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신정우는 빈털터리가 되었지만, 늘 그렇듯 회사에서 이미연과 붙어 다녔다.병원.병상에 누워있는 남지훈은 의아했다.그는 요 며칠 소연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송태수가 올 때마다 소연은 보이지 않았고, 우연이라기엔 너무 합리적이지 못한 상황들이었다.그렇다고 소연이 S그룹의 직원이라 송태수와의 만남을 꺼린다고 하기에도 너무 억지인 것 같다. 아무래도 소연은 그저 S그룹의 중층 직급일 뿐이니까.두 사람의 만남에는 전혀 리스크가 존재할 수 없다.“제수씨는 또 안계세요?”저녁 무렵에 병실로 찾아온 송태수도 왠지 수상한 느낌이 들었다.‘왜 매번 제수씨와 엇갈릴까?’그는 심지어 제수씨의 존재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남지훈은 씁쓸하게 웃었다.“방금 나갔어요!”송태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지훈 씨, 설마 제수씨 저 일부러 피하는 거 아니겠죠?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인가?!”송태수가 생각 없이 뱉은 말은 사실 정답이다!남지훈은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아닐 거예요. 그저 S기업의 중층 관리자일 뿐이에요.”“직업 괜찮네요!”송태수가 말했다.“비록 S그룹은 싫지만, J시를 통틀어 우리 T그룹에 상대할 수 있는 건 오직 S그룹뿐이죠. 그러니 S그룹의 중층 관리자라면 제수씨가 아주 능력이 대단한 증거예요! 이렇게 하죠. 제수씨가 만약 제가 간 뒤에 오게 된다면 혹시 T그룹에서 능력을 발휘하고픈 의향이 없는지 확인해 주세요. 더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할 테니 S그룹보다는 훨씬 나을 거예요.”남지훈은 연신 고맙다고 했다. 그는 송태수의 열정이 고마웠다.물론 남지훈도 소연에게 이 말을 전할 것이다. 어쨌든 S그룹이든 T그룹이든 모두 대기업이니.하지만 T그룹에서 더 좋은 조건을 준다고 하니 연봉은 S그룹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사람은 더 높은 곳으로 가길 원하니 소연도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남지훈은 소연을 대신해 설명했다.“형님, 소연이가 요즘 좀 바빠요. 요즘 S그룹에 골치 아픈 문제가 많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왜 매번 태수 형님만 오면 바쁜 거야?”남지훈은 더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소연에게 물었다.남지훈은 이상했다!이게 우연일까?하지만 소연은 이미 핑계를 준비했다.“그분은 T그룹 대표고 나는 그저 S그룹의 중층 관리자잖아. 그러니까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만나지 않는 게 좋아.”소연의 해석은 그나마 설득력이 있었다.남지훈이 말했다.“넌 비록 태수 형님을 피해 다니지만 태수 형님은 네 입장을 많이 생각하고 있어. 너한테 T그룹으로 올 생각이 없냐고 했어. 더 좋은 대우로.”소연은 입을 삐죽이며 남지훈을 빤히 쳐다보았다.“너 이 자식, 넌 대체 비참한 거야 아니면 운이 좋은 거야. 여자친구와 8, 9년을 만났는데 비참하게 손만 잡았고, 그런데 비참하다고 하기엔 송 대표님과 이렇게 친한 걸 보면 또 운이 좋은 것 같고. 그분은 정말 널 동생으로 생각하는 거 같아. 내가 보기엔 그분은 가족을 제외하고 너한테 제일 잘해주시는 것 같아!”남지훈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맞다, 내가 태수 형님에게 성진구 얘기 꺼냈었거든. 그랬더니 형님이 뭐라고 했게?”남지훈은 소연에게 서프라이즈를 주고 싶었다.소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짐작이 어렵지만, 네가 얘기했으니 아마 들어줬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렇게 쉽게 소씨 가문에 양도하지 않으실 거야. S그룹의 임원들이 몇 번 연락했었지만 성사되지 않았어!”“네 말이 맞아!”남지훈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태수 형님이 너한테 네가 책임진 프로젝트가 있는지 물어보라고 했어. 만약 있다면 소씨 가문에 양도하실 거래. 하지만 조건이 있었어.”“조건… 어떤 조건?”소연은 경악했다!그녀가 책임진 프로젝트를 S그룹에 양도하겠다고?송태수가 이렇게 말이 쉽게 통하는 사람이었던가?아니면 남지훈의 말에 그렇게 큰 힘이 있었던 걸까?남지훈이 계속 말했다.“조건은, S그룹에서 널 승진시켜 주는 것. 그리고 실력이 된다면 성진구 프로젝트도 너에게 맡기는 것! 내 생각엔 S그룹 대표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용했다고 생각할까?소연은 두 사람의 사이가 그렇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제일 좋은 결말은 평화롭게 끝내는 것.소연이 이렇게까지 얘기하니 남지훈은 한숨을 내쉬고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이 일로 소연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남지훈의 도움을 받아야 할지, 아니면 받지 말아야 할지, 소연은 머리가 복잡해졌다.‘지금이라도 솔직하게 털어놓을까?’하지만 소연은 이내 이 생각을 접었다.