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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우리 집을 사겠다는 사람

작가: 배나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2-23 19:00:00
밥을 먹고 나니 너무 피곤해서 도우미에게 아이를 재워달라 하고는 먼저 씻으러 갔다.

새벽녘에 나는 밖에서 울리는 경적을 들었다. 소리가 우리와 매우 가까웠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몸을 돌리고는 잠을 청했다.

핸드폰을 무음으로 설정해 놓았기에 침묵 속에서 화면이 켜졌지만 나는 보지 못했다. 이튿날 잠에서 깨서야 이우범이 온 문자를 확인했다.

「자요?」

나는 일찍 잠에 들었는데 이우범은 새벽까지 잠들지 못한 것 같았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요? 난 자고 있었어요.」

이우범은 답장이 꽤 빨랐다.

「네, 그냥 같이 바닷바람 쐬러 가고 싶어서 연락했어요.」

너무 뜬금없었다. 새벽 두 시가 다 된 시간에 바닷바람이라니 이상했다.

수상했지만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부동산 중개인을 찾아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매물로 올리고 팔 준비했다. 이 집이 팔리면 나는 서울로 올라가 있을 예정이다.

엄마, 아빠는 그때 이 집을 매입할 때 거액을 썼고 인테리어에도 많이 투자했다. 매매가가 꽤 높은지라 당장은 문의하는 사람이 없었다.

중개인은 내게 값을 조금 내릴 것을 건의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급전이 필요해서 매물로 올린 것도 아니기에 급할 건 없었다. 그냥 휴가를 왔다고 생각하려 했다. 감동인 건 내가 제주도로 건너온 걸 알고 정아가 아이 셋을 집에 버려둔 채 바로 이쪽으로 날아왔다. 물론 옆에는 노성민도 있었다.

이 두 사람이 우리 집 문 앞에 나타나자 나는 환각이라도 생긴 줄 알았다. 정아는 손에 든 가방을 흔들며 말했다.

“왜? 별로 반갑지 않은가 봐?”

“반갑지! 근데 아이들은 어떡하고?”

나는 얼른 그들을 안으로 맞이했고 걱정스레 물었다.

“성민이 부모님이 봐주고 있어. 걱정하지 마. 근데 너는 왜 갑자기 여기로 내려온 거야? 그것도 조금 머물다 올라간다면서?”

정아가 궁금한 듯 물었다.

노성민은 정아의 뒤를 따라 들어오더니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살폈다. 마치 도둑질하러 들어온 도둑처럼 말이다.

나는 눈은 노성민의 반응을 살피며 입은 정아의 물음에 대답했다.

“이 집 처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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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을 먹고 나는 정아와 노성민에게 차를 만들어주었다. 잡담을 나누긴 했지만 내 정신은 다른데 팔려 있었다. 계속 현관문을 확인했다. 대문도 미리 열어둔 상태였다. 중개인이 매입자를 데리고 오기만을 기다렸다.오후 3시쯤 되어 차가 시동을 끄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로 몸을 일으켜 정원으로 향했다.집 앞에는 빨간색 차가 세워져 있었다. 부동산 중개인이 먼저 내려 나를 향해 웃으며 인사하더니 뒷좌석을 열었고 한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나는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남자가 익숙한 모습이길 바랐다. 하지만 차에서 내린 남자는 낯설었고 배인호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유일하게 닮은 곳이라면 성별뿐이었다.정아와 노성민도 따라 나왔고 차에서 내린 남자를 보더니 다들 실망한 표정이었다.“허지영 씨, 이분이 바로 이 집을 매입하겠다고 한 진도하 씨입니다.”중개인이 내게 소개해 줬다.나는 실망한 마음을 추스르고 가볍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진도하 씨, 안녕하세요.”“허지영 씨, 안녕하세요. 오늘 특별히 집을 구경하러 왔습니다.”진도하는 내 손을 꼭 잡았다. 그는 손에 땀이 많이 나서 그런지 손이 축축했다.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그의 손을 놓았다. 그러고는 중개인에게 바로 사람을 데리고 들어가면 된다고 눈치를 주었다.나는 진도하의 걸음걸이와 옷 디테일, 그리고 때때로 땀을 닦는 동작까지 세세히 관찰했다. 중간중간 중개인에게 여러 문제를 물어보면 내가 중개인을 대신해 바로 대답했다.2층에 도착해 진도하는 놀고 있는 로아와 승현이를 보고 걸음을 멈추더니 핸드폰을 꺼내며 물었다.“허지영 씨, 자제분들인가요?”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맞아요. 왜 그러세요?”“너무 귀여워서 그러는데 혹시 사진 한 장만 찍어도 될까요? 제가 원래 아이를 좋아하거든요, 특히 이렇게 귀여운 아이는 더더욱 좋아해요.”진도하가 대답했다. 하지만 이 대답은 정말 어딘가 수상했다.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핸드폰으로 놀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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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51화 그와 안녕히

