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요.”왕현이 말했다.“술광 선배님이 떠난 후로 윤아 집에서 혼자 외로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바깥 구경도 시켜줄 겸 데리고 나왔어요. 우리 연경에는 처음 오거든요. 듣건대 여기 인재가 많다고 하던데 한번 좀 보려고요.”“연경에 인재가 많긴 하지만 엄청 복잡해요. 두 사람이 어디 팔려가도 몰라요.”유진우가 쌀쌀맞게 말했다.“형님이 있잖아요. 우린 무서울 게 없어요.”왕현이 웃으며 말했다.“됐어요. 아부 좀 그만 해요. 지금 어디예요?”유진우가 물었다.“아, 우리 금방 기차에서 내렸고 지금 남역 쪽에 있어요.”왕현이 대답했다.“거기서 기다려요. 지금 바로 데리러 갈게요.”유진우는 전화를 끊자마자 택시 기사에게 차를 돌리라고 하고는 곧장 남역을 향해 달려갔다.한 시간 후, 차가 남역 대문 앞에 멈춰 섰다.“형님, 여기요, 여기...”유진우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왕현과 임윤아가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두 사람 모두 짐을 바리바리 챙긴 걸 보면 놀러 온 게 아니라 거의 이사였다.“뭔 짐을 이렇게나 많이 가져왔어요?”유진우는 그 모습에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미리 준비해서 나쁠 게 없잖아요. 어차피 다 쓸 건데.”왕현이 웃으면서 말했다. 연경에 처음 온 거라 흥분되고 긴장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다.“됐어요. 일단 머물 데 가서 짐 내려놓고 밥 먹으러 가요.”유진우가 임윤아의 짐을 들어주려 하자 임윤아가 고개를 저으면서 거절했다.“유 선생님은 신분이 귀하신 분이니까 이런 일은 제가 하겠습니다.”그러고는 끙끙거리면서 짐을 차에 실었다. 힘들어서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유진우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이 녀석 정말 하나도 변한 게 없네. 어릴 적부터 고생하며 자라서 일을 안 하면 오히려 더 불안해하는 것 같아.’차에 올라탄 후 유진우는 두 사람과 함께 그가 머무는 호텔로 향했다.5성급 호텔이었는데 연경의 남쪽 구역에서 그리 고급스러운 호텔은 아니었지만 가격이 어마어마했다.호텔로 들
유진우는 임윤아에게 5성급 호텔에 머무르라고 강요하지 않고 두 사람과 함께 외곽에 있는 별장으로 가서 별장을 사버렸다.2층짜리 별장이었는데 인테리어도 깔끔했고 정원도 딸려있었다. 돈만 내면 바로 살 수 있었다.아직 연경에 더 있어야 했기에 집을 맡거나 호텔에서 지내는 것도 불편할 것 같아 차라리 별장을 샀다. 어차피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니까.유진우가 산 별장에 들어오자 임윤아도 마음이 한결 놓인 듯한 모습이었다. 연경의 집값이 지금 오르는 추세라고 하니 투자 겸 집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 집에서 밥도 할 수 있어서 더 절약할 수도 있었다. 이 생각만 하면 기분이 좋았다.모든 매매 절차를 마친 후 유진우는 두 사람과 함께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갔고 주변 환경도 둘러보았다.할 일을 다 마쳤을 때 벌써 하늘이 어둑해진 뒤였다. 유진우와 왕현 두 사람은 뱃가죽이 다 등에 붙을 지경이었다.다행히 임윤아가 미리 장을 봐서 두 사람에게 풍성한 저녁을 차려주었다. 국 하나에 반찬 다섯 가지였는데 채소반찬과 고기반찬 모두 있었고 맛과 향도 아주 일품이었다.임윤아의 요리 솜씨가 대단한 건 정말 인정이었다. 간단한 식자재만으로도 아주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냈다. 적어도 요리 솜씨만큼은 유진우는 그녀를 따라가지 못했다.식사를 마친 후 임윤아는 두말없이 설거지했고 유진우와 왕현은 베란다에서 풍경을 감상하면서 얘기를 나누었다.따르릉...그때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유진우가 전화를 받자마자 익숙하면서도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바로 유성신이었다.“진우 씨, 지금 당장 골든 클럽으로 와요. 할 얘기 있어요.”“할 얘기 있으면 지금 전화로 해요. 나 바빠서 갔다 왔다 할 시간이 없어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이 일 엄청 중요한 일이에요. 안 오면 후회할 거라고요!”유성신이 진지하게 말했다.“얘기 안 하면 이만 끊을게요.”유진우는 그녀와 쓸데없는 얘기를 섞고 싶지 않았다. 예전부터 참 호감이 가지 않는 그런 여자였다.“잠깐