남지훈의 상처는 이제야 아물어 가는데, 만약 몸에 무리라도 간다면 결과는 생각하기도 싫었다.남지훈이 잠이 든 것을 확인한 소연은 휴대폰을 꺼내 소씨 가문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다들 자?]도저히 혼자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던 소연은 가족들과 상의하기로 결심했다.띵동.이내 답장이 왔다.소씨 가문 세 도련님과 소박환은 아직 잠에 들기 전이다.소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남지훈이 했던 말을 단톡방에 그대로 올렸다.잠깐의 침묵을 끝내고 소씨 가문 장자가 답장했다.[즉 우리 매제 한마디면 송 대표가 들어준다는 얘기네. 소연아, 너 기회 만들어서 솔직하게 털어놔. 그러면 모든 게 해결돼. 매제를 통하면 송 대표도 우리 가문에 대한 적대심을 내려놓을 수 있어.]소한용이 말했다.[동생아! 이 오빠 좀 도와줘! 유리가 요즘 차가워, 어떡하지? 너 매제한테 사실대로 털어놔! 정 안 되면 우리 다 함께 출동하자고! 매제와의 관계면 이 오빠도 유리와 해피엔딩이 될 수 있어! 내 동생, 이 오빠의 행복을 위해! 다 털어놔!]셋째 소한민도 말했다.[큰형과 둘째 형 얘기, 나 완전 찬성이야!]그들의 답장에 소연은 저도 몰래 미소를 지었다.오빠들의 응원에 그녀도 털어놓을 용기가 생겼다.하지만 이때, 소박환이 말했다.[연이야, 이 일로 두 사람 사이에 어렵게 얻은 믿음을 깨지 마. 이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간단해 보이는 말에, 소연에 대한 소박환의 애정이 가득 들어있다.딸과 이익은 절대로 비할 수 없다.소연은 한숨을 내쉬었
“내 생각에 소연 씨는 평범한 중층 관리자가 아니야.”남가현이 말했다.남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누나, 그게 무슨 말이야?남가현은 주위를 훑어보며 말했다.“이 집 최소한 10억이야. 네 형부 월급은 내가 잘 알잖아. 고작 월 800만 원이거든. 그런데 그까짓 월급으로 어떻게 이런 거액의 집을 살 수 있겠어? 게다가 소연 씨 화장품 말인데… 다 가격이 어마어마해!”월 800만 원의 수입으로는 결코 이만큼의 지출을 감당할 수 없다.신정우의 수입으로 판단했을 때, 소연이 거짓말을 하는 게 분명하다.“누나.”남가현이 웃으며 말했다.“의심 좀 하지 마. 소연이가 맡은 프로젝트가 얼만데. 보너스만 해도 장난 아닐 거야.”남지훈의 말에 남가현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우 씨에게도 프로젝트가 많고 보너스도 많아. 하지만 이렇게 큰 지출은 감당할 수 없지.’그녀는 자기가 여기서 괜한 말을 더하면 두 사람의 사이에 금이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나중에 정우 씨에게 따져야지.’T그룹.신정우는 참지 못하고 재채기했다.“정우 씨, 감기야?”이미연은 관심 조로 물었다.신정우는 코를 비비며 말했다.“아니, 그냥 재채기한 것뿐이야.”이미연은 신정우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정우 씨, 카드 아직도 마누라한테서 안 가져왔어? 돈 없으니까 호텔도 못 가잖아. 맨날 차에서 하기엔 좀 그렇지?”신정우는 이미연의 코를 꼬집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우리 곧 돈 생길 거야. 내가 따로 카드 하나 만들었거든, 월급 빼고 나머지는 모두 그 카드에 넣었어.”신정우의 직급은 월급만 나오는 게 아니다.남가현이 카드를 관리하기 전, 신정우는 카드 하나에 모든 돈을 넣었었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는 월급과 그 이외의 돈을 나눠서 관리할 생각이다!이미연은 이내 부드럽게 말했다.“정우 씨, 보너스는 따로 챙겼어?”그녀는 신정우가 아직도 돈이 많다고 생각한다.신정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보너스? 다 너한테 썼잖아. 챙길 게 뭐 있었겠어
남지훈이 이곳에 들어왔을 때, 부엌에 바퀴벌레 한 마리 없는 걸 보니 소연은 집에서 밥을 해 본 적이 없는 게 분명했다.“까짓거 이렇게 볶고 저렇게 지지고 조미료 때려 넣으면 먹을 수 있는 거 아니야?”소연이 말했다.“들어가 쉬어. 다 하면 부를 테니까.”‘그래도 여자니까 간단한 볶음 요리는 괜찮겠지?’하지만 이내 그는 알게 되었다.몇 분도 안 되는 사이 부엌은 이미 난장판이 되었고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요리가 타버렸다!그것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타버렸다! 아니, 아직도 타고 있다!“콜록, 콜록!”소연은 연신 기침하며 부엌에서 도망쳤다.다행히 남지훈이 제꺽 부엌에 달려 들어가 솥에 솥뚜껑을 닫았고, 솥에서 타오르던 불은 그제야 점차 꺼지기 시작했다.난장판이 된 부엌을 보며 남지훈은 어이가 없었다.“그냥 내가 할게.”소연은 혀를 내밀더니 말했다.“나 처음이라 그래. 네가 이해해!”남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아무리 봐도 소연은 부잣집 아가씨 같았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처음이라는 말도 설명이 된다.남지훈은 앞치마를 두르고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한 시간 뒤, 남지훈은 멘탈이 깨져버렸다!남지훈이 부엌에서 나오자 소연은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다 됐어? 나 좀 배고파.”