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이때 정신을 차린 전기훈이 급히 말했다.“이 녀석의 말을 정말 믿으려고 하는 건 아니죠...? 이놈은 우리 구세당 사람이 아니에요. 절대 속으면 안 돼요!”“속여?”호위무사는 유진우를 위아래로 샅샅이 훑더니 의심스러운 듯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넌 의사가 아니라고?”“비록 이 구세당 의사는 아니지만 의술은 조금 아는 편입니다.”유진우는 태연하게 말했다.“흥, 구세당도 못 구한 사람을 네 놈이 좀 수작 부린다고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전기훈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소리쳤다.“네가 못 살린 거지 나라면 살릴 수 있어. 전에 말했잖아, 너의 방법이 틀렸다고.”유진우는 여전히 태연했다.“개소리하지 마! 난 유 명의의 가장 훌륭한 제자야. 네가 뭔데 감히 나랑 같은 취급해?”전기훈은 약이 바싹 올라 허둥대며 소리쳤다.“너랑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비켜, 사람 구하는데 방해되지 않게.”유진우는 조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자신이 못 구했으면 그만이지 다른 사람이 구하는 걸 막아? 이런 인간은 도대체 무슨 속셈인 건지 유진우는 이해가 안 갔다.“이놈아, 내가 경고하는데 이분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안씨 가문의 아가씨이셔. 너 잘못 처리했다가 목숨이 열 개라 해도 속죄하기엔 모자랄 거야!”전기훈이 위협했다.이 말이 나오자, 군중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했다.“이 봐 자네, 무리하지 말게. 구세당의 의사도 어쩔 수 없다는데 자네가 올라가서 무슨 소용이 있겠나?”“그래, 애들 놀음도 아니고 한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데 네가 나설 때가 아니야!”“요즘 젊은이들은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른다더니 쥐똥만큼 한 걸 배웠다고 감히 자신을 내세우려 하고... 사람 목숨은 전혀 눈에 두지 않는구나!”구경하던 어르신과 아주머니들은 저마다 혀를 놀리기에 바빴다. 그중에는 설득과 의심, 그리고 경고의 뜻도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 구세당은 주변 몇십 리 이내 가장 좋은 의원이었다. 평소에 어떤 두통과 발열, 여러
유진우가 손을 휘휘 젓자 모두 뒤로 물러서서 충분한 공간을 내주었다.“부축하시죠.”유진우는 호위무사에게 안세리를 부축하라고 지시한 다음 손가락을 내밀어 그녀의 입에 넣더니 두 손가락으로 혀를 집어 밖으로 끌어냈다. 그러고는 온몸의 내공을 한 손바닥에 모아 그녀의 등을 향해 힘껏 쳤다.“쿵!”손바닥이 등에 부딪히는 소리가 쩌렁쩌렁했다.안세리는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더니 머리를 쳐들고‘와’하는 소리와 함께 대량의 물을 내뿜었다.모두 눈을 똑바로 뜨고 보니, 뿜어낸 그 여울의 토사물 속에 뜻밖에도 물고기 한 마리가 섞여 있었다.“어머나! 안 아가씨의 입에 어찌하여 물고기가 있습니까?”“혹시 이 물고기가 목에 걸려서 숨을 못 쉬었단 말입니까?”“어쩐지 전 의사의 방법이 통하지 않더라니, 물고기에 걸린 것이었군요! 참 재수가 없어도...”“...”바닥에 있는 작은 물고기를 보며 어르신과 아주머니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수군거렸다.안 아가씨가 질식한 원인이 그제야 드러났다.“그... 그럴 리가!”전기훈은 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술에 취해서 운전하다 호수에 빠지고 마침 물고기가 목에 걸릴 확률은 너무 낮잖아!누가 예상할 수 있었겠어!“우리 아가씨는 이물질과 물을 배출했는데도 왜 아직 숨을 쉬지 않는가?”호위무사는 기뻐하다 말고 곧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안세리는 많은 것을 토해냈지만 여전히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심장이 멎었으니 호흡이 없는 건 정상입니다. 하지만 긴장할 필요 없어요. 세 바늘이면 깨어날 것입니다.”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흥, 정말 뻔뻔하다 못해 답이 없는 놈이야. 넌 자신이 신선이라도 된 줄 알아?”전기훈은 그가 잘되는 꼴을 못 보듯 바로 비아냥거렸다.‘이미 죽은 사람을 어떻게 살린다고 그래?’“넌 의학에 대해 깊게 연구하지도 못했으니 모르는 게 당연해.”유진우가 되받아쳤다.“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큰소리는 잘 쳐. 네가 정말 세 바늘만으로 안 아가씨를 살릴 수 있다면 난 땅에 있는 이
