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죽음의 위협 속에서 반유림은 연달아 분노의 울부짖음을 터뜨렸다.체내의 강기가 조수처럼 터져 나와 끊임없이 방어를 보강하고 균열을 메웠다.하지만 금색 거대 검의 위력은 점점 더 강해져 갈라진 틈을 메우자마자 또다시 균열이 생겨났다.반유림은 마치 온몸에 산이 얹힌 듯했고 이 압박을 견디지 못하면 산산조각이 날 것 같았다.이 순간에야 그는 검선 백준의 실력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뼈저리게 깨달았다.“음양 무극! 건곤 차법!”더는 버티기 어려워진 반유림은 자신의 정혈을 끌어내어 기문 비술을 사용했다.그가 맹렬히 발을 구르자 방호막 표면에 갑자기 소용돌이가 생겨나 금색 거대 검의 공포스러운 내리찍는 힘을 미친 듯이 흡수했다.소용돌이가 힘을 가득 채우고 금빛을 뿜어내자 반유림은 이를 악물고 강하게 위로 밀치며 포효했다. “부서져라.”윙!금색 거대 검이 갑자기 떨리기 시작하더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폭발하여 반짝이는 빛으로 흩어져 사라졌다.그 안의 본체인 용작검은 백준의 앞으로 날아와 허공에 떠올랐다.“헉헉.”간신히 용작검을 밀어냈지만 반유림은 극도로 지친 채 거친 숨을 크게 내쉬었고 온통 땀에 젖은 채 다리까지 후들거렸다.방금 전의 그 일격은 너무나도 무시무시했다.기문 비술로 거대 검의 힘을 빨아들여 다시 반사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뭐야? 벌써 지쳤어? 나는 이제 겨우 준비운동 밖에 못햇는데.”백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검지를 다시 들어 올리고 앞을 가리켰다. “두 번째 검 파군.”윙.용작검이 가볍게 울리더니 순간 끝없는 금빛을 폭발적으로 발산했다.금빛이 순식간에 형태를 이루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금빛 신룡으로 변화했다.금룡이 포효하며 위엄 넘치는 기세로 발톱을 휘두르며 반유림을 향해 달려들었다.“음양 무극! 건곤 차법!”반유림은 깜짝 놀라 다시 한번 기문비술을 펼쳐 금룡의 힘을 흡수하고 반사하려 시도했다.하지만 이번 상황은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금룡이 부딪치는 순간 방호막은 유리처럼 순식
검날이 나오기도 전인데 벌써 천지를 쪼개버릴 기세였다. 이번 공격은 앞선 두 번보다 훨씬 더 날카롭고 무서웠다. 반유림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죽음의 공포가 치솟았다. “이런 망할 것들 왜 숨어있는 거야? 어서 나와서 도와줘.” 반유림은 목이 쉬도록 소리쳤다.우렁찬 고함이 온 산맥을 울렸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쪽에서 파란 그림자가 순식간에 하늘로 치솟더니 번개같이 빠르게 날아왔다. 동시에 북쪽에선 검은 그림자가 숲속에서 튀어나와 검은 안개처럼 휘날리며 다가왔다. 가까이 와서 보니 그제야 알았다, 파란 그림자는 잘생긴 중년 남자였다. 그는 검을 꽉 안은 채 차가운 얼굴로 온몸에서 서릿발 같은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그가 지나간 자리마다 풀과 꽃, 나무들이 하얗게 서리로 뒤덮였다. 그가 발을 디딘 곳은 백 미터씩이나 꽁꽁 얼어붙어서 누구도 감히 다가갈 수 없었다. 검은 그림자는 생김새를 전혀 알아볼 수 없었고 몸 주변으로 검은 안개가 계속 모양을 바꾸며 감싸서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구분이 안 됐다. “세상에나. 저 사람이 한서성의 성주 한서 아닌가? 어째서 여기에 왔지?” “뭐라고? 한서? 그 경천 랭킹 7위의 고수라고?”“한서뿐만이 아니라 틀림없이 저 검은 안개 속 사람은 블랙 랭킹의 주인이자 경천랭킹 9위의 고혼이야.” “먼저 대내 최고수 부규환 그 뒤엔 진무사 사장 반유림 이어서 검선 백준 이제는 한서와 고혼까지 왔네. 세상에 오늘은 진짜 신들의 한판 승부구나.”“이렇게 유명한 인물들을 한자리에서 보다니 이제 여한이 없어.” 한서와 고혼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경천 랭킹의 인물들은 전부 천하의 최정상급 고수들이었다. 평소엔 구경조차 힘든 인물들인데 한 명만 봐도 횡재인데 이렇게 한꺼번에 나타나다니 정말 꿈같은 일이었다. “한서성의 한서다. 검선한테 검술을 배우고자 찾아왔다.” 한서는 검을 품에 안은 채 싸늘하게 말했고 얼음장 같은 표정에는 일말의 감정도 없었다
백준이 경천 랭킹의 세 고수와 함께 산 정상으로 결판을 보러 갔다. 산밑에선 유진우가 여전히 모두의 타깃이었다. 하지만 아까 반유림이 노리고 있던 때보다는 지금 유진우의 부담이 훨씬 가벼워졌다. “은아야, 빨리 이거부터 먹어.” 유진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뒤로 물러나 다친 황은아에게 치료 약을 건네줬다. 황은아는 망설임 없이 삼켰다.창백했던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홍조를 띄었다. 완전히 치료된 건 아니었지만 일단 상처는 잡혔다. “아저씨, 아까 그 백 선생님은 대체 누구시길래 그렇게 강해요?” 황은아가 물었다. “그분이 서경의 검선 백준이야.” 유진우가 설명했다. “정말요? 검선 백준?”황은아는 예쁜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강호에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검선 백준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외할머니조차 존경하는 인물이었으니까.