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는 빠르게 지나갔고, 정월 대보름 전에 목정침은 외국으로 출장을 가기로 했다. 원래 같았으면 그는 출장을 거절하고 직원들에게 일을 맡겼겠지만 이번에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어 대략 보름정도 다녀와야했다. 떠나기 전 그는 임집사와 유씨 아주머니에게 여러가지를 당부했다. 온연의 의식주부터 매일 수면량과 운동량까지, 꼭 그가 떠나면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처렁 그의 표정은 온통 ‘걱정’ 뿐이었다. 마지막에 만약 임집사가 비행기를 놓칠 것 같다고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그의 잔소리는 끝이 없었을 것이다. 집을 나설 때 온연은 그를 문 앞까지 데려다 주었고 그는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멈췄다. “마중 안 나와도 돼, 밖에 추우니까 얼른 들어가. 내가 최대한 빨리 올 테니까 넌 집에서 말 잘 듣고 있어, 돌아오면 같이 검사하러 가자. 어디 불편한데 있으면 임집사님이랑 아주머니께 말씀드리고…” 온연의 머리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남자의 잔소리는 여자보다 심했다. “알겠어요…” 겨우겨우 차가 멀리 떠나자 그녀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동시에 마치 공허한 감정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이해가 틀리지 않았다면 그건 그리움이었다. 그가 옆에 있는 게 익숙해져서 갑자기 사람이 떠나니까, 적응이 되지 않았다. 겨우 몇 분 밖에 안 지났는데 말이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이건 좋은 징조가 아니었고, 아이만 아니었더라면 그녀는 아마 그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습관’이라는 건 정말 무서운 것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그녀는 그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었고, 그 안에 들어가길 원하고 있었다. 차 안, 목정침은 초조하게 옆에 놓인 폰을 보았다. “진락, 나 조금 걱정돼…” 진락은 그가 해외지사를 걱정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이제 가시는 길이잖아요?” 그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게 아니고… 탑승 시간까지 얼마나 남았어? 조금 늦출 수 없나? 다시 집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연이 한번만 다시 보고싶어.” 진락은
늘 이별을 원했던 건 그녀였다. 갑자기 온 전화로 인해 사진이 가려지자 경소경은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 너머 애교 섞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오늘 저녁에 시간 되세요? 사람들이다 도련님 솔로 되셨다는 얘기뿐인데, 축하드려요~” 그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을 뱉지 못 했다. 예전에 그는 원래 이런 사람이지 않았던가? 너무 오랫동안 안 놀아서 그런지 그 자유로운 느낌을 잊을 뻔했다. “저녁에 갈게.” 여자의 말투에서 기쁨을 숨길 수 없었다. “오케이~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런 좋은 일에 당연히 ‘형제’를 빼놓을 수 없어서 전화를 끊고 그는 임립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녁에 자리 예약했어.’ 임립은 술 생각만 해도 위가 아파왔다. ‘난 안 가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술 못 마셔.’ 경소경 ‘넌 주스 마셔, 예쁜 애 하나 끼고.’ 임립 ‘너 미쳤어? 헤어진지 얼마나 됐다고 또 옛날 버릇 나오는 거야?’ 경소경 ‘올 건지 안 올 건지만 말해.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임립 ‘음… 갈게!’ 퇴근 시간이 되자 임립은 안야에게 집에서 저녁을 먹지 않겠다고 자기 밥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자 안야는 호기심에 물었다. “그럼 어디 가세요? 모임 있으세요?” 그는 가방을 정리하는 진몽요의 눈치를 보았다. “그… 소경이가 술 마시자고 해서요.” 진몽요의 동작은 살짝 굳었지만, 다시 아무렇지 않게 짐을 싸고 인사했다. “먼저 퇴근할게요, 내일 보자.” 안야는 그녀를 붙잡았다. “아니면 저희 연이 사장님네 갈까요? 사장님네 남편 분 출장 가셨다는데 같이 가서 밥이라도 먹어요. 저도 오늘 저녁에 혼자 밥 하기도 귀찮은데, 가서 얻어먹어요~” 진몽요는 잠시 고민하다가 승낙했다. “그래, 그럼 연이네 집으로 가자. 나 오늘 차 가져왔으니까 같이 타고 가면 되겠어.” 두 여자가 웃으면서 나가자 임립은 생각했다. 진몽요는 정말 아무렇지 않을 걸까? 경소경이 놀러 나간다는 말에도 아무런 반
