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몽요는 OK표시를 했다. “그래, 그리고 앞으로 네 아들 별명은 콩알이야. 귀여우니까.” 콩알이라는 별명은 탕위엔을 떠올리게 만들었가. 아이과 고양이 둘 다 온연에게 소중한 존재였고, 탕위엔의 유골이 들어 있던 드림캐쳐가 그녀의 악몽을 다 씻겨주었으니 콩알이도 분명 그녀에게 따듯한 존재가 될 것 같았다. 백화점에 도착한 세 여자는 쉬지 않고 좋아하는 걸 샀고 금방 두 손이 가득 찼다. 갑자기 전화가 오자 진몽요는 힘겹게 손을 빼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 너머 예군작의 독특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쇼핑해요?” 그녀는 머리가 삐죽 섰다. “내 몸에 눈 달렸어요?” 예군작은 살짝 웃었다. “하하… 그런 건 아니고요. 아택이 심부름 하는 길에 백화점에서 그쪽 봤다고 해서요. 오늘 친구 아들 파티 했던 거 알아요. 당신 이름으로 선물 하나 했는데 괜찮죠?” 진몽요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선물 보냈어요? 못 봤는데? 직접 안 온 거예요?” 예군작은 태연하게 말했다. “네, 안 갔어요. 내가 보낸 선물이 그쪽 전 남친 선물보다 뒤 떨어지지 않을 테니 오히려 그쪽이 한방 먹인 거죠. 오늘 시간 없는 거 아니까 내일 식사 할래요?” 경소경은 떠올리니 화가 나서 확 김에 승낙했다. “좋아요, 그럼 내일 연락할게요. 지금은 수다 떨 시간이 없어서 이만 끊을게요.” 전화를 끊자 온연이 물었다. “누구야?” 진몽요는 숨을 돌리며 “예군작씨. 네 아들한테 큰 선물 보냈데. 경소경씨가 준 별장 보다 더 좋은거라는데 왜인지는 묻지 마. 나도 이유는 모르니까. 이 사람은 원래 충동적이야.” 온연은 임집사가 목정침 귀에 속삭이던 게 이 일이라고 짐작했다. “어… 목정침씨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난 관여 안 할 게. 우리 그냥 저녁에 목정침씨랑 경소경씨랑 그 사람들끼리 저녁 먹으라고 하자. 어차피 남자들은 술 마실 텐데 난 못 마시니까 같이 안 먹어도 돼. 우리 셋은 집에서 먹으면서 내가 애기 돌보고, 또 어색한 분위기도 풀 수 있잖아. 어
유씨 아주머니는 대답을 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아이의 방으로 들어가자 온연은 침대 맡에 걸려 있는 드림캐쳐를 보았다. 목정침이 이걸 여기에 걸어놨을 줄은 몰랐는데 그도 가끔은 세심한 면이 있었다…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작은 입을 오물 거리는 게 너무 귀여웠다. 작은 두 주먹을 올리고 있는 통통한 손을 보니 병원에서 고생하진 않은 것 같다. 그녀가 매일 보낸 모유를 먹었으니 잘 자라고 있었다. 아이를 다 보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나왔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진몽요는 오늘 쇼핑한 물건을 뜯고 있었다. “원래 경소경씨 차 안 타려고 했는데 이따가 집에 다시 가야 되니까 오늘까지는 써야겠네. 물건도 많고 다 쓰면 내가 직접 돌려줘야겠어. 그래도 처음에 나한테 직접 차 키를 줬으니 나도 직접 돌려줘야지.” 온연은 놀렸다. “너 또 그런다. 그때 그 사람을 거절 못 하겠다고 한 사람이 누구였어?” 진몽요는 반박했다. “그건 예전이지! 이제는 절대 그럴 일 없어! 생각해보면 그 사람 잘난 거 하나 없는데 진짜 그런 나쁜 놈은 처음 봐.” 온연은 맞장구를 쳤다. “그래그래, 나쁜 놈이야. 됐지? 이제 마음 편해?” 저녁은 다 먹고 진몽요와 안야는 목가네를 떠났다. 저녁에 유씨 아주머니가 아이를 돌 보고 있으니 온연도 걱정하지 않았고, 목정침이 10시까지 집에 안 오자 먼저 잠에 들었다. 진몽요는 경소경이 이미 밥을 다 먹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차를 끌고 백수완 별장으로 향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확실하게 끝내야 했다. 그녀는 경소경이 아직 집에 안 온 걸 보고 차 안에서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다. 한 20분 정도 지나자 경소경이 드디어 돌아왔고 역시나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여서 대리기사가 데려다 주었다. 경소경은 차에서 내려 그녀를 보았지만 무시하고 차 키만 챙긴 채 집으로 들어갔다. 그렇지만 그녀를 밖에 내버려 둘 수 없으니 문은 잠구지 않았다. 그녀는 성질을 참고 따라 들어갔고 차 키를 거실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
