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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미움을 사다

작가: 배나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내 마음속에서는 파도가 요동치는 듯했고, 시선은 자기도 모르게 그 사진에 몇초 더 머물렀다.

이우범의 얼굴에는 비록 웃음기는 없었지만, 별다른 차가움도 볼 수 없었다. 그의 맞은편에 앉은 여자는 아주 젊었고, 웃을 때 올라가는 그 광대도 아주 포만감 있어 보였다.

나는 신기하게도 조금 전 배인호와 서란이 서 있을 때 그 둘이 아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우범과 그의 맞선 상대가 같이 앉아있는 모습을 봐도 둘이 아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저한테 이미 말했어요. 그냥 형식적으로 하는 거라고요. 그러니 배인호 대표님은 신경 끄시죠.”

나는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당신의 그 어린 여자친구나 잘 챙겨요.”

말을 마친 뒤 나는 그대로 돌아섰다.

그러고는 조용한 구석 자리를 하나 찾은 후, 군중 속을 열심히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내가 아는 사람은 일단 머릿속으로 대충 메모 해뒀다.

어느 정도 파악 후, 나는 핸드폰을 꺼내 이우범에게 뭐 하는지 문자를 보내려 했다.

하지만 망설이게 되었다. 이러면 내가 그를 충분히 신뢰하지 않는 거로 보일 수 있으니 말이다.

한창 고민에 빠져있을 때쯤, 갑자기 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지영 씨.”

이우범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나는 깜짝 놀라 바로 몸을 돌려 그쪽을 바라봤고, 이우범의 어머니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지금 시간 있어요? 오늘 만났던 참에 우리 얘기라도 나눠보는 게 어때요?”

이우범 어머니는 비록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거기에는 어딘지 모를 차가움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이는 언젠가는 부딪힐 일이니, 나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네, 그래요.”

나는 이우범 어머니의 뒤를 따라 작은 베란다에 도착했다. 문을 닫으니, 외부의 소리는 차단된 채 산들바람만 얼굴을 스쳐 지났다.

이우범의 어머니는 위아래로 나를 훑어보았고, 나는 이런 느낌이 익숙지도 않았고, 아주 싫었다.

