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은 그녀를 품 안으로 안았다. “그러지마… 몽요야… 속상하면 울어도 돼. 분명 오해한 거 일거야. 경소경 그런 사람 아니잖아. 분명 그런 사람 아닐 거야. 돌아오면 그때 우리가 제대로 물어보는 거 어때?” 진몽요는 온연을 밀어냈지만 힘을 주진 않았다. “뭘 물어? 내가 직접 봤다니까. 꼭 거짓말할 기회까지 내가 줘야겠어? 꼭 핑계거리를 만들게 해야 해? 내가 내 눈으로 봤는데 어떻게 해야 그게 오해일 수 있어? 연아, 다 상관없는데… 정말… 유일하게 이건 내가 못 견디겠어. 너 알잖아… 전지랑 처음 헤어졌을 때 걔도 다른 여자가 있었어. 그때 내 심정이 어땠는 줄 알아? 집은 망하고, 아빠는 돌아 가시고, 남자한테도 버림받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 경소경은 나를 그 굴레에서 꺼내 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오랜 친구인 온연은 진몽요의 성격을 모를리 없었다. 그녀는 이번에는 아무리 말려도 정말 끝이라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지금 진몽요의 정서는 불안정했고, 그녀는 혹시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다. “몽요야! 진정해, 일단 경소경을 기다려보자.” 진몽요는 해탈한 듯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 만나기 싫어… 꼴도 보기 싫어…” 온연은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사람을 시켜 목정침을 불렀다. 이런 상황을 임산부가 감당하긴 힘들었다. 목정침은 빠르게 아랫층으로 내려왔다. 이때 경소경도 들어왔고, 아까 이순과의 키스를 생각하면 그는 몹시 불쾌해서 미간이 저려와서 진몽요의 상태를 바로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목정침은 그들이 싸우게 될까 봐 경소경을 막아섰다. “소경아… 너 뭐 했어? 내가 조심하라고 말 했잖아!” 경소경은 이해하지 못 했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진몽요는 떨면서 말했다. “똑똑한 사람이라 바보연기는 참 못하네요, 진짜 바보가 아닌 이상 다 알 거 같은데. 벌써 끝난 거예요? 이순이랑 더 붙어 있다 오지 그랬어요? 당신 좋다는 사람한테 그렇게 매정하게 굴 거 없잖아요…
경소경의 마음에는 큰 파도가 휘몰아치고 있었고, 한참후에 입을 열었다. “당신 마음 속에는 내가 그 정도 밖에 안돼요? 내가 분명히 말했었죠, 나 이제 아무나 안 건드린다고.” 그녀는 왜 그를 믿지 못하는 것일까?” 진몽요는 빨개진 눈으로 그를 보며 애써 단호한 척했다. “알아요, 그 말 했던 거 기억나요. 하지만 사실상 당신은 아무나 건드리죠. 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이랑 소란 피우면서 싸울 생각 없어요. 여기까지 왔으니 그럴 필요도 없죠. 약혼 예금은 최대한 빨리 이체해줄게요. 경가네에서 준 것도 이젠 필요 없어요. 매체에는 우리가 합의하에 이별했다고 발표할게요. 그래도 사랑했던 사이니까 당신 안 좋은 얘기까지는 밝히지 않을게요.” 그는 늘 털털했던 그녀에게 이런 단호한 면이 있을 줄 몰랐다. 파혼이라는 말을 꺼내는데 망설이지도 않고 이미 추후의 일까지도 계획하고 있었다. 그녀의 침착한 태도는 그에게 정말 끝났다고, 다시는 예전으로 못 돌아간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압박, 그녀의 불신은 그를 미치게 만들었고, 이 오해 하나 때문에 이렇게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 했었다. “마지막으로 물어볼게요, 진짜 되돌릴 수 없어요? 해명할 기회도 안 주는 거예요?”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한 글자 한 글자가 위태로웠다. 진몽요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가방을 챙겨 그를 지나쳤다. “그럴 필요 없을 거 같아요.” 멀어지는 그녀를 보며 그는 쫓아갈 용기가 없었고, 두 다리는 모래주머니를 달고 있는 것처럼 무거웠다. 온연은 그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목정침은 인상을 쓰고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려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진실이 중요해? 저 사람은 나를 믿은 적이 없었어. 파혼하고 싶으면 알아서 하라 그래. 나도 지쳤어.” 그는 그러고 목가네를 떠났다. 이 모든 걸 목격한 온연과 목정침은 그저 어리둥절 했다. 경소경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몽요는 이미 짐을 다 싸 놓은 상태였고
