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 아주머니에 말에 진몽요는 온연이 안쓰러웠다. “연아, 아주머니 말이 맞아. 아이는 어차피 지금은 아이 못 만지니까 급할 거 없어. 오늘 뭐 먹고 싶어? 내가 경소경씨한테 말해 놓을 게. 많이 먹어야 힘도 생기고 회복도 빨리하지. 아니면 전화해서 목정침씨 오라고 하는 거 어때? 너가 아이를 낳고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그 사람도 직접 봐야지. 아니면 너가 얼마나 안쓰러운지 모를 거야.” 온연은 숨을 쉬며 유씨 아주머니와 진몽요의 도움 하에 천천히 허리를 폈고, 너무 아파서 숨을 깊게 쉴 수도 없었다. 수술 후 처음으로 침대에서 내려오는 게 이렇게 아플 줄 몰랐다. 한참 후 그녀는 겨우 말을 했다. “경소경씨…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 아주머니… 목정침한테 전화해서… 지금… 오라고 하세요…” 아직 그들 사이에 해결되지 않은 일이 있으니 그는 당연히 와야했다. 지금 그는 회피하고 있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인 후 목정침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련님, 사모님이 오시랍니다.” 전화 너머, 그는 알겠다고 했지만 온연이 자신을 만나면 싸울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번에 온지령네 부부가 쓴 그 편지는 그에게 심하게 타격을 주었고, 어렵에 얻어온 평화가 다시 사라지고 말았다. 옷을 갈아입고 그는 잠시 고민했다. 먼저 회사에 가서 노부인이 떠나기 전에 쓴 유서와 집 문서를 챙겼고, 이 물건들이 어쩌면 그를 지켜줄 수도 있었다… 막 아이를 낳은 여자의 성질을 감히 건들이고 싶지 않았다. 병원. 그는 병실로 들어오자 마자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고 진몽요는 그를 원망했다. “와이프가 아이를 낳고 불쌍하게 침대에 누워있는데, 어디서 뭐하다가 이제 와요?” 그는 온연을 보며 진몽요의 원망을 그저 듣고 있었다. 온연은 오히려 즐기는 표정이었고, 그가 일부러 안 온 게 아닌 걸 알았기에 그가 욕먹는 모습을 보자 그녀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유씨 아주머니는 두 사람이 할 얘기가 있는 걸 알고, 진몽요를 끌고 물건을 사러 나갔다. 지금은 모유수유를 할
온연은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알고 싶은 건 당신이 할머니한테 항공사고 일을 자백했는데도 어떻게 할머니가 용서한 거예요? 아들을 죽인 원수랑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어요? 난 당신이랑 오래 살았는데도 당신을 안 미워할 수가 없었는데…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내가 아는 것도 알고 내가 모르는 것도 아신다고. 내가 모르는 게 뭐에요? 이렇게 됐는데도 나한테 말 못할 일이 있어요?” 목정침의 몸은 살짝 굳었고, 손을 뻗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내가 할머니한테 자백한 건 서로를 위해서였어. 할머니가 날 미워하시더라도 내가 너의 여생의 기둥이 될 걸 아시니까. 너가 임신도 했으니 우리 가족이 잘 살길 바라셨어. 할머니는 죽은 사람을 돌아올 수 없으니 살아 있는 사람들끼리 잘 살아야 된다고 하셨어. 그래서 날 미워하지 않으신데. 난 감사했지. 다른 건 말하고 싶지 않아. 그냥 너가 아는 게 다라고 생각해줘. 네 고모랑 고모부를 쫓아낼 때 내가 경고했어, 당장은 너한테 할머니가 돌아가신 소식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하지만 네 고모부는 그걸 무기로 사용했지. 