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강!조일명의 머리는 공처럼 떨어지더니 바닥을 두 바퀴나 굴렀다.두 눈은 한껏 튀어나왔고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남아있었다.아마도 조홍연이 자신을 죽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다.구세주가 한순간에 원수로 변했다.“뭐야?”갑작스러운 상황은 모두를 놀라게 했고 하나같이 귀신이라도 본 듯 아연실색했다.“이게 지금 어떻게 된 일이지?”“범표사의 사령관이라면 당연히 조일명을 대신해서 나서야 하는 거잖아...”“내가 지금 잘못 본 건 아니겠지? 조일명이 죽은 거야?”잇달아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죽... 죽었어?”조군해는 몸이 얼어붙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죠? 도대체 왜 조일명 씨를 죽이는 거냐고요!”충격을 받은 조윤지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아니... 말도 안 돼...”조군표는 벼락을 맞은 듯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한동안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는 심지어 자신이 잘못 본 거라며 현실 부정했다.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일어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예상치 못한 일이 눈앞에 펼쳐지자, 그 누구도 침착할 수 없었다.조홍연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들은 유진우가 죽음 맞이할 거라고 확신했으나 그 확신과 달리 첫 번째 피해자는 조일명이 되었다.이 모든 과정에 조홍연은 이유도, 핑계도, 심지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칼 하나로 그를 죽이는 건 마치 닭이나 개를 도살하는 것만큼 간단하고 쉬웠다.아무리 생각해 봐도 죽을 각오를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조일명을 죽였다기에는 너무 터무니없는 일이다.“지금... 무슨 일을 하신 거죠?”옆에 있던 조유빈은 겁을 먹은 채로 몸을 벌벌 떨었다.조일명의 머리가 마침 그의 발 옆으로 굴러떨어졌고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 그 모습은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오싹했다.“쓰레기는 바로바로 처리해야지. 안 그래?”조홍연이 장검을 거두자 새빨간 피가 칼집에 꽂혔다.“쓰레기라뇨?”조유빈은 파르르 떨리는 입으로 머뭇거리며 입을 열
“오늘 이곳에서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을 모두 잡아서 철저하게 조사해.”조홍연의 손짓에 범표사는 조씨 가문의 사람들을 일일이 포박했고 그 행동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소란 피운 사람은 유진우랑 강린파 아니었나? 왜 조씨 가문을 잡아가는 거야?”“가해자를 잡아야지, 왜 애꿎은 조씨 가문을...”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억울합니다. 저희는 정말 억울합니다.”잠시 넋을 잃었던 조군해는 처참한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저희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왜 이러시는 겁니까?”조윤지는 겁에 잔뜩 질린 채로 불안에 떨며 물었다.“정말 억울합니다. 잡아서 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은 저희가 아니라 저 자식이라고요!”잔뜩 당황한 조씨 가문은 하소연하며 불평을 늘어놓았다.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잡혀가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고 갑작스럽게 닥친 재난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조사해 보면 알겠지? 일단 전부 데려가.”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던 조홍연은 귀찮아하며 그들을 쫓아냈다.유진우를 건드리는 사람이라면 그게 누가됐든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며 다짐했던 조홍연이다. “억울하다, 억울해!”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조씨 가문 사람들은 전부 잡혀갔다.선우 가문과 황보 가문을 비롯해서 연회에 참석한 모든 손님들이 두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감히 누구도 입을 열어 사정할 수가 없었다.자칫 입을 잘못 놀리는 순간 조씨 가문과 함께 감옥살이하게 될 수도 있으니 강건한 조홍연의 태도 앞에서 그들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조씨 가문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는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다.“이 일과 관련 없는 사람은 전부 나가주세요.”조홍연의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얼른 가자...”모두 주저하지 않고 와르르 흩어지며 자리를 피했다.신발이 떨어졌음에도 뒤돌아보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도망치듯 걸음을 재촉했다.“X발, 저 자식은 왜
