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죽음의 위협 속에서 반유림은 연달아 분노의 울부짖음을 터뜨렸다.체내의 강기가 조수처럼 터져 나와 끊임없이 방어를 보강하고 균열을 메웠다.하지만 금색 거대 검의 위력은 점점 더 강해져 갈라진 틈을 메우자마자 또다시 균열이 생겨났다.반유림은 마치 온몸에 산이 얹힌 듯했고 이 압박을 견디지 못하면 산산조각이 날 것 같았다.이 순간에야 그는 검선 백준의 실력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뼈저리게 깨달았다.“음양 무극! 건곤 차법!”더는 버티기 어려워진 반유림은 자신의 정혈을 끌어내어 기문 비술을 사용했다.그가 맹렬히 발을 구르자 방호막 표면에 갑자기 소용돌이가 생겨나 금색 거대 검의 공포스러운 내리찍는 힘을 미친 듯이 흡수했다.소용돌이가 힘을 가득 채우고 금빛을 뿜어내자 반유림은 이를 악물고 강하게 위로 밀치며 포효했다. “부서져라.”윙!금색 거대 검이 갑자기 떨리기 시작하더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폭발하여 반짝이는 빛으로 흩어져 사라졌다.그 안의 본체인 용작검은 백준의 앞으로 날아와 허공에 떠올랐다.“헉헉.”간신히 용작검을 밀어냈지만 반유림은 극도로 지친 채 거친 숨을 크게 내쉬었고 온통 땀에 젖은 채 다리까지 후들거렸다.방금 전의 그 일격은 너무나도 무시무시했다.기문 비술로 거대 검의 힘을 빨아들여 다시 반사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뭐야? 벌써 지쳤어? 나는 이제 겨우 준비운동 밖에 못햇는데.”백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검지를 다시 들어 올리고 앞을 가리켰다. “두 번째 검 파군.”윙.용작검이 가볍게 울리더니 순간 끝없는 금빛을 폭발적으로 발산했다.금빛이 순식간에 형태를 이루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금빛 신룡으로 변화했다.금룡이 포효하며 위엄 넘치는 기세로 발톱을 휘두르며 반유림을 향해 달려들었다.“음양 무극! 건곤 차법!”반유림은 깜짝 놀라 다시 한번 기문비술을 펼쳐 금룡의 힘을 흡수하고 반사하려 시도했다.하지만 이번 상황은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금룡이 부딪치는 순간 방호막은 유리처럼 순식
검날이 나오기도 전인데 벌써 천지를 쪼개버릴 기세였다. 이번 공격은 앞선 두 번보다 훨씬 더 날카롭고 무서웠다. 반유림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죽음의 공포가 치솟았다. “이런 망할 것들 왜 숨어있는 거야? 어서 나와서 도와줘.” 반유림은 목이 쉬도록 소리쳤다.우렁찬 고함이 온 산맥을 울렸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쪽에서 파란 그림자가 순식간에 하늘로 치솟더니 번개같이 빠르게 날아왔다. 동시에 북쪽에선 검은 그림자가 숲속에서 튀어나와 검은 안개처럼 휘날리며 다가왔다. 가까이 와서 보니 그제야 알았다, 파란 그림자는 잘생긴 중년 남자였다. 그는 검을 꽉 안은 채 차가운 얼굴로 온몸에서 서릿발 같은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그가 지나간 자리마다 풀과 꽃, 나무들이 하얗게 서리로 뒤덮였다. 그가 발을 디딘 곳은 백 미터씩이나 꽁꽁 얼어붙어서 누구도 감히 다가갈 수 없었다. 검은 그림자는 생김새를 전혀 알아볼 수 없었고 몸 주변으로 검은 안개가 계속 모양을 바꾸며 감싸서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구분이 안 됐다. “세상에나. 저 사람이 한서성의 성주 한서 아닌가? 어째서 여기에 왔지?” “뭐라고? 한서? 그 경천 랭킹 7위의 고수라고?”“한서뿐만이 아니라 틀림없이 저 검은 안개 속 사람은 블랙 랭킹의 주인이자 경천랭킹 9위의 고혼이야.” “먼저 대내 최고수 부규환 그 뒤엔 진무사 사장 반유림 이어서 검선 백준 이제는 한서와 고혼까지 왔네. 세상에 오늘은 진짜 신들의 한판 승부구나.”“이렇게 유명한 인물들을 한자리에서 보다니 이제 여한이 없어.” 한서와 고혼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경천 랭킹의 인물들은 전부 천하의 최정상급 고수들이었다. 평소엔 구경조차 힘든 인물들인데 한 명만 봐도 횡재인데 이렇게 한꺼번에 나타나다니 정말 꿈같은 일이었다. “한서성의 한서다. 검선한테 검술을 배우고자 찾아왔다.” 한서는 검을 품에 안은 채 싸늘하게 말했고 얼음장 같은 표정에는 일말의 감정도 없었다
백준이 경천 랭킹의 세 고수와 함께 산 정상으로 결판을 보러 갔다. 산밑에선 유진우가 여전히 모두의 타깃이었다. 하지만 아까 반유림이 노리고 있던 때보다는 지금 유진우의 부담이 훨씬 가벼워졌다. “은아야, 빨리 이거부터 먹어.” 유진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뒤로 물러나 다친 황은아에게 치료 약을 건네줬다. 황은아는 망설임 없이 삼켰다.창백했던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홍조를 띄었다. 완전히 치료된 건 아니었지만 일단 상처는 잡혔다. “아저씨, 아까 그 백 선생님은 대체 누구시길래 그렇게 강해요?” 황은아가 물었다. “그분이 서경의 검선 백준이야.” 유진우가 설명했다. “정말요? 검선 백준?”