난 내가 양보하면 고모부가 만족할 줄 알았는데 계속 찾아올 줄은 몰랐어… 그래서 사람 시켜서 손지검을 했어. 너한테 쓴 편지는 다 복수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내가 준 돈을 다 썼을 텐데 도대체 어디로 도망간 걸까? 이상해. 어쩌면 뒤에서 누가 조종하고 있을지도 몰라서 지금 알아보는 중이야. 그러니까 날 한번만 믿어줄 수 있어?” 사실 할머니의 유서와 유물을 봤을 때 온연은 이미 목정침을 믿고 있었다. 만약 온지령의 남편 말대로라면 노부인이 어떻게 유서와 유물을 목정침에게 주었을까? 유서와 유물은 사람이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기는 것이기에 가장 믿는 사람에게 줄 수밖에 없었다. 온연은 소리 없이 울었다. “미안해요… 나는 그냥… 할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 버리셔서 견딜 수 없었어요… 내 유일한 가족이었잖아요. 내가 순간 감정 조절을 못 해서 조산까지 하고… 다 내 탓이에요…” 목
진몽요는 정신을 차리고 가방을 주웠다. “어… 괜찮아, 난 괜찮아. 나 경소경씨랑 밥 먹기로 해서 먼저 갈게. 내일 다시 올게.” 그녀는 혼이 나간 채로 자리를 피했다. 전지, 오랜만에 듣는 이름에도 그녀는 아직 두려움에 떨었다. 깊게 사랑했지만 깊게 미워했던 남자였고, 직접 그녀를 지옥으로 몰아넣었던 남자가… 돌아온 건가?! 온연과 목정침은 눈을 마주쳤고 마음이 무거워져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유씨 아주머니는 디테일한 일을 몰랐기에 손에 든 비닐에서 이상한 물건을 꺼냈다. “연아, 의사 선생님이 수유 준비해야 된다는데 가슴은 좀 부풀었어?” 온연은 목정침을 보고 얼굴이 뜨거워졌다. “아… 아직 안 부풀었어요. 그리고 당분간은 그런 거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아직 아이가 곁에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유씨 아주머니는 웃었다. “부끄러워할 거 없어. 널 어렸을 때부터 거의 내가 키웠고 도련님은 네 남편인데 부끄러워할 게 뭐가 있어? 의사 선생님이 수유할 때 돼서 모유가 많으면 아이한테 가져다줄 수 있다고 하셨어. 분유보다 훨씬 좋다고 하니까 담아둘 수 있는 만큼 담아두자. 자, 처음에는 좀 아플 수도 있는데 조금만 참아. 앞으로 아이 젖 먹일 때도 좀 아프겠지만 습관되면 괜찮아.” 아주머니가 온연의 옷을 걷어 올리자 온연은 재빨리 막았다. “잠깐만요… 아직 급한 거 아니잖아요… 저 지금 자고 싶어요!” 목정침은 헛기침을 하며 “그… 저는 아이 좀 보고 올 게요. 두 사람 할 일 해요.” 그는 일어나서 인큐베이터실로 향했고, 결혼한지 한참 지났지만 그녀는 부끄러움을 탔다. 그가 나가자 온연은 아주머니의 말을 들었고, 아이가 모유를 먹어야 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더 지체할 수 없었다. 그 과정은… 정말 아팠고, 괴로웠다… 게다가 매일 이걸 반복해야한다기! 한편, 진몽요는 병원에서 나온 뒤 바로 집으로 향했고 경소경이 아직 전화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조용히 혼자 있고 싶었다. 잡생각을 안 하고 싶었지만 자신도 주체
