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괜찮아. 인큐베이터 속에 있어. 미숙아라서 좀 지켜봐야 한데. 아이 울음소리 들었어, 엄청 작았지만, 분명 아이도 엄청 작겠지… 약속해, 몸 조리 잘 하겠다고. 난 너랑 아이의 건강이 제일 중요해.” 그녀의 대답이 들리지 않아서 보니 다시 잠에 들어 있었다.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온연이 퇴원하기 전까지 경소경을 이용해 영양식을 먹여주는 것이었다. 제일 중요한 시기이니 꼭 온연의 건강을 되돌려 놓아야했고,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면 마음이 아파왔따. 온연이 출산한 사실을 듣고 진몽요와 안야 그리고 임립은 퇴근하자마자 병원에 찾아왔다. 온연의 몸이 많이 약해서 잠에 들었다 깼다 했고, 마취 효과가 떨어질 때면 수술부위에 통증이 느껴져 움직일 수 없었다. 병실에 있는 모습은 아직 아이를 낳지 않은 진몽요한테 겁을 주었다. 잠시 후 경소경이 영양식을 가져왔고, 사람들이 다 오자 온연은 정신을 차리고 잠에 들지 않으려했다. “몽요야, 나 대신 아이 좀 보고 와줘. 사진도 좀 찍어오고…” 진몽요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 내가 사진 잘 찍어올 게. 조산은 몸에 안 좋긴 하지만 최대한 좋은 쪽으로 생각해. 일찍 낳으니까 훨씬 마음 편하지 않아? 매번 마음 졸일 필요도 없고. 너랑 아이 다 무사해서 너무 다행이야. 나 일단 갔다 올게, 밥 먹고 있어.”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경소경이 만든 요리를 보고도 이상하게 식욕이 하나도 없었다. 살짝만 움직여도 수술부위에 통증이 느껴져 식은땀을 잔뜩 흘렸다. 목정침은 도저히 보고 있을 수 없어 의사 사무실로 향했다. “의사 선생님, 수술부위 안 아프게 하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의사는 고민했다. “최대한 쓸 수 있는 약은 다 썼지만 하나도 안 아픈 건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며칠만 버티면 좋아질 거예요. 사람마다 체질이 달라서, 사모님 같은 경우에는 약발이 잘 안 받을 수도 있어요. 더 아플 수 있겠지만 진통제 같은 걸 많이 투여하면 안 좋아요. 그리고
유씨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였고, 목정침은 누워있는 온연을 본 뒤 뒤돌아 나갔다. 태아 보호실 밖. 진몽요는 유리 너머 간호사가 데리고 있는 인큐베이터 속 아이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미숙아는 예쁘진 않았다. 작은 팔과 다리, 온통 새빨간 몸, 인큐베이터에서 잘 자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자 목정침은 웃음이 나왔다. 이제 그의 아들이고, 그와 온연의 아들이고, 아빠가 된 기분은 참 오묘했다. 진몽요는 사진을 찍고 불평했다. “목정침씨, 아이가 초음파 사진이랑 똑같이 못 생겼는데요…” 목정침은 어이가 없었다. “말을 왜 그렇게 해요? 키우면서 봐야죠.” 진몽요는 그를 째려보며 “네네네, 자기 아이니까 보기만 해도 예쁘겠죠. 어차피 이 아이는 그쪽이랑 연이를 조금씩 닮았을 테니 많이 못 생길 일은 없겠네요. 분명 조산해서 못생긴 거 일 거예요. 키우면서 예뻐지겠죠. 아가야 꼭 잘 자랴줘야 해, 네 엄마가 기다리고 있어. 아직 보러 오진 못 했지만…” 아이를 보고 목정침은 병원을 떠났고, 진몽요는 ‘내기결과’를 갖고 병실로 돌아와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봐봐, 그래도 귀여워.” 