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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장

작가: 레몬맛 고양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2-09-19 17:00:13
진몽요의 케이스 안에는 작은 금팔찌가 있었고, 안야의 케이스 안에는 빨간색 실로 감겨진 금색 12간지 모양이 딱 아이에 띠에 맞는 동물이었다. 온연은 선물을 보고 아이의 볼에 입을 맞췄다. “이모들 감사합니다, 나중에 커서도 이모들 기억해줘야 해. 널 이렇게 좋아하잖아.”

  임채미는 이 장면을 보고 실룩거리며 걸어왔다. 오늘 그녀는 과하게 꾸몄고 지난번 진몽요와 안야와의 첫 만남 때보다 수수함이 적어졌고 화려함이 가득했다. “다들 오셨네요? 이 분이 목가네 사모님이시죠? 안녕하세요, 저는 임립씨 여자친구예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건 제가 립씨랑 같이 고른 아이 선물이에요. 아이가 너무 귀엽네요~”

  온연은 이미 진몽요로부터 임채미 얘기를 들었어서 그저 예의상 웃었고 선물은 유씨 아주머니가 받았다.

  임채미는 안야를 스캔하더니 장난스럽게 말했다. “안야씨는 어떻게 이렇게 입고 여길 오셨어요? 여기가 재래시장도 아니고.”

  안야는 얼굴이 빨개졌고 옷깃을 꽉 잡았다. 맞다, 그녀는 예복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반 원피스를 입었다. 이런 상류사회 사람들 사이에 껴 있으니 봉황 무리 안에 있는 꿩 같아서 촌스러운 자신이 부끄러웠다.

  온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여기 저희 목가네 호텔이니까 제가 신경 안 쓰면 그만이에요. 아무 옷이나 입고 와도 되죠. 옷은 그저 입는 거지 명함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오늘은 사업 모임이 아니라 저희 아이 파티인데요. 아가씨가 말을 안 가려서 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 소문이 맞네요…”

  임채미는 당황했다. “저… 저는 그냥 장닌친건데… 여러분들이 립씨 친구면 제 친구나 마찬가지요. 안야씨 제가 장난도 못 치는 거 아니죠?”

  안야는 억지로 웃었다.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진몽요는 혐오하는 눈빛으로 임채미를 보며 비꼬았다. “그쪽이 입은 예복도 2년 전 디자인 같은데, 심지어 그때도 유행을 못 타서 이제 거의 아무도 안 입는 걸 입고 오셨네요? 저도 장난이에요. 제가 디자인 일을 해서, 그쪽이 입은 옷이 몇 년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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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은 목가네는 사람이 많아졌어도 시끄럽지 않았고 오히려 분위기가 축 쳐져 있었다. 진몽요는 안야를 임채미로부터 지키고 있었고 경소경도 있어서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임채미는 아무 일 없는 듯이 남자들 사이에 껴서 수다를 떨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무리의 ‘인싸’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런 류의 사람들은 쉽게 호감을 살 수 없었다. 특히 임채미는 아이를 안고 있는 유씨 아주머니를 막 대했다. “아줌마, 주스 한 잔만 가져다주세요. 홍차는 못 마셔서요.”  유씨 아주머니는 임립의 체면을 생각해서 화 내지 않았다. “저는 지금 아이를 안고 있어서요. 주방에 다른 사람들 있으니 다른 분께 부탁해주세요. 직접 하셔도 되고요. 냉장고 안에 다 있으니 드시고 싶은 걸로 고르세요.”  임채미는 고개를 돌려 임립에게 애교를 부렸다. “립씨… 나 주스 먹고싶어요~”  진몽요는 온 몸에 닭살이 돋았다. 임립은 아무 말없이 주방으로 향했다. “내가 가져올게요, 어떤 주스 마실래요?”  임채미는 달콤하게 웃었다. “석류주스요~”  석류주스… 는 없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석류주스는 없어요.”  임립은 어깨를 들썩였다. “없다네요, 다른 거 마셔요.”  임채미는 입술을 내밀었다. “그럼 됐어요, 그냥 홍차 마실게요.”  이때 임집사가 걸어와 목정침에 귓가에 속삭였고 목정침은 인상을 찌푸리며 임집사와 위층으로 올라갔다.  임집사는 오늘 연회 게스트 목록을 보며 말했다. “예군작씨라고, 저희랑 아무런 왕래도 없고 오늘 파티에 오지도 않았는데 선물을 보내셨어요, 큰 걸로요. 모든 사람들중에 경 도련님이 제일 고가의 선물로 별장을 주셨는데, 이 예군작도….”  목정침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런 사람이 공짜로 집을 선물하지는 않았을 테고 나랑 사업한 적도 없는 거 같은데, 선물 보낸 사람이 아무 말없었어요?”  임집사는 생각해보더니 말했다. “선물 받은 저희 직원 말로는, 예군작 대신 온 사람은 젊은 사람었어요. 아마 밑에서 일하는 직원 같은데, 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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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846장