그녀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지자 경소경은 그녀를 끌고 소파로 왔고, 그녀는 두 손이 다시 자유로워지자 그의 뺨을 때렸다. 그는 잠깐 벙쪘지만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입술 사이로 피의 비릿한 맛이 느껴져 진몽요는 너무 놀랐고 술 취한 남자를 다시는 상대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애초에 차를 돌려주러 오면 안됐었다! 얼마 후 그녀가 정신이 혼미 해졌을 때 경소경은 매혹적인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얼른 대답해줘요.” 진몽요는 이미 대답하 기운이 없었고 그렇게 잠에 들었다… 목가네. 목정침도 술을 많이 마셨지만 제대로 걸을 수는 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아이를 보고 조심스럽게 나와 샤워하러 갔다. 욕실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온연은 비몽사몽 일어나 시간을 확인했고 이미 12시가 넘어 있었다. 식사자리가 참 길어진 모양이다. 목정침이 나오자 그녀는 다시 잠에 들으려 했는데… 그녀는 살짝 긴장했다. “그만해요… 자야지.”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아들 생각만 하지 말고 가끔은 내 생각도 좀 해줘. 이렇게 오래 됐는데 내가 뭐 부처님이라도 되는 줄 알아?” 그녀는 손을 얼른 뺐다. “그만해요, 늦었잖아요…” 그녀가 거절하는 핑계는 타당했다. 지금은 이미 시간이 많이 늦었다. 목정침은 하는 수 없이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내일은 어떤 이유로 거절하는 지 볼 거야. 오늘은 봐 줄게. 자자.” 다음 날 아침. 온연은 몸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일어났고 이상한 꿈까지 꾸었다. 분명 남녀관계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꿈까지 꾸었다. 눈을 뜨자 그녀는 이유를 알았다. 어제 저녁에 거절을 당해서 목정침이 아침부터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녀가 일어난 걸 보자 그는 그녀의 잠옷 바지를 잡아당겼고, 갑자기 밖에서 진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차 준비됐습니다. 출발하셔야죠.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으셔서 늦으시면 안됩니다.” 목정침은 김빠진 풍선 같았다. “알겠어!” 온연은 웃음을 참지 못
목정침이 집에서 나올 때 온연은 웃으며 아이와 함께 마중을 나왔다. “아빠한테 인사해야지.” 목정침은 콩알이를 볼수록 더 질투가 났고 이 조그마한 아이한테 자기가 지게 될 줄은 몰랐다. “저녁에 일찍 들어올게.” 그의 의미를 알아들은 온연은 얼굴을 붉혔다. “얼른 가요, 기사님이 기다리시잖아요.” 가기 직전, 목정침은 아이에게 장난을 치고 부러워하며 온연에 볼에 입을 맞췄다. 아이는 그걸 알았는지 밥을 달라고 칭얼거렸고 그녀가 뒤를 돌아 들어가자 목정침은 표정이 굳었다. 뒤도 안 돌아보고 가다니…! 그의 아들이 앞으로 처음으로 혼나야 되는 날이 오면 꼭 그가 직접 혼내기로 다짐했다. 백수완별장. 진몽요는 핸드폰 벨소리에 의해 잠에서 깼고 눈을 떠보니 이미 10시가 넘어 있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났고 갑자기 근육통이 밀려와 한참을 앉아 있었다. 어제를 회상하며 그녀는 고개를 돌렸고 경소경은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기운만 있었더라도 그를 발로 찼을 것이다! 전화를 받자 안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세요? 왜 출근 안 하셨어요? 지각하시는 건 줄 알았는데 벌써 2시간이나 지났어요! 차 막히신 건 아닌 것 같고.” 그녀는 살짝 억울해했다. “임립한테 반차 낸다고 말해줘. 오후에 갈게. 오전에는 도저히 안되겠어.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네.” 전화를 끊고 그녀는 경소경을 볼수록 화가 났다. 어제 저녁에 왜 그는 그런 질문을 한 걸까? 그의 폭력적인 모습에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었다. 정신을 차린 후 그녀는 소리 없이 나가려고 했는데 어제 그의 무서운 모습이 생각나 겁이 났다. 싸워서 이길 수 없으니 도망가는 게 낫지 않을까? 그녀의 발이 땅에 닿자 경소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발짝만 더 떼봐요.” 그녀는 온 몸이 굳었다. “나… 가야 되는데 뭘 어쩌게요?” 말을 뱉은 후 그녀는 바로 후회했다. 그는 다시 그녀를 침대로 끌고 왔고 그녀는 바로 소리쳤다. “내가 잘못했어요, 됐어요?! 뭘 어쩌고 싶은 건데요?”
