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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1화 별장에 불이 나다

Author: 배나영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2-21 19:00:00
“엄마.”

나는 엄마가 이우범 얘기를 꺼내자 머리가 지끈거렸고 기분이 잡치기 시작했다.

엄마는 내 표정이 이상해지자 나와 이우범 얘기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난감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난 그냥 네가 인호랑 엮이는 게 싫어서 그래. 인호는 너한테만 상처 준 게 아니야. 나랑 너희 아빠도 상처받았어. 알잖아.”

엄마는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혼자 위층으로 올라갔다.

나만 덩그러니 식탁에 남게 되었다. 그러니 식욕도 사라졌다.

——

그날이 지나고 배인호도 더는 찾아오지 않았다. 내게 할말이 있으면 카톡으로 먼저 내게 연락했다. 엄마의 기분이 좋아지길 바라는 것 같았다.

나는 민설아를 예의주시했다. 노민준은 이미 그녀가 배후라고 털어놓았고 모든 증거를 확보한 상태다. 이젠 그를 외국에서 인도해 오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빨리 외국으로 도망가는 데 성공했는데 지금 같은 속도로 그녀를 인도해 오려니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이미 확실해졌다. 무조건 국내로 돌아와 받아야 할 벌을 다 받게 될 것이다.

약 한주쯤 지나 아빠가 외국에서 돌아왔다. 원래는 더 빨리 돌아오려고 했지만 이우범이 수술 후 문제가 조금 생겨 며칠 더 지체했다고 했다.

아빠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이우범의 상황을 자세히 내게 설명해 주었다. 나는 마음을 졸이며 들었지만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지영아...”

아빠가 무언가 말하려다가 다시 입을 닫았다. 할말이 많아 보였지만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아빠, 하실 말씀 있으면 그냥 해요. 근데 우범 씨와 다시 시작해 보라는 거면 힘 뺄 필요 없어요.”

내 말은 얼마 남지 않은 아빠의 환상을 완전히 깨버리는 것과 같았다.

아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나랑 너희 엄마 앞으로 이런 얘기 안 할 거야. 우범이도 나한테 얘기했어. 수술 끝나면 빈곤 국가로 가서 의료 지원하면서 지내겠다고. 아마 몇 년은 안 들어올 생각인 것 같았어. 메스를 다시 잡을 순 없지만 그래도 경험으로 더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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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한번 화재를 겪은 적이 있어서 경험이 어느 정도 생겼다.나는 문을 열어 집안 상황을 확인하려 했지만 문을 열자마자 검은 연기가 안으로 들어왔다. 2층은 아직 불이 번지기 전이었지만 1층의 불길이 천천히 위로 번지고 있었다. 연기가 제일 치명적이었다.도우미들은 이미 다 탈출한 뒤였다. 1층에서 지내고 있기에 도망가기도 쉬웠다. 올라와서 내게 소식을 알려준 것도 다행이라 생각해야 했다.아까 베란다로 이미 탈출한 도우미를 보고 사실 한시름 놓았다.나는 정아와 애들에게 전화하고는 119가 오기를 기다렸다.그러고는 문틈과 창문을 젖은 수건으로 막고 아이를 돌봤다. 이때 치지직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전선을 타고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불꽃이 튀어 오르는 걸 보니 마음이 조여왔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로아와 승현이도 위험한 기운을 느꼈는지 잠에서 깼다. 내가 옆에서 지키고 있는 걸 보고는 울지 않고 일어나 앉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갑자기 별장 다락방에 출구가 있는 게 생각났다.나는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방문을 열었다. 아직 연기로 가득 차오르지는 않았다. 나는 한 손에 아이를 하나씩 안았다. 모성애가 내 잠재력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내가 이렇게 힘이 이렇게 센지 몰랐다. 나는 2층에서 다락방까지 단숨에 달려 올라갔다. 4층 정도 되는 높이라 불길이 번지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나는 다락방 출구를 찾아 발코니와 비슷한 곳으로 나갔다. 거기서 아래로 내려다보니 아직 타지 않은 곳이 보였다. 만약 누가 거기에 에어백을 준비해 주거나 시트를 펴서 아이를 받아주기만 해도 탈출할 가망이 있다.119가 오기 전까지 에어백은 없을 것이다.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잠옷만 입었지만 춥지는 않았다.나는 다시 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올 때 제일 큰 시트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녀는 이미 오는 길이었다. 내 상황을 듣고는 마음이 급해서 울먹거리기 시작했다.“그래. 알겠어. 기다려. 나 거의 도착하니까.”“그래.”나는 이상하리만치 덤덤했다.