    진몽요는 시선을 피했고 이내 눈가가 촉촉해졌다. 여태 경소경은 그녀를 공기 취급했지만 친구의 여자친구는 저렇게 가까이하다니…! 몇 초 후, 그녀는 가방을 챙겨 온연에게 말했다. “연아, 아직 저녁 먹으려면 한참 남았는데, 날씨도 좋으니까 쇼핑하러 갈래? 너 쇼핑 안 한지 오래됐잖아. 아이는 아주머니한테 맡기자. 어차피 모유는 다 준비해뒀잖아.”  쇼핑을 싫어하는 여자는 없었고 온연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안야 오면 같이 가자. 너 차 끌고 왔지? 그럼 너 차 타고 갈…” 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진몽요가 끊었다. “그거 내 차 아니야. 오늘 그 주인한테 돌려주려고. 네 남편 차 끌고 가면 되지.”  경소경은 웃을 수 없었다. 오래 사귄 만큼 진몽요가 화나면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그의 차를 한동안 쓰다가 갑자기 돌려준 다는 건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온연은 심상치 않은 걸 느끼고 고개를 끄덕인 뒤 위층으로 올라가 목정침에게 차 키를 받고 강제로 카드도 받았다.  그녀들이 나가고 임립이 물었다. “진몽요씨가 운전하는 차 네 거 아니야? 갑자기 돌려준다는 건 무슨 뜻이야? 뭔가 이상한데…”  경소경은 눈을 깔고 씁쓸하게 웃었다. “몰라, 원래 성격이 저래…”  임채미는 눈치 없이 물었다. “두 분 헤어진 거 아니에요? 돌려주는 게 정상이죠.”  임립은 싸늘하게 말했다. “임채미씨, 말이랑 행동은 상황에 가려서 해야죠.”  임립의 태도에 임채미는 당황했다. “당신… 무슨 뜻이에요?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전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  임립은 말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잘못을 짚어주진 않았지만 다 보고 있었다. 그녀가 경소경의 어깨를 만지지 않았더라면 진몽요는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  가는 길, 진몽요는 속도를 올렸고, 안야는 무서워서 하얗게 질려 안전벨트를 꽉 잡았다. 온연은 이미 습관이 돼서 괜찮았다. “몽요야, 너 임채미가 경소경씨 어깨 털어줘서 기분 안 좋은 거지? 그 사람 진짜 비호감이다. 사람이 정도가 있어야지. 이제 두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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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847장

    진몽요는 OK표시를 했다. “그래, 그리고 앞으로 네 아들 별명은 콩알이야. 귀여우니까.”  콩알이라는 별명은 탕위엔을 떠올리게 만들었가. 아이과 고양이 둘 다 온연에게 소중한 존재였고, 탕위엔의 유골이 들어 있던 드림캐쳐가 그녀의 악몽을 다 씻겨주었으니 콩알이도 분명 그녀에게 따듯한 존재가 될 것 같았다.  백화점에 도착한 세 여자는 쉬지 않고 좋아하는 걸 샀고 금방 두 손이 가득 찼다.  갑자기 전화가 오자 진몽요는 힘겹게 손을 빼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 너머 예군작의 독특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쇼핑해요?”  그녀는 머리가 삐죽 섰다. “내 몸에 눈 달렸어요?”  예군작은 살짝 웃었다. “하하… 그런 건 아니고요. 아택이 심부름 하는 길에 백화점에서 그쪽 봤다고 해서요. 오늘 친구 아들 파티 했던 거 알아요. 당신 이름으로 선물 하나 했는데 괜찮죠?”  진몽요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선물 보냈어요? 못 봤는데? 직접 안 온 거예요?”  예군작은 태연하게 말했다. “네, 안 갔어요. 내가 보낸 선물이 그쪽 전 남친 선물보다 뒤 떨어지지 않을 테니 오히려 그쪽이 한방 먹인 거죠. 오늘 시간 없는 거 아니까 내일 식사 할래요?”  경소경은 떠올리니 화가 나서 확 김에 승낙했다. “좋아요, 그럼 내일 연락할게요. 지금은 수다 떨 시간이 없어서 이만 끊을게요.”  전화를 끊자 온연이 물었다. “누구야?”  진몽요는 숨을 돌리며 “예군작씨. 네 아들한테 큰 선물 보냈데. 경소경씨가 준 별장 보다 더 좋은거라는데 왜인지는 묻지 마. 나도 이유는 모르니까. 이 사람은 원래 충동적이야.”  온연은 임집사가 목정침 귀에 속삭이던 게 이 일이라고 짐작했다. “어… 목정침씨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난 관여 안 할 게. 우리 그냥 저녁에 목정침씨랑 경소경씨랑 그 사람들끼리 저녁 먹으라고 하자. 어차피 남자들은 술 마실 텐데 난 못 마시니까 같이 안 먹어도 돼. 우리 셋은 집에서 먹으면서 내가 애기 돌보고, 또 어색한 분위기도 풀 수 있잖아. 어