온연은 진몽요가 그녀를 위로하는 걸 알았고, 사진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조금 못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싫지 않았다. 이제 그녀의 자식이고… 그녀의 뱃속에서 자란 그녀의 핏줄이었다. 경소경과 임립도 사진을 보며 평가했다. “괜찮네요, 눈썹 쪽은 정침이 닮았고, 턱 쪽은 엄마 닮은 게 분명 잘 생겼을 거 같은데요.” 안야는 옆에 서서 그들 사이에 끼지 않았다. 끼리끼리 잘 어울리는 사람들을 보며 그녀는 소외감을 느꼈다. 언제부터인지 그녀는 그들 사이에 끼지 못할 것 같았다. 어쩌면 처음부터 끼지 못 했지만 그땐 못 느꼈던 것 같다. 임립이 가겠다고 먼저 말하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저도 갈 게요. 립님 가시는 길에 저 좀 데려다 주세요.” 여기에 계속 있다간 더 불편할 거 같았다. 임립과 안야가 나가자 온연이 물었다. “몽요야, 안야 왜
유씨 아주머니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여기 둘 테니까 필요할 때 먹어. 맞다, 밑에 패드 좀 보자. 도련님이 가실 때 당부하셔서, 피 많이 나는지 꼭 확인하라고…” 온연은 민망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부끄러움을 탈 수는 없었따. 지금은 아무것도 몸하는 몸이니 아무리 은밀한 부위여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낳아 보지 않은 사람을 모를테지만, 아이를 낳으면 심리상태가 온전하지 못 한 것 같다. 목정침과 싸우는 것은 물론 그녀의 정신상태도 말이 아니었다. 확인 후 유씨 아주머니는 안도했다. “다행히 상태는 괜찮아. 연아, 너가 기분이 좋아야 회복도 빨리 될 거야. 안 좋은 일들은 퇴원하고 나서 해결하고, 지금은 몸조리에만 집중해. 몽요랑 둘이 얘기하고 있어, 난 나가서 물건 좀 사올 게. 아이용품 부족한 거 있을까 봐.” 유씨 아주머니가 나간 후 진몽요는 궁금해서 물었다. “무슨 안 좋은 일? 설마 이 몸으로 목정침이랑 싸운 거야?” 온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까하던 얘기마저 해, 안야가 왜 그러는건데?” 진몽요는 어깨를 들썩였다. “내가 어떻게 알아? 요즘 나랑 거의 말도 안해. 낮에 회사에서도 옆에 있는데 거의 말 안하고, 집에 가면 방에서 안 나와. 경소경씨가 밥 먹자고 불렀을 때도 안 나왔어. 내가 걔랑 싸울 일이 뭐가 있겠어. 그냥 표절사건 때문에 아직도 신경 쓰이나 봐.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온연은 중요한 문제를 짚었다. “경소경이 너네 집 가서 밥 해줬어? 너희 또 그렇게 가까워진 거야? 그때 바람 폈다고 헤어지자고 한 게 누구였어?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진몽요는 고민했다. “나도 모르겠어… 그 사람은 나 배신 안 했다고 하는데 내가 못 믿겠어서 그렇지. 난 재결합 생각 없는데 자꾸 날 찾아오고 다른 남자 못 만나게 하고, 그리고 사실 저번에 한 번 했어… 난 그 사람을 거절하지 못 하는 거 같아. 그렇다고 사귀기엔 딱히 기쁘지도 않고. 알아서 하라지, 난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목정침은 화가 나서 손에 있던 컵을 깨뜨렸고, 비싼 카펫 위에 얼룩이 지고 말았다. “찾아요, 다 뒤져서 무조건 찾아내요! 그 사람들이 단순히 복수를 위해서 이런 일을 벌인 것 같진 않고, 저번에 준 돈도 이미 다 썼을 텐데 무슨 돈이 있어서 도망 쳤겠어요? 뒤에 누가 있는지 샅샅이 조사하세요! 