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호 프로젝트요? 그게 제가 퇴사하는 것과 관련이 있나요?”임만만은 머리를 긁적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영은 흔쾌히 그녀에게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만만 씨, 솔직히 말해서 이진이 막 GN 그룹의 대표를 선임했는데 혼자서 모진호 프로젝트를 맡는다는 게 가능해 보여?”이영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그녀는 임만만을 가능한 한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버리려고 했다. 그러면 앞으로 써먹기도 훨씬 쉬울 것이다.“만약 이진이 계속 이렇게 혼자서 큰 프로젝트들을 맡는다면 GN 그룹은 반드시 큰 손해를 보게 될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그녀를 도와주는 게 어때?”“어떻게 도와줘요?”임만만은 그녀의 말을 듣자 바로 반문했다.“당연히 우리에게 이진의 계획을 알려주는 거지. 그렇게 되면 보장과 수익이 있으니 만만 씨의 생활도 더 좋아질 거야.”임만만이 고개를 숙이고 궁리하는 모습을 보자 이영은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참을 수 없었다.웨이터가 요리를 올릴 때도 임만만은 계속 생각에 잠겼다. 요리가 모두 준비되고 웨이터가 물러서자 임만만은 고개를 들었다.“이영 씨, 고마워요. 제가 뭘 해야 할지 잘 알겠어요.”“만만 씨는 똑똑한 사람이니 이번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잘 알고 있을 거라고 믿어.”이영은 말을 하면서 임만만을 향해 술잔을 들고 기세를 몰아 술 한 잔을 권했다. 이영은 와인을 반 잔 마셨고 임만만은 한 모금 맛보았을 뿐이다. 술잔을 다시 내려놓은 후에도 임만만의 미간은 여전히 찌푸려져 있었다.“이영 씨, 제가 아직 이런 걸 묻기에는 이르다는 걸 알지만, 만약 이쪽이 성공한다면…….”“만만 씨는 여전히 비서일 거야.”이영은 와인을 삼키고는 도도하게 입을 열었다.그녀의 오만한 태도에 임만만은 남몰래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하지만 당연히 내 비서 혹은 우리 아버지의 비서가 될 거야.”“그럼 이 대표님, 이진 씨는…….”임만만은 그녀의 말을 듣자 긴장되어 입술을 깨물며 무언가는 기대하는 것 같았다.예상했던 질문이라
이진의 차가운 말투로 비꼬자 이영이 방금까지 좋았던 기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이 대표님, 좀 너그럽게 말씀하시지 그래요? 계속 그렇게 엄하신다면 비서들이 모조리 도망가겠어요.”두 사람은 몇 초 동안 눈을 마주친 뒤 어깨를 부딪히고는 자리를 떠났다.이영은 이를 악물며 악의에 찬 모습을 하고 있었고, 반면 이진은 가볍게 웃으며 입꼬리를 올렸다.이처럼 평화로운 이틀이 지나자 이영은 그녀를 매우 현혹시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임만만이 다시 비서로 일한다는 게 진짜야?”이영은 앞에 있는 인사부 직원을 보며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영 씨, 제가 이런 일을 가지고 거짓말을 하겠어요? 임만만 씨의 인사이동은 제가 직접 맡았어요.”인사부 직원은 그녀한테 잘 보이려고 온갖 애를 썼다. 이영이 매니저를 맡았을 때부터 그녀는 이영의 온갖 비위를 맞추었다. 더군다나 이영이 직원이 되어버리자 그녀를 아부하기는 더욱 편리했다.이 말을 듣자 이영은 직접 인사부문을 찾아 사실을 확인한 후 임만만을 불러냈다.“이영 씨, 무슨 일 있어요?”“만만 씨가 다시 이진의 비서로 일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야?”임만만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자 이영은 더욱 의심스러웠다. 임만만은 별 불만 없어 보였고 심지어 기뻐하며 흔쾌히 받아들인 것 같았다.“예전에 이진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만만 씨를 강직시켰는데, 갑자기 왜…….”“아마도 제가 이틀 동안 업무를 뛰어다니면서 몇 건을 따내 대표님께서 제 능력을 인정하신 게 아닐까요?”임만만은 어깨를 으쓱이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이렇게 된 게 나쁜 일은 아니잖아요. 제가 대표님의 곁에 있다면 더 많은 소식을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원래 좀 걱정스러웠던 이영은 임만만의 말을 듣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이날 저녁, GN 그룹 대표 사무실.임만만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요 며칠 이기태한테서 얻은 소식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파일 내용을 다시 검사한 후 이메일로 누군가에게 보냈다.이 이메일 주소