    최신 업데이트 : 2022-09-22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848장

    유씨 아주머니는 대답을 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아이의 방으로 들어가자 온연은 침대 맡에 걸려 있는 드림캐쳐를 보았다. 목정침이 이걸 여기에 걸어놨을 줄은 몰랐는데 그도 가끔은 세심한 면이 있었다…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작은 입을 오물 거리는 게 너무 귀여웠다. 작은 두 주먹을 올리고 있는 통통한 손을 보니 병원에서 고생하진 않은 것 같다. 그녀가 매일 보낸 모유를 먹었으니 잘 자라고 있었다.  아이를 다 보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나왔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진몽요는 오늘 쇼핑한 물건을 뜯고 있었다. “원래 경소경씨 차 안 타려고 했는데 이따가 집에 다시 가야 되니까 오늘까지는 써야겠네. 물건도 많고 다 쓰면 내가 직접 돌려줘야겠어. 그래도 처음에 나한테 직접 차 키를 줬으니 나도 직접 돌려줘야지.”  온연은 놀렸다. “너 또 그런다. 그때 그 사람을 거절 못 하겠다고 한 사람이 누구였어?”  진몽요는 반박했다. “그건 예전이지! 이제는 절대 그럴 일 없어! 생각해보면 그 사람 잘난 거 하나 없는데 진짜 그런 나쁜 놈은 처음 봐.”  온연은 맞장구를 쳤다. “그래그래, 나쁜 놈이야. 됐지? 이제 마음 편해?”  저녁은 다 먹고 진몽요와 안야는 목가네를 떠났다. 저녁에 유씨 아주머니가 아이를 돌 보고 있으니 온연도 걱정하지 않았고, 목정침이 10시까지 집에 안 오자 먼저 잠에 들었다.  진몽요는 경소경이 이미 밥을 다 먹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차를 끌고 백수완 별장으로 향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확실하게 끝내야 했다.   그녀는 경소경이 아직 집에 안 온 걸 보고 차 안에서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다. 한 20분 정도 지나자 경소경이 드디어 돌아왔고 역시나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여서 대리기사가 데려다 주었다.  경소경은 차에서 내려 그녀를 보았지만 무시하고 차 키만 챙긴 채 집으로 들어갔다. 그렇지만 그녀를 밖에 내버려 둘 수 없으니 문은 잠구지 않았다.  그녀는 성질을 참고 따라 들어갔고 차 키를 거실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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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849장