황은아는 예쁜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강호에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검선 백준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외할머니조차 존경하는 인물이었으니까.그의 검술은 천하제일이고 이미 검도의 최고 경지에 올랐으며 예로부터 지금까지 검도에서 백준과 비교될 만한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대단했던 이유가 바로 그가 그 유명한 검선이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좋아하긴 이릅니다. 한서, 반유림, 고혼까지 다 경천 랭킹의 고수들입니다. 백준 삼촌이 그들을 이기려면 쉽지 않을 거예요. 우리도 아직 안전한 건 아니니까.”유진우는 부규환을 노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은아야, 방금 다쳤으니 더 싸우면 안 돼. 내가 이 사람들 붙잡을 테니 그 틈에 도망가. 절대 싸움에 연연하지 말고.” “아저씨, 날 뭐로 보는 거예요? 어떻게 아저씨 혼자 두고 도망칠 수 있겠어요?” 황은아가 서운한 듯 말했다.“그리고 나 아직 싸울 만해요. 진짜 싸움이 붙으면 아저씨 부담을 좀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잖아요.”“목숨이 제일 중요하니까 더는 위험에 빠뜨릴 수 없어.”유진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 황은아가 다친 것도 너무 자책했는데 더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아저씨 내 목숨은 내가 책임질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가까워지자 그의 손목이 떨리더니 창궁검에서 수많은 검영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와 하늘을 뒤덮듯 부규환을 향해 공격했다. “노목 금강.” 부규환이 크게 외치자 체내에서 금빛 광채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3장 높이의 금강 법상을 형성했다. 금강 법상은 마치 갑옷처럼 부규환을 보호하고 있었다. 쨍쨍쨍.쏘아낸 하늘 가득한 검영들이 금강 법상에 부딪힐 때마다 마치 강철을 치는 것처럼 수많은 불꽃을 튀기며,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흥! 내 방어도 뚫지 못하면서 날 어떻게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부규환이 오만하게 서서 위세를 떨쳤다. 유진우는 아무 말 없이 계속해서 강력한 공격을 이어갔다. 그의 창궁검은 더욱 빠르게 움직였고 쏟아내는 검영도 점점 더 많아졌다. 두 사람이 충돌할 때마다 발생하는 에너지 파동이 파도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점점 더 거센 파도가 일었고 물결이 끊임없이 겹쳤다. 부규환도 단순 방어만 하지 않고 수시로 반격을 가해왔다.그의 동작은 호방하고 시원했으며 힘이 극도로 강해서 모든 수식마다 산이 붕괴되고 땅이 갈라질 듯한 위력을 담고 있었다. 맨손으로도 창궁보검과 맞서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싸움터에서 둘은 전투가 이어질수록 더욱 맹렬해져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부규환은 겉으로는 무시하는 듯했지만 속으로는 심하게 놀라고 있었다. 일 년 전과 비교하면 유장혁의 실력은 놀라울 정도로 변했다. 예전에는 그의 검을 막는 데 힘의 십 분의 일만 써도 여유롭게 막을 수 있었는데하지만 지금은 부상 없이 방어하려면 팔 할의 힘을 써야만 했다. 이 기간의 실력 차이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였다. 유진우가 부규환과 격전을 벌일 때 문관옥은 뒤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유진우에게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면 그는 망설임 없이 기습 공격을 가하려 했다. 그의 눈에는 목적만 달성하면 수단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승자는 왕이 되고 패자는 도적이 되는 것 이것이 변하지 않는 법칙이었다.“이봐 경고하
한서가 눈썹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나는 검을 배운 이래 모든 적을 물리쳤고 백 번 싸워 백 번 이겼고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 “운이 좋았군. 하지만 그만큼 안타깝기도 하군.” 백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음과 양의 두 극단이 있고 너무 강하면 쉽게 부러지며 정점에 오르면 반드시 떨어지는 법이다. 이는 영원한 진리지. 당신이 패배를 모른다면 어찌 검도의 극치를 이해할 수 있겠냐?' “너는 패배를 해봤다는 말이냐?” 한서가 되물었다. “물론 아니지.” 백준이 단번에 부정했다. “싸움에선 패배한 적 없지만 인간으로서 완전한 실패자였네.” 백준의 눈빛이 복잡해졌다. “전 반생을 오직 검술에만 매달렸고 많은 사람을 무시했고 많은 사람을 저버렸지요. 