“아주머니,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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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분이 안 좋다고? 내가 기분이 안 좋을 게 뭐가 있지?나는 배인호가 서란을 부드럽게 대할 때, 내가 무시당했던 그 과거 시절이 생각날 뿐이었고, 예전의 나 자신이 그저 불쌍할 따름이었다.“하던 거 계속해.”나는 귓가의 잔머리를 다듬으며,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내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배인호는 기분이 더 안 좋아진 듯했다.서란이 그를 뒤돌아보았지만, 그는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다.내가 자리를 떠나려는 찰나, 내 등 뒤에서는 발걸음 소리와 서란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배인호 씨! 인호 씨!!”배인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따라 그 자리를 떠났다. 나는 잠깐 멈춘 뒤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당신 스토커예요?”나는 차가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저와 좀 멀리 떨어지시죠!”“이우범이 너 몰래 뒤에서 맞선 보러 갔는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거야?”배인호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허지영, 너 과거에 네가 겪었던 상처가 똑같게 발생하길 바라는 거야?”나는 시큰둥하게 웃어 보였다.“지금 저와 이우범 씨가 헤어질 수 있게 부추기는 건가요? 왜죠?”배인호의 눈빛은 살짝 어두워졌다고 다시금 이글거렸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아니, 난 네가 어떻게 할지 궁금해서 묻는 거야.”궁금해서 그런다고? 미련이 아니라?나와 이우범이 함께한 건 의심할 여지 없이 배인호를 배신한 거나 다름없다. 전에 그에게 헌신하던 여자를 그는 아예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가, 안중에 두기 시작했을 때 이혼하게 됐고, 그의 소꿉친구의 여자친구가 된 거다.배인호의 성격으로는 이걸 절대 참을 수 없을 거다.우리가 이혼 전에도 그는 이미 나와 이우범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내가 뭘 어떻게 하든 이젠 당신과 상관없어요. 배인호 씨, 서란과 함께하기로 했으면, 지금 이렇게 나 따라 나와도 되는 거예요?”내가 되물었다.배인호가 나의 말에 답하려는 찰나,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발신자 표시를 본 뒤 바로 끊어버렸다.하지만 핸드폰은 바로 다시 울렸고, 아마 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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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배인호와 이우범은 서로 통하는 뭔가가 있는 듯하다.서로가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거니와, 상대가 무얼 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다 알고 있는듯하다.나는 묵인했다.“인호가 하는 말 아무것도 믿지 말아요. 저만 믿으면 돼요.”이우범은 멈칫하더니 이어서 말했다.“인호는 분명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할 거예요.”그는 직설적으로 말했다.그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니 나는 이우범을 믿기로 했다. 현재 우리가 커플이어서가 아니라, 전부터 그의 인성으로 보았을 때 그는 항상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네, 알겠어요.”나는 부드럽게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따로 배인호와 만난 게 아니라, 파티장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어서, 배인호가 일부러 저한테 알려준 거예요.”“그래요, 믿어요.”이우범은 아주 긍정적으로 답했다.“퇴근하고 그쪽으로 갈게요. 같이 밥이나 먹죠? 요즘 저도 바빠서 오늘에야 지영씨와 제대로 대화할 수 있게 되었네요.”계산해 보니, 확실히 이우범과 며칠은 만나지 못했다. 나는 이우범이 바쁘다는 거도 잘 알고 있었고, 거기에 파티장에서 발생한 일까지 합치면, 기분도 좋지 않았기에 그와 만나든 안 만나든 별로 신경 따위 쓰지 않았던 것 같다.이왕 이우범 쪽에서 밥을 먹자고 먼저 말했으니, 나도 흔쾌히 승낙했다. 한 단락의 관계가 유지되려면, 서로의 노력도 필요하니 말이다.“그래요, 저녁에 봐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는 긴급회의 메시지를 받게 되었고,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회의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갑자기 2, 3개의 공급업체에서 우리한테 계속하여 생산 원료를 공급할 수 없다고 통지가 온 것이다!엄마는 샤인 코스메틱에서 더 높은 가격으로, 그 몇 개의 공급업체를 빼앗아 갔다고 했고, 그 표정은 매우 굳어있었다.하여 현재로서는 그 몇몇 공급업체의 마음을 다시 되돌려 우리 회사와 계속 합작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고, 그와 동시에 기타 공급업체에도 연락을 해봐야 하는 상황이다.서란이 빨리 움직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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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뒤로도 엄마와 나는 원료 공급업체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오직 거기에만 신경 쓰고 있었다.나는 엄마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서 대표 아버지한테 연락했다.“허지영 씨, 저 그냥 바로 말할게요. 이게 다 배 씨 그룹 때문이에요. 그래도 전에 배인호 대표님이랑 부부 사이인 거로 아는데, 정 안되면 직접 배인호 대표님을 찾아가 보시는 건 어때요?”한창 이야기를 나누다, 서 대표 아버지가 직접적으로 나에게 말했다.나는 마음이 불안해졌다. 역시나 배인호가 우리 집을 겨냥하고 있었던 것이었다!나는 이로 하여금 전생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는 나와 이혼하기 위해, 우리 집을 발칵 뒤집었고, 거의 우리 집을 궁지로 밀어 넣었었다.설마 이번 생에도 재연되는 건 아니겠지?통화가 끝난 뒤, 나는 한참을 생각한 뒤에 차 키를 가지고 회사를 나갔다.배 씨 그룹에 도착하니, 로비 카운터에서 나를 막아 나서며, 예약은 하고 왔는지 묻는 것이었다.“아니요, 일단은 배인호 씨에게 전달해 줘요. 중요한 일 때문에 배인호 씨와 면담해야 하니까요.”나는 정중하게 답했다.로비 카운터에서는 나를 한번 스캔하더니, 내가 눈에 익지만, 누군지는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 그녀는 아마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듯했고, 전에 내가 여기 와서 한동안 일했을 때는, 이 여성분이 아니었었다.이어서 그녀는 나를 거절했다.“죄송합니다, 아가씨. 예약하지 않으셨으면 배인호 대표님과 만날 수 없습니다.”“그 사람 지금 회사에 없어요?”나는 이어서 물었다.“죄송합니다.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로비 카운터는 아주 성실하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절대 하지 않았다.나는 한쪽 편에 있는 소파로 가서 앉아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의 전화기는 꺼진 상태였다.그러니 여기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점점 해가 저물어 갔고, 배 씨 그룹의 직원들도 하나둘씩 퇴근하기 시작했다. 그중 어떤 사람들은 나를 알아보고 이상하다는 듯 서로 수군거렸다.여기서 기다리는 와중에도 나는 배인호에게 계속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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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요. 일부러 두 분의 좋은 시간을 방해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배 대표님하고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요.”나는 기예은을 한 번 쳐다보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기예은은 “흥!”하고 소리를 내며 자신의 섹시한 몸매를 가릴 생각은 하지도 않고 아예 소파에 누워 버렸다.배인호는 무심하게 옷깃을 정리했다.“지금 시간 없어.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면 되잖아.”“오늘 오후에 당신 핸드폰 계속 꺼져 있었잖아요.”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당신 시간 많이 안 쓸 테니까 비즈니스 얘기 좀 해요.”“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우리 이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두 가문의 비즈니스는 모두 끝난 거로 아는데. 뭘 더 얘기하자는 거야?”배인호는 다시 소파로 가서 앉으며 담배를 한 대 피웠다.기예은은 일어나 앉으며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당신이 이 사람 전 와이프예요? 어쩐지 익숙한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시간은 흘렀고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나도 점점 사라져갔다.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기예은 씨, 이 사람하고 나 얘기 좀 해야 하는데 자리 좀 비켜 주실래요?”나는 예의를 지키며 물었다.기예은은 나와 배인호를 번갈아 보다가 다시 소파에 누웠다. 아무렴 상관없다는 태도였다.“얘기 나눠요. 난 며칠 동안 밤을 새워서 좀 자려고요. 마음 놓으세요. 난 잠들면 아무것도 듣지 못해요.”기예은은 나를 존중해 주지 않았다. 그저 이혼한 전 와이프일 뿐이었다. 그녀를 내보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배인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끔 뜻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기예은은 갑자기 자신의 두 다리를 일부러 배인호의 무릎에 올려놓으며 투덜거렸다.“나 힘들어요. 배 대표님이 다리 좀 주물러 주세요.”배인호는 희고 가느다란 다리를 한 번 내려다보더니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자연스럽게 종아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배 대표님은 참 좋은 남자예요. 내 남자친구가 아닌 게 아쉽지만.”기예은은 말을 마치고 웃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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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빠 쪽은 3대가 정치가 출신이셨다. 모두 청렴결백하셨고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일은 없었다.그리고 나와 우리 엄마는 아빠의 그런 원칙을 존중했고 아빠가 자랑스러웠다.“배인호 씨, 우리 가문에 대한 원망이 있다면 이해해요. 하지만 사적인 감정을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지 않길 바라요. 그렇게 해줄 수 있어요?”나는 진심으로 부탁했다.배인호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넌 어떻게 인간쓰레기한테 공사 구분을 바라?”이렇게 솔직하게 자기가 인간쓰레기라는 걸 인정하니 나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갑자기 배인호는 몸을 일으켜 나의 앞으로 오더니 허리를 굽혀 속눈썹까지 자세히 보일 정도의 거리까지 내게 다가왔다. 나는 조금 놀라서 숨을 참았다.“내가 너희 집안을 겨냥한 건 아니지만, 성인바이오 쪽의 생각을 바꾸게 할 방법은 나에게 있어. 내 도움이 필요해?”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네, 당신 도움이 필요해요.”나는 침착하게 보이려고 애를 썼다.배인호는 손을 들어 나의 턱을 잡고 고개를 들어 자기와 시선을 맞추게 했다. 그는 눈을 깜빡이며 조금 궁금한 듯 물었다.“너희 아버지가 나서기 힘들면, 너희 외할머니 쪽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 되잖아?”나는 말문이 막혔다. 엄마의 친정 쪽의 일은 조금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말하고 싶지 않았다.생사와 관련된 일이 아닌 이상 엄마는 절대 도와달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이 일은 당신이 우리 가문을 겨냥하지 말라고 말해 주면 아주 쉽게 해결될 것 같아요.”나는 배인호의 손을 뿌리치지 않고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전남편을 봐주니까 난 좀 기쁜데.”배인호는 웃기 시작했다. 표정이 부드러워졌지만, 나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나는 ‘응’ 이리고 한마디하고 더 말하지 않았다.배인호의 시선은 나의 눈에서 아래로 이동하더니 입술에 멈추었다. 눈빛이 마치 맛있는 먹이를 발견한 짐승 같아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난 왜 립스틱을 덧발랐지? 정말 미치겠네!배인호는 엄지로 나의 입술을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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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지영은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은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이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사치하게 그리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일을 겪은 후에야 이룰 수 있었다.그녀의 눈시울도 붉어졌고 마침내 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요.”사람들은 열렬한 박수를 터뜨렸다. 모두 이 부부의 재결합을 기뻐했지만 아무도 인파 뒤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배인호가 반지를 허지영의 손가락에 끼우는 것을 보고 나서야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그는 저택을 떠나 차에 올랐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차갑고 마른 얼굴을 드러냈다.이우범은 원래 해외에 있어야 했지만 참지 못하고 결국 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오늘의 입장권도 박준이 그를 위해 비밀리로 얻어 주었다.이제 허지영이 행복을 찾았음을 직접 보았으니 이우범은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다.이우범이 막 차를 몰고 떠나려고 할 때, 박준이 어느새 따라 나와 차 앞에 막아 섰다.“이우범, 왜 벌써 가려고?”다른 사람들은 이우범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박준은 그가 올때부터 알아 보았다.박준은 이우범이 아직 허지영을 놓지 못했고 분명히 그녀의 결혼식에 몰래 참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넌 왜 나왔어?”이우범은 박준을 보고 조금 놀랐다.“내가 안 나오면, 너는 이렇게 가버릴 거잖아. 배인호는 안 보면 그만이지, 나와 노성민도 안 볼 거니?”박준은 화가 내면서 말했다.박준은 이우범이 지난 몇 년 동안 항상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국내 친구들과의 연락이 매우 뜸했고 이번에 어쩌다 한 번 돌아왔는데 그들과 밥 먹고 술 한 잔 안 하고 허지영만 보러 온 거에 서운해했다.“나 공항에 가봐야 해.”이우범은 약간의 미안함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우범은 하루도 여기서 보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저녁에 같이 밥 먹고 가. 지금 떠나면 너랑 나 친구로 끝이야. 알겠어?”박준은 협박하듯 말했다.이우범은 어쩔 줄 몰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1화 나랑 결혼해줄래?

