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몽요는 의식해서 거절했다. “괜찮아요, 혼자 갈 수 있어요.” 그는 그녀를 보며 눈을 게슴츠레 떴다. “왜요? 겁먹었어요?” 그녀는 그저 웃었다. “겁먹었다고요? 됐거든요, 내가 겁먹을 진씨가 아니죠. 당신 차 타기 싫어서 그런데, 왜요? 나 그만 자극해요.”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내 차 타기 싫어요? 여기 서 있으면 택시가 잡힐 거라고 생각하나 보네. 억지 그만 부려요, 시간 낭비예요.” 그녀는 차가운 바람을 맞는 게 도저히 싫어서 고민하다가 어차피 하람의 심부름을 하는 것이니 그의 차를 타는 게 이상하지 않다고 여겼다. 그를 기사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했다. 자신에게 합리화를 한 후, 뒷좌석에 앉았다. 경소경은 어이가 없었다. “나 기사 취급하는 거예요?”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당연하죠. 아니면 뭐 전 남친, 전 약혼자 취급하기엔 너무 어색하지 않아요?” 그는 대답하지 않고 액세서리 가게로 향했다. 액세서리를 찾은 후 진몽요는 제안했다. “병원 다시 갈 거예요? 이거 가져다 드릴 거죠? 나는 혼자 택시 타고 집에 갈게요.” 그는 그녀를 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우리 엄마가 당신이 이게 챙겨서 집에 가래요. 나중에 찾으러 간다고. 그러니까 나 주지 말아요. 집까지 데려다 주라고 하셨으니까 얼른 타요, 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는 그가 미웠다. 예전에는 꿀벌처럼 달콤한 말만 하다가 이제는 입에 칼이라고 꽂은 거 같았다. 그녀가 씩씩거리며 뒷좌석 문을 열려던 찰나에 그가 붙잡았다. “앞에 타요.”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싫어요!” 그는 그녀와 실랑이를 하지 않고 그녀는 조수석에 태운 뒤 안전벨트까지 매 주었다. 그녀는 이제서야 그가 힘이 쎄 다는 걸 알았다. 예전에는 그가 많이 봐줬던 거고 그가 마음을 먹으니 그녀는 힘을 하나도 쓸 수 없었다. 가는 길, 아무도 말을 먼저 하지 않았다. 진몽요는 바깥 풍경을 바라봤고,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어차피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보았다. “알잖아요, 나 조심 안 하는 거.” 진몽요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상처를 줄 수 없었고 오히려 자신만 손해였다.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그녀는 마음이 더 불편해졌고, 어떤 것보다 감정에서만큼은 그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아파트 밑에 도착하자 그녀는 안전벨트를 풀며 말했다. “맞다, 나 남자친구 생겼어요. 오래 만날 사람이에요. 만약에 결혼하게 되면 청첩장 보낼 게요.” 말을 하고 그녀가 당당하게 내리려던 순간 그가 차 안으로 잡아당겼다. 경소경의 얼굴이 확 가까워졌고, 그 눈빛은… 그녀를 잡아먹기 직전이었다! 그녀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의 눈빛은 다시 돌아왔고 그녀는 아까 그 눈빛을 본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녀는 창피하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했다. “당신보다 천 배 만 배 좋은 사람이에요! 이제 됐어요?” 경소경은 잡고 있던 그녀의 옷을 놓아주지 않았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눈빛엔 분노가 섞여 있었다. 그는 의자를 조절해서 그녀의 좌석을 천천히 뒤로 눕혔다. 진몽요는 발버둥치고 싶었지만, 그가 힘껏 누르고 있자 긴장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놔줘요! 나도 가만히 안 있어요! 진짜 때릴 거예요!” “그래요? 그럼 해봐요, 예전에는 내가 봐준 거예요. 아니면 반항할 기회조차 없었을 걸요.” 그의 몸은 살짝 굳어 있었고, 어둠 속에서 살짝 비친 눈빛엔 쓸쓸함이 느껴졌다. 그는 그녀를 놓아준 후 똑바로 앉아서 놀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남자친구 없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니에요. 그렇게 심심하면 다시 나 찾아와요, 나도 고민은 해 볼테니.” 진몽요는 황급히 옷을 정리하고 차에서 내려 세게 문을 닫았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난 누구처럼 바람둥이는 아니라서요!” 공기는 갑자기 무서울 정도로 조용해졌다. 누구처럼 바람둥이는 아니라… 이건 그녀에 진심이지 않을까? 그녀는 늘 이 생각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진몽요는 자신의 말이 심했다는