“으~!”안세리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질식한 것처럼 힘겹게 신음을 내었다.이어 그는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변 공기를 탐욕스럽게 들이마시기 시작했다.얼굴빛은 어두운 청자색으로부터 점차 붉어지고 윤기가 돌았다.“이럴 수가!”갑작스러운 변고에 모두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방금까지만 해도 죽은 사람처럼 가만히 누워있던 안 아가씨가 갑자기 살아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이다.“깨... 깼어? 설마 시체가 움직이는 건 아니겠지?”“세상에! 죽은 사람을 살렸어? 이게 말이 돼?”“신의! 과연 신의시다!”무리 지어 구경하던 어르신과 아주머니들은 서로 수군거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비록 그들은 세상 물정에 대해 견문이 넓고 못 들어 본 이야기나 소식이 거의 없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분명히 이미 죽은 사람이었고 호흡도, 심장도 멎었지만 유진우는 세 침만으로 죽은 사람을 회생시켰다.이렇게 신기한 의술은 모두에게 금시초문이었다.그러자 순식간에 유진우를 바라보는 모두의 눈빛이 달라졌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이미 죽은 사람을 살린다니 말이 안 되잖아!”전기훈은 이 사실을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라움에 넋을 잃고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다.침 세 개로 살린다면 진짜 살리고, 어떻게 그렇게 신기한 일이...“살았어, 살았어! 아가씨가 살아나셨다!”안씨 가문의 호위무사들은 멈칫하더니 덩달아 얼굴에 화색이 돌아 기쁨에 젖어 환호하며 외쳤다.만약 안세리가 정말 죽는다면 그의 호위무사들은 무조건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고 분명 불운도 뒤따를 것이었다.이제 안세리가 드디어 생명의 위험을 벗어났으니, 그들은 마침내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아가씨! 몸은 어떠십니까? 어디 아픈 곳은 없으십니까?”호위무사는 급히 몸을 웅크리고 앉아 상황을 묻기 시작했다.“어떻게 된 거야?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안세리는 주위를 망연하게 둘러보며 어리둥절했다.그녀의 기억은 차를 몰다가 강물에 빠져
“이 신의는 운이 참 잘 따라주네. 하필이면 안 아가씨의 목숨을 구해주다니, 정말 귀인을 만난 거와 다름없어.”그 천만 원짜리 수표를 보면서 어르신과 아주머니들은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이 돈은 그들이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기엔 충분했다.“빌어먹을!”전기훈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이 횡재는 본래 그의 것이어야 하는데 뜻밖에 나타난 유진우에게 먼저 빼앗겼다.현재의 밑바닥에서 위층으로 뛰어들 수 있는 기회를 이 녀석이 전부 망쳤다.“고맙네요.”유진우는 사양하지 않고 수표를 받았다.그는 돈을 위해 사람을 구하는 건 아니지만 남이 주는 돈 또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유신의, 난 아직 볼일이 남았으니 다음에 또 만납시다.”“기억해 두세요, 무슨 일이 있거든 안씨 가문에 저를 찾아오십시오.”안세리는 작별 인사를 건네고는 빠른 걸음으로 이곳을 떠났다.방금 강에서 건져내어 이미지 손상이 이만저만이 아니니 서둘러 돌아가 빗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야!”호위무사는 갑자기 전기훈을 부르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너 좀 전에 유신의가 세 침만으로 우리 아가씨를 살릴 수 있다면 바닥에 있는 걸 전부 먹는다고 말했었지? 이제 먹어도 돼.”“네?”땅 위의 토사물을 바라보며 전기훈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이것들은 모두 위에서 토해낸 것으로 징그럽고 끈적끈적했으며 죽은 물고기도 한 마리 들어있었다.이걸 먹는다고? 어떻게?“어서!”호위무사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았고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온몸을 감쌌다.그의 뒤로 몇 명의 호위무사가 앞으로 나서서 전기훈을 호시탐탐 노리며 언제든 출동할 준비가 되어있었다.전기훈이 감히 안 먹겠다는 말마디가 끝나기도 전에 그는 이미 모두에게 한 대 얻어맞았을 것이다.“먹... 먹을게요...”전기훈은 어쩔 수 없이 울상을 지으며 바닥에 있는 토사물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 치웠다.그는 몇 번이나 속이 메스껍고 구역질이 나 토할 뻔했지만 결국 억지로 삼켰다.안 그러면 자신이 토
