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은 웃는 낯으로 급히 뒤로 물러났다.케빈의 얼굴을 본 이진은 그녀 뒤 사람이 또 눈에 살기를 띠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옥상의 바람은 차가웠다. 윤이건은 먼저 아래로 내려가 말할 것을 건의하였다.이렇게 3개 나라를 왔다갔다했는데, 온도가 차이가 있어 이진이 병이 날까 봐 좀 걱정했다.케빈도 얼른 인식하고 세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다.“보스, 아직 모르시죠? 보스가 출장 나간 며칠 인터넷에서 대박났습니다.”말하며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보여줬다.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에는 온통 이진의 영상이었다.정말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그날 그녀는 순전히 만취 상태에서 한 짓인데 녹화되어 국내에서 이렇게 인기를 끌 줄은 몰랐다.옆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윤이건은 다소 불쾌하였다.그는 그날 저녁 남녀를 불문하고 많은 자들이 이진을 쳐다보고 있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이게 뭐야?” 이진은 그 댓글에서 한시혁의 이름을 보고 궁금했다.케빈의 마음은 덜컥하였다.윤이건이 봤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단둘이서 이진에게만 말하고 싶었다.그런데 지금 피하면 더 부자연스럽다.손으로 코를 만지고 살짝 기침하였다.윤이건의 이 갑작스러운 말에 케빈은 하마터면 핸드폰을 던져버릴 번 하였다.사실 케빈뿐만 아니라 이지도 윤이건의 갑작스러운 말에 놀랬다.약간 머리를 돌리니 아니나 다를까 윤이건이 질투가 눈에 보였다.윤이건은 케빈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아 한시혁의 글을 보고 눈에 살기를 띄었다.팔짱을 끼고 옆에서 보고 있던 이진은 그냥 재밌기만 하였다.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간 다음 윤이건의 이진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그녀의 손목을 잡고 회사를 나갔다.차는 이미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차문이 열리기도 전에 옆 화단에서 기자들이 몰려나왔다.어디서 이진의 스케쥴을 알아냈는지 일찍 계획한 것이 분명하였다. 그러나 너무 이상한 것도 아니다. 이진은 이미 한시혁과 함께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기 때문이다.요 며칠동안 이진의
“이럴 필요가 있나?”기자들이 들뜬 것처럼 자기 차를 향해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이진은 오히려 그들의 안전에 걱정하였다.그리고 윤이건의 자랑스러운 표정에 머리를 끄덕인 것을 보았다.“당연히 있지.”할말이 없는 이진은 그냥 차에 올랐다.때로는 윤이건이 참 어린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화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차에 오른 후 이진은 원래 GN 그룹에 가려고 하였다. 며칠 동안 아무 소식이 없어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지만 윤이건이 집에 가서 쉴 것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차는 윤이건 것이기에 그자의 말을 들어야 했다.기사분이 망설임 없이 바로 집으로 모셨다.집으로 가는 길을 보고 이진은 어이없는 듯 웃어버렸다.그러나 솔직히 며칠 동안 벌어진 일들이 많아 정신이 풀리자 피곤하기도 하였다.차에서 임만만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에 별다른 상황이 없는 것을 체크하고 전화를 끊었다.말하자면 그 기자들의 업무처리 속도 참 빠르기도 하다. 윤이건과 이진이 집에 들어선후 바로 핸드폰 알람 소리를 들었다.그러나 이 알람 소리는 이진의 핸드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윤이건의 핸드폰에서 나온 소리이다.이진의 소식을 제일 빨리 장악하기 위해 이진과 관련된 메시지에 특수 알람을 설정한 것이다.외국에 있을 때 인터넷이 계속 끊겨서 일어난 일을 몰랐다.이제 네트워크 자동 링크가 되자 소식들이 바로 들어왔다.이진과 윤이건은 소파에 앉았다.윤이건이 참여로 이진도 재미를 느꼈다.그리하여 윤이건이 핸드폰을 꺼낸 다음 가까이하고 같이 보았다.그들이 생각한 것과 같이 인터넷에는 온통 아까 인터뷰한 영상이다.재미있는 것은 문자에 별다른 편집은 안 하고 주제에만 최신 뉴스라고 달았다.그리고 마케팅으로 윤이건, 이진, 한시혁의 계좌를 모두 관련하였다.순간 이 동영상은 또 인터넷을 휩쓸었다.한 매체의 발표로 여러 매체들이 연이어 발표하였다.이 매체들은 모두 방금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로 아직 마케팅 계정의 리트윗은 아니다
