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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미움을 사다

내 마음속에서는 파도가 요동치는 듯했고, 시선은 자기도 모르게 그 사진에 몇초 더 머물렀다.

이우범의 얼굴에는 비록 웃음기는 없었지만, 별다른 차가움도 볼 수 없었다. 그의 맞은편에 앉은 여자는 아주 젊었고, 웃을 때 올라가는 그 광대도 아주 포만감 있어 보였다.

나는 신기하게도 조금 전 배인호와 서란이 서 있을 때 그 둘이 아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우범과 그의 맞선 상대가 같이 앉아있는 모습을 봐도 둘이 아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저한테 이미 말했어요. 그냥 형식적으로 하는 거라고요. 그러니 배인호 대표님은 신경 끄시죠.”

나는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당신의 그 어린 여자친구나 잘 챙겨요.”

말을 마친 뒤 나는 그대로 돌아섰다.

그러고는 조용한 구석 자리를 하나 찾은 후, 군중 속을 열심히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내가 아는 사람은 일단 머릿속으로 대충 메모 해뒀다.

어느 정도 파악 후, 나는 핸드폰을 꺼내 이우범에게 뭐 하는지 문자를 보내려 했다.

하지만 망설이게 되었다. 이러면 내가 그를 충분히 신뢰하지 않는 거로 보일 수 있으니 말이다.

한창 고민에 빠져있을 때쯤, 갑자기 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지영 씨.”

이우범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나는 깜짝 놀라 바로 몸을 돌려 그쪽을 바라봤고, 이우범의 어머니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지금 시간 있어요? 오늘 만났던 참에 우리 얘기라도 나눠보는 게 어때요?”

이우범 어머니는 비록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거기에는 어딘지 모를 차가움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이는 언젠가는 부딪힐 일이니, 나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네, 그래요.”

나는 이우범 어머니의 뒤를 따라 작은 베란다에 도착했다. 문을 닫으니, 외부의 소리는 차단된 채 산들바람만 얼굴을 스쳐 지났다.

이우범의 어머니는 위아래로 나를 훑어보았고, 나는 이런 느낌이 익숙지도 않았고, 아주 싫었다.

“아주머니,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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