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 아주머니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여기 둘 테니까 필요할 때 먹어. 맞다, 밑에 패드 좀 보자. 도련님이 가실 때 당부하셔서, 피 많이 나는지 꼭 확인하라고…” 온연은 민망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부끄러움을 탈 수는 없었따. 지금은 아무것도 몸하는 몸이니 아무리 은밀한 부위여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낳아 보지 않은 사람을 모를테지만, 아이를 낳으면 심리상태가 온전하지 못 한 것 같다. 목정침과 싸우는 것은 물론 그녀의 정신상태도 말이 아니었다. 확인 후 유씨 아주머니는 안도했다. “다행히 상태는 괜찮아. 연아, 너가 기분이 좋아야 회복도 빨리 될 거야. 안 좋은 일들은 퇴원하고 나서 해결하고, 지금은 몸조리에만 집중해. 몽요랑 둘이 얘기하고 있어, 난 나가서 물건 좀 사올 게. 아이용품 부족한 거 있을까 봐.” 유씨 아주머니가 나간 후 진몽요는 궁금해서 물었다. “무슨 안 좋은 일? 설마 이 몸으로 목정침이랑 싸운 거야?” 온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까하던 얘기마저 해, 안야가 왜 그러는건데?” 진몽요는 어깨를 들썩였다. “내가 어떻게 알아? 요즘 나랑 거의 말도 안해. 낮에 회사에서도 옆에 있는데 거의 말 안하고, 집에 가면 방에서 안 나와. 경소경씨가 밥 먹자고 불렀을 때도 안 나왔어. 내가 걔랑 싸울 일이 뭐가 있겠어. 그냥 표절사건 때문에 아직도 신경 쓰이나 봐.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온연은 중요한 문제를 짚었다. “경소경이 너네 집 가서 밥 해줬어? 너희 또 그렇게 가까워진 거야? 그때 바람 폈다고 헤어지자고 한 게 누구였어?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진몽요는 고민했다. “나도 모르겠어… 그 사람은 나 배신 안 했다고 하는데 내가 못 믿겠어서 그렇지. 난 재결합 생각 없는데 자꾸 날 찾아오고 다른 남자 못 만나게 하고, 그리고 사실 저번에 한 번 했어… 난 그 사람을 거절하지 못 하는 거 같아. 그렇다고 사귀기엔 딱히 기쁘지도 않고. 알아서 하라지, 난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목정침은 화가 나서 손에 있던 컵을 깨뜨렸고, 비싼 카펫 위에 얼룩이 지고 말았다. “찾아요, 다 뒤져서 무조건 찾아내요! 그 사람들이 단순히 복수를 위해서 이런 일을 벌인 것 같진 않고, 저번에 준 돈도 이미 다 썼을 텐데 무슨 돈이 있어서 도망 쳤겠어요? 뒤에 누가 있는지 샅샅이 조사하세요! 그리고 병원에 경호원 두 명 보내 놓으세요. 연이 근처에 아무도 접근해선 안돼요.” 임집사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없이 서재에서 나갔다. ...... 병원에서 나오자 거의 9시였다. 진몽요는 길거리 음식점에서 끼니를 대충 떼우고 천천히 집에 가고 있었다. 집 앞에 도착한 그녀는 열쇠를 안 챙긴 걸 발견하고 문을 한참 두드렸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래서 안야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안야는 회사나 집 빼고는 갈 곳이 없었기에 그녀는 의심을 품고 택시를 잡아 경소경의 집으로 향했고, 자기 집에 들어가지 못 하니 경소경의 집에 임시로 대피할 생각이었다. 노크 소리에 경소경은 밖을 살짝 보았고, 진몽요인 걸 보고 기쁜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오, 오늘은 자진해서 여기로 왔네요? 