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안심하셔도 됩니다. 저 그냥 한 말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납득할 수 있게 이제 계약서를 작성하여 보내올 것입니다.” 이진의 마지막 말이 마치 사람들에게 진정제를 준 것만 같았다.다들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1차 협상은 서로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였다. 이때 바깥 하늘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다.오래 머물 생각이 없는 이진은 임만만을 데리고 떠난다.두 사람 호텔에 도착하자 마케팅 사람들이 문앞에서 뭔가를 얘기하는 모습이 보였다.그중 한 명이 임만만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다행이예요.임 비서, 아무일 없는거죠, 정말 많이 걱정했어요.”옆 사람도 이 말을 듣고 긴장을 풀더니 모두들 다행이라고 말한다.이진은 이 사람들 뒤에 이미 여러 개 비어 있는 술병을 보고 마음속으로 냉소를 지었다.보아하니 이 사람들은 전혀 임만만을 찾을 생각이 없었고 그냥 대충 몇 바퀴 산책한 것에 불과하다.만약 오늘 저녁 임만만 없이 혼자 돌아온다해도 이 사람들은 그냥 신고만 했을 것이다.이때 임만만은 아까 협상을 거쳐 이진에 대한 인상을 크게 바꾸었다.그리고 GN 그룹 이 사람들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대표님과 이 사람들 겉으로는 아무 일 없지만 속으로는 완전 두 부류의 사람들이다.“다들 수고 많았습니다. 일찍 돌아가 쉬세요. 내일 준비 마치는 대로 돌아갈 것입니다.”이진은 말하고 임만만의 팔을 잡고 함께 호텔로 향한다.남은 사람들은 이제야 자기 목적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그리고 급히 쫓아가 물어본다.“대표님, 그럼 모진호 이쪽 일은 끝난 겁니까? 대표님 생각은 어떠십니까?”하루 피로 때문인지 아님 이 사람들의 냉혹한 모습을 봐서 그런지 지금의 이진은 연기조차 계속할 생각이 없다.그녀는 발길을 멈추고 차가운 눈빛으로 이들을 본다.“대표인 제가 무슨 결정을 내리던 여러분에게 먼저 보고를 해야 합니까?”이진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모두 제자리에 멍하니 서있는다. 다들 입을 벌리고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이진은 더 이상 상대하기 싫은듯
이 말은 들은 임만만은 2초 동안 멍하니 서있는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이진은 이미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대표님, 역시 쿨해.”GN 그룹에 온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데 학교 때 기업에 대한 공포감은 이미 많이 사라졌다.손에 든 서류를 꽉 잡고 임만만은 쿵쿵거리는 심장소리와 같이 이진을 향해 달려간다.사실 이진의 말은 진심이였다.며칠 동안 GN 그룹 윗층에서 보낸 감시자들을 경계하느라 이진은 정말 지친 상태이다.임만만에게 차 한대를 배치한후 자신도 차를 몰고 윤씨 별장으로 돌아갔다.시간이 아직 이른지라 별장은 조용하였다. 윤이건도 집에 없는 모양이다.그녀가 외출한 이틀 동안 두 사람은 전화 한 통이 없었는데 이렇게 돌아오니 웬지 기분이 묘하다.하지만 이진은 이런 기분을 감정이 아닌 습관으로 간주한다. 하인들에게 인사를 한 뒤 짐을 1층 로비에 놓고 바로 거실로 돌아간다.그리고 잠들었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바깥은 이미 어두워졌다.사실 오랫동안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있지만 윤씨 집에 들어온 후부터 다소 증상이 완화되었다.아마도 윤이건 집의 비싼 가구때문일 것이라고 이진은 뜻풀이 한다.일어나 샤워하고 거실에서 나와 주방에 들어간다.반시간 후 별장 대문이 열리자 윤이건이 피곤한 표정으로 들어왔다.이진이 집에 없는 동안 그는 그리움을 참을 수 없었다.하지만 모진호 일때문에 바쁘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기에 방해할 수 없었다.그러나 오늘 집문에 들어서자 로비에 놓인 캐리어를 보고 마음이 한결 후련해졌다.이진이가 돌아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참에 음식 냄새를 받고 더욱 확신한다.의상도 벗지 않은 채 바로 주방 쪽으로 향한다.아니나 다를까, 앞치마를 두르고 능숙하게 요리하고 있는 이진을 보았다.“돌아왔어?”의문 같기도 하고 진술 같기도 하는 윤이건의 말에 이진은 어리둥절하였다.지금 두 사람 모두 알 수 없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처럼 며칠 동안 떨어지다가 다시 만난 후의 첫 마디