남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연은 남지훈이 힘들어서 그런 줄 알았다. 아무래도 회복된 지 얼마 안 됐으니 말이다.그녀는 부엌으로 들어가 남지훈의 요리를 들고나와 식탁에 놓았다.“빨리 먹자.”“저기요, 아가씨.”남지훈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그냥 배달시키자.”그러더니 휴대폰을 들어 배달 앱을 열었다.소연은 의아했다.“왜 배달시켜? 기껏 다 해놓고, 맛있어 보이는데.”남지훈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이것만 먹을 수 없잖아. 밥은 먹어야지. 너 밥솥 볼래?”밥솥을 열고 확인한 소연은 두 눈을 의심했다.물과 쌀이 선명하게 갈라져 있다!어쩐지 남지훈이 배달을 시키겠다고 하더니, 밥솥에 온도도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멋
소연은 잠시 멈칫했다!대충 살자고?그녀의 성격에 대충이란 없다.게다가 그녀는 남지훈과의 3년 뒤를 생각해 본 적 없다. 그런데 어떻게 대충 산다는 말인가?반감은 없지만 좋아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남지훈이 칼에 찔려 응급실로 들어갔을 때, 소연이 눈물을 흘린 것은 전적으로 걱정 때문일 뿐이다.“무슨 생각해?”소연은 눈을 희번덕거렸다. 그녀는 남지훈에게 인터넷에서 보았던 말을 해주었다.“넌 데려갈 사람이 없지만, 날 데려가고 싶어하는 남자들은 줄 섰어.”남지훈은 머쓱했다.소연의 말에 그는 큰 키에 늘씬한 몸매, 잘생긴 얼굴의 소한진이 떠올랐다.‘설마 소한진을 마음에 두는 걸까? 그렇다면 왜 나와 결혼한거지? 무슨 사정이 있는건가?’그제야 남지훈은 소연이 얼마나 가지기 힘든 여자인지 철저히 느낄 수 있었다.만약 소연이 남지훈에게 이런 말을 했었더라면, 남지훈은 바로 찬성했을 것이다.이날 밤, 남지훈은 아무 걱정없이 편한 잠을 잤고, 소연은 또 뒤척거렸다.결혼 후 세 번째 불면.그녀는 밤새도록 남지훈의 말을 되뇌었다.‘대충 살자고?’그녀는 자기가 남지훈을 아끼고 있는지, 그리고 남지훈에게는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했다.그녀도 알 수 없다.하지만 그녀는 절대로 대충은 싫다.다음날, 소연은 이른 아침부터 하품을 연발했다.그 모습에 남지훈이 물었다.“어젯밤에 뭐했어? 잠을 덜 깬거야?”“게임하다가 늦게 잤어. 왜, 안 돼?”소연은 남지훈을 노려보았다.‘너 때문에 내가 잠을 잘 수 있어야지!’남지훈은 할 말을 잃었다.‘게임도 할 줄 아네?’아침을 먹고 두 사람은 남지훈의 고향인 대호촌으로 향했다.J시를 나서자 남지훈은 담배 몇 갑과 과일, 그리고 노인을 위한 보양식을 구매했다.소연도 그제서야 남지훈에게는 두 삼촌과 고모가 존재한다는 것과 할머니도 건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진성철 이장에게 드릴 담배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두 삼촌과 할머니에게 드릴 물건이다.남지훈은 매번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양 손
“그때 우리 엄마 배 속에는 누나가 있었어. 그런데 밥 먹을 때 필요한 수저와 냄비, 수저까지도 전부 둘째 할아버지한테 빌려 쓰셨대. 빌려 온 5만 원이 전 재산이었어. 땅도 얼마 가지지 못하셔서 나머지는 우리 부모님이 힘들게 개간하신 거야. 그래도 다행히 개간한 그 땅들이 아버지의 소유가 되셨어.”소연은 마음이 짠해졌다.그녀도 그런 말을 들은 적 있다. 시골에서는 대부분 장자가 제일 고생을 하지만 좋은 물건은 전부 둘째와 막내들에게 간다는 말.그런데 말로만 듣던 일이 남지훈의 집에서 발생했다니.분가한 지 얼마 안 됐을 그때, 그들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남지훈도 자기가 왜 갑자기 이런 말을 그녀에게 털어놓았는지 알 수 없다. 아마도 부모님이 너무 안쓰럽게 생각됐기 때문일 것이다.작은아빠와 막내 작은아빠가 땅을 어마어마하게 분배받았다.하지만 남지훈 일가는 겨우 손바닥만 한 땅을 분배받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편애에 남지훈은 당연히 억울함을 느꼈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라 남지훈은 훌훌 털어 버리기로 했다.차를 세운 뒤, 남지훈과 소연은 차에서 내렸다.사방을 둘러보던 소연은 의아했다.“왜 아무도 없지?”마을 전체는 아주 조용했고 이따금 새소리와 소 울음소리만 들려왔다.남지훈은 미소를 지었다.“이 시간이면 다들 밭일하시느라 바빠!”남지훈은 차 트렁크에서 준비해 온 물건을 꺼내 소연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집 앞에 도착한 남지훈은 두 눈을 의심했다!문고리가 텅 비어 있다!비틀어 뜯긴 자물쇠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남지훈은 속이 철렁했다.‘집에 도둑이 들었어!’그는 다급히 손에 들었던 물건을 내려놓고 문을 열었다.집은 누가 뒤지기라도 한 듯 아수라장이 되어있었으며 캐비닛 서랍도 전부 열려 있었다.“토지 소유증!”남지훈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급히 안방으로 달려 들어갔다.방문은 열려 있었고 침대 편의 서랍도 열려 있었다.남지훈은 당황스러웠다.‘아버지가 토지 소유증은 침대 옆 서랍에 있다고 하셨는데, 열면 바로 볼