이진은 단지 미간을 찌푸리며 유연서를 훑어보았다.유연서는 화려한 옷차림으로 참석했을 뿐만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신경 썼다는 걸 알 수 있었다.반면 이진을 보게 된다면 비록 그럴듯한 드레스를 입었지만 꾸미는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만약 임만만이 목숨을 걸고 그녀에게 드레스를 입히지 않았다면 그녀는 오늘도 평범한 옷을 입고 이곳에 도착했을 거다.“고마워요, 연서 씨.”이진은 가볍게 말하고는 곧바로 손을 뺐다.그녀가 몸을 돌리려고 하자 유연서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이 대표님께선 오늘 어떤 신분으로 이곳에 참여한 거죠? GN 그룹 인가요? 그럼 AMC는 상황이…….”아니나 다를까, 또 익숙한 연기였다.이진이 고개를 돌려 못 들은척하자 유연서는 매우 난처했다. 이때 유연서는 윤이건의 차가운 눈빛을 보자 이도 저도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만만 씨, 오늘 경매 프로젝트에 사전 표시된 게 몇 개죠?” 이진은 자리에 앉아 임만만과 함께 경매에 대해 상의하기 시작했다.“이 대표님, 전에 회사에서 회의할 때 프로젝트가 믿을 만하다고 생각되면 한도 없이 경매하기로 하지 않았나요?”임만만은 경매 목록을 뒤적거리며 난처한 표정으로 이진에게 말했다. 그 모습은 마치 이진의 기억력이 안 좋은 걸 탓하는 것 같았다.“참나, 다들 생각이 없는 건지. 한도가 없다면 그냥 다 사버려도 된다는 거야?”이진은 어깨를 으쓱거렸는데 말투는 GN 그룹의 대표가 아니라 오히려 라이벌 같았다.이 경매에 참석한 사람들 사이에 그녀보다 돈 많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 GN 그룹의 대표라면 그 정도 실력이 있을 거다.이진은 말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훑어보았다.경매에 참가하러 온 사람들은 저마다 목적이 얼굴에 적혀 있으면서도 여전히 고상한 척을 하고 있었다.자세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웃긴 사람들이다.게다가 그녀의 이런 말은 모두 겉치레에 놓고 한 말이자 일부 GN 그룹의 이사들더러 들으라고 한 말이다.경매 시작 전 GN 그룹에서 했던 회의를 생각해 본다면 마
얼마 지나지 않아 경매가 제시간에 시작되었다.홀의 불빛이 갑자기 어두워지자 무대 위의 불빛이 더 환해 보였다.이진은 눈살을 찌푸렸는데 가능하다면 그녀는 정말 이런 활동에 참가하고 싶지 않았다.예전에 AMC에 있을 때 모두 케빈이 나서서 이런 일들을 처리했기에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정말 한가했었다.불빛이 점차 어두워지더니 경매사가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왔다. 경매사는 마이크를 간단히 테스트하였는데 긴장되어 죽을 지경이었다.무대 아래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대단한 분들이라 만약 말 한마디라도 잘 못해 그들의 미움을 사게 된다면 큰일 날 것이다.공식적인 오프닝 후에 경매사의 비서는 이번 경매의 각 프로젝트들과 구역들을 그들에게 보여주었다.아니나 다를까, 모진호와 환청 프로젝트는 모두 마지막에 놓여있었다.그건 이진이 가장 주목했던 것이며 이기태도 마찬가지였다.이기태는 이진과 함께 입장한 것이 아니라 협력했던 일부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입장했다.그는 이진과 멀지 않은 자리에 앉았는데 이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앞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모든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는 끝났습니다.”경매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 후 경매장 옆방의 불빛이 갑자기 켜졌다.“그럼 다음으로 그룹 책임자 여러분들께서는 각 구역의 모형을 참관하시면 됩니다.”말이 떨어지자 무대 아래의 사람들은 함께 일어나 전시장을 향해 걸어갔다.“책임자 여러분들께선 발밑을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저희가 준비한 모든 모형의 가장자리에는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설명을 책임지고 있습니다.”뒤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경매사의 목소리에 임만만은 저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웃었다.“왜 그래?”임만만이 몰래 웃자 이진은 일부러 발걸음을 늦추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별거 아니에요. 그냥 주최 측에서 마련한 경매사가 왜 이렇게 겁이 많은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임만만의 이 말은 오히려 이진을 웃게 만들었다.“바보야, 넌 정말 저 사람이 주최 측에서 마련한 경매사라고 생각하는 거