비서가 웃으며 떠나려고 하는데 뒤에서 윤이건의 목소리가 또 들린다."기획안이 취소된 후, 마케팅팀에게 재료 건설 프로젝트로 방향을 바꾸도록해."비서가 빠른 걸음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윤이건은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 가볍게 웃었다.말하자면, 이것은 이미 사심이라고 할 수 있다.어느쪽으로든 그는 이번 모진호 개발에서 이진과 한 번 같이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칠후 중심병원의 대문 앞, 유연서는 팔을 둘러싼 거즈를 보고 눈살을 찌프린다.비록 이번에 오래 입원한 것은 아니지만 이 기간 윤이건은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지난번 입원때 윤이건은 거의 2~3일 간격으로 병원에 왔었다.이렇게 뚜렷한 차이는 그녀로 하여금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게 하였다.아직 이상적인 퇴원 상태는 아니지만 병원에 있는 것이 이미 지겨워졌다.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윤이건뿐만 아니라 YS 그룹도 이진 그년에게 빼앗길 수 있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유연서는 집에 돌아갈 생각까지 버리고 그냥 기사를 시켜 짐을 집에 보내도록 지시한다.그리고 그녀는 택시타고 바로 YS 그룹으로 향했다.대표 사무실에서 아랫 사람들이 제출한 모진호 건설재료건을 검토하고 있는 윤이건은 노크 소리를 듣는다. 대답을 하자 유연서가 온화한 웃음을 지으며 밖에서 들어온다. “퇴원했어?”유연서의 옷 소매는 높이 걷혀 있었고 그는 공기 중에 노출된 거즈를 보면서 조금 의아해한다.“응, 방금 퇴원 수속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야. 의사 선생이 잘 회복되었다고 하길래 바로 나왔어.”“왜 돌아가 쉬지 않고, 몸부터 챙겨야지.”말하는 윤이건의 미간에는 여전히 걱정이 남아있다.뭐라고 해도 오래 동안 함께 지내온 사이인데 아무런 감정도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다.“난 괜찮아, 오히려 일들이 많이 밀려져서 미안해.”유연서는 말하면서 유이건에게 차를 부어주려고 한다.그녀에겐 집에 돌아갈 쉴 여유는 없다. 지금이라도 윤씨 별장에 바로 입주하여 24시간 윤이건 옆에 붙어 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윤연
사이트를 통해 유연서와 완료 시간과 입금 결제를 정한 다음 바로 인터넷으로 뛰어들었다..승연에게 있어서 정말로 쉬운 일이고 유연서도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하여 그 당시 화재 사건을 찾는데 큰 장애는 없었다.하지만 정보와 인물 확인시 그 정보를 읽고 승연은 멍해졌다.화재 현장에서 탈출한 두 아이 이름과 나이, 그리고 그 후의 일부 흐름을 읽고 승연의 표정은 굳어진다.믿기지 않은 듯 눈을 힘껏 비벼 확인하고 자료를 천천히 통합한 뒤 발송 버튼을 누른다.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다. 그도 이 사실의 진실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하여 아예 자료를 통합하여 이진 컴퓨터에 보낸 것이다. 그리고 메일 아래에 메모로 표시한다.“사부, 확인부탁합니다.”GN 그룹, 지금 이진은 휴게실에서 잠자고 있다.원래 AMC에 있을 때 그녀는 눈을 감을 시간조차 없이 매우 바빴다.이렇게 보니 그때 AMC에서 자지 못한 잠을 GN 그룹에서 다 잤다.귓가에 놓인 핸드폰에서 짧은 알림음이 울리자 그녀는 천천히 눈을 뜬다.메일박스를 열고 승연의 메일을 확인한 이진은 한창 멍하니 있더니 휴게실에서 나간다.그리고 테이블 위의 컴퓨터로 다시 메일을 열고 확인한다. 확인을 마친 이진, 좀 놀란 표정이다.어렸을 때 자신이 사람을 구한 일을 그녀는 당연히 잊지 않았다. 어쩌면 허리에 있는 그 흉터가 그녀를 시시각각 알리고 있다.하지만……눈살을 찌푸리고 이진은 승연이가 보낸 사진도 함께 열었다. 그것은 구해준 소년의 당시 모습이었다.그리고 다음 장을 열었을 때 놀란 나머지 마우스를 던질 뻔했다.“윤이건?”‘세상이 너무 좁은 것 아니야?’이진은 이를 갈면서 생각한다. ‘그때 이 사람을 구한 것은 덕을 쌓은 것인데 왜 이 사람은 은혜를 원수로 갚지?”자료를 다시 확인한 이진, 마음의 감정을 뭐라고 표현할 수 없다.이때 컴퓨터에서 알람소리가 들리더니 승연이 메시지를 보내온다.“사부, 이 일 윤이건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안전이 최우선입니다.”이