자리에 앉자마자 김계현이 소연과 남지훈에게 시원한 보리차 두 잔을 따라주었다.시골에서는 날씨가 더울 때 보리차를 즐겨 마신다.아침이면 한가득 끓였다가, 일하다 지칠 때마다 한 잔 마시며 갈증과 피로를 풀었다.하지만 남지훈과 소연은 보리차를 마시지 않았다.남지훈이 말했다.“작은아빠, 저 아까 집에 가봤는데 자물쇠가 아예 아작이 났더라고요.”남지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용진이 말했다.“어제 발생한 일이야. 집에 아무도 없다고 도둑이 들었나 봐. 내가 이미 신고했어. 하지만 아직 뭘 잃어버렸는지는 나도 모르겠어. 그런데 너희 집에는 좋은 물건이 없잖아. 그러니까 아마 잃어버린 것도 없을 거야.”남지훈은 입술을 오므리고 말했다.“작은아빠, 우리 아버지 토지 소유증이 사라졌어요.”“뭐… 뭐라고?!”남용진은 안색이 변했다.“근데 그거 가져다가 뭐 한다고?”남지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도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분명 안방 침대 옆 서랍에 넣어뒀다고 하셨어요. 서랍도 뒤져봤고 둘만한 곳은 다 뒤져봤어요. 그런데 없더라고요!”남지훈의 말에 남용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오늘 토지 측량인데, 소유증을 잃어버렸으니 이걸 어떡해!”남용진은 마음이 조급해 났다.측량팀에서 오면 우선 소유증을 확인한 뒤 측량을 진행한다.그런데 소유증이 사라졌으니, 이걸 어쩐단 말인가?남지훈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따가 저 먼저 이장님 찾아뵐게요. 이장님한테 측량팀과 상의해 먼저 측량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고 소유증은 제가 어떻게든 빨리 재발급 받아둬야죠.”남용진의 눈빛이 반짝였다.“그게 재발급이 된다고?”남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토지국에 기록이 있으니 아마 될 거예요.”남지훈은 남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작은아빠, 어젯밤에 저희 아버지가 말씀드렸죠?”“그래, 얘기했어!” 남용진은 허허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잠깐 기다려. 내가 돈 가져올게.”남용걸이 사고를 당한 후, 최선정은 남용진에게 집에 있는 돼지 두 마리와 소 한 마리, 그
임성수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남지훈과 백지의 탈출은 호랑이를 산으로 풀어준 것과 같았다.전천행의 지도 아래 남지훈은 반드시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생각에 잠겨 있을 때쯤, 흑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부사령관님은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셨군요, 이제는 임 장군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흑포! 어딜 도망가려고? 너도 도망치지 못해!”그렇게 말한 후 그는 곧장 흑포를 향해 공격했다.그는 전부 장군 자리에 앉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흑포를 무너뜨려 큰 공을 세워 만 천하에 자기 업적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그때가 되면 전부 장군으로서의 그의 입지는 산처럼 굳건해질 것이다.쾅!흑포는 이미 전천행에 의해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고 임성수도 전설급이니, 흑포는 단 한 방을 맞고 바로 뒷걸음질 쳤다.“어떻게 감히….”흑포가 얼굴을 찌푸린 채 연신 피를 토해냈다.그는 자기 모든 계획이 뜻밖에도 임성수를 위해 성사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전천행이 전부 사람들의 통제를 받는 가운데 이 현장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사람은 놀랍게도 임성수였다.“닥쳐!”임성수가 소리 지르면서 흑포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흑포는 이 모든 계획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흑포를 죽이면 그 증거도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될 것이다.전천행이 흑포에게 중상을 입히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흑포가 화를 버럭버럭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심만우! 얼른 와서 나를 도와줘, 지금 죽이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죽어!”심만우는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전투에 가담했다.그는 이미 임성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뒤에는 전부 사람들까지 버티고 서 있었다.그런데도 심만우는 임성수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등 뒤에서 흑포의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임성수! 아무 때든 내가 너를 죽이는 날이 올 것이다!”그 말만 내뱉고 흑포도 서둘러 도망쳤다.같이 죽이자고 할 때는 언제고, 그는 놀랍게도
