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경은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너랑 정침이랑은 보는 눈이 같아서 똑같은 걸 선물할 거 같으니까 너가 한 발 빨리 사야 돼.” 물건을 다 사고 진몽요는 안야를 끌고 온연의 병문안을 갔고, 경소경은 하람의 전화가 오자 공관으로 향했다. 임립과 임채미가 단 둘이 남자 임채미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립씨… 친구분들이 저 싫어해요?” 임립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떤 친구요?” 임채미는 애교스럽게 그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그냥 다요! 오늘 첫 만남인데 같이 식사도 안 하고, 제가 사겠다고 했는데도 거절당했잖아요. 경소경씨는 저를 무안하게 만들기까지 했는데 몰랐어요?” 임립은 정직하게 고개를 저었다. “정말 몰랐어요, 오해한 거 같아요. 걔 그런 사람 아니에요. 지금 온연씨가 아이를 조산해서 다들 그 일 신경 쓰는 거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내가 밥 살게요, 가요.” 경가네 공관. 경소경이 집에 왔을 때 하람은 정원에서 풀을 정리하고 있었고, 다리가 나은 걸 보자 그는 집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오늘 기분 좋으신가 봐요.” 하람은 그를 보며 “너는 어떻게 집에 한번도 안 오니? 만약에 우리가 일반 사람들처럼 돈도 없고 집도 없어서 원룸에 다 낑겨 살았으면 너가 집에 오기만을 기다릴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 그는 하람이 용건이 있는 걸 알았기에 잔소리는 무시해버렸다. “용건 있으시면 말로 하세요, 무슨 일이신데요? 저 몽요씨랑 쇼핑하고 있었는데, 방해됐잖아요.” 하람은 가위를 내려놓고 집으로 들어갔다. “들어와, 네 아빠 지금 집에 없어.” 경소경은 고민하더니 따라 들어갔다. “대체 무슨 일인데요?” 하람은 한심하게 그를 보며 “몽요 요즘 예군작이라는 남자랑 가까이 지낸다며?” 경소경의 표정이 변했다. “엄마… 어떻게 아셨어요? 두 사람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예군작이 일방적으로 접근하는 거고, 두 사람이 같이 식사 몇 번 한 게 다예요.” 하람은 인상을 찌푸렸다. “원래
이번에 처음으로 하람은 그의 사생활에 끼어 들었고, 경소경은 짜증이 나진 않았지만 하람의 눈에 진몽요가 찍히지 않게 지켜주었다. “외박은 제 집에서 했는데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저도 다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누가 말해준 건지 아직 말 안 해주셨잖아요. 설마 뒷조사하신 거 아니죠? 그렇게 할 일이 없으세요?” 하람은 미심쩍었다. “정말 너 집에서 잤어? 둘이 다시 만나? 이건… 몽요랑 같이 사는 그 아가씨가 알려줬어, 안야라고 있잖아. 그 아가씨는 싹싹하고 참해서 거짓말할 것 같진 않고, 게다가 몽요 친구잖아. 내가 이런 일까지 뒷조사할 정도로 한가하진 않아!” 안야가 말했다고? 경소경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진몽요가 그의 집에서 외박한 걸 안야가몰랐을까? 아니면… 진몽요가 그의 집 말고 다른 사람의 집도 갔었나? 생각할수록 찝찝했다. “엄마, 다른 볼 일 없으시면 저 가 볼게요. 생각하시는 그런 상황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그가 발 걸음을 떼자 하람이 당부했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든 네가 받아드려. 괜히 여자애한테 심적 부담감 주지 말고. 사람이 인생 살면서 순탄하게 살 수만은 없어. 힘든 일도 겪고 그런 거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은 인생이 불행하라는 법도 없지. 엄마는 네가 걔한테 진심인 거 알아, 그래서 마음이 쓰이는 거야.” 하람의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단번에 알아들은 경소경은 복잡한 심경이었지만 감동을 받았다. “알겠어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녁 먹으러 올게요.” 차로 돌아온 후 그는 망설이다가 안야에게 문자를 보냈다. ‘몽요씨가 우리 집 온 날 말고 다른 날에도 외박한 적 있어요?” 의심병은 만인의 질병이었고, 지금 그는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병실에서 안야는 문자를 받은 후 조심스럽게 진몽요와 온연의 눈치를 보다가 답장했다. ‘아니요…아마 그런 적 없을 거예요.’ 그녀는 일부러 숨기는 듯한 말투로 이 대답에 확신을 주지 않았다. 경소경은 그녀의 말을 당연히 오해하고 답장을 하지 않