”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나한테 미리 말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인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요!” 새빨개진 그녀의 얼굴을 보자 경소경도 그녀가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는 일어나서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그 말 믿어볼게요.” 진몽요는 짜증냈다. “경소경씨! 당신 정말 너무한 거 아니에요?! 이런 식이면 도대체 무슨 사이 되는 거예요? 당신이 다가오고 싶을 때 오고 버리고 싶을 때 버리고 내가 다른 여자들이랑 똑같아 보이는 거죠? 난 당신이 마음대로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 아니에요. 똑바로 행동해요!” 그는 그 순간 자신의 행동이 도가 지나쳤다는 걸 느꼈다. “그런 적 없어요…” 없다고?! 진몽요는 믿지 않았다. 그는 예전에는 갖가지 이유로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가 또 갑자기 무시하고 지금 다시 애매한 행동들을 하니 그녀는 모욕감이 들었다. 그녀는 이를 꽉 물고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줍고 욕실로 들어갔다. 혹시 그가 또 수작을 부릴까 봐 그녀는 욕실로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소리쳤다. “나한테 시치미 좀 그만 떼요. 예전에는 그냥 몰랐던 셈치지만 오늘부터는 각자 갈 길 가자고요. 서로 인생 방해하지 말고요!” 경소경은 이마를 짚으며 문을 열러 했지만 문이 잠긴 걸 알고 해명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일단 나와서 우리 대화로 해결해요…” 진몽요는 화가 나서 그의 말이 들리지도 않았다. “안 나가요! 앞으로 방해하지 않겠다고 서로 연락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요!” 그녀가 화난 이유가 이거였다는 사실에 경소경은 웃었다. “알겠어요, 화 내지 말아요. 내가 오해했으니까 내 잘못이에요. 이게 다 당신이 화해 안 해줘서 그런 거잖아요. 만약 계속 나랑 사귄다고 하면 다 해결되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가다가 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뿐더러 서로 괴로울 거예요. 이렇게 지내도 상관없다면 할 말 없지만요. 진몽요씨, 안에서 안 나오더라도 선택권은 두 가지 밖에 없어요. 서로 계속 애매하게 지내든
하지만 그녀가 가방을 뒤질 땐 그 열쇠가 없었다. 마침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뒤에서 경소경이 놀렸다. “이거 찾아요?” 그녀는 몸이 굳어서 뒤를 돌았더니 그가 그 열쇠를 들고 있었다. 열쇠고리를 그녀가 샀으니 보자마자 알 수 있었고 그가 가져갔을 줄은 몰랐다. “당신…!” 경소경은 막지 않고 조용히 그녀에게 문을 열어 주었고 그녀가 나가자 제안했다. “오늘 날씨 더운데 큰 길까지 걸어가서 택시 타게요? 나랑 같이 갈 생각 없어요? 나도 지금 나갈거라 데려다 줄 수 있어요. 아니면 당신이 직접 차 끌고 가도 되고요.” 진몽요는 발 걸음을 멈추고 쨍쨍한 햇빛을 보았다. 지금 온 몸에 기운도 없고 백수완 별장은 엄청 넓어서 걸어 나가는 것도 힘들고 큰 길에서 택시 잡으려면 20분은 걸릴 것이다… 운이 안 좋으면 2시간도 넘게 기다릴 수 있으니 그의 제안에 넘어갔다. “내가 지금… 당신이랑 싸워서 기운만 안 빠졌어도 걸어 나갔을 거예요! 차 좀 빌릴 게요 그럼…!” 그녀는 거실로 향했고 식탁 위에 있던 차 키를 챙겨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갔다. 그녀의 차가 사라지자 경소경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서 안야의 연락처를 삭제했다. 처음에 안야에게 연락을 했던 건 진몽요의 행방을 알고 자신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서였는데 쉽게 오해만 생기니 이제 그럴 이유가 없었다. 경매장. 목정침은 오늘 일정이 빡빡했기에 계속해서 시간을 확인했다. 이 경매 일정만 오늘 오전을 다 잡아먹었고, 오후에는 미팅도 있어서 시간이 촉박했다. 목가네 사업은 보석류 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도 많았다. 오늘 경매에서는 ‘황금’부지를 입찰할 예정이었고 이 땅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오늘 이 자리에 왔다. 다들 이 바닥 큰 손들이었기에 그도 참석했다. 미리 예상해둔 금액이 다른 사람들이 제시한 것 보다 높았기에 이미 입찰될 걸 알고 있었고 별 일만 없으면 그가 입찰 받을 수 있었다. 앞에서 사람들이 가격을 부를 때 그는 말을 아끼고 있었다