안야는 그녀가 배고픈 귀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먹는 모습에 물었다. “왜 그러세요? 어디 갔다 오셨어요? 식사도 안 하신 거예요?” 진몽요는 의자에 기대어 숨을 내쉬었다. “아니야… 그냥 피곤해서 그래. 먼저 자야겠다, 설거지는 내일 아침에 할 게. 그냥 둬.” 침대에 누운 그녀는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았고, 경소경에게 너무 심하게 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과를 하고 싶었지만, 또 그러기엔 자존심 상했다. 그녀는 온연에게 문자를 보내 도움을 요청했고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하자 온연에게 빠르게 답장이 왔다. ‘너가 너무했다고 생각하면 그냥 사과해. 아니면 네 마음만 계속 불편하잖아. 차라리 마음 편한 게 더 났지. 사과한다고 어디 덧나는 것도 아니고, 이 바닥에서 다시 안 마주칠 것도 아니잖아.” 온연의 응원을 받은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경소경에게 문자를 보냈다. ‘미안해요, 아까 그 말은 실수였어요.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문자가 발송되자 그녀는 그의 답장을 한껏 기다렸지만 아무리 지나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이 자식… 그녀가 먼저 굽히고 사과까지 했는데, 답장도 안 해주겠다 이건가? 그가 답장하지 않을 걸 알자 그녀도 귀찮아서 핸드폰을 옆에 던져두고 잠에 들었다. 얼마 후, 갑자기 울린 벨소리는 진몽요를 꿈에서 끌고 나왔다. 비몽사몽한 그녀는 자고 있을 때 누가 깨우면 성격이 괴팍해져 전화를 받자마자 소리쳤다. “누군데 그렇게 한가해요? 이 새벽에 나한테 전화할 만큼?” 전화너머 경소경의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 “나예요, 불만 있어요?” 순간 정신이 번쩍 든 그녀는 눈을 비비고 시간을 봤더니 12시50분이었다. 이 자식… 분명 또 술 마시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화가 반쯤 식었다. “뭐하는 거예요? 그렇게 계속 마시면 얼마 안 가서 어르신들처럼 침대에 누워서 보살핌 받을 수도 있어요. 당신이 아직도 젊은 줄 알아요? 매일 그렇게 술 마시면 몸이 견딜 수 있을 줄 아나보네. 얼른 씻고 주무시죠.” 경소경은 웃고
술 집 밖, 그녀는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소경을 찾지 못 했다. 설마 그가 아직도 안에 있는 걸까? 그녀는 이 차림새로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그에게 전화를 걸었고 한참후에 전화가 연결됐다. 그녀는 인내심이 바닥나기 직전이었다. “어디에요? 나 밖에 있어요, 얼른 나와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경적소리에 그녀가 뒤를 돌자 경소경은 그의 차 안에 있었다! 그녀는 걸어가서 차 문을 열었고, 경소경은 정말 많이 마신 상태라 조수석에 기대어 잠들기 직전이었다. 그녀는 잠시도 머무르지 않고 얼른 백수완별장으로 향했다. 원래는 안으로 들어갈 생각까지는 없었으나 이렇게 취한 상태에선 아무것도 못할 거라는 생각에 그를 집 안까지 부축했다. 그녀는 익숙하게 거실에 있는 불을 켰고, 그를 소파에 던진 뒤 헐떡거렸다. “혼자 있을 수 있죠? 더 볼 일 없으면 난 갈게요, 새벽에 귀찮게 뭐하는 거예요? 내가 전생에 빚이라도 졌나.” 경소경은 눈을 반쯤 뜨고 그녀를 보며 “왜 왔어요?” 그녀는 되물었다. “그럼 나한테 전화는 왜 했어요? 당신이 취하지만 않았어도 안 왔을 거예요. 당신이 별로여도, 어머님은 좋은 분이시잖아요. 먹을 거 필요한 거 다 주시고, 어머님한테 은혜 갚은 셈 칠 게요. 허리도 다치셨는데, 병원 가서 같이 있어드리지는 못할 망정 술이나 마시러 가고. 퍽이나 좋은 아들이네요.” 거실 등이 눈 부셨는지 그는 손으로 가렸다. “어렸을 때 내가 열이 나서 의식이 왔다 갔다 했을 때도 내 옆에 없으셨어요. 근데 당신이 지금 나보고 병원 가 있으라고 하면 괜히 서로 어색하기만 해요. 어렸을 때 어머니는 늘 가정부한테 저랑 있어주라고 했고, 지금도 가정부가 어머니와 있어주니 이상할 거 없어요.” 진몽요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사실 경소경은 하람에게 잘 하는 편이었다. 모자관계가 서로 무기를 쥐고 있는 것처럼 나쁘지도 않았고, 오히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경소경은 하람의 말을 잘 듣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 존중은 그저 가