산후조리원 한 달 비용이 몇 백을 넘어간다는 건 안야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다. 그녀는 또 무리에 어울리지 못 하는 느낌을 받아 옆에서 그저 웃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 “연이 밥 좀 챙겨올 게. 다들 얘기하고 있어. 금방 다녀올 게.” 진몽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오세요, 저랑 안야가 여기 있을게요.” 유씨 아주머니가 나가자 절친들의 수다시간이 시작됐다. 진몽요는 막 웃으면서 사온 아동복을 꺼냈다. “거절하지 말고 받아. 이건 아이 태어난 기념으로 산 건데 대충 맞을 거야. 남자 아이인 거 알고 파랑색으로 골랐는데 귀엽지? 나는 아동복은 저렴할 줄 알았는데 은근 비싸더라! 아이는 옷 사이즈가 자주 바뀌니까 몇 벌 사왔어. 안야도 샀는데, 같이 가서 골랐어. 나는 경소경씨처럼 돈이 많진 않아서 별장은 못 해줘. 역시 부잣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부족할 게 없다니까. 다시 태어날 수 있으면 꼭 네 뱃속에서 태어날 거야! 맞다, 임립 연애하더라. 쇼핑할 때 그 여자랑 같이 왔어. 착한 스타일은 아니라 어울리긴 힘들 거 같아.” 온연은 의아했다. “정말이야? 하긴 나이도 있으니까 연애할 때도 됐지. 첫 만남부터 별로였어?” 진몽요는 투덜댔다. “그 여자 이름이 임채미야. 성만 임립이랑 똑같지 완전 딴판이야. 아무한테나 친한 척을 잘해서 네 아들 선물 하나 골라주는데 이래라 저래라 하더라고. 첫 만남에 그럴 수 있나? 제일 화났던 건 안야를 은근 무시하는 거야. 안야가 한동안 임립이랑 살았었잖아? 안야는 오해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 여자가 뭐라고 말했는 줄 알아? 오해 안 한다면서, 임립이 착해서 길가에 강아지도 구해주는 사람이라고 안야는 친구니까 오죽했겠냐고 말하더라고. 임립만 아니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한 마디 했을 거야. 순진한 척 웃는 얼굴에 침은 못 뱉겠더라.” 옆에 있던 안야는 난감했다.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았었는데 진몽요는 그것도 모르고 다시 언급했다. 온연
온연은 고민했다. “우리는 안야랑 다르잖아. 우리 둘은 안지도 오래됐고, 함께한 일이 많았어서 사소한 건 신경 쓰지 않지만 안야는 달라. 앞으로 좀 조심해, 애 기분 좀 잘 살피고. 같이 살 때는 그런 털털한 성격 좀 고쳐야겠어.” 진몽요는 억울했다. “난 너희 둘 다 똑같이 친한 친구라고 생각해. 같이 살 정도로 친한데 그런 것도 신경 써야 하나…?” 온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안야는 본인처럼 진몽요와 어울릴 수 없다는 걸 방금 눈치챘다. 갑자기 병실 문이 열었고 목정침이 나타났다. “무슨 얘기해요?” 비록 그는 매일 같이 양복을 입지만, 매번 차려 입은 모습은 빛나 보였다. 진몽요는 웃으며 장난을 쳤다. “언제부터 여자들 대화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는 병상 앞에 서서 말했다. “관심 없어요, 그냥 예의상 물어본 거예요.” 진몽요는 어이가 없었다. “진짜 말이 안 통하네요. 왔으니까 저는 갈게요. 위가 배고프다고 시위하고 있어서 얼른 배 채우러 가봐야 해요.” 온연은 당부했다. “운전 조심히 해, 덜렁대지 말고.” 병실에 두 사람만 남자 그는 갑자기 그녀의 옷깃을 들췄다. “물 흘렸어? 옷이 젖었는데, 갈아 입을래?” 온연은 잠깐 당황했다. “아니요… 이따 아주머니가 도와주실 거예요...” 그가 말했다. “아주머니는 밥 하러 가셔서 좀 지나야 오실 거야. 그냥 내가 도와줄게.” 그의 하얗고 긴 손가락을 보며 온연은 도저히 그가 직접 도와주는 상황을 상상할 수 없었다.”됐어요, 아주머니가 할 줄 아시니까 기다리면 돼요. 아이한테 갖다 줄 것도 짜야 돼서요…” 그녀가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하자 목정침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 그럼 아주머니 오실 때까지 기다리자. 아이 이름은 생각해 봤어? 내가 지을까?” 온연은 생각했다. “나는 이름 지을 줄 모르니까 당신이 알아서 해요. 아이는 보고 왔어요? 좀 어때요? 언제쯤 집으로 데려갈 수 있을까요?” 목정침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에 넘겨준 뒤 부드럽게 말했다. “너기