그의 검술은 천하제일이고 이미 검도의 최고 경지에 올랐으며 예로부터 지금까지 검도에서 백준과 비교될 만한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대단했던 이유가 바로 그가 그 유명한 검선이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좋아하긴 이릅니다. 한서, 반유림, 고혼까지 다 경천 랭킹의 고수들입니다. 백준 삼촌이 그들을 이기려면 쉽지 않을 거예요. 우리도 아직 안전한 건 아니니까.”유진우는 부규환을 노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은아야, 방금 다쳤으니 더 싸우면 안 돼. 내가 이 사람들 붙잡을 테니 그 틈에 도망가. 절대 싸움에 연연하지 말고.” “아저씨, 날 뭐로 보는 거예요? 어떻게 아저씨 혼자 두고 도망칠 수 있겠어요?” 황은아가 서운한 듯 말했다.“그리고 나 아직 싸울 만해요. 진짜 싸움이 붙으면 아저씨 부담을 좀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잖아요.”“목숨이 제일 중요하니까 더는 위험에 빠뜨릴 수 없어.”유진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 황은아가 다친 것도 너무 자책했는데 더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아저씨 내 목숨은 내가 책임질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가까워지자 그의 손목이 떨리더니 창궁검에서 수많은 검영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와 하늘을 뒤덮듯 부규환을 향해 공격했다. “노목 금강.” 부규환이 크게 외치자 체내에서 금빛 광채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3장 높이의 금강 법상을 형성했다. 금강 법상은 마치 갑옷처럼 부규환을 보호하고 있었다. 쨍쨍쨍.쏘아낸 하늘 가득한 검영들이 금강 법상에 부딪힐 때마다 마치 강철을 치는 것처럼 수많은 불꽃을 튀기며,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흥! 내 방어도 뚫지 못하면서 날 어떻게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부규환이 오만하게 서서 위세를 떨쳤다. 유진우는 아무 말 없이 계속해서 강력한 공격을 이어갔다. 그의 창궁검은 더욱 빠르게 움직였고 쏟아내는 검영도 점점 더 많아졌다. 두 사람이 충돌할 때마다 발생하는 에너지 파동이 파도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점점 더 거센 파도가 일었고 물결이 끊임없이 겹쳤다. 부규환도 단순 방어만 하지 않고 수시로 반격을 가해왔다.그의 동작은 호방하고 시원했으며 힘이 극도로 강해서 모든 수식마다 산이 붕괴되고 땅이 갈라질 듯한 위력을 담고 있었다. 맨손으로도 창궁보검과 맞서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싸움터에서 둘은 전투가 이어질수록 더욱 맹렬해져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부규환은 겉으로는 무시하는 듯했지만 속으로는 심하게 놀라고 있었다. 일 년 전과 비교하면 유장혁의 실력은 놀라울 정도로 변했다. 예전에는 그의 검을 막는 데 힘의 십 분의 일만 써도 여유롭게 막을 수 있었는데하지만 지금은 부상 없이 방어하려면 팔 할의 힘을 써야만 했다. 이 기간의 실력 차이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였다. 유진우가 부규환과 격전을 벌일 때 문관옥은 뒤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유진우에게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면 그는 망설임 없이 기습 공격을 가하려 했다. 그의 눈에는 목적만 달성하면 수단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승자는 왕이 되고 패자는 도적이 되는 것 이것이 변하지 않는 법칙이었다.“이봐 경고하
한서가 눈썹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나는 검을 배운 이래 모든 적을 물리쳤고 백 번 싸워 백 번 이겼고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 “운이 좋았군. 하지만 그만큼 안타깝기도 하군.” 백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음과 양의 두 극단이 있고 너무 강하면 쉽게 부러지며 정점에 오르면 반드시 떨어지는 법이다. 이는 영원한 진리지. 당신이 패배를 모른다면 어찌 검도의 극치를 이해할 수 있겠냐?' “너는 패배를 해봤다는 말이냐?” 한서가 되물었다. “물론 아니지.” 백준이 단번에 부정했다. “싸움에선 패배한 적 없지만 인간으로서 완전한 실패자였네.” 백준의 눈빛이 복잡해졌다. “전 반생을 오직 검술에만 매달렸고 많은 사람을 무시했고 많은 사람을 저버렸지요. 결국 홀로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후에 신분을 숨기고 전원생활을 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때서야 깨달았다. 인생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걸. 검도 따위는 정말 무의미했지.” “백준, 정말 실망스럽군.”한서가 분노하며 말했다.“검객으로서 검을 미치도록 사랑해야 하거늘 검도가 무의미하다 하니 더 이상 검선이란 두 글자가 어울리지 않다.” “한서, 내려놓거라.” 