    “괜찮아, 그러기도 쉽지 않을 거야. 여기 집 팔고 나 서울로 돌아가려고.”나는 이 말은 일부러 노성민도 들리게 이야기했다.노성민과 배인호는 여전히 연락하고 있을 것이고, 그걸 나한테 말해주고 싶어 하지 않을 뿐이다. 이렇게 된 이상, 그들 뜻대로 하게 내버려두는 게 맞을 것 같다.노성민은 내 말이 끝나기 바쁘게 역시나 핸드폰을 하기 시작했고, 손가락은 빠르게 핸드폰 모니터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는 문자 발송 후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그 강아지도 데려가려고요?”“네, 여기에 계속 남겨두지는 않을 거예요. 그건 전에 인호 씨가 나한테 준 선물인데, 2년 동안은 아이들 과민반응 때문에 곁에 둘 수 없었어요. 지금은 아이들도 조금은 커서 면역력도 올라갔으니 많이 괜찮을 거예요.”내가 답했다.그러자 노성민은 뭔가 생각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질문은 누가 봐도 배인호가 물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기에 나는 여기에 대해서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나는 가장 빠른 속도로 여기의 집을 처리 후 이우범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내가 서울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와 작별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그는 때마침 정원에서 화초를 다듬고 있었다. 오후의 따스한 햇볕이 그의 몸에 비쳐 그 화면은 엄청 정적이고 아름다워 보였다.“이우범 씨, 나 내일 정아네랑 같이 서울로 돌아가요. 우범 씨는 앞으로 여기 있기로 한 거예요?”내가 그에게 묻자 이우범은 손에 있는 도구를 내려놓으며 차분하게 나를 바라봤다.“네, 만약 저도 돌아간다면 지영 씨에게 알려줄게요.”이러는 것도 사실은 괜찮은 방법 같긴 하다. 여기에 남아있는 게 서울보다 더 자유롭고 편할 것이며, 서울 쪽에서는 이우범의 일에 대해 아는 사람도 많거니와 뒤에서 그를 논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나는 앞으로 걸어가 그 화분들을 바라보았다. 언제부터 이런 취미가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예쁘게 잘 다듬어져 있었다.우리 둘은 간단한 대화를 끝내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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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52화 카메라를 제거하다.

    사실 배인호가 후유증이 남아서 나를 보려 하지 않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속으로 나도 어느 정도 짐작은 했었다. 그는 자존심이 강한 남자라, 내 앞에서 저런 나약한 모습을 절대 보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결과가 이 정도로 심각할 줄 생각지도 못했다. 휠체어에 앉아있을 줄이야, 지금은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나는 내가 봤던 장면이 믿어지지 않아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 마음속으로 참고 참았던 무거운 기분 탓에 참지 못하고 눈물까지 흘러내렸다.이때 그 여성이 배인호의 휠체어를 밀며 내 쪽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들리지는 않지만, 한쪽으로는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듯 보였다.내가 원래 여기 온 목적은 차에서 내려 그를 보려 했지만, 지금은 차마 차에서 내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들이 차 옆을 지날 때, 나는 심지어 허리를 숙인 채 숨었고, 그들이 차에 있는 나를 발견하지 않기를 바랬다.기사 아저씨는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듯했고, 그들이 멀리 떠난 후에야 나에게 말을 건넸다.“아가씨, 저 사람들 갔어요.”내가 몸을 일으켰을 때 내 얼굴에는 이미 눈물범벅이었다.점점 멀어져가는 그의 모습을 보니 나는 마음속으로 엄청 속상했고, 차에 앉아 한동안 멍해 있었다.——나는 차에서 내린 뒤 기사 아저씨더러 먼저 가보라고 하고, 나는 그 부근에 남기로 했다. 배인호가 돌아올 때쯤 다시 한번 그를 보고 싶으니 말이다.이때 정원 문이 다시 열리더니 이번에는 누군가가 나오는 것이었다. 거기에서 나온 사람은 내가 예상치도 못한 인물, 바로 빈이였다.빈이는 손에 공을 하나 들고 기웃거리더니 다시 문을 닫고 외출을 하는 것이었다.나는 빈이의 근황에 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전에 배인호와 김미애가 나에게 그 근황에 관해 말해준 적은 있다. 나는 배인호와 연락이 끊긴 후로부터 빈이에 대한 소식은 듣지를 못했다. 나는 빈이가 지금까지 해외 복지기관에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계속 배인호와 연락이 닿지 않으면 나는 혼자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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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53화 스쳐 지나가다