강령은 그녀가 아무 말이 없자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잔소리를 시작했다. “걔가 예전에는 바람기 있어도 그랬다 쳐, 근데 얼마나 됐다고 또 이래? 나랑 네 아빠가 제일 싫어하는 거야. 네 아빠가 어렸을 때부터 너한테 정직하게 살아야 된다고 가르쳤잖아. 결혼 안 한 여자도 막 건드려선 안되고, 사귀는 사람 있을 때도 한 눈 팔면 안된다고. 나랑 네 아빠는 그 오랜 세월동안 한번도 다른 마음 품은 적 없었어. 그 사람이 세상 떠나고 나서야 재혼생각이 들었지. 소경이는 애가 왜 그러니? 그래도… 너 정말 파혼하게? 하긴… 이런 일은 참으면 안되지. 아직 결혼 안 했는데도 이러는데, 남은 세월은 어떻게 참겠어? 엄마는 네가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꼴 못 봐, 카드 다시 줄게!” 진몽요는 간신히 눈물을 참았다. 목가네에선 울지 않았지만 지금은 더 울 수 없었다. 적어도 강령은 그녀의 선택을 이해하고 존중해서 말리지 않았다. 강령이 카드를 건네주자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받았다. “고마워요 엄마. 사실… 경소경씨는 나한테 잘못한 거 없어요. 그 사람이 아니라 내 문제예요. 난 그 사람이랑 어울리지 않나 봐요. 결혼까지 안 가서 다행이에요. 지금이라도 헤어져야 서로 나중에 덜 피곤하죠.” 강령은 놀랐다. “그 사람 문제가 아니라 네 문제라니? 네가 바람폈어? 진몽요, 너 죽고싶어?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널 어떻게 가르쳤어? 어떤 집 자식이 경소경보다 나은 거야? 내가 봤을 때 그런 사람은 목정침 밖에 없는데, 목정침일리는 없고, 누구야? 어떤 놈이 널 그렇게 만들었어?” 이 일을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았고, 진몽요는 돈을 모두 경소경의 계좌로 이채했다. 그리고 장문의 문자를 하람에게 보냈고, 다 쓸데없는 말이었지만 핵심은 파혼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하람에게 전화가 올까 봐 문자를 보내고 바로 핸드폰을 꺼버렸다. 생각할수록 너무 황당해서 그녀는 전화카드를 빼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오늘부터 그녀와 경가네는 더 이상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그 날
하람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살짝 닦으며 말했다. “이유가 있어야지? 둘이 계속 못 만난다고 해도 회사는 계속 다닐 수 있는 거잖아. 별 문제 안 될 거 같은데… 내 마음속에 너는 이미 딸이야.” 여기까지 말한 후 그녀는 문득 떠올랐다. “아니면 나한테 화난 거야? 나도 소경이랑 이순 일 알고 있어. 오늘 내가 이순을 집에 들였던 건 소경이가 나랑 우리집 영감 보러 공관에 왔으면 해서 자극한 것뿐이야. 난 그냥 연기였어. 이순이는 이미 갔는데…” 진몽요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어머님이랑은 상관없어요.” 하람의 마음은 다급해졌다. “그럼 왜 그러는 거야? 전화도 안 받고. 네 문자 보자마자 깜짝 놀라서 소경이 찾으러 갔는데, 걔도 별장에 박혀서 안 나오고 있더라. 혼이 나가서 내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애가 대답도 안 하고. 너라도 이유 말 안해주면 난 오늘 집에 절대 안 가!” 진몽요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저 예전에 강간당했어요. 이 일은 제가 소경씨 만나기 전에 일어난 일이고요. 제가 숨기지 않아서 그 사람도 알고 있어요. 비록 받아들이는 것 같아 보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안 그랬던 모양이에요. 안 그래도 저는 집안부터 그 사람이랑 어울리지 않는데 그런 일까지 당했으니 저도 비참했어요… 저는 늘 그 사람이랑 끝까지 잘 될 거라는 생각도 없었고요. 매번 어머님이랑 만날 때도 괜히 속이는 것 같고, 경가네에서 어떻게 저 같은 사람을 받아줄 수 있겠어요? 이게 다에요. 다 제 문제고, 그 사람 때문 아니에요.” 이 얘기를 들은 하람을 숨을 참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진몽요는 하람의 표정을 볼 자신이 없었다. 아마 자신을 혐오하지 않을까? 부잣집에서는 절대 그녀 같은 사람을 받아드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미 예측하고 있었고, 이제 와서 털어놓아서 죄책감이 들었지만 어차피 이젠 상관없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안았다. “몽요야… 너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어? 그건 네 탓이 아니잖아, 네 잘못도 아니고… 소경이도