그리고 병원에 경호원 두 명 보내 놓으세요. 연이 근처에 아무도 접근해선 안돼요.” 임집사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없이 서재에서 나갔다. ...... 병원에서 나오자 거의 9시였다. 진몽요는 길거리 음식점에서 끼니를 대충 떼우고 천천히 집에 가고 있었다. 집 앞에 도착한 그녀는 열쇠를 안 챙긴 걸 발견하고 문을 한참 두드렸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래서 안야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안야는 회사나 집 빼고는 갈 곳이 없었기에 그녀는 의심을 품고 택시를 잡아 경소경의 집으로 향했고, 자기 집에 들어가지 못 하니 경소경의 집에 임시로 대피할 생각이었다. 노크 소리에 경소경은 밖을 살짝 보았고, 진몽요인 걸 보고 기쁜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오, 오늘은 자진해서 여기로 왔네요? 집 열쇠 줄게요, 둘려 줄 필요는 없어요. 오고 싶을 때 언제든지 와요.” 진몽요는 소파에 누워 그가 건네는 열쇠를 보며 생각했다. “이 열쇠고리 예전에 사준 건데 아직 안 버렸네요? 남겨뒀다가 뭐하게요? 이런 거에 집착하는지 몰랐어요.” 경소경은 불쾌한듯 말했다. “어디다 뒀는지 까먹었었는데, 저번에 아주머니가 청소하시면서 찾아준 거예요. 아니면 이미 버렸겠죠. 봐요, 이 집에 당신 물건이 더 남아 있는지.” 이 말에 진몽요는 기분이 상했다. “그럼 지금 버리면 되겠네요, 그렇게 버리고 싶으면.” 경소경은 자신의 입을 살짝 때렸다. “내가 말 실수를 했네요. 아까 한 말은 거짓말이에요. 당신이 이 집 떠날 때 아무것도 안 두고 갔잖아요. 머리카락 한 올도 안 두고 갔는데 내가 버릴 게 어딨겠어요. 그나저나 말도 없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 내가
비록 그녀는 씩씩거렸지만 다 연기였다. 그녀는 이 옷을 입으니 매우 불편해했다. “다른 옷으로 바꿔줘요. 당신 옷은 입어도 이런 건 안 입어요. 당신이 자제하지 못할 거 같아요. 그럼 나만 손해잖아요. 얼른요.” 경소경이 다시 자세를 고쳐 앉으려 일어나는 순간 그녀는 그의 위에 앉아 버렸고, 뒤로 넘어갈까 봐 그의 목을 잡았다. 두 사람의 거리는 가까워졌고 심장은 빨리 뛰고 있었다. “몽요씨....” 경소경이 또 어떤 달콤할 말을 할지 기대하고 있었다. 아까 분명 그는 그녀의 몸매를 칭찬했지만 예상 밖에 말을 뱉었다. “아직도 좀 무겁네요… 내려가줘요.” 진몽요는 그를 밀치고 발로 차버렸다. “꺼져요!” 드레스 룸에 들어온 경소경은 길게 심호흡을 했다. 그가 아까 전에 어떻게 참았는지는 모르지만 아무 생각없이 산 잠옷이 그녀가 입으니 엄청 섹시해보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천사와 악마가 속삭이고 있었고 그는 그녀를 건들이지 않겠다고 했던 말을 후회했다… 옷을 갈아입자 분위기가 진정됐다. 진몽요가 향기로운 이불 속에 꼭 들어가 있으니 꼭 아이 같았고, 그녀는 흥얼거리며 자기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경소경은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고, 그녀는 발버둥쳤지만 양쪽 이불을 그가 잡고 있어 저항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를 노려봤다. “뭐해요? 난 아무랑 굿나잇 키스 안 해요. 내가 있을 때 잘 수 있으면 얼른 잠이나 자요. 난 원칙은 지켜요. 또 이러면 여기 다시는 안 올 거예요.” 경소경은 천천히 움직여 이불을 사이에 두고 그녀를 안았다. “당신 말은 들을수록 이상해요. 수준이 높은 말은 아니지만 또 무슨 말인지 이해되는 느낌… 지금 당신 있을 때 즐겨두라는 거예요? 또 무슨 의미가 숨겨져 있는 건 아니죠?” 이 자세로 그의 잘생긴 얼굴을 보며 진몽요는 침을 삼켰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아니에요, 잘 자요 그럼.” 경소경은 눈썹을 움직이고 그녀를 놔주었지만, 이불을 걷어내고 다시 그녀의 옆에 누워 상의를 벗었다. 그
