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은 웃는 낯으로 급히 뒤로 물러났다.케빈의 얼굴을 본 이진은 그녀 뒤 사람이 또 눈에 살기를 띠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옥상의 바람은 차가웠다. 윤이건은 먼저 아래로 내려가 말할 것을 건의하였다.이렇게 3개 나라를 왔다갔다했는데, 온도가 차이가 있어 이진이 병이 날까 봐 좀 걱정했다.케빈도 얼른 인식하고 세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다.“보스, 아직 모르시죠? 보스가 출장 나간 며칠 인터넷에서 대박났습니다.”말하며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보여줬다.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에는 온통 이진의 영상이었다.정말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그날 그녀는 순전히 만취 상태에서 한 짓인데 녹화되어 국내에서 이렇게 인기를 끌 줄은 몰랐다.옆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윤이건은 다소 불쾌하였다.그는 그날 저녁 남녀를 불문하고 많은 자들이 이진을 쳐다보고 있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이게 뭐야?” 이진은 그 댓글에서 한시혁의 이름을 보고 궁금했다.케빈의 마음은 덜컥하였다.윤이건이 봤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단둘이서 이진에게만 말하고 싶었다.그런데 지금 피하면 더 부자연스럽다.손으로 코를 만지고 살짝 기침하였다.윤이건의 이 갑작스러운 말에 케빈은 하마터면 핸드폰을 던져버릴 번 하였다.사실 케빈뿐만 아니라 이지도 윤이건의 갑작스러운 말에 놀랬다.약간 머리를 돌리니 아니나 다를까 윤이건이 질투가 눈에 보였다.윤이건은 케빈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아 한시혁의 글을 보고 눈에 살기를 띄었다.팔짱을 끼고 옆에서 보고 있던 이진은 그냥 재밌기만 하였다.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간 다음 윤이건의 이진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그녀의 손목을 잡고 회사를 나갔다.차는 이미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차문이 열리기도 전에 옆 화단에서 기자들이 몰려나왔다.어디서 이진의 스케쥴을 알아냈는지 일찍 계획한 것이 분명하였다. 그러나 너무 이상한 것도 아니다. 이진은 이미 한시혁과 함께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기 때문이다.요 며칠동안 이진의
“이럴 필요가 있나?”기자들이 들뜬 것처럼 자기 차를 향해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이진은 오히려 그들의 안전에 걱정하였다.그리고 윤이건의 자랑스러운 표정에 머리를 끄덕인 것을 보았다.“당연히 있지.”할말이 없는 이진은 그냥 차에 올랐다.때로는 윤이건이 참 어린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화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차에 오른 후 이진은 원래 GN 그룹에 가려고 하였다. 며칠 동안 아무 소식이 없어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지만 윤이건이 집에 가서 쉴 것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차는 윤이건 것이기에 그자의 말을 들어야 했다.기사분이 망설임 없이 바로 집으로 모셨다.집으로 가는 길을 보고 이진은 어이없는 듯 웃어버렸다.그러나 솔직히 며칠 동안 벌어진 일들이 많아 정신이 풀리자 피곤하기도 하였다.차에서 임만만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에 별다른 상황이 없는 것을 체크하고 전화를 끊었다.말하자면 그 기자들의 업무처리 속도 참 빠르기도 하다. 윤이건과 이진이 집에 들어선후 바로 핸드폰 알람 소리를 들었다.그러나 이 알람 소리는 이진의 핸드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윤이건의 핸드폰에서 나온 소리이다.이진의 소식을 제일 빨리 장악하기 위해 이진과 관련된 메시지에 특수 알람을 설정한 것이다.외국에 있을 때 인터넷이 계속 끊겨서 일어난 일을 몰랐다.이제 네트워크 자동 링크가 되자 소식들이 바로 들어왔다.이진과 윤이건은 소파에 앉았다.윤이건이 참여로 이진도 재미를 느꼈다.그리하여 윤이건이 핸드폰을 꺼낸 다음 가까이하고 같이 보았다.그들이 생각한 것과 같이 인터넷에는 온통 아까 인터뷰한 영상이다.재미있는 것은 문자에 별다른 편집은 안 하고 주제에만 최신 뉴스라고 달았다.그리고 마케팅으로 윤이건, 이진, 한시혁의 계좌를 모두 관련하였다.순간 이 동영상은 또 인터넷을 휩쓸었다.한 매체의 발표로 여러 매체들이 연이어 발표하였다.이 매체들은 모두 방금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로 아직 마케팅 계정의 리트윗은 아니다
이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인터넷은 아주 시끌벅적하였다.사실 대부분 스타들은 뉴스의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는다. 무서운 것은 아무 소식도 없는 것이다.현재 백정아가 딱 그렇다.지난번 이진이 곡을 만든 사건도 그렇고, 메이크업 사건도 그렇고, 백정아에 대한 대중들의 인상은 날로 떨어졌다.사실 너무 심각한 일도 아니다. 돈을 써서 조작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진 이쪽에 있다.이진은 현재 인기 중심으로서 백정아에 관한 갈등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이다.그런데 이진의 신분, 즉 한시혁의 좋아하는 사람이고 윤이건 부인이라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그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였다.그리하여 백정아가 조작하려고 하여도 그 누구도 감히 받아주지 않았다.인상도 차가고, 대중들에게 노출되지도 못하고, 연예인으로서 치명적인 것이다.백정아의 컨디션은 날로 나빠지고 이진에 대한 원망도 날도 깊어졌다.그리고 그동안 백정아와 유연서의 연락은 많았다.유연서에 계획에 따르면 백정아의 손을 빌어 이진을 무너뜨리려 했다.두 사람은 찰떡궁합이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백정아도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고, 적적한 타이밍을 찾아 뒤집으려 했다.