세 사람은 이렇게 제자리에서 한참 서있는다. 유연서는 이진이가 이렇게 갑자기 나타날 줄은 생각하지 못하였다. 처음에는 좀 당황했지만 1초도 안되는 사이에 태연해진다. 따지고 보면 일석이조인데 나쁠 것은 없다.이렇게 생각한 그녀는 윤이건의 품속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려던 참이었는데 윤이건이 큰 힘으로 그녀를 밀어던진다.마음속으로는 불쾌하지만 이를 악물고 웃음을 짜낸다.“이진씨, 안녕하세요. 방금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이진아......”유연서의 말이 마치기도 전에 윤이건은 그녀의 말을 끊고 이진의 손을 잡으려 한다. 하지만 이진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고 그녀의 얼굴 표정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심지어 눈조차 깜빡이지 않았다.“제가 틀린 타이밍에 들어왔네요. 두 분의 좋은 일을 방해해서 미안합니다.”이진의 차가운 말투에 윤이건은 가심을 떨었다.비록 평소에도 좋은 태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나은 편이다.하여 그는 더욱 당황하다.“오늘 여기에 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 대표님에게 이것을 전달하려고 하였던 것입니다.” 이진은 말하면서 서류봉투를 윤이건에게 던진다.그리고 상대방이 반응하기도전에 바로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의 위치로 성큼성큼 다가간다.자신조차도 왜 이렇게 분노하는지 모른다.두 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방금 자신이 본것을 떠올린다.‘무슨 이유라도 반드시 이혼하고 말거야.’이와 동시 사무실 이쪽.서류봉투를 열고 그 안의 내용을 본 윤이건, 다시 고개든 그는 이진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다.“이건아, 이진씨 오해한거 아니야? 내가 가서 말해볼가?”유연서는 사실상 마음속으로 기뻐 죽을 지경이다. 하지만 윤이건의 근심에 가득한 표정을 보면서 여전히 불쾌해 한다.이 사람이 자기를 위로하지 않을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윤이건은 바로 의자에 돌아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한다.“먼저 나가봐.”윤이건의 냉담함에 대해 유연서는 마음속으로 불평했지만 어쩔수 없었다.이때, 그녀의 주머니 속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린
이 말에 윤이건은 눈쌀을 찌프리고 그의 눈빛은 날카로워진다.아니나 다를까, 당시의 그 일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자기만이 아니다.“다시 찾아낼 수 있어?”“대표님, 시간이 필요합니다.”윤이건 밑에 사람도 그의 성격을 닮아 일처리가 깔끔하다.그리고 자신에 대한 인식도 분명하여 공을 세우기 위해 함부로 임무를 받지 않는다.“가능한 빨리 처리해.”윤이건은 가볍게 입을 열고 말한다. 전화쪽에서 긍정적인 대답을 들은 다음에야 전화를 끊는다.인터넷 정보뿐만 아니라 메일로 받은 내용까지 모두 삭제되었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윤이건은 자기도 모르게 냉소를 짓는다. 재주가 많은 놈은 참 많기도 하다.몸을 살짝 구부려 테이블 아래 서랍에서 겹층을 열고 종이 몇 장을 꺼낸다.이 종이에 담긴 내용이 바로 전에 조사한 자료들이다.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윤이건은 사전 프린트하였다.나머지는 프린트하기도 전에 바로 지워졌다.일부 부족한 자료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윤이건은 두 손으로 턱을 바치고 침묵에 빠진다.머릿속에는 이진의 모습과 그녀 허리의 흉터가 떠올랐다.지금 그는 이진의 흉터가 틀림없이 화상인 것을 단정할 수 있다.‘근데 낮에 그 이상한 모습은 또 뭐지?” 다음날, YS 그룹 회의실.회의실에는 지금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때 천천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윤이건, 그의 뒤에 비서도 같이 따라 들어온다.비서인 유연서도 당연히 이번 회의에도 참석해야 한다. 다만 그녀는 회의보고를 해야 하기에 앞당겨 도착했다.회의가 시작되기전, 윤이건은 이번 회의의 목적이 바로 모진호 프로젝트에 관한 것이라는것을 아주 잘 알고있었다.이전 마케팅팀에서 이미 개발 모델을 준비하였는데, 그에 의해 취소되었다.그리고 이번에는 그가 제기한 재료 공급에 관하여 결책을 내리는 것이다.윤이건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시선이 닿는 대로 천천히 한 바퀴 둘러보았다.지금 그의 눈빛은 마치 날카로운 칼과 같아 그 누가 닿아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인다.그리고 윤이건이 입을