    그 두 개 카메라를 제거하면 그 뒤에 배인호의 상황에 대해서 나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하여 나는 다급해 났다.만약 내가 지금 바로 가서 벨을 누른다면, 배인호는 나를 보고 과연 어떤 반응일까?나는 그 욕망이 점점 강렬해졌다. 하지만 배인호가 나를 피한다는 것만 생각하면 마음도 금세 식었다.만약 진짜 그렇게 한다면 배인호의 자존심을 아예 무너뜨린 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게다가 그는 현재 그런 모습을 나에게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인데, 만약 내가 굳이 그 앞에 나타난다면...나는 결국에는 그 생각은 접은 채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내가 한창 멍을 때리고 있을 때, 나는 조용한 발걸음 소리를 듣게 되었고, 누군가가 내 뒤에 와서 서 있는 느낌이었다.“왔어요?”나는 깜짝 놀라 바로 고개를 돌려보니 이우범이 서 있는 것이었다. 그는 손에 음식 재료를 들고 있었으며, 아마 저녁 준비를 할 재료들인 듯 보였다.다시 제주도로 돌아온 후 이런 상황에서 이우범과 마주칠 거라고는 나는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애써 미소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이우범 씨, 인호 씨가 옆집에 사는 거 알고 있어요?”“네, 알아요.”이우범은 명쾌하게 인정하더니 멀지 않은 곳의 집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집으로 가서 밥 먹어요.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죠.”“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우범이 대체 얼마나 많은 일을 알고 있는지 엄청 궁금했다.나는 이우범의 발걸음을 따라 우리 집 문 앞을 지날 때쯤, 갑자기 자리에서 멈춰 섰다. 그 시각 배인호는 바로 정원에 있었고, 나 또한 그와 아주 가깝게 있었다. 내가 지금 초인종만 울린다면...물론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고, 이우범을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이우범네 집은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했고, 정원의 화초 또한 여전히 잘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왠지 귀에 익은 “야옹”이라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려보니, 언제 데리고 왔는지 비비가 옆에서 놀고 있었다. 비비는 나를 보면서 모르는 척하더니, 내가 몸을 숙여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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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인호의 간병인 집사 임원희는 겁도 없이 배인호가 오늘 이우범네 집에서 잔다고 하니 나를 배인호 집에서 하루 묵고 가라고 했다.“허지영 씨, 오늘 저녁 여기서 하룻밤 쉬고 가요. 때마침 배인호 씨 검사보고서도 보여드릴 것 있고요.”그 말에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배인호가 집에 없다고 한들 빈이는 집에 있지 않겠는가? 나는 빈이가 나를 발견하고는 배인호에게 참지 못하고 알려줄까 봐 겁이 났다.하지만 다시 생각을 고쳐 보면, 내가 온 목적이 바로 배인호를 보려고 온 거 아닌가? 이건 언젠가는 있어야 할 일인 거고, 지금은 합당한 타이밍을 찾고 있을 뿐이다.이윽고 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답했다.“네.”나는 그러고는 그녀 따라갔다. 여기는 내가 예전에 살았던 집이라 한눈에 뭐가 변한 게 있는지 없는지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잘 알고 있다. 그 집은 예전과 변한 게 하나도 없을뿐더러, 그녀는 나를 거실로 데려가며 알려주었다. 배인호가 일부러 원래대로 아무것도 터치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그래야만 예전에 나와 아이들이 여기에서 생활한 걸 그대로 느낄 수 있다면서 말이다.“허지영 씨, 일단 앉아요. 물 한 잔 가져다드릴게요.”임원희는 그러면서 주방으로 향해서 갔고, 나는 갑자기 뭐가 떠올라 얼른 이우범에게 문자 한 통을 보내 현재 상황에 대해 알려주었다.곧 이우범에게서 답장이 왔다.「네, 인호 지금 여기 있어요. 만약 인호가 집에 돌아가려 한다면 바로 알려줄게요.」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때마침 임원희도 물 한 컵을 가져다주더니, 위층으로 배인호의 검사 치료 자료를 가지러 다시 올라갔다. 나는 거실에서 앉아 마음이 다소 혼란스러웠다. 한편으로는 배인호가 집에 돌아와서 우리가 서로 만날 수 있었으면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자존심은 일단 지켜주고, 적절한 시기에 만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공존했다.이때, 임원희가 위층에서 내려오기도 전에 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빈이는 위층에서 달려내려 오며 말했다.“아저씨, 나 숙제 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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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55화 눈치가 없다