집 열쇠 줄게요, 둘려 줄 필요는 없어요. 오고 싶을 때 언제든지 와요.” 진몽요는 소파에 누워 그가 건네는 열쇠를 보며 생각했다. “이 열쇠고리 예전에 사준 건데 아직 안 버렸네요? 남겨뒀다가 뭐하게요? 이런 거에 집착하는지 몰랐어요.” 경소경은 불쾌한듯 말했다. “어디다 뒀는지 까먹었었는데, 저번에 아주머니가 청소하시면서 찾아준 거예요. 아니면 이미 버렸겠죠. 봐요, 이 집에 당신 물건이 더 남아 있는지.” 이 말에 진몽요는 기분이 상했다. “그럼 지금 버리면 되겠네요, 그렇게 버리고 싶으면.” 경소경은 자신의 입을 살짝 때렸다. “내가 말 실수를 했네요. 아까 한 말은 거짓말이에요. 당신이 이 집 떠날 때 아무것도 안 두고 갔잖아요. 머리카락 한 올도 안 두고 갔는데 내가 버릴 게 어딨겠어요. 그나저나 말도 없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 내가
비록 그녀는 씩씩거렸지만 다 연기였다. 그녀는 이 옷을 입으니 매우 불편해했다. “다른 옷으로 바꿔줘요. 당신 옷은 입어도 이런 건 안 입어요. 당신이 자제하지 못할 거 같아요. 그럼 나만 손해잖아요. 얼른요.” 경소경이 다시 자세를 고쳐 앉으려 일어나는 순간 그녀는 그의 위에 앉아 버렸고, 뒤로 넘어갈까 봐 그의 목을 잡았다. 두 사람의 거리는 가까워졌고 심장은 빨리 뛰고 있었다. “몽요씨....” 경소경이 또 어떤 달콤할 말을 할지 기대하고 있었다. 아까 분명 그는 그녀의 몸매를 칭찬했지만 예상 밖에 말을 뱉었다. “아직도 좀 무겁네요… 내려가줘요.” 진몽요는 그를 밀치고 발로 차버렸다. “꺼져요!” 드레스 룸에 들어온 경소경은 길게 심호흡을 했다. 그가 아까 전에 어떻게 참았는지는 모르지만 아무 생각없이 산 잠옷이 그녀가 입으니 엄청 섹시해보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천사와 악마가 속삭이고 있었고 그는 그녀를 건들이지 않겠다고 했던 말을 후회했다… 옷을 갈아입자 분위기가 진정됐다. 진몽요가 향기로운 이불 속에 꼭 들어가 있으니 꼭 아이 같았고, 그녀는 흥얼거리며 자기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경소경은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고, 그녀는 발버둥쳤지만 양쪽 이불을 그가 잡고 있어 저항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를 노려봤다. “뭐해요? 난 아무랑 굿나잇 키스 안 해요. 내가 있을 때 잘 수 있으면 얼른 잠이나 자요. 난 원칙은 지켜요. 또 이러면 여기 다시는 안 올 거예요.” 경소경은 천천히 움직여 이불을 사이에 두고 그녀를 안았다. “당신 말은 들을수록 이상해요. 수준이 높은 말은 아니지만 또 무슨 말인지 이해되는 느낌… 지금 당신 있을 때 즐겨두라는 거예요? 또 무슨 의미가 숨겨져 있는 건 아니죠?” 이 자세로 그의 잘생긴 얼굴을 보며 진몽요는 침을 삼켰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아니에요, 잘 자요 그럼.” 경소경은 눈썹을 움직이고 그녀를 놔주었지만, 이불을 걷어내고 다시 그녀의 옆에 누워 상의를 벗었다. 그
하람은 살짝 당황했다. “어… 요즘 여자애들은 노는 걸 좋아하니까 안전만 조심하면 되지 뭐. 안야는 성격이 참 좋은 거 같아. 너처럼 얌전한 아가씨들 요즘 많지 않잖아. 맞다, 내가 가져온 음식들 몽요랑 같이 나눠 먹어. 둘이 사이 좋게 같이 사는데 서로 챙겨야지.” 안야는 웃으며 부지런하게 물건 정리를 했다. “몽요 사장님 덕분에 이런 것도 얻어먹을 수 있어서 좋네요. 아주머니, 앞으로도 이렇게 몽요 사장님 챙겨 주실 건가요? 경소경씨랑 다시 재결합 못 해도… 상관없는건가요?” 그녀의 의미를 알아들은 하람은 눈을 게슴츠레 떴다. “할 말 있으면 그냥 해. 