이기태의 가식적인 모습을 보자 이진은 싫증이 났다.이진은 그가 공개석상에서 자신을 난처하게 하는 방법으로 동정을 받으려는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기태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진은 피식 웃더니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러자 이기태는 말을 하지 않은 채 빠른 동작으로 이진의 팔을 붙잡았다.“이 이사님, 이게 무슨 짓이죠?”이진은 몸을 돌려 이기태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방금까지 보이던 미소는 사라진 채 얼굴색이 어두워지고 말았다.주위의 사람들은 작은 목소리로 의논하기 시작했는데 별 이상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다 있었다. 결국엔 다들 구경을 하는 것뿐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궁금하지도 않은 데다가 그들은 아마 경매가 끝난 후 이 일에 대해선 기억하지도 못할 거다.이때 윤이건은 상황을 지켜보더니 그들을 향해 걸어갔고 유연서는 그의 뒤를 따랐다.사실 윤이건의 눈빛은 줄곧 이진을 따라다녔다. 하지만 전시장에 들어선 후 계속 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어 명함을 건네고 그와 합작을 의논하려고 했다. 윤이건은 그들을 모조리 돌려보낸 후 이진이 있던 곳을 건네보았는데 이진은 사라진지 오래였다.그는 한참 찾다가 이쪽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고 얼른 다가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 영원히 화제의 중심에 있던 그의 아내였다.“이건아…….”이기태는 윤이건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재빨리 이진의 팔을 놓고 얼굴에 미소를 보였다.이진은 고개를 돌리고 나서야 윤이건을 발견하였는데 그녀는 더욱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자신이 가족들과 엮이는 모습을 윤이건에게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분명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는 이상한 감정이었다.“이건아, 이것 좀 봐봐. 장인어른은 그저 딸이랑 몇 마디 얘기를 나누려는 것뿐인데 이런 태도를 보이다니. 이래선 되겠어?”이기태가 스스로 장인어른이라고 말하자 이진은 소름이 돋았다.이기태가 이익을 얻으려고 이렇게까지 뻔뻔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그녀를 탄복하게 했다.이때 이기태의 뒤를 따르던 이영
“이진이,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이기태는 찔리기라도 했는지 약간 머뭇거리며 물었다. 게다가 눈빛은 무심코 윤이건을 힐끗 쳐다보았다.“제 뜻은 몇 년 전, 제가 이씨 가문에서 나왔을 때 저흰 이미 남남하기로 하지 않았나요?”이진은 팔짱을 끼며 또박또박 말했다. 그녀의 몸은 뻣뻣했고 표정은 차가웠는데 또박또박 말하는 것은 마치 자신이 이씨 가문 사람이라는 걸 거부하는 것 같았다.그러나 윤이건과 임만만만이 알 수 있었다. 그녀가 하고 있는 말 하나하나가 자신을 향해 칼을 찔러대고 있는 거였다.“이기태 씨, 만약 제가 당신이라면 이만 물러났을 겁니다. 다신 제 앞에서 감정 따윈 얘기하지 말아주세요.”이진이 팔 밑에 숨긴 손은 이미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허세 부리지 마!”말소리가 크진 않았지만 매우 엄숙하였는데 이기태는 저도 몰래 몸을 떨고 있었다. 그는 이진이 이런 장소에서 그에게 이런 말을 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처음엔 윤이건의 앞이라 연기라도 하려고 했는데 보아하니 이젠 연기할 필요조차 없다. 이기태는 미친 듯이 화가 치밀어 올랐다.한편 이영은 일이 이 지경이 되어버리자 하마터면 윤이건의 팔을 잡으려 할 뻔했다. 그러나 윤이건의 안색이 어두운 걸 보자 끝내 망설이더니 가볍게 입을 열었다.“이건 오빠, 이진 언니는 진짜 교양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아빠인데 어떻게 이렇게 말대꾸를 할 수 있죠?”이영은 목소리를 일부러 낮추었기에 이진은 듣지 못했지만 유연서는 들을 수 있었다.그녀는 오늘 윤이건이 이곳에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일부러 아빠 따라온 거였다. 지금 이렇게 좋은 기회가 나타났는데 그녀가 이용하지 않을 리가 없다.그녀는 윤이건의 옆에 바짝 붙은 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는 이진의 험담을 한껏 늘여놓았다. 이런 수법을 통해 윤이건이 이진을 혐오하고 이진과 이혼하게 하려는 거였다.그러나 유연서는 지금 이영이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건지 이해가 안 갔지만 이진이 그녀의 눈엣가시이기에 먼저 이진을 해결해 버리는 게 옳다