누군가 키로 문을 열고 들어왔고 그녀는 안야와 경소경의 소리를 들었지만 누군가에 의해 안겨진 이후에 기억은 잃었다. 다시 일어났을 땐 그녀는 병원에 있었고 온연과 같은 병원이었다. 온연은 산부인과에 있었고 그녀는 감기로 인한 발열로 병원에 이송되었다. 경소경과 안야는 병실에서 있어주었고, 그녀가 깨어나자 경소경이 잔소리를 했다. “아침까지 만해도 괜찮던 사람이 갑자기 왜 열이 났어요? 원래도 똑똑하지 않은 건 알았지만 내가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했잖아요.” 그녀는 힘 없이 대답했다. “누구는 그러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아요. 아침까지 괜찮았는데 갑자기 왜 그렇게 된 줄 모르겠어요… 컨디션이 안 좋네요.” 이때 안야가 다가와서 말했다. “별 일 없으셔서 다행이네요. 그럼 전 먼저 가 볼게요.” 비록 그녀는 표정에서 티 나지 않았지만 속으로 불평했다. 원래 그녀의 계획은 임립네 집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임립과 함께 쇼핑을 가려했는데, 경소경이 전화를 해서 아파트 문을 열어 달라고 하는 바람에 모든 계획이 무산되어 버렸다. 그녀가 진몽요를 향한 증오는 갈수록 커져갔고, 왜 진몽요는 열 좀 난 것 가지고 주위 사람을 귀찮게 하는걸까?! 진몽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들어가, 여긴 경소경씨만 있어줘도 돼.” 경소경은 불만 있는 척하면서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 “이제서야 내가 보고싶어진 거예요? 문을 한참 두드렸는데도 안 열어주길래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문 부실 뻔했어요.” 이 상황이 안야는 눈꼴시려웠다. 앞으로 자기한테도 이렇게 마음써 줄 남자가 나타날까? 그녀는 뒤돌아 나갔고, 마음속의 계획은 더 확고해졌고 이제부터는 다른 사람의 도움도 받지 않고, 흙탕물 속에서 남을 올려다보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진몽요는 심각하게 아픈 건 아니었기에, 열이 내려가자 링겔만 맞고 바로 퇴원했다. 퇴원하려 하니 저녁 7가 넘었고, 갑자기 어떤 사람이 꽃다발을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 “혹시 진씨 아가씨 맞으세요?” 진몽요는 의심스럽
진몽요 “…” 집으로 가는 내내 경소경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진몽요가 그 꽃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군작에게 빚을 졌다면서 다른 사람의 호의를 무시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니 그는 차마 꽃을 버릴 수 없어 뒷좌석에 던져놓았다. 아파트. 진몽요는 성질을 죽이고 말했다. “집에 도착했으니까 먼저 들어 갈게요. 오늘 고마웠어요, 내일 밥 살 게요.” 경소경은 기분이 살짝 풀렸다. “들어가서 잘 쉬어요, 그 꽃은 나한테 줘요. 우리집에 허전해서 꽃이라도 있으면 좋을 거 같아서요.” 진몽요는 어이가 없었다. “그… 그래요, 버리지만 말아요. 그래도 아까우니까 집에 가서 꽃병안에 꽂아 놔요.” 집으로 돌아온 후, 안야는 티비를 보면서 하람이 가져온 수입산 과일을 먹고 있었고 진몽요는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오늘 네가 문 열러 와줘서 다행이야. 내가 열이 나서 정신을 잃는 바람에 못 일어났어.” 안야는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운이 참 좋으신 거 같아요. 아플 때 그렇게 챙겨주는 사람도 있고, 경소경씨가 엄청 걱정하시던 데요. 그렇게 좋은 분이신데, 소중하게 생각하셔야죠.” 진몽요는 안야 옆에 앉아 안야의 어깨를 감쌌다. “아이고, 네가 아파도 내가 똑같이 걱정할 거야. 다같이 오래오래 살아야지.” 안야는 입꼬리를 올렸지만 웃지 않았다. “저는 여기 사람들만큼 운이 좋지 못한 거 같아요. 