최근 백정아의 회사에서는 그녀를 위해 토크쇼 같은 프로를 찾고 있었다.오락 프로라고 하면 자기 이미지를 씻을 수 있는 제일 좋은 기회이다. 그 과정도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게다가 유연서가 그녀에게 알려준 방법은 자신의 입장을 보장하는 동시에 이진을 끌어들이는 것이다.“백정아 씨, 한시혁 씨와 관계가 나쁘다고 들었는데, 최근 인터넷에 올린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이 말을 들은 백정아는 속으로 비웃었다.“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근데 제가 놀란 것은 이진 씨가 기혼이라는 사실입니다.”백정아는 일부러 뒤에 말을 말하지 않았다. 다른 뜻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대중들의 호기심도 끌었고 사회자도 자연히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백정아 씨 이 말 무슨 뜻이죠. 이진 씨가 기혼인 것이 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
한시혁은 인터넷에서 시작된 욕설들을 오랫동안 참아왔다.첫째는 그가 가장 신경 쓰는 이진이 사이버 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이고 둘째는 윤이건이 인터뷰에서 대놓고 자신을 도발한 것이다.이 과정에 한시혁은 사이트를 열어 반격하는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이 한두 번 아니었다.그러나 결국 망설이다가 먼저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인터넷에서 떠도는 말들은 신경 쓰지 마. 그것들은 모두 내가 책임지고 해결할게.”이진은 한시혁의 말을 듣자 조금 위로되었지만 그가 곧이어 꺼낸 말은 절대로 그녀를 위로하는 것이 아니었다.“사실 난 윤이건 씨가 이런 시기에 널 굳이 벼랑 끝으로 몰아버리려는 이유를 모르겠어.”원래 소파에 누워있던 이진은 이 말을 듣자 갑자기 몸이 경직되고 눈빛이 약간 번쩍였다.한시혁의 말은 마치 그가 윤이건이 만들어낸 사고의 뒷정리를 해주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예전 같았으면 신경 쓰지 않았을 말이지만 이진은 조금 마음이 불편해졌다.“한시혁, 이 일은 윤 대표님과는 상관없는 일이야. 그는 단지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한시혁은 이 말을 듣자 핸드폰을 쥐던 손에 힘을 주고는 이를 악물었다.“이진아, 만약 윤이건 씨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런 일들이 일어나진 않았을 거야.”“네가 인터넷에 고백하는 글을 올리지 않았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이진과 한시혁은 몇 년 만에 다시 싸우게 된 거였다.사실 이진은 한시혁이 올린 고백하는 글을 보고 줄곧 마음이 불편했다.두 사람 사이에 대해 이진은 이미 외국에 있을 때 분명히 선을 그었다.게다가 한시혁은 지금 공인이기에 자신의 말이나 행동들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한시혁이 전혀 이진과 상의하지도 않은 채 멋대로 일을 벌였다는 거다.두 사람이 오랫동안 쌓아왔던 친분 때문에 이진도 이 일은 그냥 넘어가 주려고 했는데 한시혁은 오히려 잘못은 윤이건한테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윤이건이 인터뷰를 할 때 이진은 바로 그의 곁에 있었다.만약 윤이
“유연서 씨!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다시 말해봐요!”유연서의 말은 마침 한시혁의 아픈 곳을 찔렀는데 그것은 절대로 건드려선 안 되는 마지노선이었다.한시혁의 반응과 목소리를 듣자 유연서는 무의식적으로 침을 삼키더니 말투를 바꾸었다.어쨌든 유연서는 아직 한시혁의 자원과 세력을 떠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의 약점조차도 알아내지 못했다.만약 지금 한시혁의 미움을 사기라도 한다면 분명 조력자가 부족해질 것이다.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두려운 것이다.유연서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손톱을 만지작거리더니 한참 지난 후 말투를 바꾸고는 입을 열었다.“이진 씨와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줄까요?”“당신이 무슨 수로 도와준다는 거죠?”한시혁은 유연서의 말을 들었을 때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었다.그는 이진을 오랫동안 좋아했기에 이진과 함께 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그러기에 하마터면 유연서의 유혹에 넘어갈 뻔했다.“제가 어떤 방법을 쓸지는 상관하지 마세요. 단지 한 가지 요구가 있는데 한시혁 씨는 제가 하는 일에 절대로 끼어들지 않으셔야 합니다.”유연서가 말을 마치자 핸드폰 너머에선 한동안 말이 없었다.한시혁이 고민하거나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유연서도 그를 재촉하진 않았다.얼마 후, 한시혁이 입을 열었는데 그가 한 말은 예상 밖이었다.“당신 도움 따윈 필요 없어요.”유연서와 한시혁은 온전히 이익관계일 뿐이다.유연서가 연예계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던 건 한시혁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한시혁과 같은 대스타의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 유연서도 꽤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이 되었다.그러기에 유연서는 절대로 쉽게 한시혁을 놓아주지 않을 거다.만약 한시혁을 놓치기라도 한다면 그녀는 모든 것을 잃을 것이 분명하다.한시혁이 명확하게 그녀의 도움을 거절하자 유연서도 더 이상 말하진 않았다.유연서는 마치 예상을 한 듯이 방금 통화가 시작되자마자 녹음 버튼을 눌렀었다.그리고 녹음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