지금은 우리끼리 있으니까 숨길 필요 없어. 괜찮아.” 안야는 살짝 망설였다. “요즘 어떤 남자가 자꾸 사장님 데리고 데이트를 가더라고요. 벌써 여러 번 만났고 경소경씨도 알고 있어요. 예군작이라고, 집에 돈도 많은 가봐요. 해성에서 알아주는 인물이라던데 다리는 아프지만 돈이 많으니까요… 경소경씨도 부족한 건 없지만 사장님이 헤어지고 나서 다른 사람 유혹에 쉽게 넘어갈까 봐 걱정이 되서요. 저는 계속 경소경씨랑 잘해보라고 하는데, 경소경씨랑 예군작을 동시에 만나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말했더니 신경 끄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아주머니께서 너무 마음 쓰지 않으셨으면 해서요. 만약에 사장님이… 정말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잖아요? 그럼 이 모든 게 다 헛수고가 되잖아요. 아마 죄송해서 말씀 못 드렸을 거예요. 며칠전에 예군작이 비싼 와인도 선물하고, 저기 있는 화분도 선물했어요.” 하람은 아무런 표정도 나타내지 않았다. “그래? 그런 건 몰랐네. 하지만 상관없어, 난 몽요가 소경이랑 재결합하길 원해서 잘해주는 게 아니야. 목적을 품고 있는 호의는 다 가짜지. 나는 몽요를 딸로 생각해서 상관없어. 정리 다 됐네, 냉장고에 넣어만 놓고 갈게. 너도 가서 쉬어.” 하람이 떠나자 안야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꽉 깨물었다. 왜 모든 사람은 진몽요에게 잘해주는 걸까? 갑자
정식으로 데이트 신청을 하자 진몽요는 고민했다. “설마… 데이트는 아니죠?” 경소경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데이면 좀 어때요? 내가 신선한 거 좀 먹여주고 싶어서 그래요. 일 끝나고 전화할 게요.” 그의 차가 멀어지자 진몽요는 나쁜 짓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헤어졌는데도 사귀는 거처럼 잠도 같이 자고, 그의 차를 타고, 같이… 데이트까지? 문 앞에 올라온 후, 그녀는 문이 살짝 열려 있자 안야가 미리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 뒀다고 생각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예민한 후각으로 두리안 냄새를 맡았다. “와, 안야 너 두리안 샀어?” 안야는 안방에서 걸어 나왔다. “아니요, 하씨 아주머니가 아침에 가져오셨어요. 다른 것도 엄청 많아요.” 하람의 행동이 이제 낯설지 않았다. “알겠어. 난 옷 갈아입고 연이네 병문안 갈 건데 같이 갈래?” 안야는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아니요, 오늘 립님도 쉰다고 하셔서 가서 청소 좀 해드리려고요. 남자 혼사 살면 집이 엉망이잖아요. 지금은 제가 그 집에 살진 않지만, 예전에 저를 많이 도와주셨으니 이거라도 해드려야죠.” 진몽요는 어제 저녁 집에 못 들어온 게 생각나 물었다. “어제 너 집에 몇 시에 왔어? 병원 갔다 왔는데 키가 없어서 집에 못 들어왔어. 너한테 전화했는데 받지도 않고. 어쩔 수 없이 경소경씨네 집에서 잤어.” 안야는 찔렸다. 그녀는 어제 저녁 집에서 노크소리도 들었고, 진몽요의 전화도 봤지만 일부러 받지 않았다. “좀 늦게 들어온 거 같아요… 그래서 핸드폰도 못 봤어요. 어차피 가실 곳 있으니까 제가 걱정 안 했어요.” 진몽요는 의심하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고 먹을 걸 대충 챙겨 나가려 할 때 안야가 가방을 매고 말했다. “사장님 차 있으시니까 저 좀 림닙네 집에 데려다 주세요. 택시 타기 귀찮아서요.” 병원과 임립네 집은 같은 방향이 아니었지만 진몽요는 승낙했다. “그래, 그럼 너 먼저 데려다 주고 병원으로 가지 뭐. 어제 연이 막 수술하고 나온 모습보고 깜짝 놀랐어. 걔가
