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집 밖, 그녀는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소경을 찾지 못 했다. 설마 그가 아직도 안에 있는 걸까? 그녀는 이 차림새로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그에게 전화를 걸었고 한참후에 전화가 연결됐다. 그녀는 인내심이 바닥나기 직전이었다. “어디에요? 나 밖에 있어요, 얼른 나와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경적소리에 그녀가 뒤를 돌자 경소경은 그의 차 안에 있었다! 그녀는 걸어가서 차 문을 열었고, 경소경은 정말 많이 마신 상태라 조수석에 기대어 잠들기 직전이었다. 그녀는 잠시도 머무르지 않고 얼른 백수완별장으로 향했다. 원래는 안으로 들어갈 생각까지는 없었으나 이렇게 취한 상태에선 아무것도 못할 거라는 생각에 그를 집 안까지 부축했다. 그녀는 익숙하게 거실에 있는 불을 켰고, 그를 소파에 던진 뒤 헐떡거렸다. “혼자 있을 수 있죠? 더 볼 일 없으면 난 갈게요, 새벽에 귀찮게 뭐하는 거예요? 내가 전생에 빚이라도 졌나.” 경소경은 눈을 반쯤 뜨고 그녀를 보며 “왜 왔어요?” 그녀는 되물었다. “그럼 나한테 전화는 왜 했어요? 당신이 취하지만 않았어도 안 왔을 거예요. 당신이 별로여도, 어머님은 좋은 분이시잖아요. 먹을 거 필요한 거 다 주시고, 어머님한테 은혜 갚은 셈 칠 게요. 허리도 다치셨는데, 병원 가서 같이 있어드리지는 못할 망정 술이나 마시러 가고. 퍽이나 좋은 아들이네요.” 거실 등이 눈 부셨는지 그는 손으로 가렸다. “어렸을 때 내가 열이 나서 의식이 왔다 갔다 했을 때도 내 옆에 없으셨어요. 근데 당신이 지금 나보고 병원 가 있으라고 하면 괜히 서로 어색하기만 해요. 어렸을 때 어머니는 늘 가정부한테 저랑 있어주라고 했고, 지금도 가정부가 어머니와 있어주니 이상할 거 없어요.” 진몽요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사실 경소경은 하람에게 잘 하는 편이었다. 모자관계가 서로 무기를 쥐고 있는 것처럼 나쁘지도 않았고, 오히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경소경은 하람의 말을 잘 듣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 존중은 그저 가
진몽요는 입술을 잘근거리며 그를 응시했고, 그의 말을 대꾸하지 않고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가 당부했다. “늦었는데 가는 길에 무슨 일 생겨도 나 책임 못 져요. 여기 있던지, 내 차 끌고 가던지.” 그녀는 고민했지만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 말아요.” 무사히 집에 도착한 그녀는 그가 택시 타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뒤에서 쫓아간 건 몰랐을 테다. ...... 다음날, 목가네. 목정침은 시간을 내어 온연과 검사를 받으러 갔다. 온연은 오늘 약간 늦게 일어나 집에서 나올 땐 이미 오전 10시였다. 그녀의 배는 뚜렷하게 커졌고 목정침을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는 늘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그녀를 주시했다. 차엔 탄 후, 그는 세심하게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매 주었고, 그의 모습에 그녀는 툴툴거렸다. ”뒤에 앉았을 때는 안전벨트 안 해도 되지 않아요? 게다가 배도 조이고 불편한데…”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선을 느슨하게 하면 되지. 하지만 안 하는 건 안돼. 이건 너와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야. 병원까지 멀지 않으니까 조금만 참아.” 온연은 그의 태도에 어쩔 수 없었다. 갑자기 목정침의 핸드폰이 울렸고, 화면을 보자 그는 일어나서 창문에 기대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너머 온지령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녀사위, 잘 지냈는가? 네 고모는 상대하기 쉬울지 몰라도, 나는 어려울텐데. 그 노인네가 죽은 거 온연한테 알려질까 봐 무섭지? 입막음 할 돈 정도는 줘야 되는 거 아니야? 온지령은 그 돈 필요 없어도 난 필요해! 난 네 권력 그런 거 하나도 안 무섭고, 돈만 주면 내가 다신 너희 앞에 안 나타날게. 만약 안 그러면 난 제도로 돌아갈 거고, 넌 날 막을 수 없을 거야.” 목정침은 옆에 있는 온연을 보며 표정관리를 했고 침착한 말투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시간 내볼게요. 기다려주세요.”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고, 온연은 회사업무라고 생각해서 자세한 건 묻지 않았다. “바쁜 일