    박정아의 말에 허지영, 오세희, 이민정은 적극 찬성했다.다른 사람과 또 식을 올린다면 쪽팔리겠지만 같은 사람과 두번 식을 올리는 건 무엇을 설명할까? 그들이야 말로 찐 사랑인 것이다.——두 달 뒤.배인호와 허지영의 결혼식은 준비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식의 사치와 호화로움은 무수한 감탄과 부러움을 불러일으켰다. 허지영은 천만 원 가치의 수제 웨딩드레스를 입었을때 기묘한 감정이 들었다.허지영은 처음 배인호한테 시집갈 때를 떠올렸다.그때 허지영은 자기가 직접 고른 웨딩드레스를 입었고 지금 사치스로운 드레스와 비교도 안 됐다. 그때의 배인호는 결혼식은 하나의 미션 수행처럼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 후 몇 년이 지나고 그들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허지영은 웨딩 드레스 위에 박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가볍게 만졌고 그 순간 그녀는 찬란한 태양빛 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박정아를 포함한 친한 친구들은 연속 감탄했다.박정아는 허지영 주위를 돌면서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영아, 정말 예쁘다. 몇 년 동안 방황하더니 결국 네가 원하는 행복을 얻게 되었네.”“맞아, 나도 너의 용기에 감탄해. 다행히 배인호도 정말로 많이 변한 거 같애.”오세희도 연속 감탄했다. 이민정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개과천선했으니 앞으로도 쭉 그럴 거야. 너를 또 상처 입힐 일이 있으면 우리 몇 명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때, 허지영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다가왔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딸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허지영은 그들이 가장 아끼는 보물같은 존재였고 그녀는 감정적인 고통을 겪은 후에야 재혼이라는 결정을 내렀다. 처음에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지금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었다.하지만 이 순간, 허지영이 행복해 보이자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아빠, 엄마.”허지영은 부모님이 오자 이상하게 코가 찡해진 듯했다. 아마도 그들의 힘든 모습을 보다가 이렇게 뿌듯해하는 모습을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90화 이번 생은 너 하나뿐