조유빈은 자신의 인식을 뛰어넘는 이 상황에 전혀 침착하지 못했다.조홍연과 유진우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고 두 사람은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이 분명했다.열여덟 살부터 전쟁터에 나간 조홍연은 결단력과 무자비한 살인으로 명성을 떨쳤다.감정 없는 사람처럼 누구를 만나던 큰 기복이 없던 그녀였기에 친구, 부하 직원을 비롯해 심지어 가족마저도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본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조홍연이 미소를 지을 뿐만 아니라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아주 환하게 웃고 있다.평소의 차갑고 도도한 모습과는 정반대되는 상황인 만큼 조유빈은 그녀가 악령에 씌인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웃을 수 있겠는가? 설마 유진우가 마법을 써서 조홍연을 홀렸나?“연경의 일은 이미 다 처리했어요. 희생양 몇 명을 죽였으니, 한동안은 잠잠할 거예요.”조홍연은 솔직하게 말했다.“그럼 됐어.”유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서울에 도착하고 나서 밥은 먹었어?”“아니요.”조홍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일단 뭐 좀 먹으러 가자. 먹으면서 얘기하자.”“좋아요!”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조유빈은 마음이 착잡했다.그는 종래로 볼 수 없었던 조홍연의 다정함에 충격을 받은듯했다.“공요.”조유빈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조홍연의 부장을 붙잡았다.“왜?”공요는 눈살을 찌푸렸다.“저 사람 누군데 저렇게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거야?”조유빈은 떠보듯이 물었다.“남 일에 참견하지 말고 앞가림이나 잘해.”공유는 그를 째려보고선 자리를 떴다.“유란?”그는 잔뜩 움츠러든 채로 다른 여부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으나 유란은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시크하게 콧방귀를 뀌고는 그냥 가버렸다.순간 불길한 기운이 엄습해 온 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X발, 괜히 미움 사는 건 아니겠지?”...그 시각 선우 가문.“뭐라고? 조씨 가문 전체가 잡혀갔다고?”소식을 들은 선우희재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
“조군해 쪽은 더 이상 희망이 없으니까 다른 길 알아봐야지.”선우희재는 생각에 잠기더니 신중하게 말했다.“꼭두각시 될만한 사람 몇 명을 더 찾아봐. 누군가는 조군해를 대신해서 일해야지. 명심해, 절대로 신분을 드러내서는 안돼.”“알겠습니다!”부하는 대답하고 곧장 자리를 떴다.“이번에는 실수가 없었으면 좋겠네.”선우희재는 눈을 감으며 혼자 중얼거렸다.직접 나서고 싶었지만, 조선미의 외할아버지 때문에 소심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귀찮은 노인네 때문에 일이 복잡해진 건 사실이다....점심 무렵의 로즈 레스토랑.유진우와 조홍연은 창가 자리를 잡고 앉아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오빠를 귀찮게 했던 그 사람들은 제가 확 다 죽여버릴까요?”조홍연은 밥을 먹다가 진지한 말투로 불쑥 말을 꺼냈고 조유빈은 헛웃음이 나왔다.“죽을죄를 지은 건 아니니까 며칠 가둬놓고 고생만 시키면 돼.”조일명은 선을 넘었기에 죽는 게 마땅하지만 조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죽을 정도의 죄를 지은 건 아니다.물론 그것보다는 조선미의 감정이 더 큰 이유를 차지했다. 어찌 됐든 그들은 조선미의 친척이니까.만약 다 죽여버리면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지낼까?“알겠어요. 그럼 목숨은 살려줄게요.”조홍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유진우만 좋다면 그를 위해서 사람을 죽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오빠, 며칠 있으면 생일이죠?”조홍연이 갑자기 물었다.“아마 그럴걸? 네가 말하지 않았으면 까먹을뻔했네.”유진우는 생일 따위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이다. 밥 먹고 술 마시고, 가끔 케이크를 사 먹는 게 전부였다.“그럼 이번 생일은 어떻게 보낼 계획이에요?”호기심이 가득한 조홍연과 달리 유진우는 대수롭지 않았다.“아마 밥 한 끼에 생일 케이크 사 먹겠지?”“생일을 이렇게 간단하게 보낸다고요? 그건 절대 안 돼요!”조홍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이번 생일은 제가 준비할게요. 오빠를 위한 생일 파티를 열 거니까 기대해도 좋아요.”“귀찮게 그럴 필요 없어.