한시혁이 갑자기 이런 글을 올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한편으로는 자신이 유부녀를 유혹하지 않았다는 것을 해명한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진에 관한 터무니없는 말들을 반박한 것이다.인터넷에서 떠들어 대던 사람들은 그제야 조용해졌다.그러나 그들은 잠시 조용해졌을 뿐이다. 사실 뒤에선 여전히 수시로 나쁜 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한시혁이 올린 글에 가장 신경을 쓰고 깜짝 놀랐던 사람은 바로 윤이건이다.그는 한시혁이 어디에서 이 서류들을 찾은 건지 알 수 없었다.게다가 한시혁이 그렇게 쉽게 언론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불쾌했다.이진과 윤이건의 사이는 계속 좋아지던 참이었는데 한시혁이 갑자기 끼어든 것이다. 사실 윤이건의 머릿속에는 충동적인 생각들이 떠오르곤 했다.게다가 그가 한시혁이 올린 이혼 협의가 가짜라는 것을 증명하는 건 매우 쉬운 일이다.그러나 요 며칠 동안 이진이 인터넷에서 당한 것들을 윤이건은 모두 눈여겨보고 있었다.이진이 당한 것들을 생각하면 그는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게다가 인터넷의 반응은 이제 겨우 가라앉았다.사실 윤이건은 지금 그와 이진 사이의 관계를 증명할 만한 증거는 쉽게 꺼낼 수 있었다.그러나 그가 그렇게 한다면 또 듣기 싫은 욕설들이 다시 이진을 향할 것이다.윤이건은 이진이 다시 이런 일을 겪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만약 일이 그렇게 된다면 윤이건은 스스로 어떤 일을 저지를지 상상이 안 갔다.결국 한참을 생각하더니 그는 끝내 아무런 글도 올리지 않았다.YS 그룹, 대표 사무실.윤이건은 인터넷에서 한시혁의 팬들이 또 떠들썩하는 걸 보고 있었다. [어차피 지금은 모두 솔로니까 우리 시혁이도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해도 되잖아?]처음에 이진을 향해 욕설을 퍼붓던 사람들조차도 한시혁을 돕기 위해 이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윤이건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몇 번 두드리더니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절대 한시혁의 뜻대로 되게 보고만 있진 않을 거야. 나도 절대 이진을
한편 백정아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생방송을 보고 있었다.동영상에서 윤이건이 이진을 향해 구애한다고 하자 그녀는 동영상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핸드폰을 내던져 산산조각 냈다. 게다가 꽤나 예뻤던 그녀의 얼굴은 험상궂어지고 말았다.한편 이진에 대한 질투와 증오가 최고조에 이르렀다.사실 백정아는 윤이건을 잘 알고 있었다.백정아는 연예계에 오래 있었지만 남자친구와 좋아하는 남자는 늘 끊이지 않았다.그러나 윤이건에 대한 감정은 확실히 달랐다.백정아는 윤이건을 엄청 오랫동안 좋아해왔다.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윤이건을 좋아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백정아의 가정 형편은 매우 우월했다. 심지어 집안 세력만 본다면 윤씨 가문과 별로 뒤떨어지지 않았다.그녀와 윤이건은 어렸을 때 같은 동네에 살았었고 두 집안의 어른들도 잘 아는 사이였다.잔뜩 부서진 핸드폰을 보자 백정아는 이를 악물더니 매니저더러 핸드폰을 다시 사 오라고 했다.새 핸드폰을 받자마자 그녀는 가족들에게 연락했다.사실 그들은 단순한 이웃이 아니라 백정아의 어머니와 윤이건의 할머니가 친분이 있었던 거다.그래서 백정아는 전화를 걸어 자신과 윤이건에 관한 일들을 대충 말했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백정아의 아버지였는데, 이 말을 들은 그는 엄청나게 기뻤다.가족 사업이나 사람만을 보았을 때 백세진은 자신이 딸이 윤이건과 잘 되기를 몹시 원했다.“아빠, 마침 다음 주가 아빠의 생일인데 이건 오빠도 부르면 안 돼?” 백세진은 자식이라 고는 백정아 하나밖에 없기에 그녀가 제기한 요구는 무조건 동의하곤 했다. 부녀 두 사람은 이렇게 결정을 내렸다.전화를 끊자 백정아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방금까지 화냈던 사람은 온 데 간 데 사라져 오직 기쁨과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한쪽에 서있던 매니저는 백정아를 보자 정말 머리가 아팠다. 다음날 백세진은 집에서 망설이고 있었다.그는 윤이건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해야 할지 전화로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전화로는 성의 없어 보이겠지만 어쨌든
“이건 오빠, 아빠가 말해줬을 땐 안 믿었었는데 오빠가 정말 올 줄은 몰랐어.”백정아는 수줍은 표정으로 윤이건을 보며 말했다.백정아는 윤이건의 앞에서 마치 남자라곤 만나본 적 없는 처녀인 척 연기하고 있었다. 반면 윤이건은 예의를 지키기 위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백세진은 옆에 서서 백정아와 윤이건을 보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어색하게 손을 비비더니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이건아, 우리 정아는 벌써 결혼할 나이가 됐는데 결혼 생각을 아예 안 하고 있어서 문제야. 얼마 전에 이건이 네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원래 무표정을 하고 있던 윤이건은 이 말을 듣자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이웃으로 지내온 데다가 네 할머니와 정아 엄마도 아주 친한 사이니까…….”“아빠도 참! 이런 얘기는 왜 꺼내는 거야.”백세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백정아는 부끄러워하며 그의 말을 끊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엄청 기뻐하고 있었다.백정아는 뚫어져라 윤이건을 쳐다보며 말했다.“아빠는 내가 빨리 시집갔으면 좋겠어? 그래도 오늘 아빠 생일인데…….”두 사람은 마주 보더니 바로 서로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다만 윤이건은 그들의 예상했던 것과 달리 그들의 가식적인 대화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백씨 네 두 부녀가 맞장구를 치든 말든 그는 신경 쓰지도 않고 끼어들지도 않았다.윤이건은 지나가던 웨이터에게서 샴페인 한 잔을 받고 혼자 마시기 시작했다.‘차라리 집에서 이진이랑 함께 드라마를 봤으면 좋을 텐데. 아니면 이진을 데리고 이 파티에 왔으면 아무리 지루한 상황이라도 좋았을 거야.’