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립도 이런 곳에 와서 술을 안 마시는 게 재미없다고 느꼈다. “잔 채워, 죽지 않을 정도만 마시면 되지!” 그걸 본 경소경의 입꼬리는 올라갔고, 여자들이 아무리 술을 따라도 그의 정신은 멀쩡해 보였다. “너 마시다 진짜 죽으면 내가 장례 치러줘야 되잖아.” 임립은 잔을 한번에 비우고 아직 흥이 많이 오른 상태는 아니었다. “술 안 마신 지 오래 돼서 그런지 이런 느낌 오랜만이네! 오는 길에 뭐 좀 먹고 와서 괜찮아. 좀만 마시면 돼. 근데 왜 갑자기 놀러 나왔어? 난 너가 남은 인생은 좀 정직하게 살 줄 알았는데.” 경소경은 대답하지 않았고, 방금 전 미소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몸매도 괜찮고 딱 봐도 성형을 많이 한 것 같아 보이는 여자가 갑자기 핸드폰을 들고 일어나 말했다. “경 도련님, 제가 예쁜 친구 한 명 데려왔어요. 이 바닥에 일 안 했어서 깨끗한 친구예요. 지금 문 앞에 있는데 들어오라고 할까요?” 경소경은 여자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의 말 속에 의미를 그는 알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여자들은 무명 연예인이나 모델이었고, 다들 돈 때문에 이런 곳에서 일을 하는 거라 그에게 새로운 사람을 소개시켜 주는 게 이상하지 않았고, 그도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여자는 새로운 아가씨를 데리고 자리에 앉았다. 정말 그 여자의 말처럼 이 아가씨는 순진해 보였고 이런 곳과 어울리지 않았다. 보기만 해도 어색한 모습과 눈에 보이는 긴장과 불안은 짙은 화장으로도 가릴 수 없었다. 하지만 딱 봐도 몸매가 좋았고 얼굴도 예뻤다. 여자는 아가씨를 경소경 옆에 앉혔다. “얘 이름은 샤샤예요, 아직 대학생이고요.” 샤샤는 긴장해서 소매를 꽉 쥐었다. “아…안녕하세요…” 경소경은 웃겨서 “하… 여기가 학교도 아니고, 선생님 만나러 온 것도 아닌데 인사 법 좀 바꾸는 게 어때요?” 샤샤는 고개를 숙이고 그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죄송해요… 제가 이런 곳이 처음이라 잘 몰라서요.” 경소경은 술을 원샷했고, 임립은 하려던 말을
샤샤는 볼이 빨개진 채로 고개를 끄덕였고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다 하고 나온 그녀는 타올만 두르고 있었고, 그의 반응을 보면서 그의 말 대로 침대에 누웠다. 경소경은 그녀의 행동을 보더니 무표정으로 넥타이를 풀었다. “옷 입어요, 다른 생각 없으니까. 그냥 나랑 같이 잠만 자주면 돼요.” 샤샤는 당황했다. “네?” 그는 방금한 말을 반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진몽요와 헤어진 뒤로 불면증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잔 날이 없을 뿐이었다. 임립이 집에 왔을 때 안야는 안 자고 거실에서 일부러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분명 나가면 술 마시고 들어올 걸 알고 그녀는 그의 위가 아플까 봐 해장국을 준비해 두었다. 얘기를 하면서 임립은 감탄했다. “내가 봤을 때 소경이는 이미 마음 접었어요, 아까 또 아가씨들이랑 놀던 데요.” 안야의 표정이 확 변했다. “정말이에요?” 임립은 그제서야 진몽요가 자신의 회사에서 일하게 된 게 생각났다. “쉿, 진몽요한테 말하면 안돼요. 혹시 몰라서 말해주는 거예요.” 안야는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몽요 사장님도 아까 저희끼리 있을 때 경소경씨 얘기 안 했어요… 사장님한테는 말 안 할 테니까 걱정 마세요. 그냥 좀 안타까워요. 이거 다 드시고 얼른 주무세요. 저는 졸려서 먼저 잘게요.” 둘째 날 오전, 경소경 회사의 A는 진몽요에게 문자를 보냈다. ‘경대표님이랑 어떻게 된 거예요? 일 그만뒀는데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어요? 오늘 어떤 여자가 찾아왔는데 사무실에 들어가서 한참동안 안 나오고 있어요!” 진몽요는 문자를 보고 답장하지 않았다. 회사를 떠나면서 A에게 작별인사를 안 했던 이유가 설명하기 귀찮아서였다. 잠시 후, A는 또 사진을 보내왔다. 그 여자의 사진이었고, 딱 봐도 젊고 예쁘고 심지어 청순해 보이는 데다가 사진의 배경은 당연히 경소경의 회사였다. 진몽요는 짜증이 나서 답장했다. ‘이런 일 나한테 말 안 해도 돼요. 나 그 사람이랑 끝났어요, 이제 아무 사이 아니에요.” A는 깜짝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그냥 밖에서 만났을 때 노는 사이니까 앞으로 회사에 찾아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사람들 눈도 있고 말도 나오면 나한테 영향을 끼칠 수 있어요, 알겠어요? 