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은 결혼기념일을 위해, 몇 달 전부터 사람을 찾아 다이아몬드 반지를 제작 주문했다.이것만으로도 이건이 얼마나 신경을 써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마찬가지로 서프라이즈의 결과도 매우 만족스러웠다.호텔의 스위트룸 안은 불빛이 매우 어두웠다.두 사람은 서로 껴안은 채 얽히고설켰다.이진은 가는 팔로 이건의 목덜미를 껴안고는, 단 한 번도 보인 적 없었던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이와 동시에, 서프라이즈가 끝난 뒤 정희의 마음속엔 실망스러운 감정이 밀려들었다.하필 시우는 눈치 없이 정희의 옆에서 끝없이 재잘거리기만 했다.정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몸을 돌려 시우의 말을 끊었다.“그만 좀 해요! 하나만 물을 게요. 시우 씨, 사실 저 별로 안 좋아하죠?”정희도 이렇게 극단적이고 싶지 않았지만, 이건이 준비한 서프라이즈를 보자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역시 시우 씨는 여태껏 나를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았던 거야.’속상한 마음이 터져 나오자, 정희는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정희는 시우에게 한 걸음 다가가 울먹거리며 물었다.“윤이건 씨는 기념일을 기억하고 이렇게 열심히 준비할 수 있는데, 왜 그와 친구인 시우 씨는 기억조차 못하시는 거예요?” “오후 내내 화가 나신 이유가 이것 때문이에요?”시우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정희를 보았다.“기념일 일은 제가 모두 설명해 드렸잖아요. 제가 잊은 게 아니라, 너무 바빠서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았던 거예요. 게다가 제가 이후에 따로 보상을 해드렸잖아요.”시우가 임시로 산 목걸이는 확실히 이건이 주문 제작한 반지와 비교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것은 시우가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려고 준비한 것이다.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하자, 시우는 눈을 굴리더니 말했다.“물론, 정희 씨도 이런 서프라이즈를 원하신다면 다음 기념일에 제가 준비할게요.”“관심 없어요!”‘내가 언제 이런 거 해달라고 했어? 이건 미안하다며 발뺌하는 것 같잖아.’정희는 속상한 마음에 시우를 내버려 두고는,
“그림 그릴 거야?”이진의 행동을 지켜보던 이건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며 물었다.사실 이진이 화판을 가지고 나오는 것을 보았을 때, 이건은 이미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이진이 직접 화대를 세우고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하자, 이진에게 이런 재능이 있을 줄 몰랐던 이건은 몰래 감탄하고 있었다.이진은 마음을 다잡고 잠시 멈추었다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조용히 움켜쥐었다.“맞아요, 그림을 그릴 거예요. 풍경이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 물론.”이진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이건의 시선을 피했다.“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그냥 최근에 우수한 작품들을 보아, 그림에 관심이 생겨 취미 삼아 그려보는 거예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진은 절대로 그림을 대충 그리는 성격이 아니었다.이진은 원래 이건의 앞에서 실력을 선보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산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이진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어 손이 근질근질해졌던 것이다.이 말을 들은 이건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은 채, 이진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그리고 긴 다리를 꼬아 나른하게 한쪽에서 지켜보았다.이진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눈앞에 보인 장면들을 생동하게 그렸다.그 그림에는 이진의 개성이 짙게 드러났다.이진의 동작만 보았을 때 대충 그리는 것 같았지만, 완성된 그림은 매우 섬세하고 정교했다.멀리서 촬영을 하던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중년 여자는, 무심코 이쪽을 쳐다보더니 이진의 화판에 놓인 그림을 보게 되었다.중년 여자는 그 그림과 이진의 붓을 사용하는 습관을 똑똑히 포착한 후, 눈을 번쩍이며 이진에게 다가왔다.“잠시만요!”중년 여자는 큰 소리로 말하며 손에 든 카메라를 놓고, 빠른 걸음으로 이진에게 다가갔다.이진의 얼굴을 똑똑히 본 후, 중년 여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중년 여자의 기억 속의 그 화가는 적어도 30년 이상의 경력이 있을 것이다.