이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인터넷은 아주 시끌벅적하였다.사실 대부분 스타들은 뉴스의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는다. 무서운 것은 아무 소식도 없는 것이다.현재 백정아가 딱 그렇다.지난번 이진이 곡을 만든 사건도 그렇고, 메이크업 사건도 그렇고, 백정아에 대한 대중들의 인상은 날로 떨어졌다.사실 너무 심각한 일도 아니다. 돈을 써서 조작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진 이쪽에 있다.이진은 현재 인기 중심으로서 백정아에 관한 갈등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이다.그런데 이진의 신분, 즉 한시혁의 좋아하는 사람이고 윤이건 부인이라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그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였다.그리하여 백정아가 조작하려고 하여도 그 누구도 감히 받아주지 않았다.인상도 차가고, 대중들에게 노출되지도 못하고, 연예인으로서 치명적인 것이다.백정아의 컨디션은 날로 나빠지고 이진에 대한 원망도 날도 깊어졌다.그리고 그동안 백정아와 유연서의 연락은 많았다.유연서에 계획에 따르면 백정아의 손을 빌어 이진을 무너뜨리려 했다.두 사람은 찰떡궁합이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백정아도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고, 적적한 타이밍을 찾아 뒤집으려 했다.최근 백정아의 회사에서는 그녀를 위해 토크쇼 같은 프로를 찾고 있었다.오락 프로라고 하면 자기 이미지를 씻을 수 있는 제일 좋은 기회이다. 그 과정도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게다가 유연서가 그녀에게 알려준 방법은 자신의 입장을 보장하는 동시에 이진을 끌어들이는 것이다.“백정아 씨, 한시혁 씨와 관계가 나쁘다고 들었는데, 최근 인터넷에 올린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이 말을 들은 백정아는 속으로 비웃었다.“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근데 제가 놀란 것은 이진 씨가 기혼이라는 사실입니다.”백정아는 일부러 뒤에 말을 말하지 않았다. 다른 뜻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대중들의 호기심도 끌었고 사회자도 자연히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백정아 씨 이 말 무슨 뜻이죠. 이진 씨가 기혼인 것이 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
한시혁은 인터넷에서 시작된 욕설들을 오랫동안 참아왔다.첫째는 그가 가장 신경 쓰는 이진이 사이버 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이고 둘째는 윤이건이 인터뷰에서 대놓고 자신을 도발한 것이다.이 과정에 한시혁은 사이트를 열어 반격하는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이 한두 번 아니었다.그러나 결국 망설이다가 먼저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인터넷에서 떠도는 말들은 신경 쓰지 마. 그것들은 모두 내가 책임지고 해결할게.”이진은 한시혁의 말을 듣자 조금 위로되었지만 그가 곧이어 꺼낸 말은 절대로 그녀를 위로하는 것이 아니었다.“사실 난 윤이건 씨가 이런 시기에 널 굳이 벼랑 끝으로 몰아버리려는 이유를 모르겠어.”원래 소파에 누워있던 이진은 이 말을 듣자 갑자기 몸이 경직되고 눈빛이 약간 번쩍였다.한시혁의 말은 마치 그가 윤이건이 만들어낸 사고의 뒷정리를 해주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예전 같았으면 신경 쓰지 않았을 말이지만 이진은 조금 마음이 불편해졌다.“한시혁, 이 일은 윤 대표님과는 상관없는 일이야. 그는 단지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한시혁은 이 말을 듣자 핸드폰을 쥐던 손에 힘을 주고는 이를 악물었다.“이진아, 만약 윤이건 씨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런 일들이 일어나진 않았을 거야.”“네가 인터넷에 고백하는 글을 올리지 않았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이진과 한시혁은 몇 년 만에 다시 싸우게 된 거였다.사실 이진은 한시혁이 올린 고백하는 글을 보고 줄곧 마음이 불편했다.두 사람 사이에 대해 이진은 이미 외국에 있을 때 분명히 선을 그었다.게다가 한시혁은 지금 공인이기에 자신의 말이나 행동들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한시혁이 전혀 이진과 상의하지도 않은 채 멋대로 일을 벌였다는 거다.두 사람이 오랫동안 쌓아왔던 친분 때문에 이진도 이 일은 그냥 넘어가 주려고 했는데 한시혁은 오히려 잘못은 윤이건한테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윤이건이 인터뷰를 할 때 이진은 바로 그의 곁에 있었다.만약 윤이