임립도 이런 곳에 와서 술을 안 마시는 게 재미없다고 느꼈다. “잔 채워, 죽지 않을 정도만 마시면 되지!” 그걸 본 경소경의 입꼬리는 올라갔고, 여자들이 아무리 술을 따라도 그의 정신은 멀쩡해 보였다. “너 마시다 진짜 죽으면 내가 장례 치러줘야 되잖아.” 임립은 잔을 한번에 비우고 아직 흥이 많이 오른 상태는 아니었다. “술 안 마신 지 오래 돼서 그런지 이런 느낌 오랜만이네! 오는 길에 뭐 좀 먹고 와서 괜찮아. 좀만 마시면 돼. 근데 왜 갑자기 놀러 나왔어? 난 너가 남은 인생은 좀 정직하게 살 줄 알았는데.” 경소경은 대답하지 않았고, 방금 전 미소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몸매도 괜찮고 딱 봐도 성형을 많이 한 것 같아 보이는 여자가 갑자기 핸드폰을 들고 일어나 말했다. “경 도련님, 제가 예쁜 친구 한 명 데려왔어요. 이 바닥에 일 안 했어서 깨끗한 친구예요. 지금 문 앞에 있는데 들어오라고 할까요?” 경소경은 여자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의 말 속에 의미를 그는 알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여자들은 무명 연예인이나 모델이었고, 다들 돈 때문에 이런 곳에서 일을 하는 거라 그에게 새로운 사람을 소개시켜 주는 게 이상하지 않았고, 그도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여자는 새로운 아가씨를 데리고 자리에 앉았다. 정말 그 여자의 말처럼 이 아가씨는 순진해 보였고 이런 곳과 어울리지 않았다. 보기만 해도 어색한 모습과 눈에 보이는 긴장과 불안은 짙은 화장으로도 가릴 수 없었다. 하지만 딱 봐도 몸매가 좋았고 얼굴도 예뻤다. 여자는 아가씨를 경소경 옆에 앉혔다. “얘 이름은 샤샤예요, 아직 대학생이고요.” 샤샤는 긴장해서 소매를 꽉 쥐었다. “아…안녕하세요…” 경소경은 웃겨서 “하… 여기가 학교도 아니고, 선생님 만나러 온 것도 아닌데 인사 법 좀 바꾸는 게 어때요?” 샤샤는 고개를 숙이고 그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죄송해요… 제가 이런 곳이 처음이라 잘 몰라서요.” 경소경은 술을 원샷했고, 임립은 하려던 말을
샤샤는 볼이 빨개진 채로 고개를 끄덕였고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다 하고 나온 그녀는 타올만 두르고 있었고, 그의 반응을 보면서 그의 말 대로 침대에 누웠다. 경소경은 그녀의 행동을 보더니 무표정으로 넥타이를 풀었다. “옷 입어요, 다른 생각 없으니까. 그냥 나랑 같이 잠만 자주면 돼요.” 샤샤는 당황했다. “네?” 그는 방금한 말을 반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진몽요와 헤어진 뒤로 불면증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잔 날이 없을 뿐이었다. 임립이 집에 왔을 때 안야는 안 자고 거실에서 일부러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분명 나가면 술 마시고 들어올 걸 알고 그녀는 그의 위가 아플까 봐 해장국을 준비해 두었다. 얘기를 하면서 임립은 감탄했다. “내가 봤을 때 소경이는 이미 마음 접었어요, 아까 또 아가씨들이랑 놀던 데요.” 안야의 표정이 확 변했다. “정말이에요?” 임립은 그제서야 진몽요가 자신의 회사에서 일하게 된 게 생각났다. “쉿, 진몽요한테 말하면 안돼요. 혹시 몰라서 말해주는 거예요.” 안야는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몽요 사장님도 아까 저희끼리 있을 때 경소경씨 얘기 안 했어요… 사장님한테는 말 안 할 테니까 걱정 마세요. 그냥 좀 안타까워요. 이거 다 드시고 얼른 주무세요. 저는 졸려서 먼저 잘게요.” 둘째 날 오전, 경소경 회사의 A는 진몽요에게 문자를 보냈다. ‘경대표님이랑 어떻게 된 거예요? 일 그만뒀는데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어요? 오늘 어떤 여자가 찾아왔는데 사무실에 들어가서 한참동안 안 나오고 있어요!” 진몽요는 문자를 보고 답장하지 않았다. 회사를 떠나면서 A에게 작별인사를 안 했던 이유가 설명하기 귀찮아서였다. 잠시 후, A는 또 사진을 보내왔다. 그 여자의 사진이었고, 딱 봐도 젊고 예쁘고 심지어 청순해 보이는 데다가 사진의 배경은 당연히 경소경의 회사였다. 진몽요는 짜증이 나서 답장했다. ‘이런 일 나한테 말 안 해도 돼요. 나 그 사람이랑 끝났어요, 이제 아무 사이 아니에요.” A는 깜짝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그냥 밖에서 만났을 때 노는 사이니까 앞으로 회사에 찾아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사람들 눈도 있고 말도 나오면 나한테 영향을 끼칠 수 있어요, 알겠어요? 