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정희는 초조해하며 앞으로 달려들어 핸드폰을 빼앗았다. 얼굴도 점점 붉어졌다.그러나 이진은 그대로 전화를 걸어버렸다.연결된 순간 정희의 목소리가 전화를 너머 민시우의 귀에 또렷이 들려왔다.“정희 씨?”잠시 멍하니 있던 시우는 머리를 숙이고 이진에게서 온 전화임을 확인하고 재빨리 반응했다.“아까 정희 씨 목소리 맞죠, 지금 같이 있나요?”“어딘 가요? 정희 씨한테 전화 좀 바꿔주세요, 제가 오전 내내 찾았어요, 정말 미칠 것 같아요!”사실이다.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전화 너머로 시우가 얼마나 조급했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그가 아니더라도 술 깨고 보니 옆 사람이 사라졌는데 조급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시우는 뭘 또 떠올리고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정희가 또 뭐라고 얘기했나요? 혹시 기념일 때문에 화나서 숨은 거라면…… 어쨌든 다 내 잘못이예요. 계약 때문에 중요한 날을 잊어버리는 게 아니었어요, 일단 전화 바꿔주세요, 제가 해명할게요, 숨어버리지만 않는다면 욕하든 때리든 다 들어주겠다고 전해줘요.”시우는 의심할 여지 없이 자신의 자세를 낮추어 용서를 빌었다.더 이상 예전의 세상 물정을 모르는 바람둥이가 아니다.구경꾼인 이진도 놀랬는데 하물며 정희는 말할 것도 없이 매우 놀랐다.이진은 정희 눈에 스쳐간 흔들림을 포착하고, 눈을 가늘게 뜨고 핸드폰을 내밀며 낮은 소리로 정희를 놀렸다.“다 들었지? 받을 거야?”받을 건지 아닌지 확실히 어려운 선택이다.시우를 이렇게 쉽게 용서하면 지금까지 헛걸음한 셈이다.“안 받을 거야!”정희는 이를 악물고는 마음을 다잡고, 시선을 피해 두 손으로 귀를 가렸다.이진은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잡고 다시 귓가에 갖다 댔다.“여기 빙고커피예요.”긍정적인 응답을 받고 이진는 전화를 끊었다.옆에서 똑똑히 들은 정희가 또 한 번 화를 냈다.“야!”“적당히 하시지.”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싸늘하게 정희를 힐끗 쳐다보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내가 모를 줄 알아, 너 지금
이진의 고집은 그 누구도 꺾을 수 없었다. 게다가 윤이건은 지금 그녀의 의심 대상이기도 하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갈 길은 하나밖에 없다.이건의 눈동자가 짙어지더니 이진의 냉담함을 외면하고, 얇은 입술을 살짝 꼬이며 그녀에게 가까이하였다.“여보, 내가 회사로 데려다 줄까?”‘이 뜬금없는 여보는 뭐야?’이진은 이상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이건의 깊은 뜻을 재빨리 깨달았다.‘웃기고 있네, 내가 그렇게 쉬워 보여?’이진의 서늘한 눈망울이 그의 얼굴을 스쳤다. 먹히지 않는다는 뜻이다.“저 같은 하찮은 사람이 어찌 대표님을 귀찮게 하겠습니까? 제가 컴퓨터를 해킹해 회사 핵심자료를 훔치는 거 두렵지 않으세요?”이진은 사무실에서 컴퓨터 검색을 막은 사건을 그에게 일깨워주었다.이건은 목이 메며 배서준 행방을 숨긴 일에 대해 아주 후회했다. 노출은 두렵지 않으나 이것으로 아내를 잃어버린다면…….만분의 일의 가능성이라고 해도 그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해버려야 했다.차분하고 힘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잘못이야, 막지 말아야 했어, 아니면 나랑 같이 회사에 가자, 컴퓨터 안에 있는 거 원하는 대로 조사해도 괜찮아.”이건은 태연하게 말했다. 모르는 사람은 아마 그녀가 무리하게 소란을 피우고 일부러 트집을 잡는 줄로 알 것이다.이진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지금 이런 말 하는 거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지 않아요?”‘누구를 바보로 생각하나.’한 시간이나 지났는데 정말 뭔가 있다고 해도 일찌감치 깨끗하게 삭제했을 것이다. 지금 가서 조사하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이진은 불쾌하게 그를 노려보았다. 두 사람 사이를 감도는 분위기가 점점 타들어갔다.이때 핸드폰 벨 소리가 이 침묵을 깼다.누구 전화인지 확인하고 이진은 이건을 경계하며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따라오지 않자 차에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며칠 동안 지켜보다가 원기를 회복한 이기태는 참지 못하고 공공연히 떠들어대며 AMC와 맞서려고 할 뿐만 아니라 AMC