    나는 그 사진첩을 보며 정신이 멍해졌다. 머릿속에는 예전에 내가 배인호를 쫓아다녔던 장면뿐이었고, 심지어 전생에 죽어서까지도 배인호를 놓아주지 못했었다.근데 지금까지도 이걸 남겨두고 있을지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매 한 장의 사진도 엄청 깨끗했고, 아마 정성껏 보관한 듯하다.“배인호 씨가 매일 저녁 잠들기 전에 그 사진첩을 보면서 멍때리곤 했어요. 제가 봤을 땐 속으로 허지영 씨를 엄청 그리워하는 것 같은데, 지금 이런 상황이니 허지영 씨에게 행복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한 것 같아요.”임원희가 문 앞에 서서 나에게 말했다.“인간이란 물체는 진짜 이상한 것 같아요. 전에 내가 인호 씨를 사랑할 때는 보는 체도 안 해서 그 뒤에 내가 놓아줬는데, 그 뒤에는 인호 씨가 다시 날 따라졌어요. 그러다 지금은 또 내가 다시 인호 씨를 따라다니게 된 상황이고요. 너무 웃기죠?”나는 사진첩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그러자 임원희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인간이란 원래 복잡한 거예요. 특히 감정적인 문제에서요. 그러니 너무 많은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 언제든지 자신의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으니까요.”그녀의 말에 도리가 있다고 생각한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환생까지 하고 나니 나는 삶의 의미에 대해 알 것 같았다. 한 포인트에서 물고 늘어지는 게 아닌 각자 다른 시기에 자신의 그 심리상태와 감정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강요하지 않으며 자기 선택을 비웃지 않는 것, 이게 삶의 의미가 아닐까?“이젠 씻고 허지영 씨도 휴식해요. 내일 배인호 씨가 오기 전 제가 말씀드릴게요.”그녀는 내 행동을 이해하는 듯 말했다.임원희가 나간 뒤 나는 샤워를 하고 머리까지 말린 뒤 익숙한 향기를 맡으며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이튿날 아침 8시 좌우에 나는 잠에서 깨었고, 임원희가 나를 깨울 때까지 기다리지는 않았다.아래층에 내려가니 죽을 끓이는 향이 났고, 임원희는 나더러 아침을 먹으라더니 이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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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지영은 이우범이 진심으로 배인호에게 말하는 것을 들어서야 마음 깊이 있던 궁금증이 드디어 풀렸다.그녀는 이것이 배인호와 이우범이 화해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역시 배인호의 얼굴은 점점 더 편안해져 갔다. 잠깐의 침묵이 있었던 뒤 배인호도 말했다.“그래, 우리도 영원한 친구야.” 그는 말을 끝낸 후에 허지영을 바라보았다. 허지영은 그의 행동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인호는 이 순간이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손에 넣고 우정도 되찾은 진정한 승리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전화를 끊은 후, 배인호는 두 팔을 벌렸고 허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품에 안겼다. 그들은 서로를 꽉 껴안았다. 빈이가 로아와 승현을 데리고 이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아빠한테 책 좀 읽어달라고 해줘요~”로아가 낮은 목소리로 빈이를 재촉하였다.세 사람은 잠을 오지 않아서 내려가 배인호더러 그들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려고 했다.그런데 세 사람은 내려오자마자 아빠와 엄마가 행복하게 안고 있는 것을 보자 조금은 부끄러워졌다.로아와 승현 두 아이는 너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빈이는 어른이 다 되였기 때문에 괜찮았다.“유니콘, 유니콘!”승현는 유니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배인호가 유니콘의 이야기를 승현에게 들려준 후부터 승현은 노래를 들을 때도《유니콘》만 듣고 싶어 했다.두 어린이는 빈이를 양쪽에서 감쌌고 포동포동한 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으며 기대로 가득 찬 큰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로아와 승현은 나이는 어리지만 똑똑해서 아빠와 엄마가 포옹하고 있을 때는 방해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그들보다 많은 빈이는 방해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빈이가 주저하고 있을 때 로아의 간절한 눈빛에 빈이는 말했다.“내가 너희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어때?”“형은 못 해! 못 해!”승현이가 거절했다. 왜냐하면 형한테 유니콘을 불러달라 했을 때 음정이 하나도 맞지 않아서였다.로아도 그렇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2화 그냥 친구일뿐