하지만 눈앞의 이목구비가 정교한 이진은, 여자의 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젊었다.어쨌든 직접 이진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았기에,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진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적당한 이유를 생각해 내지 못했다.이진이 머뭇거리는 사이에, 헬렌은 또다시 입을 열었다.“제가 이 근처의 단골손님인데, 이 부근에 괜찮은 카페가 있더라고요. 한번 가보지 않을래요?”이진은 말문이 막혀 어쩔 수 없이 헬렌의 거듭되는 초대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몇 번 만나보진 못했지만, 이진은 헬렌이 자신의 신분에 대해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대충 알 수 있었다.‘반드시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내야 돼.’카페는 헬렌의 말대로 호텔에서 멀지 않고 환경이 아늑했다.그러기에 대화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다.헬렌은 커피숍의 단골손님이라 커피 두 잔을 주문하고는, 가방에서 그림 한 묶음을 꺼냈다.예외 없이 모두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었다.그중 하나가 바로 니키의 작품이다.그 작품을 본 이진은, 그림들을 뒤져보던 손을 갑자기 멈추고 말았다.‘이 그림은 경매에서 이름을 밝히려 하지 않은 수집가에게 고가로 팔려갔었는데. 그 수집가가 헬렌일 줄이야.’헬렌은 이진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전 니키 씨의 팬으로서, 니키 씨가 그린 그림이라면 모두 수집해 평생 간직하고 싶어요. 그래서 전문 니키 씨의 작품을 수집한 갤러리도 설립했었어요. 제 생애 가장 큰 소원은 니키 씨를 직접 만나보는 거예요.”말을 마친 헬렌은 뜨거운 눈빛으로 이진을 쳐다보았다.이진은 계속 모르는 척하며 조심스럽게 그림을 거두어 헬렌에게 돌려주었다.“헬렌 씨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전 니키 씨가 누구인지도 모르거든요. 그분의 작품도 오늘 처음 보게 된 거예요.”“그래요?”헬렌은 전혀 믿지 않았기에, 이진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가볍게 웃었다.“전 니키 씨의 첫 번째 작품부터 줄곧 지켜봐왔고, 계속 그녀를 따라다녔어요. 당신은 모르시겠지만, 니키 씨는 이렇게 오랫동안 줄곧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데다가,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어요. 하지만 인터넷에는 그녀에 대한 소문이
이건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진은 이미 옷장을 열고 가져온 짐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은 채 트렁크에 넣었다.“그렇게 급한 거야?”이건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이진을 보고 있었다.‘모처럼 쉬러 나온 거라 G시에서 한동안 지낼 줄 알았는데, 왜 이틀 만에 돌아가려 하는 거지? 혹시 중요한 일이 있는 건가?’이진이 조금도 망설이지 않은 채 짐을 싸자, 눈치가 빠른 이건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이건은 그저 머릿속으로 다음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이처럼 단둘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또 생겼으면 좋겠네.’짐을 챙긴 두 사람은 프런트 데스크로 가서 체크아웃을 했다. 헬렌은 이진의 정보를 알아보려고 했으나,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결국 호텔로 돌아가 이진을 찾으려고 했으나, 이진은 이미 호텔을 떠났다.헬렌은 결국 데스크 직원에게 두 사람의 행방을 물어보았으나, 그것마저 실패하고 말았다.하지만 이럴수록 헬렌은 확신할 수 있었다.‘이진 씨는 틀림없이 니키 씨일 거야! 안 그러면 굳이 자기 행방을 숨길 필요가 있겠어?’ 헬렌은 니키를 찾느라 정신이 없어서 이진의 곁에 있는 남자를 신경 쓰지 못했다.우아하고 용모가 준수한 남자는 딱 봐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그 남자를 알아보는 게 더 빠르겠어.’이런 생각에, 헬렌은 부하들을 시켜 이건의 차량 정보를 조사해 추적하였다.결국 헬렌은 실마리를 통해 정말 유용한 소식을 알아낼 수 있었다.이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이건은 그저 운전에 집중하고 있기만 했다.이건이 알아차렸을 때, 헬렌의 차는 이미 그 뒤를 바짝 따르고 있었다.이진 역시 경계심을 가지고 백미러를 통해 뒤에 있는 차량을 지켜보았다.이진은 정말 머리가 아팠다.상대방이 끈질기게 따라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따라잡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헬렌의 행동은 마치 사생팬 같았다.게다가 이건이 곁에 있기에 이진도 상대방과 정면으로 맞설 수는 없었다.약점을 잡히는 건 작은 일이지만, 신분은 절대로 드러내서는 안