온연이 초음파 검사를 하고 나오자 그는 다가가 부축했다. “어때? 선생님이 뭐라셔?” 온연은 그에게 결과지를 보여주며 “난 왜 아이가 못생긴 거 같죠? 아이는 정상이고 다 건강하데요. 그래프도 정상이고, 사지도 다 건강한데… 좀 못생긴 거 같아요… 그래도 이 고화질 색상 초음파가 아이의 첫 사진이겠죠?” 목정침은 아이의 얼굴 쪽을 보면서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아마… 낳으면 좀 예쁘지 않을까? 뱃속에서는 다 똑같이 생겼을 거야. 걱정하지 마, 낳아서 잘 키우면 되지. 진짜 못 생겼다고 해도 우리가 안 키울 건 아니잖아? 직접 낳은 아이니까 아껴줘야지.” 온연은 입술을 삐죽였다. “그러면서 인상을 왜 찌푸려요… 나한테는 그렇게 말 하면서 본인도 속으로 싫은거죠?” 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목가네 유전자에다가 온연도 예쁘장한데, 아이 사진이 이렇게 못 생기게 나올 줄 누가 알았을까? 그저 낳았을 때 예쁘길 기도할 뿐이었다. 온연을 목가네에 데려다 준 후 그는 차에서 내릴 시간도 없이 회사로 향했다. 온지령에 남편은 이미 사무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회장님이라도 되는 거처럼 소파에 앉아 탁자에 발까지 올려 놨다. 그 더러운 신발을 보며 목정침은 결벽증이 도져 표정이 굳었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그러세요? 기본적인 매너도 없으신 건가요?” 온지령의 남편은 발을 내렸지만 소파에 앉은 자세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모습이었다. “내가 지금 밥도 못 먹게 생겼는데 무슨 매너? 다 네가 자초한 거잖아! 온지령 그 예편네가 내가 자기 엄마를 죽였다고 이혼하겠다고 난리치는데 난 돈이 없어. 이혼하기로 마음먹은 거 같으니까 얼른 돈 줘. 그럼 내가 가서 이혼해줄 수 있으니까. 이 돈은 그 여자가 거절 한거지 내가 거절한 게 아니야. 자기 자존심 때문에 그런 거 같은데, 난 돈 받고 내 인생 살 게.” 목정침은 살인충동을 참으며 말했다. “얼마 드려요?” 온지령의 남편은 낄낄웃었다. “이미 계산 다 된 거 아니었나, 내가 말했던 거 같은데.
목정침은 인상을 쓰며 “네, 그러니까 얼른 꺼져 주실래요?” 온지령의 남편은 드디어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래, 지금 당장 꺼져줄 게. 돈만 주면 이렇게 쉬운데 진작 주지 그랬어? 괜히 여기까지 오게 만들고. 이 돈은 온지령이 거절한 거니까 내가 여기 온 건 그 여자한테 알리지 마. 그럼 난 간다, 우리 손녀사위.” 목정침은 대답하지 않았다. 딱 봐도 이 사람은 돈의 맛을 느낀 상태였고, 이게 마지막일리 없었다. 지금 온연은 임신중이니 그는 함부로 조치를 취할 수 없었고, 이 10억으로 그를 잠깐은 잠재울 수 있었다. 최대한 온연이 아이를 낳을 때까지 버틴 다음 그때 가서 잘 처리하면 된다. 잠시 후, 그는 데이비드에게 본부했다. “식탁이랑 물건들 다 새 거로 바꿔, 사무실 소독도 하고.” 3월 말, 예군작은 외국에서 돌아왔고 제일 먼저 기자회견을 열어 정식으로 제도에 ‘입성’한다고 발표했다. 그의 얼굴에 있던 상처는 이미 흔적도 남지 않았고, 더 이상 무언가로 가리지 않았다. 진몽요도 이번에 처음으로 제대로 그의 얼굴을 보았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상태였지만 못생긴 얼굴은 아니었다. 그녀는 어휘력이 딸려서 고작 ‘하얗다’, ‘맑다’, 정도로 그를 형용했다. 성격 방면에서는 그녀는 이 사람이 무언가를 깊이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늘 미소를 달고 있지만 눈빛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말투는 여유로운 것 같지만 미동이 없었고, 처음 들었을 땐 생소하고 무서웠지만 얼굴을 보면서 들으니 묵직한 느낌이 있었다. 동시에 진몽요는 그가 보낸 선물을 받았다. 보통 남자들이 꽃을 선물할 땐 꽃집에서 포장한 꽃다발을 주지만 예군작은 의외로 그녀에게 화분을 주었는데 그녀가 모르는 종류였다. 그가 남긴 카드엔 ‘자신은 여러 번 키웠으나 성공한 적이 없으니 죽이지 말고 잘 키워달라는’ 당부의 말이 있었다. 그녀는 그 화분을 보며 그처럼 한가한 사람도 못 키우는 화분을 바쁜 직장인에게 맡겼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화분을 받은 다음 날, 그녀는 바로 안