그쪽은 그냥 아는 사람이지 제 여자친구가 아니에요. 와이프도 아니고요. 그러니까 이런 일 할 필요 없어요.” 샤샤는 당황했다. 그는 마담언니가 말한 것과는 사뭇 다른 사람 같았다. 어제 저녁에 그녀를 건들이지 않았지만 똑같이 돈을 주었기에 그녀는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를 가까이하고 싶었고 이왕이면 연인사이로 발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찬물을 끼얹을 줄 몰랐고, 그제서야 현실을 마주했다. 그들의 관계는 ‘은밀’한 관계였다. “알겠어요. 그럼 지금 갈게요. 저한테… 다시 연락 주실 거죠?” 경소경이 대답하지 않았지만 샤샤는 감히 더 머무르지 않고 황급히 떠났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가자 갑자기 A가 막아섰고, A는 착하지 않은 표정으로 캐물었다. “누구세요? 경대표님이랑은 무슨 사이죠?” 샤샤는 경소경 앞에서 얌전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다른 여자들 앞에서도 얌전한 토끼는 아니었다. A가 사나운 기세로 대하자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가방에서 립스틱을 꺼내서 발랐다. “그쪽이랑 상관없지 않나요? 차림새를 보니까 여기 직원 맞죠? 왜요? 이제 대표님 사생활까지 신경쓰는 거예요?” A는 자신이 무시를 당하고 있다고 느꼈고 진몽요를 대신해서 억울해하며 화를 냈다. “나이가 어리면 착하게 살아야지 왜 굳이 남의 세컨드를 하려고 그래요? 그게 뭐가 자랑이라고? 내가 말하는데 당신 같은 사람은 절대 좋은 꼴 못 봐요, 못 믿겠으면 두고 보세요!” 엘리베이터 문이 타이밍 좋게 열렸고, 샤샤는 놀리듯 비웃었다. “경 도련님 파혼해서 솔로 된 거 이 바닥 사람들 다 알아요. 그러니까 저는 세컨드가 아니죠.” 엘리베이터 문이 서서히 닫히면서 A는 자신이 꿈을 꾸는 줄 알았다. 이렇게 파혼했다고? 어쩐지 진몽요가 아무 말없이 이직을 했더라니
임립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혹시… 불편한 거 아니죠? 괜찮아요, 그쪽에서 다 되면 가져다 달라고 하면 되니까… 너무 억지로 안 그래도 돼요.” 그녀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를 들썩였다. “괜찮아요, 헤어졌다고 원수도 아닌데 만난다고 곤란할 거 뭐 있어요? 난 무서울 거 없으니까 괜찮아요. 일 처리 잘 하고 올 게요. 그쪽이 사장이니까 사장님 말 잘 들어야죠.” 허세는 다 부렸지만 막상 파일을 들고 경소경네 회사에 오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다시 만나면 그녀는 어떤 표정으로 그를 마주해야 될까? 그녀는 손목시계를 보고 아직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는 30분 정도 남았으니, 경소경이 오기 전까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다. 깊게 심호흡을 하고 회사로 들어갔고, 엘리베이터는 25층에 있어 앞에서 조금 기다려야했다. 기다리면서 그녀는 핸드폰을 했고, 엘리베이터가 ‘띵’ 소리를 내며 도착하자 그녀는 핸드폰을 넣고 엘리베이터 안을 봤다. 다행이도 비어 있었고 그녀는 그제서야 안도했다. 만약 회사에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난다면 어색하게 인사라도 했어야 될 텐데 말이다. 엘리베이터는 빠르게 사무실 층으로 도착했고, 그녀는 문이 열리자 마자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가려고 했는데 밖에 사람들이 잔뜩 서 있었고 게다가 맨 앞엔 경소경이 있었다! 상황을 보니까 회의실로 내려가려던 것 같았고, 오늘은 마침 정기 총회 날이었다. 왜 그녀는 그걸 잊고 있었을까? 정기총회 날엔 회사 임원들은 모두 30분 일찍 점심을 먹고 들어왔었다. 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녀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고 경소경은 여전히 기품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쫙 빠진 양복에 듬직한 체형, 어느 무리 안에 서 있었도 늘 눈에 띄는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이미 그들이 아무 사이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맞다, 눈 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사랑했던 사이였지만, 이제는 다시 안을수 도 없고 그녀의 소유도 아니었다. “경대표님… 시간 괜찮으시면 여기 서
