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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민설아의 분노

“네.”

배인호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예의를 차린답시고 “별말씀을요”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배인호는 우리 엄마를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무상으로 도와준다고 하면 엄마는 정신적으로 더 큰 부담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이를 떠나 엄마는 지금 마음이 좋지 않을 것이다. 전에 그렇게 배인호를 배척하면서 나와 배인호가 엮이는 걸 반대했는데 지금 배인호의 도움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시간이 늦었으니 먼저 돌아가 볼게요.”

배인호는 더 앉아 있을 생각이 없어 보였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엄마에게 인사했다.

나도 따라서 일어나며 말했다.

“가요. 문 앞까지만 같이 가줄게요.”

배인호는 눈썹을 추켜세웠다. 이렇게 좋은 대우를 해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혼자 현관문 쪽으로 향했다.

집에서 나오고 나서야 나는 입을 열었다.

“우리 집 상황 계속 주시하고 있었어요?”

“응, 당연하지.”

배인호의 대답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내가 말했잖아. 너한테 보상하겠다고. 가끔 나를 무시해서 죽여버리고 싶을 때도 있고 내가 왜 이러나 싶기도 하지만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더라고.”

배인호의 성격에 전생에 서란에게 비굴하게 잘 따랐던 것 외에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인내심을 가지고 마음 아파하는 건 나도 처음 봤다.

나는 이게 영광으로 여겨야 할지 씁쓸하게 여겨야 할지 몰랐다. 타이밍이 어긋났기 때문이다.

이때 배인호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급한 일인 것 같아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됐어요. 여기까지 데려다줄게요. 오늘 일은 고마워요.”

“응.”

배인호는 심플하게 한마디 대꾸하더니 차에 올랐다.

그의 차가 어둠 속에서 사라지는 걸 보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붕 뜨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자 엄마가 아직 거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는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영아, 너도 엄마가 우스운 거지?”

“엄마,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엄마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엄마의 기분이 이상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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