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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입술을 꾹 다물고 있던 부승민은 백미러에 비친 온하랑의 눈을 뚫어져라 응시하더니 이를 악물고 물었다.

“나랑 상관없다고?”

그는 이미 그녀에게 진실을 말할 기회를 주었지만, 그녀는 보복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에게 숨기려고 했다.

그가 그렇게도 미덥지 못하고 의지할 가치가 없단 말인가?

그녀는 자기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단 말인가?

눈을 들어 분노를 억제하는 부승민의 눈빛을 마주한 온하랑은 그의 의도를 도무지 파악할 수 없었다.

“내 일이야. 애초에 오빠와 상관없잖아. 게다가 내가 납치 사건을 조사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 또 내 뒤를 캐고 다니는 거야? 낭천까지 날 따라온 일도 아직 따지지 않았어!”

온하랑이 단호한 얼굴로 대꾸하자 부승민은 화가 치밀어 올라 운전대를 꽉 움켜쥐었더니 손등의 핏줄이 튀어나왔다.

“내가 네 뒷조사를 한 건 네가 위협을 받아서고, 널 따라 낭천에 간 건 네가 전날 밤 다쳐서 걱정돼서 그랬어. 지금도 그저 널 도와주고 싶어서일 뿐이야!”

온하랑은 피식 웃었다.

“오빠의 관심과 도움은 목적성이 뚜렷하잖아. 내 보답을 바라겠지. 난 오빠가 원하는 보답을 해줄 수 없어. 그러니까 오빠의 도움 따위 필요 없어.”

온하랑을 가만히 바라보던 부승민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감돌았다.

“넌 날 그렇게밖에 생각 안 하는 거야?”

그녀는 그가 도와주려고 하는 이유가 은혜를 핑계 삼아 강제적으로 그녀와 같이 있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복을 당하더라도, 온강호처럼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와는 같이 살기 싫다는 말인 건가?

온하랑이 되물었다.

“그럼 아니야?”

눈빛이 어두워진 부승민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온몸에서 침울하고 차가운 기운을 뿜어냈다. 차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어 기압이 급격히 떨어졌다. 온하랑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등을 기댄 채 지루하다는 듯이 창밖을 내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온하랑은 문을 열어 차에서 내리려고 했는데 문이 잠겨있었다. 고개를 돌려 백미러에 비친 부승민의 눈빛을 보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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