룸 안에 각양각색의 테이블이 열몇 개 놓여있었고 VIP 손님들이 띄엄띄엄 앉아있었다.그리고 매 손님 옆에 미녀 종업원이 따르고 있었는데 도박 이외의 모든 일을 도맡아 했다. 그야말로 아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VIP 룸에 들어오는 손님들은 전부 신분이 귀하고 돈이 많은 사람들이라 한 판을 놀아도 돈이 수억 원이 나들었다. 더 통쾌한 손님이 오면 수십억, 수백억씩 들이붓기도 했다.일반인에게는 그야말로 발도 들일 수 없는 그런 세상이었다.VIP 룸으로 들어가자마자 유진우는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있는 낯익은 두 사람을 발견했는데 바로 유강청과 유성신이었다.유성신의 신분이라면 VIP 룸에 들어올 수 없었다. 아무래도 유진우를 만나려는 사람이 유강청인 듯했다.“어머, 진우 씨 왔어요? 얼른 와요. 와서 두어 판 같이 놀아요.”유강청이 적극적으로 일어나 유진우에게 자리를 안내했다. 환하게 웃고 있긴 했지만 눈빛은 싸늘했다.“도련님, 날 부른 일로 부른 거죠?”유진우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급할 거 없어요. 두어 게임 하다가 이따가 얘기해요.”유강청은 웃으면서 옆에 있던 종업원에게 손가락을 튕겼다.“이분이 쓸 거 칩 10억 원어치 가져와. 내 이름에 달고.”“알겠습니다.”잠시 후 미녀 종업원이 크리스털 칩을 몇십 개 가져왔다.“진우 씨, 오늘 마음껏 놀아요. 이기면 진우 씨가 다 가져가고 지면 내가 낼게요.”유강청이 통쾌하게 웃으며 말했다.“난 도박을 싫어하고 빙빙 돌리는 것도 싫어합니다. 할 얘기 있으면 바로 하세요.”유진우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이곳은 도박꾼들의 천국이었지만 유진우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진우 씨는 역시 시원시원한 사람이라니까.”유강청이 멋쩍게 웃었다.“사실 진우 씨한테 엄청난 분을 소개해주려고 불렀어요. 그럼 앞으로 백도 생기니까 남쪽 구역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다녀도 돼요.”“그래요? 그분이 누군데요?”유진우가 물었다.“골든 클럽의 사장 하희관입니다.”유강청이 자랑스럽게 말했다.“미안
“그래?”하희관의 시선이 유강청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움직였다가 결국 유진우에게 머물렀다. 그러고는 아래위로 꼼꼼히 살피면서 꿰뚫어 보듯 했다.“역시 젊고 유능한 인재군.”하희관이 웃으면서 말했다.“가만히 서 있지만 말고 얼른 앉아. 할 얘기 있어.”그러고는 소파에 털썩 앉더니 종업원이 건네는 와인 한잔을 받고 단숨에 들이켰다. 정말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었다.“진우 씨, 이분이 바로 명성이 자자한 하 사장님이십니다. 이따가 잘해요. 기회 놓치지 말고.”유강청이 웃을 듯 말 듯하며 말했다.“그러니까 날 불러낸 목적이 이 사람 때문이라는 거예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젊은이, 내가 청강이더러 젊은이를 데려오라고 한 건 거래를 하고 싶어서야.”하희관이 시가를 한 모금 빨고 연기를 내뿜었다. 뿌연 연기가 유진우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가 거의 닿을 무렵 갑자기 사라졌다.“거래요?”유진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혹시 옥로고 레시피 때문에 그러는 겁니까?”“머리가 좋군. 난 머리가 좋은 사람과 얘기하길 좋아해.”하희관이 손가락을 튕기면서 말했다.“내가 원하는 거 알았으니까 가격 불러. 얼마 필요해? 부르는 대로 다 줄게.”“사장님, 옥로고 레시피를 사장님한테 팔 수 없어요.”유진우가 단칼에 거절했다.“왜? 내가 돈이 없을 것 같아?”하희관이 실눈을 뜨고 말했다.“진우 씨, 남쪽 구역 경제의 3분의 1이 하 사장님의 손에 있어요. 사장님은 진우 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부자라고요.”유강청이 타이밍 맞게 나서서 거들었다.“젊은이, 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물건이 많지 않아. 나랑 조건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아주 적다고. 이건 젊은이가 벼락부자가 될 기회니까 잘 잡아.”하희관은 웃으면서 말했지만 눈빛에는 경고의 뜻이 담겨있었다.“돈 문제가 아니라 옥로고의 레시피를 이미 다른 사람한테 팔았어요.”유진우가 말했다.“뭐라고요? 팔았다고요?”유강청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순식간에 흥분했다.“누구한테 팔았어요? 왜 진작