“칠색 영지요?”그 말을 들은 유진우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고 목소리마저 높아졌다.“어디서요?”학수고대하던 끝에 마침내 행방을 찾았다.이제 이 영약만 손에 넣는다면 구전수명단을 만들 수 있다.“사실대로 말씀드리면 남궁 가문에 있어요.”황성태는 재빨리 설명을 이어갔다.“이틀 뒤가 남궁을용 씨의 생신입니다. 누군가 선물로 칠색 영지를 준비했다고 하는데 그걸 손에 넣을 수 있을지는 사장님의 능력에 달렸어요.”“그 말이 사실이라면 나중에 두둑하게 보상금을 챙겨드릴게요.”유진우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는 칠색 영지의 행방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대가를 치러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그건 사양할게요. 전에 했던 약속 기억하시죠? 저에게 신세를 졌으니, 나중에 도움이 필요할 때 사장님에게 연락할게요. 그걸로 갚으면 됩니다.”황성태는 웃으며 답했다.“원칙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도와드리죠.”유진우의 망설임 없이 제안을 승낙했다.“역시 사장님은 시원시원하시네요. 그럼 행운을 빕니다.”두 사람은 몇 마디 더 주고받은 후 전화를 끊었다.“홍연아, 오빠가 급하게 처리할 일이 생겨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 먼저 판용산장으로 돌아가. 나중에 찾으러 갈게.”유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 준비를 했다.“오빠, 무슨 일 있어요? 제가 도와줄까요?”조홍연은 몹시 궁금했다.“괜찮아,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니까 얼른 들어가. 말 들어야지?”유진우는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로즈 레스토랑에서 나온 그는 값비싼 선물을 준비한 뒤 곧장 남궁 가문으로 향했다.비록 지금은 은퇴했지만, 당시의 남궁을용은 황보용명에 못지않은 베테랑 장군이었다. 그들은 제자가 만천하에 있는 덕망 높은 거물이자 고위층의 존경을 받는 인물들이다.10년 전부터 서로 교류가 있었던 터라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유진우는 후배로서 줄곧 그를 찾아뵙고 싶다는 마음을 간직해왔고 마침내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생신 축하를 건네는 동시
“장군님 뵈러 왔어요.”유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잘 보이려고 애쓰네.”뒤에 있던 유연지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혼잣말하며 입을 삐죽거렸다.그녀는 지난번 반창고 사건 이후로 줄곧 유진우가 마음에 걸렸다.그날 총에 맞아 입원한 덕분에 우연히 폐암 진단을 받게 되었고 다행히 일찍 발견해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하여 유진우에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할아버지 잠시 외출하셨어요. 금방 돌아오실 거니까 일단 들어가서 차 한잔하면서 얘기 나눌까요? 마침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남궁은설은 다짜고짜 그를 끌고 저택으로 들어갔다.“은설아, 우리 승마 연습하기로 약속했잖아.”유연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귀띔했다.“아참, 너무 흥분한 나머지 하마터면 깜빡할 뻔했어요.”남궁은설은 유진우를 바라보더니 머뭇거리며 물었다.“오빠, 뒷산 근처에 승마장 있는데 우리 그쪽에서 같이 놀까요? 할어버지 돌아오시면 제가 다시 이쪽으로 모셔다드릴게요. 어때요?”“좋아요.”분위기를 망칠 수 없었던 유진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지금 바로 승마장으로 가요.”남궁은설은 빙그레 웃더니 일행을 이끌고 저택의 뒷산으로 향했다.“한솔아, 은설이가 저 남자한테 관심 있는 것 같으니까 긴장해.”유연지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충고했다.“쳇. 아무런 힘도 없는 저 자식이 무슨 자격으로 은설이를 만나.”한솔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은설이가 호감 있다 한들 남궁 가문에서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야. 같은 세상을 사는 사람이 아니잖아. 저 사람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밑바닥이야.”“그렇긴 해.”유연지도 딱히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유진우는 복싱과 발차기 실력이 뛰어나고, 의술도 어느 정도 익혔지만 아직은 부족했다.가장 총애받는 손녀인 남궁은설의 미래 남편은 반드시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첫 번째는 훌륭한 가정형편, 두 번째는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