이 비서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그의 차량을 미행했던 사람이 YS그룹과 협력하려던 사람이었다.이것을 알아차린 이건은 가차 없이 상대방을 블랙리스트에 넣었다.이 일을 알게 된 이진은 마침내 한숨을 돌렸다.이진이 계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조만간 상대방이 의심을 멈출 것이다.이진의 완벽한 계획에 이건이 따르자, 두 사람은 엄청 호흡이 잘 맞았다.하지만 계획엔 늘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두 사람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다.AMC그룹의 몇몇 동업자들은 최근 줄곧 해외의 협력 프로젝트를 따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마침 이때, 그들은 오랫동안 계획해온 프로젝트를 겨우 따낼 수 있게 되었다.하지만 이진이 직접 나서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협력에 대한 중시를 표현하기 위해 기자회견도 빠뜨릴 수 없다.이 일을 알게 된 이진은 머리가 아팠다.예전 같았으면, 전혀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정말 복잡하게 되어버렸다.헬렌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채, 이진의 주위에 매복하여 그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대표님, 주주들이 모두 회의실에서 대표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전화 너머의 이진이 질질 끌며 대답을 하지 않자, 만만은 어쩔 수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기자 회견을 열어야 하지만, 이진이 직접 나타나서는 안 된다.헬렌이 의심을 버리고 이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 이진은 절대로 자신의 행방을 폭로해서는 안 된다.이진은 잠시 중얼거리더니, 만만이 상상하지도 못한 결정을 내렸다.“협력이든 기자 회견이든 모두 네가 나를 대신해 해결해.”‘내가 나서야 한다고?’만만은 입을 떡 벌리며 물었다.“대표님, 진심이세요?”“어쨌든 너도 내 곁을 오랫동안 따라다녔으니, 이 정도 능력은 있잖아. 혹시 내 안목을 의심하는 거야?”이 결정은 확실히 이진이 급히 내린 것이다.하지만 만만의 믿을 수 없다는 말투는, 이진을 매우 불편하게 했다.이진은 목소리를
“제가 원하는 건 아주 간단해요.”헬렌은 이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환하게 웃었다.“처음 만났을 때 이미 말했듯이, 제가 원하는 건 이진 씨가 절 위해 그림을 그려주는 거예요. 제가 이미 당신의 신분을 알아냈는데, 왜 아직도 본인이 니키 씨라는 것을 인정을 하지 않으시는 거죠? 혹시 제가 이진 씨의 신분을 까발릴까 봐 걱정하시는 거예요?”“전 분명 니키가 아니라고 말했었어요.”이진은 차가운 눈으로 헬렌은 흘겨보며, 불쾌하다는 마음을 그대로 얼굴에 드러냈다.이 말을 들은 헬렌은 웃음을 터뜨렸다.“거짓말은 그만하시죠. 당신이 니키 씨가 아니라면, 어떻게 그분과 똑같은 습관을 가지고 계시죠? 게다가 절 계속 피하시는 건, 신분이 들통날까 봐 두려우신 거죠?”이진의 불쾌한 표정을 알아차린 헬렌은 무고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전 당신의 팬이기에 당신을 좋아하는 것 외에 아무런 악의도 없어요”“하지만 당신은 이미 제 생활에 엄청난 피해를 주셨어요.”이진은 끔쩍도 하지 않고는 갑자기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무의식적으로 책상을 두드렸다.“혹시 당신만 니키 씨의 팬이라고 생각하신 건 아니죠? 제가 니키 씨와 그림 습관이 비슷한 건, 제가 그분의 그림을 자주 모방했기 때문이에요.”“당신도 니키 씨의 팬이라는 거예요?”헬렌은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그럼요.”이진의 말투는 매우 차분해서 전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니키 씨는 언론에 방해받고 싶지 않아, 단 한 번도 얼굴을 공개하지 않으셨죠. 그런 니키 씨가 사람이 그렇게 많은 산에서 그림을 그리진 않겠죠.”이진의 표정과 말투는 모두 자연스러워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헬렌은 침묵을 지키며 이진의 표정을 지켜보았다.니키의 팬인 헬렌은 당연히 니키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니키의 오랜 팬으로서 헬렌은 자신의 직감을 매우 믿었다.‘눈앞의 여자는 분명 니키 씨와 똑같은데, 어떻게 니키 씨가 아니겠어?’두 사람이 이야기가 아직 끝나기도