하람은 살짝 당황했다. “어… 요즘 여자애들은 노는 걸 좋아하니까 안전만 조심하면 되지 뭐. 안야는 성격이 참 좋은 거 같아. 너처럼 얌전한 아가씨들 요즘 많지 않잖아. 맞다, 내가 가져온 음식들 몽요랑 같이 나눠 먹어. 둘이 사이 좋게 같이 사는데 서로 챙겨야지.” 안야는 웃으며 부지런하게 물건 정리를 했다. “몽요 사장님 덕분에 이런 것도 얻어먹을 수 있어서 좋네요. 아주머니, 앞으로도 이렇게 몽요 사장님 챙겨 주실 건가요? 경소경씨랑 다시 재결합 못 해도… 상관없는건가요?” 그녀의 의미를 알아들은 하람은 눈을 게슴츠레 떴다. “할 말 있으면 그냥 해. 지금은 우리끼리 있으니까 숨길 필요 없어. 괜찮아.” 안야는 살짝 망설였다. “요즘 어떤 남자가 자꾸 사장님 데리고 데이트를 가더라고요. 벌써 여러 번 만났고 경소경씨도 알고 있어요. 예군작이라고, 집에 돈도 많은 가봐요. 해성에서 알아주는 인물이라던데 다리는 아프지만 돈이 많으니까요… 경소경씨도 부족한 건 없지만 사장님이 헤어지고 나서 다른 사람 유혹에 쉽게 넘어갈까 봐 걱정이 되서요. 저는 계속 경소경씨랑 잘해보라고 하는데, 경소경씨랑 예군작을 동시에 만나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말했더니 신경 끄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아주머니께서 너무 마음 쓰지 않으셨으면 해서요. 만약에 사장님이… 정말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잖아요? 그럼 이 모든 게 다 헛수고가 되잖아요. 아마 죄송해서 말씀 못 드렸을 거예요. 며칠전에 예군작이 비싼 와인도 선물하고, 저기 있는 화분도 선물했어요.” 하람은 아무런 표정도 나타내지 않았다. “그래? 그런 건 몰랐네. 하지만 상관없어, 난 몽요가 소경이랑 재결합하길 원해서 잘해주는 게 아니야. 목적을 품고 있는 호의는 다 가짜지. 나는 몽요를 딸로 생각해서 상관없어. 정리 다 됐네, 냉장고에 넣어만 놓고 갈게. 너도 가서 쉬어.” 하람이 떠나자 안야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꽉 깨물었다. 왜 모든 사람은 진몽요에게 잘해주는 걸까? 갑자
정식으로 데이트 신청을 하자 진몽요는 고민했다. “설마… 데이트는 아니죠?” 경소경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데이면 좀 어때요? 내가 신선한 거 좀 먹여주고 싶어서 그래요. 일 끝나고 전화할 게요.” 그의 차가 멀어지자 진몽요는 나쁜 짓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헤어졌는데도 사귀는 거처럼 잠도 같이 자고, 그의 차를 타고, 같이… 데이트까지? 문 앞에 올라온 후, 그녀는 문이 살짝 열려 있자 안야가 미리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 뒀다고 생각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예민한 후각으로 두리안 냄새를 맡았다. “와, 안야 너 두리안 샀어?” 안야는 안방에서 걸어 나왔다. “아니요, 하씨 아주머니가 아침에 가져오셨어요. 다른 것도 엄청 많아요.” 하람의 행동이 이제 낯설지 않았다. “알겠어. 난 옷 갈아입고 연이네 병문안 갈 건데 같이 갈래?” 