    Last Updated :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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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내게 전화를 건네주었고 나는 받자마자 다급하게 물었다.“아주머니, 인호 씨 지금 어때요? 어느 병원에 있어요?”김미애는 울먹이며 말했다.“지영아, 먼저 몸조리부터 해. 인호는... 우리가 돌보면 되니까. 아마 외국 나가서 치료해야 할 수도 있어.”외국 병원까지 가야 되는 거면 엄마가 말한 것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거다. 나는 마음이 조여왔다.“지금 어디에요? 아직 깨어나기 전인가요?”내가 긴장한 말투로 물었다.“지영아, 걱정하지 마. 일단 상처부터 잘 치료해. 우리 몫까지 로아와 승현이 잘 챙기고.”김미애는 이렇게 말하더니 전화를 끊었다.나는 화들짝 놀라며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더는 받지 않았다.엄마는 내가 계속 배인호 쪽에 연락하려 하자 핸드폰을 뺏어가며 마음 아프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지영아, 일단 급해하지 말고 인호 상황 좀 기다려보자, 응?”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은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처럼 아파왔다.하지만 내겐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직감이 자꾸만 내게 배인호가 이번엔 큰일났다고 말해주고 있었다.나는 마음이 자꾸만 복잡해져서 자리에서 일어나 가려고 했다. 등에서 난 상처가 너무 아팠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내 반응에 엄마, 아빠는 너무 놀라 의사와 간호사를 불러왔다.진정제를 한방 놓아서야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꿈을 꿨다. 장례식을 참가하러 갔다. 주변 사람들의 착장은 온통 까만색이었다.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흐릿한 게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조급해지려는데 눈앞의 광경이 휙 변하더니 나는 묘지에 서 있었다. 앞에 세워진 묘비에 사진 한 장이 박혀 있었는데 놀랍게도 사진 속의 사람은 나였다.나는 너무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두 걸음 정도 물러서자 묘비에 박혀있던 사진이 나에서 배인호로 변했다.“아!”나는 그 무서운 악몽에 놀라 잠에서 깼다.진정제의 약 효과가 이미 지난 듯했다. 엄마, 아빠는 어디로 갔는지 병실에는 아무도 없었다.나는 천정을 올려다보다가 피곤한 몸을