그중 한 명은 적국의 총사령관이었고, 나머지 사람은 놀랍게도 전천행이었고, 그리고 그 옆에는 남지훈이 서 있었다.화면의 음성이 매우 낮았지만 그래도 선명하게 들렸다.“그때 가서 국경 수비대가 100리 정도 퇴각할 때 당신들이 기회를 잡고 밀고 나가 기정사실로 하면 그 땅은 당신들 땅이 될 것입니다!”적군의 총사령관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장군님, 부사령관님, 두 분,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의 은혜를 꼭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몫은 제가 한 푼도 빠짐없이 넉넉하게 챙겨드리겠습니다!”이러한 장면을 보고 이러한 말까지 들으니 전부 요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그들 사이에서 벌써 작은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이 사람들…. 정말 적과 내통해서 나라를 팔아먹은 거야?”이 말은 마치 메마른 풀밭에 불씨를 붙인 것처럼 삽시간에 활활 타올랐다.임성수가 의기양양해서 외쳤다.“이들을 잡아라! 그리고 백지, 백 부사령관도 잡아라! 백지는 전천행의 수제자로 이 작전의 총책임을 맡고 있다,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그의 말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어찌 됐든 전천행은 전부의 장군이었고, 제거해야 할 다른 두 사람 모두 전부의 부사령관이었다.전부 요원들도 모두 정의로운 사람들로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그럼에도 눈에 띄는 누군가가 나서서 전천행과 남지훈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장군님, 부사령관님, 움직이지 마세요, 비록 우리는 당신들이 결백하다고 믿지만, 증거가 이렇게 확실하니….”이내 다시 돌아서서 전부 요원들을 바라보며 외쳤다.“형제들, 얼른 장군님과 남 부사령관님, 백 부사령관님을 전부로 모셔라!”저벅저벅 저벅!마침내 전부 요원들이 한 걸음 내디뎠다.이런 장면은 남지훈도 당황스러워서 문득 전천행을 바라보았는데, 전천행 역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전천행이 입을 열었다.그는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남지훈은 전천행의 입을 통해 알아차렸다.전천행은 임성수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백지를 데리고 먼저
“전설?”심만우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크게 외쳤는데 그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역시 전설뿐이었다.그리고 임성수가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곧 전부에는 전설급이 세 명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흑포님!”심만우가 전천행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흑포를 향해 외쳤다.“큰일 났습니다!”흑포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전천행의 무술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심지어 흑포보다 한 수 위였다.이 사람이 바로 전부의 최고 장군, 전천행이었다.아무리 상대가 레드 조직의 이인자와 맞붙어도 그는 이길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쾅!강력한 펀치와 함께 흑포는 전천행에 의해 뒤로 물러났다.남지훈 또한 심만우와 서로 주먹을 주고받았다.이 전투가 끝난 후에야 심만우는 남지훈이 얼마나 강력한 솜씨인지 깨달았다.그는 남지훈의 주먹 한 방에 그대로 뒷걸음질을 쳤고 가슴에서 피 한 방울이라도 터져 나오지 않도록 꾹꾹 참고 있었다.“너…. 넌 또 뭔데?”그의 안색이 급격히 변했다.단 한 번의 펀치만으로 그는 남지훈의 강력함을 느끼고 본인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남지훈이 심만우를 빤히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저요? 전부 부사령관, 남지훈입니다!”뭐라고!순간, 흑포도 흠칫 놀라 시선을 돌렸다.그는 그동안 남지훈을 그저 전부의 조력자 정도로만 생각했지, 남지훈이 전부 부사령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흑포가 곧바로 임성수를 사납게 노려보았다.이 순간 임성수도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봐 숨죽이고 있었다.“누가 도망친다, 모두 잡아라! 반항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즉시 사살하라!”이 외침에도 흑포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전천행이 지금 그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자신이 전천행과는 상대가 전혀 안 된다는 사실과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또 다른 사람, 남지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흑포의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자칫 오늘 밤 심씨 가문에서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장군님, 전부에 스