결국 홀로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후에 신분을 숨기고 전원생활을 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때서야 깨달았다. 인생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걸. 검도 따위는 정말 무의미했지.” “백준, 정말 실망스럽군.”한서가 분노하며 말했다.“검객으로서 검을 미치도록 사랑해야 하거늘 검도가 무의미하다 하니 더 이상 검선이란 두 글자가 어울리지 않다.” “한서, 내려놓거라.” 백준이 진중하게 충고했다. “검을 내려놓고 집착도 내려놓거라.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 자녀를 낳고 살아가는 그런 인생이 검보다 더 의미 있냐.” “그건 당신의 인생이고 나와는 상관없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이를 물리치고 천하제일이 되는 것이다.”한서가 차갑게 말했다. “천하제일이 된들 무슨 소용 있냐? 그저 헛된 이름일 뿐인데.”백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는 검을 쥔 사람이지 검에 지배당하는 존재가 아니다. 검을 사랑할 순 있어도 자신을 잃어선 안 된다. 뒤돌아보게, 당신 곁에 친족이나 친구가 있나? 속내를 나눌 사람이 있긴 한가?”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싸울 거면 싸우자.” 한서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는 검술 시합을 위해 왔지 가르침을 받으러 온 게 아니었다. 그 위
그 한 검이 갑옷 사천삼백을 부숴버렸다. 천지가 흔들리자 북방 오랑캐 십만 대군이 줄행랑을 쳤다. 그때부터 변방의 작은 성은 한서 성이란 이름을 얻었고 한서는 성주가 됐다. 지금까지도 한서성 백성들은 안락하게 살고 있고 감히 덤비는 자가 없다. 백준은 일찍 유명해졌지만 십 년을 숨어 살아서 예전의 날카로움은 사라졌다. 반면 한서는 딱 반대로 지금이 전성기고 점점 더 강해지는 중이다. 그래서 이번 승부는 누가 이길지 모른다.“강호인은 결국 강호인이라 큰 그림은 모르는군. 그렇게 허세 부리고 싶다면 실력이 어느 정돈지 보여주시지.” 반유림이 눈을 가늘게 뜨며 음침한 표정을 지었다. 한서의 생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백준의 기력을 최대한 소진시킬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었다. 물론 둘 다 크게 다치면 그게 최고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불가능에 가까웠다. 백준과 싸워보지 않은 자는 그 절대적인 강함을 절대 알 수 없다.대결 전에는 백준과 백 수는 겨룰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결과는 세 수도 버티지 못했다. 둘 다 경천 랭킹의 고수인데 이 실력 차는 너무 심했다. 한서가 대단하긴 해도 결국 8위에 불과해서 3위인 백준과는 아직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결심했다. 진짜로 구경만 하고 있진 않을 거였다. 백준에게 치명타를 날릴 기회만 오면 주저 없이 움직일 것이다.“백준, 이 검은 천외 한철로 만들었다. 추성이란 이름인데 길이가 4척 3촌 폭이 2촌이며 천하 고수들의 피를 마신 검이다.” 한서가 보검을 꺼내 모두 앞에 보여주었다. 푸른 빛을 내는 검이었고 검신이 길고 예리했으며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훌륭한 검이군.” 백준이 저절로 감탄하고는 한 손을 들어 자신의 검을 가슴 앞에 들며 말했다. “이 검은 용작이라 하지. 나와 20년을 함께했는데 뚫지 못할 것도 깨지 못할 것도 없어.” “천하제일의 명검이 역시 소문대로군.”한서가 천천히 추성검을 들어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
쾅!엄청난 소리와 함께 한서의 추성검이 용작검과 격렬하게 맞부딪쳤다. 두 검 끝이 맞닿자 무시무시한 에너지 파장이 일어났고 마치 바다가 뒤집히듯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지나가는 곳마다 바위가 부서지고 큰 나무들이 쓰러졌다. 멀리 서하사의 담장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고 절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때 산기슭에서는.모두가 머리 위에서 천둥이 치듯 한 소리를 듣고 올려다보니 하늘에서 빛의 파동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하늘을 가득 메워 별들과 구름이 흩어졌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모두가 무서운 압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산 정상에서 싸운 게 천만다행이었다.이런 일격이 사람들 사이에서 터졌다면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을 것이다. 한 검이 지나가자 한서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즉시 격렬한 공격을 시작했다. 첫 검은 단순한 탐색이었고 이제부터가 진짜 검술 실력을 겨루는 싸움이었다.