    Last Updated :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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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전생에 일어난 일을 중점만 뽑아서 말해줬다. 이우범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내 말이 끝나도 이우범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나는 이 일이 얼마나 어이가 없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우범이 내 말을 믿어줄 거라 믿었다.“나는 무신론자예요.”한참이 지나서야 이우범이 입을 열었다. 나를 보고 있는 그의 눈빛이 무슨 뜻인지 나는 읽어낼 수 없었다.“내 말을 못 믿겠다는 건가요?”의외였다. 배인호는 늘 나를 믿어줬기 때문이다.이우범은 내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게 되물었다.“진짜 환생했다면 왜 지금 배인호를 찾으려는 거예요? 이게 지영 씨가 원하는 결과 아닌가요?”나도 나 자신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배인호에게 일이 터지기 전까지 나는 이 결과를 원했던 건 맞다. 하지만 정작 일이 터지자 나는 마음이 변했다.나는 더 부정하지 않았다. 그저 태연하게 내 마음의 변화를 인정했다.“우범 씨, 전에는 인호 씨를 미워하고 불만스러워하다가 지금은 미안해하면서 그리워하는 것도 많은 일을 겪어서 그런 거예요. 환생은 내 인생을 바꿨지만 내 마음속 깊이 잠재된 감정은 바꿀 수는 없더라고요. 나약하다고 욕해도 좋아요. 근데 난 더 이상 나를 세뇌하고 싶지 않아요.”이우범은 눈을 감더니 살며시 시트에 몸을 기댔다. 옆모습은 여전히 잘생겼지만 내뿜는 아우라는 서글펐다.한참 후 그는 다시 눈을 뜨더니 입을 열었다.“인호는 이미 내려놨는데 지영 씨는 계속 끌고 갈 생각인가요?”이우범도 배인호가 내려놓은 걸 안다는 건 노성민이 알려줬다는 거다.하지만 지금 내가 부딪힌 제일 큰 문제는 아예 배인호의 종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씨 그룹에도 가봤지만 배씨 그룹은 배건호가 관리하고 있고 배인호 본인은 나타난 적이 없다고 했다.나는 배인호가 나를 피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나는 뜬금없이 이우범에게 물었다.“혹시 인호 씨 연락온 적 있어요?”그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흔들며 씁쓸하게 웃었다.“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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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지영은 이우범이 진심으로 배인호에게 말하는 것을 들어서야 마음 깊이 있던 궁금증이 드디어 풀렸다.그녀는 이것이 배인호와 이우범이 화해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역시 배인호의 얼굴은 점점 더 편안해져 갔다. 잠깐의 침묵이 있었던 뒤 배인호도 말했다.“그래, 우리도 영원한 친구야.” 그는 말을 끝낸 후에 허지영을 바라보았다. 허지영은 그의 행동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인호는 이 순간이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손에 넣고 우정도 되찾은 진정한 승리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전화를 끊은 후, 배인호는 두 팔을 벌렸고 허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품에 안겼다. 그들은 서로를 꽉 껴안았다. 빈이가 로아와 승현을 데리고 이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아빠한테 책 좀 읽어달라고 해줘요~”로아가 낮은 목소리로 빈이를 재촉하였다.세 사람은 잠을 오지 않아서 내려가 배인호더러 그들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려고 했다.그런데 세 사람은 내려오자마자 아빠와 엄마가 행복하게 안고 있는 것을 보자 조금은 부끄러워졌다.로아와 승현 두 아이는 너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빈이는 어른이 다 되였기 때문에 괜찮았다.“유니콘, 유니콘!”승현는 유니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배인호가 유니콘의 이야기를 승현에게 들려준 후부터 승현은 노래를 들을 때도《유니콘》만 듣고 싶어 했다.두 어린이는 빈이를 양쪽에서 감쌌고 포동포동한 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으며 기대로 가득 찬 큰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로아와 승현은 나이는 어리지만 똑똑해서 아빠와 엄마가 포옹하고 있을 때는 방해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그들보다 많은 빈이는 방해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빈이가 주저하고 있을 때 로아의 간절한 눈빛에 빈이는 말했다.“내가 너희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어때?”“형은 못 해! 못 해!”승현이가 거절했다. 왜냐하면 형한테 유니콘을 불러달라 했을 때 음정이 하나도 맞지 않아서였다.로아도 그렇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2화 그냥 친구일뿐

    허지영은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사치하게 그리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일을 겪은 후에야 이룰 수 있었다.그녀의 눈시울도 붉어졌고 마침내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요.”사람들은 열렬한 박수를 터뜨렸다. 모두 이 부부의 재결합을 기뻐했지만 아무도 인파 뒤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배인호가 반지를 허지영의 손가락에 끼우는 것을 보고 나서야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그는 저택을 떠나 차에 올랐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차갑고 마른 얼굴을 드러냈다.이우범은 원래 해외에 있어야 했지만 참지 못하고 결국 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오늘의 입장권도 박준이 그를 위해 비밀리로 얻어 주었다.이제 허지영이 행복을 찾았음을 직접 보았으니 이우범은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다.이우범이 막 차를 몰고 떠나려고 할 때, 박준이 어느새 따라 나와 차 앞에 막아 섰다.“이우범, 왜 벌써 가려고?”다른 사람들은 이우범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박준은 그가 올때부터 알아 보았다.박준은 이우범이 아직 허지영을 놓지 못했고 분명히 그녀의 결혼식에 몰래 참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넌 왜 나왔어?”이우범은 박준을 보고 조금 놀랐다.“내가 안 나오면, 너는 이렇게 가버릴 거잖아. 배인호는 안 보면 그만이지, 나와 노성민도 안 볼 거니?”박준은 화가 내면서 말했다.박준은 이우범이 지난 몇 년 동안 항상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국내 친구들과의 연락이 매우 뜸했고 이번에 어쩌다 한 번 돌아왔는데 그들과 밥 먹고 술 한 잔 안 하고 허지영만 보러 온 거에 서운해했다.“나 공항에 가봐야 해.”이우범은 약간의 미안함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우범은 하루도 여기서 보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저녁에 같이 밥 먹고 가. 지금 떠나면 너랑 나 친구로 끝이야. 알겠어?”박준은 협박하듯 말했다.이우범은 어쩔 줄 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1화 나랑 결혼해줄래?