진몽요는 털털하게 유턴을 하며 말했다. “알겠어, 걱정 말고.” 아파트 단지 주변 사람들은 진몽요의 차를 보며 수근거렸고, 얼마나 비싼 차인지 떠들었다. 그리고 차에서 내린 안야를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니 안야 마음속엔 허영심이 생겼다. 돈 많은 사람들은 이런 기분이구나… 고개를 숙이고 그녀는 깊게 심호흡을 했다. 그녀가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은 단순히 청소가 아니라 그에게 접근하기 위해서이다. 진작이 했어야 되는 일을 그녀가 조금 더 일찍 깨달었다면 임립과 남녀사이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럼 그녀는 빈곤한 일반인이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 병원, 온연은 오늘 컨디션이 훨씬 좋아졌다. 어제처럼 초췌해 보이지도 않고, 밥 먹을 입맛도 생겼다. 진몽요가 오자마자 온연은 아이를 보러 가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이 당장 움직일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이 대신 봐 줘야했다. 진몽요는 당연히 기쁘게 그녀를 도왔고, 병실 밖에 경호원이 늘어난 걸 보고 속으로 투덜댔다. 아이 하나 낳은 거 가지고 목정침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아이를 보고 온 후 온연에게 물었다. “밖에 경호원들은 왜 있어? 목정침은 너가 납치라도 당할 까봐 그러는 거야?” 유씨 아주머니는 끼어들었다. “다 도련님이 연이 생각하는 마음이지 뭐…” 진몽요는 너무 억지라고 생각했다. “아니… 경호원 두 명 세워놓는 게 생각해주는 마음이에요? 왜 직접 안 오고요? 아무리 연이가 얼굴보기 싫어해도 그건 다 핑계 아니에요?” 유씨 아주머니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의 말이 맞았지만 목정침이 어떻게 하든 상관할 수 없었다. 온연은 대화주제를 돌렸다. “괜찮아, 난 그 사람 없어도 돼. 몽요야 나 데리고 화장실 좀 가줘. 의사 선생님이 오늘은 누워있지만 말고 활동 좀 하라고 하셨어.” 진몽요는 긴장해서 침을 삼켰다. “아니… 너 배에 흉터가 그렇게 깊은데 걸을 수 있겠어?” 온연은 어쩔 수 없었다. “이것도 장기 꼬임을 방지해주는 거야. 최대한 움직이되 너
유씨 아주머니에 말에 진몽요는 온연이 안쓰러웠다. “연아, 아주머니 말이 맞아. 아이는 어차피 지금은 아이 못 만지니까 급할 거 없어. 오늘 뭐 먹고 싶어? 내가 경소경씨한테 말해 놓을 게. 많이 먹어야 힘도 생기고 회복도 빨리하지. 아니면 전화해서 목정침씨 오라고 하는 거 어때? 너가 아이를 낳고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그 사람도 직접 봐야지. 아니면 너가 얼마나 안쓰러운지 모를 거야.” 온연은 숨을 쉬며 유씨 아주머니와 진몽요의 도움 하에 천천히 허리를 폈고, 너무 아파서 숨을 깊게 쉴 수도 없었다. 수술 후 처음으로 침대에서 내려오는 게 이렇게 아플 줄 몰랐다. 한참 후 그녀는 겨우 말을 했다. “경소경씨…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 아주머니… 목정침한테 전화해서… 지금… 오라고 하세요…” 아직 그들 사이에 해결되지 않은 일이 있으니 그는 당연히 와야했다. 지금 그는 회피하고 있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인 후 목정침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련님, 사모님이 오시랍니다.” 