목정침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응, 아직은 못 찾았어. 그래서 뒤에 누군가 있다는 확신이 더 강하게 들어. 넌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 온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떠봤다. “그럼… 만약에 찾으면 어떻게 할 거예요?” 그녀가 걱정하는 걸 알자 목정침은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고모랑 고모부가 돼서 분명 네가 임신 말기 때 조심해야하는 거 알았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어떻게 됐든 용서하지 않을 거야. 고모네 가족도, 그 뒤에 있는 사람도 절대 안 놓아줄 거야. 너가 걱정하는 건 알아. 지금까지 봤을 땐 고모는 아마 누군가의 의해 협박을 당했거나 조종을 당했겠지. 선택권이 있었다면 이렇게 안 하셨을 거야. 고모부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지만. 내가 상황을 보고 결정할 거야. 너무 잔인하게는 안 해.” 온연은 목정침이 그때 가서 어떤 조치를 취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녀가 지금 보는 그의 모습은 그녀가 원하는 그의 모습이었고, 그는 자신의 다른 모습을 그녀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직 사람도 못 찾았으니 우선 기다려 봐야 했다. 병원도 산후조리원도 시간이 느리게만 흘러갔다. 목정침은 그녀에게 42일동안 산후조리를 하라고 했고 그건 유씨 아주머니가 알려준 정보였다. 요즘엔 산후조리를 안 하는 여성들도 많았지만 목정침은 유씨 아주머니의 말을 들었다. 아이의 출생 1개월 파티는 온연이 목가네로 돌아올 때까지 늦춰졌고, 목가네는 엄청난 경사인만큼 성대하게 치렀다. 이 날 온연은 처음으로 아이와 만났고, 아이도 막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장기간 인큐베이터 안에 있어서, 빛 때문에 피부가 살짝 탄 것 같았지만, 피부는 좀 지나면 다시 하얘질 수 있었고 얼굴은 막 태어났을 때보다 훨씬 또렷해져 있었다. 처음으로 뱃속에 있던 아이를 마주하니 그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고, 한 번 안으니 내려놓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아이를 좋아하는 것에 비하면 목정침의 태도는 덤덤했다. 그녀가 아이를 아껴줄 때도 그는 그저
호텔에 도착한 후 온연은 어쩔 수 없이 유씨 아주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목정침과 함께 연회장을 돌며 손님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산후조리를 잘해서 오늘은 하얀 바탕에 검은색 디자인이 그려진 치파오를 입었고, 완벽한 몸매를 뽐냈다. 만약 유씨 아주머니가 옆에서 아이를 데리고 있지 않았다면 아무도 그녀가 출산한 걸 몰랐을 것이다. 손님들은 대부분 사업가들이어서 그녀는 누군지 잘 몰랐지만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목정침과 결혼식을 성대하게 올리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은 왜 목가네 사모님은 주목받지 않고 아이의 출생을 더 중요하게 챙기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그녀는 그런 걸 신경쓰지 않았고, 목정침과 팔짱을 끼며 한 바퀴 인사를 돌리고 진몽요를 찾으러 갔다. 진몽요와 안야는 이미 도착해 있었고 경소경과 임립도 도착했다. 임립은 자연스럽게 여자친구 임채미를 데려왔고, 보통 남자들은 한쪽에서 일 얘기를 하고 여자들은 한 쪽에서 요즘 트렌드 얘기를 하지만 임채미는 다른 여자들과 다르게 임립 옆에 꼭 붙어 있었다. 온연은 본 진몽요는 얼른 다가갔고 유씨 아주머니 품에 있던 아이를 안았다. “내가 좀 크면 잘 생겨질 거라고 말했지? 피부는 좀 탔는데 이목구비가 완전 목정침씨네. 이름은 지었어? 이름이 뭐야?” 이름 얘기가 나오자 온연은 어이가 없었다. 출산을 하고 병원에서 입원중일 때 목정침이 그녀에게 이름을 지을 거냐고 물어봤었지만 사실 아이를 낳았을 때 출생증명을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신생아 이름을 적어야 했었다. 그래서 이름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그녀가 지을 기회는 없었지만 그는 혹시라도 그녀가 이름을 잘 못 지었다고 할까 봐 예의상 물어본 것이었다. 그때 그녀가 이름 지을 겨를이 없었기에 그에게 맡겼고, 오늘에서야 자기 아들의 이름이 목성언이라는 걸 알았다. 아빠의 성과 엄마의 이름, 그리고 중간에 별 성자. 잡을 수 없이 높이 떠 있는 반짝이는 별이라는 의미였다. 역시 의미는 목정침 다웠다. “목성언, 목