    허지영은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사치하게 그리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일을 겪은 후에야 이룰 수 있었다.그녀의 눈시울도 붉어졌고 마침내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요.”사람들은 열렬한 박수를 터뜨렸다. 모두 이 부부의 재결합을 기뻐했지만 아무도 인파 뒤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배인호가 반지를 허지영의 손가락에 끼우는 것을 보고 나서야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그는 저택을 떠나 차에 올랐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차갑고 마른 얼굴을 드러냈다.이우범은 원래 해외에 있어야 했지만 참지 못하고 결국 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오늘의 입장권도 박준이 그를 위해 비밀리로 얻어 주었다.이제 허지영이 행복을 찾았음을 직접 보았으니 이우범은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다.이우범이 막 차를 몰고 떠나려고 할 때, 박준이 어느새 따라 나와 차 앞에 막아 섰다.“이우범, 왜 벌써 가려고?”다른 사람들은 이우범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박준은 그가 올때부터 알아 보았다.박준은 이우범이 아직 허지영을 놓지 못했고 분명히 그녀의 결혼식에 몰래 참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넌 왜 나왔어?”이우범은 박준을 보고 조금 놀랐다.“내가 안 나오면, 너는 이렇게 가버릴 거잖아. 배인호는 안 보면 그만이지, 나와 노성민도 안 볼 거니?”박준은 화가 내면서 말했다.박준은 이우범이 지난 몇 년 동안 항상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국내 친구들과의 연락이 매우 뜸했고 이번에 어쩌다 한 번 돌아왔는데 그들과 밥 먹고 술 한 잔 안 하고 허지영만 보러 온 거에 서운해했다.“나 공항에 가봐야 해.”이우범은 약간의 미안함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우범은 하루도 여기서 보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저녁에 같이 밥 먹고 가. 지금 떠나면 너랑 나 친구로 끝이야. 알겠어?”박준은 협박하듯 말했다.이우범은 어쩔 줄 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1화 나랑 결혼해줄래?

    박정아의 말에 허지영, 오세희, 이민정은 적극 찬성했다.다른 사람과 또 식을 올린다면 쪽팔리겠지만 같은 사람과 두번 식을 올리는 건 무엇을 설명할까? 그들이야 말로 찐 사랑인 것이다.——두 달 뒤.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은 준비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식의 사치와 호화로움은 무수한 감탄과 부러움을 불러일으켰다. 허지영은 천만 원 가치의 수제 웨딩드레스를 입었을때 기묘한 감정이 들었다.허지영은 처음 배인호한테 시집갈 때를 떠올렸다.그때 허지영은 자기가 직접 고른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지금 사치스로운 드레스와 비교도 안 됐다. 그때의 배인호는 결혼식은 하나의 미션 수행처럼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 후 몇 년이 지나고 그들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허지영은 웨딩 드레스 위에 박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가볍게 만졌고 그 순간 그녀는 찬란한 태양빛 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박정아를 포함한 친한 친구들은 연속 감탄했다.박정아는 허지영 주위를 돌면서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영아, 정말 예쁘다. 몇 년 동안 방황하더니 결국 네가 원하는 행복을 얻게 되었네.”“맞아, 나도 너의 용기에 감탄해. 다행히 배인호도 정말로 많이 변한 거 같애.”오세희도 연속 감탄했다. 이민정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개과천선했으니 앞으로도 쭉 그럴 거야. 너를 또 상처 입힐 일이 있으면 우리 몇 명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때, 허지영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다가왔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딸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허지영은 그들이 가장 아끼는 보물같은 존재였고 그녀는 감정적인 고통을 겪은 후에야 재혼이라는 결정을 내렀다. 처음에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지금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었다.하지만 이 순간, 허지영이 행복해 보이자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아빠, 엄마.”허지영은 부모님이 오자 이상하게 코가 찡해진 듯했다. 아마도 그들의 힘든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뿌듯해하는 모습을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0화 이번 생은 너 하나뿐