백준이 진중하게 충고했다. “검을 내려놓고 집착도 내려놓거라.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 자녀를 낳고 살아가는 그런 인생이 검보다 더 의미 있냐.” “그건 당신의 인생이고 나와는 상관없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이를 물리치고 천하제일이 되는 것이다.”한서가 차갑게 말했다. “천하제일이 된들 무슨 소용 있냐? 그저 헛된 이름일 뿐인데.”백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는 검을 쥔 사람이지 검에 지배당하는 존재가 아니다. 검을 사랑할 순 있어도 자신을 잃어선 안 된다. 뒤돌아보게, 당신 곁에 친족이나 친구가 있나? 속내를 나눌 사람이 있긴 한가?”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싸울 거면 싸우자.” 한서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는 검술 시합을 위해 왔지 가르침을 받으러 온 게 아니었다. 그 위
그 한 검이 갑옷 사천삼백을 부숴버렸다. 천지가 흔들리자 북방 오랑캐 십만 대군이 줄행랑을 쳤다. 그때부터 변방의 작은 성은 한서 성이란 이름을 얻었고 한서는 성주가 됐다. 지금까지도 한서성 백성들은 안락하게 살고 있고 감히 덤비는 자가 없다. 백준은 일찍 유명해졌지만 십 년을 숨어 살아서 예전의 날카로움은 사라졌다. 반면 한서는 딱 반대로 지금이 전성기고 점점 더 강해지는 중이다. 그래서 이번 승부는 누가 이길지 모른다.“강호인은 결국 강호인이라 큰 그림은 모르는군. 그렇게 허세 부리고 싶다면 실력이 어느 정돈지 보여주시지.” 반유림이 눈을 가늘게 뜨며 음침한 표정을 지었다. 한서의 생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백준의 기력을 최대한 소진시킬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었다. 물론 둘 다 크게 다치면 그게 최고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불가능에 가까웠다. 백준과 싸워보지 않은 자는 그 절대적인 강함을 절대 알 수 없다.대결 전에는 백준과 백 수는 겨룰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결과는 세 수도 버티지 못했다. 둘 다 경천 랭킹의 고수인데 이 실력 차는 너무 심했다. 한서가 대단하긴 해도 결국 8위에 불과해서 3위인 백준과는 아직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결심했다. 진짜로 구경만 하고 있진 않을 거였다. 백준에게 치명타를 날릴 기회만 오면 주저 없이 움직일 것이다.“백준, 이 검은 천외 한철로 만들었다. 추성이란 이름인데 길이가 4척 3촌 폭이 2촌이며 천하 고수들의 피를 마신 검이다.” 한서가 보검을 꺼내 모두 앞에 보여주었다. 푸른 빛을 내는 검이었고 검신이 길고 예리했으며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훌륭한 검이군.” 백준이 저절로 감탄하고는 한 손을 들어 자신의 검을 가슴 앞에 들며 말했다. “이 검은 용작이라 하지. 나와 20년을 함께했는데 뚫지 못할 것도 깨지 못할 것도 없어.” “천하제일의 명검이 역시 소문대로군.”한서가 천천히 추성검을 들어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
쾅!엄청난 소리와 함께 한서의 추성검이 용작검과 격렬하게 맞부딪쳤다. 두 검 끝이 맞닿자 무시무시한 에너지 파장이 일어났고 마치 바다가 뒤집히듯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지나가는 곳마다 바위가 부서지고 큰 나무들이 쓰러졌다. 멀리 서하사의 담장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고 절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때 산기슭에서는.모두가 머리 위에서 천둥이 치듯 한 소리를 듣고 올려다보니 하늘에서 빛의 파동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하늘을 가득 메워 별들과 구름이 흩어졌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모두가 무서운 압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산 정상에서 싸운 게 천만다행이었다.이런 일격이 사람들 사이에서 터졌다면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을 것이다. 한 검이 지나가자 한서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즉시 격렬한 공격을 시작했다. 첫 검은 단순한 탐색이었고 이제부터가 진짜 검술 실력을 겨루는 싸움이었다.한서는 한 손으로 검을 쥐고 끊임없이 공격했는데 검을 쓰는 속도가 너무 빨라 잔영만 보일 뿐 움직임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반유림과 고혼도 눈앞이 아찔할 정도였다. 한서의 검법은 너무 빠르고 교묘해서 도저히 방어가 불가능했다. 한 번 찌르는 검에 수백 가지 변화가 있었다. 검법이 완전히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 보통의 대종사였다면 한서의 맹렬한 공격에 벌써 패배했을 것이다.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서의 상대는 명성 높은 검선 백준이었다. 한서가 어떻게 공격해도 백준의 용작검은 손쉽게 막아냈다. 가장 중요한 건 백준이 처음부터 끝까지 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 검술만으로 용작검을 원격 조종해 한서의 공격을 막아낸다는 점이었다. 누가 강하고 약한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젠장! 백준이 10년이나 묻혀있었는데도 검술이 이렇게 강하다니 한서가 큰일 났군.” 고혼이 음산하게 말했다.“혼자 싸우면 안 된다고 했는데 고집을 부리더니 이제 진퇴양난이군. 어떻게 마무리할지 보자고.” 반유림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백준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니 전혀 진심을 보이지 않고 있