심지어 심씨 가문은 비밀리에 레드 조직의 국내 작전을 쭉 도와 왔었다.“흑포님!”심만우가 소리쳤다.“심씨 가문이 지금 위급한 상황인데 왜 아직도 안 나타나? 이러다 내가 전부의 포로가 되겠어!”그는 패닉에 빠졌다.게다가 전부까지 나선 마당에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흑포뿐이었다.“허허!”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흑포가 나타났다.그의 옆에는 몇몇 고수가 동행했지만 그들은 단지 무술 종사일 뿐 전설의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흑포를 보자마자 전천행이 눈을 지끈 감았다.“레드 조직 이인자, 본명 만인적, 일명 흑포! 이제야 실물을 영접했군!”전천행이 흑포와 직접 대면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전천행 역시 흑포를 나름 인물이라고 인정했는데 전부에서의 철통 포위 속에서도 흑포가 심씨 가문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과찬입니다, 오히려 전부에 뛰어난 인재가 많아서 여기저기서 우리를 쫓아다니느라 정말 수고가 많네요. 하지만 그런 날은 오늘부로 이제 없을 겁니다.”그는 매우 자신만만했다.전부에는 남지훈이라는 용맹한 장수가 있었지만, 그에게도 비장의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전천행의 이마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그는 흑포라는 상대를 매우 높이 샀다. 흑포가 전부 각 부대의 포위망을 뚫고 무사히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은 그도 결국 실력이 어느정도 있다는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흑포가 이제 그런 날은 이미 지나갔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흑포의 그런 근자감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분명 자신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그는 추측할 수 없었거니와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전천행이 씩 웃었다.“허세인가? 이 수법이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 게 유감이군!”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백지를 바라보았다.“흑포는 나한테 맡기고 너는 심만우를 맡아, 성수 씨는 나머지 사람을 감시하고 누구든 도망치려 하면 즉시 사살하라!”임무를 배정한 후
심씨 가문.전천행의 예상대로 심씨 가문은 정말 텅텅 비어 있었다.무술 종사도 몇 명 남아 있지 않았다.30명 남짓한 무술 종사 중 30명을 잃은 것도 심씨 가문에는 큰 타격이었다.심만지가 흑포에게 속았다.작전이 시작되기 전, 흑포는 고작 두 일류 재벌 가문에 불과하다고 심씨 가문의 철권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다.심만지는 그제야 비로소 안심하고 부하들을 내보냈다.심씨 가문 무술 종사를 하나쯤을 잃는 것은 흑포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전부 사람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심만지의 안색은 끔찍하도록 어두워졌다.“전 장군님! 무슨 일로 우리 심씨 가문까지 찾아오셨어요? 곧바로 얼굴에 미소를 띠며 평정심을 되찾았다.“우리 심씨 가문은 항상 법을 준수해왔고 불법적인 일을 한 적이 없는데요. 우리 심씨 가문은 모두 선량한 시민이란 말입니다.”심만지가 전부 사람들 보자마자 그런 말을 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전천행은 주위를 쓱 훑어보고는 심씨 가문이 이미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러고는 태연자약하게 자리에 앉더니 말을 꺼냈다.“가주님, 남들에게 알려지기 싫으면 애초에 그런 일을 하지 말았어야죠. 심씨 가문이 어떤 사람인지 굳이 제가 말 안 해도 본인이 더 잘 알지 않나요?”심만지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그는 전부의 법 집행 방식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만약 전부에서 뭔가 파악하지 않았다면 전천행이 그 많은 전부 병력을 심씨 가문에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전부 장군인 전천행이 왔고 두 부사령관인 백지와 임성수도 함께 동행했다.심만지는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일이 커졌음을 직감했다.‘젠장! 흑포가 분명 안전하다고 했는데 전부에서 어떻게 알고 온 거지?’심만지는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장군님,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심씨 가문이 하는 일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입니다.”“허! 가주님, 지금 저랑 장난하자는 겁니까? 심씨 가문이