진몽요는 입술을 잘근거리며 그를 응시했고, 그의 말을 대꾸하지 않고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가 당부했다. “늦었는데 가는 길에 무슨 일 생겨도 나 책임 못 져요. 여기 있던지, 내 차 끌고 가던지.” 그녀는 고민했지만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 말아요.” 무사히 집에 도착한 그녀는 그가 택시 타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뒤에서 쫓아간 건 몰랐을 테다. ...... 다음날, 목가네. 목정침은 시간을 내어 온연과 검사를 받으러 갔다. 온연은 오늘 약간 늦게 일어나 집에서 나올 땐 이미 오전 10시였다. 그녀의 배는 뚜렷하게 커졌고 목정침을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는 늘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그녀를 주시했다. 차엔 탄 후, 그는 세심하게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매 주었고, 그의 모습에 그녀는 툴툴거렸다. ”뒤에 앉았을 때는 안전벨트 안 해도 되지 않아요? 게다가 배도 조이고 불편한데…”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선을 느슨하게 하면 되지. 하지만 안 하는 건 안돼. 이건 너와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야. 병원까지 멀지 않으니까 조금만 참아.” 온연은 그의 태도에 어쩔 수 없었다. 갑자기 목정침의 핸드폰이 울렸고, 화면을 보자 그는 일어나서 창문에 기대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너머 온지령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녀사위, 잘 지냈는가? 네 고모는 상대하기 쉬울지 몰라도, 나는 어려울텐데. 그 노인네가 죽은 거 온연한테 알려질까 봐 무섭지? 입막음 할 돈 정도는 줘야 되는 거 아니야? 온지령은 그 돈 필요 없어도 난 필요해! 난 네 권력 그런 거 하나도 안 무섭고, 돈만 주면 내가 다신 너희 앞에 안 나타날게. 만약 안 그러면 난 제도로 돌아갈 거고, 넌 날 막을 수 없을 거야.” 목정침은 옆에 있는 온연을 보며 표정관리를 했고 침착한 말투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시간 내볼게요. 기다려주세요.”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고, 온연은 회사업무라고 생각해서 자세한 건 묻지 않았다. “바쁜 일
온연이 초음파 검사를 하고 나오자 그는 다가가 부축했다. “어때? 선생님이 뭐라셔?” 온연은 그에게 결과지를 보여주며 “난 왜 아이가 못생긴 거 같죠? 아이는 정상이고 다 건강하데요. 그래프도 정상이고, 사지도 다 건강한데… 좀 못생긴 거 같아요… 그래도 이 고화질 색상 초음파가 아이의 첫 사진이겠죠?” 목정침은 아이의 얼굴 쪽을 보면서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아마… 낳으면 좀 예쁘지 않을까? 뱃속에서는 다 똑같이 생겼을 거야. 걱정하지 마, 낳아서 잘 키우면 되지. 진짜 못 생겼다고 해도 우리가 안 키울 건 아니잖아? 직접 낳은 아이니까 아껴줘야지.” 온연은 입술을 삐죽였다. “그러면서 인상을 왜 찌푸려요… 나한테는 그렇게 말 하면서 본인도 속으로 싫은거죠?” 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목가네 유전자에다가 온연도 예쁘장한데, 아이 사진이 이렇게 못 생기게 나올 줄 누가 알았을까? 그저 낳았을 때 예쁘길 기도할 뿐이었다. 온연을 목가네에 데려다 준 후 그는 차에서 내릴 시간도 없이 회사로 향했다. 온지령에 남편은 이미 사무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회장님이라도 되는 거처럼 소파에 앉아 탁자에 발까지 올려 놨다. 그 더러운 신발을 보며 목정침은 결벽증이 도져 표정이 굳었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그러세요? 기본적인 매너도 없으신 건가요?” 온지령의 남편은 발을 내렸지만 소파에 앉은 자세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모습이었다. “내가 지금 밥도 못 먹게 생겼는데 무슨 매너? 다 네가 자초한 거잖아! 온지령 그 예편네가 내가 자기 엄마를 죽였다고 이혼하겠다고 난리치는데 난 돈이 없어. 이혼하기로 마음먹은 거 같으니까 얼른 돈 줘. 그럼 내가 가서 이혼해줄 수 있으니까. 이 돈은 그 여자가 거절 한거지 내가 거절한 게 아니야. 자기 자존심 때문에 그런 거 같은데, 난 돈 받고 내 인생 살 게.” 목정침은 살인충동을 참으며 말했다. “얼마 드려요?” 온지령의 남편은 낄낄웃었다. “이미 계산 다 된 거 아니었나, 내가 말했던 거 같은데.