윙!굉음이 울렸다. 육망성진의 정중앙에서 거대한 얼음 검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 얼음 검은 길이가 사장 너비가 오척으로 사람의 심장을 얼어붙게 하는 극한의 한기를 띠고 있어 마치 지옥에서 뽑아낸 듯했다. 한기가 빠르게 퍼져나가 순식간에 수백 미터 밖까지 뻗어갔고 지나가는 곳마다 만물이 얼어붙었다. 반유림과 고혼 같은 강자들도 한기에 침습 당하자 저도 모르게 전율했다. “이게 무슨 검법이지? 이런 건 처음 보는군!” 반유림이 눈을 크게 떴다. 한서의 얼음 검은 강기로 만든 게 아니라 진법으로 불러낸 것이라 위력이 백배는 더 강했다. 그 안에는 천지를 멸할 듯한 힘이 담겨있었다.이 검이 나가면 검선 백준도 막아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이 검의 이름은 멸세라고 하지. 내가 극한의 땅에서 꼬박 8년을 보냈는데 바로 언젠가 너를 이기기 위해서였어. 이 검은 단 한 번의 공격만 가능하고 그 후엔 완전히 부서질 것이야.” “백준 내 이 일격을 받아낼 수 있겠나?”한서가 거대한 검 자루를 양손으로 잡자 검 안에 담긴 무시무시한 힘에 그의 두 손이 저도 모르게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 일격은 이미 그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 도저히 제어할 수 없었다. 한 번 찌르면 성공하거나 목숨을 걸어야 했다. “받아낼 수 있는지 없는지는 네가 찔러봐야 알 수 있지 않겠나?” 백준이 담담히 말했다. “좋다. 그럼 이 멸세검의 위력을 한번 맛보거라.”한서가 고함을 지르며 온몸의 강기를 남김없이 뿜어내어 멸세검에 불어넣었다. 그러고는 양발로 세게 땅을 박차자 쾅 하는 폭발음과 함께 바위 지면에 구덩이가 생겼다. 한서는 거대한 멸세검을 밀며 백준을 향해 세차게 돌진했다.검날이 지나가는 곳마다 만물이 정적에 빠졌다. 화초와 나무는 물론 천지의 영기까지 모조리 얼어붙었다.공격의 표적이 된 백준은 멸세검이 접근하기도 전에 무형의 압박감을 느꼈다. 이런 일은 오래간만이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서의 이 일격은 자신이 진심을 보여야 할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유진우의 손에 있는 검은 기체 덩어리를 보고 모두 놀라 멍해졌다.조금 전까지만 하여도 멀쩡했던 영기가 어떻게 눈 깜짝할 사이에 통째로 삼켜 없어질 수가 있을까.머리카락보다도 더 가는 사악한 기운이 이렇게 강력한 위력을 갖고 있을 줄이야.“이 물건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어요. 오늘 많은 것을 배워가네요.”서지석은 당황한 표정으로 침만 삼켰다.유진우가 때맞게 확인시켜 주어서 다행히 큰 불행은 모면했지만 사실을 모르고 오령정의 영기를 그대로 흡수하여 사악한 기운을 체내에 끌어들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고 사악한 기운이 폭발할 때쯤이면 결국 바람처럼 될 것이 분명했다.“과연 내 예상대로 이 물건은 흉악하기 그지없네.”유진우의 손가락에 가해지는 압력이 점점 커지자 에너지 커버에 싸인 검은 색의 사악한 기체가 완전히 발광하여 미친 듯이 솟구치고 전력 질주하며 에너지 커버에 끊임없이 부딪혀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듯하였다.희미하게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소리도 들리는 것을 보아하니 이 사악한 기운은 이미 영성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이렇게 좋은 보물이 안타깝게도 사악한 기운에 오염되다니, 정말 낭비네요.”서지석은 한숨을 내쉬며 손에 쥐었던 오령정을 모두 바닥에 던지고 발로 부스러뜨려 사악한 기운이 사람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였다.“사건이 비정상적으로 넘어갈 땐 반드시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니 바람의 최후는 오아시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에요. 우리는 앞으로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해요.”유진우가 말하면서 한 손을 꽉 움켜쥐자 손에 있던 검은 기체가 순식간에 폭발하여 완전히 사라졌다.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손에 든 오령정을 처리한 후 모두의 시선은 일제히 조이준한테로 향했다.조금 전 조이준은 가장 먼저 앞다투어 오령정을 빼앗아 지금은 손에 달걀만큼 한 크기의 오령정을 40여 개나 쥐고 있었으며 품질은 매우 좋아 보였고 모두 합치면 그 가치는 엄청났다.“왜 다들 날 쳐다봐?”
