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699화

Author: 강로이
“아저씨? 아저씨? ”

천천히 사라지는 백준의 모습을 바라보는 유진우는 눈시울이 붉어진채 처량한 목소리로 백준을 불렀다.

원래부터 심한 상처를 입고 있었던 그는 너무 슬픈나머지 웩하며 피를 토해내더니 그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의식이 모호해지며 한참동안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진실을 알아내고 복수를 하기 위해 그는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

지금 또 한 명의 가족이 그의 곁을 떠나니 이젠 그도 자신이 한 일이 정말 맞는지 의심이 되었다.

복수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헛되이 희생하지 않았을 텐데.

“이는 검선이 선택한 길이에요. 그분은 아주 기쁘게 세상을 떠났을 거예요.”

홍군림이 미세하게 떨리는 용작검을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

“검선은 찬란한 일생을 지냈어요.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여전히 빛을 발했죠. 혼자의 힘으로 이원무를 베고 호룡각을 멸망시켜 백성들을 구했으니 진정한 검선이고 세계최강이죠!”

유진우는 자부심으로 꽉 찬 사람이었다. 그는 모든 사람을 눈여겨 본적이 없었다. 자신의 사부님 백준에게도 눈길을 둔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의 전투를 목격한 그는 백준의 선택에 큰 영향을 받고 존경하는 마음이 가슴속으로부터 우르러 나왔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이들의 칭송을 받는 진정한 검선이다.

“이게 다 나 때문이야. 나를 구하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아저씨는 목숨을 잃지 않았을 거야.”

바닥에 누워 있는 유진우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만약 복수 때문에 더 많은 가족을 잃어야 한다면 그는 차라리 불효자가 되어 모든 이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남은 인생을 살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야 유진우는 아버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손에 권력을 쥐고 있던 아버지께서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으셨다. 유진우는 아버지가 너무 나약해서 권력과 지위를 잃을까 봐 무서워서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아버지가 권력과 지위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가족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런 선택을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700화

    두 사람은 사촌 사이인 데다가 서로에게 놓고 말해서 오랜만에 만난 강적이었다. 그래서 그가 포기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마땅한 상대가 없다는 건 얼마나 지루할지 모른다.“진우 형, 앞으로의 길은 스스로 가야 해요.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홍군림은 이렇게 한마디를 남기고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검종에서 내린 임무는 유진우를 처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오히려 유진우를 구해주었다.돌아가면 그는 뭐라고 해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아저씨, 상처는 괜찮으세요?”황은아가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아.”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는 온통 시체로 뒤덮인 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여기는 오래 있을 곳이 아니다. 빨리 돌아가자.”비록 이원무는 죽었지만 호룡각은 아직 전멸하지 않았다. 만약 호룡각 고수들이 오게 되면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대응할 수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빨리 철수하기로 했다.그들은 차를 몰고 연경으로 향했다. 그때 앞쪽에서 대규모 병력이 나타났는데 다들 전투복을 갖춘 군사들이었다.그들은 유진우의 차를 둘러싸기 시작했다.이 광경을 본 황은아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독약을 꺼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죠? 아직도 적이 남아 있다고요?”“아저씨, 차 안에 계세요. 제가 처리하고 오겠습니다!”말을 마친 황은아는 차에서 내려 독을 뿌리려 했다.“기다려 봐! 적이 아니라 우리 쪽 지원군이야.”유진우이 곧바로 말리며 말했다.“네? 지원군이요?”그 말을 들은 황은아가 멈칫했다.그때 맞은편 차에서 누군가 걸어 내려왔다. 온몸에 피를 묻힌 조무진이 급히 뛰어오는 것이었다.“진우 형, 진우 형!”조무진이 급하게 뛰어오며 외쳤다. 유진우의 몸이 온통 피로 얼룩진 것을 보고 그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형 왜 이렇게 많이 다쳤어요? 빨리, 빨리 치료해 드려!”그는 이렇게 말하며 손을 흔들었다.“괜찮아. 이 정도는 대수롭지도 않아.”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피까지 토하는데 뭐가 괜찮다는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701화

