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이 냉철한 판단을 내리자 만만은 피가 끓어올랐다.언제부턴가 만만이 이진에 대한 숭배 심은 점점 더 커져갔다. 만만은 한걸음 물러서서 사무실을 나선 후, 이진의 말을 따라 회사 질서를 어긴 직원들에게 전부 경고와 처벌을 내렸다.도가 지나친 직원은 직접 법원에 넘겨 처리하였다. 이진의 무자비한 태도로 인해, 며칠째 직원들은 자신에게 불통이 튈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이 일을 알게 된 외부 언론들은, 모두 나이가 어리지만 판단이 명확한 이진에 대해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더욱이, 이번 표절 사건 때문에 마음을 졸이던 SY테크놀로지의 책임자들은, 이 소식을 들은 후 서로 상의를 하고는 새로 작성된 계약서를 가지고 직접 이진을 찾으러 갔다.그중 가장 이진을 좋게 보던 유해는 두 회사의 계약에 대해 오랫동안 기대해왔다.유해는 흔쾌히 계약서의 마지막 페이지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좋은 합작이 되길 바랍니다.”“물론이죠.”이진의 가벼운 미소와 평온한 어조는, 왠지 모르게 그녀를 따르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이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계속 말했다.“제가 기자회견을 열어 대외적으로 AMC그룹과 SY테크놀로지의 합작 소식을 선포하고 싶은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기자회견을 열어 홍보를 한다면, 그들의 신기술을 하루빨리 대중들에게 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기술에 투자할 협찬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손해 볼 일은 아닌 것 같네.’유해 등은 당연히 반대하지 않을 것이며, 이진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모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모두의 긍정적인 대답을 듣자, 이진은 신속하게 기자회견의 일정을 잡았다.이진이 회사를 정돈한 일로 떠들썩하던 언론들은, 두 회사의 합작 소식을 듣자 더욱 뜨거운 열기를 불러일으켰다.기자회견을 통해 이 기술의 이로운 점을 알게 된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더욱 흥미를 느꼈다.기자회견이 끝난 후, 반응은 이진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
‘윤이건과 민시우는 친구라 그런지 하는 짓까지 똑같네! 모처럼 한가한데, 남자 문제는 그만 생각하고 이진이랑 같이 재밌게 놀기나 해야겠어!’정희는 핸드폰을 끄고 급히 옷장으로 향해 짐을 싸기 시작했다.반면에 전화가 끊긴 이건은 자신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방 안에 가득한 풍선들을 보며 침묵에 빠졌다.이건은 원래 이진과의 결혼 기념일을 몰래 서프라이즈로 즐기려고 했던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프라이즈를 준비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켰다. 여주인공이 도망가는 것은 물론이고, 친구와 함께 도망을 가버렸다.이런 상황에 이건은 머리가 찢어질 듯이 아팠는데, 이 비서가 정말이지 이 타이밍에 눈치 없이 다가왔다.“대표님, 말씀하신 것들은 모두 준비되었는데, 제가 작은 사모님을 모시고 올까요?”이 비서는 짧디짧은 몇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눈을 크게 뜨며 이건이 칭찬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마침 기분이 좋지 않았던 이건은, 이 말을 듣자 차가운 눈빛으로 이 비서를 쳐다보았고, 이 비서는 놀란 마음에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하지만 이 비서에게 화를 내는 것보다는 일단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기념일은 물론 단둘이 보낼 시간을 놓쳐서도 안 돼.’이건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것들은 모두 치워버려. 그리고 G시로 가는 가장 빠른 비행기 티켓을 구하고, 민시우를 불러와.”이건은 지시를 내린 후 부하더러 이진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게 하였다.이진이 차를 몰고 간 데다가, 어느 호텔에 체크인을 했는지 알게 된 후, 이건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비행기를 타고 G시로 가는 건 차를 몰고 가는 것보다 한 시간이나 빠르다.그러기에 이건과 시우는 이 시간을 이용해 함께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기로 했다.이건의 머릿속엔 온통 이진으로 가득 찼고, 옆자리에 앉은 시우는 정희를 생각하고 있었다.이건과 함께 서프라이즈 준비를 마친 후, 시우는 호텔 부근을 돌아다니며 정희를 찾았다.마침내 시우는 호텔의