    허지영은 배인호와 다른 여자의 스캔들을 폭로한 댓글을 보니 마음이 철렁 거렸다. 허지영은 일어서서 배인호와 아버지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바둑을 두고 있었고 경기는 아주 치열했다. 허지영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배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허지영도 따라서 웃었다. 허지영은 스캔들에 대해 바로 묻지 않고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 조용히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핸드폰 화면에는 배인호와 한 여자 연예인 간의 스캔들이 적힌 댓글이 고스란히 써져 있었다. 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와 바둑 한 판을 두고 난 뒤, 눈길은 자연스럽게 허지영의 핸드폰이 자기의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을 보았고 화면이 꺼지려 하면 허지영이 화면을 다시 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화면에 적힌 그 말은 무슨 뜻이지?’배인호는 허지영의 휴대전화를 가져와 댓글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순간, 바둑을 계속 두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와 허지영의 재혼을 많은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았으며 이미 준비 중인 결혼식도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이 가득하였다.‘결혼식이 엄청 화려해서 준비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 것 뿐인데 이게 무슨... 그리고 나와 한 여자 연예인이 하룻밤을 같이 보낸 스캔들이라고?’그날 밤에는 최소 일곱-여덟 명의 사람이 있었고 남자 여자 다 있었다. 주로 투자에 관한 이야기하다가 여자들이 떠나고 남은 몇 명의 남자들이 룸에서 잠을 잔 것이다. ‘언론은 이렇게 근거 없이 아무렇게나 사건의 앞뒤도 맞지 않는 헛소리를 늘어놓다니...’배인호는 허지영의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 좀 이따 다시 바둑을 둬도 괜찮을까요? 지금 급하게 좀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허지영의 아버지는 자초지종을 모르고 배인호의 말에 급한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동의했다. 그러고 나서 허지영의 아버지는 허지영의 어머니를 도와주러 주방으로 향했다.허지영의 아버지가 나가자마자 배인호는 바로 허지영의 손을 붙잡았다.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9화 또다시 스캔들