    박정아의 말에 허지영, 오세희, 이민정은 적극 찬성했다.다른 사람과 또 식을 올린다면 쪽팔리겠지만 같은 사람과 두번 식을 올리는 건 무엇을 설명할까? 그들이야 말로 찐 사랑인 것이다.——두 달 뒤.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은 준비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식의 사치와 호화로움은 무수한 감탄과 부러움을 불러일으켰다. 허지영은 천만 원 가치의 수제 웨딩드레스를 입었을때 기묘한 감정이 들었다.허지영은 처음 배인호한테 시집갈 때를 떠올렸다.그때 허지영은 자기가 직접 고른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지금 사치스로운 드레스와 비교도 안 됐다. 그때의 배인호는 결혼식은 하나의 미션 수행처럼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 후 몇 년이 지나고 그들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허지영은 웨딩 드레스 위에 박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가볍게 만졌고 그 순간 그녀는 찬란한 태양빛 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박정아를 포함한 친한 친구들은 연속 감탄했다.박정아는 허지영 주위를 돌면서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영아, 정말 예쁘다. 몇 년 동안 방황하더니 결국 네가 원하는 행복을 얻게 되었네.”“맞아, 나도 너의 용기에 감탄해. 다행히 배인호도 정말로 많이 변한 거 같애.”오세희도 연속 감탄했다. 이민정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개과천선했으니 앞으로도 쭉 그럴 거야. 너를 또 상처 입힐 일이 있으면 우리 몇 명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때, 허지영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다가왔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딸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허지영은 그들이 가장 아끼는 보물같은 존재였고 그녀는 감정적인 고통을 겪은 후에야 재혼이라는 결정을 내렀다. 처음에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지금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었다.하지만 이 순간, 허지영이 행복해 보이자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아빠, 엄마.”허지영은 부모님이 오자 이상하게 코가 찡해진 듯했다. 아마도 그들의 힘든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뿌듯해하는 모습을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0화 이번 생은 너 하나뿐

    허지영은 배인호와 다른 여자의 스캔들을 폭로한 댓글을 보니 마음이 철렁 거렸다. 허지영은 일어서서 배인호와 아버지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바둑을 두고 있었고 경기는 아주 치열했다. 허지영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배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허지영도 따라서 웃었다. 허지영은 스캔들에 대해 바로 묻지 않고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 조용히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핸드폰 화면에는 배인호와 한 여자 연예인 간의 스캔들이 적힌 댓글이 고스란히 써져 있었다. 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와 바둑 한 판을 두고 난 뒤, 눈길은 자연스럽게 허지영의 핸드폰이 자기의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을 보았고 화면이 꺼지려 하면 허지영이 화면을 다시 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화면에 적힌 그 말은 무슨 뜻이지?’배인호는 허지영의 휴대전화를 가져와 댓글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순간, 바둑을 계속 두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와 허지영의 재혼을 많은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았으며 이미 준비 중인 결혼식도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이 가득하였다.‘결혼식이 엄청 화려해서 준비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 것 뿐인데 이게 무슨... 그리고 나와 한 여자 연예인이 하룻밤을 같이 보낸 스캔들이라고?’그날 밤에는 최소 일곱-여덟 명의 사람이 있었고 남자 여자 다 있었다. 주로 투자에 관한 이야기하다가 여자들이 떠나고 남은 몇 명의 남자들이 룸에서 잠을 잔 것이다. ‘언론은 이렇게 근거 없이 아무렇게나 사건의 앞뒤도 맞지 않는 헛소리를 늘어놓다니...’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좀 이따 다시 바둑을 둬도 괜찮을까요? 지금 급하게 좀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허지영의 아버지는 자초지종을 모르고 배인호의 말에 급한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동의했다. 그러고 나서 허지영의 아버지는 허지영의 어머니를 도와주러 주방으로 향했다.허지영의 아버지가 나가자마자 배인호는 바로 허지영의 손을 붙잡았다.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9화 또다시 스캔들