그쪽은 그냥 아는 사람이지 제 여자친구가 아니에요. 와이프도 아니고요. 그러니까 이런 일 할 필요 없어요.” 샤샤는 당황했다. 그는 마담언니가 말한 것과는 사뭇 다른 사람 같았다. 어제 저녁에 그녀를 건들이지 않았지만 똑같이 돈을 주었기에 그녀는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를 가까이하고 싶었고 이왕이면 연인사이로 발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찬물을 끼얹을 줄 몰랐고, 그제서야 현실을 마주했다. 그들의 관계는 ‘은밀’한 관계였다. “알겠어요. 그럼 지금 갈게요. 저한테… 다시 연락 주실 거죠?” 경소경이 대답하지 않았지만 샤샤는 감히 더 머무르지 않고 황급히 떠났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가자 갑자기 A가 막아섰고, A는 착하지 않은 표정으로 캐물었다. “누구세요? 경대표님이랑은 무슨 사이죠?” 샤샤는 경소경 앞에서 얌전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다른 여자들 앞에서도 얌전한 토끼는 아니었다. A가 사나운 기세로 대하자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가방에서 립스틱을 꺼내서 발랐다. “그쪽이랑 상관없지 않나요? 차림새를 보니까 여기 직원 맞죠? 왜요? 이제 대표님 사생활까지 신경쓰는 거예요?” A는 자신이 무시를 당하고 있다고 느꼈고 진몽요를 대신해서 억울해하며 화를 냈다. “나이가 어리면 착하게 살아야지 왜 굳이 남의 세컨드를 하려고 그래요? 그게 뭐가 자랑이라고? 내가 말하는데 당신 같은 사람은 절대 좋은 꼴 못 봐요, 못 믿겠으면 두고 보세요!” 엘리베이터 문이 타이밍 좋게 열렸고, 샤샤는 놀리듯 비웃었다. “경 도련님 파혼해서 솔로 된 거 이 바닥 사람들 다 알아요. 그러니까 저는 세컨드가 아니죠.” 엘리베이터 문이 서서히 닫히면서 A는 자신이 꿈을 꾸는 줄 알았다. 이렇게 파혼했다고? 어쩐지 진몽요가 아무 말없이 이직을 했더라니
임립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혹시… 불편한 거 아니죠? 괜찮아요, 그쪽에서 다 되면 가져다 달라고 하면 되니까… 너무 억지로 안 그래도 돼요.” 그녀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를 들썩였다. “괜찮아요, 헤어졌다고 원수도 아닌데 만난다고 곤란할 거 뭐 있어요? 난 무서울 거 없으니까 괜찮아요. 일 처리 잘 하고 올 게요. 그쪽이 사장이니까 사장님 말 잘 들어야죠.” 허세는 다 부렸지만 막상 파일을 들고 경소경네 회사에 오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다시 만나면 그녀는 어떤 표정으로 그를 마주해야 될까? 그녀는 손목시계를 보고 아직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는 30분 정도 남았으니, 경소경이 오기 전까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다. 깊게 심호흡을 하고 회사로 들어갔고, 엘리베이터는 25층에 있어 앞에서 조금 기다려야했다. 기다리면서 그녀는 핸드폰을 했고, 엘리베이터가 ‘띵’ 소리를 내며 도착하자 그녀는 핸드폰을 넣고 엘리베이터 안을 봤다. 다행이도 비어 있었고 그녀는 그제서야 안도했다. 만약 회사에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난다면 어색하게 인사라도 했어야 될 텐데 말이다. 엘리베이터는 빠르게 사무실 층으로 도착했고, 그녀는 문이 열리자 마자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가려고 했는데 밖에 사람들이 잔뜩 서 있었고 게다가 맨 앞엔 경소경이 있었다! 상황을 보니까 회의실로 내려가려던 것 같았고, 오늘은 마침 정기 총회 날이었다. 왜 그녀는 그걸 잊고 있었을까? 정기총회 날엔 회사 임원들은 모두 30분 일찍 점심을 먹고 들어왔었다. 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녀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고 경소경은 여전히 기품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쫙 빠진 양복에 듬직한 체형, 어느 무리 안에 서 있었도 늘 눈에 띄는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이미 그들이 아무 사이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맞다, 눈 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사랑했던 사이였지만, 이제는 다시 안을수 도 없고 그녀의 소유도 아니었다. “경대표님… 시간 괜찮으시면 여기 서