조금 전의 바람은 이미 인간이 아닌 짐승처럼 변화되었었고 그로 인해 또 다른 불가능도 있었을 것이다.“설령 오령정은 바람의 혈육의 결정체라 하여도 뭐가 문제에요? 당신이 방금 말한 3일을 못 버틴다는 말은 또 어떤 뜻일까요?”서지석은 이어 의문을 제기했다.“오령정은 이미 오염되었어요.”유진우는 엄숙한 표정으로 계속하여 말했다.“바로 전에 바람의 상황을 여러분들도 보셨겠지만 이유 없이 발광하고 인성을 잃고 몸까지 변화된 것을 보면 이 오령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 있을까요?”“진우 씨, 이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단지 이런 추측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능력이 부족할 것 같은데 혹시 증거라도 있나요?”서지석은 다시 물었다.금도문 제자들은 방금 꽤 큰 오령정을 8개나 주워 넉넉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만약 이 오령정을 사용할 수 없다면 그들에게 큰 손실이기에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이러한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매개 오령정에는 모두 한 가닥의 사악한 기운이 숨어 있고 겉으로 보면 발견하기 매우 어려울 거예요. 다만 그 안의 영기를 추출한다면 비로소 증거를 찾을 수 있어요.”유진우는 말하면서 한 손을 평평하게 하여 자신의 오령정을 여러 사람 앞에 보여 주었고 이어 다른 손을 내밀어 손바닥으로 오령정을 향해 살며시 짓누르자 쟁쟁한 소리가 들려왔다.짝!소리와 함께 오령정은 순식간에 터졌고 그와 동시에 짙은 영기가 그 속에서 뿜어져 나왔다.유진우는 손가락을 약간 구부리고 사악한 가운을 감쌀 수 있는 투명한 에너지 커버를 준비해 두었고 이 영기들은 매우 짙은 유백색으로 구름과 안개처럼 끊임없이 밀려왔으며 이것을 모두 흡수하면 무자의 수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이 영기 속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자세히 보세요.”유진우의 말에 서지석과 몇몇 금도문 제자들이 자세히 눈여겨보더니 갑자기 놀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들은 이 유백색의 영기 속에 뜻밖에도 한 가닥의 검은 기체가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 검은 기체는 유백색의 영기에
“이청성 씨, 방금 그 두 놈이 당신의 오령정을 빼앗은 거 맞죠? 제가 바로 되찾아 올게요.”상황을 지켜보던 서지석은 조금 전에 이청성의 곤룡띠만 아니었으면 자신은 바람을 대처할 수가 없었을 것이고 심지어 죽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를 대신해 오령정을 되찾아 오려고 바로 결단력 있게 손을 쓸 준비를 했다.“ 서지석 씨, 쫓아가지 않아도 돼요.”이청성은 쫓아가려는 서지석을 급히 멈춰 세우며 말했다.“빼앗긴 것이 아니라 제가 그들에게 준 것이니 저한테는 소용없는 물건이에요.”“네?”서지석은 머뭇거리더니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의문스러운 태도로 물었다.“이청성 씨, 오령정은 무사에게는 아주 귀한 보물이잖아요. 내공을 향상할 수 있고 설령 당신이 쓰지 않더라도 돈으로 팔면 가치도 매우 높아요.”“전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이청성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네, 그게….”서지석은 한순간 말문이 막혀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그러고보니 눈앞의 이 여성은 부잣집 아가씨로 부족한 것이 없었고 게다가 곤룡띠 같은 보물도 가지고 있었으니 오령정 한두 개 정도는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이청성에게는 돈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서지석은 돈이 부족했으니 신세를 한 번 더 진다 치고 그녀가 원치 않은 오령정을 자신한테 줘도 되는 건데 돌처럼 던져버리다니 너무 낭비라고 생각했다.“서지석 씨, 제가 보물을 그냥 버린 것이 아니라 이 오령정은 뭔가 이상했어요.”이청성은 이어 해명하며 말했다.“당신 손에 있는 오령정을 자세히 봐봐요. 어딘가 특별한 점이 없어요?”“특별한 점요?”서지석은 오령정 하나를 집어 들고 자세히 관찰했지만 아무런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하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대체 어디가 특별해요? 안에 있는 짙은 영기는 바로 흡수할 수 있으니 수련에 사용해도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아요.”“서지석 씨, 만약 이 물건으로 수련하면 아마 3일도 못 살고 죽을 거예요.”이때 유진우는 손톱만 한 크기의 오령정을 손에 집어 들고 천천히 앞으