하지만 그 20명의 무술 종사는 이 말을 듣고 초조해졌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했다.전부에서 공격하기 전에 종종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았다.그들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남지훈은 이미 적을 물리쳤다.쾅!주먹이 날아가자, 무술 종사 하나가 응수하며 날아가더니, 바닥에 떨어진 후 바로 전투력을 상실했다.유씨 가문 경호원들은 남지훈이 직접 손을 쓰는 것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이미 본 사람들도 단지 남지훈과 손 어르신이 스파링하는 모습을 본 것이 전부였다.그때 남지훈은 이미 손 어르신을 조금 앞지르고 있었고 지금은 더욱 강해져서 무술 종사도 그의 주먹을 막아낼 수 없었다.남지훈이 공격하는 동시에 유씨 가문의 경호원과 전부 요원도 함께 공격에 가세했다.윤호는 유씨 가문의 대문을 지키며 독 안에 든 쥐를 잡으려는 듯 아무도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남지훈은 속전속결로 끝내고 싶어서 거침없이 공격했고 그와 싸우던 무술 종사 중 그의 공격을 막아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전부 요원은 그보다 훨씬 더 전투적이었다.그들은 날카로운 나이프를 손에 숨기고 있었고 그들과 맞서 싸웠던 대부분의 사람은 큰 패배를 겪어야 했다.남지훈과 전부의 합류로 전투는 일방적인 전부의 승리로 전개되었다.무술 종사 20명은 놀랍게도 10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통곡하고 있었다.“데려가라!”전부 팀장이 손짓하자 그가 데려온 부하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개를 끌고 가듯 20명의 무술 종사를 유씨 가문 저택 대문 밖으로 끌어냈다.“부사령관님, 전 장군님과 백 부사령관님, 임 부사령관님도 이미 심씨 가문으로 갔으니 일단 우리는 이 사람들을 전부로 데려다 놓고 다시 심씨 가문으로 가서 지원하겠습니다!”“그래, 그렇게 해!”남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씨 가문 쪽을 바라보았다.유씨 가문과 L 가문은 아직 정보를 전달받지 않은 상태였고 아마 전천행 측에서도 아직 움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전천행은 먼저 남지훈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여야
남지훈은 먼저 유승조, 유지아, 소연, 그리고 나머지 유씨 가문 일가와 도우미들을 배치했다.20명의 무술 종사는 그다지 강력하지 않았지만 모든 일에는 항상 만일을 대비해야 했다.준비를 마치자 유씨 가문 전체가 불이 모두 켜지면서 저택은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유씨 가문의 대문도 활짝 열렸다.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무술 종사들에게는 유씨 가문의 문이 아니라 지옥의 문이었다.오늘 밤하늘이 뿌옇고 구름이 낮게 깔린 걸로 보아 큰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윤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하늘도 우리 편이군, 30분 안에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데 그때 모든 흔적이 빗물에 다 씻겨 내려가겠다!”폭우가 쏟아지는 것은 도로에 보행자가 적다는 것을 의미했다.보행자가 적다는 것은 오늘 밤의 충돌 현장을 목격할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게다가 전부가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지구는 여전히 그대로 돌고 태양은 여전히 떠오르며 서울 역시 그대로일 것이다.오늘 밤 20명의 무술 종사가 유씨 가문에 묻힐 줄은 그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L 가문까지 합치면 오늘 밤에 총 30명의 무술 종사가 사라지게 되는데 그것 또한 더더욱 모를 것이다.지하 밀실 안에는 유승조 일행이 숨어 있었다.밖에는 두꺼운 방폭 문이 있었는데 안에서 자발적으로 열지 않으면 폭탄으로도 문을 열 수 없었다.일류 재벌가인 만큼 반드시 방어 수단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소연은 안절부절못했다.무예에 능하지만 이제 겨우 무술 종사의 문턱에 들어선 그녀는 무술 종사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전설급이 아직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전설이 과연 얼마나 많은 무술 종사와 싸울 수 있는지는 몰랐다.유지아가 소연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지훈이와 유씨 가문 경호원, 전부 병력까지 합쳐서 우리도 쪽수는 20명 정도 되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사실 그녀도 남지훈의 안위가 걱정되었다.하지만 남자라면 당연히 최전방에서 자기 여자와
