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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복수의 쾌감

나는 잠시 고민하다 결국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너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한평생 나 보지 않을 예정이야?”

배인호는 원망 섞인 말투로 마치 내가 그에게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말했다.

나는 머뭇거리며 답했다.

“그런 건 아니에요. 며칠 전 제가 인호 씨에게 미도 그룹 자료 보냈잖아요?”

배인호는 내 대답에 말문이 막힌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하도 말이 없어 나는 그가 전화를 끊은 줄 알았다.

“너 지금 세상 무서운 거 없지? ”

배인호는 이를 갈며 말했다.

“또 한 달이 지났어. 너 내가 다친 거 뻔히 알면서도 한 달 동안 미도 그룹 자료 보낸 것 외에 다른 말 한 적 있어? 심지어 내가 괜찮아졌는지도 관심 없고 말이야.”

그 말은 되게 낯설게 느껴졌다. 배인호가 지금 내가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고 화를 내다니?

이런 상황은 나에게 있어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그의 말투에서 내 과거의 모습이 보였으니 말이다.

그의 말에 대답하려던 찰나, 전화기 너머로 서란의 소리가 들려왔다.

“인호 씨, 저와 밥 먹으러 간다면서요? 안가도 뭐해요? 나 배고파요!”

그녀의 청량한 목소리와 애교 섞인 말투에서 그 둘의 친밀한 관계가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분명히 이 모든 게 계획된 연기라는 걸 알면서도 그 씁쓸함은 감출 수 없었다.

배인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내가 혹여나 그들의 대화를 듣고 기분이 나빠질까 봐 끊은 것인지, 아니면 나에게 전화를 한 게 들켜 전화를 끊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여 내가 배인호를 탓할 명분 또한 없다. 이 모든 게 내가 선택한 계획이니 말이다.

나는 혼란스러움을 뒤로하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업무에만 집중했고, 어떻게 하면 하미선의 금고에서 진명수의 그 파일들을 손에 넣을 수 있는지만 생각했다.

퇴근 시간까지도 나의 기분은 여전히 다운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의 거울에는 내 찌푸린 얼굴이 비쳤고, 나는 손을 들어 미간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곧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렸고, 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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