    “진우 오빠, 어쩌다 이렇게 다치셨어요? 누가 그런 거예요? 제가 가서 죽여버릴 거예요!”조홍연은 황급히 앞으로 달려 나왔고 유진우가 온몸에 피범벅인 것을 보고 심각해지더니 분노를 참지 못했다.예쁜 두 눈에는 살기가 넘실댔다.유진우가 위험하다는 것을 듣고 그녀는 얼른 병사를 거느리고 달려왔다.오는 길에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쉽게 처치해버렸지만, 시간을 지체하게 되었다.그녀는 이미 준비를 마쳤다. 유진우를 다치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숨통을 끊어버릴 것이다. 그 나라와 적이 된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나를 다치게 한 사람은 이미 죽었어.”유진우는 억지로 웃어 보였다.“진우 오빠, 일단 누워서 쉬고 계세요. 바로 병원으로 모셔다드릴게요.”조홍연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홍연아, 그럴 필요 없어. 나는 괜찮아. 그것보다 네가 신경 써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어.”유진우는 화제를 돌렸다.“무슨 일이요?”조홍연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얼마 전에 그 칼부림 너희들도 봤지?”유진우가 물었다.“봤어요.”조홍연은 표정이 엄숙해졌다.“그 칼부림은 정말 무시무시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모든 것을 벗어나는 것이었어요. 저는 세상에 그렇게 대단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존재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어요.”“그건 백준 아저씨가 죽기 전에 날린 것이야.”유진우는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변이 없는 한 용국의 용맥은 이미 망가졌어. 황권의 머리 위에 있는 호룡각도 타격을 받았을 거야. 앞으로는 연경 전체가 혼란스럽고 불안해 질 거니까 너희 조씨 가문에서는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해.”“뭐라고요? 백준 아저씨가 죽었다고요?”조홍연은 표정이 변했다.“누가 그런 거예요? 아저씨를 죽일 수 있는 사람 누구예요?”그녀는 유진우와 함께 검술을 훈련했고 예전에 백준의 가르침도 받았다. 그녀는 하늘 아래에 백준의 검술을 이길 수 있는 자가 없다고 여겼었다. 이렇게 대단한 강자가 어떻게 죽을 수 있는가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702화

    “대단하므로 호룡각이 망가지면 그 영향은 엄청나게 크게 될 거라는 거야.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우리가 이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유진우가 말했다.“연경에 있으면서 4대 왕족인데 어떻게 제 몸만 사릴 수 있겠어? 이 풍파는 피할 수 없게 됐어.”조무진은 고개를 저었다.호룡각이 그렇게나 큰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데 무너진다면 세상은 큰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강력한 우두머리가 없는 상황에서 각 세력과 군벌들은 서로 우두머리가 되려고 세력다툼을 하게 될 것이다.그때가 되면 왕족인 조씨 가문은 당연히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다.“세상 이치가 그렇잖아요. 분열이 오래되면 반드시 결합이 이뤄질 것이고 통일이 오래되면 반드시 분열이 이뤄지는 거죠. 호룡각이 오랫동안 왕 노릇을 했는데 얼마나 많은 신하의 불만을 샀는지 몰라요. 명령을 듣지 않거나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세력이 생기면 뿌리를 뽑아버렸죠. 오늘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다 하늘의 뜻이에요!”조홍연이 쌀쌀하게 말했다.그해 자금성 변고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던가? 그중에는 유진우의 어머니 진소연도 포함되었다.조홍연에게 진소연은 아주 선량하고 부드러운 여인이었다. 평소에도 남을 돕는 것을 즐겨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했는지 모른다. 거지한테도 진소연은 예의를 갖추어 상대했다.그런데 이렇게 좋은 사람이 호룡각의 음모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그녀와 함께 목숨을 잃은 사람 중에는 나라를 위해 온 힘을 다했던 충신들도 있었다.이런 조직은 언제가 됐든 반드시 멸망하게 될 것이다.“호룡각은 무너졌다고 해도 잔여세력이 꼭 있을 거야. 그 사람들은 여전히 무시하면 안 될 세력이지. 나는 계속해서 추적할 거야.”유진우가 엄숙하게 말했다.이원무가 죽었고 호룡각의 절반이나 되는 중요한 인물들이 백준의 칼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부자는 망해도 삼 년 먹을 것이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호룡각의 세력은 뿌리가 깊어 짧은 시간 안에 완전히 멸망시키는 것은 불가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703화

    어둠이 내려앉고 유진우는 드디어 연경 남부의 별장으로 돌아왔다.조홍연, 조무진과 황은아 등 사람들도 모두 돌아갔고 앞으로 일어날 혼란에 대비할 준비를 했다. 오늘 진산으로의 여정에서 많은 일이 발생했다.진실을 알게 되고 호룡각도 무너뜨렸지만, 백준의 죽음은 그의 마음을 힘들게 했다.지금의 그는 몸이고 마음이고 깊은 피로감에 휩싸였다.유진우는 잠을 푹 자고 싶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깰 때까지 쭉 숙면하고 싶었다. 어쩌면 내일이면 더 나아질지도 모른다.차는 별장 앞에 멈췄고 유진우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차에서 내렸다.대문을 열자마자 거실에 새하얀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는 얼굴에 흰 망사를 두른 여자가 보였다.여자는 몸매가 아주 아름다웠고 특별한 향을 가졌다.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이청성 씨?”유진우는 단번에 소파에 있는 여자를 알아보았다. 이 차림새, 이 분위기, 그리고 독특한 향까지 기억에서 잊히기는 어려웠다.“진우 형님, 돌아오셨어요?”왕현은 차를 내려서 테이블에 놓고 유진우의 앞에 서서 말했다.“이청성 씨가 또 형님을 찾으러 왔어요. 이번에는 중요한 일이 있다면서요. 근데 매번 신비롭게 하고 오니 조심하는 게 좋겠습니다.”“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먼저 들어가 쉬세요.”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왕현에게 방으로 돌아가라고 한 뒤 곁에 있는 소파에 앉아 담담하게 말했다.“청성 씨, 이렇게 늦은 밤에 무슨 일이십니까?”“오늘 진산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이청성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그래서요?”유진우는 전혀 의외가 아니라는 듯 평온한 얼굴이었다.이청성은 보통 사람이 아닌 게 분명했다. 큰 확률로 황실의 사람일 수 있는데 오늘의 일에 대해서 안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그리고 그녀는 친제감의 제자여서 점을 치는 것에 능하니 당연히 황실의 다른 제자들보다 많은 것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백준이 용맥을 끊은 것은 용국의 국운에 큰 영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704화