    허지영은 배인호와 다른 여자의 스캔들을 폭로한 댓글을 보니 마음이 철렁 거렸다. 허지영은 일어서서 배인호와 아버지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바둑을 두고 있었고 경기는 아주 치열했다. 허지영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배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허지영도 따라서 웃었다. 허지영은 스캔들에 대해 바로 묻지 않고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 조용히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핸드폰 화면에는 배인호와 한 여자 연예인 간의 스캔들이 적힌 댓글이 고스란히 써져 있었다. 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와 바둑 한 판을 두고 난 뒤, 눈길은 자연스럽게 허지영의 핸드폰이 자기의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을 보았고 화면이 꺼지려 하면 허지영이 화면을 다시 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화면에 적힌 그 말은 무슨 뜻이지?’배인호는 허지영의 휴대전화를 가져와 댓글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순간, 바둑을 계속 두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와 허지영의 재혼을 많은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았으며 이미 준비 중인 결혼식도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이 가득하였다.‘결혼식이 엄청 화려해서 준비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 것 뿐인데 이게 무슨... 그리고 나와 한 여자 연예인이 하룻밤을 같이 보낸 스캔들이라고?’그날 밤에는 최소 일곱-여덟 명의 사람이 있었고 남자 여자 다 있었다. 주로 투자에 관한 이야기하다가 여자들이 떠나고 남은 몇 명의 남자들이 룸에서 잠을 잔 것이다. ‘언론은 이렇게 근거 없이 아무렇게나 사건의 앞뒤도 맞지 않는 헛소리를 늘어놓다니...’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좀 이따 다시 바둑을 둬도 괜찮을까요? 지금 급하게 좀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허지영의 아버지는 자초지종을 모르고 배인호의 말에 급한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동의했다. 그러고 나서 허지영의 아버지는 허지영의 어머니를 도와주러 주방으로 향했다.허지영의 아버지가 나가자마자 배인호는 바로 허지영의 손을 붙잡았다.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9화 또다시 스캔들

    거절당한 후, 배인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마치 모든 욕망을 내뱉으려는 듯했다.허지영은 이불을 감싸안고, 배인호와 사이에 안전한 구역을 만든 다음, 다시 잠을 이루려 했다.“여보, 벌써 자정이 넘었어.”겨우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약간 쉰 듯한 배인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허지영이 방금 잠에서 깨어나려는 찰나, 어느새 안전 구역을 넘어온 손이 허지영을 강하게 끌어당겨, 뜨거운 품에 꼭 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배인호 씨, 당신...”허지영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입술이 막혔다.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뜨거운 키스 때문에 다시 정신이 흐릿해졌다. 허지영은 저항을 포기했다. 오늘 밤은 편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허지영은 온몸이 녹아내린 듯한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돌아보자 배인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샤워를 한 후, 허지영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배인호를 발견했다.그리고 노성민과 박성아는 언제 왔는지 모르게 도착해, 세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 시간에 노 씨 집에 세 아이는 허지영의 세 아이와 노는 중이어서, 거실은 매우 활기찼다.박성아가 머리를 들어 계단에서 내려오는 허지영을 보고 말했다. “아이고, 지영아, 너 드디어 내려왔네. 재결합해서 기쁜 건 알겠지만, 몸조심해야 해!”허지영은 박성아를 쏘아보며, 얼굴에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옷깃을 조금 더 높이 당겼다. 그렇지 않으면 어젯밤 남은 흔적이 들킬 수 있다.그들은 다 같이 식사했다. 식사 도중, 박성아가 민설아의 일을 언급했다. “그래, 민설아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매우 뛰어난 변호사를 고용했어. 이 여자 정말 죽을 쑤고 있어, 지금도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신이 감옥에 안 가고 바로 무죄로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민설아의 이름을 듣고, 허지영은 본능적으로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배인호는 로아와 승현, 두 아이에게 옥수수알을 까주는 데 집중하고 있어, 박성아의 말은 아예 듣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8화 악몽에 시달리다.