한서는 한 손으로 검을 쥐고 끊임없이 공격했는데 검을 쓰는 속도가 너무 빨라 잔영만 보일 뿐 움직임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반유림과 고혼도 눈앞이 아찔할 정도였다. 한서의 검법은 너무 빠르고 교묘해서 도저히 방어가 불가능했다. 한 번 찌르는 검에 수백 가지 변화가 있었다. 검법이 완전히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 보통의 대종사였다면 한서의 맹렬한 공격에 벌써 패배했을 것이다.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서의 상대는 명성 높은 검선 백준이었다. 한서가 어떻게 공격해도 백준의 용작검은 손쉽게 막아냈다. 가장 중요한 건 백준이 처음부터 끝까지 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 검술만으로 용작검을 원격 조종해 한서의 공격을 막아낸다는 점이었다. 누가 강하고 약한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젠장! 백준이 10년이나 묻혀있었는데도 검술이 이렇게 강하다니 한서가 큰일 났군.” 고혼이 음산하게 말했다.“혼자 싸우면 안 된다고 했는데 고집을 부리더니 이제 진퇴양난이군. 어떻게 마무리할지 보자고.” 반유림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백준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니 전혀 진심을 보이지 않고 있
윙!굉음이 울렸다. 육망성진의 정중앙에서 거대한 얼음 검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 얼음 검은 길이가 사장 너비가 오척으로 사람의 심장을 얼어붙게 하는 극한의 한기를 띠고 있어 마치 지옥에서 뽑아낸 듯했다. 한기가 빠르게 퍼져나가 순식간에 수백 미터 밖까지 뻗어갔고 지나가는 곳마다 만물이 얼어붙었다. 반유림과 고혼 같은 강자들도 한기에 침습 당하자 저도 모르게 전율했다. “이게 무슨 검법이지? 이런 건 처음 보는군!” 반유림이 눈을 크게 떴다. 한서의 얼음 검은 강기로 만든 게 아니라 진법으로 불러낸 것이라 위력이 백배는 더 강했다. 그 안에는 천지를 멸할 듯한 힘이 담겨있었다.이 검이 나가면 검선 백준도 막아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이 검의 이름은 멸세라고 하지. 내가 극한의 땅에서 꼬박 8년을 보냈는데 바로 언젠가 너를 이기기 위해서였어. 이 검은 단 한 번의 공격만 가능하고 그 후엔 완전히 부서질 것이야.” “백준 내 이 일격을 받아낼 수 있겠나?”한서가 거대한 검 자루를 양손으로 잡자 검 안에 담긴 무시무시한 힘에 그의 두 손이 저도 모르게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 일격은 이미 그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 도저히 제어할 수 없었다. 한 번 찌르면 성공하거나 목숨을 걸어야 했다. “받아낼 수 있는지 없는지는 네가 찔러봐야 알 수 있지 않겠나?” 백준이 담담히 말했다. “좋다. 그럼 이 멸세검의 위력을 한번 맛보거라.”한서가 고함을 지르며 온몸의 강기를 남김없이 뿜어내어 멸세검에 불어넣었다. 그러고는 양발로 세게 땅을 박차자 쾅 하는 폭발음과 함께 바위 지면에 구덩이가 생겼다. 한서는 거대한 멸세검을 밀며 백준을 향해 세차게 돌진했다.검날이 지나가는 곳마다 만물이 정적에 빠졌다. 화초와 나무는 물론 천지의 영기까지 모조리 얼어붙었다.공격의 표적이 된 백준은 멸세검이 접근하기도 전에 무형의 압박감을 느꼈다. 이런 일은 오래간만이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서의 이 일격은 자신이 진심을 보여야 할
“휭!”강렬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위력이 놀라운 창궁검은 결국 유태범의 머리 위에 멈췄다. 사람과 검의 거리는 불과 몇 센티미터.유태범은 그 검에서 퍼져 나오는 서늘한 기운을 뚜렷이 느끼며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등 뒤에는 차가운 땀이 흘렀다. “이리 와!” 유진우는 검을 다시 당겼고 날아간 창궁검이 ‘훅’하는 소리를 내며 다시 검은 빛으로 변해 그의 손에 돌아왔다. “삼촌이 졌어요.” 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유태범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든 깊은 상실감이 떠올랐다.그는 어릴 때부터 무공을 익혔고 날마다 꾸준히 노력해 왔다. 수십 년 동안 한결같이 게을리한 적이 없었다.게다가 그는 수련에 대한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 마흔이 넘은 나이에 이미 마스터 경지에 이르렀다. 서경 전역을 보더라도 그의 실력은 으뜸가는 존재였다.그는 자신이 깊은 내공과 풍부한 전투 경험으로 충분히 안정적으로 이길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조금 전 유장혁의 세 번의 검을 보고 그는 두 사람 간의 실력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비록 그는 목숨을 걸고 유씨 가문의 술법을 사용했지만 유장혁에게 한 점의 상처도 입힐 수 없었고 오히려 상대에게 손쉽게 무너졌다. 이 충격은 그에게 너무나 큰 타격이었다. 그가 자랑스럽게 여겼던 천부적인 재능이 유장혁 앞에서는 그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삼촌의 실력은 이미 대단하셔요. 서경뿐만 아니라 용국 전체를 봐도 삼촌을 이길 사람은 많지 않아요.”유진우가 조용히 말했다. “위로는 필요 없다. 졌으면 졌다고 인정하는 수밖에. 아직 지면 안 되는 정도까지는 안 왔어.” 유태범은 씁쓸하게 웃으며 답했다. “삼촌, 우리 사이의 약속은 여전히 유효해요. 그저 저한테 진신을 말해 주시고 호룡각의 잔존 세력이 어디에 있는지만 알려주시면 더 이상 난처하게 하지 않을게요.”유진우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유태범은 아무 말 없이 유