    “대단한 인물이요? 누구요?”유진우가 되물었다.“지금의 천자요!”이청성은 깜짝 놀랄만한 말을 했다.“네?”유진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의아해했다.‘지금 폐하는 중병에 들어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고? 호룡각의 일 때문인가? 아니면 용맥의 일 때문인가? 이렇게 따라가면 위험하지 않을까? 자금성 안에 매복해있는 사람들이 있지는 않을까?’“허튼 생각하지 말아요.”뭔가 눈치를 챈 듯 이청성이 담담하게 말했다.“천자가 당신을 해치고 싶다면 저를 보내서 데리고 오라고 할 게 아니라 고수거나 금위군을 보냈겠죠. 지금 당신의 몸 상태로는 반항할 수 있을까요?”이 말을 들은 유진우는 살짝 긴장을 풀었다. 이청성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만약 천자가 정말 자신을 해치려고 한다면 여자 한 명만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그리고 지금의 형세로 보면 천자가 멍청하지 않은 이상 불난 집에 부채질은 하지 않을 것이다.아무래도 호룡각이 무너졌으니 지금 황실에 제일 중요한 것은 집권하는 일이다. 만약 그가 연경에서 무슨 일이 생긴다면 모순을 격화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서경의 군대들이 쳐들어올 것이고 황실을 놓고 말할 때 이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다.물론 이러한 이치가 맞긴 하지만 경계하는 마음이 없어서는 안 되니 상황을 잘 물어봐야 했다.“이청성 씨, 폐하께서 무슨 일로 이 밤에 저를 부르는 것입니까?”유진우가 떠보듯이 물었다.“잘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일이 있다고만 하셨습니다.이청성은 아주 모호하게 대답했다.“아무 말도 하지 않으신다면 저도 가지 않겠습니다.상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 하자 유진우는 아예 고집을 부릴 생각이다.“당신...”이청성은 화가 난 듯했지만, 상황을 고려해서 성질을 죽이고 대답했다.“구체적인 상황은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마도 진우 씨랑 나랏일에 관해서 얘기하려는 듯합니다. 황권의 교체라든지, 변방의 안정이라든지 같은 것들 말이에요.”“그렇군요.”유진우는 생각에 잠긴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705화

    깊은 밤 자금성의 양심전에서는 몸이 굽은 백발노인이 세심하게 상소문을 읽고 있었다.노인은 창백한 얼굴로 힘없이 앉아 이따금 격렬하게 기침을 하기도 했다.기침하고 나서 하얀 손수건을 떼어내면 거기에는 핏자국이 선명했다.이 노인이 바로 지금의 천자인 이성민이었다.“폐하, 병이 아직 완쾌되지 않으셨습니다. 부디 휴식을 취하시길 바랍니다. 용체 보존이 제일 중요합니다!”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던 환관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폐하가 병에 든 이유는 과로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가서였다.하지만 며칠 누워있는 것 같더니 조금 회복하자 다시 밤낮없이 상소문을 보고 업무를 처리했다. 여전히 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몸이 견디지 못할 것이다.“괜찮아. 좀 있으면 다 끝나.”이성민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다시 업무에 몰두했다.용맥이 끊어진 후, 조정이 뒤흔들리고 각종 소문이 파다하였다.이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그는 어쩔 수 없이 대외적으로 병이 다 나았고 몸이 건강하다고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이렇게 하여야만 야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억제할 수 있었다.그러나 자신이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걸 이성민도 잘 알고 있었다. 조정의 상황을 안정시키려면 반드시 빠르게 조치를 대서 일찍 후계자를 정해야 했다.“아이고...”환관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팠다. 폐하는 국가를 사랑하고 백성들을 사랑해서 온 힘을 다해 현명한 정치를 하려고 하지만 과로한 탓에 몸이 점점 못해지고 있다. 몇 명 있는 아들들도 하나같이 속을 썩여서 폐하를 위해 근심을 나눌만한 사람이 없었다.“폐하...”이때, 다른 한 명이 환관이 조용히 들어와서 작은 목소리로 보고했다.“안락공주께서 도착하셨습니다.”“청성이 왔어? 얼른 들어오라고 해.”이성민은 드디어 상소문을 내려놓고 자신의 모습이 조금이나마 활력 있게 보이게 옷매무새를 다듬었다.환관을 따라 이청성과 유진우 두 사람은 빠르게 양심전으로 들어갔다.사람들의 눈을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706화