신원테크놀로지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뛰어난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유해 본인의 소심함 덕분도 있었다.유해는 자기 체면을 목숨처럼 아끼는 사람이라 동의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명백히 거절하지도 않았다.의심할 여지없이 유해의 태도는 원래 협력 문제를 반드시 성사시키겠다고 했던 이영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하마터면 욕설을 퍼붓을 번 하였다.“대표님, 우리…….”“이영 씨, 저 지금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네요, 다음 기회에 얘기합시다.”아주 얼버무린 한마디가 떨어지자 이영은 다시 입을 열려고 했지만 전화는 그렇게 끊겨버렸다.그녀의 완벽한 표정은 갈래갈래 찢겨 졌고, 남보란 듯이 핸드폰을 벽에 세게 뿌리쳤다.‘내가 직접 전화를 걸었는데 이렇게 날 대해?’AMC의 대표사무실, 사무실에 들어간 임만만은 업무를 보고하는 프로젝트 매니저가 떠난 후에야 앞으로 걸어 나왔다.“대표님, 예상대로 이영 쪽에서 신원테크놀로지 유해 대표와 연락하였습니다. 근데 유해 대표가 관심이 없는 모양입니다.”GN그룹 손실을 만회했다고 하나 얼마 전 주식 시장이 폭락한 것은 여전히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이기태의 딸로서 이영도 당연히 신중하게 선택받는 사람이 되어버렸다.이진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예상 그대로의 시나리오이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앞으로 일어날 일은 모두 그녀의 예상 밖을 벗어나지 못한다.그리고 지금 미끼에 고개가 걸렸으니 더더욱 장대를 걷을 이유가 없었다.이진은 나른하게 기대어 앉아 무심코 입꼬리를 올렸다.“소식 내보내, 신원테크놀로지 내가 관심 두고 있는 프로젝트라 누가 감히 손대면 AMC와 맞서는 거라고.”이영의 성격에 이런 자극이 제격이다.유해한테 체면이 깔려 마음이 흔들리겠지만 이 소식에 반드시 유해 이 ‘대’를 꽉 물고 끝까지 그녀와 맞설 것이 틀림없다.이진의 이영의 마음을 완전히 읽은 셈이다.그날 오후, 이진은 일부러 정임이 보고할 때 전화에 불려가는 척하며 사무실을 떠났다. 정임이 움직이기
“믿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대치하는 동안 정임은 억울한 웃음을 지으며 이영이가 정신을 잃고 화를 내기 전에 바로 손을 거두었다.거기에는 책상 밑 손바닥에 숨긴 녹음펜도 포함했다.그러나 지금 이영의 전부 시선은 앞에 놓인 계획서뿐이라 정임의 다른 움직임을 전혀 몰랐다.카페를 떠나면서 둘 다 즐거운 듯했다.그러나 양심의 가책을 느낀 정임은 AMC로 돌아가는 길에 머리에 쓴 모자를 벗은 적이 없었다. 회사 1층 문턱에 발을 드리는 순간 뒤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정임 씨?”귀에 익은 목소리, 듣기만 해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정임은 자기도 모르게 긴장해졌다. 그는 잠시 숨을 조절하고 몸을 돌렸다. AMC 사람들은 임만만이 이진의 심복이며 그녀가 가장 믿는 비서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임만만에게 들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진도 알게 될 것이다.이상하게 보이지 않도록 정임은 재빨리 침착함을 되찾고 입을 열었다.“임만만 비서님, 무슨 일 있나요?”“네.”겨우 맞수라고 할 수 있는 회사에 보낸 사람, 임만만은 이젠 상대하기도 지겨워졌다.임만만은 건성으로 웃으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 계획서 말인데 대표님 뜻은 좀 더 얘기해 보려는 것 같은데 오전 급하게 가서 비서인 제가 대신 전해드리는 겁니다.”“대표님이 절 찾으셨어요?”정임은 짐짓 놀라는 척하며 미안한 기색을 보였다. 그리고 말을 돌렸다. “아까 전화가 와서 자리를 비웠습니다. 계획서는 어떻게 된 건가요?”‘설마 이진이가 그를 의심한 건가?’임만만은 그의 얼굴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한눈에 보고 조용히 말했다.“긴장할 필요 없어요, 그 계획서 대표님이 생각해보았는데 넘기기 전에 직접 확인하고 수정할 부분이 있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정임 씨가 계획서를 다시 대표님께 가져다줘야겠어요.”이 말에 정임의 안색이 완전히 변했다. 아까 카페에서 이미 이영이한테 넘겼는데 다시 이진에게 가져다주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무슨 일이세요? 어디 아파요?”정임의 표정이 왜 그런