안야는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아니요, 오늘 립님도 쉰다고 하셔서 가서 청소 좀 해드리려고요. 남자 혼사 살면 집이 엉망이잖아요. 지금은 제가 그 집에 살진 않지만, 예전에 저를 많이 도와주셨으니 이거라도 해드려야죠.” 진몽요는 어제 저녁 집에 못 들어온 게 생각나 물었다. “어제 너 집에 몇 시에 왔어? 병원 갔다 왔는데 키가 없어서 집에 못 들어왔어. 너한테 전화했는데 받지도 않고. 어쩔 수 없이 경소경씨네 집에서 잤어.” 안야는 찔렸다. 그녀는 어제 저녁 집에서 노크소리도 들었고, 진몽요의 전화도 봤지만 일부러 받지 않았다. “좀 늦게 들어온 거 같아요… 그래서 핸드폰도 못 봤어요. 어차피 가실 곳 있으니까 제가 걱정 안 했어요.” 진몽요는 의심하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고 먹을 걸 대충 챙겨 나가려 할 때 안야가 가방을 매고 말했다. “사장님 차 있으시니까 저 좀 림닙네 집에 데려다 주세요. 택시 타기 귀찮아서요.” 병원과 임립네 집은 같은 방향이 아니었지만 진몽요는 승낙했다. “그래, 그럼 너 먼저 데려다 주고 병원으로 가지 뭐. 어제 연이 막 수술하고 나온 모습보고 깜짝 놀랐어. 걔가
진몽요는 털털하게 유턴을 하며 말했다. “알겠어, 걱정 말고.” 아파트 단지 주변 사람들은 진몽요의 차를 보며 수근거렸고, 얼마나 비싼 차인지 떠들었다. 그리고 차에서 내린 안야를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니 안야 마음속엔 허영심이 생겼다. 돈 많은 사람들은 이런 기분이구나… 고개를 숙이고 그녀는 깊게 심호흡을 했다. 그녀가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은 단순히 청소가 아니라 그에게 접근하기 위해서이다. 진작이 했어야 되는 일을 그녀가 조금 더 일찍 깨달었다면 임립과 남녀사이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럼 그녀는 빈곤한 일반인이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 병원, 온연은 오늘 컨디션이 훨씬 좋아졌다. 어제처럼 초췌해 보이지도 않고, 밥 먹을 입맛도 생겼다. 진몽요가 오자마자 온연은 아이를 보러 가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이 당장 움직일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이 대신 봐 줘야했다. 진몽요는 당연히 기쁘게 그녀를 도왔고, 병실 밖에 경호원이 늘어난 걸 보고 속으로 투덜댔다. 아이 하나 낳은 거 가지고 목정침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아이를 보고 온 후 온연에게 물었다. “밖에 경호원들은 왜 있어? 목정침은 너가 납치라도 당할 까봐 그러는 거야?” 유씨 아주머니는 끼어들었다. “다 도련님이 연이 생각하는 마음이지 뭐…” 진몽요는 너무 억지라고 생각했다. “아니… 경호원 두 명 세워놓는 게 생각해주는 마음이에요? 왜 직접 안 오고요? 아무리 연이가 얼굴보기 싫어해도 그건 다 핑계 아니에요?” 유씨 아주머니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의 말이 맞았지만 목정침이 어떻게 하든 상관할 수 없었다. 온연은 대화주제를 돌렸다. “괜찮아, 난 그 사람 없어도 돼. 몽요야 나 데리고 화장실 좀 가줘. 의사 선생님이 오늘은 누워있지만 말고 활동 좀 하라고 하셨어.” 진몽요는 긴장해서 침을 삼켰다. “아니… 너 배에 흉터가 그렇게 깊은데 걸을 수 있겠어?” 온연은 어쩔 수 없었다. “이것도 장기 꼬임을 방지해주는 거야. 최대한 움직이되 너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