    허지영은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응급처치를 했다.허지영의 부모님은 거듭 의사에게 수술의 가능 여부 혹은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딸의 이 짧은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이 얻은 대답은 모두 절망적인 것이었다.병상 앞에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부모님은 마치 하룻밤 사이에 10살이나 더 늙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병상에 누워있는 딸을 보며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영아, 우리 놀라게 하지 말아줘. 빨리 깨어나, 강하게 버텨줘..”“우리는 다 널 응원할 거야. 네가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라고 했잖아... 버텨줘. 우리 같이 여행 가자. 응?”“넌 삼촌과 이모의 유일한 희망이야, 그들을 위해서라도 버텨야 해!”“영아, 우리 딸... 흑흑흑...”온갖 소리가 허지영의 귀에 들어왔다. 허지영은 몸에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이 느껴졌고, 눈앞은 어렴풋한 빛에 휩싸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부모님의 얼굴과 친구들이 슬퍼하는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몹시 의외인 것은 이우범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가장자리에 서있었지만, 키가 커서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이우범이 왜 여기에 있지?’허지영은 입을 벌려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고 온몸이 아프기만 하였다.“영아, 너 어떻게 우리를 버리고 떠날 수가 있어... 나랑 네 아빠는 어쩌고...” 어머니는 허지영이 깨어났지만 기뻐하기는커녕 더욱 슬프게 울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기 딸에게서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부모님은 허지영이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전혀 모른다.“아빠, 엄마, 제가 불효자예요... 미안해요... 다음 생이 있다면 제가 그때 효도할게요...”허지영은 허약하게 몇 마디 하려고 노력했지만, 부모님을 더 슬프게 할 뿐이였다.극심한 슬픔에 부모님은 뒤돌아 병실을 나왔다. 자기 딸에게 이토록 처참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박정아는 바로 앞장서서 허지영의 손을 꼭 잡았다.“영아, 너도 날 꼭 기억해야 해.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나를 찾아줘.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7화 영원히 그녀를 사랑할 수 없어.

    허지영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는 타고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가문에 서로 사랑하는 부모님, 좋은 성적,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가정이 풍비박산나고 삶의 끝에 이르렀다.허지영은 부모님이 자신의 눈앞에서 눈물범벅이 된 모습을 지켜보고는 마음이 아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를 속일 수가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배인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배인호는 내가 유방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면 보러 올까? 마음이 약해질까?’‘왜 지금 이때까지도 나는 그 잔인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걸까?’허지영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재 상태에서는 수술할 필요도 없고 방사선 치료와 안전하고 보수적인 치료 외에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허지영은 어떻게든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고 나서 가장 먼저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늘 그렇듯 또다시 거절당했다.허지영은 다시 배인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유방암 걸렸는데 말기래요. 당신이랑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이번에는 배인호가 답장을 했다.“병 걸렸으면 제대로 치료받아. 나는 의사가 아니야. 널 치료 해줄 수 없어.”이토록 차갑고 매정한 답장을 보면서 허지영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배인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배인호는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걸까?“영아, 더 이상 배인호 생각은 안 하면 안될까?” 박정아와 친구들이 토끼처럼 눈이 붉어져서 허지영의 집으로 찾아왔다.“우리랑 여행 가자. 우리랑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도 맘껏 즐기면서 몇몇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깔끔하게 잊는 거야. 더는 그 쓰레기들에게 상처받지마. 응? ”허지영의 병을 알게 된 이후로 허지영의 부모를 제외하고 가장 슬퍼했던 건 박정아와 3명의 친구들이였다. 거의 매일 슬픔에 잠겨 허지영의 만날 때마다 울음을 참지 못했다.친구들은 더이상 허지영이 고통받는 걸 지켜보기 싫어했다. 그들은 허지영의 좋은 친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화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