유진우는 천천히 창궁검을 들어 검끝을 바로 앞에 있는 유태범을 향해 겨눴다. “두 번째 검, 파군!” 말이 끝나자마자 유진우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사람과 검이 하나가 되어 검은 빛의 일격으로 변하며 유태범에게로 급격하게 돌진했다. 이번 검은 천지를 흔들지도 사람의 마음을 얼어붙게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지도 않았다. 다만 유일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바로 빠르다는 것. 극단적인 속도였다. 눈 깜짝할 사이 검은빛은 수십 미터의 거리를 단숨에 가로질러 유태범의 가슴 바로 앞에 나타났다. “뭐지?” 유태범은 순간적으로 눈이 커지며 반응할 새도 없이 본능적으로 호체 강기를 일으켰다.“펑!” 폭발적인 소리가 울려 퍼지며 검은빛은 유태범의 방호막에 강하게 부딪혔다. 그 속에 숨어 있던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순식간에 폭발했다. 원래는 무적 같았던 방호막이 지금은 유리처럼 순식간에 터지며 아무 저항도 하지 못했다.방호막이 산산조각 나고 검은빛은 그 세력을 멈추지 않고 유태범의 금갑에 강하게 충격을 가했다. 현금으로 만들어진 갑옷은 그 충격에 의해 깊게 움푹 들어갔다. 엄청난 충격에 유태범은 마치 폭탄처럼 하늘로 튕겨 나가며 백 미터 이상 날아가 왕부 입구의 석사자와 강하게 부딪혔다. 몇 톤이나 되는 석사자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유태범은 입과 코에서 피를 쏟으며 얼굴은 창백해지고 전신이 부서진 것처럼 땅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다. 이 장면을 본 모든 이들은 모두 놀라움에 휩싸였다. 진지해진 유진우가 이렇게나 강력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술법을 쓰는 유태범조차 그에게 맞설 수 없었고 단 두 방에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두 사람 사이의 실력 차이는 말 그대로 어마어마했다. “세자 전하께서 이렇게 강하셨나요? 표기대장군조차 상대가 안 된다니.” “유씨 가문의 천재라더니 정말 말 그대로군요. 이런 천재야말로 세상을 제패할 자격이 있는 것 같네요.” “대장군도 참 운이 없으셨네요. 이렇게 괴
이 순간 폭발로 생겨난 구덩이 속에서 유태범은 여전히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방호막은 점점 불안정해지며 희미하게 깜빡였고 여기저기 수많은 균열이 생겨 빠르게 번져 나갔다. 그의 머리 위로 떠 있는 거대 검은 미세하게 진동하며 계속해서 아래로 눌러대고 있었다.유태범은 마치 거대한 산이 자신을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그 엄청난 힘에 그의 두 손은 떨렸고 두 무릎은 점점 구부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버티지 않을 수 없었다. 머리 위의 거대한 검이 내려오기만 하면 그는 분명 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제야 그는 유진우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깨닫게 되었다. 알고 보니 상대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지 않았었다. 상대가 이제 제대로 나서기 시작하자 그는 그 힘을 감당하기조차 버거웠다.“악!” 죽음의 위협을 느낀 유태범이 귀를 찢는 듯한 분노의 외침을 내질렀다. 그의 몸속에서 강기가 파도처럼 뿜어져 나와 끊임없이 방호막을 강화하려 했지만 아무리 힘을 쏟아부어도 방호막의 균열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젠장! 죽기 살기로 해보자.” 더 이상 버틸 수 없음을 깨달은 유태범은 묵직한 소리로 외치더니 곧바로 유씨 가문의 술법을 사용했다. 순간 그의 두 눈이 새빨갛게 변했고 온몸의 근육이 순식간에 한층 더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사방팔방에서 폭발하듯 거대한 에너지가 사정없이 뿜어져 나왔다. 유씨 가문의 술법은 짧은 시간 안에 신체의 잠재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전투력을 강화하고 심지어 경계를 돌파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생사를 가르는 위기 상황에서 목숨을 구하고 적을 섬멸할 수 있는 신묘한 기술이라 불린다. 하지만 이처럼 강력한 술법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효과가 사라진 뒤 신체가 극도로 허약해진다는 점이었다. 다시 말해 이 술법을 사용하는 자가 제한된 시간 안에 적을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남아 있는 건 단 하나 오직 죽음의 길뿐이었다. 유태범은