정희는 불쾌한 대화를 마치고는,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채 방으로 돌아왔다.눈치가 빠른 이진은 단번에 정희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애초에 정희는 간식을 가지러 아래층으로 내려간 것이다.하지만 정희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컨디션이 엄청 안 좋아 보였다.“정희야? 왜 그래?”이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정희는 그저 싱긋 웃으며 이진의 곁에 앉았다.“방금 간식을 가지러 가지 않았어? 혹시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거야? 방금 누가 괴롭히기라도 했어?”‘간식.’정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미안해, 내가 깜빡했나 봐.”“사과할 필요 없어.”이진은 정희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너 몸이 안 좋은 것 같으니 먼저 쉬고 있어. 내가 내려가서 간식을 가져올 게.”“잠깐만!”정희는 큰소리로 말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진의 앞을 막았다.‘만약 지금 이진이 내려갔다가 시우를 만나기라도 한다면, 이건 씨가 준비한 서프라이즈가 모두 들통날 거야.’정희는 이진의 손을 꽉 잡고는 다시 이진을 소파에 앉혔다.“이진아, 내가 잠시 깜빡한 것뿐이야. 내가 다시 가져올 테니 넌 방에서 기다리고 있어. 게다가 누가 감히 날 괴롭히겠어?”“진짜 괜찮은 거지?”정희가 계속 괜찮다고 말하자, 이진은 마음속의 근심을 가라앉히고 스위트룸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오후 내내 두 사람은 스위트룸에서 음식을 먹고 게임을 하면서,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저녁이 다 돼가자, 정희는 메시지 한 통을 받게 되었다.“무슨 일이야?”이진 역시 인기척을 듣고 무슨 중요한 일이 있는 줄 알고 정희에게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정희는 빠르게 메시지 내용을 훑어본 후, 이진이 다가오기 전에 핸드폰을 거두고는 어깨를 으쓱거렸다.“방금 찾아봤는데, 이 호텔의 온천이 엄청 유명한 것 같아. 피로도 식힐 겸, 온천에 가보는 건 어때?” ‘온천에 가는 건 상관없지만.’오전까지 의심을 품었던 이진은, 지금 정희
이건은 결혼기념일을 위해, 몇 달 전부터 사람을 찾아 다이아몬드 반지를 제작 주문했다.이것만으로도 이건이 얼마나 신경을 써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마찬가지로 서프라이즈의 결과도 매우 만족스러웠다.호텔의 스위트룸 안은 불빛이 매우 어두웠다.두 사람은 서로 껴안은 채 얽히고설켰다.이진은 가는 팔로 이건의 목덜미를 껴안고는, 단 한 번도 보인 적 없었던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이와 동시에, 서프라이즈가 끝난 뒤 정희의 마음속엔 실망스러운 감정이 밀려들었다.하필 시우는 눈치 없이 정희의 옆에서 끝없이 재잘거리기만 했다.정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몸을 돌려 시우의 말을 끊었다.“그만 좀 해요! 하나만 물을 게요. 시우 씨, 사실 저 별로 안 좋아하죠?”정희도 이렇게 극단적이고 싶지 않았지만, 이건이 준비한 서프라이즈를 보자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역시 시우 씨는 여태껏 나를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았던 거야.’속상한 마음이 터져 나오자, 정희는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정희는 시우에게 한 걸음 다가가 울먹거리며 물었다.“윤이건 씨는 기념일을 기억하고 이렇게 열심히 준비할 수 있는데, 왜 그와 친구인 시우 씨는 기억조차 못하시는 거예요?” “오후 내내 화가 나신 이유가 이것 때문이에요?”시우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정희를 보았다.“기념일 일은 제가 모두 설명해 드렸잖아요. 제가 잊은 게 아니라, 너무 바빠서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았던 거예요. 게다가 제가 이후에 따로 보상을 해드렸잖아요.”시우가 임시로 산 목걸이는 확실히 이건이 주문 제작한 반지와 비교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것은 시우가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려고 준비한 것이다.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하자, 시우는 눈을 굴리더니 말했다.“물론, 정희 씨도 이런 서프라이즈를 원하신다면 다음 기념일에 제가 준비할게요.”“관심 없어요!”‘내가 언제 이런 거 해달라고 했어? 이건 미안하다며 발뺌하는 것 같잖아.’정희는 속상한 마음에 시우를 내버려 두고는,