윤이건은 놀랍게도 이영의 제의를 거절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내디뎠다.유연서는 파트너로서 더욱 입을 열 권리가 없었다.윤이건이 자신의 의견을 따르자 이영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보아하니 윤이건의 맘속에 이진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만약 윤이건이 이진을 정말 아낀다면 어떻게 이진을 혼자 두고 그녀와 함께 가겠어?사실 윤이건은 일부러 이렇게 행동한 거였다.첫째, 그는 이진이 모진호를 보러 가는 걸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이 일이 이진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하단 걸 그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둘째, 그는 이기태와 이영이 어떤 수법을 사용할지 지켜보기 위해서였다.이영을 따라가기 전 윤이건은 몸을 돌려 이진을 한번 보았는데 마치 그녀를 걱정하는 것 같았다.그는 방금 이진이 상처받은 표정을 하고 있는 걸 보았는데 만약 그들이 좀 더 심한 말을 했더라면 그녀는 전에 받았던 문자 때문에 더 이상 혼란스러워하진 않을 거다.이진은 모진호의 자료를 들고 그곳에 서서 해설원이 허풍을 떠는 것을 들었는데 참으로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이 프로젝트에 대해 그녀는 이미 현지 고찰을 마쳤기에 그중의 수로 회로에 대해 모두 훤히 알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 온 것은 그저 예상했던 수치와 비슷한지 확인하는 것에 불과했다.그리고 더 중요한 건 그녀는 이기태의 얼굴을 다신 보고 싶지 않았다.“이 대표님께선 이기태 이사, 그리고 이영 씨와 가족이 아닌가요? 왜 이렇게 사이가 안 좋으신 거예요?”임만만은 방금 보았던 이진의 모습은 그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러기에 그녀의 굳센 모습 속에 어떤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는 건지 궁금해났다.임만만은 종래로 가십을 떠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이진을 따라다니기 시작한 후부터 그녀는 완전히 이진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막 졸업한 대학생으로서 그녀는 정말 대단한 인물들을 알아가고 싶거나 그들을 우상으로 여기고 싶었다.“언제부터 가십거리에 관심이 생긴 거야?”임만만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이진은 다소 의아했지만 나
윤이건의 시선이 여전히 환청에 머물러 있자 이기태는 몇 초 동안 망설이더니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얼른 앞으로 나가 두 손을 비비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었다. 손에 식은땀이 가득하자 그는 미끄러워진 두 손을 맞잡을 수 없어 더욱 초조해졌다.“윤 대표…….”이기태는 너무 긴장되어 더 이상 친한 척을 하지 않고는 오히려 호칭을 바꾸었다.“혹시 정말 환청에 관심 있는 건가? 환청은 얼마 전에 우리 회사에서 이미 사람을 파견하여 현지 고찰을 마쳤었어.”“그래요?”침묵하던 윤이건이 갑자기 입을 열자 이기태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정말이지. 하지만 우리가 발견한 환청의 실제 상황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과 차이가 있더라고.”이기태는 윤이건의 뒤로 한걸음 물러서더니 그가 보지 못하는 위치에서 이마의 식은땀을 슬쩍 닦았다.“차이가 있는 게 정상이 아닌가요?”윤이건이 말을 하다가 갑자기 몸을 돌렸는데 이기태가 몰래 한숨을 쉬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그는 마음속으로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그는 오히려 자신의 장인이라고 자칭하는 이기태가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보려고 했다. 이런 사람이 이진의 아버지라니 참으로 웃긴 일이었다.이진이 생각나자 윤이건은 걱정되어 그쪽을 바라보았는데 이때 또 말소리가 들려왔다.“조금 차이가 있는 건 정상이지만 환청 프로젝트의 차이는 엄청나거든.”이기태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어쨌든 그는 윤이건이 이 프로젝트에 투자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되기에 어떻게든 그를 막아야 했다.그리고 옆에 있던 이영은 이기태의 말을 듣자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고는 얼른 윤이건의 곁으로 가서 이기태를 도와 함께 설득하기 시작했다.“이건 오빠, 환청 프로젝트는 정말 별로라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다른 프로젝트를 보러 가볼까요?”아예 부녀가 함께 나서기 시작했다.윤이건은 그들의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해 입꼬리를 올렸지만 눈빛은 그대로였다.한편 이영이 합류하자 윤이견의 곁에 서 있던 유연서의 자리가 없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