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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죽을 거면 같이 죽자

전에 한번 화재를 겪은 적이 있어서 경험이 어느 정도 생겼다.

나는 문을 열어 집안 상황을 확인하려 했지만 문을 열자마자 검은 연기가 안으로 들어왔다. 2층은 아직 불이 번지기 전이었지만 1층의 불길이 천천히 위로 번지고 있었다. 연기가 제일 치명적이었다.

도우미들은 이미 다 탈출한 뒤였다. 1층에서 지내고 있기에 도망가기도 쉬웠다. 올라와서 내게 소식을 알려준 것도 다행이라 생각해야 했다.

아까 베란다로 이미 탈출한 도우미를 보고 사실 한시름 놓았다.

나는 정아와 애들에게 전화하고는 119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고는 문틈과 창문을 젖은 수건으로 막고 아이를 돌봤다. 이때 치지직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전선을 타고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불꽃이 튀어 오르는 걸 보니 마음이 조여왔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로아와 승현이도 위험한 기운을 느꼈는지 잠에서 깼다. 내가 옆에서 지키고 있는 걸 보고는 울지 않고 일어나 앉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갑자기 별장 다락방에 출구가 있는 게 생각났다.

나는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방문을 열었다. 아직 연기로 가득 차오르지는 않았다. 나는 한 손에 아이를 하나씩 안았다. 모성애가 내 잠재력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내가 이렇게 힘이 이렇게 센지 몰랐다. 나는 2층에서 다락방까지 단숨에 달려 올라갔다. 4층 정도 되는 높이라 불길이 번지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다락방 출구를 찾아 발코니와 비슷한 곳으로 나갔다. 거기서 아래로 내려다보니 아직 타지 않은 곳이 보였다. 만약 누가 거기에 에어백을 준비해 주거나 시트를 펴서 아이를 받아주기만 해도 탈출할 가망이 있다.

119가 오기 전까지 에어백은 없을 것이다.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잠옷만 입었지만 춥지는 않았다.

나는 다시 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올 때 제일 큰 시트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녀는 이미 오는 길이었다. 내 상황을 듣고는 마음이 급해서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알겠어. 기다려. 나 거의 도착하니까.”

“그래.”

나는 이상하리만치 덤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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