    거절당한 후, 배인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마치 모든 욕망을 내뱉으려는 듯했다.허지영은 이불을 감싸안고, 배인호와 사이에 안전한 구역을 만든 다음, 다시 잠을 이루려 했다.“여보, 벌써 자정이 넘었어.”겨우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약간 쉰 듯한 배인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허지영이 방금 잠에서 깨어나려는 찰나, 어느새 안전 구역을 넘어온 손이 허지영을 강하게 끌어당겨, 뜨거운 품에 꼭 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배인호 씨, 당신...”허지영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입술이 막혔다.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뜨거운 키스 때문에 다시 정신이 흐릿해졌다. 허지영은 저항을 포기했다. 오늘 밤은 편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허지영은 온몸이 녹아내린 듯한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돌아보자 배인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샤워를 한 후, 허지영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배인호를 발견했다.그리고 노성민과 박성아는 언제 왔는지 모르게 도착해, 세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 시간에 노 씨 집에 세 아이는 허지영의 세 아이와 노는 중이어서, 거실은 매우 활기찼다.박성아가 머리를 들어 계단에서 내려오는 허지영을 보고 말했다. “아이고, 지영아, 너 드디어 내려왔네. 재결합해서 기쁜 건 알겠지만, 몸조심해야 해!”허지영은 박성아를 쏘아보며, 얼굴에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옷깃을 조금 더 높이 당겼다. 그렇지 않으면 어젯밤 남은 흔적이 들킬 수 있다.그들은 다 같이 식사했다. 식사 도중, 박성아가 민설아의 일을 언급했다. “그래, 민설아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매우 뛰어난 변호사를 고용했어. 이 여자 정말 죽을 쑤고 있어, 지금도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신이 감옥에 안 가고 바로 무죄로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민설아의 이름을 듣고, 허지영은 본능적으로 배인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배인호는 로아와 승현, 두 아이에게 옥수수알을 까주는 데 집중하고 있어, 박성아의 말은 아예 듣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8화 악몽에 시달리다.