“삼촌, 제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어요. 도대체 언제 대답할 건가요?”유진우의 얼굴이 점점 차가워졌다.“네 조건을 받아들일 수는 있어. 하지만 너는 나를 정당하게 이겨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유태범이 호통쳤다.서경에서 시체와 피바다를 뚫고 성장해 온 대장군으로서 그는 실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강자가 존경받으려면 실력이 강해야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었다.약자는 논리를 논할 자격조차 없었다.“좋아요. 삼촌이 승부를 꼭 내자고 하시니 들어드리죠.”유진우가 오만한 어조로 말했다.“세 번만 휘두르겠습니다. 삼촌이 모두 막아낸다면 제가 진 걸로 하죠!”“오만한 놈! 큰코다칠 것이다!”유태범은 자신이 무시당한 듯한 기분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더욱 맹렬한 공격을 쏘아부었다.하늘을 가르는 칼 빛은 마치 폭풍과 비처럼 유진우를 향해 맹렬히 몰아쳤다.유진우는 한 발 내딛고 바로 땅을 박차며 100미터 상공으로 뛰어올랐다.“첫 번째 검, 칠살!”공중에서 잠시 멈춘 유진우는 방향을 돌리며 한 손으로 검을 쥐고 머리를 아래로 발을 위로 하고 검을 강하게 내리찍었다.순식간에 창궁검에서 거대한 검은 빛이 폭발하며 쏟아져 나왔다.검은빛은 빠르게 퍼지며 금세 10미터 길이의 거대한 검을 형성했다.그 검은 차가운 살기를 내뿜으며 마치 모든 것을 삼킬 듯이 땅에 있는 유태범을 향해 내리쳤다.“응?”거대한 검에서 나오는 끔찍한 기운을 느낀 유태범의 얼굴이 굳어졌다.생각할 틈도 없이 그는 즉시 양손으로 칼을 쥐고 온몸에 강기를 두른 채 검은 하늘로 향해 맞서 쳐냈다.슉!한 줄기 금빛 검광이 번개처럼 빠르게 튕겨 나가며 거대한 검은 검광과 강하게 부딪쳤다.쾅!굉음이 울렸다.유태범의 검광은 거대한 검광에 닿자마자 폭발하며 충격파를 일으켜 사방으로 흩어졌다.반면 검은 검광은 여전히 기세가 꺾이지 않고 유태범을 향해 무겁게 내리쳤다.“뭐라고?”깜짝 놀란 유태범이 바로 검을 들고 강기를 둘러 몸에 두꺼운 방어막을 형성해 유
“조 장군님 생각은 어떠십니까?”고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망설임이 담겨 있었다.고원은 유태범의 편에 서긴 했지만 서경왕 유만수에 대한 존경심은 대단했다.유만수가 정말 죽었다면 그는 주저 없이 유태범을 따르며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유만수가 살아있으니 상황은 전혀 달라졌고 그는 그 결과를 신중히 고려해야 했다.제갈영군의 말처럼 자신을 고려할 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더 신중해야 했다.“고원 장군,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어요. 유장혁의 싸움에서는 저는 대장군 쪽을 더 믿습니다. 대장군이 이길 수만 있다면 우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조군영의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맞아요. 맞습니다! 대장군의 실력은 세상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어요. 유장혁 따위가 대장군의 상대가 될 수 있겠습니까?”고원이 맞장구를 쳤다.“무릉 제후, 이제 군심을 흔들지 마십시오.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승패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만약 예상 밖의 일이 생기면 당신도 혼자 살아남을 수 없을 겁니다.”조군영이 단호하게 말했다.“저는 그저 좋은 마음에 일깨워드렸을 뿐입니다. 두 분께서 제 충고를 듣지 않으신다면 저도 어쩔 수 없지요.”제갈영군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그는 더 이상 두 사람을 설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었고 그다음이 권력과 부였다. 그 외의 것은 모두 버릴 수 있었다.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전장에서의 형세가 급변했다.유태범의 공격은 눈에 띄게 둔화하였고 유진우는 여전히 활기찬 모습으로 아무 영향도 받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사실 그는 전력을 다하지 않고 유태범이 공격하도록 내버려두고 있었다.한편으로는 그를 시험하고 있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조심하고 있었다.만약 유태범이 정말 호룡각과 관련이 있다면 그의 주변에는 분명 호룡각 사람들이 숨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호룡각의 고수들이 주변에 매복해 있을 가능성도 있었고