”시작합시다!”그렇게 말하면서 흑포는 태블릿을 꺼내서 임성수에게 건넸다.“이것 좀 보세요. 이 정도면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요?”임성수의 얼굴이 상기되었다.한참을 바라보던 그의 얼굴에는 격동의 빛이 떠올랐다.“충분해! 충분하다마다!”흑포는 뿌듯한 표정을 드러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도 전설급이니까 뒤에 결전이 일어나면 당신이 남지훈이나 전천행을 막아줘야 해요. 안 그러면 그 전설급 두 명만으로 우리를 충분히 담그고 남을 수도 있어요.”그는 전천행보다는 남지훈을 걱정했다.오늘 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서울 전체가 흔들릴 것이 분명했다.그때 전부가 출동하면 남지훈도 필연적으로 이 작전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흑포의 계획은 매우 간단했다. 임성수를 통해 기습 공격을 감행하여 단숨에 전천행, 백지와 남지훈을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이 세 사람을 무너 뜨린 후 그의 손에 든 약점으로 임성수를 자기 꼭두각시로, 레드 조직의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했다.그때가 되면 전 세계가 레드 조직의 세상이 될 것이다.만약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임성수가 영상을 다 확인한 후 흑포는 태블릿을 도로 가져와 임성수의 놀란 시선 속에서 태블릿을 마구 망가뜨렸다.“뭐 하는 거야?”임성수는 급한 마음에 흑포를 때려죽이고 싶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임성수가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는 중요한 것이 담겨있었다.“왜 그렇게 당황해요?”흑포가 싸늘하게 웃으며 태블릿을 각을 뜯고 내부의 하드 디스크를 꺼내 임성수에게 건넸다.“항상 조심하는 것이 좋아요. 전천행이 전부의 장군인 건 다 이유가 있어요. 전천행이 당신이 이미 배신을 때렸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그들을 놀라게 해요?”임성수는 흑포가 정말 신중하다고 생각하며 뜨거운 입김을 내뱉었다.‘내가 이래 봬도 전부 부사령관인데 전천행이 뭐 내 몸을 수색하기라도 하겠어?’흑포가 말을 이어갔다.“오늘 밤에 작전을 시작할 거예요. 심씨 가문 사람들이 이
유씨 가문에 살면서 소연은 불편한 점이 전혀 없었다.다만 조금 걱정스러운 듯했다.“지훈아, L 가문이 힘이 좀 달리는데 별일 없겠지?”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조금 우스꽝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다.L 가문이 어떻게 세력이 약하다고 여겼지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실제로 그런 상황이었다.결국 재벌 가문이었고 과거 L 가문 역시 고수들이 많았다. 비록 탑급 가문인 하씨 가문, 백씨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나름 자기방어 면에서는 상당히 충분했다.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방어 세력은 모두 이선호에 의해 거의 소모되었고 이미 세력이 약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남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와 이선우는 겨우 몇 번 만난 사이였고 제대로 된 말도 몇 마디 나눈 적이 없었다.부자간이 함께 보낸 시간이 없는데 부자간의 정은 얼토당토않은 말이었다.남지훈은 이선우가 죽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까지 이선우는 남지훈에게 걱정하는 말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아무 감정이 없는 부자간의 정은 전부 공허한 말뿐이었다.남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소연이가 말을 계속 이어갔다.“다른 뜻은 없어. 난 단지 네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어쨌든 이선우가 네 생부라는 건 변함이 없어.”소연은 이렇게 사려 깊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부자 사이에도 반드시 유대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만약 이선우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남지훈이 평생 후회할까 봐 걱정했다.남지훈은 여전히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소연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면서 남지훈과 이선우 사이의 응어리가 영원히 풀리지 않을까 걱정했다.남지훈의 말에도 이선우에 대한 절대적인 반감이 드러나진 않았다.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이선우는 먼저 남지훈과의 만남을 시도하지 않았다.이선우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 소연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남지훈은 이선우뿐만 아니라 L 가문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전부에서 병력을 L 가문으로 보내 L 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