조이준은 만면에 웃음을 띠고 이미지에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바로 땅에서 오령정을 줍고 있었다.이것들은 천금 같은 보물이어서 팔든 직접 사용하든 모두 좋은 선택이었다.“오령정? 이게 모두 오령정이라고?”“어서 와. 빨리 주워.”이 순간 많은 사람이 땅 위에 널려 있는 검은 결정체의 정체를 알고 하나둘씩 쟁탈전을 벌이기 시작했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이유를 모르더라도 모두가 빼앗는 것을 보고 주저하지 않고 쟁탈 대열에 합류했다.“이 오령정은 내가 먼저 본 거야, 이리 내놔.”“헛소리 집어치워, 지금은 내 손에 있으니 바로 내 것이야. 인정하기 싫으면 한판 붙던가.”“제기랄, 누가 감히 나한테서 뺏어간다면 다 죽을 줄 알아.”이익이 있는 곳에는 항상 싸움이 따르기 마련이다.오령정의 가치를 알게 된 후 각 세력은 미친 듯이 경쟁하기 시작했으며 실력이 강한 사람은 몇 개를 더 얻을 수 있었고 실력이 약한 사람은 남은 찌꺼기만 조금 주워가며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을 유감없이 정교하게 보여주었다.만약 양측의 실력이 모두 강하고 아무도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면 큰 싸움으로 승패를 나누었고 불과 몇 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바로 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평화롭던 곳에서 이미 적지 않은 사망자가 발생했다.“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고 새는 먹이를 위해 죽네.”사방에서 피 터지는 싸움을 하는 것을 본 이청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겨우 몇 조각의 오령정으로 사람들이 목숨 걸고 싸우다니, 만약 이보다 더 가치 있는 보물이 나온다면 또 어떤 장면일까?“이봐요, 손에 쥐고 있는 오령정을 내놔요. 아니면 제가 무례하다고 탓하지 마세요.”그때 갑자기 두 남자가 다가오더니 이청성이 손에 쥐고 있는 오령정에 시선을 고정하며 앞뒤로 그녀를 에워싸면서 말했다.“어디서 감히 아가씨를 협박해! 너희들 다 뒤지고 싶어?”상황을 목격한 이청성 주변에 있던 근위병들은 바로 칼을 빼 들며 말했다.그들은 모두 반은 종사급 고수들이니 무림인들의 세계 부하들을 상대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
갑작스러운 폭발에 모두가 깜짝 놀랐고 에너지파가 휩쓸면서 적지 않은 무사들이 사방으로 날려 아수라장이 되었다.다행히 서지석과 제자들이 빨리 달린 탓에 피해를 면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폭발했더라면 그들도 크게 다쳤을 것이다.모든 먼지가 다 떨어질 때쯤 다들 시선을 집중하고 보니 마을 이장의 집은 이미 평지로 변해 있었고 사방의 무너진 담벼락에 의해 온 땅이 어질러져 있었다.허공에 매달렸던 바람은 나무와 함께 완전히 사라졌고 곤룡띠만 덩그러니 땅에 떨어져 있었으며 그 외에도 땅에는 정체 모를 검은 결정체들이 마치 조약돌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유진우는 분명히 바람의 몸이 폭발하면서 튀어나온 물건이라고 확신했다.결정체에서 나오는 피비린내는 아마도 혈액에 의해 녹아서 나는 냄새일 것이고 정상인의 피는 액체 상태이지만 바람이 죽기 전의 피는 고체 상태로 결정체가 되어버렸으니 확실히 이상한 점들이 있어 보였다.유진우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이 많아 식견이 넓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바람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그의 인식을 뛰어넘었다.처음에는 이유 없이 미친 듯이 발광하다가 그 뒤로 신체 소질이 갑자기 배로 강해져 고통과 생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 마리의 미친 짐승과도 같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의 몸에 이해할 수 없는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날카로운 이빨, 칼날 같은 손톱, 갑자기 몸에 생겨난 검은 비늘은 칼로도 베기 힘들 정도였고 총적으로 바람은 이미 사람이 아니라 괴물로 보였으며 현재 땅에 널려진 검은색 고체 상태의 결정체들만으로도 문제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도대체 무엇이 바람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전에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도 바람은 모든 면에서 정상이었는데 왜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렇게 큰 변화가 생긴 것인지.혹시 그가 뭐라도 빠뜨린 것이라도 있었는지.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긴 듯하였고 비록 무슨 원인인지 모르지만 바람이 짐승처럼 변한 것은 분명 그 괴상한 오아시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고 안타깝게도 바람은 이미 죽었으니 더