    눈앞에 있는 이성민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천지 차이였다. 10년 전의 이성민은 풍채가 대단했고 활력이 넘쳤으며 한 나라의 군주로서 위엄이 가득했다.하지만 지금의 이성민은 힘없이 축 처졌고 몸이 허약했다. 그리고 무척 나이가 들어 보였는데 거의 목숨을 다해가는 노인 같았다.그런데 이성민은 이제 쉰이 넘은 나이밖에 되지 않았다.이 나이라면 지금 이 시대에 건장할 나이인데 왜 이렇게 나이가 든 건지 모르겠다.“너 이 자식 언제부터 그렇게 아부를 떠는 법을 배운 거야?”이성민은 허허 웃음을 터뜨렸다.“이러는 것도 좋네. 날이 서 있던 모습이 어느 정도 사라지고 차분해졌어. 더 성숙해진 거야.”유진우는 고개를 살짝 숙였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그해 학살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두 가문은 관계가 좋았다. 자신의 아버지는 이성민과 형, 동생 하는 사이였고 못하는 말이 없었다.그러나 지금에는 모든 게 변했다.학살사건은 호룡각에서 주도한 것이지만 황실에서도 거기에 참여했다는 것은 배제하지 않는다.그래서 지금 유진우가 이성민을 대하는 태도는 모호했다.만약 이성민이 진심으로 대한다면 두 사람은 계속해서 얘기를 나눌 수 있고 만약 상대방이 계속 쓸데없는 얘기만 늘어놓는다면 오늘의 만남은 의미가 없게 된다.“진우야, 오늘 내가 왜 너를 비밀리에 만나려고 하는지 궁금하지?”이성민의 화제가 갑자기 변했다.“폐하께서는 어떤 분부가 있으신지요?”유진우는 물러서지 않고 물었다.“내가 너를 찾은 것은 한편으로는 그해의 원한을 풀려고 하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부탁할 일이 있어서야.”이성민은 숨김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오늘 서하사로 다녀오면서 너도 진실을 알았다고 생각해. 천자로서 나는 당당하게 보이지만 사실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많은 일이 있었단다. 그해 너희가 습격을 당했을 때 나는 온 힘을 다해 도움을 주고 네 아버지와 함께 호룡각에 맞서야 했다. 하지만 나는 너무 무서웠어. 이 일은 한이 되어 내 마음속에 남아있단다. 10년 동안 밤낮없이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707화

    “폐하께서 충고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호룡각이 저를 찾지 않는다고 해도 제가 찾아갈 것입니다. 호룡각이 멸망할 때까지 저도 절대 그만두지 않겠습니다.”“그 각오는 정말 대단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는 너를 무조건 지지하고 네가 필요한 것은 뭐든 제공할 수 있어.”이성민이 진지하게 말했다.“감사합니다, 폐하.”유진우는 거절하지 않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는 어떤 일이 있었든 간에 적어도 지금 양측은 모두 같은 적이 있으므로 잠시 협력할 수 있다.그리고 앞으로는 서로 갈 길을 가게 될 것이다.“진우야, 네 마음속에 아직도 의문이 남아있다는 것을 안다. 네가 묻기만 한다면 다 대답해줄 수 있다고 약속할게.”이성민이 말했다.“폐하께 묻고 싶은 의문이 있기는 합니다.”유진우는 뭔가 생각난 듯 갑자기 말했다.“폐하께서는 송원호의 구체적인 소식을 알고 계십니까?”호룡각이 무너지긴 했지만, 그해의 일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전에 임강왕은 서경왕부에서 배신자가 있다고 말했는데 바로 서경의 장군인 송원호였다.이 사람은 문무를 겸비했고 전쟁에서 세운 공도 많았으며 아버지와 막역한 사이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인재가 왜 서경을 배신하고 호룡각을 위해 일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반드시 이에 대해 제대로 알아봐야 했고 그해의 사건을 위해 피의 복수를 해야 했다.“송원호?”이성민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 사람은 보통이 아니야. 그해 학살 사건은 모두 이 사람이 책략을 세운 거야. 이후에 죽은 척을 해서 도망가서는 새로운 신분으로 계속 살고 있대. 아주 파악하기 힘든 사람이야.”“그 말은 폐하께서 송원호의 소식을 알고 있다는 말씀입니까?”유진우는 살짝 미간을 치켜들었다.“송원호가 어디 있는지 구체적으로는 아직 잘 몰라. 하지만 그 사람이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신분은 알고 있어.”이성민이 말했다.“그래요? 지금 그 사람은

