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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아이의 신분이 탄로 나다

작가: 배나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김미애의 질문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민설아는 빈이를 못되게 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너무 들키기 쉬웠다. 예전 같았으면 작은 수작으로 빈이를 학대해도 발견할 사람이 없었다.

“우리도 설아가 경찰을 데리고 병실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 미리 알았다면 빈이를 데리고 절대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있을 텐데.”

김미애는 말하면 할수록 분노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오래 지나도 설아 걔는 아직도 그렇게 독해.”

나는 빈이의 안전이 너무 걱정되었다. 내일 재판만 끝나면 민설아가 빈이를 데리고 외국으로 튈까 봐 걱정이었다. 그때가 되어 배인호가 민설아를 기소하려면 더 복잡해질 것이다. 두 나라의 법률과 관련되어 있으니 교섭이 필요할 것이다.

김미애와 통화를 마치고 나는 바로 해커에게 연락해 민설아의 번호로 위치를 추적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민설아는 이미 눈치챘는지 위치 추적을 방지하는 프로그램을 깔아서 위치를 특정할 수 없었다.

게다가 배인호도 내 문자에 아직 답장하지 않았기에 나는 전체적으로 붕 뜬 상태로 매우 불안해했다.

밤새 기다려도 배인호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문자 한 통도 없었다. 이런 느낌을 받은 게 얼마 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빈이를 위해서였다.

이튿날 아침 나는 일찍 일어나 씻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해 피곤한 상태였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법원으로 향했다. 변호사는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고 나는 배인호가 온 연락인 줄 알고 빠른 속도로 받았다. 하지만 상대는 배인호가 아니었다.

내가 서울에 두고 온 변호사였다.

그는 드디어 내게 좋은 소식을 알려주었다.

“허지영 씨, 노민준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고 하네요. 전에 약속한 일 꼭 지킬 거라고 약속해달라고 합니다.”

전에 약속한 일이라면 그의 가족을 잘 챙겨주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내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돈이면 해결되는 일이었다.