그녀의 성질은 늘 좋지 않았아서 그녀를 불쾌하게 만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녀는 발을 엘리베이터 센서에 올리고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서명 안 해주시면 회의도 가지 마세요. 저는 알바생이라 지금 시간이 많아서요.” 경소경은 여유롭게 그녀를 보았고 눈빛은 의미심장했다. “그쪽이 부탁하는 입장 아닌가요? 부탁을 이런 식으로 하나요? 그 문서, 내가 서명 안 할 자격 있어요.” 그녀는 순간 말문이 막혔고, 그녀가 대답을 생각하기도 전에 누군가 그녀를 밖으로 밀어 성공적으로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 그녀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경소경이 이런 식으로 대하면 그녀는 두고두고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을 것이다. 그가 먼저 시작한 싸움이니 나중에 가서 그가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엘리베이터 안, 경소경의 표정이 굳었다. “누가 저 사람 밀으래요?” 아까 밀었던 사람의 표정도 굳었다. “그… 저 분이 비키지 않으면 저희가 회의에 갈 수 없지 않습니까…” 경소경은 짜증나서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좀 살살할 수도 있었잖아요?” 옆 사람 “…” 정기총회를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온 후, 경소경은 들어온 순간 뭔가 잘못됨을 느꼈다. 공기에는 짙은 커피향이 잔뜩 풍기고 있었고 향이… 지나치게 짙었다. 진몽요는 그의 자리에 앉아서 다리를 꼬꼬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회의 끝나셨어요? 서명하세요, 제가 오래 기다려서 지루해 죽겠어 가지고 커피 한잔 마셨어요. 이정도는 괜찮잖아요~” 그는 그녀가 아직까지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고, 차가운 표정으로 다가가서 잔 위에 잔뜩 끼어 있는 커피가루를 보자 심기가 불편해졌다. “일부러 그런거죠? 어디 그럼 내 앞에서 마셔봐요…” 그녀는 서비스용 미소를 지었다. “실수로 가루를 많이 부어서요. 너무 진해서 못 마셔요. 이 커피 꽤나 비싼 거 같은데… 그래서 서명해줄 수 있으세요?” 그는 살짝 몸을 숙이고, 두 손을 책상 끝에 바치고 그녀를 응시했다. “안 하겠다면요?” 그녀는 그의 시선이 불편하게
그녀는 발걸음을 멈췄고, 심장이 아려 왔다. 그의 말투에선 슬픔이 느껴졌다… 그녀의 감정이 가라 앉기도 전에 그가 이어서 말했다. “남의 책상을 이렇게 더럽혀 놨으면 치우고 가야죠?” 그녀는 이를 꽉 깨물고 뒤돌아보지 않았다. “됐거든요! 알아서 치우세요!” 사무실 문이 세게 닫히자 경소경은 일부러 지었던 차가운 표정을 풀고 그녀의 온기가 남아있는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그제서야 답답한 마음이 살짝 해소됐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녀를 봤을 때, 그는 환각을 보는 줄 알았다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진짜로 그녀가 온 걸 알았다. 그녀는 그가 헤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잊을 수 없는 여자였기에 막상 만나서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안 만나도 마음이 아팠는데, 만났더니 더 마음이 아팠다. 차에 돌아온 진몽요는 자기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진 걸 알았고 휴지를 꺼내서 눈을 닦았지만 눈물은 다시 차올랐다. 그녀는 자신의 기분을 억제할 수 없었고, 눈물은 더 참을 수 없었다. 그들은 각자의 성격 때문에 헤어지고 나서도 친구가 되거나 평화로운 사이로 지낼 수 없었고, 예전처럼 마주보고 웃을 일은 더더욱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감히 그가 다른 여자와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회사에 돌아온 후, 임립에게 문서를 줄 때 빨개진 그녀의 눈을 보자 임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아요? 소경이가 곤란하게 했어요?” 그녀는 쿨 하게 웃었다. “허허, 그 사람이요? 에이, 난 오늘 그 사람이 어떤 속옷을 입었는지까지 아는 사람인데 날 곤란하게 만들까 봐 쫄았을 거 같아요? 그 성격 모르는 것도 아니고.” 임립은 입술을 삐죽였다. “하여튼… 알겠어요, 가서 일 봐요.” 그녀는 돌아와서 자리에 앉은 후 컴퓨터 앞에서 멍을 때렸다. 머릿속은 온통 경소경의 모습으로 가득 찼고, 아까 그의 냉철한 태도만 머리에 맴돌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는 이랬다. 사귈 때는 서로 둘도 없는 사이지만, 헤어지고 나면 그 끈은 끊겼고 점차 서로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