Latest chapter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19화

    그러다가 친위대가 완전히 모이자 자객은 갑자기 놀라운 실력을 드러냈다.이렇게 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의 친위대를 유인하여 주변 방어력을 약화시키고 더 쉽게 암살하기 위해서였다.“X발, 정말 간사하고 교활한 놈이군. 어서 철수해.”친위대가 제때 복귀할 수 없다는 걸 안 진승민은 그제야 당황하며 옆에 있는 장교들과 함께 철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최적의 철수 시기를 놓쳤다.자객의 공격 속도는 그들의 철수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단 2분 만에 양측의 거리는 20m도 채 남지 않았다.“제후님, 저희가 자객을 막을 테니 먼저 피하십시오.”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몇 명의 장교들은 망설임 없이 칼을 뽑아 들고 자객을 향해 돌격했다. 하지만 10초도 버티지 못하고 모두 패배했다.“X발, 절대 가만 안 둬!”강윤기가 분노를 터트리면서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강 제후님, 흥분하면 안 됩니다.”진승민이 급히 말렸지만 이미 늦었다.앞으로 달려나간 강윤기가 자객의 목을 베려던 순간 자객이 검날을 덥석 잡더니 강윤기의 어깨를 찔러버렸다.“너 대체 누구야?”강윤기는 신음을 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자객은 아무 말 없이 갑자기 강윤기의 옷깃을 잡고 하늘로 내던졌다.휙.강윤기는 마치 발사된 포탄처럼 수백 미터 날아가 왕부 대문을 넘은 후 마당에 떨어졌다.쿵.곧이어 굉음이 울렸다. 강윤기의 몸이 땅에 떨어지면서 구멍이 생겼고 피를 토하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온몸의 뼈가 얼마나 부러졌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다쳤다.“강윤기.”대문을 지키고 있던 이의진은 급히 몸을 돌려 검을 강윤기의 목에 겨누고 외쳤다.“지금 당장 병사들한테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명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내 손에 죽을 것이다.”...왕부 밖.강윤기가 날아가는 것을 본 진승민은 깜짝 놀라 잠시 멍해졌다가 곧바로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그는 그제야 후회했다. 만약 자객이 이렇게 강하다는 걸 알았다면 노정한과 하원휘처럼 빨리 도망쳤을 것이다.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18화

    하원휘는 매우 현명했다. 자객의 기세를 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바로 친위대를 지휘하여 뒤로 물러섰다.푸른 산이 남아 있으면 땔나무 걱정은 없다고 자객을 잠시 피했다가 체력이 고갈될 때 대군들이 포위해서 죽이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다.“진 제후님, 하 제후님 말이 맞습니다. 안전이 우선이니 저도 뒤로 가서 잠시 피해있겠습니다.”하원휘가 철수하자 노정한도 더는 지체하지 않고 친위대의 보호를 받으며 천천히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흥, 겁쟁이들.”진승민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불만을 드러냈다가 강윤기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강 제후님은 용맹한 분이니 저 두 분처럼 겁먹고 물러나지는 않겠죠?”“당연히 물러나지 않죠.”강윤기가 몸을 풀면서 싸늘하게 웃었다.“자객 한 명뿐이지 않습니까? 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았습니다.”제후가 된 그는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살아남았다. 큰 전투도 겪은 그가 작은 자객 하나에 겁을 먹을 리는 없었다.“좋습니다. 그렇다면 저 자객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봅시다.”진승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크게 휘둘렀다.“진을 치고 자객을 잡아라.”“알겠습니다.”그의 말에 친위대 수백 명이 바로 칼을 뽑아 들고 자객을 향해 공격하려 했다.“자객을 잡아라.”강윤기도 지지 않고 칼을 뽑아 들고 자신의 친위대를 지휘하며 다른 방향에서 공격을 펼쳤다.그들의 친위대는 정예 중의 정예였다. 혼자서 백 명을 손쉽게 해결할 정도로 일반 병사들보다 훨씬 강했다.자객의 실력이 대단하긴 해도 수많은 병사 사이를 휘젓고 다닌다는 건 아직 진짜 정예병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그들의 친위대가 투입되면 지금처럼 휘젓고 다니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아니나 다를까 두 제후의 친위대가 투입되자 자객의 돌격 속도도 눈에 띄게 느려졌다.친위대는 실력, 장비, 전투 경험 모두 일반 병사보다 훨씬 뛰어났다. 최고의 강자들을 상대할 수는 없었지만 제한하는 역할은 할 수 있었다.또한 일반 병사는 일반 철 갑옷을 입었으나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17화