목정침은 인상을 쓰며 “네, 그러니까 얼른 꺼져 주실래요?” 온지령의 남편은 드디어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래, 지금 당장 꺼져줄 게. 돈만 주면 이렇게 쉬운데 진작 주지 그랬어? 괜히 여기까지 오게 만들고. 이 돈은 온지령이 거절한 거니까 내가 여기 온 건 그 여자한테 알리지 마. 그럼 난 간다, 우리 손녀사위.” 목정침은 대답하지 않았다. 딱 봐도 이 사람은 돈의 맛을 느낀 상태였고, 이게 마지막일리 없었다. 지금 온연은 임신중이니 그는 함부로 조치를 취할 수 없었고, 이 10억으로 그를 잠깐은 잠재울 수 있었다. 최대한 온연이 아이를 낳을 때까지 버틴 다음 그때 가서 잘 처리하면 된다. 잠시 후, 그는 데이비드에게 본부했다. “식탁이랑 물건들 다 새 거로 바꿔, 사무실 소독도 하고.” 3월 말, 예군작은 외국에서 돌아왔고 제일 먼저 기자회견을 열어 정식으로 제도에 ‘입성’한다고 발표했다. 그의 얼굴에 있던 상처는 이미 흔적도 남지 않았고, 더 이상 무언가로 가리지 않았다. 진몽요도 이번에 처음으로 제대로 그의 얼굴을 보았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상태였지만 못생긴 얼굴은 아니었다. 그녀는 어휘력이 딸려서 고작 ‘하얗다’, ‘맑다’, 정도로 그를 형용했다. 성격 방면에서는 그녀는 이 사람이 무언가를 깊이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늘 미소를 달고 있지만 눈빛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말투는 여유로운 것 같지만 미동이 없었고, 처음 들었을 땐 생소하고 무서웠지만 얼굴을 보면서 들으니 묵직한 느낌이 있었다. 동시에 진몽요는 그가 보낸 선물을 받았다. 보통 남자들이 꽃을 선물할 땐 꽃집에서 포장한 꽃다발을 주지만 예군작은 의외로 그녀에게 화분을 주었는데 그녀가 모르는 종류였다. 그가 남긴 카드엔 ‘자신은 여러 번 키웠으나 성공한 적이 없으니 죽이지 말고 잘 키워달라는’ 당부의 말이 있었다. 그녀는 그 화분을 보며 그처럼 한가한 사람도 못 키우는 화분을 바쁜 직장인에게 맡겼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화분을 받은 다음 날, 그녀는 바로 안
경소경은 무표정으로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주스 가져올 게요.” 진몽요는 어쩔 수 없이 소파에 앉았다. “네… 그럼 밥만 먹고 갈게요…” 하람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 밥 먹고 소경이도 갈 거니까 같이 가면 되겠다. 소경이는 네가 주스 좋아하는 거 아직 기억하고 있나 보네…” 진몽요는 입술을 잘근거리며 말을 잇지 않았고, 사실 하람은 그녀가 뭘 좋아하는지 알았지만 일부러 물었다. 커피는 너무 써서 그녀는 한 입만 마셔도 하루 종일 괴로워했고, 그녀가 주스를 좋아하는 건 경소경도 기억할 정도로 비밀은 아니었다… 아무 말없는 그녀를 보자 하람은 주제를 돌렸다. “듣기로는 너 회사랑 집이 가까워서 운전 안 한다고 어머님께 차 드렸다며? 여기에 안 쓰는 차 많은데 한 대 가져갈래? 나중에 휴가라도 가야 될 때 차 없으면 불편하잖아.” 진몽요는 완곡히 거절했다. “괜찮아요, 저 평소에 주말에는 거의 집에서 안 나가고, 회사도 가까워서 차 쓸 일이 정말 없어요. 정 필요하면 엄마한테 빌려오면 돼요…” 그녀는 진땀을 흘렸다. 강령한테 차를 넘겨 준지 얼마 안됐는데 하람이 이렇게 빨리 알고 있는 걸 보면, 경소경과 자신이 재결합할 가능성이 없더라도 두 엄마는 잘 지낼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되면 그녀는 경소경과 사이가 안 좋을 수 없었고 적어도 어른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 해야했다. 잠시 후, 경소경은 주방에서 주스를 가져왔고, 그녀를 보지도 않고 식탁에 올려뒀다. “저는 일이 있어서 가 볼 게요.” 하람은 그를 노려보며 “몽요도 먹고 간다는데 넌 어딜 가? 애 차 안 끌고 왔으니까 밥 먹고 가는 길에 데려다 줘.” 경소경이 대답하기 전에 진몽요가 황급히 말했다. “괜찮아요, 저는 알아서 택시 타고 가면 돼요.” 경소경이 말하려 하자 하람은 허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아이고… 아프다… 또 아파… 화가 나니까 허리부터 아프네…” 경소경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 “됐어요, 연기 그만하세요. 안 가면 되잖아요.” 하람은 다시 아무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