태어날 때부터 돈이 없어서 그렇게 열이 나도 병원에 자고 일어나면 다 나았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살아와서 지금은 익숙해요. 식사하셨어요? 면이라도 삶아 드릴까요?” 진몽요는 안야가 마지막에 한 걱정 섞인 말만 아니었다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고민에 빠질 뻔했다. “아직 안 먹었어. 그럼 부탁 좀 할 게. 고마워. 아직도 몸에 기운이 없네, 한숨자면 나아지겠지 뭐.” 안야는 주방으로 걸어가 무표정으로 면을 삶았고, 보글보글 끓는 물이 그녀의 심정과 비슷했다. 가끔은 그녀도 갈등했다. 만약 진몽
전화너머 경소경이 대답했다. “늦었는데 저녁 안 먹을 거 같아서요. 내가 만들어 줄 시간은 없으니까 집 가는 길에 시켰어요. 벌써 도착했어요? 얼른 먹고 일찍 자요.” 그녀는 자상한 그의 모습의 마음이 따듯해졌다. “고마워요… 그럼 먼저 먹을게요.” 전화를 끊고 그제서야 안야가 면을 삶고 있던 게 생각나 주방으로 들어가 말했다. “안야, 그만 삶아. 경소경씨가 배달 음식 보냈어. 양 많은 거 같은데 넌 저녁 먹었어? 같이 먹을까?” 안야는 가스불을 끄자 보글보글 끓던 물은 잠잠해졌고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전 먹었어요, 혼자 드세요.” 거실을 지나가면서 진몽요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자 진몽요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안야, 같이 조금만 먹자? 경소경씨가 배달시킨 줄 몰랐어, 미안해…” 안야는 고개를 돌리고 억지로 웃었다. “전 배가 안 고파서요, 혼자 다 드세요.” 둘째 날 아침, 진몽요는 일어나서 아침밥을 할 때 어제 안야가 삶다가 두고 간 면을 발견했다. 비록 그녀는 털털한 성격이지만 마음이 여려 안야에게 미안했다. 안야는 그녀를 위해서 면을 삶았는데 그녀는 배달음식을 우선으로 먹었다니… 사죄하는 마음에 그녀는 맛있는 아침밥을 만들었고, 안야가 일어나가 저번에 쇼핑하면서 산 새 립스틱을 건넸다. “자, 선물이야.” 안야는 자연스럽게 립스틱을 받았다. “감사해요, 마침 이 색상 좋아하는데.” 밥을 먹으면서 진몽요가 물었다. “나 쇼핑하고 싶은데 같이 갈래? 연이 아들이 이미 태어났는데 아직까지 선물을 안 해서 새 옷 몇 벌 사주게.” 안야는 거절했다. “전 안 갈래요. 그냥 집에서 티비나 볼 게요. 주말에 겨우 이틀 쉬는데 잘 쉬어야 내일 또 일하죠. 저는 사장님처럼 순위에도 못 들었잖아요. 열심히 살아야죠.” 진몽요는 안야를 꼬득였다. “에이, 같이 가자. 너도 이모잖아, 같이 골라주면 좋지.” 안야는 하는 수 없이 동의했다. 그녀는 그저 진몽요와 같이 쇼핑하는 게 싫었다. 진몽요는 물건 살 때 가격을 안 보고
안야는 창피해서 고개를 숙였다. “아이 또 그러시네…” 그녀의 모습을 보고 진몽요는 이해했다. “그래그래, 알겠어, 이건 좋은 일이잖아. 걱정하지 마, 내가 꼭 너희가 잘 되게 도와줄게. 다른 사람이랑 잘되면 안되잖아. 내가 지금 전화해 볼 게.” 네 사람은 약속한 장소에서 만났고, 안야는 기분이 좋아서 예쁘게 꾸미고 갔다. 임립은 제일 늦게 도착했는데… 혼자 온 게 아니라 어떤 여자랑 함께 왔다. 그 여자는 임립 곁에 잘 어울려 보였고, 예뻤지만 눈엣가시였다… 안야는 표정관리가 안 돼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진몽요는 임립이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안야의 표정을 보고 애써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옆에는 누구예요? 소개는 해줘야죠.” 임립은 여자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내 여차친구예요, 이름은 임채미. 