경소경은 무표정으로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주스 가져올 게요.” 진몽요는 어쩔 수 없이 소파에 앉았다. “네… 그럼 밥만 먹고 갈게요…” 하람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 밥 먹고 소경이도 갈 거니까 같이 가면 되겠다. 소경이는 네가 주스 좋아하는 거 아직 기억하고 있나 보네…” 진몽요는 입술을 잘근거리며 말을 잇지 않았고, 사실 하람은 그녀가 뭘 좋아하는지 알았지만 일부러 물었다. 커피는 너무 써서 그녀는 한 입만 마셔도 하루 종일 괴로워했고, 그녀가 주스를 좋아하는 건 경소경도 기억할 정도로 비밀은 아니었다… 아무 말없는 그녀를 보자 하람은 주제를 돌렸다. “듣기로는 너 회사랑 집이 가까워서 운전 안 한다고 어머님께 차 드렸다며? 여기에 안 쓰는 차 많은데 한 대 가져갈래? 나중에 휴가라도 가야 될 때 차 없으면 불편하잖아.” 진몽요는 완곡히 거절했다. “괜찮아요, 저 평소에 주말에는 거의 집에서 안 나가고, 회사도 가까워서 차 쓸 일이 정말 없어요. 정 필요하면 엄마한테 빌려오면 돼요…” 그녀는 진땀을 흘렸다. 강령한테 차를 넘겨 준지 얼마 안됐는데 하람이 이렇게 빨리 알고 있는 걸 보면, 경소경과 자신이 재결합할 가능성이 없더라도 두 엄마는 잘 지낼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되면 그녀는 경소경과 사이가 안 좋을 수 없었고 적어도 어른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 해야했다. 잠시 후, 경소경은 주방에서 주스를 가져왔고, 그녀를 보지도 않고 식탁에 올려뒀다. “저는 일이 있어서 가 볼 게요.” 하람은 그를 노려보며 “몽요도 먹고 간다는데 넌 어딜 가? 애 차 안 끌고 왔으니까 밥 먹고 가는 길에 데려다 줘.” 경소경이 대답하기 전에 진몽요가 황급히 말했다. “괜찮아요, 저는 알아서 택시 타고 가면 돼요.” 경소경이 말하려 하자 하람은 허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아이고… 아프다… 또 아파… 화가 나니까 허리부터 아프네…” 경소경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 “됐어요, 연기 그만하세요. 안 가면 되잖아요.” 하람은 다시 아무
진몽요는 바로 대답했다. “네, 왜요? 이건 내 일이라 그쪽이랑 상관없을 텐데요.” 경소경의 표정은 더 안 좋아졌고, 참다가 입을 열었다. “그때 헤어지자고 한 거 설마 그 사람 때문은 아니겠죠?” 진몽요는 벙 쪘지만 화도 났다. “무슨 뜻이에요? 내가 바람나서 당신을 찼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이순이랑 차에서 한 건 뭔데요? 경소경씨! 제발 말 같은 소리를 해요. 그런 말 할 거면 닥쳐요!” 경소경은 웃었다. “난 내가 그 장애인한테 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요… 아님 말고요, 내 문제였던 거 인정할 게요.” 그녀는 이를 꽉 깨물며 “이순이랑 그런 사이였던 거 인정할 거예요?” 그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 “이제 내 설명 듣고 싶은 가봐요?”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허허, 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그는 말을 하지 않았고, 갑자기 두 사람의 전화가 동시에 울리며 서로 눈치를 보더니 각자의전화를 받았다. 진몽요는 예군작의 만나자는 전화였고, 경소경은 샤샤의 전화를 이어폰을 끼고 받았다. 그의 관심은 이쪽이 아닌 진몽요한테 가 있었고, 작게 예군작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샤샤가 저녁에 시간 되냐는 질문에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진몽요의 반응을 보고 있었다. 진몽요는 시계를 보더니 예군작에게 말했다. “오늘은 좀 그렇고, 주말에 다시 얘기해요.” 동시에, 경소경도 샤샤를 거절했다. “오늘은 됐어요, 나중에요.” 두 사람은 동시에 전화를 끊었고, 진몽요는 왠지 모르게 찔렸다. “나… 그 예군작이랑 진짜 아무 사이 아니에요. 비록 지금 당신이랑은 상관없지만… 헤어지기 전에는 정말 아무 사이 아니였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난 그런 사람 아니니까.” 경소경은 짜증이 났다. “그럼 지금은 아무 사이가 맞다는 거네요? 하긴, 그 사람이 몸은 고장 났어도 마음이 고장 난 건 아니니 여자를 꽤나 잘 꼬시나 보네요. 당신한테 애초부터 꿍꿍이가 있었잖아요. 술도 주고 나 대신 귀찮은 일도 해
