뭔데!” 안준석은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시끄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