“유명의? 유명의께서 오셨다고?”유공권이 들어 온 것을 본 사람들이 단번에 우르르 몰려들자, 유진우는 졸지에 반대로 찬밥 신세가 되고 말았다.유진우가 조금 전 보여준 실력도 당연히 좋았으나, 유공권에 비하면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필경 유공권은 세간에 떨친 명망도 있을뿐더러 오랜 시간 민심도 깊이 얻어왔기 때문이다.그 지위는 누구도 흔들 수 없을 것이다.“유명의! 드디어 와 주셨군요, 구세당이 하마터면 큰 봉변을 볼 뻔했습니다!”“그래요, 그래요! 방금 사람이 죽는 줄 알았다니깐요, 신의 님이 도와주셔서 다행히 구 세당의 간판은 지켰네요!”“유명의, 저 신의님이 설마 새로 들인 제자는 아니겠죠?”“……”어르신과 아주머니들의 열정 가득한 목소리가 가십의 본색을 충분히 보여줬다.시끌벅적한 상황에 갓 문을 열고 들어온 유공권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여러분, 침착하십시오…… 침착하십시오……”유공권이 손을 내리누르며, 뭇사람들이 차차 조용해지는 것을 보고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천천히 말해 주시죠, 급한 것 없습니다.”“저요, 제가 말하죠! 이래 봬도 예전엔 저기 다리 밑에서 이야기꾼을 해왔었다니까요! ”한 어르신이 자처해 방금 일어 난 일을 구구절절 과장을 보태어 연설 해댔다.유진우가 어떻게 사람을 구했는지, 죽어 가던 사람이 어떻게 기사회생했는지, 어떤 수로 구세당을 구했는지 줄줄이 영웅담을 늘어놓았다.어찌나 생동하고 흥미진진한지, 주위에 서 있던 아주머니들이 연달아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그 어르신을 보는 시선에도 존경의 눈빛이 역력했다.이런 입담으로는 곧바로 먼저 짝을 지을 선택권이 주어질 게 분명했다.“그런 일이 있었군요.”다 듣고 난 유공권은 홀연히 머리를 끄덕이고는 유진우의 앞에서 미소를 지었다. “젊은이, 도와줘서 고맙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 정도의 의술을 갖고 있다니, 영웅이 따로 없군 그래.“유명의, 과찬입니다. 한참 모자란 실력일 뿐입니다.” 유진우가 겸손히 말했다
“아니 할아버지, 왜 또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들인 거예요?” 유성신이 미간을 찌푸리며 불만스레 말했다.“성신아, 그게 무슨 예의냐!”유공권이 얼굴을 굳혔다. “이 젊은 청년은 방금 우리 구세당을 구한 은혜로운 분이다. 차라도 대접하는 게 도리지 않겠냐.”“저자가 뭘 도우면 뭘 도왔다고 그래요?” 유성신은 유진우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의심이 가시지 않는 듯 되물었다.“우리 성심당에서 의료사고가 날뻔했다. 이 청년이 도와줬기에 망정이지, 간판을 뜯어 내야 했을지도 모른다.” 유공권이 엄격한 투로 말했다. 혹시나 안씨 가문 아가씨가 구세당에서 죽기라도 했으면 간판을 뜯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았을 것이 뻔했다.“할아버지, 농담도 정도껏 하세요. 저희 구세당에 의사가 얼마나 많은데 어떤 병인들 못 고친다고 바깥사람이 돕는다고 하시는 거예요?” 유성신은 전혀 믿을 생각이 없었다. 구세당은 명성이 자자해 큰 병원에서 보낸 환자를 치료하기도 했었기 때문이다.유진우의 나이가 고작 얼마나 된다고 천하의 구세당의 의사보다 더 실력이 좋단 말인가?“성신아, 사람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다. 유진우는 나이는 어리나 의술만은 절대 너에게 지지 않을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유공권이 말했다.“매번 같은 말만 하시잖아요. 됐어요, 두 분이 대화하세요, 전 방에 돌아갈게요.”유성신은 더 이상 말하기도 귀찮다는 듯 유진우를 곁눈으로 훑고 방으로 돌아갔다.“청년, 내가 손녀를 평소 곱게 키우다 보니 예절을 잘 모르는 것 같네. 이해해 주게나.” 유공권은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괜찮습니다. 아가씨가 솔직한 것이지요.” 유진우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자, 이리 앉아서 말하게.”유공권은 안내한 자리에 유진우가 앉는 것을 확인하고는 차를 따랐다. “그래 청년, 나를 찾아온 이유는 무엇인가?”구세당에 오는 사람은 두 종류밖에 없었다. 하나는 병을 보이러 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승을 모셔 의술을 배우러 오는 것이다.그는 내심 상대가 후자이기를 기대하고 있었