민설아는 이런 부분에서 참 쪼잔한 편이었다. 노민준이 교도소에 들어간 후 그의 가족을 잘 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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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이는 티 나지 않게 몰래 두려워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보아낼 수 없었다.사람들은 민설아가 혼자 빈이를 키워냈기에 못 해줬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학대당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빈이 어린이, 원고가 준 동그란 물건이 뭔지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겠어?”법관은 빈이에게 꽤 부드러운 편이었다. 아이를 놀라게 할까 봐 온화한 얼굴로 상냥하게 물어봤다.예전에 빈이 무조건 민설아의 말에 복종하던 게 떠올라 나는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빈이는 이미 민설아의 압박에 습관되어 있었기에 이런 상황이 오면 무의식적으로 민설아가 하라는 대로 할 것이다.그러면 나는 해명을 하기가 어려워진다.민설아는 이미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듯 자신감 넘치는 눈빛으로 태연하게 나를 쳐다봤다. 그녀는 빈이 입을 열어 나를 나락으로 보내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그 동글동글한 물건은 달았어요.”빈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빈이의 말을 들은 민설아의 표정이 변했다. 그녀는 얼른 고개를 숙여 무서운 눈빛으로 빈이를 쳐다봤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하지만 나는 알았다. 나는 예전부터 이를 눈여겨보고 있었기 때문이다.“빈아, 그 물건 진짜 달콤했던 거 맞아?”민설아는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질책하는 듯한 말투에 법관은 미간을 찌푸리고 다시 한번 그녀의 행위를 제지했다.빈이는 민설아를 보지 않고 나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눈빛에서 신뢰와 굳건함이 느껴졌다. 작은 몸에 거대한 힘이 들어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더니 말을 이어갔다.“아줌마가 저에게 준 캔디는 달콤했어요. 하얀색에 복숭아 맛인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캔디에요.”이 말에 민설아는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그녀는 자기가 어릴 때부터 키워온 도구가 처음으로 자기의 암시에 따르지 않고 통제에서 벗어났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이런 느낌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하지만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민설아는 정신줄을 놓으면 안 되었고 빈이를 호통치거나 질책해서도 안 된다. 하여 그저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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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마 모질 게 대할 수 없어 나는 허리를 굽혀 빈이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아이는 놀라서 날 한 눈 쳐다보더니 이내 눈빛이 편안해졌다.배인호 부모님은 이런 내 행동을 보더니 드디어 아이가 더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전에 그들은 과거의 원한을 털어버리고 빈이를 받아드리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은 또 로아와 승현 때문에 아마...이때 배인호가 입을 열었다. “허지영, 우리 어른들 사이의 일로 아이까지 영향받게 하지 마. 어떻게 됐든 난 두 아이의 아빠야. 내가 아이들을 인정하거나 아이들이 날 아빠로 인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충분히 침착한 것 같았지만 목소리엔 억제하지 못한 감정의 기복이 있었고 나는 지금 그가 간신히 참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보아낼 수 있었다.바로 이때, 나의 부모님이 참지 못하고 걸어왔다. 그들의 표정은 아주 엄숙했는데 조금의 온기도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아버지가 먼저 온 다음 날 그의 뒤에 끌어오고 배인호를 혼내기 시작했다.“배인호, 자네가 무슨 얼굴로 아이 아빠라고 자칭하는 건가? 로아와 승현인 자네와 조금의 혈연관계만 있을 뿐, 다른 건 아무 연관도 없어!”나의 부모님을 본 후, 배인호의 태도는 더 자제되었다. 그는 침착하게 말했다.“아저씨, 과거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래서 지영이에게 보상해 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한테 기회를 안 주더라고요. 지금 저희 사이엔 아이도 있으니 그저 아빠로서의 책임을 지는 것 외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아빠로서의 책임?”어머니가 입을 열었다.“배인호, 자네가 우리 집안을 많이 도와준 건 사실일세. 그러니 경제적으로 보상을 해 줄 수 있어. 자네는 돈이 부족한 게 아니지만 그래도 그건 우리 사이에서 유일하게 가능한 방법이야. 그리고 아빠로서의 책임이라고 했던가? 지금 우리 딸에겐 그 어떤 의미도 없는 거야.”배인호의 안색은 점점 굳어졌다. 그는 뜨거운 눈빛으로 날 보았다.“지금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내가 두 아이의 아빠라는 걸 알았어. 너랑 네 부모님이 아무리 반대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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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짧은 침묵 속에 빠졌다.머릿속에서 많은 장면이 주마등처럼 지나간 후 나는 입을 열었다.“서란 때문에 온 거예요.”배인호는 조금 놀란 듯했다. 그는 잠시 침묵했는데 아마 시간을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그보다 더 빨리 이 커피숍에서 서란을 만났나고 전에 얘기했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 내가 왜 일찍 서란을 찾아왔는지 이해되지 않은 것 같다.역시나 그는 물었다.“왜 서란을 만나러 온 거야? 그때 난 그 사람 만난 적도 없는데.”“맞아요, 당신은 만난 적 없죠. 기억나요? 내가 당신한테 이혼을 제안했을 때 했던 말.”그를 시험해 보았다. 배인호가 내가 했던 말을 어느 정도 기억했는지 가늠이 안 갔다.그는 내가 한 말을 거의 가슴에 새겨두지 않으니까 말이다.배인호는 눈을 내리깔았는데 깃털 같은 속눈썹이 그의 동공을 가렸다. 그래서 난 그의 눈빛 속에 담긴 감정을 알아챌 수 없었다. 그는 한참 동안 침묵한 후 입을 열었다.“너랑 이혼하지 않은 걸 꼭 후회할 거라고, 네가 내 곁을 떠나달라고 빌 거라고 했어.”말을 마친 후, 그는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시선으로 날 보았다. 마치 뭘 의심하지만 또 완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어떤 일들은 서로 꿰어보기만 하면 된다. 비록 결과는 지나치게 이상할 수 있지만 세상엔 뭐든 가능하다.그는 더는 말하지 않았고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인호 씨, 난 한 번 죽었어요. 믿을 만해요? 이 세상엔 정말 되돌릴 수 있는 약이 있었어요.”“허지영, 도대체 하려는 말이 뭐야?”배인호의 입이 열렸다 닫혔고 그의 목소리도 더 엄숙해졌다.“난 한 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어요. 살아난 후에 당신과 이혼하려 했다고요, 알겠어요? 난 당신이 서란을 사랑하게 될 줄 알았고 또 그 사람을 위해 날 끝까지 몰아붙일 거라는 것도 알았어요. 그래서 환생한 후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당신들에게 길을 내어주는 거예요!”내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매 한 글자마다 아주 선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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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지영은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사치하게 그리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일을 겪은 후에야 이룰 수 있었다.그녀의 눈시울도 붉어졌고 마침내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요.”사람들은 열렬한 박수를 터뜨렸다. 모두 이 부부의 재결합을 기뻐했지만 아무도 인파 뒤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배인호가 반지를 허지영의 손가락에 끼우는 것을 보고 나서야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그는 저택을 떠나 차에 올랐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차갑고 마른 얼굴을 드러냈다.이우범은 원래 해외에 있어야 했지만 참지 못하고 결국 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오늘의 입장권도 박준이 그를 위해 비밀리로 얻어 주었다.이제 허지영이 행복을 찾았음을 직접 보았으니 이우범은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다.이우범이 막 차를 몰고 떠나려고 할 때, 박준이 어느새 따라 나와 차 앞에 막아 섰다.“이우범, 왜 벌써 가려고?”다른 사람들은 이우범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박준은 그가 올때부터 알아 보았다.박준은 이우범이 아직 허지영을 놓지 못했고 분명히 그녀의 결혼식에 몰래 참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넌 왜 나왔어?”이우범은 박준을 보고 조금 놀랐다.“내가 안 나오면, 너는 이렇게 가버릴 거잖아. 배인호는 안 보면 그만이지, 나와 노성민도 안 볼 거니?”박준은 화가 내면서 말했다.박준은 이우범이 지난 몇 년 동안 항상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국내 친구들과의 연락이 매우 뜸했고 이번에 어쩌다 한 번 돌아왔는데 그들과 밥 먹고 술 한 잔 안 하고 허지영만 보러 온 거에 서운해했다.“나 공항에 가봐야 해.”이우범은 약간의 미안함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우범은 하루도 여기서 보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저녁에 같이 밥 먹고 가. 지금 떠나면 너랑 나 친구로 끝이야. 알겠어?”박준은 협박하듯 말했다.이우범은 어쩔 줄 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1화 나랑 결혼해줄래?