그 소리에 하희관의 웃음이 점점 굳어졌고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젊은이, 난 남이 날 거절하는 거 제일 싫어해. 게다가 여러 번이나 거절했어.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실망하게 하지 마.”이건 협박이 담긴 말투였다.“진우 씨, 상황에 맞게 움직이는 사람이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하 사장님께서 진우 씨를 중히 여기는 걸 영광으로 알아야죠. 계속 이렇게 고집을 부렸다간 화를 입게 될지도 몰라요.”유강청이 경고했다.“됐어. 쓸데없는 말 그만해.”하희관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옥로고 레시피를 오늘 꼭 내놓아야 할 거야. 고분고분 내놓으면 아무 일도 없고 돈도 챙길 수 있어.”“만약 내놓지 않겠다면요?”유진우가 되물었다.“내놓지 않겠다고? 흥.”하희관이 싸늘하게 웃더니 갑자기 손뼉을 쳤다.짝짝!손뼉 소리와 함께 VIP 룸 문이 갑자기 열렸다.곧이어 양복 차림에 우람한 체격의 싸움꾼들이 기세등등하게 들어왔다. 족히 사오십 명은 되었고 하나같이 흉악한 얼굴이었다.“인마, 여긴 내 구역이야. 내 한마디면 네 생사를 쥐고 흔들 수 있다고.”하희관이 천천히 일어서더니 내려다보면서 말했다.“오늘 레시피를 내놓지 않으면 이 방을 못 나가!”“사장님, 난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아요. 근데 사장님이 계속 이렇게 몰아붙인다면 골든 클럽을 부숴버리는 수가 있어요.”유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그의 말에 하희관은 잠깐 멈칫하다가 마치 우스갯소리라도 들은 듯 크게 웃었다.“X발, 저 자식 미친 거 아니야? 감히 하 사장님께 저런 식으로 말해?”“정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룸에 있던 손님들은 도박까지 포기하고 상황을 구경했다.“흥! 제 주제도 모르는 것.”유강청은 차갑게 웃으면서 마치 바보를 쳐다보듯 했고 유성신은 팔짱을 낀 채 고소해하며 지켜보았다.“인마, 너 지금 누구랑 얘기하는지 알기나 알아?”하희관의 표정이 갑자기 차가워졌다.“널 이 자리에서 바로 총으로 쏴죽일 수도 있다고. 못 믿겠어?”그러더니 허리춤에서
“하 사장님, 다들 즐기러 골든 클럽에 왔는데 왜 그렇게 화를 내세요?”은도는 몸을 한들거리며 서서히 다가오더니 애교 섞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녀는 등장하자마자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비주얼과 몸매가 뛰어난 데다가 특유의 요염함까지 더해져 정말 여우가 사람이 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었다.“은도 씨, 난 아직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어. 게임 하고 싶으면 다른 테이블 만들어줄게.”하희관의 분노가 조금은 사그라들었지만 총은 여전히 내려놓지 않았다.“사장님,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이분이 제 친구거든요. 그러니까 절 봐서라도 이번은 넘어가 주세요.”은도가 웃으면서 다가오더니 유진우의 팔짱을 자연스럽게 꼈다. 누가 봐도 친밀하고 다정하기 그지없었다.유진우는 이상했지만 부정하진 않았다. 어쨌거나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는 건데 체면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친구?”하희관은 좌우를 번갈아 보며 냉랭하게 말했다.“은도 씨 친구가 엄청 건방을 떨던데? 날 여러 번 거절한 것도 모자라 우리 골든 클럽까지 부숴버리겠다고 했어. 내 체면 따위는 아예 신경도 안 쓰더라고.”“네? 그래요?”은도는 고개를 들고 놀란 두 눈으로 유진우를 쳐다보았다.‘이 자식 간덩이가 제대로 부었구나. 감히 하 사장님한테 덤벼?’“사장님, 제 친구가 아직 젊어서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 거니까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부디 넓은 마음으로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은도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없던 일로 할 수는 있어. 하지만 레시피를 내놓아야 할 거야. 내놓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지도 몰라.”하희관이 싸늘하게 말했다.“레시피요?”은도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아무래도 두 사람 사이에 그냥 말다툼이 아니라 돈이나 이익이 오간 것 같은데.’“난 여전히 그 한마디예요. 레시피를 사장님한테 팔 수 없어요.”유진우는 단칼에 거절했다. 하희관이 총을 꺼내든 순간부터 협상의 여지는 없었다.“은도 씨, 들었어? 이 사람 아직도 주제를 모르고 있다니까!”하희관의