루트의 연락을 받은 이진은 뭔가 알아차린 듯이 물었다.“그렇다면 정임 씨한테 의뢰를 한 사람이 저희 회사 직원인 거예요?”‘덕분에 내부의 스파이를 잡아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되는 건가?’루트는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대표님.”“걱정 마세요.”이진은 호흡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예상 밖의 일이긴 하지만, 해결할 방법은 있으니 루트 씨는 계속 정임 씨의 행동을 주시하고 계세요. 무슨 일이 생긴다면 바로 저한테 연락 주세요.”‘정임의 뒤에 숨어있는 진짜 스파이는.’이진은 차갑게 웃으며 루트와의 대화를 끝내고, 또 한 통의 전화를 걸었다.“회의를 열 것이니, 당장 각 부서 책임자들에게 연락해.”반 시간이 지난 후, 커다란 회의실에는 각 부서의 책임자들이 모여 앉았다.회의실에 가장 먼저 들어선 사람은 이진이었다.이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훑어보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오늘 여러분을 이 자리에 부르게 된 이유는, 최근 회사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 대하여 토론하기 위해서예요. 이미 여러 주주분들도 관련소식을 들으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에 이기태 씨는 자신의 회사로 저희와 여러 차례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갈등이 있었습니다. 만일 여러분 중에 이 문제에 대한 제안이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지 제게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이진은 말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떠났다. 회의실에 남은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이게 다야? 지금 이걸 회의라고 하는 거야?’유독 구석에 앉은 주주가 고개를 숙인 채 이진이 했던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이진이 이 회의를 소집한 목적은 스파이를 시험하기 위해서다.이진은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승연에게 연락하여, 시시각각 GN그룹을 감시할 것을 요구했다.이번에도 이진의 생각이 맞았다.그날 오후, 승연이가 전화를 걸어오더니 다소 흥분한 말투로 말했다.“사부님! 역시 사부님의 생각이 맞았어요! 그
이영은 대답을 듣기도 전에 득의양양한 기색을 띠며 이진에게 다가갔다. “이진아, 네가 이길 것이라고 너무 확신하진 마. 괜히 좀 이따 나한테 지기라도 하면 얼마나 창피하겠어?”“백윤정 씨가 너한테 회사를 넘겨주기 전에 사업을 제대로 가르쳐 주진 않으셨나 봐?”이진은 이영과 말을 섞지 않으려고 했으나, 계속 자신의 앞에서 잘난 척하는 이영의 모습이 정말 꼴 보기 싫었다.이진은 웃음을 터뜨리고는 이영에게 다가가 말했다.“상대를 얕잡아 보지 않는 게 좋을 거야.”이진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반면 이영은 멍하니 이진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더니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러나 이영은 곧 침착한 모습을 되찾았다.‘AMC의 기획안이 내 손에 있는데, 네가 그깟 쓸모없는 종잇조각 하나로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이영은 턱을 높이 쳐들고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난 이미 경고했으니까, 좀 이따 나한테 져도 모두 네 탓이야.’이 일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던 이진은 SY테크놀로지의 대표인 유해와 만났다.이 기술을 따내기 위해 이영은 물론 이진도 큰 심혈을 들였다.이진은 이 기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SY테크놀로지의 기술자들과 식사를 나누기도 했다.이 기회를 통해 이진은 적지 않은 내부 정보를 파악했으며, 유해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이영과 달리 유해와 이진은 식사 자리에서 꽤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만약 불필요한 규칙들이 사라진다면, 유해는 당장 이진과 합작을 할 것이다.정식 입찰에서 유해는 먼저 이진에게 기획안을 발표할 기회를 주었다.‘내가 먼저 하면 이따가 재밌는 구경을 놓치게 될 거야.’이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다급해 보이는 이영을 보며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유 대표님, 저기 계신 이영 씨가 엄청 조급해 보이시는데, 먼저 이영 씨의 회사에서 준비한 기획안을 보시는 게 어때요?”“그게.”유해는 망설이며 이영을 쳐다보았다.“이영 씨, 괜찮으시겠어요?”“물론이죠!”상황은 이영이 바라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회의장 내의 이진은 준비한 기획안에 관한 설명을 마쳤고, 전화를 끊은 이영은 마침내 현장으로 돌아왔다.