    옆에 있던 하원휘가 말을 하려던 찰나 갑자기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해지더니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저기 좀 봐요. 저게 대체 뭔가요?”사람들이 하원휘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하늘에서 한 줄기의 검은 빛이 내려오더니 대군들 속에 떨어졌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고 먼지가 피어올랐다.강력한 충격파는 마치 해일처럼 충돌 지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충격파가 지나간 곳마다 사람이 나가떨어졌고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단 한 번의 충격으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X발, 대체 뭐야?”진승민이 눈살을 찌푸렸다. 먼지가 너무 심해서 방금 떨어진 게 무엇인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혹시 운석 조각 같은 건 아닐까요?”노정한이 의아해하며 말했다.“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졌다고요? 그런 우연이 있을 리가요.”강윤기는 전혀 믿지 않았다.“제가 봤어요. 사람이었어요.”눈치 빠른 하원휘가 떨어진 지점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저자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먼지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오더니 4대 제후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그 사람은 검은 검을 들고 매우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는데 지나가는 곳마다 병사들이 맥없이 쓰러졌고 아무도 막지 못했다. 무장병사들은 그의 앞에서 맥없이 쓰러졌다.순식간에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자객이다. 어서 막아라!”하원휘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급히 군사를 모아 갑자기 튀어나온 자객을 공격하려 했다.“흥, 그래봤자 계란으로 바위 치기입니다. 우리한테는 대군이 수만 명이 있어요. 저자가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저 많은 병사를 뚫고 우리의 목을 벤다는 건 불가능합니다.”진승민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비록 적을 잡으려면 우두머리를 먼저 잡으라고 하지만 실제로 실행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 대부분은 암살로 우두머리를 제거했다.이렇게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우두머리를 죽이려는 행위는 그야말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왜냐하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16화

    “이것들이 죽으려고.”몰려드는 무장병사들을 보며 유천우는 순식간에 분노를 터트렸다.그는 더 이상 자비를 베풀지 않고 칼을 들고 인파 속으로 돌진했다.지금의 그는 이미 무도 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랐고 게다가 수년간 전장을 누빈 덕에 쌓은 전투 경험 또한 풍부했다.혼자서 적진을 누비는데도 아무도 막지 못할 정도로 용맹했다.“도련님을 지키고 놈들을 죽여라!”이의진이 검을 하늘 높이 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뒤에 있던 유만군들이 일제히 칼을 뽑아 들었다.“전부 죽여버려.”석태혁이 장검을 휘두르며 백여 명의 유만군을 이끌고 적진으로 돌격했다.유만군의 수는 적었지만 모두 엄청난 실력을 지닌 고수였고 게다가 훈련도 잘되어 있었다.무도 마스터인 석태혁의 지휘 아래 그들은 파죽지세로 적진을 휘저으며 나아갔다.백여 명의 부대는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수만 명에 달하는 대군의 심장을 찔러 가차 없이 죽여버렸다.혹시라도 암살당할까 봐 4대 제후는 친위대의 보호 아래 즉시 전장에서 멀리 도망쳤다.“왕부 안에 저런 정예 부대가 숨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가차 없이 적을 베어버리는 유만군을 보며 진승민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다행히 백여 명밖에 안 되는군요. 수가 적어서 망정이지, 안 그러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노정한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추측건대 저들이 바로 유만군일 겁니다. 유만수가 흑용군의 정예 병력 중에서 가장 뛰어난 고수들을 뽑아 만든 부대인데 전부 뛰어난 실력을 지녔습니다.”강윤기가 말했다.“그렇군요. 어쩐지 엄청 대단하더라니.”하원휘가 고개를 끄덕였다.“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숫자가 적어서 우리한테는 전혀 위협이 되지 못해요. 지금은 용맹해 보이지만 체력이 고갈되면 목숨을 내놓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진승민이 말을 이었다.“혹시 무슨 변수가 생기진 않겠죠?”노정한이 갑자기 물었다.“무슨 변수요? 왕부가 포위된 이상 함락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왕성 밖에도 우리 대군이 주둔하고 있으니 무슨 일이 일어나면 즉시 알아차릴 수 있어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15화