    그녀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지자 경소경은 그녀를 끌고 소파로 왔고, 그녀는 두 손이 다시 자유로워지자 그의 뺨을 때렸다.  그는 잠깐 벙쪘지만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입술 사이로 피의 비릿한 맛이 느껴져 진몽요는 너무 놀랐고 술 취한 남자를 다시는 상대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애초에 차를 돌려주러 오면 안됐었다!  얼마 후 그녀가 정신이 혼미 해졌을 때 경소경은 매혹적인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얼른 대답해줘요.”  진몽요는 이미 대답하 기운이 없었고 그렇게 잠에 들었다…  목가네.  목정침도 술을 많이 마셨지만 제대로 걸을 수는 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아이를 보고 조심스럽게 나와 샤워하러 갔다.  욕실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온연은 비몽사몽 일어나 시간을 확인했고 이미 12시가 넘어 있었다. 식사자리가 참 길어진 모양이다.  목정침이 나오자 그녀는 다시 잠에 들으려 했는데…  그녀는 살짝 긴장했다. “그만해요… 자야지.”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아들 생각만 하지 말고 가끔은 내 생각도 좀 해줘. 이렇게 오래 됐는데 내가 뭐 부처님이라도 되는 줄 알아?”  그녀는 손을 얼른 뺐다. “그만해요, 늦었잖아요…”  그녀가 거절하는 핑계는 타당했다. 지금은 이미 시간이 많이 늦었다. 목정침은 하는 수 없이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내일은 어떤 이유로 거절하는 지 볼 거야. 오늘은 봐 줄게. 자자.”  다음 날 아침. 온연은 몸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일어났고 이상한 꿈까지 꾸었다. 분명 남녀관계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꿈까지 꾸었다. 눈을 뜨자 그녀는 이유를 알았다. 어제 저녁에 거절을 당해서 목정침이 아침부터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녀가 일어난 걸 보자 그는 그녀의 잠옷 바지를 잡아당겼고, 갑자기 밖에서 진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차 준비됐습니다. 출발하셔야죠.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으셔서 늦으시면 안됩니다.”  목정침은 김빠진 풍선 같았다. “알겠어!”  온연은 웃음을 참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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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850장

    목정침이 집에서 나올 때 온연은 웃으며 아이와 함께 마중을 나왔다. “아빠한테 인사해야지.”  목정침은 콩알이를 볼수록 더 질투가 났고 이 조그마한 아이한테 자기가 지게 될 줄은 몰랐다. “저녁에 일찍 들어올게.”  그의 의미를 알아들은 온연은 얼굴을 붉혔다. “얼른 가요, 기사님이 기다리시잖아요.”  가기 직전, 목정침은 아이에게 장난을 치고 부러워하며 온연에 볼에 입을 맞췄다. 아이는 그걸 알았는지 밥을 달라고 칭얼거렸고 그녀가 뒤를 돌아 들어가자 목정침은 표정이 굳었다. 뒤도 안 돌아보고 가다니…! 그의 아들이 앞으로 처음으로 혼나야 되는 날이 오면 꼭 그가 직접 혼내기로 다짐했다.  백수완별장.  진몽요는 핸드폰 벨소리에 의해 잠에서 깼고 눈을 떠보니 이미 10시가 넘어 있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났고 갑자기 근육통이 밀려와 한참을 앉아 있었다. 어제를 회상하며 그녀는 고개를 돌렸고 경소경은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기운만 있었더라도 그를 발로 찼을 것이다!  전화를 받자 안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세요? 왜 출근 안 하셨어요? 지각하시는 건 줄 알았는데 벌써 2시간이나 지났어요! 차 막히신 건 아닌 것 같고.”  그녀는 살짝 억울해했다. “임립한테 반차 낸다고 말해줘. 오후에 갈게. 오전에는 도저히 안되겠어.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네.”  전화를 끊고 그녀는 경소경을 볼수록 화가 났다. 어제 저녁에 왜 그는 그런 질문을 한 걸까? 그의 폭력적인 모습에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었다. 정신을 차린 후 그녀는 소리 없이 나가려고 했는데 어제 그의 무서운 모습이 생각나 겁이 났다. 싸워서 이길 수 없으니 도망가는 게 낫지 않을까?  그녀의 발이 땅에 닿자 경소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발짝만 더 떼봐요.”  그녀는 온 몸이 굳었다. “나… 가야 되는데 뭘 어쩌게요?”  말을 뱉은 후 그녀는 바로 후회했다. 그는 다시 그녀를 침대로 끌고 왔고 그녀는 바로 소리쳤다. “내가 잘못했어요, 됐어요?! 뭘 어쩌고 싶은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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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나한테 미리 말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인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요!”  새빨개진 그녀의 얼굴을 보자 경소경도 그녀가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는 일어나서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그 말 믿어볼게요.”  진몽요는 짜증냈다. “경소경씨! 당신 정말 너무한 거 아니에요?! 이런 식이면 도대체 무슨 사이 되는 거예요? 당신이 다가오고 싶을 때 오고 버리고 싶을 때 버리고 내가 다른 여자들이랑 똑같아 보이는 거죠? 난 당신이 마음대로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 아니에요. 똑바로 행동해요!”  그는 그 순간 자신의 행동이 도가 지나쳤다는 걸 느꼈다. “그런 적 없어요…”  없다고?! 진몽요는 믿지 않았다. 그는 예전에는 갖가지 이유로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가 또 갑자기 무시하고 지금 다시 애매한 행동들을 하니 그녀는 모욕감이 들었다.  그녀는 이를 꽉 물고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줍고 욕실로 들어갔다. 혹시 그가 또 수작을 부릴까 봐 그녀는 욕실로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소리쳤다. “나한테 시치미 좀 그만 떼요. 예전에는 그냥 몰랐던 셈치지만 오늘부터는 각자 갈 길 가자고요. 서로 인생 방해하지 말고요!”  경소경은 이마를 짚으며 문을 열러 했지만 문이 잠긴 걸 알고 해명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일단 나와서 우리 대화로 해결해요…”  진몽요는 화가 나서 그의 말이 들리지도 않았다. “안 나가요! 앞으로 방해하지 않겠다고 서로 연락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요!”  그녀가 화난 이유가 이거였다는 사실에 경소경은 웃었다.  “알겠어요, 화 내지 말아요. 내가 오해했으니까 내 잘못이에요. 이게 다 당신이 화해 안 해줘서 그런 거잖아요. 만약 계속 나랑 사귄다고 하면 다 해결되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가다가 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뿐더러 서로 괴로울 거예요. 이렇게 지내도 상관없다면 할 말 없지만요. 진몽요씨, 안에서 안 나오더라도 선택권은 두 가지 밖에 없어요. 서로 계속 애매하게 지내든