    거절당한 후, 배인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마치 모든 욕망을 내뱉으려는 듯했다.허지영은 이불을 감싸안고, 배인호와 사이에 안전한 구역을 만든 다음, 다시 잠을 이루려 했다.“여보, 벌써 자정이 넘었어.”겨우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약간 쉰 듯한 배인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허지영이 방금 잠에서 깨어나려는 찰나, 어느새 안전 구역을 넘어온 손이 허지영을 강하게 끌어당겨, 뜨거운 품에 꼭 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배인호 씨, 당신...”허지영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입술이 막혔다.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뜨거운 키스 때문에 다시 정신이 흐릿해졌다. 허지영은 저항을 포기했다. 오늘 밤은 편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허지영은 온몸이 녹아내린 듯한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돌아보자 배인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샤워를 한 후, 허지영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배인호를 발견했다.그리고 노성민과 박성아는 언제 왔는지 모르게 도착해, 세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 시간에 노 씨 집에 세 아이는 허지영의 세 아이와 노는 중이어서, 거실은 매우 활기찼다.박성아가 머리를 들어 계단에서 내려오는 허지영을 보고 말했다. “아이고, 지영아, 너 드디어 내려왔네. 재결합해서 기쁜 건 알겠지만, 몸조심해야 해!”허지영은 박성아를 쏘아보며, 얼굴에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옷깃을 조금 더 높이 당겼다. 그렇지 않으면 어젯밤 남은 흔적이 들킬 수 있다.그들은 다 같이 식사했다. 식사 도중, 박성아가 민설아의 일을 언급했다. “그래, 민설아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매우 뛰어난 변호사를 고용했어. 이 여자 정말 죽을 쑤고 있어, 지금도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신이 감옥에 안 가고 바로 무죄로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민설아의 이름을 듣고, 허지영은 본능적으로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배인호는 로아와 승현, 두 아이에게 옥수수알을 까주는 데 집중하고 있어, 박성아의 말은 아예 듣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8화 악몽에 시달리다.

    허지영은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응급처치를 했다.허지영의 부모님은 거듭 의사에게 수술의 가능 여부 혹은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딸의 이 짧은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이 얻은 대답은 모두 절망적인 것이었다.병상 앞에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부모님은 마치 하룻밤 사이에 10살이나 더 늙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병상에 누워있는 딸을 보며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영아, 우리 놀라게 하지 말아줘. 빨리 깨어나, 강하게 버텨줘..”“우리는 다 널 응원할 거야. 네가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라고 했잖아... 버텨줘. 우리 같이 여행 가자. 응?”“넌 삼촌과 이모의 유일한 희망이야, 그들을 위해서라도 버텨야 해!”“영아, 우리 딸... 흑흑흑...”온갖 소리가 허지영의 귀에 들어왔다. 허지영은 몸에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이 느껴졌고, 눈앞은 어렴풋한 빛에 휩싸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부모님의 얼굴과 친구들이 슬퍼하는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몹시 의외인 것은 이우범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가장자리에 서있었지만, 키가 커서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이우범이 왜 여기에 있지?’허지영은 입을 벌려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고 온몸이 아프기만 하였다.“영아, 너 어떻게 우리를 버리고 떠날 수가 있어... 나랑 네 아빠는 어쩌고...” 어머니는 허지영이 깨어났지만 기뻐하기는커녕 더욱 슬프게 울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기 딸에게서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부모님은 허지영이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전혀 모른다.“아빠, 엄마, 제가 불효자예요... 미안해요... 다음 생이 있다면 제가 그때 효도할게요...”허지영은 허약하게 몇 마디 하려고 노력했지만, 부모님을 더 슬프게 할 뿐이였다.극심한 슬픔에 부모님은 뒤돌아 병실을 나왔다. 자기 딸에게 이토록 처참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박정아는 바로 앞장서서 허지영의 손을 꼭 잡았다.“영아, 너도 날 꼭 기억해야 해.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나를 찾아줘.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7화 영원히 그녀를 사랑할 수 없어.

    허지영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는 타고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가문에 서로 사랑하는 부모님, 좋은 성적,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가정이 풍비박산나고 삶의 끝에 이르렀다.허지영은 부모님이 자신의 눈앞에서 눈물범벅이 된 모습을 지켜보고는 마음이 아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를 속일 수가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배인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배인호는 내가 유방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면 보러 올까? 마음이 약해질까?’‘왜 지금 이때까지도 나는 그 잔인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걸까?’허지영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재 상태에서는 수술할 필요도 없고 방사선 치료와 안전하고 보수적인 치료 외에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허지영은 어떻게든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고 나서 가장 먼저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늘 그렇듯 또다시 거절당했다.허지영은 다시 배인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유방암 걸렸는데 말기래요. 당신이랑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이번에는 배인호가 답장을 했다.“병 걸렸으면 제대로 치료받아. 나는 의사가 아니야. 널 치료 해줄 수 없어.”이토록 차갑고 매정한 답장을 보면서 허지영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배인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배인호는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걸까?“영아, 더 이상 배인호 생각은 안 하면 안될까?” 박정아와 친구들이 토끼처럼 눈이 붉어져서 허지영의 집으로 찾아왔다.“우리랑 여행 가자. 우리랑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도 맘껏 즐기면서 몇몇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깔끔하게 잊는 거야. 더는 그 쓰레기들에게 상처받지마. 응? ”허지영의 병을 알게 된 이후로 허지영의 부모를 제외하고 가장 슬퍼했던 건 박정아와 3명의 친구들이였다. 거의 매일 슬픔에 잠겨 허지영의 만날 때마다 울음을 참지 못했다.친구들은 더이상 허지영이 고통받는 걸 지켜보기 싫어했다. 그들은 허지영의 좋은 친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화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