그녀의 성질은 늘 좋지 않았아서 그녀를 불쾌하게 만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녀는 발을 엘리베이터 센서에 올리고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서명 안 해주시면 회의도 가지 마세요. 저는 알바생이라 지금 시간이 많아서요.” 경소경은 여유롭게 그녀를 보았고 눈빛은 의미심장했다. “그쪽이 부탁하는 입장 아닌가요? 부탁을 이런 식으로 하나요? 그 문서, 내가 서명 안 할 자격 있어요.” 그녀는 순간 말문이 막혔고, 그녀가 대답을 생각하기도 전에 누군가 그녀를 밖으로 밀어 성공적으로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 그녀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경소경이 이런 식으로 대하면 그녀는 두고두고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을 것이다. 그가 먼저 시작한 싸움이니 나중에 가서 그가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엘리베이터 안, 경소경의 표정이 굳었다. “누가 저 사람 밀으래요?” 아까 밀었던 사람의 표정도 굳었다. “그… 저 분이 비키지 않으면 저희가 회의에 갈 수 없지 않습니까…” 경소경은 짜증나서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좀 살살할 수도 있었잖아요?” 옆 사람 “…” 정기총회를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온 후, 경소경은 들어온 순간 뭔가 잘못됨을 느꼈다. 공기에는 짙은 커피향이 잔뜩 풍기고 있었고 향이… 지나치게 짙었다. 진몽요는 그의 자리에 앉아서 다리를 꼬꼬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회의 끝나셨어요? 서명하세요, 제가 오래 기다려서 지루해 죽겠어 가지고 커피 한잔 마셨어요. 이정도는 괜찮잖아요~” 그는 그녀가 아직까지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고, 차가운 표정으로 다가가서 잔 위에 잔뜩 끼어 있는 커피가루를 보자 심기가 불편해졌다. “일부러 그런거죠? 어디 그럼 내 앞에서 마셔봐요…” 그녀는 서비스용 미소를 지었다. “실수로 가루를 많이 부어서요. 너무 진해서 못 마셔요. 이 커피 꽤나 비싼 거 같은데… 그래서 서명해줄 수 있으세요?” 그는 살짝 몸을 숙이고, 두 손을 책상 끝에 바치고 그녀를 응시했다. “안 하겠다면요?” 그녀는 그의 시선이 불편하게
그녀는 발걸음을 멈췄고, 심장이 아려 왔다. 그의 말투에선 슬픔이 느껴졌다… 그녀의 감정이 가라 앉기도 전에 그가 이어서 말했다. “남의 책상을 이렇게 더럽혀 놨으면 치우고 가야죠?” 그녀는 이를 꽉 깨물고 뒤돌아보지 않았다. “됐거든요! 알아서 치우세요!” 사무실 문이 세게 닫히자 경소경은 일부러 지었던 차가운 표정을 풀고 그녀의 온기가 남아있는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그제서야 답답한 마음이 살짝 해소됐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녀를 봤을 때, 그는 환각을 보는 줄 알았다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진짜로 그녀가 온 걸 알았다. 그녀는 그가 헤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잊을 수 없는 여자였기에 막상 만나서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안 만나도 마음이 아팠는데, 만났더니 더 마음이 아팠다. 차에 돌아온 진몽요는 자기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진 걸 알았고 휴지를 꺼내서 눈을 닦았지만 눈물은 다시 차올랐다. 그녀는 자신의 기분을 억제할 수 없었고, 눈물은 더 참을 수 없었다. 그들은 각자의 성격 때문에 헤어지고 나서도 친구가 되거나 평화로운 사이로 지낼 수 없었고, 예전처럼 마주보고 웃을 일은 더더욱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감히 그가 다른 여자와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회사에 돌아온 후, 임립에게 문서를 줄 때 빨개진 그녀의 눈을 보자 임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아요? 소경이가 곤란하게 했어요?” 그녀는 쿨 하게 웃었다. “허허, 그 사람이요? 에이, 난 오늘 그 사람이 어떤 속옷을 입었는지까지 아는 사람인데 날 곤란하게 만들까 봐 쫄았을 거 같아요? 그 성격 모르는 것도 아니고.” 임립은 입술을 삐죽였다. “하여튼… 알겠어요, 가서 일 봐요.” 그녀는 돌아와서 자리에 앉은 후 컴퓨터 앞에서 멍을 때렸다. 머릿속은 온통 경소경의 모습으로 가득 찼고, 아까 그의 냉철한 태도만 머리에 맴돌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는 이랬다. 사귈 때는 서로 둘도 없는 사이지만, 헤어지고 나면 그 끈은 끊겼고 점차 서로에게