“그림 그릴 거야?”이진의 행동을 지켜보던 이건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며 물었다.사실 이진이 화판을 가지고 나오는 것을 보았을 때, 이건은 이미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이진이 직접 화대를 세우고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하자, 이진에게 이런 재능이 있을 줄 몰랐던 이건은 몰래 감탄하고 있었다.이진은 마음을 다잡고 잠시 멈추었다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조용히 움켜쥐었다.“맞아요, 그림을 그릴 거예요. 풍경이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 물론.”이진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이건의 시선을 피했다.“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그냥 최근에 우수한 작품들을 보아, 그림에 관심이 생겨 취미 삼아 그려보는 거예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진은 절대로 그림을 대충 그리는 성격이 아니었다.이진은 원래 이건의 앞에서 실력을 선보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산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이진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어 손이 근질근질해졌던 것이다.이 말을 들은 이건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은 채, 이진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그리고 긴 다리를 꼬아 나른하게 한쪽에서 지켜보았다.이진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눈앞에 보인 장면들을 생동하게 그렸다.그 그림에는 이진의 개성이 짙게 드러났다.이진의 동작만 보았을 때 대충 그리는 것 같았지만, 완성된 그림은 매우 섬세하고 정교했다.멀리서 촬영을 하던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중년 여자는, 무심코 이쪽을 쳐다보더니 이진의 화판에 놓인 그림을 보게 되었다.중년 여자는 그 그림과 이진의 붓을 사용하는 습관을 똑똑히 포착한 후, 눈을 번쩍이며 이진에게 다가왔다.“잠시만요!”중년 여자는 큰 소리로 말하며 손에 든 카메라를 놓고, 빠른 걸음으로 이진에게 다가갔다.이진의 얼굴을 똑똑히 본 후, 중년 여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중년 여자의 기억 속의 그 화가는 적어도 30년 이상의 경력이 있을 것이다.하지만 눈앞의 이목구비가 정교한 이진은, 여자의 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젊었다.어쨌든 직접 이진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았기에,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진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적당한 이유를 생각해 내지 못했다.이진이 머뭇거리는 사이에, 헬렌은 또다시 입을 열었다.“제가 이 근처의 단골손님인데, 이 부근에 괜찮은 카페가 있더라고요. 한번 가보지 않을래요?”이진은 말문이 막혀 어쩔 수 없이 헬렌의 거듭되는 초대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몇 번 만나보진 못했지만, 이진은 헬렌이 자신의 신분에 대해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대충 알 수 있었다.‘반드시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내야 돼.’카페는 헬렌의 말대로 호텔에서 멀지 않고 환경이 아늑했다.그러기에 대화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다.헬렌은 커피숍의 단골손님이라 커피 두 잔을 주문하고는, 가방에서 그림 한 묶음을 꺼냈다.예외 없이 모두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었다.그중 하나가 바로 니키의 작품이다.그 작품을 본 이진은, 그림들을 뒤져보던 손을 갑자기 멈추고 말았다.‘이 그림은 경매에서 이름을 밝히려 하지 않은 수집가에게 고가로 팔려갔었는데. 그 수집가가 헬렌일 줄이야.’헬렌은 이진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전 니키 씨의 팬으로서, 니키 씨가 그린 그림이라면 모두 수집해 평생 간직하고 싶어요. 그래서 전문 니키 씨의 작품을 수집한 갤러리도 설립했었어요. 제 생애 가장 큰 소원은 니키 씨를 직접 만나보는 거예요.”말을 마친 헬렌은 뜨거운 눈빛으로 이진을 쳐다보았다.이진은 계속 모르는 척하며 조심스럽게 그림을 거두어 헬렌에게 돌려주었다.“헬렌 씨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전 니키 씨가 누구인지도 모르거든요. 그분의 작품도 오늘 처음 보게 된 거예요.”“그래요?”헬렌은 전혀 믿지 않았기에, 이진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가볍게 웃었다.“전 니키 씨의 첫 번째 작품부터 줄곧 지켜봐왔고, 계속 그녀를 따라다녔어요. 당신은 모르시겠지만, 니키 씨는 이렇게 오랫동안 줄곧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데다가,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어요. 하지만 인터넷에는 그녀에 대한 소문이