자부심이 강하고 지려고 하지 않는 성격의 조이준은 몇 번이고 거절당한 유진우한테 다소 불만이 있었지만 생사를 가를 때가 되면 반드시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 믿고 더는 조르지도 않았다.“당신들은 여기 멍하니 서 있지만 말고 얼른 가서 서지석 씨를 도와줘요.”유진우는 머리를 돌려 가만히 서 있는 금도문의 제자들을 보고 말했다.그때 서지석은 한창 미쳐 발광하는 바람과 싸우고 또 싸우고 있었다.다만 기력이 소모됨에 따라 서지석은 속도와 힘이 현저히 느려지고 있었고 반면, 바람은 여전히 힘이 넘쳤고 지칠 줄을 몰랐다.이대로라면 서지석은 얼마 못 버티고 패배할 것이 분명했다.“빨리 대선배를 도우러 가요.”금도문의 몇 명 제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곧 칼을 빼 들고 앞으로 돌진하려 했다.“잠깐만요, 이걸 가지고 가요.”그때 이청성은 갑자기 금빛 밧줄을 꺼내며 금도문 제자에게 던져주었다.이 금색 밧줄은 매우 단단했고 표면에 은은한 빛이 돌고 있어 평범해 보이진 않았다.“뭐죠?”금색 밧줄을 본 조이준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라며 물었다.“이것은 말로만 듣던 곤룡띠가 아니에요?”“조 선배님 눈썰미가 참 대단하시네요.”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뭐라고요? 곤룡띠라고요?”곤룡띠에 대해 들은 적 있는 금도문의 제자들은 그 가치를 알고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곤룡띠는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유명한 보물로 매우 보기 드문 물건이었고 어떠한 칼로도 상처를 내기 힘들고 물과 불에도 쉽게 손상되지 않으며 매우 단단하고 질긴 것으로 설령 무도 종사를 묶어 두어도 벗어날 수 없었다.다만 곤룡띠는 너무 희귀해서 무림인들의 세계에서도 가진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게다가 가진 자는 모두 최고의 대문 파인데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여인이 이런 보물을 지니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이 여인은 대체 어떤 사람이지?“그만 쳐다보고 빨리 서지석 씨를 도우러 가요.”이청성은 재촉하며 말했다.“네, 그래야죠.”금도문 제자들은 잠깐 꿈에서 깨어난 듯 그제야 정신을
툭!손이현의 머리가 그대로 땅에 떨어져 마치 공처럼 몇 바퀴 굴러다니더니 마침 몇몇 금도문 제자들의 발밑에서 멈추었다.이 상황에 충격을 받은 제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두 눈을 부릅뜨고 멍하니 서 있었다.손이현은 죽기 전까지도 자신이 미쳐 날뛰는 바람의 손에 죽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서 있던 유진우에게 목이 잘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손이현은 도명창으로 명성이 자자했고 총잡이 원호를 사부로 모시고 있었으며 배경이 좋아 앞길도 창창하였고 죽음의 사막으로 온 이유는 보물을 찾아 내공을 높여 온 천하에 이름을 날리려는 목적이었다.자신은 분명 주인공이 될 운명이었고 여태까지 운수가 좋았으며 이번에도 제일 먼저 보물을 찾아 사람들의 부러움과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고 작은 마을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목숨이 끊어질 줄이야.아니야, 내가 원한 건 이런 것이 아니었어!손이현은 마음속으로 울부짖었지만 결국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고 그의 휘황찬란한 인생은 마치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그는 어려서부터 타고난 재능이 남달랐고 또 뜻밖의 인연이 끊기지 않아 무슨 일을 하든지 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져서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았다.사부님 원호의 말대로라면 그의 무도 재능은 미래의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온 천하가 존경하는 최고의 강자로 되였을 것이다.그렇게 아름다운 꿈이었고 그리워했던 일이었었는데 이제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되어 버렸다.‘알고 보니 나는 주역이 아니었고 천명이 아니었으며 결국 나도 이렇게 죽는구나.’후회의 외침 속에서 손이현의 의식은 점점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이게 뭐야?”땅에 떨어진 손이현의 머리를 마주한 몇몇 금도문의 제자들은 너무 놀라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어찌할 바를 몰랐고 바로 전에 그들이 가까스로 위험에서 구해낸 손이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시체가 분리된 상태로 눈앞에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어떻게 된 거지?몇몇 사람이 경악하며 뒤를 돌아보니 유진우의 손에 든