안야는 볼이 빨개지며 수줍은 웃음을지었다. “모르는 사람이에요…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인데, 다 같은 계열 사람이라 톡방에서 디자인 관련 얘기도 하고 그래요. 그 사람이 저한테 주는 느낌은 뭔가 기품 있고, 박학다식하고, 저보다 이쪽에서 일도 오래해서 선배나 마찬가지죠. 만나본 적은 없는데 저한테 주는 느낌이 좋아서 외모가 어떻든 상관없어요. 만나자고 약속 잡고 싶었는데 자꾸 시간 없다고 바쁘다고 해서 못 만났어요.” 여기까지 들은 진몽요는 상황을 이해했다. “두 사람은 서로가 누군지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고, 정식으로 사귀는 것도 아니고, 넌 짝사랑은 하는 거야 랜선연애를 하는 거야? 미쳤어? 어디 사람인지는 알아? 이름이 뭔 지는 알아? 나이나 키, 그런 기본적인 건 알아야 되지 않아?” 안야는 어리둥절했다. “몰라요… 그 사람 닉네임이 ‘묵’인 거 빼고는 이름 나이 키 그런 거 하나도 몰라요. 우연히 제도에 있는 거까진 알게 됐는데, 제도 본토 사람인지 까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호감정도만 있지 그 이상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 이상으로 발전하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으니까 말리지마세요.” 재미없는 얘기에 진몽요는 더 흥미를 느끼지 못 했다. “그래, 잘 되길 바랄게. 얼른 네 마음속에 백마탄 왕자님을 찾길 바래. 이제 퇴근까지 1시간도 안 남았으니까 나 좀 잘게. 부장님 오면 깨워줘, 혼나기 싫으니까…” 퇴근 후, 진몽요는 차를 타고 바로 목가네로 향했다. 기분이 안 좋을 땐 맛있는 걸 먹는 게 최고였고, 마침 온연네 식사가 딱 그녀의 입맛을 맞출 수 있었다. 유씨 아주머니와 임집사는 이제 그녀가 밥을 얻어먹으러 오는 게 이상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수저와 젓가락을 준비해주었다. 식탁 위. 온연의 느릿한 동작이 진몽요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너 밥 먹을 때 3일정도 굶은 사람처럼 좀 크게 먹을 수 없어? 그렇게 천천히 씹어 먹으면 맛이 다 빠질 때서야 삼키고, 이건 음식의 대한 모욕이야. 나처럼 크게 많이 먹어야지. 이래야 삼킬 때도 맛이
온연은 더 밝게 웃었다. “걱정 말고 일 해요, 난 괜찮아요. 잘 기다리고 있을게요.” 옆에서 듣고 있던 진몽요는 벙쪘고 이제서야 공짜 밥을 먹는 댓가로 두 사람의 다정한 대화까지 듣고 있어야 한 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목정침씨, 적당히 하시죠. 예전에는 에베레스트 산처럼 차갑더니, 사람이 완전 변했네요. 영혼을 뺏긴 거예요 아니면 이중인격이에요? 진지하게 의심하게 되네요.” 목정침의 목소리는 낮아졌다. “밥이나 먹고 가요.” 진몽요는 눈을 굴렸다. “알겠다, 그냥 연이한테만 잘해주는 거였네요. 그거 인격분열인데, 아이고 무서워라.” 온연은 냅킨으로 손을 닦고 핸드폰을 들어 목정침에게 말했다. “그만해요. 나 밥 먹고 있으니까 일단 끊을게요. 너무 과하게 일 하지 말고 잘 쉬어요.” 통화를 끊고 진몽요는 갑자기 축 쳐진 채 분위기를 바꿨다. “연아… 나 오늘 경소경 만났어.” 온연은 살짝 당황했다. “그래서? 너희…” 진몽요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그게 끝이야. 나는 그래도 다시 만나면 어떨지 몇 번이나 상상했었는데, 헤어지고 나니까 진짜 남이라는 게 마음이 아파. 이미 다 잊은 건지 나를 보는 눈빛도 차갑고, 내가 문서에다가 서명 하나만 해달라고 했는데 2시간이나 기다리게 만들었어. 예전에는 나한테 특권도 주고 그랬는데 지금은… 이제 적응해야지. 마음이 아파도 적응되면 괜찮을 거야.” 분위기는 갑자기 조용해졌고 잠시 후 온연이 입을 열었다. “그때 헤어질 때 왜 그렇게 단호했어? 그 사람이 이순이랑 키스한 걸 직접 본 건 맞지만, 그냥 키스였잖아. 해명하겠다고 했는데 넌 기회도 안 줬고. 너가 배신을 싫어하는 건 아는데 넌 그렇게 그 사람을 좋아했으면서, 헤어지자고 하면 넌 그 다음엔 어떻게 견뎌?” 진몽요는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어떻게든 버티는 거지. 너 내가 그때 무슨 생각 했는 줄 알아? 내가 싫은 건 그 키스가 아니라, 그 키스 뒤에 숨겨져 있는 사실이 날 더 힘들게 만들었어