이진은 헬렌의 경악하는 표정을 무시하고 재빨리 카페를 나섰다.“이진 씨!”헬렌이 무의식적으로 쫓아가려던 찰나, 이진의 경고가 떠올라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결국 헬렌은 이진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이진이 걸음을 멈춘 동시에, 검은색 외제차에서 한 남자가 내려왔다.훤칠한 기럭지에 준수한 얼굴을 가진 남자는 바로 이건이었다.헬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건은 이진의 합법적인 남편인 데다가 두 사람은 금슬이 매우 좋았다.‘이진 씨가 니키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는 건, 혹시 윤이건 씨와 관련이 있는 걸까? 자신이 니키라는 신분을 남편한테 알리고 싶지 않은 건가?’헬렌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외에 다른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한편 차에 탄 이진은 이건이 혹시라도 대답하지 못할 질문을 할까 봐,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다행히 이건은 전혀 의심하지 않은 채 매우 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심지어 이진이 컴퓨터로 기자 회견을 지켜볼지언정 기자 회견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묻지도 않았다.이진은 은근히 한숨을 돌리고는, 눈을 반짝이며 운전대에 놓인 이건의 손을 가볍게 눌렀다.“이건 씨는 제가 무엇을 하든지 모두 지지해 줄 거죠?”“당연하지.”이건은 그녀의 질문에 웃음을 터뜨렸다.따분한 생활 속에서 유일하게 자신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이진이기 때문이다.이진의 존재는 이건에게 전부나 다름없다.그러니 이진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이건은 모두 지지할 것이다.긍정적인 대답을 들은 이진은 순식간에 마음이 따뜻해졌다.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웃고는, 평범한 커플처럼 깍지를 낀 채 별장으로 돌아갔다.이진은 그림에 관한 일은 이쯤에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AMC에서 이렇게 행동이 빠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불과 며칠 사이에, AMC는 또 하나의 보석 광고를 따내게 되었던 것이다.그 브랜드는 국제적으로 매우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 측의 요구도 극히 까다로웠다.하지만 그것은 AMC의 실력을
만만이 이진에게 보낸 디자인들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브랜드 관념과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관념에 차이가 있었기에,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없었다.이진은 브랜드 측의 수십 년간의 디자인 스타일을 살펴본 후 이 점을 더욱 확신했다.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된 이진은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떠올랐다.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제품을 설계하기 위해, 이진은 출장을 구실로 별장을 나섰다.그리고 호텔의 스위트룸에 입주하여 홀로 설계를 하기 시작했다.이진은 뭐든지 완벽하게 해내려는 성격이다.앞으로 며칠간, 이진은 외계와 연락을 끊은 채 디자인에만 집중하고 있었다.만만은 이진과 연락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협력 측에서 재촉을 해오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모든 스트레스를 홀로 무릅쓰게 된 만만은 며칠 사이에 확연히 말랐다. 한편 커다란 회의실 내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엄숙한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만만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리고 싶었지만,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회사를 대표하여 말했다.“정민우 씨, 저희한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이번 디자인은 분명 당신들의 마음에 들 것입니다.”“정말 장담하시나요?”정민우는 좀처럼 만족스러운 디자인을 보지 못하자, 인내심이 거의 바닥나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만약 저희가 시간을 드렸는데도 만족스러운 디자인을 설계해 내지 못한다면, 그 손실은 누가 부담할 건가요?”“저희는.”만만이 이를 악물고 약속을 하려던 참에, 전화 벨 소리가 울려 분위기를 완화시켰다.전화를 본 만만은 눈을 반짝이더니, 조금도 망설이지 않은 채 전화를 받았다.“대표님.”“디자인은 이미 네 이메일로 보냈어. 이번엔 문제가 없을 거야.”이진의 침착한 목소리를 듣자 만만은 그제야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조금 가라앉힐 수 있었다.특히 메일을 열어 이진이 보내온 작품을 본 만만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보석에 대해 전혀 모르는 만만조차도 이 디자인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정민우 씨가 이번마저도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