진몽요의 케이스 안에는 작은 금팔찌가 있었고, 안야의 케이스 안에는 빨간색 실로 감겨진 금색 12간지 모양이 딱 아이에 띠에 맞는 동물이었다. 온연은 선물을 보고 아이의 볼에 입을 맞췄다. “이모들 감사합니다, 나중에 커서도 이모들 기억해줘야 해. 널 이렇게 좋아하잖아.” 임채미는 이 장면을 보고 실룩거리며 걸어왔다. 오늘 그녀는 과하게 꾸몄고 지난번 진몽요와 안야와의 첫 만남 때보다 수수함이 적어졌고 화려함이 가득했다. “다들 오셨네요? 이 분이 목가네 사모님이시죠? 안녕하세요, 저는 임립씨 여자친구예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건 제가 립씨랑 같이 고른 아이 선물이에요. 아이가 너무 귀엽네요~” 온연은 이미 진몽요로부터 임채미 얘기를 들었어서 그저 예의상 웃었고 선물은 유씨 아주머니가 받았다. 임채미는 안야를 스캔하더니 장난스럽게 말했다. “안야씨는 어떻게 이렇게 입고 여길 오셨어요? 여기가 재래시장도 아니고.” 안야는 얼굴이 빨개졌고 옷깃을 꽉 잡았다. 맞다, 그녀는 예복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반 원피스를 입었다. 이런 상류사회 사람들 사이에 껴 있으니 봉황 무리 안에 있는 꿩 같아서 촌스러운 자신이 부끄러웠다. 온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여기 저희 목가네 호텔이니까 제가 신경 안 쓰면 그만이에요. 아무 옷이나 입고 와도 되죠. 옷은 그저 입는 거지 명함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오늘은 사업 모임이 아니라 저희 아이 파티인데요. 아가씨가 말을 안 가려서 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 소문이 맞네요…” 임채미는 당황했다. “저… 저는 그냥 장닌친건데… 여러분들이 립씨 친구면 제 친구나 마찬가지요. 안야씨 제가 장난도 못 치는 거 아니죠?” 안야는 억지로 웃었다.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진몽요는 혐오하는 눈빛으로 임채미를 보며 비꼬았다. “그쪽이 입은 예복도 2년 전 디자인 같은데, 심지어 그때도 유행을 못 타서 이제 거의 아무도 안 입는 걸 입고 오셨네요? 저도 장난이에요. 제가 디자인 일을 해서, 그쪽이 입은 옷이 몇 년도 상
넓은 목가네는 사람이 많아졌어도 시끄럽지 않았고 오히려 분위기가 축 쳐져 있었다. 진몽요는 안야를 임채미로부터 지키고 있었고 경소경도 있어서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임채미는 아무 일 없는 듯이 남자들 사이에 껴서 수다를 떨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무리의 ‘인싸’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런 류의 사람들은 쉽게 호감을 살 수 없었다. 특히 임채미는 아이를 안고 있는 유씨 아주머니를 막 대했다. “아줌마, 주스 한 잔만 가져다주세요. 홍차는 못 마셔서요.” 유씨 아주머니는 임립의 체면을 생각해서 화 내지 않았다. “저는 지금 아이를 안고 있어서요. 주방에 다른 사람들 있으니 다른 분께 부탁해주세요. 직접 하셔도 되고요. 냉장고 안에 다 있으니 드시고 싶은 걸로 고르세요.” 임채미는 고개를 돌려 임립에게 애교를 부렸다. “립씨… 나 주스 먹고싶어요~” 진몽요는 온 몸에 닭살이 돋았다. 임립은 아무 말없이 주방으로 향했다. “내가 가져올게요, 어떤 주스 마실래요?” 임채미는 달콤하게 웃었다. “석류주스요~” 석류주스… 는 없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석류주스는 없어요.” 임립은 어깨를 들썩였다. “없다네요, 다른 거 마셔요.” 임채미는 입술을 내밀었다. “그럼 됐어요, 그냥 홍차 마실게요.” 이때 임집사가 걸어와 목정침에 귓가에 속삭였고 목정침은 인상을 찌푸리며 임집사와 위층으로 올라갔다. 임집사는 오늘 연회 게스트 목록을 보며 말했다. “예군작씨라고, 저희랑 아무런 왕래도 없고 오늘 파티에 오지도 않았는데 선물을 보내셨어요, 큰 걸로요. 모든 사람들중에 경 도련님이 제일 고가의 선물로 별장을 주셨는데, 이 예군작도….” 목정침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런 사람이 공짜로 집을 선물하지는 않았을 테고 나랑 사업한 적도 없는 거 같은데, 선물 보낸 사람이 아무 말없었어요?” 임집사는 생각해보더니 말했다. “선물 받은 저희 직원 말로는, 예군작 대신 온 사람은 젊은 사람었어요. 아마 밑에서 일하는 직원 같은데, 사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