“당연히 없죠.”은성종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사실 경천 랭킹에는 불문율이 있어요. 황실 고위 관료는 랭킹에 오를 수 없습니다.”“그러면 유태범은 경천 랭킹에 오를 수 없는 건가요? 아니면 실력 부족인가요?”장범규가 물었다.“둘 다입니다. 올라갈 수도 없고 실력도 부족합니다.”“그럼 안심되네요.”장범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경천 랭킹이 틀리지 않았다면 전하의 실력은 분명 유태범보다 강할 겁니다. 적어도 방심하지 않는다면 확실히 이길 수 있을 거예요.”주한휘가 분석했다.“그렇긴 해도 여전히 조심해야 합니다.”이의진이 중얼거리며 말했다.그녀는 유장혁의 뛰어남에 대해 마음이 복잡했다.한편으로는 유장혁이 이겨서 왕부의 체면을 세우길 바랐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이 생겼다. 만약 유장혁이 왕이 된다면 유태범처럼 그녀의 아들에게도 해를 가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유천우는 유장혁에 대하여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의지까지 하고 있었다.만약 유장혁이 마음만 먹는다면 유천우는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모르고 죽을 것이었다.그 시각 유진우와 유태범은 점점 더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두 사람의 속도는 너무 빨라 보통의 장교들은 두 개의 흐릿한 그림자가 서로 교차하는 모습을 겨우 볼 수 있을 뿐이었고 때때로 나는 폭발적인 소리를 듣고 강한 충격파를 느낄 수 있었다.“벌써 이렇게 오랫동안 싸웠는데, 대장군의 실력으로는 벌써 이겨야 하는데 왜 아직도 승패가 나지 않는 걸까요?”제갈영군은 눈을 좁히며 전황을 조용히 살폈다.표면상으로는 유태범이 계속해서 공격을 주도하고 유장혁은 방어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유태범의 공세로 3분 안에 상대를 처리할 수 있어야 했다.하지만 지금은 여유롭게 차 한 잔 마실 정도로 시간이 지났음에도 승패가 나지 않아 정말 이상했다.“유장혁도 대 마스터 급 강자니까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죠. 대장군님도 이기려면 아마 전력을 다해야 할 겁니다.”조군영이 말했다.“지금 상황에서 전력
“왕비님 말씀이 맞습니다. 비록 세자 전하께서 뛰어나다고는 하시지만 너무 젊으셔서 유태범과 같은 노련한 상대에게는 승산이 낮죠.”한참을 생각하던 장범규가 말했다.유장혁은 천재 중의 천재였지만 유태범도 단순한 인물이 아니었다.20여 년간 더 수련했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더 컸다.그래서 누가 승기를 거머쥘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저는 다른 의견이네요.”은성종이 다시 입을 열었다.“은 제후는 세자 전하 승산이 더 높다고 생각하시나요?”주한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맞습니다.”은성종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왕께서는 함부로 내기하실 분이 아니십니다. 이 상황을 예상하시고 대비를 하신 분인데 100%의 확률이 없다면 내기도 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그러니 저희는 왕의 판단을 믿어야 합니다.”“그렇다고는 해도 무력 대결에서는 변수가 많습니다. 특히 동급의 강자들 사이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로도 전세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는 누구도 승패를 예측할 수 없죠. 아무리 왕이라고 해도 그것까지는 예상하실 수 없을 것입니다.”장범규가 반박했다.“제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단순히 왕 때문만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은성종이 말했다.“그렇습니까? 어떤 이유가 있죠?”장범규가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혹시 경천 랭킹에 대하여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은성종이 갑자기 되물었다.“못 들어봤네요.”장범규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장범규는 비록 군사 경험은 풍부했지만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알고 있습니다.”주한휘가 갑자기 끼어들었다.“경천 랭킹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제일 권위 있는 랭킹이잖아요. 거기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모두 최강의 무공을 지닌 인물들이잖아요. 제가 알기로는 경천 랭킹 상위 3명은 용호산 장선기, 용각 각주 이원무 그리고 서경 검선 백준이라고 알고 있어요.”“뭐라고요? 검선 백준이 겨우 3위에요?”장범규가 놀라서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그의 눈에 백준은 단지 서경의