    허지영은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응급처치를 했다.허지영의 부모님은 거듭 의사에게 수술의 가능 여부 혹은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딸의 이 짧은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이 얻은 대답은 모두 절망적인 것이었다.병상 앞에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부모님은 마치 하룻밤 사이에 10살이나 더 늙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병상에 누워있는 딸을 보며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영아, 우리 놀라게 하지 말아줘. 빨리 깨어나, 강하게 버텨줘..”“우리는 다 널 응원할 거야. 네가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라고 했잖아... 버텨줘. 우리 같이 여행 가자. 응?”“넌 삼촌과 이모의 유일한 희망이야, 그들을 위해서라도 버텨야 해!”“영아, 우리 딸... 흑흑흑...”온갖 소리가 허지영의 귀에 들어왔다. 허지영은 몸에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이 느껴졌고, 눈앞은 어렴풋한 빛에 휩싸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부모님의 얼굴과 친구들이 슬퍼하는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몹시 의외인 것은 이우범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가장자리에 서있었지만, 키가 커서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이우범이 왜 여기에 있지?’허지영은 입을 벌려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고 온몸이 아프기만 하였다.“영아, 너 어떻게 우리를 버리고 떠날 수가 있어... 나랑 네 아빠는 어쩌고...” 어머니는 허지영이 깨어났지만 기뻐하기는커녕 더욱 슬프게 울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기 딸에게서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부모님은 허지영이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전혀 모른다.“아빠, 엄마, 제가 불효자예요... 미안해요... 다음 생이 있다면 제가 그때 효도할게요...”허지영은 허약하게 몇 마디 하려고 노력했지만, 부모님을 더 슬프게 할 뿐이였다.극심한 슬픔에 부모님은 뒤돌아 병실을 나왔다. 자기 딸에게 이토록 처참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박정아는 바로 앞장서서 허지영의 손을 꼭 잡았다.“영아, 너도 날 꼭 기억해야 해.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나를 찾아줘.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7화 영원히 그녀를 사랑할 수 없어.

    허지영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는 타고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가문에 서로 사랑하는 부모님, 좋은 성적,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가정이 풍비박산나고 삶의 끝에 이르렀다.허지영은 부모님이 자신의 눈앞에서 눈물범벅이 된 모습을 지켜보고는 마음이 아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를 속일 수가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배인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배인호는 내가 유방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면 보러 올까? 마음이 약해질까?’‘왜 지금 이때까지도 나는 그 잔인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걸까?’허지영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재 상태에서는 수술할 필요도 없고 방사선 치료와 안전하고 보수적인 치료 외에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허지영은 어떻게든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고 나서 가장 먼저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늘 그렇듯 또다시 거절당했다.허지영은 다시 배인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 유방암 걸렸는데 말기래요. 당신이랑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이번에는 배인호가 답장을 했다.“병 걸렸으면 제대로 치료받아. 나는 의사가 아니야. 널 치료 해줄 수 없어.”이토록 차갑고 매정한 답장을 보면서 허지영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배인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배인호는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걸까?“영아, 더 이상 배인호 생각은 안 하면 안될까?” 박정아와 친구들이 토끼처럼 눈이 붉어져서 허지영의 집으로 찾아왔다.“우리랑 여행 가자. 우리랑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도 맘껏 즐기면서 몇몇 쓰레기 같은 사람들은 깔끔하게 잊는 거야. 더는 그 쓰레기들에게 상처받지마. 응? ”허지영의 병을 알게 된 이후로 허지영의 부모를 제외하고 가장 슬퍼했던 건 박정아와 3명의 친구들이였다. 거의 매일 슬픔에 잠겨 허지영의 만날 때마다 울음을 참지 못했다.친구들은 더이상 허지영이 고통받는 걸 지켜보기 싫어했다. 그들은 허지영의 좋은 친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화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