예가네 저택. 예군작의 기분은 좋아 보였고, 그는 앞에 놓인 여러 종류의 와인을 시음하고 있었다. 이순은 세심하게 옆에서 그의 기분을 맞추고 있었다. “나는 일이 이렇게 쉽게 처리될 줄 몰랐어. 순아, 이번에 진짜 널 다시 봤다.” 이순은 살짝 웃었다. “운이 좋았어요, 저도 이렇게 빨리 될 줄 몰랐는 걸요.” 더욱 예상치 못했던 건 진몽요가 ‘배신’당하는 일에 대한 민감도였다. 예군작은 정말 진몽요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예군작은 더 이상 천을 두르고 있지 않았고, 모자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수술 흉터가 희미하게 보여 아직 회복이 다 되지 않은 상태였다. “역시 진몽요를 건들이길 잘했어. 경소경의 자존심을 건들이는 것보다 훨씬 쉽잖아. 사람들은 다 각자만의 약점이 있지, 재밌어. 순아, 너가 보기엔… 내 약점은 뭐인 거 같아?” 이순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약점 같은 거 없으세요.” 예군작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고, 천천히 술잔을 흔들었다. “틀렸어. 모든 사람은 다 약점이 있고 나도 똑같아. 그냥 너가 모를 뿐이지. 너가 누군가를 완벽하게 파악했을 때 알 수 있을 거야.” 이순은 대꾸하지 않았다. 예군작은 늘 다른 사람이 자신을 파악하지 못하게 했고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드러낼 약점도 없었다. 그녀는 그저 할 일만 하고 이 위험한 사람은 최대한 멀리하려 했다. 밖에서 차소리가 들리자 이순은 예군작에게 마스크를 주었다. 지금 그의 모습으로는 손님을 만날 수 없었다. 할 일을 마친 그녀는 거실을 벗어났고, 혹시라도 싸움이 날 수 있으니 당장은 진몽요와 마주치지 않는 걸 택했다. 진몽요는 바로 거실로 들어왔다. “저를 찾으셨다면서요, 무슨 일 있으세요?” 예군작은 눈까지 웃었다. “그런 거 없어요. 경소경씨랑 파혼했다고 들어서 위로가 필요할 거 같아서요. 다른 생각 말아요. 난 다음달에 외국으로 수술하러 가야해서 다음 만남은 한참 지나야 할지 몰라요. 작별인사라고 해두죠.”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식탁에 앉았다. 예
진몽요는 의심스럽게 그를 보았다. “예전이요? 예전에 저희가 만난 적이 있었나요? 저를 되게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마세요. 저희 엄마도 저를 그 정도로 잘 알진 않아요…” 예군작은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봤다. 두 눈이 마주치면서, 진몽요의 심장은 반 박자 느리게 뛰고 있었다. 왜 이 눈이 이렇게 익숙한 걸까? 말할 수 없는 느낌이 마치… 두 사람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 같았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그의 마스크를 내리려 했지만 그가 피했다. “얼굴이 아직 회복 중이라서 놀랄까 봐요. 다음에 귀국하면 맘껏 보게 해줄게요.” 자신이 실례를 했다는 생각에 진몽요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저번에도 저 먹는 것만 보시더니 이번에도 그러시나요? 진짜 저한테 대접만 해주시네요…” 예군작은 역시 그녀의 말에 묵인했다. 진몽요는 바보가 아니었고, 경소경의 말도 기억하고 있었다.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잘해주는 건 분명 어떠한 목적이 있는 걸 알았기에 대놓고 예군작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속셈이에요? 그때 술집에서 저한테 술도 주시고, 제 뒷조사까지 해서 석동해 일도 해결해주시고, 식사도 대접해주시고, 대체 어쩌자는 거예요? 그쪽 부하가 제 약혼남이랑 바람난 거 모르세요?” 예군작은 태연했다. “들은 것 같네요. 근데 이순이랑 경소경씨는 이미 아는 사이였고, 당신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잖아요. 밑에서 일하는 사람의 사생활까지는 관심 없어요. 거기까지 간섭해야 되면 내 얼굴 고칠 시간도 없을 거예요. 당신이 말만 하면 바로 자를 수 있어요.” 진몽요는 무표정으로 말했다. “됐어요. 저랑 잘 아는 사이도 아니시니 그쪽이 누구를 직원으로 쓰던 내가 뭐라고 할 자격도 없죠. 게다가… 이제는 저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저는 입맛이 별로 없네요. 어차피 그쪽도 안 먹으니까 먼저 가 볼게요. 맞다, 술 맛 괜찮네요.” 예군작은 저번처럼 붙잡지 않았다. “괜찮았어요? 한 병 줄게요. 대신 천천히 마시겠다고 약속해요. 막 원샷하지 말고요. 나름 귀한 거예