하지만 전화를 끊은 이영은 기분이 더 불쾌해져, 이진을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한쪽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던 유해는 더욱 이영을 아니꼽게 보았다.‘애초에 이영 씨가 찾아와 합작을 제기했을 때부터 왠지 모르게 걱정되었는데, 역시 내 예감이 틀리지 않았네. 게다가 이진 씨는 기획안이 표절 당했는데 전혀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전에 제기한 내용과 다르고 더욱 완벽한 기획안을 꺼내시다니.’이진이 기획안의 설명을 마치자, 정신을 차린 유해는 칭찬 가득한 눈빛을 이진에게 보냈다.그 눈빛은 마치 당장 이진과 합작을 체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유해는 진지하게 고민하는 척하며 다른 두 책임자와 눈빛을 교환했다.그리고 목을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두 분께서 준비하신 기획안 모두 너무 참신하네요. 하지만 종합적인 방면을 고려한다면, AMC그룹에서 보여준 기획안이 저희 회사의 요구에 더 부합되는 것 같아 저희 SY테크놀로지는 최종적으로.”“잠시만요!”유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영이 입을 열었다.지금 이영은 분노에 휩싸인 것만이 아니었다. 이영은 입찰이 시작되기 전에, 반드시 이진을 이겨 입찰에 성공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기 때문이다. 만약 SY테크놀로지가 이진을 선택한다면 이영이가 지게 되었다는 소식이 널리 퍼질 것이다.이영은 많은 사람들이 보내온 괴이한 눈빛을 무시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이진을 가리켰다.“유 대표님, 이진을 선택해시면 안 돼요. 이번 입찰은 이진이가 절 모함하기 위해 수작을 부린 게 분명해요! 안 그러면 제가 저 딴 년한테 졌을 리가 있겠어요?”‘표절한 주제에 이렇게 당당하다니?’유해는 하마터면 이영을 쳐다보던 혐오스러운 눈빛을 숨기지 못할 뻔했다.유해는 얼른 이영의 눈을 피하고 이진을 쳐다보았다.“이 대표님, 지금 이영 씨께서.”유해는 하려던 말을 멈추었지만, 이진은 유해가 자신의
이영이 더 이상 일을 벌일지 말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이진은 절대로 이영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이영은 이미 여러 차례 이진의 마지노선을 건드렸기에, 이영에 대한 이진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를 돌파했다.이번에 이진이 참고 기다린 이유는 이영에게 제대로 된 교훈을 주기 위해서다.이영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이진은 손에 힘을 주고는 이영의 손목을 세게 잡았다. 그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이영을 노려보며 말했다.“이곳에서 소란을 피울 시간에, 어떻게 빠져나갈지를 생각해 보는 건 어때? 네가 가지고 있는 기획안이 설마 공짜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이진은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이영은 순식간에 등골이 오싹해지더니, 동작을 멈추고는 이진을 노려보았다.“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너 뭐 하려는 거야?”이진은 소리를 지르는 이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이영은 순식간에 이진에 대한 증오와, 알 수 없는 공포에 빠지고 말았다.두 감정이 한데 얽히자 이영은 미치기 직전이었다.한참 후, 이영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엄마, 돈이 아직 얼마나 남았어? 엄마가 날 도와줘야 하는데.”‘이진이 나한테 손을 대기 전에, 돈 주고 희생양을 구하면 되지.’이진은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루트를 만나게 되었다.루트가 손에 쥔 녹음 펜 안에는, 모두 이영이 정임을 통해 기획안을 훔친 증거들이 들어있었다.표절이 결코 작은 일이 아닌 데다가, 얼마 전 이영은 이진의 차에 몰래 손을 대기도 했다. 두 가지 죄명을 모두 밝혀낸 후 널리 알린다면, 이영이가 꽤나 고생을 하게 될 것이다.“대표님, 일이 더 늦어지기 전에 바로 경찰에 신고할게요.”루트는 이영이 벌인 짓들을 오랫동안 지켜보았기에, 당장 이영을 감방에 넣어버리고 싶었다.루트는 이진이 명령을 내린다면 바로 행동을 개시할 것이다.하지만 루트가 신고 전화를 걸기도 전에, 이진은 경찰 측에서 걸어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곧 전화를 받은 이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모든 것을 지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