유공권은 2층 문을 걸어 잠그고 제 자리에서 배회하다 결국엔 3층으로 올라갔다.3층은 이미 철저하게 봉인되어 있었다. 철제문이요, 방범 문이요, 감시카메라, 경보기, 없는 것이 없었다.그 철통같은 방어는 가히 파리 한 마리도 들어갈 구멍이 없다고 해도 좋았다.몇 겹의 자물쇠를 열고나서야 유공권은 3층에 올라설 수 있었다.3층은 아주 어두웠다. 대부분의 방에는 사람의 눈을 속일 잡동사니들이 놓여있었다. 유독 가장 안쪽에 있는 방만은 정갈하고 아늑한 분위기였다.그와 같은 시각, 방안의 병상에는 한 빼빼 마른 중년 남성이 누워있었다.남자는 이미 정신을 잃은 지 오래였고, 호흡은 미약했다. 숨을 쉬어도 몸에 거의 기복이 없을 만큼 쇠약해, 마치 이미 죽은 시체와도 같았다.유공권은 남자의 침대 곁으로 와 습관적으로 맥을 짚어 보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하……이제 10년이야. 자네는 대체 언제 눈을 뜰 수 있는 건가?”“명의 유공권의 이름을 갖고서도, 자네의 병을 고칠 수 없다니.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유공권은 연신 머리를 저었다. 그리고 단약을 하나 꺼내 남자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 모습은 불쌍하기 그지없었다.그는 장장 10년을 사철수를 보살펴왔다.10년 동안, 셀 수 없는 고서를 찾아 읽고,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시도해 봤으나 시종 사철수를 깨어나게 할 수는 없었다.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목숨만 간신히 이어가는 것이었다.“은인, 전할 말이 있소.”“오늘 유진우라는 젊은이가 자네를 찾아왔다오. 하지만 그 속을 다 알 수 없어 다시 돌려보냈다네.”“그 젊은이가 쉬운 인물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네. 혹시 그자가 원수 집안이라면 우리는 좋게 넘어지지 못할걸세.”“그자가 수소문해서 이곳까지 찾아냈다면 필연 철저히 준비가 되어있었을 터. 어쩌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구세당도 당신을 감출 수 없을지도 모르오.”“은인이여…… 내 말이 들린다면 제발 빨리 눈을 떠주시오.”유공권은 한편으로는 사철수의 몸을 안마하며, 다른 한편으
유공권은 여전히 흉흉한 눈으로 유진우를 노려보았다. 그의 표정에서 일말의 실마리를 찾아내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그러나 그는 어떠한 단서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경계하는 말투로 물었다. “내가 왜 자네를 믿어야 하지?”“유명의, 제가 만약 복수를 하러 온 것이라면, 당신 둘을 처리하는 건 먼지 털듯 수월했을 겁니다.”유진우가 말하는 새에 손가락 사이로 튕긴 원기가 폭발하듯 뿜어나갔다.찰나에, 창가에 둔 꽃병은 ‘펑’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어엇?”유공권은 눈꺼풀을 꿈적하더니 차츰 얼굴을 굳혔다.원기만으로 손끝 하나 대지 않은 채 꽃병을 부수다니, 무도의 고수일게, 분명하다.혹여나 살인할 마음이 있었다면, 그의 힘으로는 확실히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그러니 지금 그에게 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었다.“유명의, 실례가 많았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유진우가 다시 한번 공수했다.“좋다! 자네가 은혜를 갚으러 왔다는 건 한번 믿어보겠어. 하지만 이미 늦었다네.”유공권은 자리를 비켜 병상위의 사철수를 바라보았다. “사철수는 10년 전에 이미 불구가 되어 여태 한 번도 일어나지 못했다네. 수없는 방법을 써봤지만, 아무런 쓸모도 없었어.”“유명의, 제게 기회를 주십쇼. 저는 몇 가지 기문 의술을 쓸 수 있습니다.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유진우가 병상 앞에 섰다.“자네가?”유공권은 머리를 저었다. “젊은이, 내가 자네를 무시하는 게 아닐세. 사철수의 병은 절대 자네가 생각하는 만큼 쉬운 일이 아니네. 그자의 몸에는 강력한 원기가 도사리고 있어, 여태 풀어낼 수 없었지. 약 끊음으로 간신히 목숨만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오.”10년 전, 사철수는 심한 상처를 입어 원기를 크게 다쳤다. 그탓에 신체기능은 거의 전멸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아무리 애를 써서 목숨을 이어간다 한들, 병의 근원을 처리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제일 큰 관건은 사철수의 몸 안에는 하나의 무시무시한 원기가 끊임없이 그의 칠경팔맥을 파괴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