“유연서 씨!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다시 말해봐요!”유연서의 말은 마침 한시혁의 아픈 곳을 찔렀는데 그것은 절대로 건드려선 안 되는 마지노선이었다.한시혁의 반응과 목소리를 듣자 유연서는 무의식적으로 침을 삼키더니 말투를 바꾸었다.어쨌든 유연서는 아직 한시혁의 자원과 세력을 떠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의 약점조차도 알아내지 못했다.만약 지금 한시혁의 미움을 사기라도 한다면 분명 조력자가 부족해질 것이다.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두려운 것이다.유연서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손톱을 만지작거리더니 한참 지난 후 말투를 바꾸고는 입을 열었다.“이진 씨와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줄까요?”“당신이 무슨 수로 도와준다는 거죠?”한시혁은 유연서의 말을 들었을 때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었다.그는 이진을 오랫동안 좋아했기에 이진과 함께 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그러기에 하마터면 유연서의 유혹에 넘어갈 뻔했다.“제가 어떤 방법을 쓸지는 상관하지 마세요. 단지 한 가지 요구가 있는데 한시혁 씨는 제가 하는 일에 절대로 끼어들지 않으셔야 합니다.”유연서가 말을 마치자 핸드폰 너머에선 한동안 말이 없었다.한시혁이 고민하거나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유연서도 그를 재촉하진 않았다.얼마 후, 한시혁이 입을 열었는데 그가 한 말은 예상 밖이었다.“당신 도움 따윈 필요 없어요.”유연서와 한시혁은 온전히 이익관계일 뿐이다.유연서가 연예계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던 건 한시혁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한시혁과 같은 대스타의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 유연서도 꽤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이 되었다.그러기에 유연서는 절대로 쉽게 한시혁을 놓아주지 않을 거다.만약 한시혁을 놓치기라도 한다면 그녀는 모든 것을 잃을 것이 분명하다.한시혁이 명확하게 그녀의 도움을 거절하자 유연서도 더 이상 말하진 않았다.유연서는 마치 예상을 한 듯이 방금 통화가 시작되자마자 녹음 버튼을 눌렀었다.그리고 녹음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
한시혁이 갑자기 이런 글을 올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한편으로는 자신이 유부녀를 유혹하지 않았다는 것을 해명한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진에 관한 터무니없는 말들을 반박한 것이다.인터넷에서 떠들어 대던 사람들은 그제야 조용해졌다.그러나 그들은 잠시 조용해졌을 뿐이다. 사실 뒤에선 여전히 수시로 나쁜 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한시혁이 올린 글에 가장 신경을 쓰고 깜짝 놀랐던 사람은 바로 윤이건이다.그는 한시혁이 어디에서 이 서류들을 찾은 건지 알 수 없었다.게다가 한시혁이 그렇게 쉽게 언론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불쾌했다.이진과 윤이건의 사이는 계속 좋아지던 참이었는데 한시혁이 갑자기 끼어든 것이다. 사실 윤이건의 머릿속에는 충동적인 생각들이 떠오르곤 했다.게다가 그가 한시혁이 올린 이혼 협의가 가짜라는 것을 증명하는 건 매우 쉬운 일이다.그러나 요 며칠 동안 이진이 인터넷에서 당한 것들을 윤이건은 모두 눈여겨보고 있었다.이진이 당한 것들을 생각하면 그는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게다가 인터넷의 반응은 이제 겨우 가라앉았다.사실 윤이건은 지금 그와 이진 사이의 관계를 증명할 만한 증거는 쉽게 꺼낼 수 있었다.그러나 그가 그렇게 한다면 또 듣기 싫은 욕설들이 다시 이진을 향할 것이다.윤이건은 이진이 다시 이런 일을 겪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만약 일이 그렇게 된다면 윤이건은 스스로 어떤 일을 저지를지 상상이 안 갔다.결국 한참을 생각하더니 그는 끝내 아무런 글도 올리지 않았다.YS 그룹, 대표 사무실.윤이건은 인터넷에서 한시혁의 팬들이 또 떠들썩하는 걸 보고 있었다. [어차피 지금은 모두 솔로니까 우리 시혁이도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해도 되잖아?]처음에 이진을 향해 욕설을 퍼붓던 사람들조차도 한시혁을 돕기 위해 이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윤이건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몇 번 두드리더니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절대 한시혁의 뜻대로 되게 보고만 있진 않을 거야. 나도 절대 이진을