    박정아의 말에 허지영, 오세희, 이민정은 적극 찬성했다.다른 사람과 또 식을 올린다면 쪽팔리겠지만 같은 사람과 두번 식을 올리는 건 무엇을 설명할까? 그들이야 말로 찐 사랑인 것이다.——두 달 뒤.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은 준비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식의 사치와 호화로움은 무수한 감탄과 부러움을 불러일으켰다. 허지영은 천만 원 가치의 수제 웨딩드레스를 입었을때 기묘한 감정이 들었다.허지영은 처음 배인호한테 시집갈 때를 떠올렸다.그때 허지영은 자기가 직접 고른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지금 사치스로운 드레스와 비교도 안 됐다. 그때의 배인호는 결혼식은 하나의 미션 수행처럼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 후 몇 년이 지나고 그들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허지영은 웨딩 드레스 위에 박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가볍게 만졌고 그 순간 그녀는 찬란한 태양빛 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박정아를 포함한 친한 친구들은 연속 감탄했다.박정아는 허지영 주위를 돌면서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영아, 정말 예쁘다. 몇 년 동안 방황하더니 결국 네가 원하는 행복을 얻게 되었네.”“맞아, 나도 너의 용기에 감탄해. 다행히 배인호도 정말로 많이 변한 거 같애.”오세희도 연속 감탄했다. 이민정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개과천선했으니 앞으로도 쭉 그럴 거야. 너를 또 상처 입힐 일이 있으면 우리 몇 명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때, 허지영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다가왔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딸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허지영은 그들이 가장 아끼는 보물같은 존재였고 그녀는 감정적인 고통을 겪은 후에야 재혼이라는 결정을 내렀다. 처음에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지금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었다.하지만 이 순간, 허지영이 행복해 보이자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아빠, 엄마.”허지영은 부모님이 오자 이상하게 코가 찡해진 듯했다. 아마도 그들의 힘든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뿌듯해하는 모습을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0화 이번 생은 너 하나뿐