은도는 요염하게 웃으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은도 씨, 나랑 놀고 싶으면 나중에 천천히 놀아줄 수 있어.”하희관이 은도의 손목을 덥석 잡고 흉악하게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그 전에 이 자식부터 처리해야 하니까 옆에 얌전히 있어. 화나게 하지 말고. 안 그러면 결과가 아주 심각할 거야.”“아파요, 사장님.”은도가 눈살을 찌푸리고 힘껏 발버둥 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네 이년 날 꼬시려던 거 아니었어? 오늘 저녁에 기회를 줄게. 이 자식을 해결한 다음에 화끈하게 즐기게 해줄게.”하희관은 음흉하게 웃으면서 은도를 잡아당겨 품에 끌어안더니 도발 섞인 눈빛으로 유진우를 쳐다보았다.“인마! 너 이년이랑 보통 사이 아니지? 삐쩍 말라 힘도 없어서 얘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아. 내가 대신 예뻐해 줄게. 아주 좋아 죽을지도 몰라.”“사장님, 이러지 마세요. 전 은씨 가문 사람이라고요.”은도의 표정이 확 변했다.“은씨 가문이면 뭐? 내가 너한테 강제로 뭔 짓을 해도 은씨 가문에서 날 어쩔 수 있을 것 같아?”하희관의 건방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당신!”은도는 두려움과 분노가 섞인 눈빛으로 쳐다봤다.하희관의 세력이 컸고 배후에 또 엄청난 거물이 있었다. 만약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한다면 기껏해야 명성이 조금 나빠질 뿐이지 은씨 가문에서는 절대 그와 등을 돌리지 못할 것이다.“인마, 마지막으로 물을게. 레시피 내놓을 거야, 말 거야?”하희관은 한 손으로는 은도를 끌어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총을 겨누었다. 눈빛이 무척이나 날카로웠고 표정도 흉악하기 그지없었다.“일단 레시피는 절대 넘기지 않을 거야. 그리고 은도 씨도 풀어줘. 안 그러면 그 손을 확 부러뜨리는 수가 있어.”유진우는 더는 예의 따위 차리지 않고 냉랭하게 말했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현장 전체가 소란스러워졌다. 유진우가 이토록 건방을 떨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총을 겨누고 있는데도 큰소리를 친다는 건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단 말인가?“이 자식이 아주 죽으
“으악...”하희관은 숨이 가빠지면서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고 이마에도 핏줄이 다 튀어나왔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손발에 전혀 힘이 가해지지 않았다.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참을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왔다.그는 줄곧 유진우가 순한 양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맹호가 됐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힘도 세서 전혀 반항할 수도 없었다. 만약 유진우가 조금만 더 힘을 가한다면 목이 부러질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무엄하다!”“아주 간덩이가 부었구나!”“당장 사장님을 풀어주지 못해?”침묵도 잠시 VIP 룸이 발칵 뒤집혔다. 양복 차림의 경호원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당장이라도 덮치려 했다.“유진우 씨, 미쳤어요? 감히 하 사장님을 건드려요? 죽으려고 작정했어요? 당장 그 손 내려놔요!”유강청이 소리를 질렀다.“진우 씨, 여긴 골든 클럽이에요. 하 사장님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뼈도 못 추리는 수가 있다고요.”유성신이 다급한 말투로 말했다. 유진우를 부른 건 그녀이기에 하희관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절대 책임을 면할 수 없었다.“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 근데 당신이 계속 죽자고 덤비잖아. 난 뭐 밸도 없는 줄 알아?”유진우는 하희관의 총을 빼앗은 다음 그의 미간을 겨누고 싸늘하게 말했다.“총을 겨누고 있으니까 기분이 어때?”“이... 이 자식아! 경고하는데 함부로 하지 마. 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네 가족 모두 무사하지 못해!”하희관이 겨우 목소리를 쥐어짰다.“그래?”유진우는 총을 점점 밑으로 내리더니 하희관의 입에 넣어버렸다.“내가 네 협박 따위 무서워할 것 같아?”“쓰읍!”하희관의 두 눈이 급격하게 흔들렸고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상대의 살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이봐요, 진정해요. 하 사장님을 다치게 하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해요.”은도가 다급하게 나서서 말렸다.“은도 씨, 이 자식은 처음부터 날 놓아줄 생각이 없었어요. 차라리 이 기회에 먼저 손을 쓰는 게 나아요.”유진우의 손가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