한편 백정아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생방송을 보고 있었다.동영상에서 윤이건이 이진을 향해 구애한다고 하자 그녀는 동영상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핸드폰을 내던져 산산조각 냈다. 게다가 꽤나 예뻤던 그녀의 얼굴은 험상궂어지고 말았다.한편 이진에 대한 질투와 증오가 최고조에 이르렀다.사실 백정아는 윤이건을 잘 알고 있었다.백정아는 연예계에 오래 있었지만 남자친구와 좋아하는 남자는 늘 끊이지 않았다.그러나 윤이건에 대한 감정은 확실히 달랐다.백정아는 윤이건을 엄청 오랫동안 좋아해왔다.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윤이건을 좋아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백정아의 가정 형편은 매우 우월했다. 심지어 집안 세력만 본다면 윤씨 가문과 별로 뒤떨어지지 않았다.그녀와 윤이건은 어렸을 때 같은 동네에 살았었고 두 집안의 어른들도 잘 아는 사이였다.잔뜩 부서진 핸드폰을 보자 백정아는 이를 악물더니 매니저더러 핸드폰을 다시 사 오라고 했다.새 핸드폰을 받자마자 그녀는 가족들에게 연락했다.사실 그들은 단순한 이웃이 아니라 백정아의 어머니와 윤이건의 할머니가 친분이 있었던 거다.그래서 백정아는 전화를 걸어 자신과 윤이건에 관한 일들을 대충 말했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백정아의 아버지였는데, 이 말을 들은 그는 엄청나게 기뻤다.가족 사업이나 사람만을 보았을 때 백세진은 자신이 딸이 윤이건과 잘 되기를 몹시 원했다.“아빠, 마침 다음 주가 아빠의 생일인데 이건 오빠도 부르면 안 돼?” 백세진은 자식이라 고는 백정아 하나밖에 없기에 그녀가 제기한 요구는 무조건 동의하곤 했다. 부녀 두 사람은 이렇게 결정을 내렸다.전화를 끊자 백정아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방금까지 화냈던 사람은 온 데 간 데 사라져 오직 기쁨과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한쪽에 서있던 매니저는 백정아를 보자 정말 머리가 아팠다. 다음날 백세진은 집에서 망설이고 있었다.그는 윤이건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해야 할지 전화로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전화로는 성의 없어 보이겠지만 어쨌든
“이건 오빠, 아빠가 말해줬을 땐 안 믿었었는데 오빠가 정말 올 줄은 몰랐어.”백정아는 수줍은 표정으로 윤이건을 보며 말했다.백정아는 윤이건의 앞에서 마치 남자라곤 만나본 적 없는 처녀인 척 연기하고 있었다. 반면 윤이건은 예의를 지키기 위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백세진은 옆에 서서 백정아와 윤이건을 보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어색하게 손을 비비더니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이건아, 우리 정아는 벌써 결혼할 나이가 됐는데 결혼 생각을 아예 안 하고 있어서 문제야. 얼마 전에 이건이 네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원래 무표정을 하고 있던 윤이건은 이 말을 듣자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이웃으로 지내온 데다가 네 할머니와 정아 엄마도 아주 친한 사이니까…….”“아빠도 참! 이런 얘기는 왜 꺼내는 거야.”백세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백정아는 부끄러워하며 그의 말을 끊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엄청 기뻐하고 있었다.백정아는 뚫어져라 윤이건을 쳐다보며 말했다.“아빠는 내가 빨리 시집갔으면 좋겠어? 그래도 오늘 아빠 생일인데…….”두 사람은 마주 보더니 바로 서로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다만 윤이건은 그들의 예상했던 것과 달리 그들의 가식적인 대화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백씨 네 두 부녀가 맞장구를 치든 말든 그는 신경 쓰지도 않고 끼어들지도 않았다.윤이건은 지나가던 웨이터에게서 샴페인 한 잔을 받고 혼자 마시기 시작했다.‘차라리 집에서 이진이랑 함께 드라마를 봤으면 좋을 텐데. 아니면 이진을 데리고 이 파티에 왔으면 아무리 지루한 상황이라도 좋았을 거야.’윤이건의 차가운 태도에 백세진과 백정아는 난감해 계속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이때 연회장의 무대 불빛이 갑자기 밝아지더니 백정아가 무대 위로 걸어갔다.윤이건의 곁을 지날 때 그녀는 무심한 척하며 윤이건의 어깨를 스치기도 했다.백정아가 무대 위에 올라가자 연예인의 기질이 순식간에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