    허지영은 배인호와 다른 여자의 스캔들을 폭로한 댓글을 보니 마음이 철렁 거렸다. 허지영은 일어서서 배인호와 아버지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바둑을 두고 있었고 경기는 아주 치열했다. 허지영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배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허지영도 따라서 웃었다. 허지영은 스캔들에 대해 바로 묻지 않고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 조용히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핸드폰 화면에는 배인호와 한 여자 연예인 간의 스캔들이 적힌 댓글이 고스란히 써져 있었다. 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와 바둑 한 판을 두고 난 뒤, 눈길은 자연스럽게 허지영의 핸드폰이 자기의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을 보았고 화면이 꺼지려 하면 허지영이 화면을 다시 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화면에 적힌 그 말은 무슨 뜻이지?’배인호는 허지영의 휴대전화를 가져와 댓글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순간, 바둑을 계속 두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와 허지영의 재혼을 많은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았으며 이미 준비 중인 결혼식도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이 가득하였다.‘결혼식이 엄청 화려해서 준비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 것 뿐인데 이게 무슨... 그리고 나와 한 여자 연예인이 하룻밤을 같이 보낸 스캔들이라고?’그날 밤에는 최소 일곱-여덟 명의 사람이 있었고 남자 여자 다 있었다. 주로 투자에 관한 이야기하다가 여자들이 떠나고 남은 몇 명의 남자들이 룸에서 잠을 잔 것이다. ‘언론은 이렇게 근거 없이 아무렇게나 사건의 앞뒤도 맞지 않는 헛소리를 늘어놓다니...’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좀 이따 다시 바둑을 둬도 괜찮을까요? 지금 급하게 좀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허지영의 아버지는 자초지종을 모르고 배인호의 말에 급한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동의했다. 그러고 나서 허지영의 아버지는 허지영의 어머니를 도와주러 주방으로 향했다.허지영의 아버지가 나가자마자 배인호는 바로 허지영의 손을 붙잡았다.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9화 또다시 스캔들

    거절당한 후, 배인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마치 모든 욕망을 내뱉으려는 듯했다.허지영은 이불을 감싸안고, 배인호와 사이에 안전한 구역을 만든 다음, 다시 잠을 이루려 했다.“여보, 벌써 자정이 넘었어.”겨우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약간 쉰 듯한 배인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허지영이 방금 잠에서 깨어나려는 찰나, 어느새 안전 구역을 넘어온 손이 허지영을 강하게 끌어당겨, 뜨거운 품에 꼭 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배인호 씨, 당신...”허지영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입술이 막혔다.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뜨거운 키스 때문에 다시 정신이 흐릿해졌다. 허지영은 저항을 포기했다. 오늘 밤은 편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허지영은 온몸이 녹아내린 듯한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돌아보자 배인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샤워를 한 후, 허지영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배인호를 발견했다.그리고 노성민과 박성아는 언제 왔는지 모르게 도착해, 세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 시간에 노 씨 집에 세 아이는 허지영의 세 아이와 노는 중이어서, 거실은 매우 활기찼다.박성아가 머리를 들어 계단에서 내려오는 허지영을 보고 말했다. “아이고, 지영아, 너 드디어 내려왔네. 재결합해서 기쁜 건 알겠지만, 몸조심해야 해!”허지영은 박성아를 쏘아보며, 얼굴에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옷깃을 조금 더 높이 당겼다. 그렇지 않으면 어젯밤 남은 흔적이 들킬 수 있다.그들은 다 같이 식사했다. 식사 도중, 박성아가 민설아의 일을 언급했다. “그래, 민설아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매우 뛰어난 변호사를 고용했어. 이 여자 정말 죽을 쑤고 있어, 지금도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신이 감옥에 안 가고 바로 무죄로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민설아의 이름을 듣고, 허지영은 본능적으로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배인호는 로아와 승현, 두 아이에게 옥수수알을 까주는 데 집중하고 있어, 박성아의 말은 아예 듣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8화 악몽에 시달리다.