    아들이 무사히 돌아온 걸 본 이의진은 반가워하다가 이내 다시 표정이 굳어졌다.왜냐하면 아들이 갈 때와 마찬가지로 몇 명만 왔을 뿐 군대는 한 명도 데려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혹시 실패했어?”마음이 무거워진 이의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들의 유일한 희망이 바로 남쪽 4대 제후를 설득하여 북쪽 4대 제후와 맞서는 것인데 지금 상황을 봐서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듯했다.“간덩이가 부은 것들! 감히 왕부로 쳐들어와? 모두 죽고 싶어?”유천우가 호통쳤다. 소리가 어찌나 쩌렁쩌렁한지 마치 천둥처럼 현장 전체가 크게 울렸다.4대 제후의 수만 병사는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도련님께서 돌아오셨군요.”진승민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희 4대 제후는 왕부 안에 진범이 숨어 있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위왕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부득이하게 들어가서 수색해야 하니 길을 비켜주십시오.”“수색은 무슨 수색.”유천우가 냉담하게 외쳤다.“왕부가 어떤 곳인데 함부로 수색하겠다고 난리야? 저리 썩 꺼지지 못해?”“도련님, 저희는 진심으로 나라와 백성을 위해 움직이는데 이렇게 계속해서 방해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진승민이 태연하게 물었다.“흥. 내 앞에서 가식 떨지 마! 너희들의 속셈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없어.”유천우가 차갑게 말했다.“도련님, 당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진승민이 말했다.“진승민, 한 번만 기회를 줄게. 만약 지금이라도 떠난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 너희들은 여전히 서경 제후이고 여전히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 수 있다.”유천우는 말하다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하지만 만약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반역을 하려 한다면 내가 장담하는데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도련님, 저희는 대국을 생각해서 이러는 것이니 부디 길을 비켜주십시오.”진승민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나머지 세 사람 역시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노려보며 조금도 물러설 기색이 없어 보였다.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그들은 물러설 이유가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14화

    “그럼 왕부에 들어가기 전에 나부터 죽이고 가!”이의진은 검을 든 채 꼿꼿이 서서 강력한 기세로 홀로 대문을 지켰다.그녀의 무공은 그리 강하지 않았고 고작 선천 무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뿜어내는 기세는 무도 마스터보다 훨씬 강했다.일반 병사들은 물론이고 진승민조차도 압도되어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다른 세 제후에게 눈짓을 보낼 뿐이었다.위협은 위협이고 압박은 압박이지만 적어도 명분은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천하의 조롱을 받고 만민에게 버림받을 수밖에 없었다.그들은 살인범을 추적한다는 명분으로 왕부를 포위했다. 비록 행동이 과격하긴 하지만 나중에 슬픔에 북받쳐 잠시 이성을 잃은 것이라고 변명할 수 있었다.하지만 압박 과정에서 왕비를 죽인다면 아무리 변명하고 이유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그 죄를 씻을 수 없을 것이다.그때가 되면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킬 게 분명했다.그뿐만 아니라 서경 각지의 세력들이 동요할 것이고 심지어 연경에서도 군사를 보내 진압할 것이다.어찌 됐든 이의진은 서경 왕비이자 용국의 공주이기도 하니까.그런 신분을 가진 그녀 앞에서 그들은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간단히 말해 왕부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죽일 수 있어도 이의진만은 절대 건드려선 안 되었다. 하여 이의진이 함께 죽자는 듯한 태도를 보인 순간 오히려 그들이 당황했던 것이었다.“세 분,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요?”진승민은 옆에 선 세 제후를 보며 낮게 물었다.“이미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설 이유가 없죠.”노정한이 차갑게 말했다.“맞습니다. 이제 한 걸음만 더 가면 성공인데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강윤기가 맞장구를 쳤다.“물론 압니다. 제 말은 왕비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겁니다.”진승민이 낮게 말했다.“왕비의 목숨만 해치지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하원휘가 불쑥 한마디 던졌다.“제후님 뜻은... 묶어놓자는 말입니까?”진승민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다른 방법이 있나요?”하원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13화

    무거운 왕부 대문이 쿵쾅거리면서 진동했다.매번 쿵쾅거릴 때마다 마치 거대한 망치가 심장을 강타하는 듯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문 열어.”이의진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치면서 사람들에게 대문을 열라고 명령했다.그녀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대문을 부수고 들어오려던 병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이런 상황에서는 대문을 굳게 닫고 방어에 힘써야 하는 거 아니야? 근데 알아서 문을 열어? 어떻게 된 거지? 혹시 다른 함정이라도 있나?’“진승민, 노정한, 강윤기, 하원휘. 나와!”이의진이 칼을 든 채 꼿꼿이 서서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의 강렬한 기세에 문밖의 병사들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그녀가 부른 네 명은 북쪽 4대 제후이자 이번 반란의 주요 세력들이었다.“뭐야? 일을 저질러 놓고 이제 와서 숨으려고? 4대 제후라는 사람들이 모두 쥐새끼처럼 숨어다니는 졸개들이야?”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이의진이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목소리가 어찌나 우렁차고 힘찬지 왕부 안팎으로 울려 퍼졌다.잠시 후 왕부 앞에 있던 병사들이 갑자기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넓은 길을 터주었다.곧이어 갑옷을 입고 망토를 걸친 각기 다른 모습의 중년 남자 네 명이 나란히 걸어왔다. 그들이 바로 북쪽 4대 제후였다.“진승민, 왕비님께 문안드립니다.”“노정한, 왕비님께 문안드립니다.”“강윤기, 왕비님께 문안드립니다.”“하원휘, 왕비님께 문안드립니다.”네 사람은 문 앞으로 다가가더니 동시에 몸을 숙여 예를 올렸다.“흥, 너희들 눈에 내가 왕비로 보이긴 하느냐?”이의진이 싸늘하게 말했다.“왕비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하루 왕비는 영원한 왕비십니다.”진승민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만약 너희들이 나를 왕비로 생각했다면 반란을 일으키지도 않았겠지.”이의진이 큰 소리로 말했다.“왕비님, 오해하셨습니다. 저희는 반란을 일으킨 게 아니라 왕실을 구원하러 온 것입니다.”진승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맞습니다.”옆에 있던 노정한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12화