“음?”사람들은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한 무리의 젊은 남녀가 한가롭게 정원을 거닐며 걸어왔다.제일 앞쪽에서 걷고 있는 사람은 검은색 조끼와 검은 승마화를 신은 여자였다.아름다운 외모와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지만 거만한 표정은 마치 사람을 깔보는듯한 느낌을 주었다.그녀의 곁에는 윤기가 흐르는 흑마가 있었는데 아주 위엄이 넘쳤다.“남궁유나?”그 사람이 다가오는 걸 본 남궁은설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남궁유나는 큰아버지의 딸로, 평소에도 둘은 서로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었다.특히 남궁보성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로는 그녀는 더더욱 제멋대로였고 틈날 때마다 트집을 잡으며 괴롭혔다.“은설아, 자랑도 정도껏 해야지.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다고? 웃겨 죽겠네.”남궁유나는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지난 몇 년간 우승할 수 있었던 건 다 사람들이 봐줬던 거야. 몰랐어? 설마 네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니?”“헛소리 좀 그만해.”남궁은설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헛소리? 내 말이 기분 나쁘면 다시 한번 붙을까? 추풍이 정말 대단한 건지, 아니면 우리 흑룡이 한 수 위인지 바로 알 수 있잖아?”남궁유나는 도발했다.예전에는 남궁은설이 사랑을 독차지했고, 심지어 남궁보성이 가주였기 때문에 모두가 그녀에게 굽신거렸다. 하지만 이제는 본인의 아버지가 가주의 자리에 앉았으니 남궁유나는 당연히 아무것도 꺼릴 필요가 없다.“그래, 한번 해보자. 설마 내가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남궁은설은 고개를 번쩍 들며 말했다.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승마를 배웠고 게다가 추풍 덕분에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좋아.”남궁유나는 두 눈이 반짝였다.“경마만 하고 이대로 끝내는 건 시시하잖아? 우리 내기할래?”“뭘 걸고 싶은데?”남궁은설이 물었다.“쉽게 생각하자. 말을 걸까? 지는 쪽이 말을 내놓는 거지.”남궁유나는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말을 건다고?”그 말을 들은 남궁은설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돈이나 물건은 거는 거라면 흔쾌히
두 여자는 적대심 가득한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남궁진혁의 말은 아예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말 안장을 설치하고 장비까지 다 착용한 후 명품 말 두 마리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마리는 하얀색이고 다른 한 마리는 검은색이라 색깔 비교가 선명했다.남궁은설과 남궁유나의 친구들도 양 팀으로 갈라져서 서로 경쟁했다.“은설아, 화이팅! 네가 꼭 이길 거라 믿어.”유연지가 옆에서 목청껏 응원했다.“추풍은 무적이야. 어떤 말이든 추풍 앞에서는 거론할 가치도 없다고.”한솔도 자신만만했다.“맞아, 평소대로만 한다면 아주 쉽게 이길 수 있을 거야.”다른 친구들도 나서서 맞장구를 쳤다.유진우는 아무 말이 없었지만 말의 다부진 근육만 봐도 추풍이 흑룡보다 조금 더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기수의 기술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경험이 많은 남궁은설이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이길 가능성이 꽤 컸다.“청아 언니, 두 말 중에 어느 말이 더 빠를 것 같아요?”다른 진영에 있는 봉연주가 흥미진진한 얼굴로 물었다.“난 말을 잘 몰라서 모르겠어요.”이청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오늘 마장에 온 건 노는 것도 노는 거지만 남궁진혁과 사업 얘기를 하려고 온 것이었다. 경마니 뭐니 그저 재미로만 구경할 생각이었다.“몰라도 괜찮아요. 아무렇게나 한번 맞춰봐요.”봉연주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난 검은 말이 이기는 걸로 할게요.”이청아가 고민 없이 대답했다.“알았어요. 그럼 난 하얀 말이요.”봉연주는 승부욕이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두 말 모두 명품 말이었지만 그녀는 하얀 말 추풍이 더 마음에 들었다. 왜냐하면 더 예쁘니까.그 시각 남궁은설과 남궁유나는 각자의 말을 타고 출발점에 도착하여 출발 준비를 마쳤다.“유나야, 흑룡 성격이 까칠하니까 이따가 탈 때 조심해.”남궁진혁은 앞으로 다가가 흑룡의 갈기를 쓰다듬었다.“알았어요.”남궁유나가 우렁차게 대답했다.“은설이도 꼭 조심해, 알았어? 우애가 첫째고 시합은 둘째야. 다들 명심해.”남궁진혁은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