    배인호는 식탁 위의 아침밥을 흘깃 보고선 한마디 대답도 없이 넥타이를 묶으며 거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허지영은 뒤따라가 한 번 더 묻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인호가 차에 올라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모습뿐이었다.허지영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배인호는 크나큰 빙산이고 허지영은 작디작은 불씨였다. 허지영은 자신의 불씨로 빙산을 녹이려고 하였지만, 결국 그 작은 불씨는 빙산에 의해 꺼져버렸다.“허지영, 우리 이혼하자.”배인호는 어느날 드디어 허지영에게 처음으로 이혼을 얘기했다.허지영은 배인호가 간만에 집에 돌아왔다는 기쁨에 사로잡혀있었다. 허지영은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혼합의서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배씨 그룹 지분의 3%면 충분해?”“이혼이요?”허지영은 마치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배인호가 갑자기 이혼을 꺼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둘은 결혼 이후 함께 지낸 시간은 적었지만, 허지영은 결코 배인호의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고 절대적인 자유를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모자라는가?허지영은 그 수많은 스캔들을 꿋꿋이 참아오면서 작은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배인호는 이혼을 원하는 걸까.“맞아. 난 널 전혀 사랑하지 않아. 난 지금 지키고 싶은 여자가 생겼어.”배인호는 이 말을 할 때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치 배인호와 5년 동안이나 결혼 생활을 해온 허지영이 생명이 없는 장난감일 뿐이며 그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아픔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허지영의 목소리를 떨면서 말했다.“누굴 사랑하게 된 건데요? 누구예요?”하지만 배인호가 허지영에게 이런 일들을 얘기해줄 리가 없었다. 그는 차갑게 소매를 털며 말했다.“이혼 합의서 잘 살펴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사인해. 별로라면 나한테 연락해. 다시 얘기하자.”허지영이 말도 꺼내기 전에 배인호는

  • 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   제685화 악랄한 대우.

    “인호 씨.”허지영은 먼저 배인호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대방의 서늘하기에 그지없는 눈빛뿐이었다.그 순간 허지영은 그녀가 새신부가 아니라 철천지원수인 것만 같았다.허지영은 그 눈빛에 놀라 흠칫했다. 아마 배인호의 어머님이 때마침 나타나지 않았다면 계속 계단에 서서 멍만 때렸을 것이다.“지영아, 내려와서 아침밥 먹어야지.”배인호의 어머님이 인사를 건넸다.그제야 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럽게 식당으로 걸어갔다.배인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지영의 존재를 무시했고, 밤새 잠을 자지 않은 듯 턱에는 푸릇푸릇한 수염이 자랐고 눈은 약간 충혈되어 매우 피곤하고 짜증이 난 것같은 모습이었다.하지만 허지영은 감히 더 물어볼 수 없었고 물어보아도 대답도 안 해줄 것을 알고 있었다.그날부터 허지영은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철저한 장식품이 되었다. 배인호는 심지어 결혼전 보다도 더 차갑게 굴었으며 종종 집에 오지 않았다.허지영은 신혼집 인테리어에 모든 심혈을 기울였고 청담동이라는 곳에 있는 별장이 바로 그녀와 배인호의 신혼집이었다. 기초 공사는 거의 끝마쳤지만 가구와 같은 인테리어도 천천히 골라야 했다.허지영은 6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청담동 별장을 꿈의 신혼집 모습으로 장식해 놓았다. 그녀는 배인호가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이 아름다운 집은 결국 그녀의 외로운 결혼의 무덤이 되어버렸다.“결혼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5명이나 스캔들이 생겨? 영아, 너 진짜 잘 참는다!”박정아의 전화 10통 중 9통은 배인호의 뒷담화였다.“그거 다 보여주기식일 거야.”허지영은 사실 배인호가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마치 자기의 가련한 자존감을 지키려는 듯 배인호의 편을 들어주었다.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아서 허지영은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하루 또 하루, 한 해 또 한 해가 지나면서 허지영은 혼자 청담동에서 망부석이 된 것만 같았다. 마치 웃음거리인 것처럼 다들 그녀에 대한 기억은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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