    깊은 밤, 서경왕부 대문 앞.수많은 무장병사들이 거대한 왕부를 물샐틈없이 에워쌌다. 멀리서 바라보면 검은 무리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는데 그 수가 자그마치 수만 명에 달했다.이들은 단지 선봉 부대일 뿐이었고 사실 왕성 밖에는 북쪽 4대 제후의 군대와 유태범의 친위대까지 위장한 채 주둔하고 있었다.그 시각 왕부 안.이의진은 상복을 입은 채 차가운 표정으로 살기등등하게 대문 앞에 서 있었다.손에 날카로운 검을 들고 있었는데 온몸에서 풍기는 위엄과 살기는 보는 이들을 압도했다.왕부의 생사가 위기에 처하자 왕비인 이의진은 망설임 없이 맨 앞에 나섰다. 그녀의 뒤에는 석태혁과 갑옷을 입은 유만군이 서 있었다.그 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왕부에서 가장 강력한 전력이었다.유만군의 뒤에는 왕부의 병사들과 식솔들이 서 있었다.병사들은 칼을 들었고 식솔들은 몽둥이를 들었다. 그들은 죽음을 각오한 듯 굳건한 자세로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그리고 뒤쪽 내원으로 들어가면 왕부의 노약자와 부녀자들이 상복을 입고 무기를 든 채 멀리 떨어진 대문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만약 유만군이 쓰러지고 병사들과 식솔들이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그들 역시 망설임 없이 달려나가 왕부와 함께 죽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아빠... 엄마... 무서워요...”열 살 남짓한 한 소년이 두 손에 칼을 들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온 소년이 언제 이런 끔찍한 상황을 겪어봤겠는가.왕부가 포위당하고 밖에 수만 명의 대군이 매복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소년은 왕부의 운명이 다했고 오늘 밤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걸 직감했다.“쓸모없는 녀석.”한 중년 남자가 뒤를 돌아보며 소년에게 호통쳤다.“우리 유씨 가문의 사나이는 전장을 누비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어. 겁쟁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네가 오늘 한 발짝이라도 물러선다면 네놈을 먼저 베어버리는 수가 있어.”“아빠...”겁에 질린 소년은 덜덜 떨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울

  •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제1811화

    “그건...”유진우는 망설이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세자 전하.”은성종이 갑자기 두 손을 맞잡고 예를 표하면서 말했다.“제가 재주는 부족하지만 세자 전하를 위해 가시밭길이라도 기꺼이 헤쳐나갈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만약 절 믿어주신다면 이 일은 저한테 맡겨주십시오. 제가 은밀히 충신들한테 연락하여 빠르게 힘을 모으겠습니다. 때가 되어 세자 전하께서 신호만 주신다면 반드시 성공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제후님은 역시 의로운 분이시네요. 정말 진심으로 존경합니다.”유천우가 진심으로 감탄했다.“그렇다면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유진우도 두 손을 맞잡고 공손하게 인사했다.“세자 전하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건 저의 영광입니다.”은성종이 말했다.“제후님, 큰일 났습니다.”그때 한 병사가 문을 벌컥 열고 뛰어 들어와 당황한 기색으로 말했다.“방금 들어온 소식인데 서경왕부가 대군에 포위당해서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합니다.”“뭐? 포위당했다고?”이 말을 들은 순간 유진우와 유천우의 표정이 급변했다. 그들이 떠난 지 이틀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변고가 닥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자세히 말해봐.”유천우가 다급하게 물었다. 병사는 은성종의 눈치를 살피더니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북쪽의 4대 제후들이 정예 부대를 이끌고 어젯밤 몰래 왕성에 잠입했는데 왕성 호위대의 장교급 군관들이 모두 인질로 잡힌 바람에 군 전체가 마비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 틈에 북쪽의 4대 제후들이 왕실을 구원한다는 명분으로 왕부를 포위했어요. 겉으로는 간신배들을 처단하고 서경왕의 복수를 하겠다고 하지만 실상은 군사를 일으켜 권력을 빼앗으려는 겁니다.”쾅.유천우가 화를 내면서 상을 세게 내리쳤다. “이것들이 아주 제대로 미쳤구나. 감히 서경왕부를 포위해?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절대 이럴 수가 없어.”그는 설령 4대 제후들이 반란을 일으키더라도 기껏해야 성문 앞에 병력을 주둔시켜서 압박을 가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