    허지영은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응급처치를 했다.허지영의 부모님은 거듭 의사에게 수술의 가능 여부 혹은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딸의 이 짧은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이 얻은 대답은 모두 절망적인 것이었다.병상 앞에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부모님은 마치 하룻밤 사이에 10살이나 더 늙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병상에 누워있는 딸을 보며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영아, 우리 놀라게 하지 말아줘. 빨리 깨어나, 강하게 버텨줘..”“우리는 다 널 응원할 거야. 네가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라고 했잖아... 버텨줘. 우리 같이 여행 가자. 응?”“넌 삼촌과 이모의 유일한 희망이야, 그들을 위해서라도 버텨야 해!”“영아, 우리 딸... 흑흑흑...”온갖 소리가 허지영의 귀에 들어왔다. 허지영은 몸에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이 느껴졌고, 눈앞은 어렴풋한 빛에 휩싸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부모님의 얼굴과 친구들이 슬퍼하는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몹시 의외인 것은 이우범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가장자리에 서있었지만, 키가 커서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이우범이 왜 여기에 있지?’허지영은 입을 벌려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고 온몸이 아프기만 하였다.“영아, 너 어떻게 우리를 버리고 떠날 수가 있어... 나랑 네 아빠는 어쩌고...” 어머니는 허지영이 깨어났지만 기뻐하기는커녕 더욱 슬프게 울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기 딸에게서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부모님은 허지영이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전혀 모른다.“아빠, 엄마, 제가 불효자예요... 미안해요... 다음 생이 있다면 제가 그때 효도할게요...”허지영은 허약하게 몇 마디 하려고 노력했지만, 부모님을 더 슬프게 할 뿐이였다.극심한 슬픔에 부모님은 뒤돌아 병실을 나왔다. 자기 딸에게 이토록 처참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박정아는 바로 앞장서서 허지영의 손을 꼭 잡았다.“영아, 너도 날 꼭 기억해야 해.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나를 찾아줘.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7화 영원히 그녀를 사랑할 수 없어.

    허지영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는 타고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가문에 서로 사랑하는 부모님, 좋은 성적,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가정이 풍비박산나고 삶의 끝에 이르렀다.허지영은 부모님이 자신의 눈앞에서 눈물범벅이 된 모습을 지켜보고는 마음이 아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를 속일 수가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배인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배인호는 내가 유방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면 보러 올까? 마음이 약해질까?’‘왜 지금 이때까지도 나는 그 잔인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걸까?’허지영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재 상태에서는 수술할 필요도 없고 방사선 치료와 안전하고 보수적인 치료 외에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허지영은 어떻게든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고 나서 가장 먼저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늘 그렇듯 또다시 거절당했다.허지영은 다시 배인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유방암 걸렸는데 말기래요. 당신이랑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이번에는 배인호가 답장을 했다.“병 걸렸으면 제대로 치료받아. 나는 의사가 아니야. 널 치료 해줄 수 없어.”이토록 차갑고 매정한 답장을 보면서 허지영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배인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배인호는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걸까?“영아, 더 이상 배인호 생각은 안 하면 안될까?” 박정아와 친구들이 토끼처럼 눈이 붉어져서 허지영의 집으로 찾아왔다.“우리랑 여행 가자. 우리랑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도 맘껏 즐기면서 몇몇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깔끔하게 잊는 거야. 더는 그 쓰레기들에게 상처받지마. 응? ”허지영의 병을 알게 된 이후로 허지영의 부모를 제외하고 가장 슬퍼했던 건 박정아와 3명의 친구들이였다. 거의 매일 슬픔에 잠겨 허지영의 만날 때마다 울음을 참지 못했다.친구들은 더이상 허지영이 고통받는 걸 지켜보기 싫어했다. 그들은 허지영의 좋은 친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화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