사회자가 다시 입을 열기 전에 그 젊은 남자는 다시 손을 들자 데이비드는 당황해서 목정침에게 속삭였다. “대표님, 손 들까요? 예산을 넘어갈 거 같긴한데…” 목정침은 눈을 게슴츠레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비드는 식은 땀을 닦고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젊은 남자를 쳐다봤다. 원래 빨리 끝날 수 있었는데 이렇게 시간이 지체되면 오후에 미팅에도 늦을 수 있었다. 예상 밖에 그 남자는 계속 손을 들었고 심지어 표정을 여유로워 보였다. 목정침은 흔들렸고 이내 마음이 바뀌었다. “포기해.” 경매장에서 나온 후 데이비드는 툴툴댔다. “도대체 그 사람 정체가 뭘까요? 저희가 이걸 2주넘게 찜해뒀는데 그렇게 높은 가격으로 입찰하다니 괜히 오기로 그런 거 아닐까요? 그 땅으로 뭘 할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돈이면 본전 찾는데도 한참 걸리겠어요… 그 땅이 어느 정도의 가치인지 모르는 걸까요? 저희가 예상했던 대로라면 입찰도 받고 예산도 아낄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뺏기니까 2주동안 헛수고한 것 같네요. “ 목정침은 안 그래도 기분이 안 좋아서 데이비드를 차가운 눈으로 보자 데이비드는 입을 다 물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차에 탄 후 목정침은 입찰 받은 남자가 검은색 벤틀리 운전석에 탄 걸 보았다. 그 말은 그 남자는 그저 기사나 밑에서 일하는 직원일 텐데 도대체 차 주인은 누구일까? “저 차주 누군지 알아와.” 그가 차갑게 말했다. 데이비드는 상대의 차 번호를 받아적었다. “알겠습니다. 알아보고 오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제 회사로 갈까요?” 목정침은 고개를 끄덕이자 운전석에 있던 진락은 시동을 걸었다. 이때 검은색 벤틀리가 갑자기 그들의 왼편에 멈춰 섰고 뒷좌석 창문을 열자 예군작이 얼굴을 내밀었다. “여기서 뵙네요. 목대표님. 이 땅을 눈독들이신 줄은 몰랐는데, 제가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 기사를 대신 보냈어요. 그쪽에서 원하는 걸 알았으면 제가 양보라도 했을 텐데요…” 목정침은 아무렇지 않았다. “상관없어요, 겨우 땅 하나 가지고.”
진몽요는 멈칫했다. “에이, 설마, 그쪽도 이 질문이예요? 본인이 궁금해서 묻는 거예요 아님 친구 대신해서 묻는 거예요? 난 예군작씨랑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말 했을 텐데, 그래봤자 그냥 친구라고요! 다시 이런 일로 전화하면 연이한테 말해서 혼날 줄 알아요!” 목정침은 머리가 아파서 미간을 문질렀다. “예군작이 내 땅 하나를 가져갔어요. 경매장에서 날 대놓고 노리고 있는데, 내가 설마 소경이 때문에 물었겠어요? 들어보니까 그쪽도 도움되는 정보는 없겠네요. 끊을게요.” 전화를 끊고 진몽요는 핸드폰을 보면서 어이없어했다. 예군작이 목정침에 땅을 뺐었는데 목정침이 직접 그녀에게 전화를 한 걸 보면 꽤나 심각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을 그녀와 예군작 사이에 전화로 물어보기엔 썩 좋지 않아 다음 만남 때 물어볼 생각이었다.그러고보니 그녀는 오늘 예군작과의 약속을 잊을 뻔했다. 지금 그녀는 침대에 편하게 누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반차를 냈지만 눈을 감자마자 잠에 들어 그냥 하루 종일 쉬어 버렸다. 얼마 후 전화 벨소리에 잠에서 깼고 예군작의 전화였다. 이미 오후 5시. 그녀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예군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파트 아래 있어요. 내려와요. 같이 밥 먹으러 가죠.”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진 않지만 왠지 모르게 자상한 느낌이 있었다. 진몽요는 그 말투가 불편했지만 불평하진 않았다. “네, 금방 내려 갈게요.” 예군작을 만났을 땐 이미 30분 후였다. 여자들이 ‘금방’ 이라고 하는 말은 믿을 게 못 된다. ‘금방’ 안에는 옷 갈아입고, 화장하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군작은 30분을 기다렸어도 개의치 않고 웃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뭐 먹고싶어요?” 그녀는 고민했다. “삼삼한 거요. 홍콩음식이 좋겠네요. 방금 일어났더니 입맛이 없어서요.” 예군작의 눈빛을 보고 아택은 아무 말없이 시동을 걸었다. 진몽요는 목정침 일이 생각나 물었다. “목정침씨 손에서 땅을 뺏을 수 있을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