“건방지구나!”유태범이 눈을 치켜떴다.“같은 대 마스터 급의 강자인데 내가 몇십 년간 쌓아온 것이 젊은 네 놈에게 비길 수 없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삼촌께서 이렇게 고집을 부리시니 저도 더 이상 예의를 차릴 수 없겠네요. 그럼 시작하시죠.”유진우는 한 손을 내밀며 초대하는 듯한 제스처를 했다.“받아라!”유태범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발을 구르며 몸을 날려 강력한 공격을 시작했다.유태범의 칼법은 빠르고 강력했다. 그의 모든 칼은 치명적이며 모두 주요 부위를 겨누고 있었다.비록 화려한 기술은 없지만 실용적이고 빈틈이 없었다.유태범은 타고난 천재성을 바탕으로 오랜 전장의 경험과 여러 가지 정교한 칼법을 융합했다.지금의 그는 수많은 기법을 받아들여 단점을 극복해 가며 자신의 독창적인 칼법을 창조했다.그 칼법으로 그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사람을 공격했다.속도는 빨랐고 공격은 정확했으며 흉포하고 당할 수 없는 기세를 내뿜었다.유태범의 강력한 공세에 유진우는 빠르게 피하며 움직였다.그는 마치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불규칙하게 이동하며 상대를 뚫을 기회를 엿봤다.두 사람은 공격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주위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하고 그들의 싸움을 놀라운 시선으로 지켜봤다.전투가 너무 치열하여 사람들은 다치지 않기 위해 모두 거리를 두고 넓은 공간을 남겨두었다.두 사람은 모두 대 마스터 급의 강자였으니 한 번의 타격으로도 산을 깎거나 바위를 쪼갤 수 있었다.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건 고사하고라도 싸움의 여파만으로도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다.“유태범의 실력이 이렇게 강한 줄은 몰랐네요. 대 마스터의 수준에 도달하고 전투 경험도 풍부하니 진우도 어려운 싸움이 되겠어요.”이의진은 눈을 좁히며 전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했다.그녀는 자신의 실력으로 겨우 두 사람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두 사람의 움직임은 너무 빨라서 따라잡기가 거의 불가능했다.“유태범 저 개자식, 정말 실력을 숨겨 놓고 있었네. 10년 전만 해도 우리와
“나쁜 놈! 돌아왔으면서 계속 숨어 있다니. 내가 이렇게 너를 끌어내 오지 않았다면 네가 모습이나 드러냈겠어?”유만수가 툴툴거리며 말했다.“됐어요.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시고 죽은 척한 것도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지금은 먼저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해결하죠.”유진우의 날카로운 시선이 유태범을 빠르게 스쳤다.유만수는 호룡각의 잔당에게 암살을 당했고 유태범은 즉시 반란을 일으켜 왕위를 빼앗으려 했었다. 그래서 그는 유태범이 호룡각의 잔당들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반란이든 호룡각 잔당과의 결탁이든 그의 눈에는 모두 큰 죄였다.“유장혁!”충격을 받은 유태범의 얼굴은 곧 음침하게 변했다.그는 갑자기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았다.유만수는 분명히 유장혁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아까 그렇게 쉽게 승낙한 이유도 유장혁의 실력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유태범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비록 10년 만에 다시 만나지만 유장혁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뛰어난 존재로 성장했다.제갈영군을 물리친 것만 봐도 그의 실력이 평범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제갈영군의 실력은 이미 대 마스터에 근접해 있었고 전체 서경을 놓고 보더라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였다.하여 그가 제갈영군을 물리친 것만 봐도 그의 실력이 대 마스터 수준에 가까운 것을 알 수 있었다.‘20대의 나이에 대 마스터라니... 정말 무서운 재능이야.’‘오늘 유장혁을 처리하지 않으면 계속 성장할 거야. 내가 서경왕이 되어도 매일 두려움에 떨며 살게 되겠지.’대 마스터 급의 강자는 살해에 실패하더라도 쉽게 도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삼촌,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습니까?”유진우가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니 네가 이렇게 성장할 줄은 몰랐다. 그냥 봤으면 못 알아볼 뻔했어.”유태범은 눈매를 좁히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삼촌, 그만두세요.”유진우가 담담히 말했다.“삼촌께서 정말 뉘우치신다면 어른인 점을 고려해서 유만수에게 부탁해서 죽음만은 면하게 해드릴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