    배인호는 식탁 위의 아침밥을 흘깃 보고선 한마디 대답도 없이 넥타이를 묶으며 거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허지영은 뒤따라가 한 번 더 묻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인호가 차에 올라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모습뿐이었다.허지영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배인호는 크나큰 빙산이고 허지영은 작디작은 불씨였다. 허지영은 자신의 불씨로 빙산을 녹이려고 하였지만, 결국 그 작은 불씨는 빙산에 의해 꺼져버렸다.“허지영, 우리 이혼하자.”배인호는 어느날 드디어 허지영에게 처음으로 이혼을 얘기했다.허지영은 배인호가 간만에 집에 돌아왔다는 기쁨에 사로잡혀있었다. 허지영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혼합의서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배씨 그룹 지분의 3%면 충분해?”“이혼이요?”허지영은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배인호가 갑자기 이혼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둘은 결혼 이후 함께 지낸 시간은 적었지만, 허지영은 결코 배인호의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고 절대적인 자유를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모자라는가?허지영은 그 수많은 스캔들을 꿋꿋이 참아오면서 작은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배인호는 이혼을 원하는 걸까.“맞아. 난 널 전혀 사랑하지 않아. 난 지금 지키고 싶은 여자가 생겼어.”배인호는 이 말을 할 때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치 배인호와 5년 동안이나 결혼 생활을 해온 허지영이 생명이 없는 장난감일 뿐이며 그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아픔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허지영의 목소리를 떨면서 말했다.“누굴 사랑하게 된 건데요? 누구예요?”하지만 배인호가 허지영에게 이런 일들을 얘기해줄 리가 없었다. 그는 차갑게 소매를 털며 말했다.“이혼 합의서 잘 살펴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사인해. 별로라면 나한테 연락해. 다시 얘기하자.”허지영이 말도 꺼내기 전에 배인호는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5화 악랄한 대우.

    “인호 씨.”허지영은 먼저 배인호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대방의 서늘하기에 그지없는 눈빛뿐이었다.그 순간 허지영은 그녀가 새신부가 아니라 철천지원수인 것만 같았다.허지영은 그 눈빛에 놀라 흠칫했다. 아마 배인호의 어머님이 때마침 나타나지 않았다면 계속 계단에 서서 멍만 때렸을 것이다.“지영아, 내려와서 아침밥 먹어야지.”배인호의 어머님이 인사를 건넸다.그제야 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럽게 식당으로 걸어갔다.배인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지영의 존재를 무시했고, 밤새 잠을 자지 않은 듯 턱에는 푸릇푸릇한 수염이 자랐고 눈은 약간 충혈되어 매우 피곤하고 짜증이 난 것같은 모습이었다.하지만 허지영은 감히 더 물어볼 수 없었고 물어보아도 대답도 안 해줄 것을 알고 있었다.그날부터 허지영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철저한 장식품이 되었다. 배인호는 심지어 결혼전 보다도 더 차갑게 굴었으며 종종 집에 오지 않았다.허지영은 신혼집 인테리어에 모든 심혈을 기울였고 청담동이라는 곳에 있는 별장이 바로 그녀와 배인호의 신혼집이었다. 기초 공사는 거의 끝마쳤지만 가구와 같은 인테리어도 천천히 골라야 했다.허지영은 6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청담동 별장을 꿈의 신혼집 모습으로 장식해 놓았다. 그녀는 배인호가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이 아름다운 집은 결국 그녀의 외로운 결혼의 무덤이 되어버렸다.“결혼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5명이나 스캔들이 생겨? 영아, 너 진짜 잘 참는다!”박정아의 전화 10통 중 9통은 배인호의 뒷담화였다.“그거 다 보여주기식일 거야.”허지영은 사실 배인호가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마치 자기의 가련한 자존감을 지키려는 듯 배인호의 편을 들어주었다.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아서 허지영은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하루 또 하루, 한 해 또 한 해가 지나면서 허지영은 혼자 청담동에서 망부석이 된 것만 같았다. 마치 웃음거리인 것처럼 다들 그녀에 대한 기억은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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