처음으로 다른 사람한테 소개 시켜주네요. 6개월정도 알아가다가 이 사람이 귀국하자마자 만났어요. 같이 동거하려고요.” 임채미는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지만 우아해 보였고, 흰색 울 코트 안에 흰색 티셔츠와 회색 스키니진을 입고 있었다. 큰 키가 그녀를 더 돋보이게 만들었고, 쉽게 무시하지 못할 것 같은 아우라를 품고 있었으며 화장을 연하게 하고 왔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긴 검정 생머리를 한 그녀는 꽤나 훌륭한 외모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귀국 한지 얼마 안됐지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저녁에 식사 같이할까요? 제가 살게요.” 진몽요는 도저히 웃을 수 없었고, 임채미는 딱 봐도 괜찮은 집안에 아가씨 같았다. 몸매도 모델 같고, 얼굴도 예뻤으며 안야 보다 기도 세보여서 어디 하나 비교할 수 없이 안야는 완패였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더 난처했고, 진몽요는 안야가 속상할까 봐 경소경 옆에 서지 않고 그녀에게 팔짱을 꼈다. “상황보고요… 저녁에 일이 있을 수도 있어서요.” 임채미는 진몽요와 안야를 보고 살짝 동공이 흔들렸다. “아… 그렇구나. 알겠어요. 다른 일
진몽요는 머리가 좋지 않아서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임립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 임립씨, 여자친구 이제 막 귀국했으니까 시간 나면 데리고 놀아줘야죠. 차도남 컨셉은 버리고요.” 임립이 대답을 하기전에 임채미는 그의 옆으로 가 애교스럽게 그의 팔을 감싸고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대였다. “우리 립씨는 다른 이성한테는 차도남이지만 저한테는 엄청 자상해요! 친구 선물사러 온 거라고 했죠? 가요, 내가 그래도 보는 눈이 있으니까 대신 골라줄게요!” 백화점 2층. 안야는 못 견디겠어서 화장실에 갔고, 진몽요는 얼른 따라갔다. 세면대 앞에서 안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진몽요는 조심스럽게 사과했다. “임립한테 여자친구가 생긴지 몰랐어. 난 너희 두 사람이 같이 살면서 왜 아무 일도 없었나 했는데, 여자친구가 이미 있었구나… 괜찮아, 좋은 남자는 많으니까 또 찾으면 그만이야.” 안야는 심호흡을 하고 애써 침착했다. “괜찮아요, 그냥 생각지 못한 상황이라서 좀 난감했어요. 게다가… 임채미씨는 저 보다 예쁘고 몸매도 좋고, 가방도 몇 백만원 자린데 저는 어울리는 상대가 아니잖아요.” 진몽요는 바로 반박했다. “네가 모자란 게 뭐있어? 그냥 너랑 어울리는 사람이 따로 있는거지 네가 안 어울리는 건 아니야. 불편하면 우린 먼저 가자. 괜히 너한테 쇼핑하자고 했네 내가.” 안야는 고개를 돌려 진몽요를 보았다. 역시, 그녀는 이 사람들 사이에서 낄 수 없었기에 떠나야 했지만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 왜 그녀가 이 무리를 떠나야 할까? 그녀는 웃으며 “괜찮아요, 없었던 일로 하면 그만이에요.” 웃는 그녀를 보며 진몽요는 속으로 안도했다. “괜찮으면 다행이야. 난 너가 충격 받은 줄 알고. 그럼 가자, 가서 쇼핑해야지.” 그녀들과 경소경, 임립 그리고 임채미가 다시 만났을 때 임채미는 선물을 같이 고르고 있었고, 아이 선물로는 역시 평화를 가져다주는 자물쇠와 작은 옥팔찌가 좋다고 생각했다. 임채미는 즐겁게 고르고 있었고, 순금으로 만든 평화 자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