    배인호는 식탁 위의 아침밥을 흘깃 보고선 한마디 대답도 없이 넥타이를 묶으며 거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허지영은 뒤따라가 한 번 더 묻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인호가 차에 올라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모습뿐이었다.허지영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배인호는 크나큰 빙산이고 허지영은 작디작은 불씨였다. 허지영은 자신의 불씨로 빙산을 녹이려고 하였지만, 결국 그 작은 불씨는 빙산에 의해 꺼져버렸다.“허지영, 우리 이혼하자.”배인호는 어느날 드디어 허지영에게 처음으로 이혼을 얘기했다.허지영은 배인호가 간만에 집에 돌아왔다는 기쁨에 사로잡혀있었다. 허지영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혼합의서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배씨 그룹 지분의 3%면 충분해?”“이혼이요?”허지영은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배인호가 갑자기 이혼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둘은 결혼 이후 함께 지낸 시간은 적었지만, 허지영은 결코 배인호의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고 절대적인 자유를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모자라는가?허지영은 그 수많은 스캔들을 꿋꿋이 참아오면서 작은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배인호는 이혼을 원하는 걸까.“맞아. 난 널 전혀 사랑하지 않아. 난 지금 지키고 싶은 여자가 생겼어.”배인호는 이 말을 할 때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치 배인호와 5년 동안이나 결혼 생활을 해온 허지영이 생명이 없는 장난감일 뿐이며 그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아픔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허지영의 목소리를 떨면서 말했다.“누굴 사랑하게 된 건데요? 누구예요?”하지만 배인호가 허지영에게 이런 일들을 얘기해줄 리가 없었다. 그는 차갑게 소매를 털며 말했다.“이혼 합의서 잘 살펴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사인해. 별로라면 나한테 연락해. 다시 얘기하자.”허지영이 말도 꺼내기 전에 배인호는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5화 악랄한 대우.

    “인호 씨.”허지영은 먼저 배인호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대방의 서늘하기에 그지없는 눈빛뿐이었다.그 순간 허지영은 그녀가 새신부가 아니라 철천지원수인 것만 같았다.허지영은 그 눈빛에 놀라 흠칫했다. 아마 배인호의 어머님이 때마침 나타나지 않았다면 계속 계단에 서서 멍만 때렸을 것이다.“지영아, 내려와서 아침밥 먹어야지.”배인호의 어머님이 인사를 건넸다.그제야 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럽게 식당으로 걸어갔다.배인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지영의 존재를 무시했고, 밤새 잠을 자지 않은 듯 턱에는 푸릇푸릇한 수염이 자랐고 눈은 약간 충혈되어 매우 피곤하고 짜증이 난 것같은 모습이었다.하지만 허지영은 감히 더 물어볼 수 없었고 물어보아도 대답도 안 해줄 것을 알고 있었다.그날부터 허지영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철저한 장식품이 되었다. 배인호는 심지어 결혼전 보다도 더 차갑게 굴었으며 종종 집에 오지 않았다.허지영은 신혼집 인테리어에 모든 심혈을 기울였고 청담동이라는 곳에 있는 별장이 바로 그녀와 배인호의 신혼집이었다. 기초 공사는 거의 끝마쳤지만 가구와 같은 인테리어도 천천히 골라야 했다.허지영은 6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청담동 별장을 꿈의 신혼집 모습으로 장식해 놓았다. 그녀는 배인호가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이 아름다운 집은 결국 그녀의 외로운 결혼의 무덤이 되어버렸다.“결혼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5명이나 스캔들이 생겨? 영아, 너 진짜 잘 참는다!”박정아의 전화 10통 중 9통은 배인호의 뒷담화였다.“그거 다 보여주기식일 거야.”허지영은 사실 배인호가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마치 자기의 가련한 자존감을 지키려는 듯 배인호의 편을 들어주었다.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아서 허지영은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하루 또 하루, 한 해 또 한 해가 지나면서 허지영은 혼자 청담동에서 망부석이 된 것만 같았다. 마치 웃음거리인 것처럼 다들 그녀에 대한 기억은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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