...... 눈 깜짝 할 사이에 설 전야가 되었고, 모든 가정은 가족들끼리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목가네는 온연에 요청 하에, 임집사와 유씨 아주머니도 같이 식탁에 앉았다. 이 두 사람은 그녀에게는 가족과도 같았다. 그녀는 진함이 보낸 홍빠오와 축하 메세지도 받았다. 밖에서 들려오는 폭죽 소리에 올해는 작년과 다른 느낌이 들었다. 어디가 다른지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괜히 조금 더 화목해진 거 같았다. 진함의 문자에 답장을 한 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목정침을 보았다. “할머니가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모르겠네요. 연락이 안되니까 불안해요. 고모네가 지금까지 이렇게 조용 할리가 없는데 소식도 없고…” 목정침이 우려하던 일은 결국 일어났고, 온연은 연휴만 되면 할머니를 떠올릴 게 뻔해서 매번 그는 거짓말을 해야했다. “조용하면 좋은 거 아니야? 할머니가 잘 계신다는 뜻이잖아. 고모네 가족이 잘 해드리나 봐…” 임집사도 맞장구를 쳤다. “그래요, 사모님 너무 걱정 마세요. 지금은 태아한테만 집중하셔야죠, 나중에 아이를 원만하게 낳으시면 그때가서 걱정하셔도 돼요.” 온연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요…” 아이를 나으려면 여름까지 기다려야 하고, 지금은 밖에 함박눈이 내리고 있으니 그때까지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저녁식사 후, 목정침은 그녀를 데리고 안방 창문 앞에서 폭죽을 구경했다. 목가네에 지대가 높아서 멀리까지의 전경이 다 보였고, 도시의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었다. 밖을 바라보며 그녀는 진몽요와 경소경이 생각났다. “몽요랑 경소경씨 정말 안타까워요… 나는 그래도 두 사람 끝까지 갈 줄 알았는데. 몽요 못 본지도 좀 됐고, 경소경씨 쪽도 소식이 없는 걸 보니, 두 사람 성격 다… 한번 헤어지면 진짜 미련없이 끝인가 봐요. 몽요한테 전화 좀 해봐야겠어요.” 말을 하고, 그녀는 뒤를 돌아 자리를 옮겼다. 전화가 연결되자 유쾌한 진몽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해복 많이 받아~! 나 지금 엄마랑 광장에서 폭죽 터트리고 있어.
설연휴는 빠르게 지나갔고, 정월 대보름 전에 목정침은 외국으로 출장을 가기로 했다. 원래 같았으면 그는 출장을 거절하고 직원들에게 일을 맡겼겠지만 이번에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어 대략 보름정도 다녀와야했다. 떠나기 전 그는 임집사와 유씨 아주머니에게 여러가지를 당부했다. 온연의 의식주부터 매일 수면량과 운동량까지, 꼭 그가 떠나면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처렁 그의 표정은 온통 ‘걱정’ 뿐이었다. 마지막에 만약 임집사가 비행기를 놓칠 것 같다고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그의 잔소리는 끝이 없었을 것이다. 집을 나설 때 온연은 그를 문 앞까지 데려다 주었고 그는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멈췄다. “마중 안 나와도 돼, 밖에 추우니까 얼른 들어가. 내가 최대한 빨리 올 테니까 넌 집에서 말 잘 듣고 있어, 돌아오면 같이 검사하러 가자. 어디 불편한데 있으면 임집사님이랑 아주머니께 말씀드리고…” 온연의 머리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남자의 잔소리는 여자보다 심했다. “알겠어요…” 겨우겨우 차가 멀리 떠나자 그녀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동시에 마치 공허한 감정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이해가 틀리지 않았다면 그건 그리움이었다. 그가 옆에 있는 게 익숙해져서 갑자기 사람이 떠나니까, 적응이 되지 않았다. 겨우 몇 분 밖에 안 지났는데 말이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이건 좋은 징조가 아니었고, 아이만 아니었더라면 그녀는 아마 그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습관’이라는 건 정말 무서운 것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그녀는 그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었고, 그 안에 들어가길 원하고 있었다. 차 안, 목정침은 초조하게 옆에 놓인 폰을 보았다. “진락, 나 조금 걱정돼…” 진락은 그가 해외지사를 걱정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이제 가시는 길이잖아요?” 그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게 아니고… 탑승 시간까지 얼마나 남았어? 조금 늦출 수 없나? 다시 집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연이 한번만 다시 보고싶어.” 진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