“너... 이놈!”손이현이 막 맞서려고 할 때 앞에서 갑자기 짐승 같은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눈여겨보니 바람은 이미 사납게 덮쳐오고 있었고 손발을 함께 사용하여 빠르게 달리며 매번 땅을 디딜 때마다 손톱이 땅에 맞닿으며 몇 줄의 깊은 흔적까지 남겼고 그 날카로운 정도가 강철 칼날에 불과했다.“거기 누구 없어? 빨리 날 구해줘! 이 괴물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손이현은 안색이 크게 어두워지며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몰랐다.“야, 이 제기랄. 빨리 손을 쓰지 않고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야.”손이현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흉악한 얼굴로 유진우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그러나 유진우는 꿈쩍하지 않고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진우 씨, 지금은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아요. 손이현이 죽으면 안 돼요.”옆에 있던 서지석이 급해하며 말했다.“저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유진우는 여전히 움직이지도 않았다.“됐어요, 됐어요. 보아하니 제가 손을 쓸 수밖에 없겠네요.”유진우가 너무 고집을 부리자 서지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칼을 뽑아 들고 직접 손이현을 구하러 나섰다.하지만 실력이 자신보다 더 막강한 손이현도 바람을 굴복시킬 힘이 없는데 자신이 대신하면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팍!바람은 피비린내에 이끌려 다시 손이현에게 달려들었다.“죽이지 마, 날 죽이지 마.”손이현은 너무 놀라 바짓가랑이는 이미 다 젖어 있었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버젓한 도명창마저 놀라 바지에 오줌을 쌀 지경이라니.“망할 놈, 그렇게 날뛰더니!”손이현이 갈기갈기 찢겨 부스러기가 될 뻔할 때 서지석이 그의 앞을 가로막아주며 바람과 혈투를 시작했다.바람의 신체가 더 크게 강화되어 그 상태에서 정면으로 맞서게 되면 서지석은 더는 상대하기 어려웠지만, 다행히 바람은 이미 공격에 아무런 준비가 없이 이성을 잃었고 진기도 사용할 줄 몰랐기에 서지석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서지석은 민첩한 몸놀림과 함께 손에 쥔 보검으로 바람을 간신히 견제했다.그
“으르렁!”바람은 깊고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입에서는 알 수 없는 검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왜곡된 얼굴, 송곳니로 가득한 입, 그리고 사나운 표정은 마치 악마의 형상처럼 끔찍하게 변해 있었다.그와 눈이 마주친 손이현은 놀란 나머지 온몸을 움찔했다. 그 자리에서 다리가 풀려버렸다.“야! 저기 누구! 어딜 가는 거야! 제발 나 좀 구해줘!”유진우가 등을 돌리고 가는 모습에 손이현은 순간적으로 어안이 벙벙해져 필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바람의 광기를 직접 목격한 손이현은 싸움의 의지를 잃었다. 그의 눈에 비친 바람의 존재는 이제 그저 공포의 대상일 뿐이었다.“콧대가 높으시잖아요? 내가 못된 마음을 품었다고 했죠? 그럼 저도 이제는 신경 끌 게요. 그쪽이 알아서 하세요.”유진우는 차갑게 말했다.그는 은혜를 원수로 갚은 자에게 더 이상 신경 쓸 가치를 느끼지 않았다. 손이현이 죽든 말든 그것은 유진우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멈춰! 당장 멈춰! 내가 명령한다! 이 미친놈을 빨리 쫓아내!”손이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소리쳤다.하지만 유진우는 그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 듯 아무런 반응도 없이 앞으로 걸어갔다.“야! 내가 누군 줄 알아? 난 도명창 손이현이야! 내 사부님은 서남 지방 5대 강자 중 하나인 원호야! 오늘 네가 내 목숨을 구하지 않으면 사부님은 절대로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손이현은 죽을힘을 다해 소리쳤다. 협박이라도 할 셈이었다.서남 지방에서 원호라는 이름은 듣기만 해도 다들 숨을 죽이기 마련이었다.“뭐? 원호? 그 사람은 서남 지방에서 실력이 상위 3위 안에 드는 존재잖아!”“손이현의 스승이 원호라니! 그가 왜 그렇게 유명했는지 이제 알겠네. 아무도 그를 건드릴 수 없었겠지.”“원호는 성격이 포악하고 자기를 아끼는 사람에게는 무자비하다고 들었어. 만약 손이현이 죽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멀리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이 속속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원호의 명성은 사막의 교룡보다도 더 위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