전화 너머, 그는 알겠다고 했지만 온연이 자신을 만나면 싸울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번에 온지령네 부부가 쓴 그 편지는 그에게 심하게 타격을 주었고, 어렵에 얻어온 평화가 다시 사라지고 말았다. 옷을 갈아입고 그는 잠시 고민했다. 먼저 회사에 가서 노부인이 떠나기 전에 쓴 유서와 집 문서를 챙겼고, 이 물건들이 어쩌면 그를 지켜줄 수도 있었다… 막 아이를 낳은 여자의 성질을 감히 건들이고 싶지 않았다. 병원. 그는 병실로 들어오자 마자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고 진몽요는 그를 원망했다. “와이프가 아이를 낳고 불쌍하게 침대에 누워있는데, 어디서 뭐하다가 이제 와요?” 그는 온연을 보며 진몽요의 원망을 그저 듣고 있었다. 온연은 오히려 즐기는 표정이었고, 그가 일부러 안 온 게 아닌 걸 알았기에 그가 욕먹는 모습을 보자 그녀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유씨 아주머니는 두 사람이 할 얘기가 있는 걸 알고, 진몽요를 끌고 물건을 사러 나갔다. 지금은 모유수유를 할
온연은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알고 싶은 건 당신이 할머니한테 항공사고 일을 자백했는데도 어떻게 할머니가 용서한 거예요? 아들을 죽인 원수랑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어요? 난 당신이랑 오래 살았는데도 당신을 안 미워할 수가 없었는데…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내가 아는 것도 알고 내가 모르는 것도 아신다고. 내가 모르는 게 뭐에요? 이렇게 됐는데도 나한테 말 못할 일이 있어요?” 목정침의 몸은 살짝 굳었고, 손을 뻗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내가 할머니한테 자백한 건 서로를 위해서였어. 할머니가 날 미워하시더라도 내가 너의 여생의 기둥이 될 걸 아시니까. 너가 임신도 했으니 우리 가족이 잘 살길 바라셨어. 할머니는 죽은 사람을 돌아올 수 없으니 살아 있는 사람들끼리 잘 살아야 된다고 하셨어. 그래서 날 미워하지 않으신데. 난 감사했지. 다른 건 말하고 싶지 않아. 그냥 너가 아는 게 다라고 생각해줘. 네 고모랑 고모부를 쫓아낼 때 내가 경고했어, 당장은 너한테 할머니가 돌아가신 소식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하지만 네 고모부는 그걸 무기로 사용했지. 난 내가 양보하면 고모부가 만족할 줄 알았는데 계속 찾아올 줄은 몰랐어… 그래서 사람 시켜서 손지검을 했어. 너한테 쓴 편지는 다 복수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내가 준 돈을 다 썼을 텐데 도대체 어디로 도망간 걸까? 이상해. 어쩌면 뒤에서 누가 조종하고 있을지도 몰라서 지금 알아보는 중이야. 그러니까 날 한번만 믿어줄 수 있어?” 사실 할머니의 유서와 유물을 봤을 때 온연은 이미 목정침을 믿고 있었다. 만약 온지령의 남편 말대로라면 노부인이 어떻게 유서와 유물을 목정침에게 주었을까? 유서와 유물은 사람이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기는 것이기에 가장 믿는 사람에게 줄 수밖에 없었다. 온연은 소리 없이 울었다. “미안해요… 나는 그냥… 할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 버리셔서 견딜 수 없었어요… 내 유일한 가족이었잖아요. 내가 순간 감정 조절을 못 해서 조산까지 하고… 다 내 탓이에요…”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