윤이건 말투가 변했다는 것을 사람들은 당연히 알아들었다.아까 침묵했던 사람도 지금은 머리를 숙이고 땅만 쳐다보고 있다.비록 회의에서 일어나는 이 일들이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라고는 하지만 만약 불꽃이 자기한테 튄다면 그건 재미로 끝날 일이 아니다.그렇다. 그들의 생각은 맞았다.윤이건은 확실히 불쾌하다.그러나 이런 불쾌함은 아랫사람들과 의견이 달라서가 아니라 이 자가 이진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YS 그룹이 여러 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오늘의 성과를 이룬 것은 윤이건 때문이다.그는 회사 그 누구의 의견도 듣지 않는다. 설령 상대방이 청소 아줌마라도 마찬가지이다.하지만 오늘 장 과장이 사적인 감정으로 회사 앞길을 막은 것은 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윤이건의 갑자기 전환된 카리스마에 대해 장 과장도 멍해졌고 마음도 따라서 떨린다. 그는 이미 윤이건과 싸운지 오래됬다. 하여 이런 당황함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그는 가볍게 목소리를 다듬고 비웃는 눈빛으로 말한다.“대표님, 대표님도 사적인 개인사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개인사를 기업과 함께 하는 것이 도리는 아니지 않습니까?”주위 사람들 모두 침묵한다. 장 과장은 경멸하는 듯한 웃음을 지었고, 이 모든 것은 윤이건의 눈에 보였다.몇 초 동안 침묵한 윤이건은 이제가 입을 연다.마치 다른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마냥 차갑고 그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다.“장 과장은 지금 자신이 공적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럼 공적인 사람이 왜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지?”곁에 앉은 유연서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말끝마다 이진 그년을 위해 하는 말이다.“현재, 우리 회사 입장에서 보면 AMC와 GN 그룹 대표와 함께 하는 것이 무슨 문제라도 있는거예요?”장 과장은 이진의 신분과 그 뒤의 세력에 대해 알아본 적이 없다.단지 윤이건의 협력 대상이자 아내라는 것밖에 모른다.하여 이 말을 들은 후 바로 그 자리에서 어쩔바를 몰라한다. “물론 장 과장이 경솔한 결정이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그럼
유연서는 회의가 언제 끝났는지, 또 자신이 어떻게 사무실로 돌아왔는지 모른다. 의자에 혼자 앉아서 노트에 적힌 엉망진창인 기록을 보고 있다. 마치 넋이 나간 것 같다.그녀는 윤이건 옆에서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이 자의 이혼을 간신히 기다렸다.그때 그녀는 매일 같이 윤이건이 어떻게 자신에게 프로포즈할가 꿈꾸었다. 하지만 지금 윤이건의 눈안에도 들지 않았던 이진이가 그녀의 눈엣가시로 되었다.원래 그 당시 화재 사건 기록을 지우고 이진을 떠나보내면 된다고 생각하였는데 역시 너무 유치한 생각이다.입을 깨물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호진이니?”전화 저쪽은 몇 초 동안의 침묵이 지속되더니 갑자기 흥분에 넘친 목소리가 들린다. “연서니? 너 연서 맞지? 무슨 일 있어, 나한테 전화까지 하고?”저쪽 소리를 들으며 전화 이쪽에 있는 유연서는 냉소를 지으며 그녀의 얼굴에는 온통 하찮게 여기는 표정이다.어쩌면 혐오라고 말해야 더욱 맞는 것 같다.유호진, 이 바닥에서 유명한 재벌 2세이다.바람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 남자는 하필 오랫동안 유연서에 빠져있었다.몇 년 동안 바꾼 여자들은 많지만 이 여자에 대한 미련은 여전하였다.사람 마음이라는 것은 참 어쩔 수 없는 것이다.반대로 유연서는 이 사람을 그냥 이용하려고 한다.윤이건 옆에 있던 몇 년 사이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유호진을 찾는다.유호진도 유연서가 자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아무런 불평과 원망도 없다.“응, 오랫만이야. 잘 지냈어?”아무리 내키지 않더라도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는다.전화 한편의 들뜬 소리를 듣으며 조금도 마음속에 두지 않았다. 아무렇게나 몇 마디 답하고 본론으로 들어간다.“호진아, 너 시간있어? 한 번 만나고 싶은데, 사실 너에게 부탁할 것이 있어.”이 전화 뒤에 분명히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을 유호진도 알고 있다. 하지만 여신을 만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떠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응한다.마치 당장이라도 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