윤이건의 차가운 태도에 백세진과 백정아는 난감해 계속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이때 연회장의 무대 불빛이 갑자기 밝아지더니 백정아가 무대 위로 걸어갔다.윤이건의 곁을 지날 때 그녀는 무심한 척하며 윤이건의 어깨를 스치기도 했다.백정아가 무대 위에 올라가자 연예인의 기질이 순식간에 드러났다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이진은 말을 마친 후 정희를 데리고 성큼성큼 떠났다.“이진아, 넌 저분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참을 걸은 뒤 정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현이 딱 봐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욕을 당하면서 저 여자를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내가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그냥 이서현 말고 다른 작가 소개해 줄까?”“아직은 필요 없어.”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마 날 거절하지 않을 거야.”이진이 거절한 이상 정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희가 포기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 앞에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키 큰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예쁜 누나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두 사람을 향해 한 말이지만, 남학생은 줄곧 이진을 훔쳐보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학생, 지금 대시하는 거예요?”생각이 들통난 남학생은 부인하기는커녕 겸연쩍은 듯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누나들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두 사람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가시려는 거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시네요.”정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을 쳤다.그러자 남학생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누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로 귀찮게 굴진 않을 게요!”‘지금 충분히 귀찮은 것 같은데.’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깔끔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난생처음 대시를 시도해 본 남학생은, 자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남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옆에 있던 정희는 차마 이대로 지나치기 힘들어, 가방에서 이진의 명함을 한 장 꺼내 남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연락처는
이진은 자신의 가장 진실된 생각을 전한 것은 물론, 판권을 반드시 따내려는 결심으로 원작자를 두 번이나 찾아갔다. 결국 원작자는 그녀에게 한 번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사람을 찾으러 대학으로 향했다.그녀 스스로 배역을 연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진은 전문적인 작가를 찾아야 했다. 현재 대학교 교수인 이서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특별히 학교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현의 수업시간표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부탁하여 수업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이진의 신분을 알게 된 교장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했다.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애초에 이진이 연예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경제 뉴스밖에 안 보던 이진이 정말 영화를 찍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진심이었던 거야? 왜 갑자기 영화를 찍으려는 거지?’정희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네가 의 판권을 따내 영화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야?”“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비행기 탑승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너 지금 공항이야?”눈치 빠른 정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한가하던 정희는 이진을 따라 서현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우리 이진이가 갑자기 영화를 찍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정희는 결정을 내린 듯이 말했다.“이진아,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정희는 줄곧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성격이라, 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방금 정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착륙했다.이진은 택시를 타고 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았던 수업시간표를 따라 강의실을 찾았다. 분명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이진은 별장을 나선 뒤 홀로 국장의 집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여태껏 이진을 만나보고 싶어 하던 가정의도 국장의 집에 있었다.