    배인호는 식탁 위의 아침밥을 흘깃 보고선 한마디 대답도 없이 넥타이를 묶으며 거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허지영은 뒤따라가 한 번 더 묻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인호가 차에 올라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모습뿐이었다.허지영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배인호는 크나큰 빙산이고 허지영은 작디작은 불씨였다. 허지영은 자신의 불씨로 빙산을 녹이려고 하였지만, 결국 그 작은 불씨는 빙산에 의해 꺼져버렸다.“허지영, 우리 이혼하자.”배인호는 어느날 드디어 허지영에게 처음으로 이혼을 얘기했다.허지영은 배인호가 간만에 집에 돌아왔다는 기쁨에 사로잡혀있었다. 허지영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혼합의서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배씨 그룹 지분의 3%면 충분해?”“이혼이요?”허지영은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배인호가 갑자기 이혼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둘은 결혼 이후 함께 지낸 시간은 적었지만, 허지영은 결코 배인호의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고 절대적인 자유를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모자라는가?허지영은 그 수많은 스캔들을 꿋꿋이 참아오면서 작은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배인호는 이혼을 원하는 걸까.“맞아. 난 널 전혀 사랑하지 않아. 난 지금 지키고 싶은 여자가 생겼어.”배인호는 이 말을 할 때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치 배인호와 5년 동안이나 결혼 생활을 해온 허지영이 생명이 없는 장난감일 뿐이며 그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아픔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허지영의 목소리를 떨면서 말했다.“누굴 사랑하게 된 건데요? 누구예요?”하지만 배인호가 허지영에게 이런 일들을 얘기해줄 리가 없었다. 그는 차갑게 소매를 털며 말했다.“이혼 합의서 잘 살펴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사인해. 별로라면 나한테 연락해. 다시 얘기하자.”허지영이 말도 꺼내기 전에 배인호는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5화 악랄한 대우.

    “인호 씨.”허지영은 먼저 배인호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대방의 서늘하기에 그지없는 눈빛뿐이었다.그 순간 허지영은 그녀가 새신부가 아니라 철천지원수인 것만 같았다.허지영은 그 눈빛에 놀라 흠칫했다. 아마 배인호의 어머님이 때마침 나타나지 않았다면 계속 계단에 서서 멍만 때렸을 것이다.“지영아, 내려와서 아침밥 먹어야지.”배인호의 어머님이 인사를 건넸다.그제야 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럽게 식당으로 걸어갔다.배인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지영의 존재를 무시했고, 밤새 잠을 자지 않은 듯 턱에는 푸릇푸릇한 수염이 자랐고 눈은 약간 충혈되어 매우 피곤하고 짜증이 난 것같은 모습이었다.하지만 허지영은 감히 더 물어볼 수 없었고 물어보아도 대답도 안 해줄 것을 알고 있었다.그날부터 허지영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철저한 장식품이 되었다. 배인호는 심지어 결혼전 보다도 더 차갑게 굴었으며 종종 집에 오지 않았다.허지영은 신혼집 인테리어에 모든 심혈을 기울였고 청담동이라는 곳에 있는 별장이 바로 그녀와 배인호의 신혼집이었다. 기초 공사는 거의 끝마쳤지만 가구와 같은 인테리어도 천천히 골라야 했다.허지영은 6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청담동 별장을 꿈의 신혼집 모습으로 장식해 놓았다. 그녀는 배인호가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이 아름다운 집은 결국 그녀의 외로운 결혼의 무덤이 되어버렸다.“결혼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5명이나 스캔들이 생겨? 영아, 너 진짜 잘 참는다!”박정아의 전화 10통 중 9통은 배인호의 뒷담화였다.“그거 다 보여주기식일 거야.”허지영은 사실 배인호가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마치 자기의 가련한 자존감을 지키려는 듯 배인호의 편을 들어주었다.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아서 허지영은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하루 또 하루, 한 해 또 한 해가 지나면서 허지영은 혼자 청담동에서 망부석이 된 것만 같았다. 마치 웃음거리인 것처럼 다들 그녀에 대한 기억은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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