이건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진은 이미 옷장을 열고 가져온 짐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은 채 트렁크에 넣었다.“그렇게 급한 거야?”이건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이진을 보고 있었다.‘모처럼 쉬러 나온 거라 G시에서 한동안 지낼 줄 알았는데, 왜 이틀 만에 돌아가려 하는 거지? 혹시 중요한 일이 있는 건가?’이진이 조금도 망설이지 않은 채 짐을 싸자, 눈치가 빠른 이건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이건은 그저 머릿속으로 다음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이처럼 단둘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또 생겼으면 좋겠네.’짐을 챙긴 두 사람은 프런트 데스크로 가서 체크아웃을 했다. 헬렌은 이진의 정보를 알아보려고 했으나,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결국 호텔로 돌아가 이진을 찾으려고 했으나, 이진은 이미 호텔을 떠났다.헬렌은 결국 데스크 직원에게 두 사람의 행방을 물어보았으나, 그것마저 실패하고 말았다.하지만 이럴수록 헬렌은 확신할 수 있었다.‘이진 씨는 틀림없이 니키 씨일 거야! 안 그러면 굳이 자기 행방을 숨길 필요가 있겠어?’ 헬렌은 니키를 찾느라 정신이 없어서 이진의 곁에 있는 남자를 신경 쓰지 못했다.우아하고 용모가 준수한 남자는 딱 봐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그 남자를 알아보는 게 더 빠르겠어.’이런 생각에, 헬렌은 부하들을 시켜 이건의 차량 정보를 조사해 추적하였다.결국 헬렌은 실마리를 통해 정말 유용한 소식을 알아낼 수 있었다.이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이건은 그저 운전에 집중하고 있기만 했다.이건이 알아차렸을 때, 헬렌의 차는 이미 그 뒤를 바짝 따르고 있었다.이진 역시 경계심을 가지고 백미러를 통해 뒤에 있는 차량을 지켜보았다.이진은 정말 머리가 아팠다.상대방이 끈질기게 따라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따라잡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헬렌의 행동은 마치 사생팬 같았다.게다가 이건이 곁에 있기에 이진도 상대방과 정면으로 맞설 수는 없었다.약점을 잡히는 건 작은 일이지만, 신분은 절대로 드러내서는 안
이 비서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그의 차량을 미행했던 사람이 YS그룹과 협력하려던 사람이었다.이것을 알아차린 이건은 가차 없이 상대방을 블랙리스트에 넣었다.이 일을 알게 된 이진은 마침내 한숨을 돌렸다.이진이 계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조만간 상대방이 의심을 멈출 것이다.이진의 완벽한 계획에 이건이 따르자, 두 사람은 엄청 호흡이 잘 맞았다.하지만 계획엔 늘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두 사람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다.AMC그룹의 몇몇 동업자들은 최근 줄곧 해외의 협력 프로젝트를 따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마침 이때, 그들은 오랫동안 계획해온 프로젝트를 겨우 따낼 수 있게 되었다.하지만 이진이 직접 나서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협력에 대한 중시를 표현하기 위해 기자회견도 빠뜨릴 수 없다.이 일을 알게 된 이진은 머리가 아팠다.예전 같았으면, 전혀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정말 복잡하게 되어버렸다.헬렌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채, 이진의 주위에 매복하여 그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대표님, 주주들이 모두 회의실에서 대표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전화 너머의 이진이 질질 끌며 대답을 하지 않자, 만만은 어쩔 수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기자 회견을 열어야 하지만, 이진이 직접 나타나서는 안 된다.헬렌이 의심을 버리고 이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 이진은 절대로 자신의 행방을 폭로해서는 안 된다.이진은 잠시 중얼거리더니, 만만이 상상하지도 못한 결정을 내렸다.“협력이든 기자 회견이든 모두 네가 나를 대신해 해결해.”‘내가 나서야 한다고?’만만은 입을 떡 벌리며 물었다.“대표님, 진심이세요?”“어쨌든 너도 내 곁을 오랫동안 따라다녔으니, 이 정도 능력은 있잖아. 혹시 내 안목을 의심하는 거야?”이 결정은 확실히 이진이 급히 내린 것이다.하지만 만만의 믿을 수 없다는 말투는, 이진을 매우 불편하게 했다.이진은 목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