...... 목정침이 예상했던 것처럼 온지령의 무능한 남편은 그가 흔쾌히 돈을 주는 걸 보고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10억으로 온연이 아이를 낳을 때까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하루 아침에 부자가 된 기분은 사람의 이성을 잃게 만들었고, 돈에 목 말랐던 그는 그 짧은 시간 동안 10억을 도박에 탕진한 뒤 밤새 도박을 해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다시 찾아왔다. 목정침은 안 그래도 인내심이 별로 없는데 온연을 생각해서 잠시 참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그를 건들이니 이미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다. 10억으로 고작 며칠만 잠재운 건 너무 큰 돈이었다. 사무실 안, 그는 쉰내 나는 이 남자를 보며 살짝 코를 막았다. “10억 드렸잖아요, 고작 며칠 밖에 안 지났는데. 저를 뭘로 생각하시는 거예요?” 온지령의 남편은 도박 빚을 지고 있어서 간절하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도와줘, 정말 마지막이야!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게!” 목정침은 눈썹을 한껏 찌푸렸다. “도박꾼 말을 내가 어떻게 믿어요? 사업은 안 하고 그런 나쁜 것에 빠지기나 하시고. 제가 돈을 준 건 그저 눈 감아 주기 위해서였어요. 그리고 연이의 고모부인 걸 생각해서 드린 것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계속 귀찮게 하실 줄 몰랐네요.” 온지령의 남편은 바로 무릎을 꿇었다. “내가 맹세할 게, 다시는 도박 안 하고, 이 빚만 갚으면 네 고모랑 잘 살고 반성하면서 살게. 노부인이 돌아가신 건 나도 그러고 싶진 않았어. 그냥 병들게만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까지 되실 줄은 몰랐어. 나도 후회해… 내가 온연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할게. 마지막으로 한번만… 도와줘… 너도 온연이 자기 고모부가 도박 빚 때문에 길바닥에 있는 모습을 보는 걸 원치 않잖아?” 목정침은 데이비드를 불렀다. “수표 드려.” 데이비드는 적잖이 놀랐다. 처음 돈을 줄 때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또 이렇게 쉽게 돈을 주는 건 목정침 답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대표님은 이렇게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데이비드는 재빨리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목가네에 돌아온 후 온연을 본 그 순간 그는 마음이 편안 해졌다. 그녀의 옆에 있으면 그는 모든 고민을 잊을 수 있었다. “오늘은 어땠어? 애기가 말 잘 들었어?” 온연은 그의 부드러운 말투에 고개를 숙이고 웃으며 배를 만졌다. “괜찮았어요… 겨우 이만한 아이인데요 뭘. 오늘 안 바빴어요? 어떻게 일찍 왔어요? 곧 점심시간인데. 오후에 또 나가요?” 그는 쭈그려 앉아 그녀의 배에 귀를 대고 아이의 소리를 들었다. ‘꼬륵’ 거리는 액체소리 외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기분은 묘했다. 혹시 아이가 잠에서 깰까 봐 그는 목소리를 낮췄다. “이따가 밥만 먹고 갈 거야. 아직 일이 남아서 다 하고 올 게. 그냥 갑자기… 불안해서 네 얼굴이 보고싶길래 왔어.” 온연은 임신중이라 후각에 예민했고, 그의 담배냄새를 맡았다. “담배 폈어요?” 그의 몸은 약간 굳었고 일어나서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미안해, 아까 회사에서 일이 좀 있어서 하나 폈어. 냄새 심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닌데 좀 불편하긴 해요, 살짝 입맛도 떨어지고. 웬만하면 끊는 게 좋겠어요, 간접흡연은 아이한테도 안 좋으니까요.”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사실 나 이제 잘 안 펴…” 그저 온지령의 남편이 돈을 달라고 할 때만 그는 마음속 분노를 참을 수 없어 폈을 뿐이다. 온연만 아니었다면 온지령의 남편은 오늘 멀쩡히 집에 가지 못 했을 것이다. 점심식사 중, 온연이 물었다. “고모부가 당신 찾아왔었죠?” 목정침의 표정이 굳었다. “누가 알려줬어?” 그녀는 그의 반응에 의아했다. “왜요? 그냥 어쩌다가 임집사님이랑 기사님이 하는 얘기 들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요? 왜 찾아오셨데요? 돈 때문이면 주지마요, 당신이 돈 쉽게 버는 것도 아니잖아요. 나중에 아이 낳으면 할머니 다시 데려오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맞다… 내가 요즘 출산관련해서 알아봤는데 아이 낳는 게 그렇게 위험하데요. 정상적인 사람들도 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