    최신 업데이트 : 202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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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녀가 가방을 뒤질 땐 그 열쇠가 없었다. 마침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뒤에서 경소경이 놀렸다. “이거 찾아요?”  그녀는 몸이 굳어서 뒤를 돌았더니 그가 그 열쇠를 들고 있었다. 열쇠고리를 그녀가 샀으니 보자마자 알 수 있었고 그가 가져갔을 줄은 몰랐다. “당신…!”  경소경은 막지 않고 조용히 그녀에게 문을 열어 주었고 그녀가 나가자 제안했다. “오늘 날씨 더운데 큰 길까지 걸어가서 택시 타게요? 나랑 같이 갈 생각 없어요? 나도 지금 나갈거라 데려다 줄 수 있어요. 아니면 당신이 직접 차 끌고 가도 되고요.”  진몽요는 발 걸음을 멈추고 쨍쨍한 햇빛을 보았다. 지금 온 몸에 기운도 없고 백수완 별장은 엄청 넓어서 걸어 나가는 것도 힘들고 큰 길에서 택시 잡으려면 20분은 걸릴 것이다… 운이 안 좋으면 2시간도 넘게 기다릴 수 있으니 그의 제안에 넘어갔다. “내가 지금… 당신이랑 싸워서 기운만 안 빠졌어도 걸어 나갔을 거예요! 차 좀 빌릴 게요 그럼…!”  그녀는 거실로 향했고 식탁 위에 있던 차 키를 챙겨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갔다.  그녀의 차가 사라지자 경소경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서 안야의 연락처를 삭제했다. 처음에 안야에게 연락을 했던 건 진몽요의 행방을 알고 자신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서였는데 쉽게 오해만 생기니 이제 그럴 이유가 없었다.  경매장.  목정침은 오늘 일정이 빡빡했기에 계속해서 시간을 확인했다. 이 경매 일정만 오늘 오전을 다 잡아먹었고, 오후에는 미팅도 있어서 시간이 촉박했다.  목가네 사업은 보석류 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도 많았다. 오늘 경매에서는 ‘황금’부지를 입찰할 예정이었고 이 땅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오늘 이 자리에 왔다. 다들 이 바닥 큰 손들이었기에 그도 참석했다. 미리 예상해둔 금액이 다른 사람들이 제시한 것 보다 높았기에 이미 입찰될 걸 알고 있었고 별 일만 없으면 그가 입찰 받을 수 있었다.  앞에서 사람들이 가격을 부를 때 그는 말을 아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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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9장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8장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7장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6장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5장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4장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3장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2장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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