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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배은망덕

나는 민설아가 빈이를 보러 올 거라 기대하지 않았지만 빈이는 기대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원래 그랬다. 자기가 좋아하고 신경 쓰는 사람이 다 옆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배건호와 김미애를 만나니 민설아도 자기를 보러 와주기를 기대했다. 그가 소위 “엄마”라고 생각하는 사람 말이다.

빈이는 아직 모르고 있다. 배인호와 민설아 중에 그와 피를 나눈 사람이 없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아이의 세계는 단순했다. 아무리 민설아가 전에 학대하다시피 해도 같이 지낸 시간이 길다 보니 엄마라는 존재를 매우 의존하고 있었다.

빈이는 가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문 쪽을 두리번거렸다. 이를 지켜보는 우리는 빈이의 생각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김미애가 빈이를 안으며 주의력을 다른 데로 돌리려 했다.

“빈아, 아줌마가 너 놀이공원 데려가 준다고 했다면서? 그때 할아버지 할머니도 같이 가면 안 될까?”

김미애의 말을 들은 빈이는 기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요, 좋아요!”

“그래, 그럼. 그 며칠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옆에 있어줄게.”

김미애의 태도는 많이 바뀌었다. 최근에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병실 안은 화기애애했다. 배건호, 김미애, 배인호만 여기 있으면 될 것 같아 나는 조용히 병실에서 나왔다.

아빠는 산책하러 가지 않고 아직 병원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쪽으로 걸어가 아빠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이제 집으로 가요.”

아빠가 약간 의외라는 듯 말했다.

“이렇게 빨리 왔어?”

“네, 괜찮으면 된 거죠.”

나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배건호와 김미애가 빈이를 받아들이자 나도 기뻤다. 이렇게 되면 내가 없어도 배씨 집안에서 잘 보살펴줄 테니 말이다.

아빠는 내 손을 다독이더니 말했다.

“그래, 집에 가자.”

최근 두 달간 아빠는 거의 병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국내와 외국의 병원을 전전하다가 끝내 집으로 돌아오자 조금 흥분되어 보였다. 손주들을 보자 안고 마구 뽀뽀했다.

로아와 승현이는 이제 사람을 알아볼 나이가 되었기에 아빠를 보자 매우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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