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가정의도 이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이진은 엄청 겸손한 데다가 이건의 아내다. 그녀가 어떤 신분이든 간에,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가정의도 더 이상 묻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국장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국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때때로 몇 마디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진은 경계심을 내려놓고 많은 의견을 제기하였다. 국장은 모든 의견들을 자세히 기록하였다.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였다.“모두 이진 씨 덕분이에요. 이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가 고질병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생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국장님, 곧 괜찮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이진은 국장의 말을 얼른 끊은 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시니, 제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엔 제가 생각이 짧은 데다가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줄곧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너무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탓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고마워하기도 모자랄 판에 탓할 리가 있겠어?’마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이진도 마찬가지로 세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 대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조건이 후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진심 어린 이야기를 마친 후, 세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한테 특별한 요구가 하나 있는데, 이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요구죠?”이진은 호기심에 눈썹을 찡긋거렸다.세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가 방영되었을 때 괜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방
오 감독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진에게 사과하기로 한 것이다.이진은 전에 말했던 대로 마음에 들었던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마저 몇 개 없는 신인 감독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 감독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처럼 유명한 감독을 마다하고 신인 감독과 합작한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이 얼마인데! 이진 그년은 분명 사람 보는 눈이 삐뚤어진 거야! 신인 감독 주제에 얼마나 잘 찍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오 감독은 불만이 가득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진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모두 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다. 전화를 받은 순간, 이진은 만만에게 눈빛을 보내 모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시작했다.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오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이진의 용서를 구하는 척했다.“이진 씨, 전엔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네요. 의 촬영을 양세훈한테 맡길 생각인 거죠? 제가 양 감독을 소개해 줄 테니, 실시간 검색어의 글들을 내려 주시면.”“글을 내려달라고요?”이진은 오 감독이 뜻밖의 비장 카드라도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말 같지 않은 조건으로 나와 협상하려는 거야?’이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고는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오 감독님, 본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잊으신 거예요? 지금 저한테 조건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셔야죠. 제가 양세훈 감독님을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제 방식대로 촬영에 참여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니,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당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넘어가지 그래?”오 감독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욕을 당했기에, 이대로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선적인 모습을 집어치우더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굽신거려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윤이건 덕분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마 윤 대표한테 들러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